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택시 갈등, 이낙연 총리가 나서라

By | 2019년 1월 11일 | 정책

  • 우버, 리프트 등 ‘라이드 셰어’ 서비스의 출발은 ‘결핍’
  • 시골 ‘100원 택시’의 진화… 어르신들도 체현한 ‘공유 경제’
  • 택시, 사양산업화… 패러다임 전환이 필요
  • 비즈니스의 기본은 ‘윈윈’… 약탈적 경쟁 논의 벗어나야
  • 작은 성공 모델을 만들어 확산 시켜라

또 다시 택시 기사 분신 사망 사건이 발생했습니다. ‘카풀 도입’을 둘러싼 갈등의 골이 더 깊어지고 있습니다. 극렬한 저항에도 여론은 택시 업계에 별로 우호적이지 않아 보입니다. 대안을 마련해야 할 정부도, 갈등을 조정해야 할 국회도 뚜렷한 해법을 못 내놓고 있습니다. 그런데 눈을 조금만 돌려보면 해결의 실마리가 보입니다.<편집자>

1.
3년 전. 미국 로스앤젤리스 외곽의 모텔에서 묵었다. 다음 날 공항에 가기 위해 주인에게 콜택시를 문의했다. 요금은 100달러가 넘을 거라고 했다. 가난한 여행객에게 부담스러운 가격이었다. 버스를 알아봤지만 구석구석 돌아가며 두 번을 갈아타야 해서 도저히 아침 비행기 시간에 맞출 수 없었다. 주인은 ‘우버’를 권했다.

다음 날 아침 6시. 우버 앱을 켜고 콜을 하자 주변을 지나던 우버 차량이 10분 만에 도착했다. 흰색 쏘나타 차량이었다. 우버 드라이버는 반갑게 인사하며 짐을 트렁크에 실어준 뒤 목적지 공항 터미널 번호와 비행시간을 확인하고 바로 출발했다. 차 안은 매우 깔끔했고 인조가죽 시트와 플라스틱 내장재 냄새가 나는 걸로 봐서는 뽑은 지 얼마 안 되는 새 차였다. 드라이버가 말을 걸어왔다.

“우버 앱의 예측에 따르면 50분 걸리겠네요. 탑승시각에 넉넉하게 도착 할 거예요. 어디서 왔어요?”
“한국이요.”
“아. 그래요? 이 차 현대 쏘나타에요. 최근에 샀어요. 우버 드라이버를 본격적으로 시작하면서요. 아주 만족스럽습니다.”
“종일 우버 드라이버를 하는 건가요?”
“네. 파트타임으로 하다 풀타임으로 해도 수입이 나쁘지 않겠다는 판단이 섰어요. 그래서 차도 새로 뽑았지요.”
“그렇군요. 그런데 한국에서는 우버가 불법이에요.”
“알고 있어요. 한국뿐만 아니라 독일, 일본 등 우버가 불법인 나라들이 여럿 있죠. 택시 기사들과 이해관계가 충돌하기 때문이죠. 전 이해합니다. 사실 엘에이 같은 도시에서는 택시 이용하기가 불편해요. 다운타운 안에는 택시가 많이 있지만 외곽으로 가면 택시 잡기가 어렵거든요. 그리고 엘에이는 매우 넓은 도시입니다. 차가 없는 학생들이나 가난한 사람들은 외곽에 살면서도 택시 요금 부담이 커요. 그래서 저 같은 우버 드라이버들은 주로 외곽을 돌아다니면서 콜을 기다리죠.”

공항에 도착했다. 어플리케이션에서는 53달러가 자동으로 결제됐다. 가격적으로는 택시보다는 싸고, 버스 보다는 비싼 지점에서, 서비스 측면에서는 택시가 충분히 커버하지 못하는 지역을 중심으로 우버 서비스가 이뤄지고 있었다.

2.
2018년 한 해 동안 서울에서 택시를 세 번 탔다. 직장이 광화문 쪽이고 집이 고양시인 터라 택시 탈 일이 없다. 버스가 광화문 기준으로 새벽 2시까지 다니고, 얼마 전에는 경의중앙선까지 개통돼 전철을 이용하기도 훨씬 수월해졌다. 러시아워 시간에 굳이 택시를 타서 정체를 걱정할 필요도 없고, 예측 가능한 시간에 이동하려면 전철이 현명한 선택이다. 택시를 탄 것은 새벽 2시 막차 시간이 넘어 귀가하거나, 고양시 버스가 미치지 않는 강남에서 약속이 늦게 끝나는 날이었다. 서울의 버스와 전철 대중교통망은 가히 세계 최고의 수준이다.

세 번 탄 택시의 기사‘님’들은 모두 ‘어르신’들이었다. 카카오택시에 가입된 기사 22만 명의 평균연령은 53.4세. 서울시의 통계에 따르면 전체 개인택시 기사의 56%가 60세 이상이다. 택시가 이미 사양 산업에 접어들었다는 증거로 볼 수 있다. 강도 높은 노동에 저임금. 청년들은 택시 기사가 되는 것을 주저하고 있다. 버스중앙차로 확대, 광역고속전철 도입, 지하철 노선 연장 등 다른 대중교통 수단이 지속적으로 확충 되면서 이대로면 택시 수요는 줄면 줄었지 더 늘어날 수 없는 구조다. 야근과 회식의 감소, 52시간 노동제 등 이른바 ‘저녁 있는 삶’ 등 사회문화적 변화 구조까지 택시 업계에는 악재뿐이다. 안 그래도 점점 먹고 살기 힘들어 죽겠는데, ‘카풀’이 치고 들어오니 죽기 살기로 반대하고 나설 수밖에.

3.
수도권 택시들의 불행이 깊어지고 있는 와중에 ‘행복택시’라는 간판을 달고 다니는 진짜 행복한 택시들도 있다. 지역별로 이름은 ‘부름택시’, ‘마중택시’, ‘따복택시’, ‘희망택시’, ‘행복택시’, ‘마실택시’, ‘100원 택시’ 등 이름은 제각각이지만 서비스의 기본 구조는 같다.

농산어촌, 이른바 ‘시골’은 교통이 매우 불편하다. 공영버스가 다니지만 대부분 아침, 저녁 하루에 두 번, 그것도 버스 정류장까지 가려면 1킬로미터 이상을 걸어가야 하는 일이 다반사다. 읍내 농협 한 번 다녀오려고 해도 하루를 종일 쏟아 부어야 한다. 택시를 불러 다니면 되지만 시골은 기본적으로 이동 거리가 길어 택시비가 한 번에 2~3만 원이기 때문에 어르신들은 진짜 급한 사정이 아니고서는 부를 엄두가 안 난다.

그래서 지방자치단체들은 버스정류장에서 700미터~1킬로미터 떨어진 마을에 사는 이상 65세 이상의 노인들에게 100원, 또는 1000원짜리 택시 쿠폰을 지급했다. 택시를 불러 이 쿠폰을 내면 100원 또는 1000원으로 먼 거리를 원하는 시간에, 편하게 다녀올 수 있다. 택시비 차액은 지자체에서 대신 내준다.

제도가 시작되자 예상하지 못한 현상이 발생했다. 예산이 한정돼 있으니 어르신 한 명 당 받을 수 있는 쿠폰은 월 2~4장 정도다. 왕복에 두 장을 쓰면 한 달에 1~2회 왕복밖에 안 된다. 그런데 어르신들 4명이 서로 약속시간을 정하고 모여 쿠폰을 돌아가면서 한 장 씩 쓰는 것이다. 한 명이 타나, 네 명이 타나 쿠폰은 한 장만 쓰면 되니, 네 명이 모이면 읍내 왕복 가능 횟수가 4배로 늘어나는 것이다. 요즘 유행하는 ‘공유경제’가 바로 이런 것이다. 요즘은 섬 지역을 다니는 ‘1000원 여객선’도 등장했다.

택시 기사들도 행복해졌다. 예전에는 웬만해선 택시를 타지 않았을 노인들이 새로운 수요층으로 등장하며 수입이 늘어났다.

4.
미국에서 우버, 리프트 등의 서비스가 처음 시작된 것은 ‘중거리 여행’이나 ‘리무진 서비스’였다. 항공기로 이동해야 하는 장거리 교통망은 촘촘하지만 100~500킬로미터 이내의 중거리 대중교통망이 불편한 미국에서는 ‘히치하이킹’으로 대표되는 ‘라이드 셰어’ 문화가 있었다. 여기에 커뮤네케이션 기술을 바탕으로 운전자에게 인센티브를 부여해 새로운 시장을 창출한 것이 우버와 리프트였다. ‘선의’에 ‘가격표’를 붙여 시장을 확 키운 것이다.

비즈니스의 혁신은 ‘결핍’에서 시작된다. 그리고 한국판 우버와 리프트의 싹은 서울이 아닌 시골에서 트고 있다. 다만, 지금의 ‘100원 택시’는 한계를 갖고 있다. 65세 이상의 차량이 없는 노인만 가능하고, 버스정류장에서 1킬로미터 가량 떨어져 있어야 하며, 재원도 세금으로 운영되고 있다. ‘선별적 복지 모델’이기 때문에 혜택에서 소외 받는 이들이 있고, 전면 확대를 위해서는 막중한 세금이 투입된다.

이럴 때 필요한 것이 민간이 참여하는 비즈니스 모델이다. 행선지별 라이드 셰어링(합승)이 허용되는 ‘공유 택시’ 모델을 만들어 보자. 요금은 버스보다 비싸고 택시보다 싼 합리적인 지점에서 결정될 것이다.(경우에 따라서는 군내 공영 버스 시스템 전체를 바꿔도 된다.)

‘자율주행’의 실험장으로도 제격이다. 궁극적으로 자율주행은 혼잡도가 높은 대도시에서 안전성을 확보해야 하겠지만, 과도기적 시험장으로 보다 위험도가 낮은 시골에서 충분한 실험과 데이터를 쌓을 수 있다. 현재 카풀이나 차량공유 서비스도 궁극적 목표는 자율주행 시대에 대비한 빅데이터 쌓기다.

비즈니스의 기본은 ‘윈윈(win-win)’, 즉 ‘상생’이다. 공유 택시 모델에 지역 개인택시와 법인택시들을 조합원으로 참여시켜 이익을 공유하면 된다. 더 나은 서비스가 등장하면 수요가 늘어날 것이고 전체 시장 규모가 커져 모두가 이익이 되게 해야 한다. 직접적 이해 당사자들만 이익인 건 아니다. 65세 이상 차량이 없는 노인들만 받던 혜택을 전 주민들이 고루 받을 수 있게 된다면, 버스 막차 시간에 맞춰 초저녁에 문을 닫는 읍내 식당과 술집들에 손님이 늘어나 지역 경제가 활성화될 것이고, 시골 지역의 고질적인 음주운전 악폐습도 근절될 것이다. 비싼 유지비를 감당하며 차를 보유할 필요가 없어질 것이고, 고령 운전의 위험도 감소하고 교통사고도 줄어들 것이다. 지역 곳곳을 더욱 편리하고 저렴하게 이동할 수 있어 관광객도 늘어날 것이다.

5.
‘100원 택시’는 이낙연 국무총리가 2014년 전남도지사 시절 공약으로 내걸어 시행됐고, 지금도 전남 지역이 가장 활발하게 운영되고 있다. 이 총리는 누구보다 공유 택시를 고민했을 것이고 장단점도 잘 알고 있을 것이다. 서울에서 두 번째 택시 기사의 분신 사건이 일어났다. 더 이상 갈등이 지속되지 않도록 총리가 신속하고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

물론 지방과 서울은 택시 시장 규모와 구조 자체에 차이가 있기 때문에 실험 결과를 동등하게 적용할 수는 없을 것이다. 다만 중요한 것은 상생이 가능하기 위해서는 한정된 시장을 빼앗는 약탈적 경쟁이 아니라, 협동에 의해 시장 자체가 커진다는 실증적 경험이다. 지역에서부터 실험을 해 시행 과정에서 발생하는 문제점들을 보완하고, 혁신적인 서비스에 의해 시장 자체가 커질 수 있다는 가능성을 확인한다면 갈등을 해결할 실마리를 찾게 될 것이다. 서울 중심으로 치열하게 경쟁을 벌이고 있는 카풀 업체들도 지역으로 시선을 돌릴 필요가 있다.

운전자가 필요 없는 완전자율주행 시대가 올 것인지, 온다면 언제 올 것인지 아무도 정확하게 알 수는 없다. 하지만 지금 준비하지 않는다면 더 큰 갈등과 고통이 도래할 것이다. 미래를 예측할 수는 없지만 만들 수는 있다.

김하영 / 편집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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