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일 영국대사관 제공>

영국이 이달 말 유럽연합(EU)에서 탈퇴하는 브렉시트(Brexit)를 결행한다.
1월 18일자 아사히신문은 데이비드 레이놀즈(David Reynolds·68세) 캠브리지대 명예교수와의 인터뷰로 한 개 면을 채웠다. 그는 20세기 외교사 전문가로 손꼽힌다.

그런데 이 기사를 보는 필자의 뇌리에는 영국보다 일본의 ‘섬나라 근성’이 더 강력하게 떠올랐다.

일본 오피니언 리더 사이에는 요즘 혐한·혐중 심리, 아베노믹스의 위험성, 트럼프에게 휘둘리는 아베 외교에 대한 비판 심리 등이 엿보인다. 이것 역시 일본인의 ‘섬나라 근성’이 낳은 결과물이 아닐까 싶다. [편집자]

1월 18일자 아사히신문은 레이놀즈 교수 인터뷰의 취지를 이렇게 설명한다.
“영국이 오는 31일 유럽연합(EU)에서 이탈한다. 격변하는 것은 영국과 EU의 관계만은 아니다. 또 하나의 연합, 즉 연합왕국인 영국(United Kingdom of Great Britain and Northern Ireland) 자체도 (해체) 위기를 맞고 있다.”

영국을 대표하는 역사가 중 한 명인 레이놀즈 교수는 영국의 브렉시트 결행 배경에 대해 “잉글랜드인의 ‘섬나라 근성’이 깔려 있다”고 말했다. 영국은 크게 그레이트 브리턴 섬과 아일랜드(지금은 그 북쪽 일부) 두 개의 섬으로 구성돼 있는데, 그가 말하는 ‘섬나라 근성’은 브리턴 섬 대부분을 차지하고 인구도 전체의 85%가 집중돼 있는 잉글랜드인의 근성을 가리킨다.

레이놀즈 교수는 영국의 섬나라 근성의 역사와 성격을 제2차 세계대전이란 변수로 설명했다.
“1940년대 히틀러의 침공으로 프랑스는 함락됐지만 우리는 침략을 받지 않았다. ‘유럽 대륙은 괴멸했으나 우리는 고루(孤壘: 외로운 보루·성채)를 지켰다.’ 이 스토리를 윈스턴 처칠이 강조했고 그 뒤에 만들어진 영화도 이를 증폭시켰습니다. …… 말하자면 자신들의 차이를 강조하는 영국의 아이덴티티로서의 ‘섬나라 근성’은 2차 대전 후에 강화된 것입니다.”

인터뷰어(interviewer)인 구니스에 노리토(国末憲人) 아사히신문 유럽총국장이 “일본도 섬나라”라고 얘기하자 레이놀즈 교수는 이렇게 말한다. “일본도 다른 아시아와는 다르다는 강한 의식을 품고 있지요. 일본에 갔을 때 누군가가 ‘우리는 아시아의 일부가 아니다’라고 얘기하는 것을 들었습니다.”

EU에서 탈퇴하는 잉글랜드
‘우린 아시아가 아니다’는 일본

묘하게도, 위의 얘기를 영국 대신 일본으로 이렇게 바꿔 놓아도 별로 어색하지 않을 것이다.
“근대에 구미(歐美)의 침공으로 아시아는 함락됐지만 일본은 침략을 받지 않았다. 아시아 대륙은 괴멸했으나 우리는 고루를 지켰다. 이 스토리를 패전 뒤에도 살아남은 일본 보수우익들이 되살렸고 그 뒤에 만들어진 영화도 이를 증폭시켰다. 말하자면 자신들의 차이를 강조하는 일본의 아이덴티티로서의 섬나라 근성은 2차 대전 뒤에 강화된 것이다.”

2차 대전 승전국인 영국과 달리 패전국인 일본의 우익들은 패전 이전의 자국 근대사를 처칠의 그것과 꼭 같은 수사로 자화자찬하면서 독자성과 우월성이라는 망상에서 여전히 빠져나오지 못하고 있다. 최근의 혐중·혐한 증세 확산에서 보듯 병적 징후를 보이는 그 이상심리는 갈수록 심해지고 있다. 이런 증세 악화가 오랜 동맹국이었던 영국과 일본 두 나라의 위기 내지 그 국민들의 위기의식 심화와 정비례 경향을 보인다는 점도 흥미롭다.

다시 아사히 기사 중 레이놀즈 교수의 이야기로 돌아가 본다.
“영국의 역사를 500년 단위로 보면, ‘위대한 대국’이었던 18, 19세기는 예외입니다. 작은 섬나라인데다 자원도 별로 없으니 쇠퇴하는 게 오히려 정해진 길이었습니다. 해양이 중시되는 시대가 돼 해운과 상업 선단의 발달 덕에 전 세계의 자원을 확보하고 노예의 힘도 빌려 영국은 대영제국으로 성장했습니다. 축적된 부로 산업혁명을 일으키고 19세기 중반에 산업경제 제국이 됐습니다. ‘영국은 위대하다’는 의식은 이런 과정을 거쳐 형성됐습니다.”

이 또한 영국이란 국명을 일본으로 바꾸고 18, 19세기를 19, 20세기로 바꿔 놔도 크게 어색하지 않을 것이다. 레이놀즈의 그 다음 말이 더 결정적이다.
“하지만 이 나라의 사이즈(크기)로 그만한 힘을 계속 유지할 수 있을 리 없습니다. 그 뒤의 영국의 전개 양상을 보면 몰락이라기보다는 원래 제자리(定位置)를 찾아가는 것일 뿐. 그럼에도 ‘세계에서의 지위를 상실했다’는 감정이 남아 있었습니다. 그것을 이용해서 ‘영국을 다시 위대한 나라로’라는 선거 구호를 내세운 이가 마가렛 대처 총리였습니다. 그가 이끈 보수당으로서는 위대함의 상실을 그냥 두고 볼 수 없었을 겁니다.”

다시 한 번 마거릿 대처를 아베 신조로 바꾸고, 보수당을 자민당으로 바꿔 놓으면 어떨까.
이 인터뷰 기사를 정리한 인터뷰어(구니스에 노리토 유럽총국장)가 설마 의도했을 리야 없겠지만, 이 다음의 레이놀즈 교수 얘기도, 일본에 그대로 적용하긴 어렵겠지만, 의미심장하다.

“위대함을 되찾는 것, 그것을 위한 지도자를 갈구하는 절망감이 보리스 존슨 총리에 대한 기대의 배경으로도 작용했습니다. ‘우리는 두려움 때문에 EU에 가맹했다. 강력한 지도자 통솔 아래 이탈하면 다시 위대해질 수 있을 것이다’라는 시나리오입니다. 다만 그런 의식은 영국 중에서도 잉글랜드 특유의 멘털리티입니다.”

존슨 총리는 영국판 아베?

존슨이야 말로 ‘영국의 아베’일지도 모르겠다. 명백한 증거들까지 드러난 갖은 비리와 부패 혐의에도 불구하고 아베 총리의 높은 지지율이 떨어질 줄 모르는 특이한 현상은, 상황은 다르지만 잉글랜드인들의 그런 멘털리티, ‘섬나라 근성’에 비춰 그 까닭을 유추해 볼 수 있지 않을까.

존슨 총리는 브렉시트, 즉 EU와의 결별을 위해 북아일랜드를 EU의 관세와 규제 대상으로 남겨 놓는데 합의함으로써 사실상 북아일랜드를 ‘국외’ 취급했다. 이탈 쪽으로 일로매진한 존슨은 EU와 북아일랜드-아일랜드 경계의 관세문제 등을 먼저 해결해야 했으므로 그것까지 감수했다.

지난해 12월 12일 총선에서 EU와 존슨의 보수당 압승(과반 의석 획득)으로 이달 말 영국의 EU 이탈은 사실상 확정됐다. 그러나 12월 12일 총선에서 북아일랜드는 2016년의 국민투표 때와는 달리 EU에 남아야 한다는 잔류 지지자들(잔류파)이 이탈 지지자들 수보다 더 많았다. 이렇게 되면 그러잖아도 영국 통치 계속파와 아일랜드 통일파로 나뉘어져 있는 북아일랜드는 브렉시트 이후 주민투표 등을 통해 영국으로부터 떨어져 나가 아일랜드와 통합하면서 EU에 남는 쪽으로 갈 가능성이 없지 않다.

북아일랜드만 그런 게 아니다. 스코틀랜드는 이번 총선에서 투표자의 60%가 EU 잔류파를 지지했고, 잔류를 앞세운 스코틀랜드민족당(SNP)은 그 지역 전체 의석수 59석 중 48석을 차지했다. 반면 잉글랜드에서 압승한 보수당의 의석은 스코틀랜드에선 예전 의석의 반 토막이 됐다.

영국에서의 분리 여부를 물은 2014년의 스코틀랜드 주민투표 당시엔 분리 반대가 55%, 분리 찬성이 45%였다. 그런데 그 이후 분리 정서가 수그러들지 않았을 뿐 아니라 그때는 영국에 남아 있으면 EU에도 자동으로 남아 있을 수 있다는 게 분리 반대 심리의 중요한 요소였다. 이제는 거꾸로 영국에 남아 있으면 자동으로 EU에서도 이탈하게 되는 정반대 상황이 됐으니 영국으로부터의 이탈을 바라는 독립파가 그냥 있을 리 없다. EU에 남을 것이냐 탈퇴할 것이냐를 놓고 실시한 영국의 2016년 국민투표 때 잉글랜드·웨일즈는 이탈 쪽, 스코틀랜드·북아일랜드는 잔류 쪽 지지가 더 많았다.

스코틀랜드·북아일랜드
영국 떠날 가능성 커졌다

레이놀즈 교수에 따르면, 1990년대에 영국에선 “두 가지 획기적인 변화”가 일어났다. 하나는 북아일랜드에서 30년간 이어졌던 분쟁에 종지부를 찍은 ‘벨파스트 합의’가 이뤄졌다. 영국 잔류파와 아일랜드 통합파가 서로를 인정하고 권력을 분점하는데 합의함으로써 오랜 분쟁을 끝낼 수 있었다.

그런데 그 평화의 밑바탕이 된 것이 바로 영국의 EU 가입이었다. 스코틀랜드와 웨일즈 등이 그 지역의 정책 결정 권한을 가지려는 의식이 높아지고 주민투표를 통해 자체 의회를 갖게 된 분권 강화도 마찬가지. 다시 레이놀즈 교수의 말을 들어보자.

“모두 EU에 가입했기 때문에 가능해진 일이었습니다. 북아일랜드 평화를 떠받쳐 준 것이 EU의 지원이었습니다. 유럽 통합 자체가 원래 피로 얼룩진 유럽의 국가 간 관계를 협력적인 것으로 바꾸려는 시도였고, 북아일랜드 평화도 그 일환이었습니다. 스코틀랜드 등의 자치권 확대도 EU라는 틀이 있었기에 가능했습니다.”

하지만 그것은 영국 입장에서 보면 영국 중앙정부의 통치권 약화였다. EU 이탈파는 EU와 결별함으로써 그 통치권한을 다시 강화하고, 지역 분권 강화로 농어업이나 에너지 관련 분야의 권한을 지역에 넘기고 관련 예산마저 넘기는 바람에 ‘분권 적자’가 생겼다며 EU뿐만 아니라 스코틀랜드와 북아일랜드에 대해서도 분노를 표시해 왔다.

레이놀즈 교수가 소개한, 영국 보수당원들 대상의 여론조사를 보면, “스코틀랜드나 북아일랜드가 영국에서 떨어져 나가도 상관없다”고 응답한 사람이 무려 63%, 59%나 됐다. 존슨과 보수당, 더 정확하게는 잉글랜드의 다수 유권자들은 북아일랜드와 스코틀랜드가 떨어져 나가더라도 EU에서 탈퇴해 ‘대영제국의 영광’을 되찾자는 데에 의기투합한 것이다. 그게 실제로 가능할까.

레이놀즈 교수의 결론은 이렇다. “영국의 EU 이탈은 두 개의 연합이 맞닥뜨린 위기입니다. 하나는 물론 영국과 EU 관계의 위기. 또 하나는 연합왕국(영국) 자체의 위기입니다.”

영국과 EU 관계의 위기, 영국의 위기는 그 안전보장 틀인 북대서양조약기구(나토)의 위기와 동시진행형 양상을 보이고 있다. “나토는 뇌사상태”라고 한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의 말이 함축하고 있듯이 나토는 기능부전 상태에 빠져 있는 가운데 비용 분담을 둘러싸고 중심축이라 할 미국과 심각한 불화를 겪고 있다.

日 경제 전성기 누린 중·노년층
‘혐한·혐중’ ‘한심한 아베’ 정서 공존

유라시아대륙 동쪽 끝에서도 서쪽 끝처럼, 어쩌면 더 심각한 위기 내지 기성체제의 해체 조짐이 뚜렷해지고 있다.

일본 월간지 <세카이(世界)>에 시사 정세 분석(‘뇌력의 레슨’)을 연재하고 있는 데라시마 지쓰로의 2020년 2월호 글에 ‘7인의 경제인의 혼네(본심)-일본인의 심층심리’라는 작은 제목이 붙은 부분의 얘기가 인상적이다.

데라지마는 지난해 10월 말 한 경제인클럽 식당에서 강연 차례를 기다리며 혼자 식사를 하다 근처 원탁에 둘러앉아 얘기하는 원로 경제인들의 대화를 엿듣게 된다. 80대의 거물 경제인을 좌장 격으로 한 60~70대의 기업경영자 간담회 같았는데, 알 만한 사람들도 있고 그들 중 4명이 SDGs(지속가능한 개발목표) 뱃지를 가슴에 달고 있는 것으로 보아 ‘양식’있는 사람들 모임이라 생각했다고 한다.

데라시마가 지금 일본 기업경영자들의 ‘심층심리’라고 진단하게 만든 그들의 얘기 3가지 중에 첫 번째는 바로 ‘혐한’이었다. 먼저 화제는 “한국은 괘씸하다. 엄중한 자세로 대해야 한다”는 말로 끓어올랐다. 대기업의 한국 지사장을 했을 듯한 사람이 “아무리 한국인이 ‘한(恨)의 민족’이고 일본에 대한 한을 품고 살기로서니 한국인의 국민성을 믿을 수 없다”며 열변을 토했다. 몇 사람이 “단교해야 한다”며 함께 열을 올리자, 좌장 격인 사람이 나무라듯 말했다. “이웃이어서 증오를 증폭시키는 역사를 쌓아온 면도 있지만, 백제 시대부터 도움도 받았다. 조바심내서 좋을 게 없다.”

그들의 두 번째 화제는 “아베노믹스의 위험성”이었다. 마이너스 금리까지 간, 차원이 다른 금융완화의 장기화가 경제를 훼손하고 경영을 왜곡하고 있다는 주장들이 나왔다. “마이너스 금리는 빚을 낸 쪽이 유리하다는 의미에서 경영자의 경제윤리를 해친다”고 좌장이 조리를 세워 의견을 피력했다. 그러나 “차원 다른 금융완화가 주가상승을 가져다주니 뭐, 좋잖아요”라는 얘기로 7인의 얘기는 낙착됐다.

세 번째는 “트럼프에게 휘둘리는 아베 외교의 한심함”이 화제였는데, 무역협정에서 타협하고, 방위 장비품(무기) 사주고, 주일미군 경비 증액을 강요당하고 있는 상황에 대한 초조감들이 토로됐다. 한 사람이 “일본은 아직 독립국이 아냐”라고 하자 거의 전원이 “그래요”라며 공명했다. 그래도 “중국의 강대화”라는 위협에 맞서기에는 “미국에 빌붙어 가는 것 외에 다른 선택지가 없다”는, 참으로 자학적인 분위기가 되면서 어쩐지 애달픈 모양새로 얘기는 끝났다. (※이 대목은 남의 나라 얘기 같지 않다.)

데라시마는 이들 얘기가 레이와(令和)시대 초반의 일본인들의 전형적인 마음풍경이 아니겠느냐며, “매몰(埋沒)상태의 밑바닥을 헤매면서(低迷)도 그것을 안정이라 여기고 싶어 하는 심리”라고 진단했다. 이 날카로운 분석자가 보기에도 ‘혐한’은 철없는 넷우익들의 일탈이 아니라 일본 전성기 때 젊은 시절을 보낸 일본 중·노년층의 일반적 정서다. 그리고 초저금리로 경제 펀더멘탈(기반)이 무너져 가고 있는데도 일본은행(중앙은행)의 국채 매입과 증시 개입으로 실물경제와 무관하게 지탱되고 있는 주가 상승에 만족하는 경제인들의 심리. 미국에 대한 굴종을 비판하면서도 강대해지는 중국이 무서워 미국에 기대려는 자포자기.

日도 ‘안보-미국, 경제-중국’ 추구
동아시아 새 판 놓고 한일 격돌 임박

이것이 일본의 ‘섬나라 근성’이라면, 영국적 ‘섬나라 근성’보다 더 가망이 없다고 해야 하지 않을까. 잉글랜드적 근성은 그래도 뭔가를 해보겠다는 투지라도 있지만, 데라시마가 진단한 일본인의 심층심리는 외부 약자(경쟁자라고 해야 하나)에 대한 원망과 자포자기, 대세 추종으로 요약될 것 같다. 거기에는 과거를 돌아보고 현재를 냉철하게 분석하면서 미래를 전망하는 깊은 성찰과 고민, 혜안은 자취조차 찾아보기 어렵다.

북아일랜드나 스코틀랜드가 떨어져 나가도 좋다는 잉글랜드적 ‘섬나라 근성’과 동일선상에서 비교할 수야 없겠지만, 지난해 여름 한국에 대한 반도체 소재·부품 수출 규제와 화이트리스트 배제로 아베 정권이 얻고자 한 것이 무엇인지가 모호하다.
EU라는 틀은 북아일랜드와 스코틀랜드의 평화와 번영을 가져다 주었다. 그런데 동아시아에서 미일동맹과 한미일 공조가 무너진다면 어떤 일이 벌어질까. 일본을 최대 수혜자로 만들어 주었던 동아시아의 그 틀은 지금 중국의 급부상과 트럼프 정권 등장 이후 ‘아메리카 퍼스트’ 정책으로 크게 흔들리고 있다.

한 가지 분명한 것은 일본이 ‘안보에선 미국, 경제에선 중국’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한꺼번에 잡으려 하고 있다는 점이다. 방위대학 교장을 지낸 이오키베 마코토(五百旗頭眞) 효고현립대 이사장은 이를 두고 “일미동맹 플러스 일중 협상이라는 기본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미일 안보조약은 불멸의 기둥. 아시아와 인도태평양, 세계 평화를 지키고 번영을 보증하는 부동의 기둥”이라고 아베 총리는 지난 19일 미일 안보조약 개정 60주년 기념행사 때 강조했다.

그러면서 2018년 10월 자신의 중국 방문 이후 대중 접근을 강화하고 올해 봄 시진핑(習近平)중국 국가주석의 일본 국빈방문까지 밀어붙였다. 국제무대에서 급속히 힘을 키워가고 있을 뿐만 아니라 최대 교역국이기도 한 중국과의 거래(협상)를 피해갈 수 없기 때문이다.

비슷한 시기에 서울에 올 것으로 보이는 시진핑 주석이 어떤 카드를 들고 올까. 겉으로 보면 미국의 압박으로 지소미아 조건부 연장상태를 유지하고 있고 ‘한미일 공조’도 살아 있는 듯 보인다. 하지만 일본과 한국은 이미 돌이킬 수 없게 된 동아시아 질서의 새 판 짜기에서 살아남기 위해 사투를 벌여야 할 경쟁자로 떠오르고 있다.

레이놀즈의 말을 빌리자면, 이것은 위기상황이다. 위기는 곧 기회일 수 있다. 따라서 이런 변화를 부정적으로만 볼 이유는 없다.


한승동 / 메디치미디어 기획주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