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15 총선의 기본 구도

역대 총선에서 여야 간 승패와 상관관계가 가장 높은 변수는 ‘집권 몇 년차’에 치러지느냐였다. 1987년 민주화 이후 총선과 지방선거를 통틀어 집권여당이 집권 1~2년차에 패배한 적이 거의 없고, 집권 3~5년차에 승리한 적이 거의 없다.

그 중 유일한 예외가 있는데 바로 2012년 총선이다. 2010년 지방선거, 2011년 서울시장 보궐선거에서 당시 한나라당은 참패했다. 그러나 2012년 총선에선 승리했다. 가장 강력한 미래 권력이었던 박근혜를 전면에 내세운 덕택이었다. ‘미래 권력’으로 ‘현재 권력’의 실정(失政)을 덮은 셈이다. 요즘 민주당에는 2012년 박근혜 정도의 파워를 가진 확실한 차기 주자가 없다. 2020년 4·15 총선의 ‘기본 구도’가 집권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에 불리하다고 보는 이유다.

그러나 그간 여론조사는 집권여당(민주당)이 야당(자유한국당)을 앞서는 것으로 예측했다. 대통령 국정 지지도 역시 상대적으로 높게 나왔다. 심지어 ‘야당 심판’을 지지하는 여론이 ‘여당 심판’보다 더 높게 나오기도 했다. 왜 그랬을까? 그것은 ‘보수의 분열’과 ‘탄핵에 대한 앙금’ 때문이다. 거꾸로 말하면, ‘보수 통합’과 탄핵 사태의 책임자였던 ‘친박(親朴)에 대한 공천 혁신’ 여부에 따라 정권 심판론의 부활 가능성이 높음을 의미한다.

◇4·15 총선의 3개 변수, 1개 상수

4·15 총선은 3개 변수와 1개 상수에 의해 판세가 결정될 것이다. 3개 변수는 ①보수 통합 ②친박에 대한 공천 혁신 ③지역별 민심 추이라고 할 수 있다. 그리고 가장 위력이 큰 1개 상수는 바로 ‘연동형 비례대표제’다. ‘연동형 마법’으로 인해 민주당과 한국당의 의석수 격차가 약 20석정도 벌어질 수 있다.

첫째, ‘보수 통합’이다. 2016년 총선 이후, 한국 정치구도에서 가장 중요한 특징은 ‘보수의 분열’이었다. 보수는 어떻게 분열됐나? 탄핵을 찬성한 보수, 탄핵을 반대한 보수로 쪼개졌다. ‘탄핵을 찬성한’ 보수는 ‘부울경’(부산-울산-경남) 보수다. 이들은 1990년 3당 합당 이전에 김영삼(YS) 전 대통령을 지지하던 사람들이다. 이들 중엔 부울경 출신이 많고, 서울 거주자인 경우 ‘중도’로 포착된다. 즉 탄핵을 찬성한 보수, 개혁 보수, 부울경 보수, YS 지지자, 민주화 운동을 지지하던 보수, 중도 등의 명칭은 표현만 달랐지 사실상 성격이 비슷한 그룹이다. 상당 부분이 겹치는 유권자들이다.

그렇게 볼 때, 1990년 3당 합당은 ‘민주화를 지지하던’ 보수와 ‘권위주의를 지지하던’ 보수가 합친 것이다. 3당 합당 이후, 한나라당 계열은 대체로 ‘개혁보수’가 주도권을 잡았다. YS, 이회창, 이명박, 손학규, 오세훈, 원희룡이 이러한 흐름을 대표한다. 한나라당은 개혁보수의 헤게모니에 바탕한 ‘보수 다수파 동맹’을 통해 권력 기반을 유지해왔다.

2016년 총선을 앞두고, 박근혜 당시 대통령과 새누리당은 세월호 사건, 국정교과서 강행, 유승민·비박(非朴) 공천 응징 등을 통해 개혁보수를 탄압하고 권위주의로 회귀하는 통치를 했다. 이에 대해 2016년 총선에서 민주화를 지지하던 부울경의 개혁보수 유권자들이 박근혜 정부를 심판했다. 2016년 총선은 개혁 보수가 권위주의 보수를 심판한 선거라고 압축할 수 있다.

2016년 총선, 2018년 지방선거에서 민주당이 부산-울산-경남에서 선전할 수 있었던 이유다. 이 말은 거꾸로, 보수 통합이 현실화될수록 부울경의 개혁보수 유권자들이 ‘보수 재결집’에 합류할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다. 쉽게 말하자면 부울경 지역에서 민주당 후보들은 고전할 가능성이 높다.

둘째, 친박에 대한 공천 혁신이다. 2017년 탄핵이 성사될 때, 전체 유권자의 약 82%가 탄핵에 찬성했다. 국민들은 친박이 탄핵 사태에 책임이 있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친박도, 자유한국당도 책임지는 모습을 보여주지 않았다. 현재 한국당의 김형오 공천관리위(공관위) 위원장은 황교안 대표에게 종로 출마를 압박해 관철시켰다. 새로운 보수를 표방하는 유승민 의원은 불출마를 선언했고, 김성태 전 원내대표도 불출마를 결정했다. 김형오 위원장은 홍준표와 김태호의 험지 출마를 압박하고 있다. 한국당 공관위가 친박 공천 혁신까지 성공할 경우, ‘정권 심판론’이 부상할 가능성이 높아졌다.

셋째, 권역별 민심이다. 특히 부울경, 충청권, 서울, 인천/경기도가 중요하다. [표 1]은 최근 발표된 한국갤럽의 여론조사이다.

[표 1] 2020년 2월 2주차 한국갤럽 정기여론조사 (2020년 2월 14일 발표)


[표 1]을 보면, ‘여당 승리’ 입장은 43%, ‘야당 승리’ 입장은 45%이다. 보수 통합이 본격화되자, 야당 승리가 우세한 형국이 됐다. 지역별로 보면, 서울은 45% 대 46%로 나타나 아직 팽팽한 편이다. 부울경의 경우 여당 승리 34%, 야당 승리 50%다. 야당 승리가 16%포인트 많다. 충청권의 경우 여당 승리 37%, 야당 승리 49%다. 야당 승리가 12%포인트 많다.

세대를 기준으로 나눌 때, 스윙 보터라고 할 수 있는 50대의 경우 여당 승리 40%, 야당 승리 47%다. 역시 야당 승리가 7%포인트 더 높다. 중도의 경우 여당 승리 39%, 야당 승리 50%다. 야당 승리가 11%포인트 많다. 서울과 경기/인천은 여야 구도가 팽팽하지만, 부울경과 충청권은 집권여당 입장에서 ‘열세’ 지형으로 바뀌고 있음을 알 수 있다.

그간 민주당이 충청권에서 선전했던 배경 중 하나는 ‘안희정 대망론’이 있었기 때문이다. 원래 충청권은 고 김종필 전 총리의 영향력이 강했던 보수적인 지역이다. 안희정 대망론이 사라진 상황에서 충청권은 원래의 보수성을 회복할 가능성이 높다. 민주당 입장에서, 충청권 역시 과거보다 상황이 어려워질 것이다.

◇연동형 비례대표제:
‘지역구 중심’ 정당엔 불리
‘비례중심 정당’ 정당엔 유리

1개의 상수는 연동형 비례대표제의 작동이다. 연동형 비례제에 대한 민주당의 대응 여부에 따라 약 20석 내외의 의석 격차가 발생할 수 있다. 민주당이 무대응으로 일관할 경우, <연동형의 마법>이 작동하게 돼 한국당의 ‘과반 가능성’이 유력해진다.
그래서 연동형 비례제의 작동방식을 제대로 이해할 필요가 있다. 차근차근 설명해보도록 하자. 비례대표제의 ‘개정 이전’과 ‘개정 이후’는 [표 2]와 같다.

[표 2] 개정 이전 ‘병립형’과 개정 이후 ‘연동형’

[표 2]에서 알 수 있듯 개정 이전에는 비례대표 47석 전부가 ‘병립형’이었다. 개정 이후에는 비례대표 47석 중에 30석은 <전체 의석과 연동되는> ‘연동형’이 적용되고, 17석에 대해서는 ‘병립형’이 적용된다.

예를 들어보자. 민주당이 정당 투표 40%를 획득하고, 지역구에서는 120석이 당선됐다고 가정할 경우다. 민주당이 정당 투표 40%를 얻었기 때문에, 전체 300석의 40%를 계산하면 120석이 나온다. (300석 × 0.4) 민주당은 ‘지역구’에서 120석을 얻었다. 이런 경우 ‘연동형 요건을 충족한’ 것으로 간주하게 된다. 

결국 민주당이 정당 투표 40%를 얻을 경우, 민주당은 ‘연동형 30석’에서는 의석 배분을 한 석도 못 받게 된다. 연동형 의석은 0석이다. 대신 병립형 17석에 한해서 득표율(40%)만큼 배분된다. 17석 × 0.4 = 6.8석을 더 얻게 된다. 이를 정리하면 [표 3]과 같다.

[표 3] 민주당 정당투표 40%, 지역구 120석을 가정할 경우, 비례 의석 배분


여기서부터 ‘연동형의 마법’이 작동하게 된다. 유권자들은 민주당에 정당투표 1표를 행사했는데, 실제로 민주당의 의석배분은 ‘병립형’ 17석에만 적용된다. 연동형 30석 배분은 민주당에게 적용되지 않게 된다. 47석 중 17석은 비율로 치면 0.36표이다.(편의상, 반올림해서 ‘0.4표’로 표현)

즉 어느 유권자가 민주당에 찍는 <정당투표 1표는, 1인 1표>가 아니라 <1인 0.4표>만 인정받게 된다. 이는 ‘지역구 중심 정당’인 한국당도 마찬가지다. 이처럼 연동형 비례대표제는 <지역구 당선자가 많은, 지역구 중심 정당>인 경우, 1인 1표가 아니라 1인 0.4표만 인정받도록 설계되어 있다.

반면, <비례대표 당선자가 많은, 비례대표 중심 정당>은 다르다. 1인 1표를 모두 적용받게 된다. (※이후에 설명하겠지만, 심지어 ‘다른 정당’의 표도 재배분 받게 된다.)

◇지역구 판세와 권역별 의석수 예측

[표 4]는 현재 민주당과 한국당을 중심으로 하는 지역별 의석수 현황이다. 편의상 ‘광역 단위’로 그룹을 나눴다. 민주당은 합계 129석이다. 지역구 116석 + 비례대표 13석이다. 범자유한국당(한국당+새보수+우리공화당)은 합계 118석이다. 지역구 101석 + 비례대표 17석이다.

[표 4] 현재 민주당/범자유한국당/기타 정당, 지역별 의석 현황


4·15 총선은 두 달 남았기에, 세부적인 의석 전망을 하기는 어렵다. 다만 지역별 여론지형을 고려한 ‘경향적’ 예측은 가능하다.
현재 민주당의 지역구 의석수는 2016년 총선, 2018년 지방선거 당시 재보선 결과까지 포함된 것이다. 당시에는 민주당에 ‘유리한’ 정치 상황이었다. 그러나 지금은 달라졌다. 지역별 여론지형을 고려한 민주당의 의석수 예측은 대략 아래와 같다.

1) 호남권(6석/ 소계 28석)
-현재 기타 정당/무소속이 차지한 22석 중 상당 부분을 민주당이 되찾아올 가능성이 높다.
2) 영남권(12석/ 소계 65석)
-현재보다 마이너스가 될 가능성이 높다.
3) 충청권(15석/ 소계 27석)
-현 수준을 유지하거나, 약간 줄어들 가능성이 높다.
4) 서울(35석/ 소계 49석)
-현재보다 마이너스 가능성이 높다.
5) 경기/인천(44석/ 소계 73석)
-현재보다 마이너스 가능성이 높다.

※강원 8석, 제주 3석을 합쳐 지역구는 총 253석임.

종합해보면, 민주당은 호남에서 약 20석 내외를 얻고, 영남/충청/서울/수도권에서 15~35석이 줄어들 것으로 보는 전문가들이 많다. 민주당은 현재 지역구 의석수 116석을 ‘현상 유지’하는 것도 버거운 상황이다.

◇가상 시뮬레이션: 지역구+연동형 비례제를 감안할 경우
민주당 전체 의석수는?

민주당이 정당투표 40%, 지역구 120석을 얻는다고 가정하자. 이는 실제로는 정당투표와 지역구 모두 ‘넉넉하게’ 가정한 셈이다. 또 다른 중요한 가정은, 민주당은 ‘비례민주당’을 만들지 않고, 자유한국당은 ‘비례자한당(미래한국당)’이 있다는 점이다. 선관위에 등록한 비례자한당의 정식 명칭은 ‘미래한국당’이지만, 이해의 편의를 위해 ‘비례자한당’으로 명칭을 통일한다. 이 경우 시뮬레이션에 입각한 예상 의석수를 추론해보자. 결과는 [표 5]와 같다.

[표 5] 전제 조건: 민주당 지역구 120석, 정당투표 40% 가정

민주당은 지역구에서 120석을 얻는다고 가정한다. 민주당의 현재 지역구는 116석이다. 지금보다 ‘4석 추가’를 가정한 것이다. 민주당의 정당투표 득표율은 40%로 잡았다. 이 경우 ‘연동형’ 비례 30석 가운데 배분 받을 의석은 0석이 된다. ‘병립형’ 비례 17석에 한해 40% 득표가 계산되어 6.8석(=7석)만 받는다.

반면 ‘비례자한당’도 민주당과 똑같이 정당투표 40%를 받았다고 가정하자. 비례자한당은 지역구 당선자가 1명도 없다. 그래서 비례자한당은 ‘연동형’ 30석에서 의석 배분을 온전히 받게 된다. 비례자한당이 정당득표율 40%를 얻을 경우, ‘연동형’ 비례 30석 중에서 20석을 배분받는다. 그리고 ‘병립형’ 17석 중에서 또 다시 6.8석을 배분받는다.

민주당과 비례자한당은 정당득표율이 똑같이 40%다. 그러나 결과는 완전히 딴판이다. 민주당 비례의석이 7석(6.8석)인 반면, 비례자한당 비례의석수는 27석(20석+7석)이 된다. 결국 위성정당을 가진 한국당과 그렇지 못한 민주당 사이엔 20석만큼 격차가 발생한다.

◇ ‘연동형의 마법’: 비례자한당, 정의당 혜택
     민주당 정당투표 1표, ‘골고루’ 배분 당해

이제 ‘연동형 마법’의 작동 원리를 살펴보자. 민주당 정당투표 40%는 7석(6.8석)밖에 안 되는데, 왜 비례자한당 정당투표 40%는 27석(20석+6.8석)이나 되는가? ‘20석의 격차’는 왜 발생하는가?

그 이유는 민주당에게 찍는 <정당투표 1표>는 비례 47석 전체에 적용되는 게 아니라, ‘연동형’ 30석은 사표(死票)가 되고, ‘병립형’ 17석에 대해서만 적용되기 때문이다. 즉 <민주당 찍는, 정당투표 1표>는 47석 중 17석에만 유효표이다. 비율로 치면 (반올림해서) <1인 0.4표>이다. 그럼, 민주당을 찍었던 <나머지 0.6표>는 어디로 가게 될까?

민주당의 <나머지 0.6표>는 민주당 입장에서는 사표(死票)가 되지만, 연동형 의석을 배분받는 다른 정당 입장에서는 민주당으로부터 ‘이전 받는’ 표가 된다. 민주당의 0.6표는 전체 유효표를 분모(分母)로 하고, 해당 정당의 득표 비율을 분자(分子)로 해서, 다른 정당에게 ‘재배분’된다.(=즉, 이전된다.)

[표 5]의 경우, 비례자한당이 40%, 정의당이 15%를 각각 받고, 안철수당(黨)이 5%를 받았다. 이들의 합계는 60%이다. 민주당의 득표율은 40%(=0.6표)였다. ‘연동형’에 한해 민주당 40%(=0.6표)는 사표가 된다. 그리고 <민주당의 나머지 0.6표>를 3개 정당이 ‘유효득표 비율만큼’ 재배분 받게 된다.

(민주당의 0.6표를) 비례자한당이 40/60만큼, 정의당이 15/60만큼, 안철수당이 5/60만큼 재배분 받게 된다. 즉, 비례자한당이 0.4표, 정의당이 0.15표, 안철수당이 0.05표를 가져가게 된다. 이를 정리하면 [표 6]이다.

[표 6] 민주당에게 찍는 ‘정당투표 1표’는 각 정당에 어떻게 배분될까?


결국, 2019년 연말에 통과된 연동형 비례대표제의 본질은 ‘지역구 중심 정당’의 표를 ‘비례중심 정당’으로 재배분을 통해 이전시키는 것이었다. 그런데 최종 통과된 연동형 비례대표제는 <민주당에게 찍는 정당투표 1표를, 여러 정당이 나눠 먹는> 구조를 갖는다. 민주당에게 정당투표 1표를 찍으면, 0.4표는 민주당으로 가고, 0.4표는 비례자한당으로, 0.15표는 정의당으로, 0.05표는 안철수당으로 가는 셈이다. 어찌 보면 민주당 1표 안에서 다당제가 구현되는 모양새다.

<지역구 중심 정당>에 찍는 정당투표 1표는 사표(死票)의 크기만큼 ‘경쟁 정당’에 자기 표를 나눠주는 구조를 갖는다. 혹자는 이를 두고 ‘홍익인간’의 정신이 실현되는 선거법 혹은 ‘자선사업 선거법’이라고 비꼰다. 가상 시나리오를 보면 결코 과장된 표현이 아니다.

연동형 비례대표제가 아니라도, ‘지역구’에서 자유한국당이 원내 1당이 될 가능성도 높다. ‘연동형 마법’은 자유한국당의 과반을 더욱 유력하게 도와준다. 게다가 그 방법이 ‘민주당을 찍는 정당투표 1표’를 비례자한당이 ‘재배분 받는’(=이전 받는) 방식을 통해서다.

누가, 지난해 말에 통과된 ‘선거법’을 정치개혁, 선거개혁이라고 말했는가? 유권자의 투표결과가 이렇게 왜곡되는데 말이다. 

※ [보론] 자유한국당이 ‘비례후보’ 안 내면 투표용지에서 사라지고, <비례자유한국당>만 남게 됨.

최병천 필자/ 前 국회의원 보좌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