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경제가 ‘저성장-저물가’의 디플레이션 늪에 빠져들고 있다. 이른바 ‘D의 공포’가 엄습한 것이다. 물가가 오르는 인플레이션보다 무섭다는 디플레이션. 한국은행은 당초 2.7%로 설정했던 올해 성장률을 2.2%(7월 전망치)로 낮췄고 이 역시 불안한 현실이다. 3분기 성장률이 0.4%로 낮아졌기 때문이다. 정부가 돈을 풀어 경기를 살리려 하지만 성장 엔진에 좀체 불이 붙지 않는다. 이런 현상은 중국과 독일도 마찬가지다. 대외의존도가 높은 한국 경제로선 엎친 데 덮친 격이다. 디플레이션이 심화되면 해외에선 보호무역주의, 배타적 애국주의가 횡행하고 국내적으론 사회적 갈등이 치열해진다.

1929년 대통령에 취임한 허버트 후버는 그해 10월에 촉발된 대공황 국면에서 농가부채 지원, 공공사업 확대, 정부조직 긴축 운영 등 단기 대책만 남발하다 ‘무능한 대통령’이란 오명을 뒤집어썼다. 반면 프랭클린 루즈벨트는 발상의 전환 속에서 뉴딜 정책을 펼쳐 미국 역사상 전무후무한 ‘4선 대통령’이란 명예를 차지했다.

피렌체의 식탁은 ≪수축사회≫의 저자인 홍성국 혜안리서치 대표에게 위기 타개책을 들어봤다. 홍 대표는 적극적이고 선제적인 대응을 주문했다. “한국은 산업구조의 불균형으로 인해 다른 나라보다 더 강한 디플레이션이 예상된다”며 30년 후를 내다본 국가경쟁력 강화의 기회로 삼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편집자]

잘나가던 독일도 지금 ‘D의 공포’

요즘 경제 위기가 전방위로 확산되는 느낌이다. ‘조국 정국’ 이후 실시된 여론조사에서 문재인 대통령의 지지율이 최저치를 기록했는데, 뜻밖에도 가장 큰 원인이 경기 침체라는 분석이 나온다.

“상당히 심각한 수준이다. 그러나 중요한 포인트는 한국 사회가 집단적으로 착각하고 있다는 것이다. 한국만 경기가 어렵다는 인식이 일반적이지만, 요즘 전 세계에서 경기가 좋아지는 국가는 없다. 불과 6개월 전까지 가장 잘나간다고 인식되던 독일도 경기 침체의 시름이 깊어지면서 마이너스(-) 금리 상태에 빠졌다. 한국과 마찬가지로 독일 정부도 과감한 재정 투입을 통해 경기 부양에 나서고 있다. 중국은 27년 만에 가장 낮은 6% 성장률을 보이고, 미국 경제도 빠른 속도로 하강 중이다. 결론적으로 경기 침체는 글로벌 차원에서 모든 국가의 문제라는 인식이 필요하다.”

한국의 경기 침체가 글로벌 경기 침체 때문이라는 얘기인가? 한국만의 현상도 있지 않나?

“먼저 한국 경제에 대한 기본 인식을 다시 해야 한다. 한국은 전 세계에서 대외 개방도가 가장 높은 수출중심형 국가다. 전체 국내총생산(GDP)의 30% 이상을 수출에 의존하고 있다. 따라서 한국 경제를 설명하는 가장 중요한 변수는 글로벌 경제 상황이다. 2008년 금융위기 당시를 복기해 보자. 당시 한국 경제에도 문제가 있었지만 근본 원인은 미국과 선진국의 부채 위기가 한국에 전염된 것이다. 1997년 IMF 외환위기도 태국·인도네시아 등의 외환 위기, 러시아의 금융 위기와 맞물려 피해가 커진 측면이 있다. 세계 경제가 다 좋은데 한국만 어렵다면 해법은 아주 간단하다. 다른 국가의 정책을 따라하거나 수출을 확대하면 된다. 그런데 선진국 모두가 어려운 가운데 어떤 국가도 해법을 찾지 못하고 있기 때문에 우리에겐 진퇴양난의 상황이라고 봐야 한다.”

세계 경제가 어려운 게 가장 중요한 요인이라는 진단인데, 그렇다면 선진국들의 경제는 왜 동시에 어려워지고 있나?

“한 마디로 디플레이션 위험이 지구촌, 특히 선진국을 덮치고 있는 게 가장 중요한 요인이다. 경제는 주기적으로 호황-불황을 반복한다. 그런데 지금은 이런 주기적(순환적) 차원이 아니라 구조적으로 각국 경제가 디플레이션을 향하고 있다. 바로 이 점이 모두의 고민거리다.”

美 정치 양극화도 디플레가 유발

지난 8월 사상 처음으로 물가가 하락하면서 일본형 장기 불황이나 ‘D의 공포’에 대한 논란이 많아졌다. 우선 디플레이션의 정확한 의미부터 짚고 가자.

“경제학에서는 물가 하락이 고착화되는 현상을 의미한다. 물가상승률과 실질 경제성장률을 합한 것이 금리이다. 그래서 물가 하락, 성장률 하락에다 금리가 떨어지는 현상이 복합적으로 나타나는 것으로 이해하면 된다. 또한 경제학자들은 물가, 금리 같은 경제 변수로만 얘기하는데, 경제가 축 처진 상태에 진입해서 스스로 빠져 나오기 어려운 ‘덫’에 걸렸다고 보면 될 듯하다.”

경제가 구조적으로 어려워지면 부(富)의 양극화 현상이 심화되고, ‘파이 쟁탈전’이 치열해질 것이다. 결국 디플레이션은 치열한 사회 갈등을 유발하지 않나.

“디플레이션이 도래하면 금리가 낮아진다. 이러면 부채를 통해 부동산 투자를 한 사람이나 다주택자가 유리해진다. 금리가 낮을수록 현금과 실물 자산을 많이 가진 부자들이 더 유리해진다. 따라서 디플레이션은 필연적으로 양극화를 촉진한다. 요즘 한국 사회 갈등의 본질도 디플레이션으로부터 찾을 수 있다. 과거 방식으로 디플레이션을 타개할 것인지(보수 진영), 아니면 새로운 차원에서 대응할 것인지(진보 진영)를 놓고 갈등을 빚게 된다. 그러나 성격상 결론을 쉽게 낼 수 없는 구조다. 사회가 양극화되고 정치적 세력으로 갈려 싸우게 되는 이유다.

[그림 1]에서 보듯 2016년 미국 대선 당시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 나타난 이념적 성향이다. 중도가 사라진 채 양측으로 완전히 갈라져 있다. 아마 한국도 유사한 결과가 나올 것 같다. 또한 정치권에서 근본적인 해결책을 찾지 못하니 대중적 인기를 끄는 단기·선심성 정책에 함몰되어 포퓰리즘 성향이 강해진다.

디플레이션이 발생하면 미래보다 현재의 삶에 집착하게 된다. 역사적으로 대공황 시기인 1930년대에 나치즘, 파시즘과 포퓰리즘이 득세했던 것을 상기해볼 시기다. 최근의 대표적인 사례가 이탈리아인데, 극우 정당들이 경쟁적인 포퓰리즘 정책으로 일단 위기를 모면하려 하고 있다. 따라서 앞으로 도래할 디플레이션은 경제적 처방뿐만 아니라 사회적 갈등을 치유하기 위한 정치적·사회적 처방이 동시에 나와야 한다. 경제학 처방으로는 부족하다.”

[그림1] 미국 정치의 양극화 ※정치적 주체가 포함된 메시지 발송 및 리트윗 활동을 나타낸 그래픽. 평균 이데올로기적 성향에 따라 두 개의 그룹으로 구분한다. 보수는 빨강, 진보는 파랑으로 표시. 자료: William J Brady(2017)

선진국들, 국채 금리 마이너스 시대

지난 16일 한은이 기준금리를 1.25%로 내렸다. 홍 대표님이 말한 공식에 대입해보면 올해 물가상승률과 경제성장률을 합해서 1.25%라는 의미인가.

“올해 성장률이 2%도 어려운 상황인데, 여기에 물가하락률을 차감하면 비슷해질 것 같다. 내년에도 저성장-저물가 때문에 저금리가 유지될 수밖에 없다는 신호로 보면 된다.

문제는 이런 상황이 한국뿐만 아니라는 점이다. 일본, 독일, 스위스, 스웨덴, 네덜란드, 프랑스, 덴마크 등 선진국들은 물가가 하락하면서 국채금리가 마이너스(-) 상태에 빠졌다. 여기에 동유럽의 체코, 동아시아의 대만에서도 유사한 현상이 발생하고 있다. 드디어 스위스는 거액 예금에 대해서 마이너스 금리를 적용할 계획이다. 역사상 처음으로 은행이 이자를 주는 게 아니라 돈을 굴릴 데가 없어서 보관료를 받을 만큼 금리가 낮아지고 있다. 한 마디로 글로벌 차원에서 디플레이션의 먹구름이 깔린 것으로 봐도 무방하다.”

매우 심각한 상황으로 보인다. 그런데 왜 정부는 경기 침체가 아니라고 계속 주장하나.

“‘경제는 심리’라는 말이 있다. 더군다나 한번 디플레이션에 빠지면 탈출하기가 무척 어렵다. 따라서 정책 당국은 항상 경기 낙관론을 펼 수밖에 없고, 앞으로도 디플레이션을 계속 부인할 것이다. 일본 경제의 경우 거품 붕괴와 함께 디플레이션이 찾아온 1990년대 초반 거의 5년 동안 계속 경기 낙관론을 폈다. 그런데 이 기간에 일본의 금리는 5%대에서 1%를 밑도는 수준까지 낮아졌고, 일본형 장기불황이 찾아왔다.

이런 사례 때문에 지난 16일 한국은행이 금리를 사상 최저인 1.25%로 내린 당일에, 거꾸로 국채 시장 금리는 올랐다. 한은이 금리를 1% 아래로 내린다는 것은 사실상 디플레이션을 인정하는 것이라서 앞으로는 매우 신중하게, 그리고 최대한 시간을 끌면서 금리 인하를 하게 될 것이라고 시장에서 판단했기 때문이다.”

디플레이션이 왜 위험한가. 모두들 인플레이션보다 위험하다고 하는데.

“소비자 입장에서 보면 오늘보다 한 달 후 혹은 6개월 후 물건 값이 싸진다면 당연히 소비를 늦출 것이다. 그런데 이런 현상이 고착화되면 음식료나 필수소비재를 제외한 상품들의 소비량은 계속 줄어들 것이다. 기업 입장에서는 물가가 내리면 투자를 해도 매출과 이익이 모두 줄어드니 당연히 투자를 꺼리게 된다. 결국에는 금리를 최대한 낮추고 돈을 뭉텅이로 뿌려대도 돈을 빌려가지 않는 상황에 처하게 된다. 주식 등 자산가격도 급락한다. 이런 악순환이 고질병으로 자리 잡는 게 디플레이션이다.”

불확실성 때문에 출산·투자도 기피

저물가, 저금리, 저성장이 하나의 몸통이라는 말인데, 왜 이런 현상이 발생하나.

“가장 큰 이유는 기술 혁신과 과잉 투자를 통해 모든 산업 분야가 역사상 최대의 공급과잉에 빠져 있다. 또한 기계가 사람에게서 일자리를 빼앗기 시작했다. 선진국에서 인구 감소, 고령화로 인해 소비 여력도 꾸준히 줄어들고 있다. 나는 이런 상황을 ‘수축사회의 멜더스 이론’이라고 한다. 쉽게 말해 “수요는 산술급수적으로 증가하는데, 공급은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난다”고 이해하면 된다.

이런 상황에서 고령화·보수화된 투자자는 원본(원금)을 지킬 수 있는 채권투자(예금)에만 집중한다. 최악의 양극화로 소비 여력은 더 줄어든다. 한국의 경우 현재 사상 최대의 가계부채 상태다. 이자를 내기 위해 소비를 줄일 수밖에 없다. 사회를 구성하는 거의 모든 것이 역사상 ‘최초’, 혹은 ‘최고’인 상황이 동시에 발생하면서 물가 하락, 금리 인하가 실현되고 있는 것이다.”

자본주의 국가들은 과거에도 디플레이션이 발생했지만 결국엔 탈출하지 않았나.

“산업혁명 이후 기술 진보에 의해서 주기적으로 디플레이션이 발생했다. 그런데 당시와 지금의 차이점을 살펴보자. 우선 과거에는 디플레이션 상황에서도 인구가 늘었다. 소비자는 유사 이래 계속 증가했다. 또한 지구상에 미개발·저개발 국가가 많아서 자본을 투자하거나 시장을 개척할 지역이 많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디플레이션 탈출이 어렵게 되자 결국에는 전쟁이 발생한 경우도 적지 않다. 그런데 지금은 과학기술의 발전으로 전쟁이 일어나면 거의 모든 것을 잃을 위험에 처해 있다.

주변의 젊은이에게 “혹시 자녀를 3명쯤 낳을 거예요?”라고 물어 보거나, 기업인에게 “스마트 팩토리를 포기할 겁니까?”라는 질문을 해보라. 거의 대부분 강하게 ‘NO’라고 대답할 것이다. 따라서 이번에 다가오는 디플레이션은 과거 사례와 비교할 수 없다. 그리고 피하기도 쉽지 않다.”

디플레이션 대책과 관련해 흔히들 미국의 대공황이나 일본의 장기 불황을 얘기하는데, 우리가 주목할 만한 내용을 말해 달라.

“1930년대 대공황 당시 미국에서는 수백만 명이 굶어 죽고, 실업률은 25%, 물가 하락률은 무려 27%나 됐다. 미국 증시의 다우(DOW) 주가지수는 380포인트에서 추락해 3년 만에 44포인트까지 하락했다. 금융회사 도산이 늘면서 1933년에는 은행 4000여 곳이 부도를 냈다. 결국 미국은 제2차 세계대전 발발을 방조하다가 결국 전쟁에 참전했는데, 이는 디플레이션 탈출을 위해서였다는 해석이 점점 많아지는 추세다.

일본도 1990년대 이후 장기불황이 이어지면서 국가 전체가 30년째 멈춰져 있는 느낌이다. 임금은 20년 전과 비슷하고 돈을 아무리 풀어도 금리는 마이너스(-)이고 인구는 연간 20~30만 명씩 줄어들고 있다. 아베노믹스로 극약처방을 했지만 효과는 뜨뜻미지근한 수준이다.”

[그림2] 일본의 임금 추이 ※자료: 일본 후생노동성

한국 상황, 미·일 디플레보다 더 나빠

그렇다면 이런 어려운 상황에서 우리는 어떻게 해야 하나.

“글로벌 디플레이션의 그림자는 점점 강력해지고 있는데, 지금 상황은 과거 미국과 일본에서 발생할 당시보다 더욱 나쁜 편이다. 우선 큰 버블의 붕괴 없이 디플레이션 기세가 강해진다는 점이다. 구조적 차원, 글로벌 차원에서 진행되고 있어서 우리 정부만으로 대책을 세우기 어렵다는 의미다.

앞에서 디플레이션의 근본 원인이 공급과잉이라고 말씀드렸는데, 결국은 글로벌 차원에서 어떻게 공급과잉을 해소하느냐가 대응책의 핵심이 되어야 한다. 우선 공급을 자발적으로 줄이는 것은 거의 불가능하다. 기업 입장에서 자신들의 생산능력을 줄이는 것은 정말 어렵다. 그러나 실제로는 공급능력이 줄고 있다. 한국 제조업의 생산능력은 지난해부터 실질적으로 줄어들기 시작했다.

최근 한국의 조선업이 조금씩 회복되고 있는데, 이는 업황이 회복된 게 아니라 생산력을 축소한 결과다. 성동조선, SPP조선 등 대규모 조선사들의 구조조정 덕택에 조선업의 생산능력이 줄어든 결과다.”

[그림3] 줄어드는 한국 제조업 생산능력 ※자료: 통계청

中 국유기업 이겨낼 경쟁력 갖춰야

한국의 제조업만 생산능력을 줄이면 결국 국가 차원의 손해 아닌가.

“당연하다. 문제는 한국이 강점을 갖고 있는 제조업이 대부분 중국과 경합하면서 상호 공급과잉을 유발하고 있다는 점이다. 그런데 중국의 경쟁업체들은 대부분 국유기업이다. 우리나라로 치면 공기업과 유사하다. 이제 중국 국유기업과 마지막 한판 승부를 해야 하는 시기에 도달했다. 문제는 국유기업이라서 구조조정이 더디게 발생한다는 점이다. 그만큼 한국 제조업의 지구력이 필요하다.

따라서 세계 수준에 오른 한국 제조업체들은 앞으로 생산능력 확대보다는 어느 업체보다도 강력한 경쟁력을 가진 ‘세계 1위’로 성장시켜야 한다. 이 때 기업들은(대부분 재벌 기업이겠지만) 문어발식 확장보다는 지금 잘하고 있는 기업을 ‘세계 1위’로 만들면서 다른 나라 기업과 제로섬 경쟁을 해야 한다. 당연히 정부와 사회는 다각적인 지원을 해야 할 것이다.

꼭 ‘세계 1위’가 아니라도 독보적인 경쟁력을 갖추는 것도 한 방법이다. 철강 산업에서 포스코의 생산량이 세계 1위는 아니지만, 높은 생산성과 뛰어난 품질로 중국 경쟁업체를 압박하고 있다. 현재 같은 상태로 포스코가 밀어 붙이면 아마 3~4년 후 중국의 철강 산업은 상당히 약화될 것이다.”

제조업이 아닌 다른 산업은 어떻게 해야 하나?

“한국의 제조업은 소재(철강, 화학, 정유), 산업재(기계, 조선, 건설, 운송), 자동차, IT산업이 중심을 이룬다. 그런데 이 산업들은 글로벌 차원에서 모두 공급과잉에 빠져 있다. 따라서 산업 발전의 다양성 확보를 위해서 기업이나 정부 모두 새로운 산업을 육성해야 한다. 우리 사회와 교육 시스템이 다양성을 확대하기 위한 노력을 기울인다면 다른 산업들도 성장 기반을 마련할 수 있다.”

재정 투입 땐 실기·낭비 말아야

구체적으로 정부는 재정 투입으로 디플레이션을 해결하려 할 텐데, 결국 소득주도성장도 같은 차원 아닌가? 예비타당성 면제 사업이나 최근 건설투자 확대 같은 것을 계속하는 것이 맞는가?

“정부 입장에선 사실 역사상 최초의 디플레이션 상황이기 때문에 뾰족한 해법이 없다는 점을 인정해야 한다. 1930년대 미국의 대공황 당시 우리는 뉴딜 정책만 기억하는데, 미국 정부는 4만 명의 레크레이션 전문가를 고용해서 일자리 창출과 국가 분위기 쇄신을 꾀했다. 그 비용이 33억 달러였는데 현재가치로 환산하면 470억 달러 정도라고 한다.

디플레이션에 빠지면 어느 나라 정부든 수요를 증대시키기 위해 무슨 일이든 해야 한다는 조급증을 갖게 된다. 대공황이 발생할 무렵 미국에서는 국가 재정을 걱정해서(청산주의라고 함) 과감한 재정 투입을 꺼렸다. 그러나 결과는 더 많은 재원을 투입하고도 대공황에서 벗어나지 못했다. 정부가 경제에 적극 개입하는 것은 당연하다. 그러나 미국처럼 기회를 실기하거나, 일본처럼 개념 없는 재정 낭비를 하면 절대로 안 된다. 재정을 쓰되 잘 써야 한다는 의미다.”

환경·안전, 고령화, 인재육성 대책을

그렇다면 정부는 어떤 분야에 집중해야 하나? 정부의 역할을 정리한다면?

“단기 일자리 창출, 의미 없는 SOC 사업보다는 미래 30년 후를 대비한 선제적 투자로 경기 회복을 꾀해야 한다. 멀리 보아야 한다. 환경·안전에 대한 대규모 투자, 고령화 사회를 위한 효율적 시스템 구축, 이공계 우수인재 육성을 위한 과감한 장학사업 등과 같은 정책을 예로 들 수 있다. 당장의 경기 부양에도 도움이 될 뿐 아니라 국가 경쟁력에도 큰 도움을 준다. 이렇게 할 때 국민 지지를 받고 결국에는 디플레이션 진행을 막을 수 있다.

디플레이션은 우리가 후손에게 절대로 물려줘서는 안 되는 마이너스 유산이다.”

 

홍성국 / 혜안리서치 대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