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일 조국 법무부장관 후보자에 대한 청문회가 열린다. 청문회 뒤 청와대는 조국 후보자를 임명할 것인지 결정해야 한다. 이번 주 금요집담회는 ‘조국 정국’에 관한 이야기이다. 피렌체의 식탁 편집진 외에 윤태곤 더모아 정치분석실장이 참여했다. 자유롭고 솔직한 대화를 위해 필명으로 전한다. [편집자]

허생
문재인 대통령은 조국 후보자를 법무장관으로 임명할까?

양자
할 수밖에 없다. 문재인 대통령으로서도 물러설 여지가 없어 보인다.

요다
결정적인 팩트로 조국 후보자의 해명이 거짓인 걸로 입증된다면 어렵지 않을까. 몇몇 사안이 지뢰밭이다.

가오리
임명을 안 했을 때 얻을 수 있는 실익이 없다. 임명을 안 한다고 검찰이 수사를 안 하고 야당이 검찰 개혁을 받아주겠나. 이미 호랑이 등에 올라타 있다. 그런데 임명을 한 다고 끝이 아니라, 또 다른 시작이 기다리고 있다. 검찰 수사결과 발표도 있을 테고, 경우에 따라 야당은 특검이나 국정조사를 주장할 것이다. 조국 ‘법무장관’과 검찰 사이에 개혁 충돌도 있을 수 있다. 조국 후보자를 임명하면 문재인 대통령 지지율도 빠질 것이다. 검찰 수사 결과에 따라 지지율 35%도 위협 받을 수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청와대로서는 지금 조국 카드를 거두는 건 아무 의미가 없다.

허생
검찰이 법무장관 후보자 인사 검증을 하는 상황이 됐다. 청와대는 이런 리스크를 예상했을까?

요다
‘조국 법무장관 카드’ 자체의 리스크는 있었다. 인사 공방은 ‘정치’, ‘능력’, ‘도덕성’ 세 가지로 진행되는데, 청와대와 여당에서는 ‘정치 공방’ 정도는 예상했을 것이다. 그런데 도덕성 공방은 예상 못 한 것 같다. 어떤 자리가 비었을 때 “적합한 인사를 추천해봐라”라고 하면 철저하게 인사검증이 이뤄지지만, “이 사람 문제없는지 알아봐라”라고 윗선에서 인사를 낙점하면 검증의 칼날이 무뎌질 수밖에 없다.

피터팬
이번에 나온 의혹 대부분이 조국 후보자 아내와 관련된 문제이다. 딸 입시 문제나 재산 관리 문제 대부분 아내가 주도했다면 아예 검증이 쉽지 않았을 수도 있다. 문제는 논란 발생 후의 위기관리 시스템이 제대로 돌아가고 있느냐이다. 민심은 간 데 없고 진영 싸움에만 치중하고 있는 것 같다. 이러다가 문재인 정부가 그동안 강조해온 평등, 공정, 정의라는 가치가 구두선에 그칠 수도 있다. 앞으로 국정운영이 어려워진다. 지금이라도 국가와 정권 차원에서 위기관리 시스템을 작동해야 한다. 그렇지 않고 진영 논리에만 갇혀 있으면 점점 늪 속으로 끌려들어갈 수도 있다.

요다
보통 이런 사안이 터지면 야당이 ‘정권의 문제’로 키우려 하고 여당은 의미를 축소시키기 마련인데, 이번에는 민주당 의원총회 때 일부 의원들이 ‘정권의 문제’라고 미리 규정하면서 사태를 키워 나가고 있다는 느낌을 받아 흥미로웠다.

가오리
정권 운영 측면에서 보면 내년 4월 총선 이후 2022년 3월 대선까지 23개월의 공백 기간이 있다. 총선 후에 현직 대통령의 힘이 빠질 수밖에 없다고 본다면, 내부의 긴장을 불러 넣을 필요가 있다. 조국 같은 확실한 사람을 법무장관에 임명해 총선 이후 공직기강 누수가 없게 할 필요가 있었을 것이다. 부산경남 지역에 적절한 대선후보가 안 보인다는 점도 조국 카드를 밀어 붙이는 배경일 수도 있다. 종합해보면 조국 카드로 시끄럽겠지만 ‘검찰 개혁’, ‘공직기강 확립’, ‘여권의 PK 주자 확보’ 등을 위해 이 정도 논란은 감수하고 간다고 결심한 것 같다.

양자
야당 입장에서는 지지율도 오르지 않고 지지부진한 상태에서 국면 전환을 위한 먹잇감이 필요했는데 딱 좋은 먹잇감이 등장한 것이다. 그러나 청와대와 여당에서 국정 안정을 위해 조국 후보자를 사퇴시킨다? 야당의 기세만 더 높아지고, 그나마 충성도 높은 여당 지지층도 등을 돌리지 않겠나.

요다
조국 후보자가 사퇴하면 상황이 악화되겠지만, 그대로 밀고 가는 게 더 나쁜 상황을 부를 수도 있다. 최근에 리스크가 너무 커졌다.

가오리
조국 카드를 접는다면 법무장관을 다시 임명하는데 인사검증과 국회 청문회 과정까지 적어도 3~4개월이 걸린다. 그러면 법무장관 공석인 상태에서 문재인 대통령과 윤석열 검찰총장이 대한민국을 공동으로 통치하는 상황이 오지 않을까. 이건 콘도미니엄 통치다.

허생
지금까지 나온 조국 후보자의 해명을 들어보면 도덕적 비난은 들을지언정, 사법적 책임에서는 벗어날 수도 있을 것 같다. 조국 후보자 본인이 사법적 책임을 면한다 해도 도덕적 비난은 조국 개인에게 그치지 않고 정권 전체를 향할 것이다. 이 리스크를 해소할 방안이 필요할 것 같은데.

가오리
문제는 민심이다. 결국 여야 지지층 결집을 누가 효과적으로 하느냐의 싸움이 될 것이다. 그런데 ‘황교안을 구해야 한다’는 야권의 민심보다 ‘문재인 대통령을 보호해야 한다’는 여권의 민심 결집 흐름이 훨씬 강할 것이다. 지지층 결집은 친노‧친문의 정치적 특기다. 모 여당 의원이 전한 바에 따르면, 처음 조국 후보자를 내세웠을 때 당 내에서는 찬반이 반반 정도였다고 한다. 85% 이상이 친노‧친문인 정당에서 절반이 의구심을 나타냈을 정도라면 반대 의견이 만만치 않았다는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 그런데 검찰 수사가 시작되면서 논란이 종결됐다고 한다. ‘너는 우리 편이냐, 아니냐’, ‘우리랑 같이 갈래, 안 갈래’ 상황이 된 것이다. 이번에 결집된 지지층의 여론이 한동안 계속 갈 것 같다.

요다
오히려 그런 점이 답답한 것이다. 대통령의 임기가 절반 이상 남아 있다. 야당과의 지지율 격차는 두 배 이상 나고 있다. 자신감을 갖고 국정을 운영해도 되는데 마치 정권 막바지 수세적인 상황에서 정권 재창출을 위해서 온갖 수를 쓰는 것처럼 전략을 쓰고 있으니 스텝이 꼬이는 것이다. 아직 임기가 많이 남아 있고 총선까지도 7~8개월 남아 있다. 경기 침체와 부동산 문제 등 세밀하게 돌봐야 할 국정 현안이 산적해 있는데, 굳이 정치적 갈등과 정국 혼란을 일으켜 중요한 현안들을 덮는 게 옳은 것인가 싶다.

가오리
여당에서는 다음 총선에 경제 이슈가 불거지면 필패라고 보고 있다. 청와대 입장에서 보면 소득주도성장 논란이 계속 되는 것보다 이처럼 정치 개혁 이슈가 더 편한 것 아니겠나.

양자
문재인 대통령이나 여당의 입장에서 봤을 때 ‘조국 카드’의 효용성이 충분해 보였을 것이다. 청와대 주변의 인물이 뚜렷한 색채를 못 내는 상황에서 조국 후보자는 한일 문제에 있어서도 강경 입장을 보이는 등 앞으로의 대내외 관계를 이끌어 가는데 문재인 대통령의 의지를 실천할 수 있는 적임자라 판단했을 수 있다.

피터팬
결국 세력의 분화가 일어나지 않을까. 어떠한 경우에도 자유한국당을 지지하지 않지만 여권의 태도에도 실망한 중도층이 이탈해 무당층이나 제3지대 지지세력으로 본격적으로 옮겨가지 않을까 싶다. ‘안철수 등판론’도 나오고 있는데, 굳이 안철수가 아니더라도 연말연초에는 제3지대가 급격하게 형성될 수도 있고, 내년 총선에서 위력을 발휘할 수도 있다.

요다
현재 여권 지지층은 문재인 대통령을 강력하게 지지하는 이른바 ‘온라인’ 지지층과 과거 평민당 시절부터 줄곧 민주당 지지층이었던 ‘오프라인’ 장‧노년층 지지세력이 합쳐져 있다. 이번 조국 파문을 계기로 두 지지층이 분화되는 조짐이 보이고 있다. 지역 현장에서는 “왜 더 적극적으로 후보자를 안 지키느냐”는 항의와 “왜 빨리 내쫓지 않고 있느냐”는 항의가 동시에 들어오고 있다고 한다.

가오리
여권의 지지층 결집 전략은 어느 정도 성공한 것으로 보인다. 민주당에서 이재명 경기도지사는 아웃사이더의 위치이지만, 조국 후보자 편을 들고 나섰다. 이번 국면에서 지지층이 분화될 것이라기 보다는 결집할 것이라고 판단한 것이다. 부산에서도 지금은 조국 후보자가 욕을 먹고 있지만, 얼마 전 기자간담회를 계기로 바뀌는 분위기가 감지되고 있다고 한다. 예전에는 그냥 옳은 소리만 하는 교수였는데, 적어도 정치인으로서 재평가 받고 있다는 것이다. PK 주자로서 대권 후보군 중 3강 안에는 들을 만큼 교두보를 확보했다고 본다. 조국이라는 인물의 등장이 줄곧 여권에서 지지율 1위를 달리던 이낙연 총리에게 어떤 영향을 미칠지도 지켜봐야 할 포인트다.

양자
원래 서사(敍事)의 구조 속에서는 고난이 길면 길수록, 그 고난을 견뎌낼 수록 영광이 큰 법이다. 지금 제기되는 의혹에 웬만하면 사퇴하고도 남았을 것 같은데, 끝내 버티고 있는 걸 보면 더 큰 야심을 갖고 있는 것 같다. 조국이라는 강적이 나타나면 이낙연 총리의 입지가 많이 줄어들 것이다. 리스크가 큰 만큼 성과도 클 수 있다. 그리고 지금은 물러설 수 있는 상황도 아닌 것 같다.

요다
문제는 지금 전선이 청와대, 여권이 자유한국당과 싸우는 것이라면 충분히 이길 수 있겠지만 광범위한 민심 이반, 특히 20대의 이탈을 어떻게 감당하느냐는 것이다. 조국 후보자는 과거 소셜미디어를 통해 지금 드러난 행태와 다른 말들을 너무 많이 했다.

허생
사실 조국 후보자는 문재인 대통령의 페르소나 같은 인물 같다. 사법 개혁에 대한 철학과 태도, 성정 등이 비슷하다. 정치적 셈법을 떠나 문재인 대통령은 조국 후보자를 꼭 법무장관에 앉히고 싶었던 것 같다. 문제는 지금 제기된 도덕성 논란 이슈를 어떻게 타개하느냐이다. 조국 후보자를 내세웠으면 청와대나 여당에서도 단지 인사권자의 ‘의지’를 정당화 할 수 있는 엄호가 필요할 것 같은데. 그래서 문재인 대통령의 “대입 제도 개선 재검토” 발언도 나오지 않았겠나.

가오리
대입제도 개선을 언급했지만 제도 개혁은 한참 뒤 결과물로 나오는 것이고, 지금 청와대와 여당에게 필요한 것은 국민들의 눈에 보이는 당장의 성과다. 이번에 주로 제기된 문제가 ‘공정성’에 관한 이슈다. 그렇다면 문재인 정부는 공정성을 해친 또 다른 비리를 파헤치는 방식으로 공정성 확립에 대한 의지를 보여줄 수 있다. 대입 비리, 취업 비리 등 20대들이 민감하게 생각하는 공정성 훼손 비리들을 파헤칠 수 있다. 이 점은 윤석열 검찰총장도 거부할 리 없다. 제2, 제3의 김성태 케이스가 줄줄이 터져 나올 수도 있다. 이렇게 하면 여야를 막론하고 상당히 많은 기득권층이 걸려들 것이다.

양자
민심은 언제나 유동적이다. 자녀 대입 문제가 어디 조국만의 문제이겠는가. 집권여당의 의무는 근원적인 치유책을 내놓는 것이지만, 문제는 집권당만의 문제가 아니라 대한민국 기득권 세력의 총체적 문제이기 때문에 반드시 짚고 갈 필요는 있다.

요다
사정 정국이란 집권 초반에는 유효하지만, 집권 중반 이후도 유효할지는 잘 모르겠다. 특히 과거 부정부패가 재벌과 관료 중심으로 이뤄졌지만, 최근 이슈가 조국 후보자 사례처럼 진보‧보수를 막론하고 586 학력 엘리트들에서 이뤄졌다는 점에서는 여권의 출혈도 상당할 것이다.

가오리
대통령이 공정에 대한 의지와 신념을 보여주는 것은 필요하다. 윤석열 검찰총장도 거절할 이유가 없다. 제도 개선은 정책 파트에서 별도로 하더라도, 기존 비리에 대해서는 철저하게 조사할 명분은 충분하다.

피터팬
자의든 타의든 대통령과 여당은 조국이라는 호랑이 등에 올라탄 정국이다. 질주 속도도 점점 빨라지고 있다. 조국 후보자에 대한 검증 강도를 보면 거의 대선주자 급이다. 살아남으면 단번에 대선주자 반열에 오를 것이고, 떨어지면 낭떠러지다.

요다
조국 후보자의 경우 예전 대권주자와는 다른 점이 있다. 이명박 대통령에 대한 검증 때는 도덕성 문제가 있었지만 대중이 도덕성엔 별로 개의치 않았다. 박근혜 대통령은 민주주의에 대한 의문이 있었지만 ‘독재자의 딸’이라는 이유로 역시 별로 개의치 않았다. 그들에게서 도덕성이나 민주주의 덕목보다 능력을 기대했기 때문이다. 그런데 조국 후보자의 경우 대중이 기대한 것은 ‘도덕성’이었다. 그런데 그 도덕성이 무너졌다. 기존의 프레임으로 해석하기 어려운 점이 있다.

양자
조국 후보자에 대해 ‘단군 이래 최대 의혹’이라고 한다. 그 말을 뒤집어 보면 결정적인 약점은 없다는 뜻이기도 하다.

허생
조국 후보자의 캐릭터가 ‘그저 옳은 말만 하는 샌님’에서 ‘권력 의지로 충만한 정치인’으로 바뀐 것 같다.

요다
예전에 없던 ‘정치적 근육’이 생긴 건 분명한 것 같다. 다만, 우리가 과거에서 교훈을 얻어야 할 것은, 역대 정권 중 정치적 공방에서 져서 몰락한 정권은 없다는 점이다. 정권 재창출 실패 이유는 측근 비리 같은 ‘도덕성’ 문제였다.

가오리
정권재창출 문제 측면에서 보면 조국 후보자 정국이 이해되기도 한다. 친노‧친문 진영의 엄청난 트라우마 중 하나는 노무현 대통령 서거 사건이다. 정권재창출을 못해 생긴 일이라고 본다. 문재인 대통령을 지키기 위해서는 반드시 정권재창출을 해야 한다는 강박이 크다. ‘여기서 지면 내가 죽을 수도 있다’고 생각하는 자와 ‘여기서 지면 내가 실업자가 될 수도 있다’고 생각하는 자가 싸우면 전자가 100% 이긴다. 하지만 꼭 풀어야 할 응어리 중 하나다. 시간이 걸리겠지만.

피터팬
그런 두려움을 이해 못하는 바는 아니지만, 과연 조국 후보자를 지켜야 할 가치가 무엇인지 생각해봤으면 좋겠다. 여기서 지켜야 할 가치는 조국이라는 인물이 아니라, 조국 후보자가 내세우는 가치가 무엇이냐는 것이다. 그런 점에서 이번 논란을 계기로 문재인 정부의 국정운영의 원칙과 도덕성, 인재등용 등 촛불 혁명을 통해 탄생한 문재인 정부의 가치를 재점검하고 새출발한다는 심정으로 자기 성찰을 해야 할 것 같다.

피렌체의 식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