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bpx
최근 편집 2020. 01-21. 16:03

“그런데 밥이 동의할까?”

by | 2019년 5월 24일 | 국제

  • 상원 외교위원회 눈치볼 수밖에 없는 트럼프
  • 외교안보는 의회 권한이 대통령 못지 않아
  • 북미관계 전망 위해서는 美의회 움직임 파악해야
  • 트럼프 ‘마이웨이’에 대북 정책에 초당적 부글부글
  • 여전히 미국 의회 주름잡는 ‘재팬 핸즈’
  • 아태소위 미북회담 청문회에서는 일본 걱정
  • ‘하노이 노딜’로 美의회도 변화의 조짐
  • 백악관 정책은 못 바꿔도 지지하게는 할 수 있어
  • 美의회 움직이려면 그들의 시각에서 봐야

트럼프 대통령 취임 직후인 2017년에는 대북 군사행동 위협이 고조됐고, 2018년에는 극적인 북미정상회담이 열리며 화해 무드가 조성됐다. 그러다 2019년에는 제2차 북미정상회담이 결렬되며 다시 긴장이 높아지고 있다. 그런데 트럼프 대통령만 바라볼 것이 아니라 미국 외교안보 정책 결정 시스템을 이해해야 하고, 그러기 위해서는 미국 의회에 대해 먼저 알고 대처해야 한다는 조언에 귀 기울일 필요가 있다. 미국 내 한인 유권자 운동을 벌이며 15년 동안 미국 워싱턴 정가를 상대로 활동해 온 김동석 대표에게 조언을 구했다. [편집자]

[김동석 / 미주한인유권자연대 대표]

의회 눈치 보는 트럼프

미국과 이란 사이의 긴장이 고조되면서 존 볼턴(John Bolton)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이 트럼프 대통령에게 호르무즈 해협으로 미군 함대를 이동해야 한다고 보고했다. 그러자 트럼프 대통령은 다음과 같이 말했다.

“그런데 밥이 동의할까?”

‘밥’은 미국 상원외교위원회 민주당 간사 밥 메넨데스(Bob Menendez, 민주/뉴저지)를 말한다. 상원 외교위원장인 짐 리쉬(Jim Risch, 공화/아이다호)는 안보 분야보다 무역 분야에 관심이 쏠려 있다. 덕분에 트럼프 대통령은 안보 분야에 집중하고 있는 밥 메넨데스를 더 신경써야 하는 입장이다. 미군 함대를 움직이기 위해서는 예산이 들고, 예산은 의회의 승인을 받아야 한다. 아무리 권한이 막강한 미국 대통령이라도 외교 현안에 관해 의회가 요구하는 만큼 상세히 보고하고 동의를 얻지 못 하면 한발자국도 나아가지 못한다. 트럼프의 이번 발언도 의회와 협의하겠다는 의지로 해석됐다.

워싱턴에서는 외교‧안보 분야의 상원 외교위원장 권한이 대통령 이상이라는 평가를 받기도 한다. 국무장관을 비롯한 대사급 이상의 외교관이나 고위직 외교 관리를 임명하려면 외교위원회의 청문회를 통과해야만 하고, 예산 문제나 각종 외교 조약을 맺을 때는 반드시 의회를 거쳐야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대통령은 상하원 외교위원장의 의견을 절대 무시할 수 없다.

미국과 북한 간의 관계 변화를 전망하기 위해서도 연방의회의 반응과 움직임을 아는 것이 대단히 중요하다. 북한 문제에 관해서도 트럼프 대통령의 권한과 단독 행동의 범위에는 한계가 분명하기 때문이다. 북한이 요구하는 어떠한 제재 해제도 반드시 의회의 동의가 필요하다.

그런데 트럼프 대통령은 의회를 무시하고 대북 협상을 단독으로 진행해 의회의 원성을 샀다. 지난해 싱가포르에서 트럼프 대통령과 김정은 위원장 간의 역사적인 정상회담이 개최됐다. 북한 핵문제 해결 방식이 평화적인 방향으로 전환되는 계기였다. 이참에 미북관계의 빠른 변화를 이끌고자 하는 한국 정부의 노력은 가히 애처로울 지경이었지만 그 당시 미국 연방의회에서는 트럼프 대통령을 향해 “매우 충동적이고 성급하며 거의 도박에 가까운 모험”이라며 정상회담 반대 의견을 쏟아 내고 있었다. 미국 입장에서 가장 적대적인 국가와의 정상회담이 열리는데, 여기서 철저하게 소외당했던 ‘밥 코커’(Bob Corker, 공화/테네시) 상원 외교위원장은 아예 불출마 및 정계 은퇴 선언을 해버렸다.

조금 더 세밀하게 들어가면 이 문제에 관해서는 상하원 외교위원회의 아시아태평양소위원회(이하 아태소위)가 핵심이다. 아태소위는 실질적인 미북관계 변화의 출발점이라 할 수 있다. 아태소위의 분위기가 어땠는지 살펴보자.

2월 27일 하노이에서 제2차 미북정상회담이 열리는 날, 워싱턴의 연방하원 외교위원회에서는 이에 관한 청문회(On the Eve of the Summit: Options for U.S. Diplomacy on North Korea)가 열렸다. 아태소위 위원장인 브래드 셔먼(Brad Sherman, 민주/캘리포니아)의 주재로 증인은 빌 리차드슨(Bill Richardson)과 빅터 차(Victor Cha)가 참석했다.

이날 아태소위의 결론부터 말하자면 “미북정상회담 과정에 일본이 포함돼야 한다”는 한국에서 보기에 다소 생뚱맞은 내용이었다. 이 청문회의 분위기와 내용을 면밀하게 들여다보자.

미국 의회 주름잡는 ‘재팬 핸즈’

우선, 외교위 아태소위 소속 의원들의 북한에 대한 관점과 입장을 이해해야 한다. 로스앤젤레스가 지역구인 브래드 셔먼은 민주당 내 여성 리더 대장 자리를 놓고 힐러리 클린턴(Hillary Clinton)과 낸시 팰로시(Nancy Pelosi) 사이에 ‘시기와 질투의 전쟁’이라 불리는 치열한 다툼이 벌어질 때, 힐러리 편에 섰다가 낸시 팰로시(현 하원 의장)의 미움을 사 엘리엇 엥겔(Eliot Engel, 민주/뉴욕)에게 하원 외교위원장 자리를 내주고 아태소위 위원장으로 밀려난 인물이다.

그런데 셔먼은 친일 성향의 인물이다. 일본의 지원을 받는 싱크탱크들이 오래 전부터 셔먼의 의정활동을 집중적으로 도와 왔다. 에이전트(로비스트)들 사이에서 ‘스시맨’이라 불릴 정도다. 셔먼은 지역구 내에 한인타운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2007년 필자가 ‘일본군 강제위안부 결의안(H.R. 121)’을 통과시킬 때 148번째로 겨우 동의 서명(공동발의 168명)을 해줄 정도로 일본의 눈치를 봤다.

셔먼은 청문회에서 이렇게 말했다.

“트럼프 행정부에서 언급하는 북미관계에서의 성과(미사일 실험 중단, 유해 송환 등)는 사실 이번이 최초가 아니다. 지난 정권에서도 비슷한 성과를 본적이 있으며, 당시에는 트럼프 대통령처럼 우리가 별다른 양보나 인센티브를 제공하지도 않았다. 또한 현재 한국과의 합동군사훈련이 중지된 점은 염려스럽다. 대북제재는 더 강화되어야 하고, 이를 위해 중국의 대형은행을 대상으로 시작해야 한다. 김정은 위원장과의 회담은 국제사회에서 그를 인정해주는 것 외에 구체적인 성과가 없으며, 이번 (하노이) 회담에서의 성공의 기준이 무엇인지 결정할 필요가 있다.”

테드 요호(Ted Yoho, 공화/플로리다) 공화당 간사는 이렇게 말했다.

“최소 우리 소위원회에서만큼은 국가안보와 (대북정책에 관한) 행정부 대상 감독(oversight)에 대한 염려는 초당적이다. 김정은 위원장은 선의로 협상에 접근하지 않으며, 그의 협상태도는 전임 북한 최고지도자들과 같다. 완전하고 검증 가능한 결과가 나타날 때까지, 제재완화는 있을 수 없다.”

5선의 디나 티누스(Dina Titus, 민주/네바다) 의원은 빌 리차드슨과 빅터 차에게 이렇게 물었다.

“한국과 일본의 이해는 우리와 또 서로 간에 완전히 일치하지 않을 수 있지만, 우리의 동맹국가로서 두 나라가 협상 프로세스에 포함되어야 한다. 어떻게 생각하는가?”

리차드슨은 다음과 같이 대답했다.

“한일관계는 라이벌이지만, 우리는 일본과 더 가까이 일해야 한다. 문재인 대통령의 평화중재자 역할에 깊이 감사하지만, 가끔 한국이 우리의 입장에서 너무 멀어지는 것 같아 우려가 된다.”

한국계 미국인인 빅터 차는 이렇게 답했다.

“한국은 열정적이며, 때때로 우리의 협상우위를 약화시키는 행동을 취할 수도 있다. 한국과는 우리가 꾸준히 정보를 나누고 있지만, 중국과는 무역분쟁 때문에 훨씬 적은 대화를 나누고 있고, 한국과 일본은 현재 거의 교류가 없다. 폼페이오 장관이 최근 회의에서 동북아지역의 안정을 위해 삼각동맹을 강조했다.”

민주, 공화 할 것 없이 북한과의 정상회담에 부정적인 것은 물론, 오히려 일본의 입장을 대변하는 발언들이 주를 이뤘다. 청문회 현장에 있던 필자는 일본의 힘을 느끼며 온 몸이 뻐근해졌다.

필자는 미국 연방의회를 상대로 활동해 온 지 15년이 넘었다. 15년 동안의 활동 중 2007년 연방하원에서 ‘일본군 강제위안부 결의안’을 통과 시킨 경험이 연방의회에 대한 가장 큰 학습 경험이었다. 당시 결의안을 저지하려는 일본의 방해 로비를 상대하며 미국 연방의회 내에 파고 들어와 있는 일본의 힘을 실감했다. 당시 535명(상원 100명)의 연방의원들에게 아시아는 오직 중국과 일본만 있었다. 모든 의원들과 보좌관들은 우리가 후진타오의 영향을 받고 있다고 생각했다. 심지어 일본 아베 총리 측에서는 백악관의 딕 체니 부통령에게 결의안을 추진하는 시민단체가 중국의 영향력 하에 있는지 여부를 조사해달라는 요청을 했던 적도 있다. 덕분에 결의안을 추진하던 필자는 뉴욕 맨하탄 연방건물 22층의 FBI 사무실에서 수차례 강도 높은 조사를 받기도 했다. 나와 우리 단체가 중국과의 관계가 없음을 확인하고서야 조사가 끝났다. 미국 정치권에서 아시아는 그저 ‘반 중국, 친 일본’ 프레임 안에서 작동하고 있다는 방증이다.

‘하노이 노딜’로 의회에 새롭게 생긴 공간

그런데 그 시각 트럼프 대통령이 하노이 회담을 ‘노딜’로 결렬시키면서 오히려 북한 핵문제를 두고 백악관과 의회가 협의를 할 수 있는 틈새가 만들어졌다. 우리는 이 점에 주목해야 한다.

트럼프 저격수 역할을 자임하는 낸시 팰로시 하원의장은 “트럼프에게 긍정적인 측면이 있음에 놀랐다”고 했고, 민주당 상원 원내대표인 찰스 슈머(Charles Schumer, 뉴욕주)는 “대통령다운 첫 번째 모습”이라고 했다.

교착 상태에 빠진 미북간 협상의 돌파구는 어디에 있을까? 의회다. 안타깝게도 미국 의원들을 움직여 백악관의 정책을 바꾸는 일은 거의 불가능한 일이다.(유태계를 제외하고) 그렇지만 의회가 대통령의 정책(전략)을 지지하도록 하는 일은 시간이 문제일 뿐 불가능한 일은 아니다.

연방의회에서 오피니언 메이커 역할을 하는 버니 샌더스(Bernie Sanders, 민주/버몬트) 의원이 바로 이때부터 트럼프의 대북 협상에 대해 긍정적인 발언을 내놓기 시작했고, 상원 외교위원회의 아태소위 민주당 간사인 에드 마키(Ed Markey, 매사추세츠) 의원은 인도주의적 식량지원이 필요하다고 했다. 일본군강제위안부결의안을 주도했던 마이크 혼다(Mike Honda) 전 의원의 후임인 실리콘밸리 출신의 로 칸나(Ro Khanna, 민주) 의원이 발의해 놓은 ‘한국전 종전협정 결의안’에 동의하는 의원들의 숫자가 이때부터 눈에 띄게 늘었다.(2월 26일 발의, 현재 31명 동의 서명) 유권자가 지역구에서 시민 로비 방식으로 전쟁을 반대하는 평화의 이슈로 목소리를 내면 기대 이상의 효과를 낼 수 있다. 이것이 지금 의회를 움직이는 방식이다.

미국 의회를 움직이려면

지금은 중소기업부 장관이 된 박영선 의원이 지난해 12월 말 필자에게 메시지를 보냈다. 1월 10일 뉴욕을 방문해 신임 하원 외교위원장인 엘리엇 엥겔 의원을 만난다는 내용이었다. 박 의원이 그를 만나면 분명 미북 정상회담을 언급할 텐데, 엥겔 의원은 외교위원회 내에서도 북한에 가장 강한 적대감을 갖고 있는 의원이기 때문에 걱정이 됐다. 게다가 엥겔 의원은 필자가 만난 미국 정치인 중 가장 사귀기 어려운 사람이었다. 다만 엥겔 의원은 오래 전부터 필자와 함께 AIPAC(이스라엘공공정책위원회란 유태계시민로비조직) 회원이라는 인연이 있었고, 2007년 일본군강제위안부결의안 추진 때 도움을 받은 적이 있기에, 박 의원에게 몇 가지 대화의 포인트를 조언해줬다.

박 의원은 엥겔 의원을 처음 만난 자리에서 “나는 어릴 때 어머니에게서 이스라엘을 지키라는 말을 듣고 자랐다”는 엥겔 의원의 AIPAC 발언을 언급하며 “당신이 외교위원장이 된 것을 축하하는 첫 외국인이 된 행운을 얻었다”고 인사를 했다. 엥겔 의원은 기뻐했고 오히려 먼저 북한 문제를 언급하는 여유를 보였다. 박 의원은 첫 만남으로 엥겔 의원과 친구가 됐다.(엥겔 의원은 필자에게 박 의원을 소개해줘 고맙다고 인사했다) 이스라엘 입장에서 미국과의 관계는 생존이 달려 있는 문제이다. 엥겔 의원은 유대인으로서 미국-이스라엘 관계 증진을 위해 엄청나게 노력하는 인물이다. 이 점에서 미국 내 한인들과 깊게 공감하는 부분이 있다. 박 의원이 이 점을 높게 평가해주며 공감대를 샀기 때문에 좋은 분위기 속에서 만날 수 있었고 나아가 친구가 될 수 있었던 것이다.

그로부터 한 달 후 워싱턴을 방문한 문희상 의장 일행의 낸시 팰로시 의장 면담은 아쉬운 점이 많다. 미국 내에서는 “트럼프에 대한 불만이 가득한 낸시 의장이 문희상 의장 일행에게 화풀이를 했다”는 평가가 나왔다. 낸시 팰로시는 여성인권 문제인 일본군강제위안부결의안을 만장일치로 통과시킨 일을 아주 자랑스럽게 여긴다. 문 의장 일행이 이에 관한 사의를 먼저 표했으면 분위기가 훨씬 좋지 않았을까 싶다.

대미 관계에 있어 어떠한 문제든 워싱턴의 시각(미국 시민의 눈높이)에서 봐야 길이 보인다. 특히 북한 문제에 있어서는 미국 의회를 알아야 제대로 전망할 수 있다. 미국 의회를 상대로 15년간 활동해 오고 있는 활동가의 충언이다.

김동석 / 미주한인유권자연대 대표

최신기사 링크

[최경호 칼럼] 치솟는 서울 집값 ‘콤팩트시티론’이 해결할 수 있나?

문재인 정부 출범 후 4년간 아파트를 중심으로 한 서울과 수도권의 집값 상승세가 꺾이지 않고 있다. 문 정부는 이를 해결하기 위해 정권 초기와 달리 서울 도심 내 역세권 등의 용적률을 올려 고밀개발을 통한 주택 공급책을 전향적으로 추진하고 있다. 고밀개발은 에드워드 글레이저의 <도시의 승리> 등을 통해 에너지효율을 높이는 측면에서 이른바 ‘콤팩트시티론’으로 집대성됐다. 최경호 필자는 이런 콤팩트시티론이 서울의 집값 문제 해결과는 무관하게 오용되고 있다고 지적한다....

[유정훈의 ‘美 정치 깊이보기’] 트럼프 세력, 공화당 주류에 ‘프라이머리’ 압박 가할 듯

조 바이든 대통령이 20일 취임했다. 바이든 시대의 개막과 함께 주목받는 것은 도널드 트럼프를 지지했던 세력의 움직임이다. 트럼프는 대선 득표율 46.8%(7422만 표)를 바탕으로 공화당과 보수진영의 기함(旗艦) 역할을 자처해왔다. 미국 언론이 ‘보수 신당’ 창당설을 제기할 정도다. 미국정치를 오랫동안 관찰해온 유정훈 변호사는 일찍부터 ‘트럼프 없는 트럼프 시대’를 언급해왔다. 미국의 보수 세력은 과연 어떻게 재편될 것인가. 공화당은 1950년대 초반 ‘매카시즘 선풍’부터...

[정지훈 CES 참관기] IT연합군, 코로나시대 반격을 시작하다

CES(Consumer Electronics Show)가 올해는 코로나19를 계기로 전에 없던 도전을 감행했다. 지난 11일부터 15일까지(미국 현지시간) 일정 중 모든 행사를 비대면 온라인으로 진행해서다. 가전 및 IT 분야에서 압도적인 영향력을 행사하는 CES는 1967년 처음 열렸다. 매해 1월 중순 미국 라스베이거스를 세계 최첨단 제품의 향연장으로 만들고 수많은 인파를 모았던 CES가 CES방식의 타개책을 찾아나선 셈이다.   <거의 모든 IT의 역사>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