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정당 지지율 논란은 지엽적..전화면접 조사는 민주당[+]
  • 댓글 여론 야당 우세..그러나 민주 지지층도 예열
  • 자유한국당, 태극기 부대 결합으로 지지율 상승
  • '패스트트랙'이 보수 우파 결합 빌미 제공
  • 황교안과 보수우파 대형교회 연합 눈여겨 봐야
  • 보수 개신교단에 황교안은 YS,MB 보다 뛰어난 인물
  • 자유한국당 당직자 그룹, 정치기술은 뛰어나지만..
  • 야당의 선거전략은 '공격'...'심판 프레임' 거세질 것
  • "2016년 총선 패배에 따른 탄핵" 트라우마
  • 확증편향 시대, 가짜뉴스로 노골적 지지층 결집
  • 유승민.이한구 시절엔 대안 있는 야당이었는데..

‘패스트트랙’ 갈등이 터지면서 오랜만에 정치권의 언론 점유율이 높아졌다. ‘동물 국회’라는 비난을 받았지만 “‘식물’보다는 낫다”, “이제야 일을 시작했다”는 말도 나왔다. 총선이 다가올수록 ‘동물적 본능’은 살아날 것이다. 피렌체의 식탁 ‘금요 집담회’가 정치 분석‧전망팀을 꾸렸다. 정치 평론가 ‘아무개’와 여론조사‧분석 전문가 ‘장미’가 참여했다. 자기 검열 없는 자유로운 토론을 위해 익명으로 전한다. 1부에서는 자유한국당의 지지율 상승 배경과 향후 전망을 논한다. 올해 초 까지만 해도 16% 수준이었던 자유한국당의 정당 지지율이 최근에는 24%까지 올랐다. 2월 말부터 20%대를 안정적으로 유지 중이라는 점이 눈에 띈다.(한국갤럽 조사 기준) 더불어민주당의 상황과 전략에 대해서는 2부에서 다룬다. [편집자]

‘황교안’으로 결합된 자유한국당-태극기부대

허생
최근 정치 분야에서는 패스트트랙 갈등에 따른 자유한국당의 장외집회, 그리고 여론조사 정당 지지율 논란이 눈에 띈다. 먼저 여론조사 논란부터 이야기 해보자. 자유한국당과 더불어민주당의 지지율 격차가 확 줄어들었다가 다시 크게 벌어진 리얼미터의 여론조사가 논란이 됐다.

장미
여론조사 논란은 지엽적인 문제 같다. 여론조사는 전화면접과 자동응답(ARS) 두 가지 방식으로 진행되는데, 전화면접은 비용이 많이 들고 ARS는 비용이 적게 든다. 그래서 일부 여론조사 회사들이 자동응답 방식을 많이 쓴다. 그런데 문재인 대통령 취임 초기부터 나타나는 여론조사의 경향을 알아야 한다. 대통령과 여당 지지율은 전화면접이 상대적으로 높게 나오고 ARS가 낮게 나온다. 전화면접은 조사원이 직접 전화를 걸어 응답을 해달라고 요청하기 때문에 응답률이 상대적으로 높은 편이다. 이에 비해 ARS는 어떤 이유에서든 ‘여론조사에 답변해야겠다’는 의향이 높은 정치 고관여층 위주로 답변을 한다. 그래서 ARS는 대통령 반대층, 야당 지지층의 의사가 더 드러나는 경향이 있다. 이번에 논란이 된 여론조사는 ARS 방식이었고, 응답률이 낮아 면접 등 다른 방식의 응답을 채워 넣는 과정에서 다른 여론조사들과 차이가 있었던 것 같다. 그런데 이게 거대 언론사와 싸우다 보니 이슈가 커진 것이지 정치적 의도가 있었던 것 같지는 않다. 참고로 집 전화 면접 조사 보다 ‘안심번호’ 방식을 사용하는 휴대전화 면접 여론조사를 할 경우 정치 관여도가 낮은 사람들의 의사가 더 많이 반영되고 더불어민주당과 자유한국당의 격차가 가장 크게 나온다.

아무개
이해찬 대표 간담회 때 기자들이 자유한국당의 지지율이 더불어민주당에 3~4%포인트 차이로 바짝 붙은 리얼미터 여론조사 결과에 대한 의견을 물어봤다. 이 대표는 다른 여론조사는 대체로 15% 포인트 차이나는데 한 군데만 이상하다. 자유한국당의 지지율이 상승한 건 맞지만 근겁한 건 사실이 아니라는 취지로 답변했다. 나중에 기자들에게 배포된 설명자료를 보면, 원래 리얼미터는 3~4일 조사 결과를 평균 내서 발표를 하는데, 이 때만 연휴가 끼어 있어 하루 치를 발표했는데 그날 마침 북한에서 미사일을 발사한 다음 날이었다고 한다. 여론이 출렁이는 순간에 조사가 된 것이다. 이걸 두고 조선일보가 ‘집권여당 대표가 여론조사 회사 협박하고 뭐냐’하는 정치적 시비를 건 거다. 다만, 우리가 초점을 둬야 할 것은 올해 초와 비교하면 자유한국당의 정당 지지율이 올라간 것은 사실이라는 점이다.

가오리
‘댓글여론’의 숫자적 타당성도 검토 대상이다. 문재인 대통령 취임 후 1년이 지나자 ‘최저임금을 너무 많이 올렸다’, ‘자영업자 힘들다’ 등 포털 사이트는 대통령을 공격하는 댓글이 옹호하는 댓글보다 10배, 20배 많아 보였다. 나이 든 시니어들이 구청 컴퓨터 강좌에 그렇게 많이 온다더라. 이들은 이제 스마트폰도 잘 다루고 댓글도 잘 단다. 야당 지지자들이 포털 뉴스 사이트 댓글에 스트레스를 풀고 있다는 거다. 그간의 여론조사 지지율과는 반대로 반 문재인, 반 여당 분위기였다. 그러다가 최근 특징적인 사건이 자유한국당 해체를 요구하는 청와대 국민청원이다. 청원 숫자가 200만을 넘어갔다. 문재인 대통령 취임 이후 ‘촛불시민’이라 볼 수 있는 사람들이 정치 현실에서 관심을 끄면서 댓글도 열심히 안 달고 정부 비판 기사에도 그저그런가 보다 하고 예민하지 않았는데, 나경원 원내대표의 ‘김정은 수석부대변인’ 발언처럼 이들을 발끈하게 만드는 이슈가 생기니 다시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 서명하는 게 쉽지 않다. 여당 지지자들이 예전에는 쫓아가서까지 의사 표시를 하지 않았는데 이제 하고 있다. 선거가 가까워지면서 여당 지지층도 점점 예열이 되는 것 아닌가 생각이 든다.

장미
사실 일반 시민들은 내년에 총선이 있는지도 잘 모른다. 다만 여야 간의 적극 지지층 사이의 간극은 훨씬 벌어지고 있는 것 같다. 그리고 이들을 선동하는 선동가들의 선동 강도도 높아지고 있다. 얼마 전 김문수TV가 폐쇄됐는데, 한 보수 우파 논객은 이를 두고 거리낌 없이 ‘보나마나 문재인 정부가 없애버렸을 거다’라고 말하더란다. ‘유튜브가 미국 회사인데 그게 가능합니까’라는 질문이 들어와도 ‘이 정권은 무슨 짓이든 할 거다’라고 얘기하는 걸 듣고 기가 찼다고 한다. 진실은 김문수TV 운영을 둘러싼 내부 갈등 때문이었다고 한다.

아무개
예전 태극기 집회 취재도 많이 했는데, 최근 광화문 집회 가보면 분위기가 달라졌다. 태극기 집회 때는 자유한국당에 대한 적대감이 드러났다. ‘탄핵 5적’, ‘탄핵 7적’ 이러면서 “김무성, 권성동, 김성태 이 OO들 처단하라” 같은 구호가 나왔다. 그런데 요즘은 가보면 자유한국당 당협위원회에서 해당 위원회 국회의원 이름 팻말을 들고 나온다. 깃발 아래 지역구에서 온 사람들이 졸졸졸 따라 다닌다. 우리 지역구 몇 명 왔다는 출석부 비슷한 거다. 그렇게 동원된 자유한국당 당원들과 중간중간 태극기와 성조기가 섞여 있다. 이들이 자연스럽게 섞였다. 자유한국당과 태극기 부대, 누가 누굴 먹은 건지는 제가 알 길이 없고(웃음), 이미 하나가 됐다. 자유한국당과 태극기 부대가 하나가 돼 불어난 거다. 태극기 부대가 아무리 줄어들어도 유권자의 10%는 있었을 거라고 보는데, 이전에는 자유한국당 지지를 안 했다. 그런데 황교안 체제가 들어선 뒤 자유한국당이 이들에게 적극적인 구애를 하면서 하나로 합쳐졌다. 자유한국당의 지지율이 20% 대에 안정적으로 올라선 배경이다.

허생
자유한국당이 태극기 부대 10%를 얻고 잃은 건 없을까. 이를테면 합리적 보수를 추구하는 중도 성향의 지지자들.

아무개
없다고 본다. 중도에 있는 사람들이 자유한국당 지지했었나? 안 했다. 탄핵에 지방선거 참패에, 모두 얼마 안 된 일이다.

가오리
자유한국당과 태극기 부대가 탄핵으로 갈라섰다가 초록이 동색이 된 셈이다. 여론조사에서 자유한국당 지지율 상승으로 나타난 거고.

잃을 게 없는 자유한국당, 아직은...

장미
누가 그러더라. 민주당 지지율이 왜 이리 높으냐. 뭘 잘해서 그런 건지. 민주당이 한 일이 있어 보이지도 않고 특별히 성과가 있는 것 같지도 않은데. 왜 높을까? 제일 중요한 요인은 안 싸워서 그렇다. 예전에는 당이 분열돼 있으니 지지자들도 분열돼 있었는데, 요즘은 당이 분열 안 돼 있으니, 지지자들도 하나로 뭉쳐 있는 것이다. 자유한국당도 박근혜 탄핵을 계기로 분열이 됐었다. 그런데 대여 투쟁을 통해 다시 뭉치게 된 거다. 자유한국당 입장에서는 잃을 게 없다. 중장기적인 외연 확장 차원에서서는 잃는 게 있어 보일 수도 있지만 아직 시간이 많기 때문에 앞으로의 행보에 따라 만회할 기회가 얼마든지 있다. 자유한국당을 이런 상황으로 내 몬 여당의 전략적인 실수가 있다고 본다. 이들은 어떻게든 극한적인 투쟁을 하도록 돼 있다. 빌미를 찾고 있었을 뿐이지. 울고 싶은데 뺨 때려 준 거다.

허생
그 뺨은 패스트트랙인가.

가오리
소득주도성장 등 시비 걸 거리가 많았는데, 패스트트랙이 방아쇠가 됐다.

아무개
이 문제는 타임트랙을 복기해봐야 한다. 지난 2월 자유한국당 전당대회는 진즉 황교안으로 정리가 됐다. 또 하나 중요한 요소는 제2차 북미정상회담이었다. 회담이 결렬되면서 자유한국당과 태극기 부대가 자신감을 회복하기 시작했다. ‘드디어 우리에게 찬스가 왔다.’ 황교안 대표 선출 컨벤션 효과를 더해 적극적으로 나서기 시작한 것이다. 나경원 대표는 샘이 많은 사람이다. 황교안 대표가 너무 잘 나가는 것 같으니까 교섭단체 대표연설에서 의도적으로 “문재인 대통령은 김정은 수석부대변인”이라고 지른 거다. 자기도 기분 좋으니까 본회의장 나오면서 주먹 불끈 쥐어 올리는 장면이 연출되는 것이다. 굉장히 업 돼 있었다. 그런 상태에서 패스트트랙이 올라가니까 자연스럽게 장외집회까지 나갈 수 있는 동력이 된 거다.

민주당 사정은 따로 얘기하고, 자유한국당을 어떻게 봐야 하나부터 따져보자. 나는 사람을 중심으로 보는데, 황교안은 굉장히 특이한 사람이다. 여러 장점도 있다. 경기고 동기들 얘기를 들어보면, 친구들끼리는 서로 상욕도 하고 그러는데 황교안은 욕을 거의 안 했다고 한다. ‘어허, 이 사람 몹쓸 친구구만’ 이게 그가 할 수 있는 최대치의 욕이었다고 한다. 서울대 시험봤다 떨어지고 재수해서 또 봤다가 떨어지고 성균관대에 갔는데 짐작컨대 독특한 방법으로 군 면제를 받은 것으로 추정되고 사법시험을 봐서 검사가 됐다. 아주 충실한 검사였다. 검찰 집단 자체가 통치 도구로 올라선 게 5공과 6공 사이이다. 전두환 정권에서 군 출신들이 잘 나갔다. 그런데 노태우 집권하면서 군 출신을 빼고 검사 출신인 처조카 박철언 씨를 중심으로 TK를 중용했다. 황교안은 그런 검사 집단의 일원이다. 공안 정국의 앞잡이. 그가 공안검사를 하던 1980년대 말부터 봐 왔는데, 한마디로 천박한 사람이다. 왜 천박하다 표현하느냐면, 그래도 공부 좀 한 친구들은 검사를 하면서도 공안사범에게는 조금은 미안해 했는데, 황교안은 그런 거 전혀 없는 사람이다. 냉혈한이다. 운동권 학생들을 진짜로 죄인 취급을 했다. 요즘 쏟아지는 문제의 발언들은 누가 써 준 게 아니라 황교안 자신의 생각이다. 80년대 운동권들을 악의 뿌리라고 생각하고, 전국을 돌아다니면서 통합민주당 해산을 무용담처럼 간증하고 다닌다. 기독교 근본주의자다. 동성애 혐오 발언도 의도적으로 하고 있고, 석가탄신일에 절에 가서 합장 안 한 것도 의도적이었다고 봐야 한다. ‘가서 합장만 하라’고 했다는데, 그것조차 안 한 것은 배후에 보수 우파 교단의 강력하고 조직적인 지원이 있기 때문이다. ‘황교안’으로 대표되는 자유한국당 지지율 상승과 ‘황교안 대통령 만들기 프로젝트’, ‘보수 우파 기독교 교단의 정권 회복 노력’ 등이 모두 거대한 하나의 흐름에서 움직이는 현상으로 봐야지, 하나하나 끊어 봐서는 안 된다.

허생
말씀을 들어보면 딱 미국의 ‘네오콘’이 연상된다. 원래 자유한국당 역사에 미국 네오콘에 비견할 우파 개신교 근본주의자들이 있었나.

아무개
근래에는 대표적인 개신교인 대통령이 이명박인데, 보수 우파 목사들 입장에서 보면 실패작이다. 김영삼도 외환위기로 실패했다. 보수 우파 목사들은 황교안에 대해 “김영삼, 이명박보다 훨씬 뛰어난 자질을 가진 인물을 하나님이 우리에게 보내줬다”고 생각한다고.

가오리
황교안 대표에게 어느 정도 매력이 있다. 목소리 좋고 욕도 안 하고 외모도 단정하다. 그런 특징에 우파적인 가치관도 갖췄다. 보수 개신교단이 볼 때는 주물럭거리고 좋은 자질이다. 이명박은 면전에서 호불호를 명확히 밝히는 장사꾼 기질이 있었는데, 황교안은 말 안 되는 소리도 일단 듣는 척은 하는 것 같다. 점잖게.

허생
현재 자유한국당 내에 네오콘 그룹이라 할 만한 사람들이 있을까.

아무개
황교안 대표 뒤에 엄청난 이데올로그들이 있는 건 아닌 것 같다. 자유한국당 당직자들을 보면 공채 출신의 잘 트레이닝돼 있는 인물들이다. 김대중‧노무현 정권 시절 야당이던 때 공채로 들어와 고생을 많이 했고, 이명박‧박근혜 정권 시절 여당으로 잘 나가던 친구들이 현재 당의 실국장들이다. 개인적 역량은 뛰어나다. 이들이 조직 차원에서 받쳐주고 있다. 그러나 이들의 정치 기술은 뛰어날지언정 이념적으로 무장돼 있는 그룹들은 아니다. 오히려 네오콘 그룹은 당 외부의 대형교회 목사님들이랄까.

양자
미국은 보수 개신교단이 똘똘 뭉쳐서 레이건, 부시 등의 정권 창출을 했다. 한국의 경우 보수 개신교단이 YS나 MB 정권을 창출했다고 볼 수 있을지는 모르겠지만, 황교안 대표가 ‘하느님이 보내준 인물’이라고 생각하는 보수 개신교단이 황교안 정권 창출을 위해 조직적으로 움직일 여지가 있나?

아무개
정보화 사회 현상 중에 ‘확증편향’이 있다. 확증편향이 강해지는 시대의 흐름과도 맞아 떨어지고 있다.

총선은 지지층 결집만으로도 승산 있다?

양자
정치에 무지한 시각에서 보면, 자유한국당의 정치 투쟁은 정치가 아니라 그냥 드잡이식 상대 흠집내기 정도로밖에 안 보인다. 나라는 안중에도 없고 자기들 권력 찾는 데만 집중하는 것 같아 천박해 보이고 짜증이 난다. ‘저게 무슨 정치냐’ 같은 혐오감만 준다. 정치 논객들 중에서도 황교안, 나경원이 정치를 너무 몰라 백전백패라는 주장도 나온다. 그런데 자유한국당은 알면서도 의도적으로 대중이 정치에 혐오감을 갖게 하기 위해 전략적으로 그러는 건가, 아니면 아무 준비가 안 돼 있어서 닥치는 대로 상황에 따라 움직이다 보니 그런 건지 모르겠다.

가오리
덧붙이자면, 지지층이 결집되고 보수 우파 개신교단이 지원하고 있다지만 그렇게 얻은 지지층은 사이즈에 한계가 있는 것 같다. 요즘 여론조사에 나타나는 자유한국당의 지지율이 최대치인 것 같다. 그런데 그걸로 총선에 이길 수는 없다. 중도층의 표를 가져오기 위한 전략이 있어야 하지 않나. 박근혜 탄핵 이후 쪼개져 있던 지지층을 결합하는데 황교안이라는 카드가 접착제 역할은 할 수 있겠지만 총선 등 선거에서 승리를 만들 수 있느냐는 회의적이다. 청와대 국민청원의 예처럼, 진보 측 지지자들도 선거가 가까워지면 다시 뭉치게 될텐데.

장미
선거에는 두 가지 방법이 있다. 자강(自强), 내가 잘해서 이기는 방법과 상대방을 쳐서, 즉 ‘심판’이라는 프레임을 만들어 이기는 방법이 있다. 야당은 어차피 자기가 뭘 잘해서 이기기는 힘들다. 야당의 선거 전략은 기본적으로 공격이다. ‘반대’와 ‘비판’으로 공격을 하는 건데 야당의 반대와 비판이 유권자들에게 얼마나 잘 먹히느냐의 싸움이다. 지금 패스트트랙을 갖고 공격하고 있는데 얼마나 먹힐 것이며, 추후 어떤 지점을 공격했을 때 문재인 정부에 대한 심판 분위기가 조성되느냐의 문제다. 자유한국당과 같은 야당은 어떻게든 공격하는 방법 밖에 달리 전략이 없다.

양자
공격을 하더라도 나름 대안을 제시하면서 모양새를 갖추면서 공격해야 하지 않나. 그런데 자유한국당은 대안은 전무하고 욕으로 도배하다시피 하고 있다. 역효과를 볼 수도 있는데 도저히 전략이 있다고 보이지 않는다.

아무개
바로 그 지점이다. 자유한국당에게 현재 전략이 있느냐. 전략이 있다면 누가 세우고 있느냐. 그 점에 의문이 있다. 내가 관찰한 결과에 따르면 과거처럼 총재나 고도의 정무직 참모들이 전략을 세우고 이러지는 않는다. 예전 ‘총재 시대’에는 총재가 어떻게 생각하는지 중요했고, 여당 의원들은 대통령이 어떻게 생각하는지 중요하게 생각했다. 지금은? 여당 의원들은 문재인 대통령이 어떻게 생각하고 있는지 예전만큼 신경을 안 쓴다. 야당 의원들도 황교안 대표 생각을 별로 안 하는 것은 확실하다. 누군가의 결정이 아니라 집단 사고에 가깝다. 이런 상황에서 어떤 결정을 전략적인 차원에서 해석해주면 틀릴 가능성이 높다. 지금 정치권은 사안에 따라 집단적으로 본능적으로 사고하고 움직인다는 것이 정확한 해석 같다.

자유한국당 사람들은 최근에 가장 많이 하는 이야기가 ‘총선은 대선과 다르다. 투표율이 낮다’는 얘기다. 그리고 ‘일단 총선에서 이겨야 한다’는 얘기다. 자기가 국회의원 하는 게 중요하니까. 그리고 이런 생각도 많이 한다. 2012년 총선에서는 2당으로 밀려날 거라고 했지만 승리하면서 박근혜가 대통령이 됐고, 2016년 총선에서는 지는 바람에 탄핵 당하고 정권 빼앗겼다는 것이다. 어쨌거나 총선이 중요한데, 총선은 투표율이 낮기 때문에 ‘우리 편만 최대한 결집시키면 된다.’ 그런 생각들이다.

가오리
총선은 대선에 비해 투표율이 낮고, 일종의 정치 고관여층 간의 게임이기 때문에 지금 지지율로도 결코 불리하지 않다는 생각 같다.

아무개
‘확증편향’의 시대이다. 태극기든 뭐든 우익 보강부터 한 다음에 중도혁신 하는 척 하면 유리하다는 거다. 실제로 이렇게 얘기한다. 동의하지 않지만, 이런 태도를 볼 때 자유한국당은 당분간 그렇게 갈 것 같다. 최근 청와대 자유한국당 해체 국민청원 배경에 북한의 사주가 있다는 말을 현역 의원들이 하고 다니지 않나. ‘빨갱이’ 운운하면서 한동안 그런 쪽으로 움직일 것이다.

양자
5.18 때 북한에서 600명이 내려왔다는 주장이랑 똑같은 거 아닌가. 미친놈들 아닌가.

아무개
그렇게 믿는 사람들이 있다. 굉장히 슬픈 현실이다.

장미
과거에 야당이 대안적인 존재감을 보여준 적도 있다. 노무현 정부 때 야당인 한나라당의 유승민, 이한구 의원 등이 대표적인 케이스이다. 노무현 정부를 향해 경제를 포기한 대통령이라고 경제 실정을 공격하면서도, 공격만 한 게 아니라 ‘줄푸세’ 같은 걸 대안으로 제시했다. 지금도 소득주도성장이나 주52시간 근무제 같은 걸 반대할 수는 있다. 하지만 대안 없이 무조건 반대만 하고 있는 점이 자유한국당의 한계인 건 맞다.

*2부: 더불어민주당 편에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