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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재희 칼럼] 잘 나갈 때 긴장하고 조심해야 – 요즈음 정국에 관한 노파심

By | 2018년 7월 17일 | 정치

ⓒ 연합뉴스

지난 6월 29일 계간 <황해문화> 200호 기념행사에서 축사를 하게 되어 다음과 같이 말하였다. <황해문화>는 인천의 새얼문화재단에서 발행하는 계간지로 지역적 시각에 국한하지 않고 전국적 안목으로 내는 격조 높은 잡지이다.

 

언론은 정치개혁에 용감해야 

“나는 <서울평론>과 정론 월간지 <다리>의 편집을 책임진 일이 있었는데 고 김상현 의원의 <다리> 편집 때는 마침 그때가 김대중 정권 때라 정국이 그렁저렁 잘 운영되어나가 깜빡 이슈를 제기하는 일을 소홀히 하여 실패하였다는 생각이 든다. 근래 언론인 여럿이 모여 얘기하는 가운데 지금의 정부가 그렁저렁 잘하는 것 아니냐고 했더니 어떤 이는 아주 잘하는데 무슨 소리냐고 하더라. 그래서 이제 1년인데 5년을 보고 말해야 한다고 했다. 여하간 지금의 정부가 그렁저렁 잘하고 있으니 <황해문화>도 자칫 새로운 이슈를 제기하는데 소홀해질 수 있을 수 있다. 끊임없이 여러 가지 논쟁점을 제기해야만 한다.

예를 들어 우리 정치에 있어서 국회에 있어서의 비례대표의 확대는 매우 중대하고 시급한 과제이다. 약간의 표차로 다수 득표자가 승자가 되고 차점자가 패자가 되는 승자독식의 선거제도는 대표의 원리의 어긋난다. (다수는 결정의 원리이고 비례는 대표의 원리이다.) 그런데 현재의 국회구성을 볼 때 비례대표 의석을 확대하려면 불가피하게 국회의원 정수를 얼마간 늘려야 한다. 한 교수의 조사에 의하면 세계적 평균을 고려해 500명까지 늘리는 것이 맞다고 한다. 그럴 때 국회의원 정수를 늘리는 데는 국민의 저항이 엄청날 것이다. 그것을 설득하고 타당성을 알리는 것이 계몽해 나가는 것이 언론의 사명이 아니겠는가. 우선 50명 정도라도 늘렸으면 한다. 그 밖에도 우리가 다루어야 할 과제는 많다.”

 

집권세력의 재정비 시점이다

지금의 문 정부는 남북관계에 있어서나 국내정치에 있어서나 올바른 방향으로 나가고 있다고 본다. 그러나 개혁하여야 할 과제는 첩첩산중으로 쌓여있다. 우선 민주화를 위해 구체적으로 여러 가지 제도를 정비하고 민주적인 사회 여러 세력을 강화해야 할 것이다. 집권세력의 재정비도 필요하다 할 것이다. 현재의 집권세력은 역사가 짧아서이기도 하겠지만 어떤 면, 심하게 말하여 얼마간 오합지졸이라는 평을 받아도 항변하기가 어려울 줄 안다. 흔히 정강정책을 거론하지만 더 중요한 것은 그 정당의 정신적 자세가 뚜렷하고 생동하는 것이 되어야 할 줄 안다. 요즈음 어떤 신문에 보니 문 정부의 후계세력 또는 더 구체적으로 후계정치인 문제가 거론되고 있는데 너무나도 성급하고 무리한 이야기라고 생각된다. 우리의 정치사로 볼 때 후계문제가 그렇게 작위적으로 되어온 것은 아니지 않은가. 물이 흐르듯 순리에 맡겨두는 것이 현명하리라고 본다.

 

 

야당은 ‘정치적 연옥’을 감수하라

건전한 여당이 있으려면 또한 건전한 야당이 있어 상호 경쟁하여 발전해야 하는 것이다. 그런데 지금의 주요 야당은 전 정권의 업보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진흙창에서 허위적거리고만 있다. 최근 작고한 김종필 씨가 폭로한 바에 의하면 그의 사촌처제인 박근혜 양은 최태민 괴(怪) 목사와 한방에 들어가면 하루 종일 무슨 일을 하는지 모르겠다고 하였다. 현대의 라스푸틴이라 할 것이다. 그리고 그 최 목사의 딸은 박근혜 대통령의 중요한 정치조언자였음이 밝혀졌다. 박대통령은 때로는 이상한 언동을 하여 극우 일변도의 정치몰이를 감행해 왔었다. 앞길이 잘 보이지 않는다. 그 야당의 자생은 말로만 간단히 될 일이 아니다. 지금 여러 가지 방안을 모색하고 있는 것 같은데 한마디로 비유하여 말한다면 죄를 씻고 정화하는 연옥(煉獄)의 시련을 겪어야 한다는 것이다. 정치적 의미에서의 ‘연옥’말이다. 그러한 가혹한 시련을 겪어서야 비로소 건강한 보수 야당으로 재생할 수 있으리라고 본다.

 

미국의 존재, 가볍지 않다

지금 남북 간의 관계나 미북 간의 관계는 겉으로 보기에 순탄하게 나가고 있는 것 같다. 그러나 누구나 짐작할 수 있다시피 앞으로 지루한 우여곡절이 있을 것이며 엄청난 시련도 겪게 될 것으로 본다. 소비에트 러시아, 공산 중국, 공산 북한 등과의 그동안 많은 협상 과정을 되돌아보면 쉽게 짐작이 갈 것이다. 그러한 사정에도 불구하고 싱가포르회담 후 트럼프대통령이 만족하고 있는 것은 미국에 도달할 수 있는 ICBM(대륙간탄도 미사일) 폐기에 관한 합의가 있었기 때문으로 짐작한다. 핵무기 폐기는 복잡하고 시간이 걸리지만 ICBM 폐기는 간단한 일이다. 트럼프대통령은 올해 11월의 중간선거에서 ‘미국은 북한의 핵무기에서 안전하게 되었다. 미국에 도달할 수 있는 ICBM은 폐기되었다. 이것이 내가 북한과 이룬 중요한 합의이다.’라고 선전하며 선거를 승리로 이끌 수 있다고 생각할 것이다. 나는 그런 느낌이 든다.

여러 차례 되풀이되어온 성 김 대사 차원의 회담, 폼페이오 장관 차원의 회담 등에서 합의가 이루어졌을 것이다. 일부 보수층이나 언론에서 계속 경고음을 말하고 있는데 그러한 것을 충고로 받아들이고 무시하지 말아야 할 줄 안다. 여기서 한국 안에 있어서의 극우세력, 친미세력 또는 각 분야에 있어서의 미국의 존재 문제를 숙고하여야할 줄 안다. 그러한 세력들에 대해서 가볍게 생각하는 태도를 취할 때 엄청난 차질이 올 수도 있고 경우에 따라서는 파국이 올 수 있을 것이다. 그러한 세력에 대해서 꾸준한 설득과 계몽이 필요함은 두말할 것도 없다. 경우에 따라서는 중대한 이해관계의 조정도 필요할 때가 있을 것이다. 우리의 지난 외교사에 있어서의 사대(事大)가 결코 어리석은 일이 아니었음을 유념해야 한다.

 

경제도 역사적 관점이 필요하다

요즈음 경제가 어렵다보니 여러 가지 주장들이 난무한다. 경제가 어려운 데는 국제적 요인이 크게 작동하고 있다고 본다. 그럴 때에는 꾸준히 개선, 개혁해나가며 인내하는 일도 필요할 것이다. 그런데 일부 경제전문가들은 그 경제적 어려움의 원인을 노동자들의 최저임금 인상과 근로시간 단축 등에 돌려 아주 오랜 역사적인 시간에 걸쳐 노력하여 이룬 성취를 후퇴시키려 하고 있다. 역사의식이 결여된 이론 전개라고 말하지 않을 수 없다. 물론 일부 대기업에서의 강성노조의 지나친 요구에 대해서는 이미 사회적인 지탄도 있고 시정이 필요하다고 본다. 그러나 부분적인 강성노조의 문제를 기화로 압도적 다수인 노동자들의 처우 향상, 축적을 역진시킬 수는 없는 것이다.

한국의 정치는 지금의 주어진 안팎의 조건으로 볼 때 앞으로 얼마간의 진보와 완고한 보수의 파도를 되풀이해 나갈 것이 분명하다.

 

남재희/ 언론인, 4선 국회의원, 노동부 장관 역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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