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 인재 발탁 약속 지키려면
과감한 상징적 인사가 필요하다

"주변에 여성 인재가 있다면 적극 추천해 달라."  문재인 대통령은 진작부터 만나는 사람들에게 이렇게 주문했다고 한다. 문재인정부는 ‘여성 인재 채용 확대’를 대선 공약으로 내걸었다. 상징적이거나 정치적인 자리가 아니라 실질적인 여성의 역할 확대를 추구해왔다. 사실 균형인사와 다양성 확보는 선택의 문제가 아니다. 정부· 공공부문 여성인재의 등용 및 발탁 확대는 이제 거스를 수 없는 대세가 됐다.

문 대통령의 공약과 실천은 비교적 일관돼 있다. 민간 분야로 이 흐름이 확산되는 것도 중요하다. 여성들은 아직 부족한 실정이라고 하지만, 반대쪽에서는 '페미 정부'라고 공격하거나 20대 남성 지지층 이탈을 불러온 요인이라고 주장한다.

여성 인재 발탁 정책에 대한 문재인정부의 현재와 미래를 짚어본다. 실제로 여성 인재가 얼마나 등용됐는지, 민간 기업의 제도적 보완 방안은 어디까지 진전됐는지, 국내외 참고할 사례는 무엇인지 살펴봤다.

문재인 정부, 여성 인재 등용
역대 정부 중 최고 비율

‘실질적 성평등 사회 실현’은 문재인정부의 100대 국정과제 중 66번째다. 그 중 '여성대표성 제고' 과제는 여성 인재 발탁 확대에 해당된다. 공공부문의 관리직 공무원, 공공기관 임원과 관리자, 군, 경찰 등에 여성 진출을 대폭 확대시키고자 5개년 계획을 운영한다는 것이다. 성평등 의식문화 확산도 과제로 포함했다.

2017년 5월10일 대통령 취임 후 여성 인재 확대조치는 곧장 시작됐다. '행정논총'(제56권 제3호. 2108.9)의 '정무직 공무원의 균형인사' 논문(강혜진‧김병섭)에 따르면 역대 정부 장차관급 정무직의 여성 비율은 전체의 3.33%에 불과했다. 5%를 넘은 때는 노무현정부, 박근혜정부뿐이었다. 그것이 문재인정부의 2017년 첫 조각 당시 13.7%로 치솟았다. 그 중 여성 장관 비율을 보면 2017년 초대 내각에서 국무총리를 제외한 장관(국무위원) 18명 중 5명이 여성이었다. 비율로는 27.8%. 지난해 8월9일 개각에도 여성 장관이 5명으로 27.8%를 유지했는데, 추미애 법무장관이 취임하면서 33.3%(6명)를 달성했다.

‘최초’ 타이틀 단 여성 장차관들
강경화, 유은혜, 김현미, 박영선 등

여성‧가족‧아동‧문화예술 등 전통적인 '여성 몫' 장관만으로는 달성할 수 없는 수치다. '과연 여성이 할 수 있겠느냐'부터 '해당 분야에 여성 인재가 있느냐'는 두 개의 질문에 답하는 인사였다. 숫자가 늘면서 질적인 변화도 나타난 것이다. 덕분에 문재인정부의 내각 여성 장관 중에는 ‘최초’가 많다.

강경화 외교부 장관은 사상 첫 여성 외교부 수장이고, 유은혜 장관은 첫 여성 사회부총리(교육부 장관)이며, 김현미 장관은 첫 국토부 장관이다. 박영선 장관은 첫 중소벤처기업부 장관이 됐다. 중소기업청 시절로 거슬러 가더라도 첫 여성 수장이다. 조성욱 공정거래위원장도 첫 여성 위원장이고, 차관급에서는 박춘란 현 국가공무원인재개발원장이 교육부 첫 여성차관이다. 전통적인 여성 분야에만 등용하지 않고, 분야를 확대했기 때문에 유독 ‘최초’ 타이틀이 많은 것이다. 유은혜, 추미애, 박영선, 김현미 4명의 현역 국회의원이 정부 주요 부처를 동시에 이끌고 있는 것도 최초라면 최초라고 할 수 있다.

청와대 비서진 여성 인재 등용
‘상징적 인사’ 비해 비율은 아쉬움

문재인 대통령은 취임 당시 비서실과 안보실을 3실장·12수석·49비서관 체제로 개편했다. 참모진은 국회 인사청문회를 거치지 않는 만큼, 대통령 인사권의 운용 폭이 보다 넓다. 그러나 여성비율 자체는 내각에 못 미쳤다.

2017년, 임종석 비서실장 당시의 비서실엔 수석 및 비서관급 9명이 여성이었다. 당시 여성 참모는 인사수석(조현옥), 과학기술보좌관(문미옥) 등 수석 2명과 제2부속(유송화) 시민사회(김금옥), 뉴미디어(정혜승), 해외언론(신지연), 균형인사(신미숙), 기후환경(김혜애), 여성가족(은수미) 등 비서관 7명이었다. 실장급은 논외로 하더라도 수석‧비서관 61명 중 14.7%에 해당한다. 임기 초 정무직 13.7%라는 통계와 얼추 비슷한 수준이지만 여성장관 30% 목표와는 차이가 크다.

여성 비율은 기대에 못 미쳤지만 인사수석과 과기보좌관을 여성으로 발탁해 화제가 됐다. 상징적인 자리를 여성이 맡음으로써 여성 인재 등용에 대한 의지를 확실히 보인 것이다.
특히 인사 분야 여성 등용이 눈에 띈다. 인사수석은 2대째 여성(김외숙)이 발탁됐고, 균형인사비서관도 3대째 여성(신미숙 권향엽 김미경)이 맡으며 여성 인재 발탁 활동을 하고 있다. 신지연 비서관이 해외언론→제2부속비서관을 거쳐 대통령을 지근거리에서 보좌하는 제1부속비서관에 발탁된 점도 눈에 띄고, 수석급인 과학기술보좌관(문미옥, 이공주)도 줄곧 여성이 맡고 있다.

2020년 1월 현재 여성 수석‧비서관은 8명으로 다소 줄었는데, 고민정(대변인)‧유송화(춘추관장) 비서관의 총선 출마를 위한 사퇴로 생긴 공백인 만큼 여성 비율은 다시 회복될 것으로 보인다.

軍과 외청, 위원회
첫 소장·원장 잇따라 배출

지난해 11월, 창군 이래 여성 최초의 ‘투 스타(소장)’ 진급자가 탄생했다. 육군 항공작전사령관에 발탁된 강선영 소장(항작사령관)이다. 지난 29일에는 정의숙 국군간호사관학교장과 김주희 육군정보처장 등 여성 2명이 준장 진급을 했는데 김주희 처장은 군 정보병과 사상 첫 여성 장군이다.

2018년 8월, 양향자 더불어민주당 전국여성위원장(전 삼성전자 상무)은 27명의 남성 원장 이후 첫 여성 공무원인재개발원원장이 됐고, 그 후임도 여성(박춘란)이 이어갔다. 피우진 전 국가보훈처장은 첫 여성 보훈처장이었다.

문재인 정부는 각급 정부위원회에도 여성 참여를 늘려왔다. 내부적으론 위원회 위원 중 ‘여성 40% 이상’이란 목표가 있다. 특히 3·1운동 및 임시정부 수립 100주년 기념사업추진위원회(위원장 한완상)는 절반이 여성이었다. 임정 100년을 기념하는 업무에 남녀동수라는 상징성을 갖추고자 했다. 청와대는 인사 원칙을 허물지 않는, 즉 여성에게 과도한 특혜를 주지 않는 선을 지키면서도 남녀동수 위원구성을 실현하기 위해 상당한 공을 들인 걸로 알려졌다.

“임기 내 남녀 동수 내각 실현”
문 대통령 ‘언행일치’ 지켜질까

문 대통령은 말와 행동의 일치를 중시하는 스타일이다. 생각을 충분히 다듬어서 말하므로 순발력과 화제성은 떨어지는 대신 일관성이 있다. 이런 관점에서 문재인 정부의 여성 인재 발굴과 채용 우대, 고위직 진출 확대는 문 대통령의 언급이 곧 바로미터가 된다.

문 대통령은 대선 후보이던 2017년 4월21일 한국여성단체협의회 ‘성평등정책 간담회’에서 “정권 출범 후 남녀동수 내각은 당장 힘들겠지만 여성 장관 비율을 30% 수준에 맞출 것”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임기 내 최종적으로 남녀동수 내각을 실현하겠다”고 다짐했다.

문 대통령은 특히 고위직의 여성 진출뿐 아니라 사회 전반에 여성이 일하기 좋은 환경을 만드는 데까지 가야 한다는 점을 분명히 인식하고 있다. 문 대통령은 ‘성평등정책 간담회’에서 “임금 격차는 비단 남녀만의 문제가 아니라 정규직과 비정규직, 대기업과 중소기업 등 여러 격차 문제 중 하나”라며 “특히 여성은 비정규직과 중소기업에 많이 종사하는데 사회 전체적인 임금 격차를 해결하는 방향으로 가야 한다”고 밝혔다.

처음 대선에 도전했던 2012년 정책문답집 <사람이 먼저다>에서는 이렇게 말했다.

"여성들이 사회로 나아가는 데에는 사회의 구조나 제도는 물론이고 여성의 역할에 대한 인식 때문에 많은 장벽이 있는 것이 사실입니다. 그리고 어렵게 사회 진출을 하고 직장을 잡았다 해도 여성과 남성, 남성과 여성 사이의 격차는 여전히 깊습니다. 남녀 간의 임금 격차와 여성 저임금 비율이 OECD 국가 중 1위라는 불명예가 이를 잘 말해주고 있습니다."

"특히 우리 사회에는 가부장적 사고방식이 많이 남아 있습니다. 많은 가정에서 가사와 육아를 거의 여성들이 전담하고 있습니다. 이중, 삼중의 노력을 하면서 직장 생활을 계속해도 승진은 어렵기만 합니다. 실제로 공공부문이나 민간 기업에서 여성들이 관리직에 오르는 것은 참으로 어려운 일입니다. 이러한 장벽들을 낮추고 없애기 위한 정부 차원의 정책과 지원이 시급합니다."

여성 인재 등용 현실과 한계
인재 풀 부족, 대표성 논란 계속

앞서 살펴본 대로 문재인 정부는 여성장관 30%를 지켜오고 있다. 그 외 정무직, 각종 정부위원회에 여성 비율도 중요한 목표다. “그럼에도 현실은 간단치 않았다”고 복수의 전·현직 청와대 관계자들이 입을 모은다.

단편적 사례를 살펴보자.

#1  주요 부처의 한 국장급 여성은 사무관으로 공직에 입문했을 당시 “여성이 왔다”면서 전 부처 직원들이 자신이 소속된 부서를 다녀갔다고 한다. ‘구경’을 왔다는 것인데 지금으로선 금지되고 처벌받을 수도 있는 아찔한 장면이다. 그 당사자들이 중간 관리자로 살아남아야 비로소 승진시킬 수 있으니 여성 인재 풀이 그만큼 좁다는 방증이다.

#2  실제로 인사 담당자들은 장관, 차관, 산하기관장 등에 여성을 발탁하려 해도 고위급에 근접한 여성 풀 자체가 적다고 토로한다. 특정 전문영역에 여성을 뽑으려면 해당 분야를 바닥까지 샅샅이 훑어야 하는 경우도 있다.

#3  청와대 수석급 회의에서 인사수석은 종종 자신의 분야가 아니라도 ‘여성 입장에선 어떤가’, ‘여성들의 반응은 어떨 것 같냐’는 발언 요청을 받곤 했다. 여성의 목소리를 듣고 싶은데 인사수석이 유일한 여성 수석이기 때문이다.

#4  고위직이나 정무직에 바람직한 여성인재 비율은 어느 정도일까. 이른바 대표성 논의가 있다. 세상의 절반이 여성이니, 고위직 숫자도 이를 반영해야 한다는 것이다. 문재인 정부는 여성 장관 30%, 정부위원회 위원 40% 이상이라는 내부 목표를 갖고 있는데, 이전 정부들에 비해 획기적이지만, 이것도 자의적 기준이라는 지적이 있다. 인구 구성비, 공무원 숫자 대비로 밸런스를 생각한다면 더욱 그렇다.

5년 전인 2015년만 해도 국가공무원 63만7654명 중 여성은 31만5290명으로 49.4%, 사실상 절반이다. 그럼에도 고위공무원, 정무직에 이르는 길에선 기울기가 일정한 ‘피라미드’보다는 올라갈수록 끝이 뾰족해지는 ‘에펠탑’처럼 고위직에 오르기가 어려웠다.

앞서 강혜진‧김병섭 교수의 논문은 "공직 참여 및 공무원의 채용·보직관리·승진·포상·교육훈련 등에서 여성과 남성에게 평등한 기회를 보장하도록 하는 양성평등기본법의 취지에 따라 정무직의 여성 비율을 빠른 시간 안에 20%까지 확대할 필요가 있다”고 제안했다.

유리천장보다 유리벽이 더 두터워
경력단절, 역차별부터 극복해야

추미애‧김현미·박영선 등 여성 장관들은 저마다 ‘최초’의 역사를 써왔다. 뒤집어 말하면 이들이 지금 위치까지 오기가 그만큼 힘들고, 본보기로 삼을 선배도 부족했다는 뜻이다. 선출직 공직자 여성비율도 여전히 낮다. 양향자 전 공무원인재개발원장은 고졸로 악착같이 일하고 공부해 삼성전자 상무가 된 뒤 정계 입문했다. 그는 민주당 입당 기자회견문에서 "후배들에게 나처럼 살라고 하고 싶지 않다"고 말했다. 모든 여성이 ‘신화’를 쓸 수는 없다.

제도적인 한계, 인재풀 부족보다 무서운 것은 국민적·사회적 인식이다. RBG라는 이니셜로 알려진 루스 베이더 긴즈버그 미 연방대법관. 그는 9명 정원인 대법관 중 이상적인 여성 숫자가 몇 명이냐고 물으면 이렇게 답한다.

“아홉 명(전부)입니다.”

남성이 전부였을 땐 세간에서 아무 문제제기도 없었는데, 여성은 몇 명까지 괜찮으냐는 질문 자체가 이상하지 않느냐는 거다. 긴즈버그 특유의 “나는 반대한다” 스타일 답변이다.

국내에도 특정 직군, 특정 분야의 여성 역할 규정은 당연한 것으로 여긴다. 여성 선출직도 여전히 부족하다. 국회의원은 광역기초단체장보다 사정이 나은 편이다. “여자가 시장에 출마하느냐”는 말을 들은 여성 광역단체장 후보도 있다.

여성 인재를 발굴, 육성하려는 정부 계획이 남성 역차별 아니냐는 관점은 무엇보다 큰 장벽이다. 여권(與圈)에선 “지금 당장은 역차별이지만 과거부터 이어져 온 상황을 해소하려면 역차별이라도 해야 겨우 균형점을 찾아가지 않겠느냐”는 인식을 보인다. 일견 역차별로 보이는 일이 사실은 매우 공정한, 기존의 오래된 불공정을 바로잡는 일이라는 설명이다. 맞는 말이지만, 설득력보다는 당위성에 치우친 면도 있다. 자칫 이 시대 최고 화두인 ‘공정’과 배치되는 걸로 들릴 수 있다. 머리 위 ‘유리천장’과 동시에, 좌우에서 같이 일하는 동료들의 인식, 즉 ‘유리벽’을 깨는 것도 시급하다.

여성발탁을 위한 4가지 대안

문재인정부의 여성 인재 등용이 아직도 부족하다는 관점에서 보면, 정부와 정책결정자들은 여전히 낙수효과(트리클 다운)에 기대를 걸고 있는 모양새다. 공공부문이 앞장서면 자연히 사회 전반에 이런 분위기가 확산되고 민간도 따라올 것이라는 믿음이다. 그러나 정부나 정권, 정치지도자의 '선의'에만 기대지 말아야 한다는 것은 권력기관 개혁이나 여성 발탁 확대나 마찬가지다. 제도 개선에 힘을 쏟아야 한다.

1) 의사결정구조에 여성 참여를 제도화하자(젠더 할당)
공공부문 일부 단위에서 남녀 동수가 실현되기도 했다. 그러나 현실적 제약 등을 고려하면 ‘절반’이 당장 손에 잡히진 않는다. 그에 앞서 적어도 의사결정 구조에 여성이 반드시 포함되도록 하는 것이 시급하다. 이미 제도화도 진전되고 있다.

1월 9일 국회는 자산 2조 원 이상 상장기업이 특정한 성별로만 이사회를 구성할 수 없게 한 법안을 의결했다. ‘자본시장과 금융투자업에 관한 법률’에 제165조의20을 신설했다. 민간에 이른바 ‘젠더 할당’을 법제화한 건 처음이다. 더불어민주당 최운열 의원이 개정안을 대표 발의했고, 논의가 난항을 겪자 민병두 정무위원장도 적극 나섰다.

이사회 구성은 시장과 해당 기업에 맡길 일이고, 민간의 자율을 법으로 옥죄면 안 된다는 비판도 가능하다. 그러나 기업 효율성 측면에서도 다양성의 가치는 국내외에서 증명되고 있다.

2) 다양성 보고서의 범위를 확대하자
구글, 페이스북 등 굴지의 글로벌 기업들은 자사 구성원의 성별 비율, 인종 구성비 등을 리포트로 만들어 공개한다. 이른바 다양성 보고서다. 국내에도 정부나 공공기관부터, 일정 규모의 대기업, 나아가 전체 민간 기구까지 다양성 보고서 작성과 공개를 권하고, 필요하면 의무화하는 방안을 생각할 수 있다.

정혜승 전 청와대 디지털소통센터장(뉴미디어비서관)은 “이렇게 다양성 현황을 공개하는 것은 개선을 모색하는 기반이 된다”고 지적했다.

(참조 사이트)  https://brunch.co.kr/@manya/18

3) 임금격차를 공개하자(임금분포 공시)
공공기관, 민간기업의 다양성을 공개하고 확인하는 차원에서 임금분포 공시제 도입 또한 국회에서 논의 중이다. ‘임금분포 공시제’란 고용형태, 성별뿐 아니라 직종·직급·직무에 따른 임금분포 등을 공시하는 것이다. 이를 통해 성별·직급별 임금차별을 해소, 완화하자는 취지다.
(신동윤 박사, 국회입법조사처 이슈와 논점 ‘임금분포공시제의 쟁점과 과제’, 2019. 7. 5)

신동윤 박사의 ‘이슈와 논점’에 따르면 영국, 오스트리아, 스위스 등 몇몇 나라가 임금분포 공시제를 시행하고 있다. 영국에서는 2010년 평등법(Equality Act 2010) 제78조 젠더 임금격차 정보(Gender PayGap Information)와 이 조의 위임으로 제정된 2개의 시행령을 근거로 임금격차를 공시하고 있다.

4) 선출직 비율을 확대하자(할당)
문재인 정부 출범 1년을 갓 지난 2018년 5월 23일, 일본에선 ‘정치 분야에서의 남녀공동참여 추진에 관한 법률(政治分野における男女共同参画の推進に関する法律)’이 제정됐다. 공직선거에서 후보자 수를 ‘가능한 한 남녀 균등’이 되도록 각 정당에 촉구하는 내용을 담고 있어서 이른바 ‘후보자 남녀균등법’이라고 한다.
(김유정 입법조사관보, 국회입법조사처 이슈와 논점 ‘일본의 공직선거 후보자 남녀균등법 제정배경과 주요 내용, 2018. 7. 3)

김유정의 연구에 따르면 세계의회연맹(IPU) 자료를 기준으로 여성의원 비율이 높은 상위 20개국 중 여성의원 또는 여성후보자 할당제는 쿠바, 핀란드를 제외하면 모두 도입했다. OECD 회원국(35개국) 중 29개국이 공직선거에서 여성할당제를 실시한다. 물론 나라마다 방식은 다르다. 여성 의석 또는 여성후보자를 할당하는 걸 헌법과 법률에 담는 법제화-의무화 방식이 있다. 정당이 자발적으로 후보자 일정비율을 여성으로 채우는 방식도 있다. 우리나라도 각 당에서 비례대표 1번을 포함, 홀수는 여성으로 채운다.

경력 단절 막을 커리어 관리 필요
보다 과감한 상징적 인사를 해야

마땅히 여성 인재 발탁은 확대돼야 한다. 그러나 없는 인재풀에서 쥐어짜듯 여성 인재를 발굴해야 하는 현실이 계속된다면 앞서 살펴본 논란도 극복할 길이 없다. 고위직 몇 명만 상징적으로 채운다고 구조가 바뀌진 않는다. 요컨대 여성 인재 발탁 정책의 방향은 ‘고위직에서 저변으로, 공공에서 민간으로, 의지에서 제도로’ 세 방향으로 요약할 수 있다.

정부만의 여성 우대가 아니라 세상의 밸런스

특히 상하 양방향 동시 추진이 중요하다. 정부로선 고위직 여성 진출 확대가 물론 긴요할 것이다. 그러나 이 고위직이 중간간부급에서 육성, 충원돼야 한다고 보면 애초에 그 중간간부들은 어디서 오느냐는 의문이 남는다. 임신, 출산, 육아, 교육 등 여성의 커리어를 위협하는 경력단절 요소가 여전히 크고 강하다.

공공부문이든 민간이든 여성임원을 키우자면 중간간부부터, 중간간부가 되자면 애초 여성이 경력을 시작할 때부터 커리어 관리가 필요하다. 이를 위해 정부가 유리천장으로 대표되는 장애물을 치워주는 역할을 적극적으로 해야 한다. 즉 정부의 여성인재 발탁 기조는 여성이 일하기 좋은 환경이라는 정책 목표와 함께 가야 한다.

비서실장, 국방장관, 남녀동수 내각은 가능?

그럼에도 대통령의 의지로 할 수 있는 상징적 조치들이 더 있다.
여성 대통령비서실장은 어떨까. ‘여성 고위직’에 대한 정부와 민간의 인식을 단박에 뒤집는 파격 중의 파격이 될 수 있다. 당장은 아닐지도 모른다. 그러나 문 대통령 임기 내 어느 시점이라도 여성 비서실장이 탄생한다면 역사상 한 획을 그을 것이다. 대한민국은 여성 대통령을 경험했으면서 아직 한 번도 여성 비서실장은 존재하지 않았다. 상징적이면서, 또 비서실장의 위치와 역할을 볼 때 실질적인 파급효과도 기대된다.

여성 국방장관 발탁도 제안한다. 국방장관이야말로 남성의 영역이라는 오래된 인식을 깰 수 있다. 유럽에서 여성 국방장관은 드물지 않다. 물론 한반도 특유의 안보 현실은 변수다. 현재로서 여성 발탁 시 문민 국방장관 콘셉트가 유력하다. 하지만 앞으로 여성 고위 장성이 배출된다면 군 장성 출신이 가는 여성 국방장관도 가능할 것이다.

이를 통해 문 대통령 스스로 약속했던 임기 내 남녀동수 내각을 이룰 수 있다. 이상적으론 여성장관을 30%에서 시작해 점차 50%까지 늘려가겠다는 것이었다. 임기 중반을 지난 지금 30%를 지키는 상황도 쉽지 않겠지만 그렇다고 불가능한 것은 아니다. 현재 남성 장관 3명만 여성으로 바꾸면 18명 중 절반인 9명이 된다. 캐나다의 남녀동수 내각, 핀란드의 여성 내각은 우리에게도 다가올 미래가 아닐까.

김성휘 / 머니투데이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