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자 운(雲)은 중국어 발음으로 ‘윈’이고, 중국어 표기법(간체자)으로는 ‘云’이라 쓴다. 그 뜻은 누구나 알다시피 ‘구름’이다. ‘윈(云)’은 요즘 중국 대륙에서 가장 많이 쓰이는 핫한 단어다. 코로나19 위기 속에서 ‘바이러스(病毒)’란 단어 다음으로 가장 많이 사용한다는 주장이 나올 정도다.

왜 그럴까? 云은 영어로 클라우드(cloud), 즉 ‘클라우드 컴퓨팅 서비스’를 뜻한다. 중국에선 요즘 클라우드(云) 모델이 코로나19 위기 속에서 광범위하게 확산되고 있어서다. 이 모델은 업무·기업 활동 방식의 변화뿐만 아니라 생활·소비의 변화를 포괄한다. 더 나아가 클라우드 열풍은 생활패턴의 진화와 함께 디지털경제와 4차 산업혁명을 가속화시키고 있다.

한국에선 아직 코로나19 위기를 막는 방역에 정신이 없지만, 중국인들은 통제·격리·고립의 분위기 속에서 체계적이고 개념화된 형태인 클라우드 생활방식으로 차츰 적응해 나가고 있다. 이는 향후 한국 사회의 디지털경제와 라이프트렌드를 모색하기 위해서라도 한번쯤 분석할 주제다. [편집자]

코로나19 위기 속에서 격리·고립
云 들어간 신조어 쓰임새 많아져

윈(云)은 최근 부쩍 유행한 말이기 때문에 중국에서 관련 연구는 아직 눈에 띄지 않는다. 云을 인터넷으로 검색해보면 2018년경부터 이 용어가 아주 드물게 나타난다. 이로 보건대 云의 발전을 2단계로 나눌 수 있다. 2010년대 후반부터 2020년 1월 중순까지를 생성기로 본다면 2020년 1월 하순부터 현재까지를 유행기라 할 수 있다.

云이 들어간 단어는 2018년 즈음에 처음 눈에 띈다. 예컨대 윈허쥬(云喝酒)가 그것이다. 윈허쥬는 ‘서로 만나지 않고 위챗을 통해 같이 술을 마시는 활동’을 말한다.  당시 유행하는 신조어였다지만 젊은 층 사이에 쓰임이 국한되었다.

云이 ‘널리’ 또 ‘자주’ 쓰이는 계기는 코로나19의 창궐이었다. 올해 춘절 연휴 기간인 1월 25일에 <어머니(囧妈)>란 개봉영화가 인터넷상에서 무료로 상영된 바 있다. 이를 많은 사람들이 한꺼번에 보는 모습을 보고, 어느 매체가 ‘클라우드 상영(云上映)’이라는 말을 처음 사용했다.

며칠 후에는 한 중앙미디어가 코로나19 위기의 발원지 우한(武漢)에서 진행되는 훠선산(火神山), 레이선산(雷神山) 병원의 건설 과정을 인터넷에 생중계하였는데 사흘 만에 무려 5000만 명이 시청하였다. ‘클라우드 현장감독(云监工)’이라는 말이 나오는 계기였다.

바이러스(病毒) 이어 가장 많이 쓴 유행어
중국 디지털경제 발달이 ‘云 세상’ 뒷받침

2월에 접어들어 인터넷에서는 云이 들어가는 용어가 폭발적으로 유행하였다. 지금 이 순간에도 계속 신조어가 만들어지고 있다. 일부 학자는 바이러스(病毒) 다음으로 가장 많이 사용되는 말이 云이라고 주장한다. 또한 용어 사용자나 활동 참여자도 젊은 층에 국한되지 않고 남녀노소, 모든 지역 및 기업들이 애용하는 신조어가 됐다. 말 그대로 ‘윈 시대(云时代)’가 도래했다 말한들 과언이 아니다.

云이 들어가는 용어는 인터넷과 관련되는 경우가 많다. 윈우후이(云舞会)는 ‘위챗의 단체방에서 집단으로 화상대화를 하면서 춤을 추는 활동’이다. 개인들이 집안에 머물되 위챗을 통해서 춤 사교를 하는 행위이다. 이는 위챗에서 1대1 화상대화뿐만 아니라 집단으로 화상대화를 할 수 있기에 가능하다.

따라서 云은 모바일인터넷의 보급과 인터넷 연결망 덕분에 가능하다. 2003년 사스 위기 때는 그런 기술이 없을 때라서 클라우드 열풍 자체도 상상할 수 없었다. 인터넷 사용자는 2003년 초에 약 5000만 명에 불과했다. 그러나 지금은 그보다 18배나 되는 9억 명에 이른다. 또 인터넷 사용자는 거의 대부분 스마트폰 유저다. 여기에다 인터넷기술도 괄목하게 발전했다. 예컨대 위챗은 채팅 기능부터 시작해 클라우드 열풍을 지원하는 온갖 기술이 집약된 하나의 플랫폼으로 발전했다.

어찌 보면 云은 인터넷(网络)이란 말과 유사하다. 하지만 云을 인터넷(网络)이란 말로 대체하지 않는 이유는 인터넷보다 훨씬 다양한 이미지를 담고 있어서다. 云은 클라우드로 번역되는데, 코로나19 창궐 이후 온라인으로 이뤄지는 생활, 사교, 소비, 업무, 비즈니스를 포괄하는 의미로 사용되고 있다.

음주가무부터 수면·회식·헬스까지

이제 클라우드가 쓰이는 구체적인 사례를 살펴보자. 중국인들은 코로나19 위기 이후 집에 머무르는 시간이 늘어나자 집에서 할 수 있는 클라우드 활동을 급속히 늘렸다.

클라우드 술마시기(云喝酒), 클라우드 댄스(云舞会), 클라우드 수면(云睡觉), 클라우드 회식(云聚餐), 클라우드 디스코(云蹦迪), 클라우드 체육 강의(云体育课) 같은 신조어가 출현했다. 이런 신조어들은 집에서 위챗으로 타인과 어울리는 활동을 가리킨다. 

지금까지 몇 개 분야에서 클라우드 열풍이 디지털경제를 가속화하는 사례를 보았다. 아래에 있는 표 <바이두에서 등장하는 신조어>는, 필자가 인터넷 검색엔진 바이두(百度)에서 검색한 ‘云 관련 신조어’를 간추린 것이다. 이것들은 전부가 아니라 일부일 뿐이다.

젊은 층은 위챗 화상채팅으로 디스코를 같이 추고(云蹦迪), 중노년층은 위챗 화상으로 서로 얼굴을 보면서 같이 술을 마시고(云喝酒). 온라인상에서 함께 춤을 춘다(云舞会). 아침·저녁으로 광장에서 군무(群舞)를 추던 다마(아줌마)는 이제 집에서 온라인으로 다른 사람들과 호흡을 맞춰가며 같이 댄스를 하는 것이다. 어린이들도 마찬가지다. 집에서 온라인으로 다같이 동시에 국기게양식을 한다(云升旗). 남녀노소 관계없이 스마트폰을 통한 온라인 활동을 하는 것이다. 말 그대로 윈 생활(云生活)이고, 윈 사교(云社交)이다.

기업들도 클라우드 응용 본격화

클라우드 중에서도 가장 중요한 용어는 윈푸궁(云复工)이다. 푸궁(复工)은 원래 ‘춘절 후 업무복귀’를 뜻했다. 중국의 직장인들은 짧게 1주간, 길게는 4주간의 춘절 휴가를 다녀온 뒤 직장 업무에 복귀하기 때문에 푸궁(复工)이란 말을 썼다.

그런데 올해는 코로나19로 인해 과거 같은 현실 업무복귀가 아니라 클라우드 업무복귀를 했다. 전염병 때문에 면대면 접촉으로 업무에 복귀하기 어렵게 되자 스마트폰이나 비대면·비접촉 방식으로 직장에 출근하는 상황을 말한다.

각 기업에선 직접적인 대면접촉을 피하는 업무방식을 개발하고 있다. 예컨대 채용 단계에서 오프라인으로 만나지 않고 인터넷을 사용하는 클라우드 채용(云招聘)이 급증한다. 장시(江西)성 이춘(宜春)시에 있는 항위신재료(航宇新材料)라는 업체는 지난 2월 중순 면접 단계의 구직자와 화상면접방식을 채택했다고 한다.

클라우드 방식으로 성공한 유명 식당체인

클라우드 방식을 발 빠르게 도입한 기업들은 위기 속에서도 성과를 내고 있다. 피부보호제 브랜드로 유명한 린칭솬(林清轩)이 대표적이다. 코로나19 위기 이후 영업실적이 추락하자 창업자인 쑨라이춘(孙來春)은 2개월도 못 되어 파산할 것이란 판단 아래 업무를 전면적으로 온라인으로 전환하는 전략을 취했다.

가장 큰 변화는 2월부터 알리바바의 온라인쇼핑업체 ‘타오바오(淘宝)’ 생방송(直播)을 개시한 것이다. 2월 4일엔 린칭솬의 300명 직원에 대해 생방송 교육훈련을 실시했다. 2월 14일 밸런타인데이에 쑨라이춘은 <타런성(他人生)>으로 처음 생방송을 했다. 이 생방송을 6만여 명이 시청한 가운데 40만여 개의 동백기름(山茶花油)을 팔고 36만 개의 ‘좋아요’를 받았다. 그 결과 매출액은 작년 동기에 비해 145% 늘어났다. 현재는 피부보호제에다 차량 판매, 부동산 판매, 외식 사업도 모두 생방송 활용 방식으로 전환했다.

위챗 생중계로 성공한 식당·백화점

130여개의 점포를 가진 식당 체인 ‘미주동파(眉州东坡)’는 코로나19 충격으로 60곳만 영업하고 나머지는 사실상 폐업상태에 들어갔다. 하지만 1억2000만 위안(약 200억 원)의 손실을 보고 난 뒤에 클라우드 방식으로 생존전략을 모색했다. 음식점의 주방을 생방송 룸으로 바꾸고 주방장을 생방송의 메인 아나운서로 바꾸었다. 그러자 변화가 뚜렷했다. 제2회 생방송 후에 미주동파의 매출은 작년 동기에 비해 20배쯤 증가했다. 미주동파는 3000여 명의 요리사를 보유하고 있는데 앞으로도 생방송 횟수를 늘려나갈 계획이다.

백화점 가운데는 인타이바이훠(银泰百货)가 맨 먼저 클라우드 모델을 채택한 사례이다. 5만 명의 쇼핑 가이드를 보유한 인타이는 코로나19 이전부터 타오바오 생방송을 중점전략으로 채택했고 코로나 이후에는 이를 더욱 강화했다.

문화산업도 디지털기술에 의존

클라우드 방식은 문화산업에서도 예외가 아니다. 국가대극원은 위챗을 통해서 공연 실황을 보여준다. 오페라 《우리들 함께》를 제작할 땐, 출연자들이 각자 녹화를 해서 나중에 합창가곡을 만드는 방식을 채택했다. 각자 녹화해 나중에 합성하는 방식은 <징진지(京津冀) 교향악연맹>도 채택했다. 이 연맹은 베이징(京), 톈진(津), 허베이(冀) 세 지역의 교향악단이 서로 다른 공간에서 공동 연주하는 방식으로 《나와 조국》이라는 교향곡을 만들었다.

중국의 각 지역 박물관도 클라우드 방식을 취하고 있다. 국가문물국(国家文物局)의 지휘 하에 각 박물관마다 홈페이지를 통해 디지털 자원을 개방하고 플랫폼에 박물관의 생중계 동영상을 올리고 있다. 국가박물관이 주관한 전시회는 온라인에서 ‘좋아요’가 17만4000회에 이르는 성과를 거두었다.

관광명소인 고궁(故宮)은 청소년을 대상으로 한 <나는 고궁에 가야 한다>란 동영상 프로그램을 통해 10회에 걸쳐 고궁의 주요 건축물을 소개한 바 있다. 온라인 참관은 직접 참관에 비해서 현실감이 부족하다. 하지만 클라우드 참관(云参观), 클라우드 교실(云课堂)의 형식은 공간상의 장벽을 극복하고 청소년들이 전문가 해석을 들으면서 각종 유적을 체계적이고 명확하게 둘러보게 도와준다.

모든 분야에서 등장하는 ‘云’
‘포스트 코로나’에도 지속 전망

클라우드 모델은 코로나19 위기에 대응하는 임시변통으로만 볼 수 없다. 이 모델은 ‘스마트 라이프’를 위해서 디지털경제가 심화되고 있음을 뜻한다. 이는 무(無)접촉의 효율성을 말해주는 모델이다. 전 사회적으로 스마트화와 인터넷플러스는 효율성을 극대화하기 위한 것이다. 따라서 코로나19 위기가 장기화될수록 중국 사회는 더욱 云 모델에 의존할 가능성이 크다. 물론 코로나19의 위험이 사라지면 일부 온라인 생활은 다시 오프라인으로 대체될 것이다. 하지만 포스트 코로나(post-corona) 시대에도 이 모델의 상당부분은 더욱 심화, 응용되는 단계로 갈 것으로 보인다.

이런 트렌드는 중국에 비해 한 달가량 시차를 두고 위기를 겪는 한국 사회에도 시사하는 바가 크다. 한국에선 확진자가 이미 5000명을 넘어서고 지역 확산 속도 역시 빨라 발등의 불을 끄는 것도 급하다. 하지만 이젠 포스트 코로나 시대에 대한 적응전략을 고민해야 할 때다. 중국인들은 위챗 같이 발전된 플랫폼을 활용해 무접촉 생활패턴을 가시화했다. 향후 4차 산업혁명에서 중국이 한국보다 한 걸음 앞선 경쟁력을 발휘할 것을 예고하는 장면들이다.

◇ 참고문헌

▲이중희, <중국여행 중국이야기>의 관련 글, 네이버블로그

▲“文化行业 积极 ‘云复工’ 探索线上 新模式”, 中国日报网, 2020-02-28

▲卢晓, ”疫情加速中小企业 ‘云复工’:林清轩初-到初七 业绩 暴跌 仅剩 5%,转战线 上半个月 同比猛增 145%”, 新浪财经, 2020-02-21

▲“人民日报 海外版:‘云复工’ 解企业燃眉之急”, 新浪财经, 2020-02-21

▲王延斌. “‘云复工’之后, 这个权宜之计或将成未来主流”, 科技日报, 2020-03-02

▲“云旅游, 云逛街, 云聚会…… 疫情之下的 ‘云生活’ 很精彩”, 腾讯网, 2020-02-20

▲燃财经, “云喝酒、云舞会、云睡觉,像极了在家憋坏的我”, 2020-02-17


이중희 필자

부경대 중국학과 교수. 연세대 경영학과 졸업. 미국 브라운대 사회학박사. 베이징대, 중국인민대, 중산대에서 방문학자로 연구했다. 현재 한국아시아학회 회장을 맡고 있다. 저서로 <중국남방도시여행: 모바일만 들고 떠나는> 등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