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소영 서울신문 논설실장 ⓒ피렌체의 식탁

  • 필자에게 다른 필자 추천의뢰, 믿고 가면 좋은 글 얻더라
  • 고함쳐서 오피니언 만들 수 있다고 생각하는 건 언론의 착각
  • 보수냐 진보냐, 기조는 유지하되 무지개색 일곱 색깔 공존해야

디시전 메이커의 대화 주제에서 빼놓을 수 없는 게 언론이다. 보도 경쟁은 여전히 치열하나 대체로 언론의 패배로 낙착되고 있다. 진영 논리, 팩트 착오, 박식한 외부 전문가들 앞에 언론은 자꾸 왜소해지고 있다. 언론사들이 오피니언 면을 통한 여론 수렴 기능에 주력하는 건 이의 타개책일 게다. 최근에는 오피니언 담당파트를 ‘제2 편집국’이라 부르기도 한다. 서울신문은 2018년 7월 오피니언 면에 젊고, 소셜미디어에 능하며, 진보적인 필자군을 대거 기용했다. 페이스북 등을 통해 칼럼 하나가 100회 이상 공유되는 변화가 보인다. 맹장이 소장(小腸)이 된 듯하다. 이 변화는 몇몇 질문을 던진다. 매체에서 오피니언 면은 왜 존재하는가. 여론의 조성인가, 여론의 전달인가. 누가 좋은 필자인가. 어떻게 개선할 수 있나. 변화의 주인공인 문소영 논설실장(52)을 <피렌체의 식탁>에 초대했다. [편집자]

[문소영 / 서울신문 논설실장]

오피니언 면 개편에 착수하게 된 배경과 동기는 무엇인가?
“2018년 5월 21일 논설실장 발령을 받았다. 그 전 직책은 정치부장이었다. 신임 사장(고광헌)이 사무실로 불러 ‘당신은 이 회사에서 어떤 역할과 지위를 갖고 회사의 발전을 위해 노력하고 싶으냐’고 질문했다. 나는 원래 어떤 지위 같은 걸 가져야 한다는 생각을 못하는 유형의 인간이다. 그래서인지 답변을 약간 바보같이 한 것 같다. ‘저널리즘을 지키며 사는 게 저한테 중요하다’고 했다. 그러자 고 사장이 웃으면서 ‘그건 주니어 기자들이 하는 이야기고, 정말 뭘 하고 싶으냐’고 물었다. 나도 정색을 하고 ‘정말 저널리즘이 중요하다. 지난 9년 동안 특히 훼절하지 않도록 하는데 중요했다. 한겨레에서 기자와 사장을 하신 입장에서 그게 당연하다고 생각하시겠지만. 내 입장에서는 정말 중요하다’고 했다. 그러자 고 사장이 ‘당신이 논설실장 후보 서너 명 중에 하나’라고 알려주었다. 그 후 1주일 뒤에 다시 불러 ‘당신이 논설실장이니 이제 오피니언 면을 7월 19일 서울신문 창간일에 맞춰 전면 개편해달라’고 요청했다. 그때 ‘저를 논설위원으로 쓰면 지면이 더 다채로워질 수 있다’고 했지만, ‘본인이 직접 꾸리는 게 더 낫다’고 해서 현재에 이르렀다.”

‘9년’이면 이명박-박근혜 정권 시절이다. ‘어떤 자리를 가고 싶냐’고 물었는데, ‘저널리즘을 지키고 싶다’고 대답한 셈이다.
“저널리즘의 본령이 지켜진다면 사실 어떤 직책이든 상관없다. 사장에게서 ‘오피니언 면을 전면적으로 개편해 달라’는 요청을 받았다. 전면 개편을 준비하면서 사장에게 ‘혹시 좋은 필자라고 생각하는 분이 있으면 리스트를 달라’고 했다. 며칠 후에 리스트를 받아보니 내가 괜찮게 보는 필진과 일치하는 사람은 많지 않았다. 개편 후 필진이 대폭 바뀌었을 때 ‘문 실장이 젊어서 젊은 필진만 늘린 거 아니냐’고 말한 적은 있다.”

젊은 세대가 원하는 세상에 대해 얘기하는 필자 찾기에 주력,
진보 성향은 덤으로 따라왔다.

어떤 인식을 갖고 어떻게 개편을 했나.
“원래 연령대를 배분하겠다는 생각은 없었다. 다만 ‘진보적 담론’, ‘여성 30%’라는 생각은 하고 있었다. 또 한 가지는 소셜미디어 시대에 맞춰 공유가 많이 되는 좋은 콘텐츠를 생산하는 필자를 찾아야겠다는 생각을 했다. 지금 사람들은 글에 공감하면 페이스북에서 많이 공유하는데, 페북을 100% 이용하는 필자를 찾아 나섰고, 찾아냈다.”

쉽지만은 않았겠다. 더구나 페이스북 글과 제도권 언론의 칼럼은 다른데.
“그렇지는 않다. 제가 2010년부터 페북을 시작했는데 현재 페친(페이스북 친구)이 5000명이고, 저를 팔로우 하시는 분들이 1만6000명 정도 된다. 제 페이스북 풀에 총 2만 명 정도가 있는 셈이다. 너무 유명한 분들은 친구를 안 맺고 팔로우 한다. 그 안에서 충분히 좋은 필자를 찾을 수 있었다.”

왜 진보적인 담론을 담아야겠다고 생각했나? 세상이 바뀌어서? 사실 서울신문은 정권의 성격에 따라 글의 성향이 많이 변화하는 편이다.
“진보적 생각을 담아야겠다고 생각한 게, 우리나라에서 흔히 보수라 불리는 담론의 성격은 보수적이기보다 수구적이다. 시대정신에 맞지 않아 회피하고 싶었다. 앞으로 대한민국을 이끌어갈 젊은 세대를 생각했다. 그들이 원하는 세상에 대해 이야기를 하는 사람들이 누가 있나 찾아봤던 것이다. 그런 차원에서 진보적 색채를 띠어야겠다고 생각한 것이다.”

여성은?
“세상에는 남녀가 50%, 50%인데 실제로는 여성이 과소대표되고 있어서, 오피니언 면에서라도 여성의 대표성을 더 발굴해서 담아야겠다고 생각했다. 다양성이 보강돼야 한다는 측면에서 여성 목소리가 더 나와야 한다. 그런데 막상 찾아보니 생각보다 여성의 목소리를 찾는 게 어려웠다.”

어떤 점에서?
“일단 발화(發話)할만한 여성이 많지 않았고, 있어도 다른 매체의 필자인 경우가 많았다. 그래서 기존 필자 중에 여성 필자는 연재를 계속하고 추가로 새 필진을 보강하는 식으로 했다. 기존의 여성 필진은 지난해 7월 개편 때 거의 교체하지 않았다. 현재는 전체 필진 중에서 여성이 20%이다. 30%까지 가려면 아직 부족하다.”

직책보다 글쓰기 실력, 대중서 쓸 정도면 글 잘 쓰더라

소셜미디어(SNS) 스타를 많이 발탁했다. 사실 전통적인 주류 언론에서는 필진의 이른바 ‘스펙’을 많이 따지는데, 그런 것 없이 소셜미디어에서 발탁을 한 것은 용기인가, 욕심인가?
“사실은 서울신문 필진도 교수가 여전히 많다. 대신에 제 기준 중 하나는 교수든 아니든 책을 한 권 정도 쓴 사람을 선호한다. 대중서를 써서 대중과 교감하고, 소통하는 글을 어떻게 써야 하는지 아는 사람을 생각했다. 기존의 언론사 필진들이 주로 대학교수라든지 CEO라든지 정책 담당자들이었던 이유는 이들이 정책을 제안해 채택하게 하는 중요한 역할이 있었던 것이다. 그러나 지금은 정책 전달 수단이 다양화됐고, 신문 오피니언 면이 굳이 그렇게 할 필요가 없어졌다. 그렇다면 공감할 수 있는 이야기를 쓸 필진이 더 필요하다고 생각했다.”

종이신문에 갇혀 있던 서울신문 오피니언 면은 온오프를 망라해 거의 주목을 못 받았었는데, 우선 칼럼 필자를 얼마나 바꿨나?
“현재 전체 필자가 70명 안팎인데, 이중 전면 개편을 하면서 신규로 들어온 분이 51명이다. 젊은 논설실장이 왔다고 오피니언 면을 늘려달라고 해서 1개면 늘린 효과로 필자가 더 늘어난 측면도 있다.”

지표적인 변화가 눈에 띄나?
“이를테면, 강남순 교수의 ‘낮꿈꾸기’, 조영학 번역가의 ‘번역과 반역’, 양동신 건설인프라엔지니어의 ‘2030세대’ 같은 칼럼들은 필자의 페이스 북에서 공유가 100건 넘게 이뤄진다.”

서울신문 사이트의 트래픽에도 변화가 나타나나?
“온라인팀 얘기로는 네이버뉴스에 많이 노출되기는 하는데 신문사 웹사이트에는 영향이 크지 않고, 필자가 자신의 소셜미디어에 올리면 신문사 웹사이트로 유입되기는 하지만 명료하게 계산이 안 된다고 한다. 지금은 ‘페이스북에서 공유 100번’ 이런 식으로 보고 있다.”

새 필진 중 가장 큰 반향을 일으킨 필자는?
“아까 말씀드린 것처럼 강남순 교수, 조영학, 양동신 필자 반응이 좋고, 주부 필자인 한승혜 씨 반응도 좋다. 그러고 보니 ‘2030세대’ 연재 칼럼에 대한 반응이 좋은 것 같다.”

가장 젊은 필자와 나이든 필자는?
“젊은 필자는 임명묵 씨다. 군대 갔다 온 대학교 3학년이니까 20대 후반이다. 반면 외교관 출신의 70대인 명예교수도 계시다.”

필진 평균 나이 서너 살 내리는 건 세대교체와 같다

개편 전에 비교해 필진의 평균 나이는 몇 살 정도 내려갔나?
“40대말 50대초 필자가 가장 많은데, 서너 살은 확실히 젊어진 것 같다. 서너 살이 한국에서는 굉장히 중요하다. 압축성장한 나라답게 한 살이 5년~10년씩의 감각을 대표한다. 세 살 줄어들면 15년 낮아졌다고 봐야 한다. 그 때마다 갭이 엄청나니까.”

젠더로는?
“1차로 여성 25%를 채우는 게 목표였다. 여성 필자 중에는 그림을 그리는 분들도 모시는 등 오피니언 면을 덜 무겁게 하려고 노력을 했다. ‘이미혜의 발길따라 그림따라’도 굉장히 반응이 좋다. 네이버에 자주 걸린다. 예전에는 몰랐는데 네이버에서 콘텐츠가 유통되는 게 중요하더라.”

소셜미디어 스타들을 대거 초빙했는데, 흥미로운 반응은 없었나?
“내가 2010년부터 페이스북을 해왔고, 페이스북에서 글 좀 쓰고 공유가 많이 되는 사람들을 찾아서 필자로 초빙한 것이다. 사실 대단한 거라고는 생각 안했다. 그런데 ‘서울신문 오피니언 필자가 바뀝니다’라는 개편 공지 글이 엄청나게 많이 공유돼 깜짝 놀랐다, 이런 변화를 눈여겨 본 분들이 ‘서울신문 오피니언 필자에 페북 셀럽들이 많이 들어갔다’고 광고도 해주고 했다.”

예전 필진과 비교해보면 장단점은?
“무거운 필자들이 많이 쓸 때는 청와대나 관계 부처 연락이 많이 왔다. 지금은 그 정도는 아니지만, 절반씩 밸런스가 맞춰져서 독자들에게 공감을 주는 좋은 글과 정책 수립에 기여하는 글 양자가 존재한다고 보면 될 것 같다. 우리 필자 중에 이한상 고려대 경영학과 교수는 세금과 회계 쪽의 글로 맥주세금 문제라든지, ‘유치원 3법’이 논란이 되기 전에 먼저, 유치원 회계기준을 바꿔야 한다는 칼럼으로 의미를 더했다. 청와대나 이런 데서 ‘정책적 함의를 많이 받았다.’ 이렇게 연락 오는 것은 여전히 중요하다. 우리 칼럼을 통해 정부가 좋은 정책을 채택하면 다수가 행복해지는 길이니까.”

새로운 세대의 칼럼에 익숙하지 않은 기성 독자들의 항의는 없었나.
“없었다.”

그만큼 서울신문 오피니언 면이 관심을 못 받았던 것은 아닌가.
“그렇진 않다. 요즘은 필자가 소셜미디어 명성은 높은데 사회적 명성은 낮은 게 네이버에 덜 걸리는 원인이 아닌가 의심을 한다. 전에는 국립대 총장, 의대 학장 이런 분들의 칼럼이면 네이버에 잘 걸려서 오히려 네이버 유입이 많았다. 네이버만 생각하면 손해 보는 것도 있다. 네이버를 통한 유입은 조금 나빠졌고, 페이스북은 확실히 좋아졌다. 우리 필자들이 페이스북에서 자기 명성을 갖고 있으니까.”

40대 이하 글쓰기는 기성세대 글쓰기와 확실히 다르다

어떤 걸 더 시도해보고 싶나?
“현재 오피니언 지면이 3개 면이다. 글 잘 쓰는 ‘친구’들이 많은데 다 모시지 못해 아쉽다. 저런 아이디어는 ‘테드(TED)’처럼 여기저기 확산돼야 하는데 그러지 않은 것 같다. 아깝다 싶은 것들이 많이 보인다. 이런 것들을 다 모아서 뭐든 해보고 싶다.”

일반인 중에도 글 잘 쓰는 사람이 많다고 얘기하는 것 같다. 왜 그럴까? 시대적 배경을 어떻게 보나?
“옛날에도 일반인 중에 글 잘 쓰는 사람은 많았다고 본다. 다만 옛날에는 주의 주장이 많았다면, 40대 이하 세대의 글 쓰는 방법은 과거랑 좀 다른 것 같다. 외국 전문 블로거들 방식과 비슷하다. 증빙자료를 붙여서 전문적으로 쓰는 데 익숙하다. 예전에는 추상적으로 목청을 높이는 방식의 글쓰기가 주였다면, 지금은 기본적인 증거 자료에 해외 통계까지 조곤조곤 다 붙여서 글을 쓴다. 원래 해외에서 블로그가 막 생겼을 때도 ‘블로그 전문주의’라고 해서 블로그를 통해 전문적인 글을 쓰는 사람 많았는데 우리나라는 초창기에 그런 식으로 발전을 하지 못했었다. 그런데 최근에는 우리나라 블로그도 세분화되고 전문화 되고 있는 것 같다. 예전에는 블로그가 대부분 신변잡기였는데. 발전의 한 측면 같다.”

오피니언을 담당하면서 생각해보니 여론이란 무엇이던가. 그간 제도권 언론은 여론을 만들 수 있다고 생각했고, 실제로 해왔다. 지금도 상당수 언론은 전진적 어젠다 형성보다 문제 제기형, 흠집 키우기형 보도, 칼럼을 통해 여론 만들기에 나서고 있다.
“인터넷 매체가 등장해 디지털 시대가 되기 전에는 여론을 형성하거나 커뮤니케이션 할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이 신문과 방송밖에 없었다. 신문과 방송이 압도적으로 여론을 주도했지만 디지털 시대에는 쌍방향이 됐다. 신재민 전 기재부 사무관 사건을 보더라도, 본인이 1인 미디어를 갖고 있다. 매스미디어가 융성하던 20세기처럼 일부 언론사가 여론을 독점해서 마음대로 할 수 있는 시대는 지나갔다. 지금은 그간의 저널리즘에서 중요하게 생각하지 않았던 뉴스 수용자, 뉴스 소비자를 많이 고려해야 하는 시대로 돌아섰다. 다만 힘이 과거처럼 압도적이지 않다고 해서 여론을 주도할 수 없다고 생각하지는 않는다.”

여론을 왜곡이나 굴절 없이 잘 담기 위해서는 어떻게 해야 하나?
“정치 커뮤니케이션에서 나오는 ‘프레임’ 얘기를 해야 하는데, 어떻게 설명을 해야 할까. 흔히 착각하는 게 다수가 A라고 한다고 해서 A가 진실인 것은 아니다. 언론의 중요한 덕목에는 객관성, 불편부당성, 진실성, 객관주의 등 여러 가지가 있는데, 그 중에 제일 중요한 건 진실성이다. 진실에 가까운 이야기를 찾아내서 전달하고자 하는 노력. 그 과정에서 오보를 줄이기 위한 노력. 소수이더라도 진실에 가까우면 발굴해서 써야하는 의무가 있다. 커뮤니케이션의 기본은 진실이다. 진실하지 않은 걸 커뮤니케이션 할 이유는 없다. 소통의 기본은 ‘진실할 것이다’라는 전제가 필요하다. 진실하지 않은 걸 소통시킬 수는 없다. 다만 ‘진실성’이 ‘진실’은 아니다. 우리가 생각하는 여론이라는 것은 ‘퍼블릭 오피니언(public opinion)’, 즉 덩어리진 의견이라고 해서 여론이라고 볼 수 없다. 또한 있는 그대로 전달하는 것만으로도 여론을 보도했다고도 볼 수 없다. 다수가 옳다고 주장한다고 해서 그게 100% 진실성이 있다고 할 수는 없다.”

개편 과정에서 2030세대, 젠더 등 새로운 시각을 반영하려 노력한 모습이 보인다. 새로운 스타일에 대한 고민은 없었나.
“조금 덜 무겁게 하려고 필자가 그림을 그리게 한다든가 하는 시도를 하고 있다. 제주 4.3, 5.18 등을 그린 김금숙 만화가가 연재(만화경)를 하고 있다. 프랑스에 오래 살아서 그런지 인권적 감수성이 우리와 다른 측면이 있다. 서양역사를 전공한 박상익 교수는 사진 전문가는 아니지만 인상적인 사진을 찍는다.(사진으로 세상읽기) 다만 초상권 때문에 못 싣는 것이 많아 아쉽다.”

각 신문사들이 오피니언 면에 관심을 갖고 새로운 필자 발굴에 적극 나서고 있다. 잘 하려면 어떻게 해야 한다고 생각하나?
“우리 신문과 달리 경향이나 한겨레는 20대가 쓰는 코너가 다 있었다. 나는 젊은 친구들이 쓰는 글을 꼭 담아보고 싶었다. 사람들에게 무책임해보일지 모르는데, 평소 눈여겨본 필자 하나를 찍어서 ‘당신이 보기에 글을 잘 쓰고 견해가 좋아 보이는 사람 젊은 필자 5명을 꾸려 달라’ 맡겼더니 그 분이 필자들을 추천해 왔다. 추천된 분들 글을 검색해보고 선택해서 고정 코너를 만들었는데, 그게 <2030세대>다.”

필진 영입을 외부에 의뢰할 때 결과가 더 좋을 수 있다

검증은 했겠지만 일단 추천자, 포스트 격인 필자의 의견을 존중했다?
“‘당신이 보기에 좋은 필자들을 찾아주시오’라고 했다. 이런 건 추천한 사람을 믿고 하는 것이다. 공유경제의 기본은 신뢰가 없으면 할 수 없다. 신뢰에 기반하지 않으면 어떤 스텝도 밟을 수 없다. 한국은 저신뢰 사회여서 넥스트 스텝을 못 밟는 거다.”

레거시 미디어들이 오피니언 면을 어떻게 접근해야 할까?
“경향신문 오피니언 면을 좋아했다. 다양한 의견이 있기 때문이다. 저널리즘에서 배우는 ‘사상의 자유 공론장’ 개념이 있었다. 반면 기사와 오피니언의 논조가 똑같은 언론도 있다. 그 때문에 독자 입장에서는 호기심이 안 생긴다. 때로는 확증편향을 가진 분들이 모여 있는 에코쳄버 같기도 하다. 다양한 의견을 접해야 비판적 사고도 가능한데, 똑같은 걸 두고 얘는 노란색, 쟤는 조금 더 노란색 이렇게 하면 볼 필요가 없다. 빨주노초파남보가 다 있어야 노란색이 더 예쁘다든가, 빨간색이 더 예쁘다든가 평가를 할 수 있다. 우리 필진 중에 현 정부와 결을 달리하는 필자도 있다.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것은 비판적 사고를 통해 뭔가 새롭게 하는 것이다. 그런 점에서 몇몇 보수언론도 다양성이 아쉽다. 충분한 자료를 제시하면서 설득하기보다 ‘우리가 옳다’고 고함치고 있다. 외부 필자든 사내 필자든 자기네 생각을 고함친다면 좋아할만한 독자가 얼마나 있을까. 아까 얘기한대로, 본면과 조금 다르더라도 오피니언 면에서 충분히 얘기되는 매체가 좋은 매체라고 본다. 오피니언 면 안에서도 보수적 의견도 있고 진보적 의견도 있어야 한다. 다만 어떤 의견이든 시대정신과 맞아야 한다.”

오피니언 면을 담당하기 전 경력 중에서 이 일에 가장 도움이 된 것은?
“책을 쓴 경험. 저자로서의 경험이다. 어떤 글이 좋은 글인지 본인이 많이 써봐야 안다. 가능한 한 외부 원고는 많이 고치지 않는 편이다. 단 논리적 정합성에 대한 검증과 팩트체크는 한다.”

문소영 실장은 매일 오피니언 면 3~4개 면을 혼자 청탁하고 데스킹한다. 도와주는 이는 행정팀에서 실무지원요원이 한 명 있다. 하루에 칼럼 10여 꼭지, 200자 원고지로 치면 60~90매를 읽고 제목과 소제목을 뽑는 게 그의 일이다. 논설실장으로서 사설 작성을 위한 회의도 주재하고, 기명칼럼도 가끔 쓴다.

인터뷰 / 김현종 발행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