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년 총선을 앞두고 정치권에서는 ‘86세대의 정치권력 장기집권’에 대한 비판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더불어 진보 진영에서는 이른바 ‘이남자’로 불리는 20대 남성의 지지 이탈 현상에 대한 우려도 높다. 핀란드에서는 30대 여성 총리가 탄생해 화제가 되기도 했다. 논의는 자연스럽게 2030세대로의 세대교체로 이어진다. 각 정당의 청년 정치인 영입에도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이번 주 금요집담회의 주제는 ‘청년 정치’이다. 현장에서 활약 중인 2030세대 정치인 3명을 <피렌체의 식탁>에 초대했다. 청년 정치인이 적은 이유는 기본적으로 생애 주기 특성에서 비롯된다. 직업을 비롯해 인생의 행로를 결정해야 할 꿈 많은 청년 시기에 대한민국에서 ‘정치’를 선택하는 일은 적지 않은 용기와 희생이 필요한 일이다. 이들은 생활의 경험을 통해 정치의 필요성과 효능을 깨닫고 ‘세상을 바꾸겠다’며 용기를 내 정치에 뛰어들었지만, 이들이 선 곳은 기울어진 운동장이었다. 개방성‧ 유연함‧투명성을 무기로 내세웠지만, 경제력을 바탕으로 한 정보력‧조직력을 갖춘 기성 정치의 벽은 높기만 했다.

특히 청년을 우리 사회를 구성하는 파트너로 보지 않고, 그저 배려해야 할 ‘청년 세대’로만 보고 있다는 지적은 새겨들을 만하다. 또한 선거철만 되면 당에 헌신해온 청년들은 유세장 ‘무용단’ 취급을 하고, 정작 공천은 외부 영입 인사들에게 돌아간다는 불만도 매섭다. 2시간에 걸쳐 진행된 열띤 대화를 전한다. [편집자]


집담회 참석자
*김지나: 현 경기도 의원. 1983년생. 바른미래당
*신정현: 현 경기도 의원. 1981년생. 더불어민주당
*이윤정: 여의도연구원 객원연구원. 전 광명시 시의원. 1987년생. 자유한국당


왼쪽부터 신정현 의원, 이윤정 연구원, 김지나 의원.

-우선 자기소개를 부탁드립니다.

김지나: 노무사 일을 10년 정도 하다가 2018년 바른미래당의 청년토론배틀에서 우승을 해서 지방선거에서 광역 비례의원으로 경기도의원이 됐습니다. 지금은 경기도의회 경제노동위원회에서 의정활동을 하고 있고, 새로운보수당 창당 준비 활동도 하고 있습니다.

이윤정: 2014년 지방선거에서 광명시의원에 당선돼 4년 동안 시의회에서 의정활동을 했습니다. 당시 스물일곱으로 최연소 기초의원 당선자였죠. 당에서는 중앙대학생위원회 위원장, 부대변인, 비대위 산하 청년특위 등의 활동을 했습니다. 지금은 싱크탱크인 여의도연구원에서 객원연구원을 하면서 청년 정치 스타트업 ‘청사진’ 공동대표도 맡고 있습니다.

신정현: 2012년에 민주당 청년비례대표 경선에 도전했으나 탈락했고, 2018년 지방선거에서 경기도 고양시에서 경기도의원에 출마해 당선됐습니다. 현재 경기도의회 기획재정위원회에서 의정활동을 하고 있습니다.

-정치에 입문하게 된 계기가 궁금합니다.

김지나: 도의원이 되기 전 10년 정도 노무사를 했습니다. 법이나 행정해석이 바뀔 때마다 대응을 하는 과정에서 법이 너무 원칙 없이 바뀌고, 현장에서 대응할 시간조차 주지 않는 모습에 답답함을 느끼고 있었습니다. 자연스럽게 ‘정치인들에게 끌려 다니기만 할 게 아니라 내가 직접 정치를 해야 원하는 방향을 제시할 수 있겠구나’라는 생각을 하게 됐죠.

이윤정: 대학에서 단과대 학생회장을 했었는데, 문제에 대해 이의제기를 하고 대안을 제시해 눈에 보이는 실질적 변화를 이끌어 내는데 보람을 느꼈습니다. 한 명의 리더가 공동체에 긍정적 영향을 끼칠 수 있는 게 많다는 걸 깨달았죠. 이런 경험들이 누적되면서 정치라는 것이 세상을 변화시킬 수 있는 가장 빠른 길이라는 확신이 생겼습니다.

신정현: 고등학생 때부터 학생회를 하면서 학생인권 운동에 참여했었습니다. 그러다 2005년 투표 연령을 만19세로 낮추는 선거법 개정을 이끌어 내면서 처음으로 정치의 효능감을 경험했습니다. 그 후 군복무와 직장생활 등을 하고 있었는데, 2012년 총선을 앞두고 제 멘토와 같았던 정치인으로부터 청년 목소리를 대변해주면 좋겠다는 제안을 받고 민주당의 청년 비례대표 경선에 참여하게 됐습니다. 당시 경선이 ‘슈퍼스타 K’ 방식으로 진행이 됐는데, 저는 10명 안에 들었지만 장하나, 김광진 두 분이 당선되고 저는 탈락했습니다. 하지만 세상을 바꾸고 싶다는 열망이 생겨 다니던 직장을 그만 두고 퇴직금으로 평택 쌍용자동차 노동자들, 밀양의 송전탑 반대 운동을 하는 할머니들, 제주도 강정마을 등을 찾아 다녔습니다. ‘눈물이 고여 있는 곳에 찾아간다’가 그 때 제 모토였죠. 그 중 제주도 강정마을에서 2년 가까이 머물면서 지역사회 공동체 조직 운동을 했습니다. 청년들이 살기 좋은 마을 만들기가 목표였는데, 청년기본조례, 청년 공동체 운동 등 생활정치를 활발하게 했습니다. 지역 주민들과 행복한 시간을 보내다 2018년 지방선거를 앞두고 경기도 도의원 출마를 권유 받고 고양시로 돌아오게 됐습니다.

-막상 현실 정치에 뛰어들었을 때 어떤 점이 가장 어려웠나요?

신정현: 지역에서 저의 출마를 막고자 하는 목소리가 어마어마했어요. ‘젊은 친구가 지역을 위해서 한 게 뭐가 있느냐’와 같은 협박성 비난부터, ‘당선 된다 하더라도 40~50대에 은퇴하게 되면 젊은 친구 인생 누가 책임 질 거냐’와 같은 걱정, 그러다가 ‘너는 앞으로 얼마든지 기회가 있으니, 이번에는 양보해라. 다음번에는 내가 너를 돕겠다’는 읍소까지, 나이가 어리다는 것과 관련된 출마하면 안 되는 이유만 수백 가지를 들었죠.

김지나: 저도 비슷한 얘기를 들었어요. ‘나이가 어려 지역에 세력도 없고, 지역을 위해 한 것도 없는데 왜 나오려 하느냐’는 것이죠. 그래도 저는 제 나이면 충분하다고 생각했고, 출마를 하려고 하니 지역에서 준비하시던 분이 따로 연락을 하시더라고요. ‘너는 청년에 여성이어서 가산점이 붙으면 내가 절대 너를 이길 수가 없다. 그러니 출마할 생각이 있으면 빨리 지역을 선택해 달라. 내가 다른 지역으로 옮기겠다’는 겁니다. 이 얘기를 듣고 보니 왠지 마음이 내키지 않아 지역 출마를 포기했습니다.

이윤정: 저는 정치에 뛰어들더라도 충분히 준비를 한 다음에 해야 하겠다는 막연한 생각을 갖고 있었어요. 그런데 정치 참여를 권유했던 주변 선배들이 경제적인 이유로, 가족들의 반대로 좌절하는 것을 보고 ‘아무 것도 잃을 게 없는’ 제가 직접 나서자고 해서 휴학을 하고 도전했어요. 2018년 지방선거에서는 체급을 키워 도의원에 도전하려고 했는데, 청년 정치 시스템 확립을 위해 중앙당 활동을 많이 하다 보니 지역 생태계를 키우는 데 한계가 있더라고요. 어쩔 수 없이 비례에 도전했으나 컷오프 됐습니다.

-‘지역을 위해 한 일이 뭐가 있느냐’는 비난은 주로 누가 합니까?

신정현: 출마하려는 분들이죠.(웃음)

이윤정: 출마하려는 분들이거나, 출마하려는 분들 주변에 있는 분들이죠.(웃음)

신정현: 일반 시민들은 오히려 ‘젊은 사람들이 나서서 해줬으면 좋겠다’는 분들이 더 많은 것 같아요.

이윤정: 이런 얘기를 많이 들었어요. ‘젊은 나이에 용기는 참 좋은데 좋은 경험이 될 거야. 떨어져도 실망하지마. 상처 받지마’라는 식으로 탈락을 전제로 얘기들을 하시더라고요. 그러면 저는 ‘당선되러 나왔습니다’라고 반박했죠. 저 뿐만 아니라 청년 정치인들 모두 오랜 숙고 끝에 용기를 내서 나선 겁니다. 적당히 나오는 사람은 없어요. 누가 이런 경험에 이렇게 많은 돈을 쓰면서 합니까. 그런데 젊다는 이유만으로 의지와 능력을 평가절하 하는 경향이 있어요.

김지나: ‘네가 청년이고 여성이니까 된 거지’라는 말도 많이 들었어요. 그리고 ‘너네는 10~20년 뒤에도 할 수 있잖아. 젊을 때는 일을 열심히 하고 나중에 도전하라’고 말하시는 분들도 있어요. 그런데 가장 왕성하게 일을 하는 나이가 30~40대잖아요. 의회에 일을 하러 들어오는 것인데, 그런 분들은 일이 아니라 ‘명예’를 누리러 들어오려는 것 같다는 생각이 많이 들어요. 지방의원은 겸직이 가능한데, 사실 의정활동 제대로 하려면 본업은 꿈도 꿀 수 없어요.

이윤정: 저도 시의원을 하는 동안 잠도 제대로 잘 수 없을 정도로 의정활동을 하느라 바빴어요. 그런데 기성 세대는 의원 자리를 ‘일’이 아니라 ‘보상’으로 보는 마인드가 큰 것 같아요. ‘나는 20~30년 동안 지역과 당을 위해 기여했으니…’라면서 인정과 보상을 받기를 원하는 것이죠. 의원이 되면 뭘 해보겠다는 어젠다를 가진 분들은 많지 않아요. 그리고 중요한 건 이해관계죠. 지역에서 사업을 하기 때문에 정보를 얻거나 영향력을 행사하고 싶어 하는 분들도 많고요. ‘왜 정치를 하시냐’고 물으면 대답 못 하는 분들이 많습니다.

-요즘은 경선 과정에서 청년과 여성에게 가산점을 주는 것이 일반적인데, 오히려 기성 정치인들은 역차별을 당한다는 생각이 큰 것 같습니다.

이윤정: 청년들은 지역에서 살아온 세월이 짧을 수밖에 없기 때문에 상대적으로 지역 기반이 약할 수밖에 없어요. 그렇다고 가산점을 20~50%를 준다고 해도 승산이 높지 않은 것이 사실입니다. 지역에서 오래 활동해 오신 50~60대의 사장님들과 비교하면 경제력이나 정보, 조직 등 모든 면에서 불리해요. 지금의 경선 시스템은 50~60대에게 유리하게 단순화 돼 있고 양보할 생각도 없습니다. 청년 정치인들에게 바라는 것은 미래 잠재력, 투명성, 창의적 문제해결력 등입니다. 경제력, 조직력, 정보력 등 모든 면에서 열세인 청년들에게 문을 열어주려면 전략공천 확대가 방법이라고 봅니다.

신정현: 20~50% 가산점이 굉장히 높은 거라고 보는 분들도 있는데, 지역 현실을 보면 꼭 그렇지도 않습니다. 보통 지역에서 오래 준비하신 분들은 각종 향우회나 관변단체 등을 통해서 당원을 1000명 정도 확보하고 있다면, 청년 신인은 아무리 열심히 뛰어도 당원 200~300명 확보하는 것도 쉽지 않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가산점을 20~50% 줘도 상대가 안 돼요. 가산점으로 청년들에게 엄청나게 배려하는 것처럼 홍보하지만 현실은 그렇지 않죠. 그래서 저 역시 여성 공천 할당제처럼 청년 공천 할당제 등의 제도를 도입할 필요가 있다고 봅니다. 특히 비례대표뿐만 아니라 당선 가능성이 높은 지역구에도 청년들이 진입할 수 있는 길을 열어줘야 합니다. 2000년, 2004년 총선 때도 대거 진출한 ‘386’세대가 지금 ‘586’이 됐는데 국회 의석의 절반 정도를 차지하고 있습니다. 이 정도는 돼야 세대 담론을 이야기 할 수 있는데, 지금 국회에 2030 세대는 2~3명밖에 안 됩니다. 2000년에는 김대중 대통령과 같은 권력의 의지에 의해 물갈이가 가능했지만, 지금은 그런 개인의 통찰과 의지가 통하지 않는 시대이니 할당제와 같은 시스템이 대안이 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현재 공천 시스템에 대해 ‘기울어진 운동장’이라는 비판은 설득력이 있지만 특정 연령대에 대한 할당제에 대한 합의가 쉬울 것 같지만은 않습니다. ‘전략공천’과 관련해서도 ‘밀실공천이다’. ‘비민주적이다’고 해서 반발이 적지 않은데요.

신정현: 민주당 김해영 의원의 제안을 눈여겨 볼 필요가 있습니다. 예전에는 ‘청년 비례대표’라고 해서 비례 순번에 2~4석 집어넣는 것이 전부였습니다. 그러지 말고, 전체 비례대표 후보의 30%는 2030세대 청년으로 배정하자는 것입니다. 예전과 다른 점은 ‘청년’ 몫을 따로 배정하지 않고, 노동이나 복지 등 각 분야의 전문가 비례대표 후보를 선출할 때 청년을 포함시키자는 것이죠. 이렇게 하면 민주당에서 많으면 10명 정도 2030세대 청년이 비례대표로 선출될 수 있겠죠. 다른 당에서도 이렇게 2030세대 비율을 의무화하면 국회 전체에 20석 이상 2030세대가 진출할 수 있고, 세대를 대변하는 세력 형성이 가능할 것이라고 봅니다.

이윤정: 비례대표 할당제도 필요하겠지만 비례대표는 정치의 지속성이라는 측면에서 한계가 있고, 지역에 뿌리 내리는 청년 정치인을 키우기 위해서는 지역 전략공천이 반드시 필요하다고 봐요. 책임 공천은 정당의 기본입니다. 당에서 검증을 잘 하면 됩니다. 그런데 잘 하려는 생각은 하지 않고 신뢰도를 거론하며 쉬운 방법으로 가려고 하는데, 결국 청년에게 기회를 보장하고자 하는 의지의 문제라고 생각합니다.

-여러분은 확고한 정치의식을 갖고 출사표를 던진 뒤 난관을 뚫고 선거에서 당선이 돼 직접 정치 활동을 하고 있습니다. 해보니 그만큼 매력을 느낄만한 인센티브가 정치에 있던가요?

이윤정: 사실 수많은 포기와 희생을 해야 합니다. 그 나이에 누려야 할 문화를 누리지 못하고 공적인 일을 위해 시간과 에너지를 다 쏟아 부어야 합니다. 그럼에도 정치를 하는 가장 큰 동력은 사명감 때문인 것 같아요.

김지나: 제 직업이 노무사여서 도의원을 하고 있다고 하면 ‘떼 돈 버는 것 아니냐’는 분들도 있어요. 노무사는 사측이든 노측이든 누군가의 사적인 이익을 대변하는 일입니다. 하지만 정치는 공적인 입장에서 일을 해야 합니다. 그러다 보니 도의원이라고 하면 일이 안 들어와요. 금전적으로는 손해가 크죠. 하지만 사회 공동체의 구성원으로서 의견을 반영해 정책이나 조례에 반영시킨다는 공적인 역할을 한다는 보람이 크기 때문에 이 일을 하는 것이지 의전이나 명예 때문에 해서는 안 되는 일 같아요.

신정현: 저는 시민운동을 오래 했기 때문에 제도권 정치의 힘을 느낄 수 있었죠. 시민운동을 할 때는 담당 공무원 한 번 만나고, 자료 하나 받는 게 얼마나 힘들었는데요. 그래도 도의원이 되니까 늦게라도 자료를 받을 수 있고, 담당 공무원을 만나는 것도 수월해졌습니다. 그런데 오히려 씁쓸하기도 합니다. 사실은 시민들이 공무원을 만나고 자료 받기 어려운 것 자체가 문제죠.

이윤정: 그나마 여당이라서 공무원들이 만나주고 자료도 주는 거예요. 야당이면….(웃음)

김지나: 공무원들이 추진하는 정책과 반대되는 입장에 있으면 여전히 만나기 어렵고 자료 받기 어렵습니다.(웃음)

-미국에는 하원 입법보조원으로 시작해 하원의원, 상원의원, 장관이 되는 경우도 많이 있고, 유럽에서는 풀뿌리 정치부터 시작해 의회에 진출하는 경우도 많습니다. 젊은 나이에 정치를 시작한 입장에서 20~30년 뒤 자신의 정치적 미래가 그려지십니까?

김지나: 바른정당 때부터 청년정치학교가 있었어요. 정치 교육을 받은 뒤 인턴을 거쳐 보좌관이 되고 국회의원까지 되는 코스를 설계했는데, 인턴은 해도 그 이상은 현실적으로 어렵더라고요. 청년정치인 양성 시스템과 공천이 별개로 운영되다 보니 정치학교에 참여해도 자신의 정치적 미래를 그리기 어렵습니다.

이윤정: 제가 정치권에 들어온 지 6년차가 됐습니다. 아주 연한 한 줄기의 빛이라도 있으면 방향성을 갖고 천천히 라도 걸어가고 싶은데, 정말 칠흑 같은 암흑 같다는 생각이 들어요. 정당 내에서 교육을 받고 단계별로 스텝을 밟아 올라가면서 훈련도 되고 역량 축적도 되는 게 이론적으로는 맞죠. 그런데 안 되는 이유는 딱 하나, 돈이라고 생각해요. 청년 교육과 육성 시스템에 대한 중요성을 알고 항상 ‘청년 정치인 인큐베이팅 시스템’을 말하지만, 막상 정책과 예산 투입의 우선순위를 정할 때는 ‘중장기 투자’라는 이유로 청년 정책과 예산은 후순위로 밀립니다. 저는 이런 생각이 들었어요. 기득권 중심에서 의사결정을 하시는 분들이 ‘아기 호랑이를 키울 준비가 돼 있나?’ 아닌 것 같습니다. 청년들이 청년답게 맨 땅에 헤딩하면서 도전할 수는 있지만, 기회의 문고리를 잡고 열어주는 것은 대표를 비롯한 결정권자들 역할인데…. 그런 부분이 아쉽고 안타깝죠.

신정현: 그게 권력의 습성인 것 같아요. 586이 686, 786이 돼도 권력을 쥔 자들의 행태는 똑같을 겁니다. 그들이 집단을 유지하는 힘이 뭘까 생각해봤어요. 아마 공통된 정치 경험일 겁니다. 민주화 운동을 함께 하면서 하나의 세력이 됐잖아요. 그런 측면에서 우리 세대 역시 우리 세대가 처한 문제점들을 스스로 성찰하면서 우리 세대의 공통된 경험들을 나누면서 연대를 통해 세력화 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정당과 이념을 초월한 청년 세대 연대가 필요하다고 봅니다. 얼마 전 제 정당 400여 명의 연명을 받아 비례와 지역구 30% 청년 공천 보장을 요구하는 기자회견을 했습니다. 연명을 준비하면서 다른 정당의 비슷한 또래를 많이 만나 대화를 해봤는데, 저마다 속한 당의 당리당략은 달라도 현재 시대에 대한 문제의식은 비슷하더라고요. 같은 당 50대보다 다른 당의 20~30대가 훨씬 대화가 잘 통하더군요.(웃음)

김지나: 산업화 시대에는 경제성장의 이념에 매몰돼 있었고, 그 다음에는 민주화 이념이 지배했죠. 그 세대가 먹고 사는 데 큰 어려움 없이 키운 자식들이 저희 세대입니다. 저희는 ‘사회’를 보기보다는 ‘나’의 목표를 이루기 위해 앞만 보고 살았던 것 같아요. 그런데 막상 사회에 나와 보니 그게 아니라는 걸 깨닫게 되는 거죠. 노무사 일로 워낙 다양한 기업과 노동자들을 만나다 보니 내가 사회를 너무 몰랐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2030세대가 정치에 관심이 없는 것이 아니라, 사회경제적 환경 때문에 먹고 살기 바쁠 뿐입니다. 그러나 기성 정치권은 구태를 반복하고 있으니, 실망이 쌓이고 쌓여 청년 정치에 대한 요구가 점점 높아지고 것 아닐까요.

이윤정: 당 내에서 청년 교육 시스템을 5년 동안 주장했으나 당 내 정책과 사업의 연속성이 너무 떨어져요. 당 대표 임기는 2년이지만 거의 1년마다 바뀝니다. 그러면 당 사무처도 바뀌고 당직자들도 인사이동을 해요. 그리고 정치의 고질병이 있어요. 후임자들이 전임자의 흔적 지우기에 바쁩니다. 그러니 당 정책과 사업이 1년 넘기가 힘들어요. 당에서는 이래서 안 되고 저래서 안 되고 안 되는 일이 너무 많아요. 교육 훈련 시스템 자체가 없다 보니 당에 있다 보면 이상한 걸 배웁니다. 나쁜 걸 빨리 배우잖아요. 그러니 ‘젊은 꼰대’들이 생기는 겁니다. 결국 당 외곽에서 ‘청사진’이라는 청년 정치 네트워크를 만들었어요. 차라리 우리 돈을 들여 해보자고 했죠. 교육 시스템을 만들어 리더십에 관한 콘텐츠를 유료로 판매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이렇게 하니까 결과물이 나오더라고요. 공부는 학교에서만 하는 게 아니잖아요. 기업도 정당도 교육에 신경을 써야 하는데 자기의 책무를 회피하고 있는 것 같아요.

-항상 선거철이면 ‘청년 영입’이 화두로 떠오릅니다. 매번 외부에서 유명 인사들이 영입되는 것에 대해 소외감을 느끼지는 않나요?

이윤정: 쉬운 길을 가려고 하다 보니까 인지도가 높은 외부 인사들에게 눈길이 가는 거겠죠. 선거철 단기 효과는 거두겠지만 결국 청년 정치 생태계를 파괴하는 일입니다.

신정현: 일찍부터 정당에 가입해 활동하는 청년들은 항상 선거철만 되면 유세장에서 춤추는 ‘무용단’이 됩니다.(웃음) 그렇게 10년 활동을 하고 30대가 됐을 때 의정활동을 할 수 있는 역량을 얼마나 갖출 수 있는지 의문입니다. 청년들은 정책역량을 쌓는 것에 대한 갈증이 있어요. 청년 당원들이 자신들이 생각하는 정책이나 예산이 반영될 수 있도록 지방의원이나 국회의원의 의정활동과 연계돼야 하는데 현실에서는 그런 기회와 네트워크가 부실합니다. 그러다 보니 선거 때면 외부 시민단체나 특정 분야에서 활동하는 또래의 전문가 청년들에 비해 역량이 부족해 보이고, 공천에서 밀리는 악순환이 계속되는 겁니다. 지금도 당에는 2030세대들은 물론 10대 때부터 예비당원으로 들어와 활동하는 친구들이 있습니다. 이들이 지방의원, 국회의원들과 멘토‧멘티 관계를 엮거나 정책자문단 역할을 부여해 자신의 목소리가 정치에 반영되도록 하는 경험을 쌓게 해줘야 합니다. 특히 지방의원은 보좌진 없이 의정활동을 합니다. 이들과 청년들이 의견을 공유하고 공감대를 형성할 수 있는 시스템을 만들면, 지방의원들은 여론을 청취할 수 있고, 청년들은 자신의 의견이 정책과 입법에 반영되는 정치의 효능감을 느낄 수 있어 정치 역량을 쌓을 수 있을 것입니다.

이윤정: 추가하자면 외부 인사 영입의 리스크 중 하나는 정무적 감각이 떨어진다는 점입니다. 정치도 훈련이 돼야 온전히 할 수 있는 영역입니다. 당무와 조직, 지역분석 등 입체적으로 볼 수 있는 안목과 경험이 있어야 합니다. 기업 CEO를 잘 했다고 해서 정치를 잘 한다는 보장은 없어요. 그러다 보니 작은 정무적 실수들이 쌓이고 당 전체 이미지에도 해를 끼치는 일이 많습니다.

김지나: 제가 정치 경험이 길지 않은 상태에서 비례대표로 정계에 입문한 셈인데, 첫 6개월 동안은 언론 인터뷰도 안 하고 바짝 긴장해서 보냈어요. 말 한 마디 잘 못해 당에 누를 끼치거나, 특히 청년‧여성 정치인에 대한 나쁜 이미지를 심어줄 까봐요. 정치 신인 발굴도 중요하지만 정치 입문 후에도 다음을 준비할 수 있게 도와줄 수 있는 시스템을 만드는 게 중요한 것 같습니다.

신정현: 제가 처음 출마를 제안 받았을 때 지역위원장께서 저를 네 번이나 찾아왔어요. 세 번 거절했는데, 네 번째 찾아와 ‘신정현 씨가 청년들이 잘 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줘 주민들에게 박수를 받으면 청년 정치인들을 키우면서 준비를 하게 될 겁니다’라고 하시는 겁니다. 저는 당선된 직후부터 사명감 때문에 내일이 없는 정치인처럼 달리고 있습니다. (웃음) 성급하게 청년 정치인이라고 영입해 미숙한 상태로 보내다 의정활동을 망치면 결국 청년 정치 전반에 안 좋은 이미지를 심어줄 수도 있어요.

-총선을 앞두고 ‘청년 정치’, ‘물갈이’를 강조하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기는 한데, 여전히 청년들은 ‘배려의 대상’으로만 취급되는 것 같기도 합니다. 당 내에서 소수이기 때문인가요?

김지나: 단순히 숫자의 문제 때문은 아닌 것 같아요. 청년들은 당 내 권력 구조상 소수라고 보는 게 맞겠죠. 숫자로만 보면 결집돼 움직이면 꽤 힘을 발휘할 수 있을 것 같은데, 권력 구조상 결집이 쉽지 않은 것 같아요.

이윤정: 지난주에 8개 청년단체 150여 명의 활동가가 여의도에 모여서 ‘영텐트’라는 행사를 했어요. 자유한국당, 새로운보수당, 더불어민주당, 정의당 등 제 정당은 물론 당적이 없는 청년들까지 두루 모이는 자리였어요. 이렇게 모인 이유는 ‘우리도 세가 필요하다’는 것이었습니다. 우리가 개별적으로 이야기를 하면 아무도 귀를 기울이지 않더라고요. 모여서 한 목소리를 내야 언론에 기사도 나오고 의원들도 관심을 갖더군요. 이렇게 결집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의결권을 갖는 것이 중요합니다. 당무위원회 같이 의결권이 있는 자리에 있어야 존재감을 드러낼 수 있겠더라고요.

신정현: 시스템 개편도 중요하지만, 저는 청년 세대가 현재의 틀 안에서도 승리하는 사례를 많이 만들어봤으면 좋겠습니다. 다음 지방선거가 2년 반 남았는데, 지금부터라도 열심히 지역을 다니면서 지지 당원 500명, 1000명을 모으면 공천을 받을 수 있거든요. 구태스럽게 ‘당비 대신 내줄게’라는 방식 말고, 정당의 강령을 설명하고 내가 추진하고자 하는 정책의 방향을 설득하면 충분히 가능하다고 봐요. 이렇게 가치에 동의하는 당원들을 모으면 충성도도 훨씬 높죠.

이윤정: 그런데 그렇게 하기 위해서는 돈이 너무 많이 들어요. 사람들을 만나더라도 내 진정성을 보여주려면 몇 번이고 만나 밥 한 끼, 커피 한 잔 같이 해야 하는데, 청년들에게는 큰 부담입니다. 지금과 같은 정치 환경에서는 금수저 외에는 살아남기 어려운 구조예요. 대부분의 청년들은 자기 생계를 꾸려야 할텐데, 이런 청년들에게 정치의 벽이 너무 높습니다.

-청년 시기는 한창 생계를 위한 직업을 구해야 하는 시기이기 때문에 경제적 압박이 정치 참여를 가로 막는 큰 장애물일 것 같습니다. 정치라는 것이 경제적 사회적 안정을 이룬 기성세대만 하는 것이 아니기 위해서는 정당 내에서 구조적 지원책을 만들어야 하는 것 아닐까 싶습니다.

신정현: 국회의원은 후원회를 만들 수 있지만 지방의원은 후원회도 만들 수 없습니다. 선거 출마 기탁금도 부담입니다. 청년들에게는 높은 문턱이죠. 청년 세대에게 기탁금을 면제해준다든지, 정당에서 기금을 마련해 지원해준다든지 등의 방안을 고민해볼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이윤정: 저는 당원 구조가 아예 바뀌어야 한다고 생각해요. 책임당원만 투표권을 갖는 구조로는 청년 신인 정치인이 제도권에 진입하는 것이 불가능한 구조입니다. 패러다임을 바꿔서 모든 시민들이 참여할 수 있는 구조로 바꿔야 참신하고 투명성 있으며 잠재력 있는 신인들이 나타날 수 있는 환경이 조성될 겁니다. 지금의 책임당원 중심의 정당 구조는 청년 정치인들이 극복하기에는 정말 많은 돈이 필요합니다. 지난 여름 독일 콘라드아데나워 재단에서 주최하는 선거 전략 세미나에 참여한 적이 있습니다. 독일 기민당 사람들이 ‘정치하는데 왜 돈이 드냐?’고 묻더라고요. 독일에서는 정당에서 충분히 지원해주기 때문에 도전하고자 하는 의지만 있으면 정치가 해 볼만 한 거죠. 독일 기민당은 청소년 때부터 청소년 의회 등을 통해 훈련을 하더라고요. 청소년 의회에서 내놓은 안이 당의 정책으로 채택이 되기도 하고, 채택 안 된 정책은 안 된 이유를 설명해주면서 훈련을 시키더군요. 청소년 의회에서 눈에 띄는 친구들은 주요 당직으로 가는 등 지속적인 정치 활동을 할 수 있고요. 반면 한국에서는 돈이 조직이고, 조직이 정보예요. 아파트가 빼곡히 차 있는 서울과 같은 도시에서는 어떤 사람들이 어디에 모이는지 조직과 정보가 없으면 알 수가 없어요. 유권자를 만날 수 없는데, 어떻게 정치를 하겠어요.

-여러분은 지금 ‘청년’으로 활동하고 계시지만, 언젠가는 ‘장년’ 정치인이 되실 겁니다. 지금 이 시기에 ‘청년 정치’를 이야기해야 하는 이유가 있을까요?

이윤정: 저는 청년으로서 ‘미래’에 대한 이야기를 하고 싶어요. 제 아이가 네 살인데, 저 뿐만 아니라 제 아이의 미래도 정말 걱정입니다. 대한민국에서 제 아이가 성인이 됐을 때 먹고 살만한 산업군이 뭐가 있을까요? 그런데 지금 기성 정치권이 미래에 대한 준비는커녕 방향성조차도 잡고 있는지 의문입니다. 솔직히 지금 정치판은 너 죽고 나 살자 아닌가요? 대화도 안 통하고 타협의 의지도 없는 것 같아요. 개인적으로 청년 정치 스타트업 활동을 하면서 다른 정당 분들도 많이 만나 이야기 해보면 저희 세대는 다른 것 같아요. 큰 줄기를 위해 잔가지를 양보할 수 있는 유연성도 있고, 사고의 개방성이나 투명성도 더 높은 것 같습니다. 그래서 대한민국의 정치 발전을 위해서라도 청년 정치가 더 필요한 것 같아요.

김지나: 저는 기성 정치인들이 변화를 싫어한다기 보다는 두려워한다고 생각해요. 새로운 것을 받아들이는 속도나 유연성 측면에서 차이가 있어요. 그래서 세대 갈등이 부각되는 것이고, 정치권 전반에 자연스럽게 다양한 세대가 스며드는 구조였으면 지금과 같은 갈등도 나오지 않았을 겁니다. 청년 정치가 강조되는 사회 분위기는 이제 변화를 받아들여야 한다는 국민들의 요구 아닐까요?

신정현: 2010년대 초반 청년들이 자기 스펙 쌓기에만 열중하고 공동체를 돌아보지 않는다고 해서 소위 ‘20대 개새끼론’이라는 말이 유행했어요. 다른 한 편에서는 대부분의 청년이 저임금 비정규직에 노출돼 있다고 해서 ‘88만 원 세대’라고도 했고요. 세대별로 살아온 배경 뿐만 아니라 감수성도 다릅니다. 한 세대의 문제는 비단 그 세대만의 문제가 아니라 사회 전체의 문제라고 생각합니다. 청년을 단순히 약자이어서 챙겨줘야 할 대상이 아니라, 그 세대가 직면한 문제를 풀어낼 수 있는 주체로 나서게 해야 사회 전체의 문제도 해결될 것입니다.

-마지막으로 꼭 하고 싶은 말이 있으면 부탁드립니다.

이윤정: ‘청년 정치’에 대해 이야기할 때마다 느끼는 것인데, 왜 청년들은 ‘청년’에 대해서만 이야기를 해야 하는지에 대한 답답함이 있어요. 2030세대의 관점에서 도시 정책이나 경제 정책에 대해서도 이야기할 수 있는데, 청년에게는 항상 청년 정책만 물어봐요. 물론 청년 정치인으로서 세대를 대표해야 하는 의무도 있지만, 청년이지만 도시전문가일 수도 있고, 경제전문가일 수도 있잖아요. 오히려 기성 정치권이 청년들을 ‘청년’이라는 프레임에 가두는 것일 수도 있다고 봅니다.

김지나: 선심 쓰듯이 청년들에게 기회를 줄 것이 아니라, 공정하게 경쟁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었으면 좋겠어요. 권한과 책임을 동등하게 부여해야 제대로 된 세대교체가 일어날 것입니다.

신정현: 청년들 사이에 정치 혐오가 높은 것처럼 보이지만, 19대‧20대 총선 투표율을 보면 2030세대의 투표율이 계속 높아지고 있습니다. 정치에 대한 관심이 늘어나고 관심을 표현하는 방식도 다양해지고 있어요. 청년들에게는 SNS에 글을 올리는 것 하나, 포털에 댓글 다는 것 하나까지 다 정치적 표현 방법입니다. 우리 사회의 실질적인 정치‧경제‧사회적 변화를 끌어낼 수 있도록 청년 정치가 더 확대됐으면 좋겠습니다.


진행 및 정리: 김하영 편집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