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주털야손’: 낮에는 김어준, 저녁에는 손석희
  • 팟캐스트,유투브 성장 이유: 주류 언론으로 채워지지 않는 갈증
  • 팟캐스트 진보 점령, 유튜브는 보수 선점
  • ‘나꼼수’가 대통령을 바꾸지는 못해: ‘찻잔 속의 태풍’
  • 듣고 싶은 것만 들려주는 미디어: 확증편향의 함정
  • 유시민, 스스로 영역 좁히나
  • 중원을 장악하라: 팩트와 아젠다로 승부해야

대한민국에서 21세기와 함께 등장한 인터넷 미디어는 포털의 성장과 함께 진보 여론 시장에 큰 영향을 미쳤습니다. 보수가 인터넷 미디어 시장에 띄어들자 진보는 ‘팟캐스트’라는 새로운 시장을 개척했습니다. 항상 뒤에 쳐져 있던 보수 세력이 유튜브 시장은 선점하고 나섰습니다. 전투의 주무대는 유튜브로 옮겨간 듯 합니다. ‘홍카콜라’(홍준표)가 뜨자 ‘알릴레오’(유시민)가 치고 나왔습니다. 미디어 환경의 변화에 주류 언론이 마치 멸종을 앞둔 공룡처럼 둔해진 사이, 기동력 좋은 셀럽들이 미디어 시장을 주도하는 모양새입니다. 그런데 지금의 상황은 ‘진보’일까요, ‘퇴보일까요. 이정환 미디어오늘 대표은 작금의 미디어 정치 담론의 지형도를 그리면서 우리가 놓치고 있는 지점을 지적하고 있습니다. <편집자>

[이정환 / 미디어오늘 대표]

‘홍카콜라’와 ‘알릴레오’의 대결? 유튜브 정치가 빠질 수 있는 함정

한국은 전통적으로 팟캐스트가 강한 나라였다. 지난해 영국 로이터저널리즘연구소 조사에서 “지난 1주일 동안 팟캐스트를 이용한 적 있느냐”는 질문에 한국은 “그렇다”고 답한 비율이 58%나 됐다. 조사 대상 22개국 가운데 가장 높은 비율이었다.

한국 팟캐스트의 역사는 ‘나는 꼼수다’를 빼놓고 이야기할 수 없다. 방송을 중단한 지 8년이 지났지만 여전히 팟빵 다운로드 주간 순위 100위 안에 든다. 아직까지 찾아 듣는 사람들이 상당하다는 이야기다.

‘나꼼수’ 멤버들의 활약도 눈길을 끈다. 김어준 딴지일보 총수는 tbs ‘김어준의 뉴스 공장’을 맡아 지상파 라디오에 진출했다. 아침 라디오 프로그램 시청률 1위를 석권한 데 이어 팟캐스트 순위에서도 부동의 1위를 지키고 있다. ‘주털야손’, 아침에는 털보, 저녁에는 손석희라는 평가가 과장이 아닐만큼 강력한 존재감을 확보하고 있다.

‘주털야손’, 아직도 ‘나꼼수’가 팔리는 이유

정봉주 전 의원은 SBS 라디오 ‘정봉주의 정치쇼’와 tbs 라디오 ‘정봉주의 품격시대’를 진행하다가 지난해 5월 서울시장 출마 선언과 함께 하차했다. 시사평론가 김용민씨 SBS에서 ‘김용민의 뉴스관장’을 진행하다가 ‘정봉주 정치쇼’를 넘겨받아 ‘김용민의 정치쇼’를 진행했다. 지난해 5월부터는 KBS 라디오 ‘김용민의 라이브’를 맡고 있다. 주진우 시사인 기자는 지난해 2월부터 MBC ‘탐사기획 스트레이트’의 진행을 맡고 있다. 1000억 원대 적자를 기록한 MBC가 주 기자에게 회당 출연료를 600만 원씩 지급하고 있다는 사실이 화제가 되기도 했다.

이밖에도 김어준 총수가 딴지방송국에서 ‘다스뵈이다’라는 이름으로 유튜브 방송을, 김용민씨는 ‘김용민 브리핑’이라는 이름으로 팟캐스트를 진행하고 있다. 이에 앞서 김 총수는 ‘김어준의 뉴욕타임스’와 ‘김어준의 파파이스’ 등으로 한겨레와 함께 작업을 하기도 했다.

‘나꼼수’ 멤버들의 메인 스트림 진출은 숱한 논란과 질문을 남겼다. 김어준 총수는 SBS ‘김어준의 블랙하우스’로 TV까지 진출했지만 정봉주 전 의원의 성추행 의혹을 다루는 과정에서 공정성 논란이 불거져 중도 하차했다. 주진우 기자는 이재명 경기도 지사와 탤런트 김부선씨의 스캔들 의혹에 연루돼 곤혹을 치르기도 했다.

우리는 아직까지 계속되는 ‘나꼼수’의 열풍에서 두 가지 의미를 짚어볼 수 있다. 첫째, 주류 언론에 대한 강한 불신과 둘째, 언론이 말하지 않는 진짜 진실에 대한 갈망이다. 여전히 ‘나꼼수’가 팔리는 건 이들의 팬덤을 뛰어넘을 만한 강력한 콘텐츠 기획이 없기 때문이다. 김어준은 교통 정보나 듣던 tbs를 시사 프로그램의 강자로 끌어올렸다. 김용민을 쓰면 어쨌거나 청취율이 나오고 주진우를 쓰면 이슈를 키우고 화제를 만들어낸다.

그래서 보수 진영이 ‘나꼼수’의 대안으로 찾은 게 유튜브였다. 일찌감치 박근혜 전 대통령은 탄핵안이 가결된 직후인 2017년 1월, 청와대 상춘재에서 정규재 한국경제신문 주필이 운영하는 정규재TV와 단독 인터뷰를 했다. 1시간 분량의 이 동영상은 조회 수 229만 회를 기록했다. 박 전 대통령 역시 주류 언론에 대한 강한 불신을 정규재TV와 인터뷰를 통해 드러냈다.

돌아보면 2016년 7월, 최순실 국정 농단을 가장 먼저 취재한 곳이 한겨레와 TV조선이었다. 조선일보는 우병우 당시 청와대 민정수석을 사퇴시키라고 압박했고 친박계로 분류되는 김진태 새누리당 의원이 송희영 당시 조선일보 주필의 접대 향응 의혹을 터뜨리면서 청와대와 조선일보의 갈등이 폭발했다. 조선일보 입장에서는 임기 말 레임덕을 극복하고 정권을 다시 창출하기 위한 전략이었겠지만 결과적으로 박근혜 정부를 탄핵으로 몰고 갔다.

주류 언론이 말하지 않는 진실

탄핵과 대선 국면을 지나면서 보수 성향 유권자들 사이에서는 조선일보조차 등을 돌렸다는 절망과 분노가 확산됐다. 이명박 정부 시절 진보 성향 시민들이 ‘나꼼수’에 열광했던 것처럼 보수 성향 시민들은 언론이 진실을 말하지 않는다는 믿음을 공유하고 있다.

한국은 카카오톡 점유율이 94.4%에 이르는 나라다. 메신저 대화방에서 전달되는 유튜브 링크는 지상파 방송 못지않은 강력한 도달률을 만들어 낸다. 정권이 바뀌면서 확 달라진 지상파 방송의 논조가 진실이 가변적이고 상대적이며 언론이 말하지 않는 것이 있을 수도 있다는 확증 편향을 강화하고 있는 게 현실이다.

한국은 팟캐스트 이용률도 높지만 온라인 동영상 뉴스 이용 비율도 78%로 세계 평균 대비 매우 높은 비율이다. 22개국 평균은 65%였다. 한국 국민들이 텍스트보다 온라인과 오디오에 더 몰입한다는 이야기다.

보수 성향 인터넷 신문 독립신문에서 만드는 ‘신의한수’는 2012년 팟캐스트로 시작했지만 박근혜 정부 시절에는 존재감이 거의 없었다. 2015년 유튜브로 옮겨온 뒤에도 한동안 구독자 수가 1만 명 언저리에 머물렀는데 박 전 대통령 탄핵안 가결 이후 인기가 치솟았다. 2019년 1월22일 기준으로 동영상 업로드가 2511건, 구독자가 48만 명을 넘어섰다. 정규재TV가 36만 명, 황장수의 뉴스브리핑이 32만 명, 조갑제TV 19만 명 등 바야흐로 보수 유튜브의 전성시대가 열린 것이다.

진보는 팟캐스트, 보수는 유튜브라는 공식이 생겨난 것은 각각의 습관이 달라서라기보다는 한국에서 유튜브가 본격적으로 뜨기 시작한 것과 문재인 정부의 출범 시점이 맞물렸기 때문이라고 보는 게 맞다. 진보든 보수든 정권을 비판하는 콘텐츠라 팔리는 것이고 지금은 공격과 수비가 바뀐 상황이다.

홍준표 전 자유한국당 대표의 ‘홍카콜라’가 뜬 것도 이런 시대적 흐름과 무관하지 않다. “북은 절대 무상으로 정상회담을 해주지 않는다”거나 “노무현 정권 시절에 자살한 분들이 많았고, 결국 본인도 자살했다”, “우리나라는 지금도 플루토늄 재처리를 하면 즉시 1000개 이상의 핵무기를 생산할 수 있는데 북한을 생각해 원전 가동을 중지했다”는 등의 가짜 뉴스 수준의 막말을 쏟아내고 있는데도 반응이 폭발적인 것은 이 방송을 듣는 사람들이 듣고 싶어 하는 것을 들려주기 때문이다.

유튜브 정치의 한계, 진영을 넘어 토론에 뛰어들어라

‘홍카콜라’에 맞서 유시민 노무현재단 이사장이 ‘알릴레오’를 시작하면서 본격적인 유튜브 정치 시대를 예고하고 있다. 홍카콜라는 한 달여 만에 25만 명, 알릴레오는 보름 만에 65만 명을 넘어섰다. ‘알릴레오’가 단숨에 ‘홍카콜라’를 따라잡은 모양새지만 단순히 구독자 수로 우열을 따지기는 어렵다. 둘 다 아직은 ‘집토끼’를 끌어 모으고 있는 단계라고 보는 게 맞을 것이다.

유 이사장은 “혹세무민하는 보도가 넘쳐나고 있어 일주일에 한 번은 정리해줘야 한다”면서 “(그동안) 노무현 대통령을 근거 없이 비방해도 대처할 방법이 없었다”면서 방송을 시작한 이유를 설명했다.

정태호 청와대 일자리 수석이 출연한 1월18일 방송에서는 20대 고용률이 2017년 대비 0.6% 포인트 올랐고 실업률도 0.3% 포인트 하락했다는 사실을 강조했다. 정 수석은 “대기업과 중소기업 간 임금 격차가 너무 크고 근로환경도 열악하기에 (청년층이) 일자리를 못 찾고 있는 것 같다”고 설명했다. 이날 방송은 어쩔 수 없이 지루하고 우울했다. 고용 사정이 개선되지 않는 것은 소득주도 성장이나 최저임금의 실패가 아니라 구조적인 요인이 크다. 천하의 유시민이라도 답답한 고용 현황을 포장하는 데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

일단 우리가 간과해서는 안 될 대목은 ‘나꼼수’의 전성기였던 2012년, 실제로 선거 판도를 크게 뒤흔들지 못했다는 사실이다. 2012년 4월 총선은 당시 새누리당의 압승으로 끝났고 ‘각하 헌정 방송’을 표방하면서 이명박 정부를 집요하게 공격했지만 12월 대통령 선거에서 박근혜 후보가 당선됐다.

당시 미디어오늘은 “‘나꼼수’는 ‘찻잔 속의 태풍’이었고 결국 조중동+지상파의 카르텔을 넘지 못했다”는 분석을 내놓은 적 있다. ‘나꼼수’의 영향력을 과소평가하는 것이 아니다. 당시 새누리당은 지상파 방송을 장악하고 종합편성 채널의 엄호를 받으면서 두 차례 선거를 치렀다. ‘나꼼수’가 고군분투했지만 보수 언론의 집중 포화를 맞았고 김용민 씨의 막말 파문으로 오히려 보수 유권자들을 결집시켰다. 상대 진영을 공략하지 못하는 그들만의 방송으로는 정치력을 발휘하기 어렵다. 진영을 넘어 여론을 뒤흔들고 중도 부동층을 끌어들여야 비로소 판을 바꿀 수 있다는 이야기다.

‘홍카콜라’ 역시 마찬가지다. 의혹과 음모를 풀어내면서 지지층을 결집시키는 전략이지만 보수 진영의 외연을 확대하는 데는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 게다가 독립신문 신혜식 대표가 직접 밝힌 바에 따르면 ‘신의한수’ 구독자 가운데 55세 이상 시청자가 73%를 차지한다. ‘홍카콜라’ 역시 노년층 비율이 매우 높을 가능성이 크다. 그리고 이들은 애초부터 자유한국당 지지자였을 가능성이 크다.

‘나꼼수’는 단순히 음모론을 확대재생산한 게 아니라 실제로 BBK 주가조작 사건과 다스 실소유주 논란, 4대강 비리, 인천공항 민영화 등의 의혹을 집요하게 파헤쳤고 실제로 검찰 수사까지 밀어붙였다. 많은 사람들이 ‘나꼼수’에 열광했던 건 단순히 이명박 정부를 공격해서라기보다는 주류 언론이 외면하는 진짜 중요한 이슈를 파고들면서 이들이 추락한 정의를 바로잡고 있다는 믿음을 심어줬기 때문이었다. ‘나꼼수’는 주진우 기자의 근성 있는 취재와 정봉주 전 의원이 전하는 국회 뒷이야기, 김어준 총수의 빛나는 인사이트에 김용민 PD의 반짝거리는 편집 노하우가 만나서 만든 탁월한 정치 콘텐츠였다.

변화의 열망, 팩트와 아젠다로 승부하라

‘홍카콜라’는 물론이고 ‘알릴레오’도 새로운 팩트와 아젠다를 끌어내지 못한다면 확장성에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 ‘홍카콜라’가 50대 이상 보수 유권자들을 공략한다면 ‘알릴레오’는 30대와 40대 민주당 지지자들을 공략한다. 단순한 동어반복으로는 고루한 진영논리에 갇히거나 확증편향을 강화하는 이상의 효과를 기대하기 어렵다. 노무현 재단에서 만드는 ‘알릴레오’는 태생적으로 친노와 친문의 범주에서 벗어나기 어렵겠지만 결국 사람들이 기대하는 건 답답한 정치 현실에서 눈을 돌려 변화의 희망을 찾게 해줄 새로운 아젠다다.

‘홍카콜라’와 ‘알릴레오’ 모두 ‘나꼼수’의 성공과 실패에서 배워야 한다. 주류 언론에 대한 불신이 이들의 동력이지만 주류 언론의 대안으로 실질적인 아젠다를 확보하고 토론에 뛰어들 때 비로소 팬덤을 넘어 정치로 진화할 수 있을 것이다.

‘홍카콜라’는 막말을 넘어 논리와 근거를 갖추고 팩트로 승부해야 한다. 그러나 홍 전 대표의 스타일상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알릴레오’ 역시 좀 더 지켜봐야겠지만 포맷을 바꾸지 않는다면 확장성이 크지 않을 수도 있다. 친노·친문 성향의 이른바 ‘깨어있는 시민’들과 ‘나꼼수’의 팬덤이 겹치는 지점에서 안전한 선택을 한 셈이지만 집권 하반기 보수 진영의 공세를 정면으로 받아내야 하는 상황에서 수세적으로 반박과 해명에 무게가 실릴 가능성이 크다.

‘알릴레오’는 결국 노무현재단이라는 채널의 한계를 벗어날 수 없다. ‘지식 소매상’ 유시민 이사장이 친노의 스피커를 자처하면서 ‘어용 지식인’의 프레임 안에 스스로를 가두는 것은 진보 진영으로서도 큰 손실이라고 할 수 있다. 진보 진영에서는 문재인 정부와 어느 정도 거리를 두면서도 객관적이고 공신력 있는 스피커의 발굴이 절실한 상황이다. 주류 언론이 실패한 그 지점에서 출발해야 한다.

섣불리 ‘알릴레오’의 가능성을 평가절하려는 것이 아니다. 다만 한국 사회에는 더 많은 논쟁과 더 많은 토론이 필요하고 진영을 넘나드는 더 많은 전투적 지식인이 필요하다. 웹캠 하나면 충분하고 당장 스마트폰으로 시작해도 충분하다. 백가쟁명 유튜브 정치의 시대가 열리길 기대한다.

이정환 / 미디어오늘 대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