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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토끼 잡아온 황교안, 산토끼 사냥에 나섰다

by | 2019년 6월 7일 | 정치

  • “콘크리트만으로는 안 된다”는 황교안
  • 토크콘서트에 푸드트럭 이벤트, 2030 겨냥 책까지
  • 압축성장, 단숨에 ‘대선주자급’ 자리매김
  • 황교안 분석 공통 3가지
    ①생각보다 잘 한다
    ②보수진영 전체 리더 자리 차지
    ③콘크리트를 벗어나지 못했다…아직은
  • ‘정치 피로’ 국민들, ‘점잖은’ 총리 출신에 호감
  • 안정감에 맷집 까지 갖춘 황교안…만만치 않다
  • ‘실용’ 이명박과 ‘확장’ 박근혜의 대선 전략
  • 박근혜의 남경필, 원희룡..문재인의 김종인, 김광두
  • 황교안 한계론? 진영론적 희망을 버려라

5.31자 ‘금요집담회’에서 황교안 체제의 자유한국당에 대해 “태극기부대와 완벽하게 결합하며 20%대 지지율을 회복했다”고 진단했다. 일단 떠난 집토끼를 다시 잡은 데 성공한 셈이다. 최근에는 황교안 대표가 적극적으로 외연을 넓히고 있다. 윤태곤 더모아 정치분석실장이 ‘생각보다 잘 하고 있는’ 황교안 대표의 미래에 대해 전망했다. [편집자]

현충일인 지난 6일, 자유한국당 황교안 대표가 취임 100일을 맞았다. 그 전날에는 ‘황교안×2040 미래찾기’라는 제목의 청년 대상 토크 콘서트도 열었다. 푸드 트럭에 올라타서 핫도그를 판매하는 이벤트도 선보였고 가족사‧대입 실패와 재수 경험‧연애스토리 등도 풀어냈다.

이 자리에서 황 대표는 “한국당에는 청년들이 없다는 말이 있다”며 “청년 세대가 한국당의 가치에 공감하고 함께 할 수 있는 일들이 많기에 청년들에게 합당한 역할을 줘야 한다”고 말했다.

또한 “30%대 콘크리트 지지세력 만을 갖고는 안 된다”며 “중도라고 하는 분들의 마음속으로 스며들어가야 한다”고 강조하기도 했다.

만 30세인 유성호 작가와 함께 쓴 ‘밤이 깊어 먼 길을 나섰습니다’라는 100페이지짜리 에세이집도 이날 출간됐다. 인생 전반에 대한 자서전은 아니고 181일간 4080km를 이동하며 32개 도시를 방문한 민생투쟁대장정 일정이 주 내용이라고 한다.

황 대표는 그 전날에는 ‘2020경제대전환 위원회’를 출범시켰다. 교수 30명, 전문가 12명, 의원 28명이 참여해 ①비전2020(총괄) ②활기찬 시장경제(성장·일자리·금융·부동산·에너지 등) ③공정한 시장경제(공정거래·중소기업·균형발전 등) ④따뜻한 시장경제(연금·복지·저출산 등) ⑤상생하는 노사관계(최저임금·비정규직 등)로 분과를 구성한 ‘매머드급 특위’다.

황 대표의 ‘롤 모델’로 불리는 이회창 전 총리의 경우 1996년 1월에 신한국당 선대위 의장으로 정치권에 발을 들여놓은 이후 이듬해 3월 신한국당 대표최고위원이 됐고 7월에 대선 후보로 선출됐다. 그 해 말 대선에서 김대중 전 대통령에게 석패하긴 했지만 10여 년간 ‘보수의 리더’ ‘대선 주자 1위’ 자리를 놓치지 않았다.

최근 정치일선에서 물러서 있는 안철수 전 의원의 경우 정치 출발점이 대선 주자였다. 20대 총선을 두 달 남짓 앞두고 자기 이름으로 독자적으로 창당을 해서 돌풍을 일으키기도 했다. 문재인 대통령 역시 현실 정치 스타트 라인이 대선 주자급이었다.

이런 내로라하는 인물들과 비교해 봐도 황교안 대표의 초반 레이스는 대단하다. 엄청난 ‘압축성장’ 과정을 밟고 있다.

압축성장 황교안, 3가지 공통 평가

황교안이라는 인물, 황교안의 정치 행보에 대한 가치 판단은 극과 극으로 엇갈린다. 궁지에 몰린 보수 진영에서 급조해 낸 인물이라는 평가가 한 쪽이다. 공안 검사 출신에 독실한 개신교 신자인데다가 병역 면제 과정도 석연치 않은 확장성 제로의 인물일 뿐이라는 분석이다.

품격과 안정감, ‘참보수’ 다운 커리어를 갖춘 인물로 무엇보다 ‘좌파’를 이길 사람이라는 평가가 다른 한 쪽이다.

가치적 측면을 제외하고 보면 현재 황교안에 대한 전문가들 분석 사이엔 공통 지점이 있다.

첫째는 “생각보다는 잘 한다”는 것. ‘도대체 그 사람이 무엇을 잘 한다는 것이냐?’는 질문이 뒤따를 순 있겠다. ‘정치 신동’이라는 보수진영 일각의 주장은 그에 대한 답이 될 순 없을 것이다. 하지만 황교안에겐 분명히 정치신인 답지 않은 안정감이 있다. 검사, 장관 ,국무총리 등 공직을 거치면서 쌓은 ‘내공’이겠지만 허둥지둥한 모습만 남기고 조기 퇴장한 반기문 전 유엔사무총장이 그만 못한 경력의 소유자도 아니다. 여전히 불안정한 모습이 많은 안철수 전 의원은 사업의 영역을 개척한 사람이다. 이들에 비하면 지금 황교안의 무게 중심은 확실히 아랫배 쪽에 있는 것처럼 보인다. 곤혹스러운 상황에 처하거나 난처한 질문을 받아도 눈빛이 잘 안 흔들린다.

둘째는, 첫째와 연결되는 것이지만 지지층을 결집시키고 있다는 점이다.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이후 열패감에 빠진 보수 지지층의 깃발 역할을 충분히 하고 있다. 대선 주자를 지낸 홍준표 전 대표도 나름대로 분투를 했지만 ‘매버릭’의 이미지를 뛰어넘진 못했다. 하지만 황교안은 한국당 내에서도, 보수진영 전체에서도 리더 자리를 차지하고 있다. 과거의 ‘콘크리트’가 부활하고 있다.

셋째는, 역시 둘째와 연결되는 것인데 확장성 즉 중도층에 대한 소구력이 부족하다는 점이다. 지지층이 결집하는데 비례해 비토층도 역결집하고 있다. 콘크리트만으론 죽었다 깨다도 집권을 못한다는 것은 철의 법칙이다.

이 세 가지 지점을 놓고 보더라도 황교안이 예상 밖의 역량을 발휘하고 있는 것은 분명하다.

‘점잖은’ 총리들의 약진

지난 대선 시기, 대통령 권한대행을 자리에 앉아 있을 때도 ‘황교안 등판론’은 상당했다. 정권이 바뀐 이후 장외에서 예열을 하고 있을 때도 ‘언젠가 그가 나설 것’이라는 관측이 지배적이었다. 그런 황교안이 실질적으로 주목을 받기 시작한 것은 작년 여름 지방선거에서 한국당이 처절하게 참패를 한 이후부터다. 추석 연휴 중 실시된 ‘차기 정치지도자 적합도’ 여론조사에서 그와 이낙연 국무총리가 나란히 전체 1, 2위 각각 여야 1위를 기록했다.

많은 언론들과 전문가들이 그 상황을 ‘총리 강세현상’으로 풀이했다. 실제로 공통점도 많다. 두 사람 모두 정제되고 절제된 언행과 이미지의 소유자들이 라는 점이 그렇고 경력도 화려하다. 동아일보 기자 출신인 이 총리는 4선 의원, 전남도지사를 거쳐 총리를 지내고 있고 검사로 잔뼈가 굵은 황교안은 검사, 장관, 총리, 대통령권한대행을 지냈다. 수십 년 간 공적 영역에 있으면서 나름의 검증을 받았고 임명직으로는 최고 자리인 총리까지 올라간 사람들이다.

작년 추석은 독특한 시기였다.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이야기가 나오기 시작한 것이 2016년 10월부터였다. 이후 촛불집회, 조기 대선, 지방선거까지 정치 일정이 촘촘하게 이어졌다. 대선 이후에도 홍준표, 안철수, 유승민 등 낙선한 대선 후보들이 그대로 무대에 남아 연장전을 벌이는 모양이 되면서 피로감이 매우 높아졌었던 것.

그렇기 때문에 그 시점의 이낙연-황교안 강세 현상은 점잖고, 말이 많지 않은 전현직 총리 두 사람이 반사이익을 거두고 있는 것으로 풀이가 가능했다.

필자는 당시에 “하지만 황교안의 앞날은 험난할 것”이라고 예측했었다.

다음은 작년 추석 직후 다른 지면에 쓴 글의 일부다.

“황 전 총리는 지난 대선 때도 보수층에선 지지율이 상당히 높았다. 차출론이 비등했지만 권한대행 자리를 지켰다. 이것이 최고 강점이다. 황교안이라는 카드는 안 써 본 카드라는 이야기다. 지금 보수층에는 써본 카드는 많지만 그래서 써보니 좋았던 카드는 없다. 그렇다면 가장 매력적인 것은 안 써본 카드다…황 전 총리의 앞길은 훨씬 더 험난하다. ‘정치’를 안 해본 사람이기 때문이다. 안 써본 카드의 포장이 뜯기는 순간부터 위기가 닥칠 것이다. 전당대회에 나간다면 그 때부터 검증에, 공격이 쏟아질 것이다. 반기문 전 유엔사무총장이 생생한 사례다”

당시로선 황교안이 안철수보다 혹은 반기문이나 고건 보다 나을 것이라고 볼 근거가 부족했었다. 보수 지지율 1위는 상당한 자산이지만 박근혜 정부 중반기엔 김무성도 그 자리를 차지했었다.

물론 2022년 대선을 마라톤 피니시 라인으로 본다면 황교안의 정치 레이스는 아직 초반부다. 한국 사회와 정치에서 언제 무슨 일이 벌어질지 아무도 예측할 수 없다. 하지만 현재 황교안은 예상이상이다. 안정감은 여전하고, 맷집은 상당하다.

내년 총선 공천을 반환점 정도로 본다면, 그 때 까지 내외부적 상황도 괜찮다. 홍준표가 ‘홍카콜라’라는 산채를 지키고 있지만 황교안의 당내 위상은 확고하다. 총선이 가까워질수록 더 강해질 가능성이 높다.

보수 지지층들이 내년 총선을 앞두고 황교안에게 ‘당내 민주화’, ‘중립적 경선 보장과 공천’ 같은 것을 바랄 리 만무하기 때문이다. 오히려 시원하게 칼날을 휘두르길 바랄 것이다. 국민의 정부 중반인 지난 2000년 16대 총선을 앞두고 당시 이회창 한나라당 총재가 김윤환 등 노회한 중진 정치인들을 일거에 날린 ‘2.18 공천파동’을 재연시킨다면 갈채를 받을 것이다. 청와대와 여당의 전반적 장악력은, 구체적 예측은 어렵지만, 지금보다는 낮을 것이다.

지금까지는 성공적으로 보이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본질적 문제는 남는다.

황교안은 과연 확장성을 가질 수 있을 것인가? 점증하는 비토정서를 낮출 수 있을 것인가? 정치컨설턴트 박성민의 정리에 따르면 모든 정치적 행위는 다음 네 가지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다.

‘나에 대한 지지를 높이거나, 나에 대한 반대를 낮추거나, 상대에 대한 지지를 낮추거나, 상대에 대한 반대를 높이거나’

일반적 정치인들의 행위는 자신에 대한 지지를 높이거나 상대에 대한 반대를 높이는데 집중된다. 황교안 역시 지금은 이 수준에 머무르고 있다.

그런데 자신에 대한 반대를 낮추거나, 상대에 대한 지지를 낮추는데 성공하지 못한 사람이 대통령에 당선된 경우는 없다. 이것이 바로 확장성, 혹은 중도층 소구력이라고 부르는 것들의 본질이다.

한국당 전당대회 출마 선언, 당선 그리고 이후 100일 동안 황교안의 행보를 보면 앞으로도 확장성을 갖출 가능성은 낮아 보인다. 이념, 종교적 원리주의 느낌을 주는 발언들, 정치적 타협이나 유연성과는 거리가 먼 행보, 경제 민생과는 접점이 없는 이력이 쉽게 바뀌긴 어려울 것이다.

주변 역시 마찬가지다. 한국당 핵심 실무진은 박근혜 청와대 출신 일색이고 자신이 직접 인선한 사무총장은 한선교, 대변인은 민경욱이다. 황교안의 고교 동기동창으로 자유한국당과 보수진영의 이데올로그격인 정치평론가 고성국은 자신의 최근 저서 [자유우파 필승대전략]에서 ‘이제는 이념 전쟁’이라면서 “박근혜로 정면돌파해야 대선에서 승리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황교안은 이 책의 출판기념회에 참석해 직접 마이크도 잡았다.

역시 황교안은 입으로는 중도, 확장, 변화를 말하지만 안 변하고, 못 변해서 ‘콘크리트’만 부여잡다가 무난하게 패하거나 중도 탈락하게 될까?

박근혜의 ‘확장’을 복기하라/경계하라

그런데 그건 모를 일이다. 황교안보다 더 했었던 박근혜의 사례도 있기 때문이다. 지금 상황에선 과연 그랬나 싶지만 박근혜는 사실 확장과 변화에 가장 능했던 인물 중 한 사람이다.

1998년 한나라당 후보로 대구 달성 보궐선거에서 당선된 이후 이회창의 배려 속에 부총재까지 지냈지만 2002년 2월 이회창을 맹비난하며 한나라당에서 탈당할 때만 해도 박근혜는 ‘역시 공주에 불과하다’는 소리를 들었다.

하지만 ‘차떼기 대선자금’ 파동에 노무현 대통령 탄핵 후폭풍이 겹쳐 한나라당이 궤멸적 위기에 처한 2004년, 총선을 두 달여 앞두고 당대표로 사실상 옹립된 박근혜는 국민들 앞에서 여당과 청와대에 대한 공격 대신 자기반성에 집중했다. 연이은 사과 기자회견과 천막당사 행보가 좋은 반응을 얻었다. 하이라이트는 당시엔 도덕성과 개혁성을 겸비한 것으로 평가받고 있던 운동권 출신 재선 의원 김문수를 공천심사위원장에 앉힌 것이었다. 이 선거에서 한나라당은 전체 300석 가운데 121석을 얻어 선방했고 이후 재보궐 선거에서 연전연승하며 여당인 열린우리당과 격차를 줄였다.

이후 박근혜는 사립학교법 개정안 등 이른바 4대 개혁법안에 반발해 장기간 장외투쟁을 벌여 보수진영의 인기를 한 몸에 얻고 결국 여당을 굴복시켜 법안 재개정을 이끌어 냈다. 하지만 이 때 각인된 강성 이미지는 ‘실용파’ 이명박과의 대선 경선 패인으로 작용했다.

이명박 정부에서 청와대와 갈등 친박연대 등 전근대적 정치집단의 등장 등으로 강성 이미지가 강화됐지만 박근혜는 다시 확장 전략을 채택했다. 복지를 강조하며 시동을 걸었고 디도스 파문 등으로 한나라당의 총선, 대선 전망이 극히 어두워지던 상황에서 2011년 12월 비상대책위원장직을 맡으며 두 번째로 당권을 잡으면서 부터다. 당시 홍준표 체제를 무너뜨리는 과정에서부터 남경필, 원희룡 등 소장파와 교감을 높였다. 당명을 새누리당으로 바꿨고 김종인, 이상돈, 이준석 등을 비대위원으로 선임했다. 이런 과정을 통해 새누리당은 19대 총선에서 예상과 달리 과반의석을 획득했다. 이 흐름은 대선까지 이어졌다.

국정운영은 전혀 그렇지 못했지만, 정권 획득 과정에서만은 부족한 점을 바로 바로 교정하며 집토끼와 산토끼를 동시에 포획해서 성공한 사람이 바로 박근혜였다는 이야기다.

진영론적 희망을 버려라

물론 황교안은 박근혜가 아니다. 더 못할 수도 있지만 더 나을 수도 있다. 당 대표 취임 100일 전후의 메시지와 행보를 보면 황교안도 확장의 필요성과 본질을 ‘인식’은 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황교안 주변에 ‘산토끼 사냥’에 능한 전략가 혹은 병풍 노릇이라도 할 사람이 지금은 안 보이지만 가장 유력한 대선 주자한테는 사람이 모이기 마련이다. 좋지 않은 일이지만 산토끼 잡아오는 사람하고 집권 후 쓰는 사람이 다른 경우도 많다. 박근혜가 십여 년 간 김문수, 남경필, 원희룡, 김종인, 이준석을 내세웠지 윤창중, 최순실을 노출시킨 건 아니다. 문재인과 김종인, 김광두 등의 조합도 같은 이치다.

당연한 이야기지만 인식과 실천은 다르다. 하지만 황교안이 이와 같은 전략을 인식도 못하고 있다는 통념은 ‘못할 것이다’ 혹은 ‘못해야만 한다’는 진영론적 희망에서 비롯된 것일지도 모르겠다.

윤태곤 / 더모아 정치분석실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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