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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당에서 누가 ‘퍼스트 펭귄’이 될 것인가

by | 2019년 6월 28일 | 정치

“진보는 분열로 망하고, 보수는 부패로 망한다”는 말이 있다. 오늘날 이 말은 절반만 맞다. 2016년 여당이던 새누리당은 분열로 다 이긴 것 같던 총선에서 참패를 당했다. 그리고 지금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은 당 역사상 유래 없는 계파 갈등 없는 평화기를 누리고 있다. 그런데 2020년 총선 이후 본격화될 ‘정권 재창출’ 가도에 지금의 평화가 약이 될까 독이 될까. 윤태곤 더모아 정치분석실장의 전망을 전한다. [편집자]

현재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은 과거 여당과 비교해볼 때 독특한 특징을 갖고 있다. 바로 ‘비주류의 부재’라는 점이다. 가까이로는 박근혜의 새누리당에선 김무성-유승민 등 ‘비박’이 있었다. 이명박 한나라당에서는 박근혜로 대표되는 ‘친박’이 있었고 노무현 참여정부에선 ‘비노’가 존재했다. 김대중, 김영삼 정부 시절에도 그 이후와 비길 바는 아니지만 비주류가 엄연히 존재했다.

여당 의원들 중에서 ‘친문’으로 분류되는 사람은 있지만 ‘비문’으로 꼽히는 사람은 없다. 물론 ‘과거의 비문’이라 볼 수 있는 사람들은 있지만 “우리 당 내에 친문, 비문은 없다. 모두 ‘범친문’에 속한다”는 한 여당 의원의 발언은 허언이라고 볼 수 없을 정도다.

이해찬, 김진표 두 사람이 격돌한 지난 해 민주당 전당대회가 좋은 예다. ‘이해찬은 이재명과 가깝다, 전해철은 김진표를 민다’는 식의 이야기가 나왔지만 두 사람 다 친문의 정체성을 갖춘 사람들이었다.

과거 양김(兩金) 시절과 비견할 만한, 아니 그때보다 구심력이 더 강한 상황이다.

문재인 대통령과 청와대에 대한 평가는 제각각일 수 있다. 하지만 권력 핵심부가 공천권과 정치자금을 한 손에 틀어쥐고 있는 것도 아니고, 국정원과 검경이 여당 통제에 동원되고 있는 것도 아니고 정무수석 등이 여당의 의사결정을 쥐락펴락하고 있는 것도 아닌 것은 분명하다. 야당이 간혹 “여당이 청와대의 꼭두각시냐”고 비판을 하고 여당 의원들 사이에서도 “당이 제 목소리를 못 낸다”는 볼멘소리가 나오긴 하지만 ‘공포 정치’를 언급하는 사람은 없다.

열린우리당 이래 새정치민주연합 시절까지 십 수 년 간 민주당 계열 정당의 가장 큰 고질적 약점은 계파 갈등에 따른 분열이었다. 자유한국당 계열 정당이라고 그러지 않았던 것은 아니지만 주류와 비주류가 교대하면서 감당키 힘든 상호 갈등을 연출하는 것은 민주당 계열 정당의 아이덴티티나 다름없었다.

민주당 계파 갈등은 왜 사라졌나

어떤 변화가 있었던 것일까? 새정치민주연합에서부터 지금까지 이십여 년을 돌아보면 흥미로운 흐름이 보인다.

‘동교동’으로 대표되는 김대중 주도 정당에서도 김상현, 정대철 등이 비주류로 꼽혔지만 유의미한 수준으로 보긴 힘들었다. 1996년 15대 국회에서 천정배, 정동영, 신기남 등 당시 기준으로 ‘젊은 피’가 수혈되고 2000년 16대 국회부터 이른바 ‘386’이 충원되고 2002년 대선 경선에서 노무현이 새천년민주당 대선 후보로 선출되는 흐름에서부터 양상이 복잡해졌다. ‘후단협’ 등은 이제는 역사 속의 이름이 돼버렸지만 당시 ‘대선 후보’ 노무현이 비주류처럼 보였을 정도다. 새천년민주당내 비동교동계, 프로젝트 정당의 성격이었던 개혁당, ‘독수리 5형제’로 상징되는 한나라당 탈당파 등이 힘을 모아 열린우리당을 창당하면서 그야말로 새 시대가 열려 ‘동교동 vs 비동교동’으로 대립되는 계파갈등은 잦아드는가 싶었다. 열린우리당은 탄핵 역풍 덕에 2004년 총선에서 돌풍을 일으켜 민주당계 정당으로선 최초로 과반의석을 확보했지만 이후 상황은 모두가 아는 바대로다.

열린우리당의 단명, 2007년 17대 대선의 참패 이후엔 오히려 계파 갈등이 줄어들었다. 쪼그라들었으니 싸움도 잦아든 셈이다. 이명박 정부 5년 동안 친노가 떠나고(국민참여당 창당 등) 동교동이 재결합하고(통합 민주당 창당) 다시 친노가 결합하는(혁신과 통합 결성 및 합당) 등의 과정을 거쳐 덩치를 키웠지만 그와 더불어 계파 갈등도 심화됐다. 과거 ‘친노 Vs 비노’의 대립은 ‘친문 Vs 비문’의 대립으로 전화됐다. 당내 경선에선 친문이 비문을 압도했지만 안철수와 문재인의 단일화 국면에서 갈등이 증폭됐고 그 결과물은 2012년 대선 패배로 나타났다.

그리고 2014년 김한길로 대표되는 비문 그룹이 주류로 자리매김하면서 안철수 진영과 힘을 합쳐 새정치민주연합을 창당, 민주당 계열 정당 중에선 극대화된 외형을 갖췄다. 친문, 비문, 안철수계, 동교동계 등이 모두 망라된 것. 하지만 계파 갈등이 가장 극심한 때도 그 때였다.

덩치는 커졌지만 선거에서 연전연패하고 안철수가 고문으로 물러서 있던 2014년 여름께 그 당의 행사에서는 실소를 자아내는 모습이 자주 보였다.

계파갈등이 워낙 심각하다보니 그 반대급부로 대부분의 정치발언은 “우리는 고 김대중 대통령의 남북화해 정신을 계승하고 노무현 대통령의 정치개혁 의지를 이으며 고 김근태 의장의 민주주의 정신을 되새기는 동시에 안철수 전 대표의 새정치를 바탕으로~”의 리츄얼 같은 모두(冒頭)로 시작됐다. ‘유세차’(維歲次)로 시작되는 축문(祝文)이 따로 없었다. 때로는 “손학규 고문의 ‘저녁이 있는 삶’의 정신”이 덧붙을 때도 있었다.

이와 같은 갈등 끝에 결국 안철수가 탈당했고 애초의 안철수계 뿐 아니라 김한길 등 비주류 상당수가 동반 탈당했다. 비문의 견결한 한 축이었던 박지원 등 호남계도 뒤를 따랐다. 고질적 분열이 재연됐지만 오히려 이 분열은 기회가 됐다. 고질적 계파갈등이 마침내 사라진 것이다.

분열의 뫼비우스는 끊어냈지만

‘확장→계파갈등→분열→계파갈등 해소’와 ‘위축→확장→계파갈등’의 뫼비우스 띠가 민주당 계열 20년의 역사였다. 동전의 양면과 같은 통합과 분열은 길항작용을 거듭하기 마련이다. 하지만 더불어민주당은 사실상 단일대오로 집권에 성공했고 고리를 끊어냈고 결과물이 오늘의 모습인 것이다.

집권 후 더불어민주당의 단일대오가 더 강화되는 과정도 독특하다. 지난 대선 경선에서 안희정은 2위에 그쳤지만 강렬한 인상을 남기며 정치적 자산을 확보했다. 바로 ‘다름’이었다. 그 다름을 좋아하는 사람도 있고 싫어하는 사람도 있었지만 ‘안희정의 다름’에 대해선 이론의 여지가 없었다. 그 다름은 확장성과 공통분모가 많았기 때문에 강점으로 인식됐고 차기의 선두주자로 꼽혔다. 하지만 그의 현재 상황은 모두가 아는 바대로다. ‘안희정계’는 같은 뿌리를 지닌 친문으로 그대로 흡수됐다.

이후 ‘안이박김’ 같은 참언(讖言)도 횡행했지만 과거 정권들처럼 현재 권력이 미래 권력을 제어하고 해코지한 정황을 찾긴 힘들다. 제어할 만한 미래권력도 안 보이는 게 사실이다.

그렇다면 단일대오가 흔들릴 기미도 안 보이는 여당의 미래는 계속 밝을 것인가? 친노에서 친문으로 이어지는 정통성은 더 강화될 것인가?

한국에서 ‘현직’ 대통령은 다시 출마할 수 없다

모든 경쟁과 선거는 기본적으로 상대방이 있는 게임이라 정당 간 경쟁과 선거는 기본적으로 절대평가가 아니라 상대평가가 본질이다. 그런 점에서 보면 황교안으로 대표되는 현재의 자유한국당이 문재인의 민주당을 꺾는 그림은 잘 안 그려진다. 민주당 내에서도 반문 혹은 비문의 기치를 든 사람이 차기 주자가 되는 그림도 마찬가지라는 점을 보면 ‘단일대오 재집권’의 가능성도 적잖아 보인다.

하지만 ‘Keep going(지금 이대로)’으로 정권재창출에 성공한 전례는 극히 드물다. 국내에선 없다. 얼마 전 재선 도전을 공식 선언한 트럼프 미 대통령이 4년 전 성공한 Make America Great Again(미국을 다시 위대하게)에서 이어지는 ‘Keep’ America Great(미국을 계속 위대하게)라는 슬로건을 내걸었다. 그런데 트럼프는 ‘재선’에 도전하는 ‘현직’이다.

지금 정치권의 어느 누구도 차기 대선에 도전할 수 있지만 단 한 사람, 문재인 대통령만은 불가능하다.

현재 여권 내 비주류의 부재는 새로움, 역동성, 복원력 저하와 연결된다. 안희정의 탈락 이후 ‘안이박김’이 회자됐고 방향이야 어떻든 ‘다름’으로는 한 몫 하는 이재명은 납작 고개를 숙이고 있다. 박원순, 김부겸 등은 말할 것도 없다. 이낙연이 여권 차기 후보군에선 안정감에 힘입어 안정적 1위를 달리고 있지만, 이낙연의 안정감은 충직함과 연결된다는 점에서 높이 평가할 것만은 아니다.

조국 민정수석의 법무부 장관 후보자 지명이 확실시 된 이후 여당 의원들 상당수는 불만을 토로하고 있다. 하지만 아직까지 제 이름을 걸고 발언하는 사람은 없다. ‘한 수도권 재선 의원’, ‘한 중진 의원’, ‘한 법사위 위원’ 같은 간판 뒤에 숨어있을 뿐이다. 손혜원 의원 문제 같은 경우에도 제 목소리를 냈던 의원들이 감당하기 어려울 정도의 악플, 문자 세례를 받았는데 조국 수석에 대해선 언감생심인 것이다.

이는 분명히 비정상적인 상황이다. 다음 총선이 끝난 후 동시다발적 반발이 터져 나올 가능성도 적지 않다. 그렇게 되면 최악이다. 문 대통령의 핵심 지지층은 거세게 반발할 것이고, 공천 걱정 없고 차기 대선을 생각하면 스윙보터층에 민감할 수밖에 없는 다수 의원들(특히 수도권)도 지금처럼 고개를 숙이진 않을 것이다.

이런 점에서 볼 때, 정무적인 분야에서 여권의 가장 핵심적 고민은 구심력을 급속도로 손상시키지 않는 범위에서 어떻게 원심력을 강화하느냐에 놓여있어야 한다. 쉽게 말해 대통령을 미온적으로 지지하거나, 지지를 철회한 사람들을 차기 대선에서 어떻게 붙잡아 놓느냐가 관건이라는 이야기다.

정권재창출 가능성 보여줘야 집권 후반기 국정 운영이 가능

청와대의 장악력과 영향력을 유지하는 것은 물론 중요하다. 하지만 그게 다가 아니다. 정권재창출의 가능성이 높을 때 국정전반에 대한 장악력이 그나마 유지되는 법이다. 노태우, 김대중, 이명박 등이 좋은 예다.

성향이 맞지 않는 인물이 차기 주자로 떠오를 때도 마찬가지다. 노태우와 이명박은 대세에 따랐다. 김영삼과 이회창은 불화를 거듭했고 정권이 교체됐지만 그 속에는 김대중에 대한 신뢰(김영삼)와 IMF국면에서 강한 차별화의 불가피성(이회창)이 깔려 있었다. 노무현과 정동영의 관계는 어느 모로 보나 최악이었고 박근혜의 경우 자기 손으로 차기 주자들을 솎아 내버렸다.

이런 점에서 볼 때 양정철 민주연구원장의 행보는 주목할 만하다. 최근 그의 움직임을 ‘친문 띄우기’로 해석하는 것은 적절치 않다. 박원순, 이재명 등 비주류를 포함한 차기의 판 자체를 키우려는 전략적 움직임으로 보는 것이 타당하다. 하지만 ‘인위적 인큐베이팅’이 성공한 사례도 드물다. YS시절 9룡 가운데 이수성, 이홍구 등이 무슨 의미가 있었나? 정동영이 후보로 선출된 2007년 대통합민주신당의 대선 경선도 친노 직계 3명이 포함된 9명으로 시작했었다.

비주류 부재의 리스크는 야당도 마찬가지다. 따지고 보면 3당 합당 이후 보수 정당 역시 ‘확장→계파갈등→분열→계파갈등 해소와 위축→확장→계파 갈등’의 뫼비우스 띠를 형성해 온 것이 민주당 계열 정당과 다를 바 없다.

민자당이 신한국당으로 탈바꿈하는 과정에서 민정계 일부와 공화계가 떨어져 나가 자민련이 창당됐고 한나라당이 세를 강화하면서 구민정계는 재흡수, 자민련계 정당은 위축됐다. ‘친이’, ‘친박’, ‘소장파’가 정립하며 원심력과 구심력의 균형을 잡았던 한나라당은 무척 강한 정당이었다. 새누리당으로의 변신이 혁신인가 싶었지만 박근혜의 구심력에 대한 과도한 집착은 아예 보수 정당의 해체로 귀결됐다.

그리고 황교안 리더십 아래의 자유한국당, 어느 정도 전열을 정비했지만 점점 허점을 노출하고 있다. 존폐의 기로에 있던 때와 비교하면 배부른 고민이지만 ‘이대론 어렵다’는 이야기가 당 안팎에서 늘어나고 있다. 정치 신인이나 다름없는 황교안 개인의 문제도 있겠지만, 주류와 비주류의 생산적인 ‘경쟁-견제-상호보완-피드백’이 무너진 구조적인 약점이 근본 원인일 수도 있다.

누가 ‘퍼스트 펭귄’이 될 것인가

어느 조직이건, 특히 정당은 위기나 수세에 처하면 강력한 리더십과 구심력을 갈구하기 마련이다. 필요하다. 하지만 변화, 혁신, 재생산을 통해 연속성을 담보하기 위해선 강한 비주류, 나아가 비주류와 주류의 역할 교대를 통해 대중의 변화 욕구를 충족시키는 것이 필수적이다.

이제 여야 양측 모두 이런 고민이 시작될 때가 됐다. 특히 여당이 그렇다. 물론 이 고민을 실행으로 먼저 연결시키는 인물은 크게 다칠 가능성도 높다. 하지만 퍼스트 펭귄이 있어야 펭귄 무리가 움직이기 마련이다. 이른바 ‘천신정’이라는 퍼스트 펭귄이 있었기에 노무현이 대선 무대에 등장할 수 있었다. 더 거슬러 올라가면 ‘긴급조치 세대’라는 퍼스트 펭귄이 희생됐기에 ‘386’이 민주화 역사의 중심에 설 수 있었다.

퍼스트 펭귄이 안 나타면 다같이 굶는다.

윤태곤 / 더모아 정치분석실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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