제21대 국회의 핵심이 누구이며, 앞으로 어떻게 진화‧발전해 나갈 것인가.
피렌체의 식탁은 오랜 기간 친문 진영을 담당해온 정치부 일선 기자에게 총선 전부터 이 주제를 청탁했다. 그렇게 준비해온 김성휘 기자의 분석은 이렇다.
국회의원은 300명이다. 이 300명 가운데 다수파는 '민주당+더불어시민당'의 180명이다. 180명 중에서 핵심은 친문그룹에 속한 80여 명이다. 친문그룹은 다시 핵심친문, 친문그룹, 신(新)친문으로 나뉜다. 뒤로 갈수록 1.5선(線) 내지 2선의 느낌을 주지만 그렇다고 칼로 무우 자르듯 딱히 구분되는 것은 아니다. 보는 시각에 따라 친문그룹의 범위, 숫자는 얼마든지 달라질 수 있다. 
21대 국회와 2022년 대선은 이들 세 그룹의 관계가 얽히고설키면서 새로운 정치 드라마를 엮어갈 것이다. 민주당의 주류인 친문그룹을 해부해봤다. [편집자]


#핵심그룹

  동지적 유대감 강한 20여 명 꼽아
  친노에 뿌리, 20여 년간 동고동락
#친문그룹
  2012년 총선~2017년 대선 합류
  관료 출신부터 개성 강한 중진도
#신(新)친문
  대선, 총선 때 영입 인사가 주류
  초선 68명, 대부분 친문 표방

제21대 총선을 끝낸 여의도 정가는 코로나19 이후의 새로운 정치질서를 모색하고 있다. 특히 더불어민주당은 비례위성정당(더불어시민당)을 합쳐 ‘원내 180석’을 갖고서 향후 4년간 여대야소 정국을 주도하게 됐다. 민주당은 다음달 7일 원내대표 경선을 치른다. 8월 전당대회에선 이해찬 대표의 뒤를 이을 당 대표(2년 임기)를 뽑는다. 내년 여름쯤엔 차기 대권 경쟁도 본격화된다. 그래서인지 정치권의 관심은 민주당의 대주주 격인 친문(親文)그룹의 행보에 부쩍 쏠리는 것 같다.

친문그룹은 누구, 어디서 왔는가?

민주당 국회의원 당선자 가운데 친문 아닌 이는 별로 없다고 봐야 한다. 모든 후보들은 문재인 정부의 성공을 약속하며 유권자 지지를 받았다. 하지만 친문그룹에도 핵심인사들이 있다. 이들은 정치상황에 따라 다양한 기준 또는 범위로 분류되곤 했다.

그동안 친문그룹을 규정한 주요 기준은 언제(when), 어떻게(how) 결합했느냐다. 이에 따라 21대 총선 당선자들은 ▲좁게는 문재인 대통령 만들기에 나섰던 그룹, ▲넓게는 문 대통령과 인간적·정치적 인연을 다양하게 맺은 경우, ▲가장 넓게는 민주당에 영입된 초선의원 군(群)으로 분류된다. 기존 정치문법에 따르자면 세 그룹은 각각 핵심친문, 친문, 신(新)친문이라 부를 수 있다. 세 그룹을 합하면 최소 60명, 최대 90명 안팎으로 분석된다.

4·15 총선 직후 복수의 여권 인사에게 누가 친문이며 어째서 그런지 물었다. 이 글에는 그 의견들의 합집합, 교집합, 여집합을 담았다. 21대 국회의원 당선자를 중심으로 했지만 정치적 의미가 있을 경우 20대 국회의원, 원외 인사도 거론했다.

#친문의 동심원

1) 핵심친문

'정치적 동지관계'로서 핵심친문의 주요 인사는 20명 안팎이다. 친문의 세 그룹이 각각 동심원을 그린다고 봤을 때 가장 안쪽의 '코어'에 해당한다. 이들을 한 단계 더 나누자면 친노(親盧)에 뿌리를 둔 그룹, 그보다 친문 색채가 더 강한 인사들의 두 그룹으로 나눌 수 있다.

친노 출신은 고(故) 노무현 전 대통령과 가까웠거나 참여정부 청와대에서 일한 경력을 갖고 있다. 그러면서 '문재인을 대통령으로' 만들자는 정치적 결의를 굳게 공유하고 실천한 사람들이다. 이 범주에는 윤호중, 홍영표(이상 4선), 전해철 의원(3선)이 있다. 전 의원은 문 대통령 뒤를 이어 민정수석을 지냈다. 

강병원, 권칠승, 김성환, 김종민, 전재수, 최인호, 황희 의원과 김영배, 민형배, 윤건영, 이광재, 정태호 당선자(가나다 순)는 참여정부 청와대 출신이다. 당시 비서실장, 민정수석, 시민사회수석을 지낸 문 대통령에겐 직장(청와대) 동료였던 셈이다. 이들 중 대부분은 문 대통령이 낙선한 2012년 대선 당시부터 당 안팎에서 와신상담, 악전고투를 마다하지 않았다. 핵심그룹은 그 무렵부터 형성됐다.

이 가운데 문재인 청와대에도 몸담은 인사 가운데 맏형 격인 정태호 당선자를 중심으로 김영배·민형배 당선자가 포진해 있다. 정태호 당선자는 이해찬 대표의 보좌관 출신이다.(서울 관악구는 이 대표의 오랜 지역구였다) 문 대통령의 복심(腹心)으로 일컬어지는 윤건영 당선자의 활동반경도 주목된다. 김경수 경남도지사, 양정철 민주연구원장은 비록 원외(院外)이지만 핵심 중의 핵심으로 꼽힌다. 박남춘 인천시장도 비슷하다.

참여정부 청와대 출신은 아니지만 문 대통령의 정치입문 때부터 결합한 케이스가 있다. 합류 시기는 더 늦을망정 문재인 정부의 청와대 경험이나 문 대통령을 지근거리에서 보좌한 인사도 있다.

한병도 당선자는 청와대 정무수석을 지냈다. 박광온 의원은 2012년 대선 때 캠프 대변인을 지내면서부터 가까이에서 문 대통령을 보좌해왔다. 초선이지만 2016년 합류한 양향자 당선자(광주 서구을), 2017년 영입된 고민정(서울 광진을) 당선자 등도 정서적 거리로 보면 핵심그륩으로 분류될 수 있다. 따라서 핵심친문을 생각할 땐 경력·이력보다 문 대통령을 중심으로 얼마나 단단하게 뭉쳐 있느냐를 따져 보는 게 적절할 것 같다.

2) 친문그룹


문재인 대통령이 독자적 정치행보를 시작한 2012년 총선·대선 무렵 합류했거나, 2015~2016년 당 대표 시절, 2017년 대선 국면까지 단계적으로 영입된 인사들이다. 참여정부 시절부터 인연은 있지만 친문 색채가 비교적 덜한 경우도 포함된다. 문 대통령 집권 후 장차관으로 발탁했던 정치인 또는 관료 출신도 상당수다. 이 글에서는 재선 이상 의원을 친문그룹에 포함시키되, 21대 국회에 처음 등원할 초선일 경우 원칙상 신(新)친문으로 소개하겠다.

김진표 의원(5선)은 참여정부에서 두 차례 부총리(경제부총리, 교육부총리)를 지냈다. 문 대통령의 당 대표 시절 경기지사에 도전했으며, 집권 후에는 사실상의 대통령직 인수위원회인 국정기획자문위원회 위원장을 맡았다.

김태년 의원(4선)은 더불어민주당 정책위의장을 지냈다. 박범계 의원(3선)은 참여정부 청와대에서 민정2비서관, 법무비서관을 지냈다. 진선미 의원은 여성가족부 장관, 김영주 의원은 고용노동부 장관을 지냈다. 도종환·윤관석 의원, 진성준 당선자는 2012년 대선 때도 활약했다. 수도권 당선자 중에선 김경협, 김병기, 맹성규, 박정, 박주민, 서영교, 이재정, 이학영 의원 등을 꼽을 수 있다.

지역별로 보면 부산은 두 대통령의 정치적 고향이다. 모두가 친문 같지만 컬러는 조금 다르다. 전재수 의원은 '핵심'그룹이다. 2012년 대선 국면에서 안철수 후보에 대한 공격수로 나섰다. 박재호 의원은 부산지역 밀착 이미지가 강하다는 평가를 받는다.

조승래(대전), 이개호(전남), 신정훈(전남), 송갑석(광주), 송재호(제주) 당선자도 친문 성향이 뚜렷하다. 이개호 의원은 문 대통령이 농림축산식품부 장관에 발탁했고, 송재호 당선자는 국가균형발전위원장을 거쳐 출마했다.

넓게 보면 '친문'이되 '자기 색깔'이 강한 중진 의원들도 친문그룹에 든다. 우선 차기 국회의장이 유력한 박병석 의원(6선)은 여야를 통틀어 최다선 의원이다. 친문그룹에겐 존재감이 결코 가볍지 않다.

5선 반열에 오른 송영길 의원, 4선의 노웅래 의원, 3선의 김민석·유기홍 의원은 정치 행보를 보면 아무래도 독자성이 강한 편이다. 춘천에서 마침내 김진태를 꺾은 허영 당선자, 20대 국회를 쉰 정청래 당선자도 그렇다. 그들 면면에서 나타나듯 꼭 인연의 길이가 친문 소속감을 규정하진 않는다.

3)신(新)친문


문재인 정부에서 일했거나 이번 총선에 즈음해 각계에서 영입된 인사들이 대부분이다. 첫째, 집권 후 청와대·내각에 몸담은 경우다. 둘째, 4·15 총선을 앞두고 민주당에 영입된 사람들이다. 민주당의 지역구 당선자는 163명, 그 중 초선은 68명이다.

우선 청와대 출신만 보자면 30명이 총선 본선에 나가서 19명이 당선됐다. 그 중 초선은 (열린민주당 최강욱 비례대표 당선자를 빼고) 15명이다. 윤영찬(전 국민소통수석) 당선자 외에 이장섭(충북 청주, 노영민 보좌관 출신), 이원택(전북 김제·부안), 김승원(경기 수원), 문정복(경기 시흥) 당선자 등이 있다.

전북 군산에서 김관영 의원을 꺾은 신영대(노무현 청와대 행정관) 당선자, 서울 강동구청장 출신 이해식(서울 강동) 당선자, 오기형 당선자, 비교적 젊은 편인 장철민(대전, 홍영표 보좌관 출신) 당선자도 여기에 속한다.

영입인재 중엔 초선이지만 각계각층을 대표하는 중량급도 적지 않다. 검찰총장 물망에 올랐던 소병철(전남), 부장판사 출신 이수진(서울 동작), 핸드볼 국가대표선수 출신 임오경(경기 광명), 소방관 출신 오영환(경기 의정부) 등이 그렇다. 고영인, 홍정민, 이소영, 이용우 당선자도 신친문으로 분류된다. 진보성향의 젊은 법조인 출신도 적잖다. 경기 용인 이탄희, 안산 김남국, 남양주 김용민 등이다.

이처럼 신친문 그룹은 가장 범위가 넓고 삶의 궤적이 다채롭다. 원내에서 초선 그룹(68명)이 한목소리를 낸다면 문 대통령 국정 후반기의 가장 든든한 원군이 될 것이다. 하지만 원조친문에 비한다면 문 대통령과 운명을 함께한 '기억'이나 동지적 유대감은 아직 확인되지 않았다고 할까.

4)원외 인사

21대 국회를 떠나는 거물급 인사로는 문희상 국회의장, 정세균 국무총리, 이해찬 대표 등이 꼽힌다. 노무현 대통령의 비서실장을 지낸 문희상 의장은 두말 할 필요 없는 친문그룹의 간판이다. 참여정부 국무총리였던 이해찬 대표는 민주당 대표로서 제21대 총선을 대승으로 이끌었다. 그의 당 장악력과 리더십은 앞으로도 높게 평가받을 것이다.

정세균 총리는 제20대 국회 상반기 국회의장에 이어 총리직을 맡았다. 정 총리는 2012년 대선 경선후보로 한때 문 대통령과 경쟁했지만 이후 문 대통령을 한결 같이 지지해 왔다. 그래서 이른바 정세균계 의원들도 ‘친문’에 속한다. 원외이지만 청와대에서 일하는 강기정 정무수석, 비록 낙선했지만 최재성 의원의 활동공간도 주목된다.

유은혜 부총리 겸 교육부장관, 김현미 국토교통부장관은 여성 발탁인사의 성공사례로 꼽힌다. 문 대통령이 새정치민주연합 대표이던 시절, 각각 당 대변인과 대표비서실장으로 호흡을 맞췄다. 두 사람을 21대 국회에서 볼 순 없지만 문재인 정부 후반기에 또 다른 중책을 맡을 가능성이 크다. 원외의 핵심친문이라는 데 이견이 없다.

※참조: [김성휘 칼럼] 여성 비서실장, 여성 국방장관은 불가능한가? <피렌체의 식탁> 2020년 1월31일 https://firenzedt.com/?p=4970

#친문을 주목하는 이유

누가 친문인가를 묻고 나누는 일은 간단치 않다. 편 가르기에 그쳐서도 안 된다. '○○○계'로 불리던 보스정치 시대는 끝났다. '친문' 또한 모두가 상명하복으로 움직이진 않을 것이다. 정치적 배경이 다양한 데다 수직적 정당문화도 갈수록 옅어지고 있다. 무엇보다 국민들이 그런 정당, 그런 국회의원을 바라지 않는다.

그럼에도 친문 그룹을 이해하는 게 필요하다. 현재를 재단하기보다 미래를 조망하기 위해서다. 이들은 국가 장래를 결정하는 정치적 선택을 좌우할 수 있다. 짧게 잡아도 향후 4년, 길게는 차기 대선에까지 결정적 변수로 작용할 것이다. 친문그룹의 성향을 안다면 특정 이슈에 대한 선택과 그들이 왜 그렇게 움직였는지 좀 더 쉽게 이해할 수 있지 않을까?

물론 친문그룹은 박근혜 정부의 최대 계파였던 ‘친박(親朴)’과 다른 양상을 보인다. 가장 큰 차이는 핵심부터 신친문까지 상호배타적이거나 위계적이기 보다 동심원 구조로 움직인다는 점이다. 이들 그룹의 공통된 구심점은 역시 문재인 대통령이다.

그렇다고 친문이 단일집단이라는 건 아니다. 21대 국회가 개원하면 일사불란하게 문 대통령의 국정 구상을 뒷받침해야 한다는 요구를 바탕으로 국민여론을 더 존중하자는 원칙론, 지역구 사정이나 정치적 미래를 생각하는 독자행동파로 갈라질 수 있다. 치열한 논쟁을 촉발하는 쟁점일수록 평소 눈에 보이지 않던 계파라는 단층들을 드러나게 만든다. 그것이 한국정치의 역사였다.

그 과정에서 진짜 친문(眞文)이냐 아니냐를 따지는 것은 결코 바람직하지 않다. 4년 전, 박근혜 정부 당시 20대 총선에서 이른바 '진박(진박) 감별' 논란이 오히려 역풍을 맞았던 사례를 되새길 필요가 있다. 옛 친박은 분화하면서 구박, 신박, 월박, 복박, 탈박 등 여러 소그룹으로 쪼개졌다. 이들은 유기적으로 공조하며 전체 파이를 키우려 하지 않고 상호분절적으로 흐르면서 해체-몰락의 길로 들어섰다. 친문그룹이 장차 소패권주의를 경계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친문의 미래

친문그룹은 내년 차기 대선 경쟁과 함께 소그룹으로 분화될 가능성이 크다. 이 국면을 이해하자면 같은 핵심친문이라도 ‘컬러’가 미묘하게 다른 점을 봐야 한다.

이해찬 대표를 포함해 김태년, 윤호중 의원 등은 친노 색채가 여전히 강하다는 세간의 평가를 받는다. 반면 전해철, 홍영표 의원 등은 친문 색채가 확연하다. 이런 차이는 차기 대선주자들의 부침과 합종연횡에서 숨은 변수가 될 수 있다.

이낙연 전 총리는 이번 총선 과정에서 초·재선 도전자 40여 명의 후원회장을 맡았다. 박원순 서울시장, 이재명 경기지사와 가까운 의원들도 적지 않다.
86세대 리더 중에선 독자세력을 갖고, 외연 확장에 나선 인사도 눈에 띈다. 학생운동권 출신의 '86세대'라는 공통점을 갖고 있다. 원내에선 송영길 의원과 이인영 원내대표, 원외에선 임종석 전 비서실장이 대표적이다. 정서적·경험적 유대감을 중시한다면 전대협 출신 여부도 관전 포인트다. 만일 조국 전 장관이 '정치적 존재'로 재기할 경우, 법조인 또는 청와대 출신 일부가 '친 조국'을 표방할 수 있다.

그래서 '친문의 분화'를 섣불리 전망하기는 이르다. 변수도 많다. 분명한 건 앞으로도 친문그룹의 범위는 언제, 어떤 기준으로 보느냐에 따라 계속 달라질 거란 사실 하나뿐이다.

김성휘/ 머니투데이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