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15 총선은 문재인 정부의 후반을 가늠할 격전지다. 역대 총선에선 야당의 ‘정권 심판론’, 여당의 ‘국정 안정론’이 늘 부딪쳤다. 특이하게도 이번 총선을 100일가량 앞두고선 ‘야당 심판론’이 만만치 않다.

이번 주 ‘금요 집담회’는 총선 제2막을 주제로 진행됐다. 제1막이 ‘조국 사태’와 선거법을 둘러싼 충돌이었다면 제2막은 지역구 출마 공직자의 사퇴 시한 및 출판기념회 마감(1월 16일)을 시작으로 2월 말, 3월 초의 공천 확정까지일 것이다.

이낙연 총리의 종로 출마에 맞서서 황교안 대표가 대항마로 나설 가능성은 거의 없어 보인다. 이 총리가 예컨대 종로에서 당선되고 호남계와 중도 민심을 결집하면 차기 행보에 탄력이 붙을 것이다. 물론 변수는 있다. 당장 엊그제 복권된 이광재 전 강원도지사가 강원도 지역구(7석)와 강원 출신 수도권 유권자의 표심을 움직일 경우 친노·친문 그룹은 대선 후보를 자체 재생산한다는 꿈을 이어갈 것이다.

충청권에는 절대 강자가 없어 역설적으로 자칭 타칭의 차기 주자들이 양산될 전망이다. 호남에서는 일부 전략 공천 얘기도 나오고 있고, TK권에선 박근혜 정서에 도전하는 김부겸과 유승민의 오월동주 같은 운명이 화제다. 자유롭고 솔직한 대화를 위해 역시 필명으로 내용을 전한다. [편집자]


보수·진보 지지기반 재배열 촉각

가오리
4·15 총선을 100일가량 앞둔 지금, 선거 전망을 하기엔 보수 통합, 안철수의 정계복귀, 비례대표 투표 같은 변수들이 아직 남아 있다.

현재로선 더불어민주당이 전체 의석 300석 가운데 120석 안팎을 차지한다는 게 일반적 관측이다. 자유한국당이 비례한국당이라는 ‘변칙 카드’로 비례 의석을 대거 확보할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이 부분에선 ‘이상한 정당’을 바라보는 국민여론이 중요하다. 요즘 정권 심판보다 야당 심판을 해야 한다는 여론조사 결과가 많이 나오고 있는데, 비례한국당 카드가 스스로를 궁지에 몰아넣는 악수(惡手)가 될 수 있다.

전문가들은 이번 총선을 지지 기반의 재배열 선거(re-alignment election)가 될 수 있다고 지적한다. 솔직히 말해 이러한 해석의 포인트는 한국당이 대구·경북(TK)을 제외한 충청과 강원, 부산·경남(PK), 경기도 등 중도 지역에서 거점을 내놓을까 하는 점이다. 이를 우회적으로 표현한 게 ‘리얼라인먼트 일렉션’이라는 단어다.

돌이켜 보면 민주진영이랄까, 진보진영은 1985년 2·12 총선에서 신한민주당 돌풍을 만든 이후 계속적으로 선거를 통해 세력을 늘려왔다. 양김(YS·DJ) 세력은 당시 제1야당의 절반을 차지했으나 곧이어 통일민주당의 창당과 함께 제1야당을 통째로 확보했고, 1987년 대선 및 1988년 총선에서는 민주당과 평민당으로 분당되면서 전체 정치권의 절반 가까이를 차지했다.

1990년 민자-민주-공화당의 3당 합당 이후 야당 세력은 위축되었다. 그러나 민주진보진영은 1992년 총선에서 3분의 1선을 회복했고, 이어 1996년 총선과 1997년 대선에서는 충청계-공화당계와의 합작을 통해 정치권을 다시 양분해, 결국 대선 승리를 거두었다.

2004년 총선에선 민주진보진영이 최초로 제1당을 차지했고, 이후 엎치락뒤치락하다가 최근 2016년 총선에서 다시 제1당의 위치를 확보했다. 정의당과 진보 또는 중도 진영의 다른 당이 따로 존재함에도 그랬다. 이를 거꾸로 보면 골수 보수정당이 1980년대 이후 계속적으로 후퇴하며, 영역 위축을 보여 왔다는 얘기다.

스컬리
4·15 총선에서 성패를 좌우하는 관전 포인트는 두 가지다.

첫째, 보수정당의 선거연합 또는 통합 여부다. 2016년 총선 이후, 한국 정치에서 가장 중요한 변수로 작용하고 있는 것은 보수의 분열이다. 보수의 분열은 박근혜 탄핵에 대한 입장, 친박 세력에 대한 입장이 핵심이다. 박근혜-최순실 국정농단 사태 당시, 탄핵을 지지했던 여론은 82%나 됐다. 자유한국당이 탄핵 반대와 친박의 생명 연장을 꾀한다면, 국민 여론 82%와 싸우는 형국이 유지될 것이다. 요즘 각종 여론조사에서 ‘정권 심판론’보다 ‘야당 심판론’이 1.5배 가까이 더 많이 나오는 이유일 것이다.

둘째, 민주화 이후 역대 선거 결과를 보면, 지방선거와 총선 모두 선거 결과와 가장 상관관계가 높은 요인은 대통령이 ‘집권 몇 년차’인지, 즉 선거 시점이었다. 대통령 임기 1~2년차 선거에서 집권여당이 패배한 경우는 드물었다. 이에 비해 임기 3~4년차 선거에서 집권여당이 승리하는 경우가 드물었다. 2013년 2월에 출범한 박근혜 정부의 2016년 총선 패배, 2008년 3월에 출범한 이명박 정부의 2008년 총선 압승과 2010년 지방선거 패배, 2003년 2월에 출범한 노무현 정부의 2004년 총선 승리와 2006년 지방선거 참패 등이 그렇다.

예외적인 경우가 전혀 없는 것은 아닌데, 2012년 총선이 대표적이다. 당시 총선은 이명박 정부 임기가 만 4년차일 때 치러졌다. 게다가 2010년 지방선거에서 이명박 정부에 대한 심판투표가 분명히 이뤄진 뒤였다. 그러나 2012년 총선에서 집권여당이 과반 의석을 석권하며 승리했다.

그 원인은 두 가지였다. 첫째, 참여정부 경험에 대한 대중들의 불신이 가시지 않은 상황에서, ‘경기 동부(통진당)’의 부상과 김용민의 막말 파동으로 대표되는 야당 불신이 작용했다. 말하자면 ‘야당 심판론’이 작동했다. 둘째, 여야를 통틀어 가장 강력한 대선주자였던 박근혜가 전면에 나섰다. 차기 대선후보의 에너지를 동원해 심판투표의 에너지를 덮은 격이다.

현재 민주당의 이낙연 총리나 한국당 황교안 대표의 에너지는 현직 대통령의 기운을 제압할 수준이 아니다. 당시 대선후보였던 박근혜는 이명박의 과오를 덮을 정도로 파워풀했다. 결국, 올해 총선에서 이낙연과 황교안은 독자적인 중심 변수라고 볼 수 없다. 보조 변수 정도에 불과하다.

그래서 이번 총선의 관전 포인트는 두 가지로 집약된다. 첫째, 2020년 4월 기준으로, 임기 60%(4년차) 시점에서 문재인 대통령에 대한 찬반투표 성격이다. 둘째, 탄핵과 친박 세력을 양대 쟁점으로 하는 보수의 통합과 혁신 여부다.

붉은혜성
이번 선거에서 ‘조용한 혁명’을 겪을 지역이 충청권이다. 아마도 많은 정치인이 차기 출마를 외치며 명멸할 것이고 그런 점에서 이번 총선이 가져올 인적 교체를 압축적으로 보여줄 지역이 충청권 4개 시도(市道)다. 민주당, 한국당, 정의당 모두 대표 주자가 보이지 않는다. 안희정 전 충남지사의 침몰 이후 이 지역은 여야 간에 사실상 무주공산이 되었다. 여권으로 보면 세종특별시를 지역구로 가진 이해찬 대표가 이번에는 출마하지 않는다. 충북의 노영민 청와대 비서실장도 깜짝쇼를 하지 않는 한 출마 가능성이 거의 없다.

여권은 김동연 전 경제부총리를 필두로 전직 장관급, 스타급 전국구 인사를 집중 배치할 계획이다. 양승조 충남지사 같은 광역단체장들은 차기 대권 도전을 시사하며 은연중 자기 당 후보 지원에 나설 것이다.


이낙연 총리의 역할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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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권이 이낙연 총리를 총선의 간판으로 내세우는 건 다목적이다. 이 총리가 우선 차기 리더 가운데 지지도 1위를 달리는데다 호남 결집, 중도 확장 등의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 이 총리가 자신의 정치적 모토(motto)를 ‘실용적 진보’, ‘품격 있는 정치’로 잡은 것을 보면 친노·친문 세력을 벗어나겠다는 의지로도 풀이된다. 황교안 대표가 종로에 나온다면 ‘이·황 대결 구도’ 자체가 전국 판세를 좌우하는 바로미터가 될 수 있다. 물론 황 대표는 자신의 정치 생명을 걸기란 쉽지 않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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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낙연 총리의 종로 출마는, 민주당에게 큰 도움이 될 게 분명하다. 모두가 동의하는 것처럼, 이낙연 총리는 호남을 상징하는 정치인이고, 중도적 안정감을 제공한다. 최근 밝히고 있는 ‘실용적 진보’와 ‘품격 있는 정치’ 역시 적절한 포지셔닝이라고 생각한다.

이번 총선에 국한해서 본다면, 이낙연의 종로 출마로 얻는 가장 큰 효과는 ‘호남 결집’이라고 본다. 이낙연 본인은 종로에서 출마하지만, 결과적으로 민주평화당, 대안신당 후보와 경쟁하게 될 호남지역의 민주당 후보들에게 표를 보태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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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재로선 이낙연 총리가 무난하게 차기 대선후보로 굳어질 가능성이 크다. 여권에 이렇다 할 경쟁자가 없다는 점에서 그렇다. 그런데 바로 그게 문제다. 대통령의 권력이 가장 강한 시점은 취임 후가 아닌 오히려 취임 직전이듯이 차기 대선을 2년여 앞둔 시점에서 여론조사 1위 후보가 서울의 상징적인 지역에서 당선되면 대통령 아닌 유력한 차기 후보에게로 힘이 쏠린다. 청와대 입장에서는 이 총리가 미워서가 아니라 문 대통령의 안정적 국정운영을 위해 대항마를 키우고 경쟁체제를 유지해야 한다. 그런 측면에서 이광재의 사면, 전북을 대표하는 정세균의 총리 발탁이 가지는 의미가 커 보인다.


이광재, ‘강원도의 힘’ 보여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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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희정 전 지사가 몰락해 충청 대망론이 사그러든 마당에 이광재 전 지사가 새로이 ‘강원도의 힘’을 들고 나왔다. 강원도 인구는 160만이지만 수도권에만 그만큼의 강원도 출신이 있다. 최규하 전 대통령이 있긴 하지만 자력으로 대통령을 한 번도 도전 못해 본 아쉬움도 크다. 이광재 전 지사 사면은 여권의 총선 전략 중 하나가 권역별 포스트 구축임을 엿보게 하는 대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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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광재 전 지사가 지역구에 출마하게 되면, 강원도 7개 지역구와 수도권 유권자의 8%를 차지하는 강원 출신 유권자들의 표심에 상당한 영향을 줄 것이다. 흔히 강원도의 정치적 영향력을 선거구 숫자나 유권자 숫자만 보고 과소평가하는데, 적어도 서울·경기의 동부권에선 일정한 지분을 갖고 있다. 1995년 지방선거 당시 조순 후보의 역전승이 대표적인 사례다. 현재 지역구 의석(총 7석) 가운데 한국당 6석, 민주당 1석이지만 강원도가 4대3 정도로 여당 지역으로 돌아선다면 이는 이광재의 공(功)으로 돌아갈 것이다.

이광재를 주목해야 하는 이유는 2020년 4월 총선의 영향력보다, 2022년 3월에 치러지는 대선 때문이다. 요컨대, 이광재 전 지사가 강원도에서 당선되면 잠재적 대선 후보로 주목받게 될 것이다. 잠재적이되 ‘유력한’ 대선후보 중 한 명이 될 것이다. 현재 민주당은 친문 세력이 압도적 다수파를 형성하고 있다. ‘여론조사는 이낙연이지만 세력은 친노·친문’이라는 언밸런스다. 시민사회를 포함한 민주당 저변의 빅 마우스들도 친문·친노 성향이 절대 다수다.

지지층이란 관점에서 볼 때, 이낙연 총리는 호남 및 중도층에 대한 확장력을 갖고 있다. 이광재 역시 이 총리처럼 중도 확장력을 갖고 있고, 실용적 진보 포지션을 지켜왔다. 게다가 친노 그룹의 적자다. 무엇보다, 이낙연 총리보다 열네 살 젊은 1965년생이다. 2022년 대선을 앞두고 ‘50대 후보론’을 내세울 것이다. 요즘 86세대에 대한 피로감을 제기하는 분위기라고 하나, 86세대 중 실제로 대통령이 된 사람은 아직 한 명도 없다. 다른 한편으로, 이번 총선에서 이낙연 총리와 이광재 전 지사가 모두 당선될 경우, 민주당의 실용적 진보 또는 중도 온건의 이미지가 강화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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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말 특사와 관련해 청와대 일각에선 정치인 사면에 대해 ‘불가론’이 강했다고 한다. 그러나 친문 핵심 그룹에서 ‘이광재 특사’를 강력하게 밀어붙여 관철했다는 후문이 들린다. 기존의 친노·친문 주자들이 크게 흔들리고 무너진 상황에서 친문 그룹의 보이지 않는 포석이 아닐까 싶다.

이광재는 총선에 반드시 출마할 것으로 보이는데, 강원도 민심은 ‘강원도 푸대접’의 원인이 강원도 대망론의 부재 때문이라고 인식하고 있다. 이광재가 출마하면 당선 가능성이 아주 높다는 게 현지 의견이다.

정세균 전 의장이 국무총리에 지명된 것도 차기 구도 포석과 관련해 해석해 볼 수 있다. 정 총리 후보자는 여전히 대권 의지가 강하며 총리직을 수락한 이유도 그게 아니면 설명되기 어렵다.

안희정 전 충남도지사가 무너진 이후 친(親)안희정 계열은 작년부터 이광재 대안론을 거론하며 이광재 캠프로 결집하기 시작했다고 한다. 친노 그룹인 이들은 근본적으로 친문보다 더 오랫동안 활동했고 동지적 의식이 훨씬 강하다. 친문 세력과도 친연성(親緣性)이 매우 높아서 밑바닥에서부터 친문 성향의 지역 활동가들이 이광재 캠프에 합류하는 흐름을 형성할 것으로 예상된다.

정세균은 그나마 당내에 자기 세력이 있지만 이낙연은 친문의 옹립이 있어야만 차기 행보를 성공적으로 펼칠 수 있다. 그런데 이광재가 친문 그룹의 흐름을 갈라놓거나 나눠가지게 되면 상황이 꼬이게 된다. 이낙연 총리의 성격상 과연 치열하고 때로는 지저분하기까지 한 당내 진흙탕 싸움을 즐겨할 지도 의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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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광재 전 지사는 친노 그룹이면서 몇 년간 정치권 바깥에서 와신상담을 하며 외연을 넓혀왔다. 그런 만큼 당내 핵심 세력에 쉽게 접근할 수 있고 대중에겐 세계적 흐름인 젊은 리더, 예를 들면 캐나다 트뤼도 총리, 프랑스 마크롱 대통령처럼 세대교체 이미지를 줄 수 있다. 여기에 글로벌 및 동북아·중국에 대한 안목, 한국 경제에 대한 실용주의적 접근방식 등을 선보일 수 있다. 한 마디로 당 안팎의 확장력이 큰 편이다.

이럴 경우 한국당의 차기 경쟁 지형도 덩달아 변화하는 그림을 상상해볼 수 있다. 한국당의 차기 지형을 결정하는 것은 두 가지 요인으로 판단된다.

첫째는 4월 총선 결과인데, 현재 판세로 보면 크게 불리할 것도 없고 설사 패배한다 해도 근소한 차이로 제2당을 차지한다면 당내 개혁은 거의 기대하기 힘들다. 결국 이낙연 총리를 민주당 대선 후보로 가정할 경우 그 대항마로 역시 전직 총리 출신인 황교안의 입지가 굳어질 수 있다. 이 경우에 민주당의 대선 전략은 상당히 평탄할 것이다.

둘째는 만약 이광재가 강력하게 부상할 경우 한국당의 대항마로는 상대적으로 개혁보수 성향, 차세대 이미지, 서울시장 출신의 오세훈에게 유리한 지형이 열릴 수 있다. 양극단이 퇴조하고 비교적 젊은 후보끼리의 중원 싸움이 치열해지는 경우인데 보수 통합까지 성사될 경우 2022년 대선 시나리오는 막상막하, 예측불가가 될 수 있다.


김부겸·유승민은 오월동주 운명?
조국 출마할 경우 지지층 균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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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K 지역에서 ‘조국 카드’가 먹힐 수 있을지 의심스럽다. 지금 상황으로 봐선 조국 전 장관이 개인적 역경을 돌파하는 것도 힘들 것 같은데, 그렇다면 누가 부울경(부산·울산·경남)의 간판 역할을 할 수 있을까? 윤건영 국정기획상황실장이 경남 양산 또는 수도권에 나갈 것이라고 한다. 윤 실장이 PK에서 김경수 전 지사처럼 친문의 새로운 핵심 인물로 부상하려면 지역구 당선이 급선무다. 그보다는 조국 전 장관의 출마 여부가 관심거리다.

가오리
조국 전 장관이 공수처 설치법 통과를 계기로 현실에 대해 발언하고 있는데, 부울경 선거와 관련해서도 주목할 대목이다. 일단 조 전 장관은 연말을 계기로 검찰 수사 국면에서 재판 국면으로 상황이 바뀌었다. 부부가 함께 치열한 법정 공방을 치를 것이다.

검찰의 패가 거의 다 드러난 상태에서 상당히 장기간에 걸쳐 재판을 치르게 될 터인데 이 와중에 부산권이나 수도권 출마를 상정해볼 수 있다. 국회의원 후보들이 재판 진행 과정에서 출마해 당선된 케이스는 여태 많았다. 심지어 구속 상태에서 옥중 출마를 해서 당선된 사례도 있었고… 아마 설날 연휴를 계기로 한 여론조사 추이나 지역 정치권의 동향을 면밀히 검토한 뒤 2월 초·중순에 입장을 정하지 않을까 싶다.

붉은혜성
조국 전 장관이 진짜로 출마할 경우 이번 총선 대치 구도가 다시 한 번 ‘조국 대 반(反)조국’으로 짜여질 가능성이 크다. 여권 지지층의 분열이 예측 가능한 것이다. 나중에 어떻게 될지는 모르겠지만 요즘 부산권의 민심은 민생이다. 차기 후보를 키워보자는 욕구보다 당장 눈앞의 경제를 살려내는데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거기에서 신공항을 어떻게 하느냐가 관건이다. 가덕도 신공항 건설과 김해공항 확장 사이에서 중앙정부의 결정을 고대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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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남의 또 다른 축인 TK의 김부겸 전 장관을 살펴보면, 아주 어려운 선거를 치를 것 같다. 정치인 김부겸 개인에 대해서는 TK 사람들도 애정과 호감을 갖고 있다. 그러나 적극 진보(0)부터 적극 보수(100)까지 한국의 유권자 스펙트럼을 100분위로 분류하면, 대구 지역은 최소한 80~90 근처에 자리할 것이다. 정치인 김부겸 개인에 대해 TK 사람들이 애정과 호감을 갖고 있을지언정, 총선의 성격 중 하나가 문재인 정부에 대한 중간평가 성격을 띤다면 투표 내용은 뻔하다. 이걸 개인적 역량으로 얼마나 돌파할 수 있을지 의문이다.

관심이 가는 것은 유승민이다. 대구 동구에 출마하는 유승민이나 수성구에 출마하는 김부겸이나 TK 정치정서가 이번 총선에서 박정희까지는 아니어도 박근혜를 ‘졸업’해야만 당선이 가능하다. 그런 점에서 두 사람은 오월동주다. 둘 다 떨어지거나 둘 다 붙을 가능성이 있다. 붙으면 여야 대선 구도에 큰 회오리바람을 일으키게 된다.

가오리
호남 쪽도 정당 선호는 민주당 쪽으로 기울어 있지만 유권자들이 개별 후보에 대해 호불호가 엇갈리면서 막판에 전략공천설이 나오고 있다.

사실 민주당 입장에서는 이번 총선을 앞두고 호남이 숨은 뇌관이었다. 여기서 전승(全勝) 가까이 해야 원내 과반을 넘길 수 있는데, 지난 2년은 만만치 않은 상황이었다. 지난해 여름까지만 해도 이낙연 총리를 광주에 포스트로 내세워 분위기를 일신해야 한다는 얘기가 있을 정도였다. 문재인 대통령 지지도가 기우뚱대면서도 무너지지 않고, 연말에 오히려 회복된 후 한숨 돌린 케이스다.

그렇다 하나 2016년 총선에서 떨어진 후보들이 현재 대부분 지역구 원외위원장을 맡고 있는데 지역에서는 이들에 대한 약간의 피로감이 있다. 정당 지지도의 회복과 함께 이들이 유력한 공천 예상 후보로 거론되자, 경쟁자들은 ‘선거도 치르기 전부터 국회의원처럼 행세한다’며 비판의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당 지도부 입장에서는 호남 전승을 위해 거점도시인 광주와 전주에 거물급을 투입해 면모를 일신해야 한다는 부담이 있다. 장·차관급이나 전국적 지명도와 호감도를 갖춘 인사를 몇 명쯤 신규 투입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 부분은 공천 확정시까지 살아 있는 뇌관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커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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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거 총선처럼 여야 모두 당 간판을 앞세워 선거를 치를 상황은 아닌 것 같다. 47석의 비례 의석을 놓고 당구로 치면 ‘후다 싸움’이 어느 때보다 치열할 것 같다. 결국 여야 모두 당 자체의 이미지나 지지도를 높이는 게 중요해졌다. 개인 플레이보다 팀 플레이가 중요해졌고, 젊고 참신한 인물을 얼마나 영입하느냐, 선거 이슈를 타이밍에 맞춰 얼마나 잘 관리하느냐가 중요해졌다. 오늘 얘기를 하다 보니 생각보다 대권 얘기가 많이 나왔는데 아마도 총선 직후부터 이 주제가 상당히 뜨거울 것 같다.

피렌체의 식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