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월 14~15일 MBC 여론조사에서 조국 장관 임명에 대해 20대 남성 70.5%가 “잘못한 일”이라고 응답했다. 이는 60세 이상 남성과 비슷한 수준(70.8%)이다. “잘한 일”이라는 응답은 19.4%로 전 연령대 중 가장 낮았다. 반면 20대 여성은 “잘한 일”이라는 응답이 39.6%로 “잘못한 일”이라는 응답(42.6%)보다는 낮지만, 20대 남성보다 훨씬 긍정적이었다. 최근 2~3년 사이 실시된 각종 여론조사 결과를 보면 20대 남성의 보수성이 고착화 되는 양상이다. 도대체 원인은 무엇이고, 이런 현상이 지속되고 있을까. 유창오 새시대전략연구소 소장(더불어민주당 당대표 비서실 부실장)이 분석한다. [편집자]

기적적으로 이뤄진 진보다수파 시대, 지속가능할까?

나는 2011년 <진보세대가 지배한다>라는 책을 냈다. 그 책에서 나는 지역구도의 후퇴와 세대구도의 전면화를 전망했다. 그리고 그것이 한국 정치에서 영원한 소수파였던 진보진영에게 호남 고립에서 벗어나 역사상 최초로 다수파가 될 수 있는 천재일우의 기회를 줄 수 있다고 역설했다.

내가 역설한 진보의 다수파 전략은 ‘2040세대 전략’이었다. 민주화운동 세대인 40대(86세대)의 염원과 신자유주의 경제시스템에 의해 나쁜 고용을 강요당하는 20~30대의 분노를 묶어내면 진보진영이 소수파에서 다수파로 전환될 수 있다는 것이었다. 8년이 지난 지금 돌이켜보면, 2016년 총선과 2017년 대선, 2018년 지방선거로 이어지는 민주당의 승리는 세대구도에 근거한 것이었고, 내가 8년 전에 체계화했던 ‘세대동맹 다수파 전략’은 실현되었다고 할 수 있다.

그런데 2011년 당시 나와는 정반대의 예측을 한 곳이 있었다. 바로 조선일보였다. 조선일보는 청년인구의 감소와 중장년인구의 증가를 근거로 보수 다수파 시대가 더욱 공고해질 것으로 전망했다. 그러나 그들은 틀렸다. 그것은 세대효과는 보지 않고 연령효과만 봤기 때문이다.

연령효과는 나이가 먹어감에 따라 진보에서 보수로 바뀌는 현상을 말한다. “20대에 진보가 아니면 심장이 없고, 40대에 보수가 아니면 뇌가 없는 것이다”라는 윈스턴 처칠의 말은 연령효과를 쉽게 설명한다.

반면 세대효과는 20대 무렵에 형성된 정치성향이 일정하게 유지되는 현상을 말한다. 칼 만하임은 “개인의 가치관은 대략 25세경에 확립되고 세계관이 안정되어 그 이후에는 지속되는 경향을 갖는다”고 말했다. 나폴레옹 보나파르트는 “그 사람을 제대로 알기 위해서는 그 사람이 살았던 20대의 세상을 알아야 한다”라고 말했다. 미국의 유권자를 추적 조사한 연구결과에 따르면 평생 동안 지지하는 정당을 바꾼 유권자는 20% 내외에 불과했다.

2002년 대선에서 2030세대는 노무현 후보를, 5060세대는 이회창 후보를 압도적으로 지지했고, 40대는 박빙이었다. 조선일보는 그런 유권자구도가 고정된 것으로 봤고, 인구구조가 청년 감소와 중장년 증가로 변함에 따라 보수 다수파 시대가 공고화될 것으로 전망했던 것이었다. 그러나 현실은 민주화 열망이 강한 86세대가 나이가 들어감에도 일정하게 진보성향을 유지하는 동시에, 이후 세대들도 계속해서 진보적 성향을 가짐에 따라 진보의 다수파 시대가 열렸다.

그렇다면, 현재의 진보진영 다수파 시대는 향후 지속될 수 있을까? 그리하여 민주당의 ‘30년 집권’은 가능할까? 만일 현재의 세대효과와 연령효과가 계속된다면 가능할 수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최근의 정치정세와 여론동향은 그것이 녹록치 않음은 물론이고, 기적처럼 이뤄진 진보다수파의 시대가 짧은 봄날의 꽃피는 시절처럼 어렵게 왔다가 금방 지나갈 수도 있음을 보여주고 있다.

반문재인 전선의 최선봉에 서있는 ‘이남자’

위기는 50대와 20대에서 오고 있다. 50대까지 일정하게 진보성을 유지해온 86세대가 최근에는 보수화가 진척되고 있다. 더욱 중요한 것은 ‘이남자(20대 남자) 현상’인데, 놀랍게도 최근의 모든 여론조사는 20대 남자가 반문재인 성향이 가장 강한 집단임을 보여주고 있다.

리얼미터 조사(8.19~23)에서 ‘이남자’의 문재인 대통령 부정평가 비율은 무려 69%로, 대구경북(61%) 60대 이상(60%)보다 훨씬 높았다. MBC 의뢰 여론조사(9.14~15)에서도 ‘이남자’의 조국 법무장관 임명 찬성비율은 19%(반대 71%)여서, 대구경북 20%, 60대 이상 23%보다도 낮았다. 지금 반 문재인 전선의 최선봉에는 ‘이남자’들이 서있다.

반면에 20대 여자는 친문재인 성향이 가장 강한 집단이다. ‘이남자’와 ‘이여자’는 함께 20대로 묶을 수 없을 정도로 완전히 상반된 정치성향을 보이고 있다. 리서치뷰가 올해 1~6월 조사를 통합한 결과, 대통령 직무평가에서 ‘이남자’는 ‘잘함’ 35%, ‘못함’ 62%였는데, ‘이여자’는 ‘잘함’ 65%, ‘못함’ 31%로 완전 정반대였다.

정당지지도에서도 ‘이남자’는 민주당(29%), 바른미래당(21%), 한국당(20%)에 비슷한 지지를 보이고 정의당(7%)을 싫어하는 반면, ‘이여자’는 민주당(51%)에 압도적 지지를 보내고 정의당(12%)도 좋아하지만, 한국당(11%)과 미래당(4%)은 무시했다. 자신의 정치성향에 대해서도 ‘이남자’는 보수 47%, 진보 31%인 반면, ‘이여자’는 보수 24%, 진보 55%였다.

세대효과에 따르면, ‘이남자’들도 지금의 보수성을 평생 유지할 가능성이 높다. 그리고 이후 진입하는 ‘이남자’들도 마찬가지일 것이다. 그렇다면 결국 역사상 최초로 기적처럼 이뤄진 지금의 진보의 다수파 시대는 어쩌면 너무도 쉽게 끝날 수 있을 것이다.

정부가 남성을 차별한다고 분노하는 ‘이남자’

윈스턴 처칠은 “20대에 진보가 아니면 심장이 없다”라고 말했는데, 과연 20대가 보수적 성향을 보인 사례가 역사에서 없었나? 그렇지 않다. 대표적인 사례가 선진국 베이비붐 세대가 복지국가에 식상해하면서 1970~80년대 대처와 레이건의 신자유주의 혁명을 지지한 경우다. 물론 보는 시각에 따라서는 이를 두고 시대를 혁신한 것이었다고 평가하는 사람도 있다. 평가 방향이야 다를 수 있지만 분명한 것은 당시 베이비붐 세대가 기존 복지국가 시스템에 저항해 변화를 선택했다는 점이다.

그렇다면, 지금 한국에서 왜 ‘이남자’들은 보수화되었을까? 여기에서 중요한 것은 ‘20대 전체’가 아니라 ‘20대 남자’가 그렇게 바뀐 점이다. 세대와 함께 젠더가 심각한 갈등이 된 것이다. 사회에는 수많은 갈등이 있다. 그 중에서 정치구도로 전환되는 갈등은 많지 않다. 한국 정치에서는 지역과 세대 정도였는데, 갑자기 20대에서 젠더갈등이 정치구도로 전환된 것이다.

‘이남자’들이 반문재인이 된 이유를 요약하면 3가지다. 첫째, 그들은 ‘권력에 의해 부당하게 차별받고 있다’고 느낀다(젠더문제). 둘째, 그들은 ‘사회경제적으로 약자인데도 불구하고’ 차별받는다고 생각한다(일자리와 교육문제). 셋째, 그들은 약자임에도 불구하고 ‘대한민국 공동체를 위해 희생하고 헌신하고 있는데도’ 차별받는다고 분노한다(국방과 북한 문제). 이에 대해 자세히 살펴보자.

먼저, 젠더문제에 대해 살펴보자. ‘이남자’들이 권력에 의해 부당하게 차별받고 있다고 느끼는 것을 가장 잘 보여주는 것은 20대 남자에 대한 시사인의 지난 4월 기획기사였다. 당시 조사에 따르면 ‘이남자’의 69%가 남성차별이 심각하다고 답변했다. 76%는 문재인 정부가 양성평등 정책을 못하고 있다고 평가했다.

문재인 대통령은 후보 시절 페미니스트 정부가 되겠다고 선언했는데, ‘이남자’의 79%는 페미니즘은 여성우월주의라고 생각했고, 65%가 페미니즘이 한국 여성의 지위향상에 기여해오지 못했다고 평가했으며, 66%는 한국의 결혼문화는 여성에게 유리하다고 답변했다.

이처럼 ‘이남자’들은 사회경제적으로 게임의 법칙이 남자들에게 불공정하게 되어 있다고 인식한다. 그들이 분노하는 핵심은 남성 차별이다. 그들은 그것이 강자에 대한 역차별이 아니라 사회적 약자에 대한 부당한 차별이라고 생각한다. 그리고 그 분노의 대상은 정부의 양성평등 정책이다. 그들은 문재인 정부의 양성평등 정책이 게임의 법칙을 왜곡한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그들에게 최대의 적은 여성가족부이고, 가장 싫어하는 정치인은 진선미 전임 여성가족부 장관이라고 ‘이남자’들은 말한다. 그들이 즐겨보는 유튜브를 보면 미투운동과 관련하여 ‘남성 가해자, 여성 피해자’ 프레임을 비난하는 목소리가 높다. 성범죄 무고수사 유예지침과 여성폭력방지기본법 제정이 논란이 되고, 안희정 지사 판결과 관련하여 성인지감수성에 대해 비판한다.

남자 지배의 종말과 여자 우위의 시대

이제 두 번째 문제인 ‘이남자’들이 자신들을 ‘사회경제적으로 약자인데도 불구하고’ 차별받는다고 생각하는 문제, 즉 일자리와 교육문제에 대해 살펴보자. 사실 ‘이남자’ 현상의 근본에는 역사적인 ‘남자 우위 시대의 종말’과 ‘여자 우위 시대의 개막’이 깔려있다.

인류학자들에 따르면 원시 수렵채집 사회는 성적으로 평등한 사회였다고 한다. 그런데 농경이 시작되고 나서 남성의 경제적 우위가 시작되었고, 1차 산업혁명과 2차 산업혁명 시대에도 남성의 경제적 우위는 계속되었다. 하지만, 3차 산업혁명 시대부터 시작된 변화가 4차 산업혁명의 시대에 이르러서는 확연히 여성의 경제적 우위의 시대를 열었다. 거의 모든 미래학자들은 21세기는 여성의 시대가 될 것으로 전망한다.

이런 변화는 이미 선진국의 남녀별 고용구조에서 나타나고 있다. 2000년 이후 제조업 분야의 일자리가 3분의 1 이상 사라졌고, 주택시장이 붕괴되면서 건설과 관련업계가 사양길로 접어들었다. 노동시장에서 남성이 전담하던 육체노동이나 숙련노동이 쇠퇴하고 여성들에게 더 유리한 커뮤니케이션 능력이나 대인관계 능력이 강조되는 방향으로 변모하고 있다. 이로 인해 남자들은 여전히 사양 산업에 종사하는 반면, 최근 일자리가 확대되는 서비스, 건강, 교육 분야는 여성이 주도하고 있는 실정이다.

이는 한국에서도 비슷한 상황인데, 통계청에 따르면 ‘이여자’의 고용률은 2010년에 ‘이남자’를 추월한 이래, 2018년에는 60%-56%로 계속 격차가 확대되고 있다. 경제활동 참가율에서도 ‘이여자’가 2012년에 ‘이남자’를 추월하여 2018년에는 65%-63%로 역시 격차가 확대 중이다. 특히 좋은 일자리의 지표가 되는 ‘청년층 졸업ㆍ중퇴 후 관리자ㆍ전문가 취업률’(2017년)은 여성이 31.4%로, 남성 16.8%에 비해 압도적으로 높다.

이처럼 여자가 일자리에서 우위를 보이는 것은 여학생이 남학생보다 공부를 잘하기 때문이다. 2017년 수능을 분석한 결과, 국영수 모두에서 여학생 평균이 남학생보다 높았다. 수학도 여학생이 더 잘했다. 남녀공학 학교의 상위권은 거의 여학생들이 차지한다. 반면, 낙제생은 여학생(34%)에 비해 남학생(66%)이 두 배나 많다. 대학진학률도 여자가 2005년 남자를 앞지른 이후 계속 차이가 벌어져서 2017년에는 남자 65%, 여자 73%로 여자가 8%포인트나 높았다.

학자들은 21세기 들어 여자가 교육에서 우월한 능력을 발휘하는 이유를 언어교육이 시작되는 시기가 과거보다 빨라진 것에서 찾는다. 아이를 키워본 사람들은 누구나 경험했겠지만, 유아기에 여아가 남아보다 훨씬 일찍 언어를 배운다. 마태복음에는 ‘무릇 있는 자는 받아 풍족하게 되고, 없는 자는 그 있는 것까지 빼앗기리라’라는 구절이 있는데, 어린 시절 경쟁에서 우위를 차지한 여학생들이 계속 학업에서 우위를 유지하게 된다는 것이다.

일자리 문제와 관련하여 20대는 남녀를 불문하고 경쟁을 자연스럽게 생각하고, 공정성을 중요시하는 경향이 있다. 그로 인하여 문재인 정부에서 추진된 노동정책 중에 일부를 비판적으로 생각할 수 있다. 대표적인 것이 ‘공기업 비정규직의 정규직화’인데, 경쟁을 통해서 적정한 자격을 갖춘 사람을 뽑아야지 경쟁 없이 들어온 비정규직을 정규직화 하는 것은 정의롭지 못하다고 생각하는 것이다.

‘이남자’ 현상이 시작된 것이 2018년 가을이었는데, 당시에 서울교통공사의 비정규직 정규직화 과정에서 이뤄진 민노총의 고용세습과 채용비리가 ‘이남자’들을 분노하게 만들었다. 비정규직의 정규직화로 혜택을 받은 것은 40대~50대이거나 그 자녀들이었고, 20대의 정규직 취업은 더 어려워질 수 있기 때문이다. 더구나 그런 직종은 대부분 남성 직종이 많았다.

‘이남자’ 현상의 심연, 국방과 북한 문제

마지막으로 ‘이남자’들이 ‘대한민국 공동체를 위해 희생하고 헌신하고 있는데도’ 차별받는다고 생각하는 문제, 즉 국방과 북한 문제에 대해 살펴보자. ‘이남자’와 대화를 하거나 그들이 좋아하는 유튜브를 보면, 이 문제는 ‘이남자’가 문재인 정부에 대해 비판적으로 바뀌고, 점차 스스로를 보수로 인식하게 만든 가장 중요한 문제가 아닌가 생각된다.

남자 우위의 시대에서는 군복무가 큰 희생이 아닐 수도 있었다. 하지만 일자리와 교육에서 이미 여성의 우위가 확고해진 시대에서 군복무 기간은 남자들에게 크게 다가올 수밖에 없을 것이다. 더구나 그들은 자신들의 국가에 대한 헌신이 인정받지 못하고 있다고 생각하고 있다.

더욱 중요한 것은 20대들은 민족주의 성향이 희박하며, 자유주의 성향이 강하다는 점이다. 따라서 그들에게 북한은 같은 민족이라기보다는 도무지 이해할 수 없는 불량국가로 인식되며, 통일의 필요성도 높지 않게 나타난다. 2015년 내일신문 의뢰조사에 따르면 통일에 대한 찬반이 20대는 29%-55%로 반대가 26%포인트가 높은 반면, 40대는 49%-34%로 찬성이 15%포인트 높았다.

북한과 미국이 경기를 할 경우 20대는 34%-54%로 미국 응원이 20%포인트 높은 반면, 40대는 69%-22%로 북한 응원이 47%포인트 높았다. 최근 SBS 의뢰조사(8.15)에서 지소미아 종료 연장에 대해 20대는 찬반이 28%-65%로 반대가 37%포인트 높은 반면, 40대는 찬반이 50%-46%로 찬성이 4%포인트 높았다.

이처럼 자유주의적 성향으로 인해 미국은 좋아하고 북한은 싫어하는 20대 전체의 특성에 더해, 군복무라는 국가에 대한 헌신이 제대로 인정받지 못한다고 생각하는 ‘이남자’들의 심리상태가 결합되어 처음에는 문재인 정부에 대해 비판적이었던 수준에 머물렀던 ‘이남자’들의 정치의식이 갈수록 스스로를 보수로 인식하게 만드는 것이 아닌가 생각된다.

지난해 하반기부터 분명해진 ‘이남자’ 현상과 그로 인한 청년보수의 등장은 한국 정치에서 지금껏 보지 못했던 새로운 양상이기는 하지만, 아직 완전히 정착된 정치구도는 아니다. 정치구도로 자리 잡히려면 선거를 통해서만 가능하다. 따라서 내년 총선까지는 생물처럼 변화 가능하다. 아직까지 모든 정치세력에게 그 기회의 문이 열려있는 것이다.

20대 무렵에 형성된 정치성향이 일정하게 유지되는 세대효과를 고려한다면, 지금 ‘이남자’ 현상은 단순히 20대 남자의 표수 이상의 의미를 갖는다. 향후 한국정치 구도에 지대한 영향을 끼칠 수밖에 없다. 그런 점에서 민주당과 진보세력은 그들의 고민과 아픔에 대해 열린 마음으로 다가가야 할 것이다.

유창오 / 새시대전략연구소 소장, 더불어민주당 당대표 비서실 부실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