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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재희 칼럼] 3년차 문재인 대통령, 가슴에 도끼를 품어라

By | 2019년 4월 26일 | 정치

  • 문재인 정부 2년을 생각한다
  • 북핵 해결은 아주 머나먼 길
  • 서민을 위한 복지정책은 옳은 방향
  • 경제부진은 국제적 맥락 등에서 생각해야
  • 여당은 ‘오만’에 빠지지 말아야
  • 대통령은 강인해야 한다
  • 극우에 공간 내주면 안 돼

문재인 대통령이 곧 임기 3년차에 접어든다. 아직 절반도 안 왔지만 2020년 4월 총선을 앞둔 해이기 때문에 3년차의 성과가 후반 2년까지 좌우할 가능성이 크기 때문에 그 어느 시기보다 중요한 때다. 문재인 대통령 취임 직후 국정자문위원회에서 세 가지 조언을 했던 원로 남재희 전 장관에게 <피렌체의 식탁>은 3년차를 맞는 문재인 대통령에 대한 조언을 부탁했다. 남 전 장관은 세 가지 조언, 두 가지 당부, 한 가지 노파심을 전해왔다. [편집자]

문재인 정부 2년간의 업적을 평가함에 있어서 읽는 분들의 혹시라도 있을 수 있는 오해를 피하기 위해 먼저 문재인 대통령과 나와의 만남들을 설명해 두어야 할 것 같다. 4년여 전의 일이다. 더불어민주당을 대표하는 박영선 의원이 나를 만나자더니 비상대책위원장을 맡아 달란다. 그 때 나는 정계를 은퇴한 후 20여 년이 지났고 나이도 80대 초반이어서 제의를 고맙게 생각했지만 사양했다. 그 자리는 몇 사람을 거쳐 결국 문희상 의원으로 낙착되었었다. 박영선 의원의 제의가 있고 난 후 문재인 씨의 초청이 있어 다섯 번 쯤 함께 회식을 하였다. 나는 둘이 만나기가 단조로울 것 같아 은수미, 문성현, 이목희 등 노동관계 인사들을 각각 동석시켜 이야기를 나누었다. 한번은 단 둘이도 회식을 하였는데, 앞으로의 정책방향은 분명히 드러나 있는 것이어서 구체적인 이야기는 하지 않았다. 그날 지팡이를 짚고 다니는 다리가 불편한 나를 본 그는 자동차에 그가 동승한 채 나를 집까지 바래다주는 호의를 베풀었다. 대통령이 될 가능성이 가장 높은 사람에게 대단한 후대를 받은 것이다. 그와의 접촉에서 나는 그의 소박하고도 선량한 인품을 느끼고 있었다. 마지막으로 언론에 널리 보도된 문재인 씨와 박승, 안경환, 그리고 나, 4인의 만남이었다. 그 때 나는 문 씨에게 촛불혁명에 앞장서지 말고 한 발짝 쯤 뒤에 서라고 당부한 것으로 기억한다.

문재인 정부의 정권 인수위 격인 국정자문위원회가 마지막 종합토론을 할 때, 박승, 송호근, 최영애, 그리고 나, 4명이 토론자로 초청되었다. 나는 거기서 세 가지를 말하였다.

①원자력 발전을 폐쇄나 확장을 하지 말고 축소하는 수준에서 계속 이어나갈 것.

②청와대를 광화문에 있는 정부청사로 옮긴다는 것은 경호상의 이유를 생각해서나 대통령의 존엄성을 위해서도 포기할 것. 대통령의 존엄성(majesty)은 민주국가에서도 매우 소중한 것이다. 나는 거창하게 지난날 미국의 석학 월터 리프만의 <공공의 철학>에서 인용하며 설명하였다.

③리영희 씨의 책 <전환시대의 논리>에 대한 월간 <신동아>에 실린 나의 긴 서평 복사본과 조선일보 문화부 차장 어수웅 씨의 리영희 씨 사상에 대한 평가 칼럼 복사본도 제출하였다. 리영희 씨의 월남전에 관한 저술도 그의 중국 모택동 사상에 대한 저술과 함께 문 대통령과 그의 지지 세력에 많은 영향을 준 것으로 알려져 있기 때문이다.

나는 리영희 씨가 조선일보의 외신부장일 때 정치부장으로 있었기에 그를 어느 정도 알고 있다. 그 때는 이영희였는데 신문사를 그만둔 후 리영희로 이름을 바꾸었다. 칼을 지나치게 잘못 갈면 날이 넘어선다고 한다. 리 씨의 월남전이나 중국의 모택동 혁명에 관한 저술들도 칼날이 넘어섰다고 표현하고 싶다. 구체적으로 미군의 월남전 개입은 프랑스 식민지 전쟁을 계승한 것이다. 따라서 많은 한국의 지식인들이 한국군의 월남 파병을 반대하였다. 나도 반대 입장이어서 그 때 나오던 월간지 <청맥>에 반대하는 글을 기고하기도 했었다.

그러나 그 때 월남전은 매우 까다로운 전쟁이었다. 호지명 주도하의 식민지 해방전쟁임은 분명하다. 그러나 동시에 그것은 공산주의 세력의 승리를 위한 전쟁이란 성격을 함께 갖고 있었다. 따라서 민주국가의 시민으로서는 그 문제에 대처함에 있어서 당혹감을 느끼지 않을 수 없다. 미묘하고도 착잡한 차원의 문제이다. 반식민지 투쟁을 성원해야겠고, 그러자니 공산세력의 승리를 옹호하는 꼴이어서 느끼게 되는 당혹스러움이다. 나중에 읽은 것이지만 미국의 유명한 국제정치학자 한스 모겐소는 그 당시 미국의 월남전 개입에 반대하는 운동의 선봉에 섰었다. 그렇다면 모겐소는 그 딜레마를 어떻게 뚫고 나갔을까. 그는 미군의 월남전 개입을 반대하는 것과 함께 호지명 세력의 티토(Tito)화를 추진했다 한다. 그때 미국이 현명하게 정책을 취했더라면 미국은 유고슬라비아의 티토처럼 월맹의 호지명을 티토화 할 수 있었을 것으로 사후약방문처럼 생각해 보는 것이다.

리영희의 논설은 월남전을 둘러싼 민주국가 시민들이 느꼈던 당혹감이 없는 것 같다. 그리고 모겐소와 같은 해결책도 물론 보이지 않는다. 그런 리영희의 책들이 그 당시 젊은 세대들에게 큰 영향을 끼쳤고 문재인 씨와 그의 지지 세력에게도 그 영향이 남아 있는 것으로 추측되어 나의 <신동아>에 실린 서평과 어수웅 씨의 칼럼을 제출한 것이다.

문재인 씨가 대통령에 취임했을 때 나는 다음과 같은 몇 가지에 기대를 걸었었다.

첫째로 구악의 반쯤 혁명적인 숙정이다. 4.19 학생혁명 후 장면 정권의 무능함을 신문기자로서 지켜 본 나로서는 혁명적 사태에는 반쯤은 혁명적인 숙정이 따라야 한다는 것을 실감했다. 4.19 혁명은 민주와 경제발전, 그리고 통일 세 가지를 열망하는 혁명이었다 할 수 있다. 그리고 그에 앞서 그동안 쌓였던 부정부패의 일대 숙정을 요구하였다. 그런데 장면 정권은 ‘혁명적 사태를 비혁명적 방법으로 수습한다’는 원칙을 고수하여 무너지고 말았다. 혁명적 사태는 반쯤은 혁명적 방법으로 대응해야 하는 것이다. 예를 들어 이승만 정권 말기 군의 부패에는 무심했다. 그래서 4.19 직후 소장 장교들의 군 상부를 향한 숙군 요구까지 있었던 게 아닌가. 이승만 정권은 군의 적당한 부패를 묵인했다는 해석도 있다. 여하간 장면 내각은 그 때 숙군을 단행해야 했다. 또한 재벌급 대기업들의 부정부패 청산도 정권이 붕괴될 때까지 시일만 끌고 손을 대지 못했다. 그러한 장면 정권의 실패를 교훈 삼아서도 촛불혁명으로 등장한 문재인 정부는 반쯤은 혁명적인 구악(‘적폐’로 용어가 바뀌었다) 청산을 단행하기를 기대했다.

둘째로 남북관계에 관해서다. 대통령 선거 때 후보들의 TV토론을 본 국민들은 보수권 후보들의 옹졸한 대북인식에 당혹스러웠을 것이다. 그들은 입을 모아 북을 오로지 주적이라고만 했다. 그때 문재인 후보는 북은 국방 면에서는 주적이고 통일외교 면에서는 통일하여야 할 같은 민족이기도 한 다면성을 지닌 것이라고 올바른 주장을 하여 앞으로의 남북관계에 관한 전망을 보였다.

셋째로 문재인 후보는 서민층과 노동계층에 대한 깊은 이해를 표명해 와 그의 앞으로의 복지정책에 관한 기대를 모았다. 흔히 유럽 모델이나 북구 모델을 말하는데 우리도 여하간 경제력이 허용하는 한 그러한 복지모델을 따라 노력해 나가야 할 것이 아닌가. 여하튼 문재인 정부는 많은 국민의 기대 속에 출범한 것이다.

이제 문재인 정부 2년을 맞이하여 중간평가를 해보자.

첫째로, 적폐청산은 이제 그만 멈추었으면 한다. 이명박, 박근혜 두 전직 대통령과 양승태 전 대법원장이 형무소에 갇히는 등 적폐청산의 상징적 효과는 거두었다. 적폐청산은 이제 멈추어야지 더 이상 계속했다가는 자칫 국론분열을 초래할 수도 있을 것이다.

둘째로, 난제는 남북관계이다. 문재인 정부가 너무 서두르지는 않나 하는 인상이다. 그리고 그러하기에 국민들도 성급한 기대를 걸고 있기도 한 것 같다. 그러나 나의 느낌은 북핵 문제의 해결은 몇 년의 오랜 시일이 걸릴 것 같다는 것이다. 6.25의 남북전쟁 때 북한은 유례를 찾기 어려운 엄청난 미군의 폭격을 당하면서도 3년이라는 긴 세월 동안 휴전 협상을 끌지 않았는가. 그때의 미군에 의한 북한 폭격은 세계전쟁 사상 유례가 없는 혹독한 것이었다 한다. 지금 북한은 미국 주도 하에 거의 전세계 국가의 혹독한 경제제제를 받고 있다. 그러나 미군 폭격에 비하면 덜 심각한 것이다. 나는 북한이 하나밖에 없는 협상 밑천인 핵무기를 갖고 그들이 만족할만한 결실을 거두기 위해 온갖 지모를 짜내어 지루한 협상을 계속할 것으로 내다본다. 그들은 평화협정에서 출발하여 미국과의 수교, 그리고 엄청난 경제원조, 더 나아가서는 남한으로부터의 미 주둔군의 철수까지도 요구할 것이다. 그러한 과정에서 몇 년의 장기간 동안 온갖 외교술수가 동원될 것이 분명하다. 아마 잘 되어서 문재인 정부 말경에 협상이 타결될 수도 있을 것 같고, 어쩌면 다음 정부로 타결이 미루어질지도 모를 일이다. 지금 문재인 정부나 우리 국민들은 너무 조급하게 단시일 내에 성과가 있을 것으로 기대하는 것이 분명하다. 자칫 허탈감만 크게 남을지도 모를 일이다.

셋째로, 문재인 정부의 서민층과 노동계층을 위한 복지정책은 방향을 잘 잡고 진행돼 온 것으로 보인다. 물론 일부 보수층에서는 낭비적이라고 비판할지도 모르겠지만 유럽의 복지정책에 비추어 볼 때는 아직 초보적인 단계가 아니겠는가.

위에 말한 여러 가지 일들 말고 지금 국민들이 걱정하는 큰 문제는 우리 경제의 부진이다. 권위 있는 연구기구 KDI까지도 경제가 부진하다고 진단하고 있는 게 아닌가. 거기에는 문재인 정부의 어느 정도의 책임도 부정할 수 없는 것이다. 구체적으로 최저임금을 약간 지나치게 높게 인상한 것이 아닌가 하는 문제점을 들기도 한다. 그러나 우리 경제상황을 국제경제의 큰 흐름이라는 맥락과 관련하여 보아야 할 것이다. 그리고 정부 주도 경제는 박정희 정권의 종언과 함께 끝났다 할 것이다. 그 후 우리 경제는 완전 민간 주도 경제로 전환된 것이다. 물론 지금의 경제 부진을 놓고 일부에서는 규제완화를 주장한다. 그러나 지금 있는 규제는 거의 모두가 인권, 환경, 공정경제 등을 위해 필요불가결하여 있게 된 것이지 터무니없는 규제를 위한 규제는 아니지 않은가. 규제완화 운운도 섣불리 거론할 일은 아니다.

이상 문재인 정부 2년을 개략적으로 평가해 보았다. 문재인 대통령의 인간성에 친밀감을 느끼기에 너무 후한 점수를 준 것이 아닌가 하는 두려움도 없지 않아 있다. 그러나 위와 같은 평가가 나의 꾸밈없는 솔직한 이야기인 것이다.

덧붙여 두 가지를 이야기하고 싶다. 우선 더불어민주당의 지도층에 얼마간 문제가 있는 것이 아닌가 하는 것이다. “20년 집권하겠다”는 호언은 그 오만방자함이 극심하여 어떻게 국민의 공감을 얻을 수 있겠는가. 또한 최근에는 국회의원 240명 당선을 목표로 한다는 큰 소리까지 하고 있으니 어처구니가 없다. 그리고 근래 국민들은 ‘예타’라는 생소한 낱말을 자주 마주쳤다. 사회간접자본 투자의 예비타당성을 검토한다는 이 ‘예타’를 다가오는 총선거를 앞두고 마구 생략한다는 보도가 잇달았기 때문이다. 국민들은 이 ‘예타’ 생략을 총선을 위해 예산 마구 퍼주기로 받아들이고 있지 않을까 걱정이다.

둘째로, 우리나라에서 전날에 “통치자는 가슴에 도끼를 품고 있어야 한다”는 말이 정치권에서 나돌았었다. 앞서 인용한 월터 리프만은 존엄(majesty)이라고 말했는데, 우리나라에서는 “도끼”로 표현된 것이다. 그만큼 통치자는 강한 일면을 갖고 있고, 결단력을 보여야 한다는 이야기일 것이다. 지금 우리 정치는 표면상 어느 정도 평온해 보이지만 그 밑바닥에는 엄청난 격랑이 일고 있을지도 모를 일이다. 아니, 일본에 자주 있는 것과 같은 쓰나미가 언제, 불현듯 와 닿을지도 모를 일이다. 대통령은 강인해야 한다.

노파심에서 한 가지 첨언해 두고 싶은 것은 우리 사회에는 극우세력이 매우 강하게 존재한다는 것이다. 해방 후 극심한 좌우익 투쟁이 있었고 6.25의 처참한 남북 간의 전쟁이 있었으며 오랜 군사독재정권 하의 의도적인 극우세력 부추기가 있었다. 그러한 과거가 있었기에 극우세력은 요즈음도 엄청난 잠재력을 갖고 있는 것이다. 집권자는 그러한 현실에 대해 항상 세심한 배려를 하여야 하는 것이다. 그런데 예를 한 가지 들어 김연철 씨를 굳이 통일부 장관에 임명한 까닭을 이해하기 어렵다. 김 씨는 우수한 북한문제, 또는 통일문제 전문가이다. 그러나 본인도 시인하다시피 여러 번의 큰 말실수를 하였다. 그런 그를 참모로 두는 것은 괜찮다 할 것이다. 그러나 전문성과 함께 상징성을 크게 갖고 있는 통일부 장관에 굳이 임명할 것은 무엇인가. 그것은 극우세력을 도발할 뿐만 아니라 온건한 우파세력을 자극하는 일이기도 한 것이다.

 

남재희 / 언론인, 전 노동부장관‧국회의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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