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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0년 주기 인플루엔자 대유행… 지금이 바로 그 시점

By | 2019년 5월 17일 | 정책

  • 14세기 유럽 인구 1/3 죽게 한 흑사병.. 진짜 정체는?
  • 혈관과 장기 녹여 죽게 하는 에볼라
  • 에볼라, 공기 전염 안 돼 확산 제한적
  • 힘만 세고 머리 나쁜 악당 에볼라
  • 머리 좋은 인플루엔자, 계속 돌연변이 중
  • 인플루엔자 ‘대유행’ 40~50년 주기설…바로 지금
  • 박쥐(에볼라), 새(인플루엔자)와 공생하던 바이러스
  • 바이러스 영역에 침투한 인간, 스스로 초래한 위협
  • 우리가 모르는 훨씬 더 센 놈 올지도

14세기 유럽은 흑사병으로 인구의 1/3 이상이 죽었다. 16세기 아메리카 대륙 원주민들에게는 유럽인의 총칼보다 천연두가 더 무서운 공포였다. 20세기 초 이른바 ‘스페인 독감’으로 약 1억 명이 죽었다. 스탠퍼드대 발터 샤이델 교수는 소득 불평등이 극심해지면 전쟁, 전염병, 국가붕괴, 유혈 혁명 4가지에 의해 조정된다고 했다. 21세기 위생과 의료의 발전으로 ‘100세 시대’를 맞이하고 있다 하지만 소득 불평등이 다시 극심해지고 있다. 전쟁, 국가붕괴, 유혈혁명의 가능성이 낮아진 현대 사회에서 가장 위협적인 적은 무엇일까? 과학전문 저널리스트인 강양구 지식큐레이터가 전염병, 특히 인플루엔자의 위험성을 진단한다. [편집자]

1347년 10월의 어느 날, 이탈리아 서남쪽 시칠리아 섬 메시나 항에 열두 척의 상선이 들어왔다. 이 상선에는 고열에 시달리다 전신이 검게 변하며 죽는 병에 걸린 환자가 여럿 실려 있었다. 이런 끔찍한 환자의 모습에 진저리를 치면서 슬금슬금 피했던 시칠리아 사람들은 곧 공황 상태에 빠졌다. 자신들도 똑같은 증상의 병에 걸렸으니까.

이렇게 시칠리아 섬에 상륙한 흑사병은 불과 3년 만에 북극까지 번지며 당시 유럽 인구 3분의 1 이상의 생명을 앗아 갔다. 바다 건너 영국, 아일랜드, 아이슬란드도 예외가 아니었다. 그 뒤 300년 동안 흑사병은 때로는 일부 지역을, 때로는 유라시아 전체를 공포로 몰아넣으며 희생자를 찾다가 17세기 중반에 갑작스럽게 자취를 감추었다.

흔히 중세 유럽을 덮친 이 흑사병의 정체는 쥐벼룩을 통해 그 세균이 옮겨지는 ‘페스트’로 알려져 있다. 하지만 일부 과학자는 이런 다수 의견을 의심한다. 그들은 흑사병이 사람과 사람 사이에 직접 전염되는 바이러스 전염병이었을 가능성을 제기한다. 많은 기록이 전하는 흑사병의 증상이 페스트의 그것과 일치하지 않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흑사병의 잠복기는 20일 이상인 데 반해, 페스트는 2~6일에 불과하다. 유럽에 퍼졌던 흑사병은 감염 시점에서 사망에 이르는 평균 기간이 37일이었다. 흑사병이 유행하자 유럽의 몇몇 항구 도시들이 외지에서 방문한 배를 상대로 40일의 격리 기간을 둔 것도 이 때문이었다.

이뿐만이 아니다. 쥐에 기생하는 쥐벼룩을 통해서 전염되는 페스트는 전파 속도가 느리다. 하지만 중세의 흑사병은 그 전파 속도가 굉장히 빨랐다. 더구나 당시 유럽에는 페스트에 내성을 가진 쥐가 살고 있지 않았다. 심지어 아이슬란드 같은 곳은 쥐떼가 서식하기에는 몹시 추운 곳이었지만, 흑사병을 피하지 못했다.

그렇다면, 이들이 생각하는 흑사병의 실체는 무엇일까? 1976년 아프리카의 수단 남부와 자이르(‘콩고 민주 공화국’의 전 이름) 북부 지역에서 전에 보지 못했던 새로운 괴질이 출현했다. 환자는 고열, 두통, 근육통 등을 호소하다 전신이 검게 변하며 눈, 코, 귀에서 피를 흘리며 죽었다. 과학자들은 깜짝 놀랐다. 기록에서 전하는 흑사병의 증상과 놀랍도록 유사했으니까.

20세기에 새롭게 등장한 흑사병, 바로 이 전염병이 2014년 서아프리카의 기니, 라이베리아, 시에라리온에서 발병해 전 세계를 공포로 몰아넣었던 ‘에볼라 출혈열’ 혹은 ‘에볼라’다. 이 이름은 1976년 발병 지역을 흐르던 에볼라 강에서 따온 것이다. 과학자들은 나중에 이 전염병을 옮기는 병원체가 ‘에볼라 바이러스’라는 사실도 확인했다.

에볼라, 대재앙의 시작?

에볼라가 세상에 알려진 것은 1995년 개봉한 영화 〈아웃브레이크(Outbreak)〉 때문이다. 이 영화는 아프리카로부터 실험용 동물로 잡혀 온 원숭이 몸속 정체불명의 바이러스가 미국에 퍼지면서 벌어지는 일을 다뤘다. 바이러스에 감염된 사실을 모른 채 극장을 찾은 등장인물이 영화를 보다 기침을 하며 사방으로 바이러스를 퍼뜨리는 장면은 지금 생각해도 오싹하다.

〈아웃브레이크〉 속 전염병이 에볼라를 염두에 둔 것이라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세상 사람들은 비로소 아프리카 일부 지역에서 유행하던 치명적인 이 병의 존재를 인식하게 되었다. 영화가 묘사한 이 전염병의 증상은 (실제보다 훨씬 더 무섭게 과장되긴 했지만) 에볼라의 그것과 아주 흡사하다.

예를 들어, 에볼라는 바이러스에 감염되고 나서 잠복기가 평균 8~10일 정도로 비교적 짧다. 환자에 따라서는 감염된 지 2일 만에 증상이 나타나기도 한다. (물론 때로는 3주 정도로 잠복기가 긴 환자도 있다.) 그리고 처음에는 고열, 두통, 근육통과 같은 감기 증상을 호소하다 상태가 급격히 나빠진다.

영화 속에서 바이러스 공격을 받은 환자는 내부 장기가 녹아내리면서 죽는다. 에볼라도 그렇다. 에볼라 바이러스는 혈관의 구성 요소 가운데 하나인 콜라겐을 파괴한다. 이 과정에서 몸속 곳곳의 혈관이 훼손되고, 심할 경우 장기까지 파괴된다. 당연히 온몸의 안팎에서 피가 나오고, 또 그렇게 나온 피가 응고되면서 몸속이 엉망진창이 된다.

물론 사람들이 상상하듯이 눈, 코, 귀에서 피가 철철 나고, 온몸의 장기가 녹아내려 죽는 것은 아니다. 왜냐하면, 그 정도의 상태가 되기 전에 심장을 비롯한 몸속 장기가 제 기능을 하지 못해 환자가 죽음에 이르게 되니까. 아무튼 에볼라는 인류가 경험할 수 있는 전염병 중에서 가장 끔찍한 병임에는 틀림이 없다.

거기다 바이러스에 감염된 환자가 죽는 비율, 즉 치사율도 최고 90%에 이를 정도로 높다. 더구나 현재까지 에볼라 바이러스를 예방할 (인간을 대상으로 그 효과가 입증된) 백신이나 치료약도 없다. 그러니 전 세계가 공포에 떨 만했다. 에볼라 바이러스가 서아프리카를 떠나 세계 곳곳을 공격하기 시작하면 속수무책일 테니까. 대재앙이 시작된 것 같았다.

에볼라가 전 지구 전염병이 안 된 이유

하지만 인류는 운이 좋았다. 에볼라를 2002년 ‘사스(SARS, 중증 급성 호흡기 증후군)’나 2009년 ‘신종 인플루엔자 A(신종 플루)’와 비교해 보면 안도의 한숨을 내쉬게 된다. 사스와 신종 플루는 채 한 달도 못 되어 전 세계를 강타했다. 하지만 에볼라는 2014년 2월 서아프리카 기니에서 처음 발병되고 나서 인근 몇 나라를 제외한 다른 대륙으로 퍼지지 않았다.

가장 큰 이유는 에볼라 바이러스가 공기 중으로 전염되지 않기 때문이다. 에볼라 바이러스는 환자의 체액, 그러니까 혈액, 정액, 침, 땀 등을 통해서만 전염된다. 에볼라 환자의 대부분이 의료진을 포함한 환자와 직접 접촉했던 이들인 것도 이 때문이다. (심지어 2012년 우간다에서는 환자에게서 훔친 휴대전화를 쓰다가 에볼라에 걸렸다며 도둑이 병원을 찾아온 경우도 있었다. 휴대전화에는 침이나 땀과 같은 환자의 체액이 잔뜩 묻어 있었을 테니까.)

더구나 에볼라 바이러스는 증상이 나타나기 전에는 전염되지 않는다. 일단 증상이 나타난 환자만 잘 격리한다면, 에볼라 바이러스가 이곳저곳으로 퍼지는 것을 막을 수 있는 셈이다. 증상이 나타나고 나서, 상태가 급격히 나빠지는 것도 이 바이러스의 유행을 막는 데 도움이 된다. 죽기 직전의 환자가 세계 곳곳으로 돌아다니는 일은 드물 테니까.

그러고 보면 에볼라 바이러스는 힘만 세고 머리는 나쁜 악당이다. 바이러스 입장에서는 숙주(인간)가 감염 사실을 모른 채 전 세계를 돌아다니며 전염시켜야 복제(자손)를 더 많이 퍼뜨릴 수 있다. 예를 들어 에이즈(AIDS, 후천성 면역 결핍 증후군)를 유발하는 바이러스(HIV)가 10년이 넘도록 증상 없이 (성관계 등으로) 타인을 감염시키는 것과 비교된다.

하루에도 수많은 나라 사람이 오가는 홍콩(사스)이나 미국 캘리포니아 남부(신종 플루)가 아닌 서아프리카에서 에볼라가 시작된 것도 전파 속도가 늦어진 이유 가운데 하나다. 하지만 당시 환자가 발생한 나이지리아는 세계에서 일곱 번째로 인구(1억 7,700만 명)가 많은 나라였다. 그러니 에볼라가 공기 중으로 감염되었다면 대륙 간 전파는 시간문제였을 것이다.

진짜 재앙은 아직 시작되지 않았다

개인적으로 가장 걱정하는 전염병 가운데 하나가 ‘인플루엔자’다. 인플루엔자? 맞다. 매년 겨울 우리들을 괴롭히는 독감이 바로 인플루엔자다. 앞에서 언급한 2009년 전염병 ‘신종플루(H1N1)’도 바로 변종 인플루엔자다. 다행히 그때는 비교적 가벼운 독감을 일으키는 데 그쳤다.

하지만 안심할 일이 아니다. 인플루엔자 환자는 증상이 나타나기 전부터 이곳저곳에 제2, 제3의 희생자를 만들고 다닌다. 더구나 인플루엔자 바이러스는 다른 바이러스보다 훨씬 더 쉽게 전파된다. 신종플루가 얼마나 빨리 전 세계로 퍼졌는지 떠올려 보라. 만약 신종플루가 2002년 사스 더 나아가 2014년 메르스 정도의 살상력을 가졌다면 세상은 어떻게 되었을까?

괜히 겁주는 게 아니다. 지금 전 세계 과학자들이 걱정하는 게 바로 전염병의 세계적 대유행(판데믹·pandemic)이다. 사스, 신종플루, 에볼라 등의 확산은 막았지만 인플루엔자 대유행의 가능성은 여전하다. 특히 우리를 불안케 하는 것은 바로 인플루엔자 바이러스의 변종이 일으키는 조류 인플루엔자(AI·Avain Influenza)다.

AI 바이러스는 평소에는 조류에 기거하다 돼지와 같은 숙주를 통해 다른 인플루엔자 바이러스와 유전자를 맞바꾸거나, 자체적으로 돌연변이를 함으로써 직접 인체에 들어간다. 조류와 인간 사이의 벽을 숙주를 이용해 뛰어넘는 것이다, 1997년 세 살배기 아이의 목숨을 앗아간 변종 AI 바이러스(H5N1) 역시 아주 적은 돌연변이로 이 벽을 넘었다.

다행히 지난 16년간(2003~2019년) H5N1 바이러스는 454명의 사망자를 내는 데 그쳤다(치사율 52%). 왜 이렇게 희생자가 적었을까? H5N1 바이러스 환자는 모두 조류와 직접 접촉하거나 혹은 다른 환자의 체액에 지속적으로 노출된 이들이었다. 아직까지 이 바이러스가 다른 인플루엔자 바이러스처럼 공기를 통해서 사람에서 사람으로 직접 전파되는 능력을 가지지는 못했다.

하지만, 과학자들은 이 바이러스가 1997년에 조류와 포유류 사이의 종(種) 간 경계를 넘어선 만큼, 사람에서 사람으로 전파되는 능력을 가지는 돌연변이를 일으키는 일도 시간문제라고 강조한다. 동아시아에서 새로운 변종 인플루엔자가 발견될 때마다 과학자들이 긴장하는 것도 이 때문이다.

더구나 2019년을 전후한 시점은 많은 과학자가 인플루엔자 대유행을 예고하는 시점이다. 20세기 들어 사망자가 많이 발생한 인플루엔자 대유행은 1918년(4000만~1억 명 사망), 1957년(200만 명 사망), 1968년(70만 명 사망) 등 3번 발생했다. 인플루엔자 바이러스의 변이 기간을 40~50년으로 본다면, 지금이 바로 그 시점이라는 것이다.

2009년 신종플루 유행은 이런 걱정을 더욱더 부추긴다. 친척 사이인 신종플루 바이러스(H151)의 전염력과 H5N1 바이러스의 살상력이 합쳐진다면, 그 전염병의 위력은 상상을 초월할 테니까. 20세기 최악의 인플루엔자 유행병 피해가 발생한 1918년의 사망자 수(세계 인구의 5퍼센트!)를 오늘날의 인구에 대입시켜 보면 최대 3억 2500만 명에 이른다.

전염병, 인류가 만든 재앙

에볼라 바이러스는 애초 아프리카 밀림의 과일박쥐 같은 동물과 공생하던 순박한 바이러스였다. 조류 인플루엔자 바이러스 역시 야생 조류와 오랫동안 공존하던 바이러스였다. 개발이다 관광이다 하면서 밀림과 야생조류 서식자가 파괴되고, 사람과 가축이 득세하면서 이런 공생 관계가 깨졌다.

그 가운데 일부 변종이 사람이나 가축을 감염시키기 시작하면서 새로운 전염병이 인류를 위협하기 시작했다. 그러고 보면 최근의 바이러스 공격은 결국 인간의 욕망이 빚어낸 또 다른 재앙이다. 지금 이 순간에도 아프리카의 밀림이나 동남아시아 늪지 어딘가에서 또 다른 재앙의 씨앗이 똬리를 틀고 있을지 모른다. 훨씬 더 센 놈으로!

 

강양구 / 지식 큐레이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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