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국정철학 명확해야 하는데, ‘포용국가’라는 개념 혼동
  • Inclusive 정치경제 제도 취지 제대로 담아야
  • 2기 청와대 비서진 안정감 있어... 正名작업부터 해야
  • 현재 여론조사 ‘지지도’와 ‘평가’가 혼재
  • 진짜 지지율은 행동(선거)으로 드러나
  • 20대 남성과 여성, 투표 성향 다른 나라 사람처럼 보일 정도
  • 60대 부모 ‘자산 보수성’이 20대 남성에 투영
  • 목돈 만들기 불가능: 청년 주택 문제에 총력
  • 의미 있는 정계개편 없을 것

문재인 대통령의 신년기자회견을 요약하면 ‘포용국가’라는 기본틀을 유지하면서 ‘혁신성장’ 강조를 꼽을 수 있습니다. 그러나 여전히 ‘포용국가’가 무슨 개념인지 모르겠다는 사람들이 대부분입니다. 이근형 윈지코리아컨설팅 대표는 ‘正名’ 작업부터 다시 할 것을 주문하고 있습니다. 또한 최근 지지율 하락 국면에서 가장 ‘20대 남성’ 지지율 이탈에 대해 단순히 젠더 갈등으로 접근해서는 안 된다고 조언합니다.<편집자>

‘포용 국가’라는 말에 문제가 있다

청와대에서 비서진 교체를 했다. 도승지도 바뀌었다.

“현재 국면이 대통령의 국정운영에 대해 국민들의 확신이 약화된 상태이기 때문에 1기에 비해 참모진의 안정감이 더 필요한 시기이다. 그런 측면에서 비서실장에 임명된 노영민 신임 실장은 3선 의원 출신으로 경력이나 연배가 안정감이 있는 무난한 인사라고 본다. 보수 언론에서 적어도 ‘전대협 프레임’ 같은 걸로 공격할 수는 없을 것이다.”

내년에는 총선이 있다. 2월쯤에는 10개 부처 정도 장관 개각도 예정돼 있다고 하던데. 정치인, 시민사회단체 및 교수, 행정 관료 등 세 그룹으로 나눴을 때 어떤 그룹에 초점을 둬야 할까. 1기 내각에서는 ‘김 앤 장 갈등’ 등 그룹 간의 갈등이 부각되기도 했다.

“정치인들은 총선 때문에 입각하지 않으려 할 것이다. 불출마 선언하는 사람도 거의 없을 것이고. 그렇다면 나머지 두 그룹 중에서는 시민사회단체, 교수보다는 관료 그룹이 그나마 낫다고 본다.”

관료 출신들은 능동적으로 움직이지 않는다는 시각이 있다.

“관료들을 움직이게 하는 가장 중요한 요소는 국정철학을 얼마나 확고하게 세우고 공유하느냐이다. 국정 방향 자체가 선명하고 강도 있게 설정돼 있으면 관료들은 충실하게 따라갈 수밖에 없다.”

현재 국정철학이 선명하지 않다는 것인가.

“초기에 설정한 국정철학 목표는 소득주도성장, 공정경제, 혁신성장 세 가지이고, 이를 아우르는 키워드가 ‘포용국가’이다. 그런데 ‘포용국가’라는 말을 이해할 수 있는 사람들이 얼마나 있는지 모르겠다. 무엇보다 ‘포용국가’라는 말이 오해되고 있다. 포용국가라는 말은 대런 애쓰모글루, 제임스 A 로빈슨의 <국가는 왜 실패하는가>라는 저서에 기원을 두고 있다. 잘 사는 나라들을 살펴보니 ‘인클루시브(Inclusive)’한 정치와 경제 제도를 가진 나라가 발전했다는 이론이다. 여기서 ‘인클루시브’를 ‘포용’으로 번역한 건데, 우리말의 ‘포용’이라는 단어가 ‘Inclusive’라는 단어를 포용하지 못한다.

현재 우리나라에서 받아들여지는 ‘포용국가’라는 말은 “사회적 약자들을 싸안고 가겠다”는 온정적 복지국가의 느낌으로 이해되고 있다. 그러나 <국가는 왜 실패하는가>에서 제시하고 있는 ‘인클루시브’의 의미는 그게 아니다. 인클루시브의 반대 개념은 ‘익스트랙티브(Extractive)’인데, 이는 배타적이고 독점적이고 기득권을 유지하는 착취적인 제도를 의미한다. 착취적인(Extractive) 제도에 반해 인클루시브(Inclusive)한 제도는 ‘이 사회 누구나가 동등한 경제적인 권리를 갖고 경제활동에 참여할 수 있는 구조를 가진 사회’를 말한다. 오히려 일본의 아베 정부가 내세운 ‘일억총활약사회’가 본래적 의미에 더 가까운 용어다.”

국민소통수석은 전달자가 아니라 콘텐츠 생산자다

슬로건 용어의 변경이 필요하다는 건가.

“일본의 ‘일억총활약사회’는 일본의 1억 인구 개개인 모두가 동등한 사회경제적 주체가 돼 활약하자는 의미다. 그런데 ‘포용국가’라는 용어가 주는 인상은 주체는 국가이고 사회적 약자는 대상에 머문다. 국정철학의 근본적 차이를 드러내는 결과다.

정책을 만드는 일만큼 국민과 소통할 수 있는 용어를 만드는 것이 중요하다. 우리나라에서는 중요한 본질은 따로 있고 용어는 단순히 포장으로 치부하는 경향이 있다. 굳이 공자가 말한 “正名”을 거론하지 않더라도 인간의 모든 개념은 언어로써 만들어지는 것이다. 정치야말로 말로 이루어지는 것 아닌가? 국가정책을 포함하여 머리 속에 있는 어떤 개념도 그것에 해당하는 적절한 말을 찾지 못했다면 그건 아직 미완성으로 봐야 한다. 개념어를 국민에게 그대로 말하는 것은 오만하거나 게으르거나 무능하거나 셋 중의 하나이다.”

앞으로 어떻게 해야 할까?

“어차피 ‘포용국가’는 문재인정부 5년을 관통하는 개념일 수밖에 없다. 또한 내용에 중요한 요소들은 다 담겨져 있다. ‘소득주도성장’ 논란은 별개로 하더라도, 공정경제, 혁신성장 등 포용(inclusive)국가로 가기 위한 중요한 요소들은 있다. 하지만 그게 전부는 아니고, 국민 5천만이 능동적으로 활발하게 활약할 수 있는 나라로 가겠다는 비전을 담을 수 있어야 한다. 국가가 주체가 아니라 국민이 주인공인 비전 말이다. 2기 청와대 비서진은 ‘포용국가’의 본뜻을 제대로 살리기 위해 설명의 구조와 논리를 재조직화하고 “正名”작업을 해야 한다.”

개각에도 이런 문제의식이 반영돼야 할까

“앞서 말했듯이 사실 누가 장관이 되느냐는 중요하지 않은 것 같다. 국정철학 비전이 국민들 인식에 잘못 형성돼 있어 전달도 안 되고 의구심만 커지는 형국이다. 우선 비전을 제대로, 명확하게 만드는 게 가장 중요하다. 2기 청와대도 그 작업을 우선해야 한다. 국민소통수석실은 청와대의 의지를 전달만 하는 곳이 아니다. 국정철학 비전을 짜고 국민 눈높이에 맞게 소통할 수 있는 콘텐츠를 만드는 곳이다. 국민소통수석이 언론이나 상대하면서 대변인과의 차이가 뭐냐는 물음이 나오게 해서는 안 된다.”

문재인 대통령에 대한 지지율이 하락 추세인 점이 주요 관심사다.

“문제이긴 한데, 우리나라 지지율 조사 특성을 감안해야 한다. 미국에서는 지지도를 조사할 때, ‘어프루브 오브...(approve of...)’라는 식으로 묻는다. 가장 가까운 단어가 ‘호감(liking)’ 정도일 텐데, 종합적인 느낌을 묻는 거니 그나마 지지도에 가깝다(그럼에도 영어권 국가에서는 ‘approval rate’로 부른다). 그런데 우리나라는 국정운영에 대해 잘하느냐 못하느냐하는 평가를 묻는 방식이다. 이건 지지도와는 다르다. 평가와 지지는 다르다. 만약 내 아이가 시험을 못 보면 ‘이거 밖에 못 하냐’라고 부정적 평가를 할 수 있지만, 아이에 대한 지지를 철회하는 것은 아니다. 진짜 지지율은 선거와 같은 행동으로 나타나는 국면에서 드러나는 것이다. 지금 평가는 별로 좋지 않지만, 지지율은 내년 총선 때 드러날 것이다. 국정운영에 대한 평가가 몇 달 전에 비해 많이 나빠진 건 사실이다. 미래에 대한 기대마저 접은 것이냐가 관건인데 중간층이 그 결론을 내린 상황은 아니라고 본다.”

 

20대 남성은 60대 아버지의 재산을 지키고 싶어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최근 20대 남성의 지지율 하락이 화제였다. 원인으로 젠더 이슈를 꼽기도 하는데.

“20대 남성들이 여성들 때문에 손해를 본다는 단순한 젠더 이슈 때문에 20대 남성들이 문재인 대통령에 대한 지지를 철회한 것 같지는 않다. 20대 남자의 문제는 이미 2012년 대선 때 표 분석을 하면서도 크게 느꼈었다. 20대의 남자와 여자는 투표 행위 측면에서 완전히 다른 나라 사람처럼 보일 정도였다. 투표 행위를 ‘명분 투표’와 ‘이익 투표’ 두 가지로 나누어 볼 때 20대 여성은 젊은이답게 이상을 추구하면서 명분을 중시하는데, 20대 남성들은 ‘젊은이다운’ 투표 성향이 상대적으로 낮았다.”

왜 그랬을까.

“기득권인 기성세대의 ‘사다리 걷어차기’는 20대 남녀 모두에게 똑같은 문제이긴 하다. 하지만 성별로 이를 받아들이는 자세의 차이가 나타난다. 우리나라에서 남성은 아직까지도 결혼하게 되면 전세든 자가든 집을 마련해야 하고 가장으로서 가정을 꾸려가야 한다는 의무감을 강하게 가지고 있다. 여성보다 더 현실생활 논리에 짓눌려 있다는 얘기다. 따라서 경제적 실리에 보다 민감하고 물질주의적 가치를 추종할 수밖에 없다. 같은 20대라 하더라도 남성이 여성보다 자신감이나 희망, 또 미래를 향한 이상을 추구할 여력이 없는 것이다. 물론 그 와중에 여성들 때문에 손해를 본다는 박탈감도 일정 부분 있다.”

경제적 고통을 더 크게 느끼기 때문에 보수적이 된다는 얘기인가.

“삶의 방편에서 20대 남자들 최대의 경제적 방책이 무엇인지 아나? 공무원이 된다고 돈을 많이 벌지는 못 한다. 현재 한국 경제 구조에서 안정적인 직장을 얻으면 먹고 사는 데는 문제없을지 모르나 집을 마련할 목돈을 얻는 것은 거의 불가능하다. 자신에게 목돈이 생길 기회는 사실상 부모님의 자산을 물려받는 것뿐이다.

이 청년의 부모인 50~60대가 3~4억 정도의 전세집에 산다고 치면 부모세대에서는 부자라고 하긴 어려울 거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자식 세대인 20대에게는 범접할 수 없는 큰 돈이다. 어지간히 가난한 부모도 자식에겐 부자다. 그걸 물려받는 것만큼 확실한 경제적 방책이 어디 있겠나? 그렇다면 자기 아버지의 재산이 자기에게 올 때까지 지켜지는 것이 굉장히 중요한 자기 이해관계가 되는 것이다. 그래서 아르바이트를 하는 아들은 자기 최저임금이 올라도, 오히려 자영업 하는 아버지의 자산이 줄어드는 것이 결국은 자기에게 손해라고 여겨져 진보가 싫은 것이다.

현재 경제 구조에서 20대 남성은 60대 부모님과 유사한 ‘자산 보수성’이 투영될 수밖에 없는 구조다. 젠더 갈등과 같은 문화적 문제보다 더 큰 원인이라고 본다. 따라서 남녀를 불문하고 젊은이들이 젊은이답게 사고하고 행동할 수 있는 진짜 ‘인클루시브한’ 국정 철학과 비전을 보여줘야 할 때다. 정부가 청년 주택 문제에 총력을 기울여야 하는 이유다.”

이근형 윈지코리아컨설팅 대표. ⓒ피렌체의식탁

의미 있는 정계개편은 없을 것

총선과 대선 레이스 얘기 좀 해보자. 아직 선거까지 시간이 많이 남았으니 요점만 간단히. 의미 있는 정계개편은 있다? 없다?

“없다. 선거법 등을 포함해 개별 정치인 간, 여야 간, 또는 진영 내 이해관계를 조정할 리더십도, 사회적 합의도 없기 때문이다.”

야당은 통합될까.

“바른미래당 등 기존 야당들이 규모는 축소되더라도 대부분 존속할 것으로 본다. 자유한국당의 리더십 미흡, 바른미래당이 갖고 있는 제2 보수야당의 공천권 등이 있어 존속할 가능성이 좀 더 높다.”

민주당은 호남에서 의석을 상당히 복원해낼 것 같고, 부산, 울산, 경남은 어떻게 보는가.

“민주당의 부울경 후보들은 개인기가 중요할 것이다. 취임 만 3년의 대통령 인기에만 기대서 당선을 바라보기는 어렵다. 마지막까지 공천을 잘해야 한다.”

이낙연 총리의 지지율 1위는 지켜질까. 이 총리 선호하는 사람들은 대개는 문 대통령 지지자 같던데.

“이 총리를 고건 전 총리와 비슷하게 보아서는 안 된다. 정치 업력이 훨씬 긴 정치인 출신이다. 단순히 관료로 시작해서 총리로서 관료가 갖는 안정감, 중도적 이미지 이런 걸로 인한 지지만은 아니라고 본다. 끝까지 매우 의미 있는 변수가 될 것이다.”

전남지사를 했으니 호남 대표성도 있다. 반면 고건 총리의 지역 연고성은 약했다.

“총리로서 역할을 꽤 했다. 국회 가서 나름대로 활약했다. 한편으로 진보진영 대통령을 다 부산경남에서 나오는 게 맞느냐는 생각을 하는 사람들이 제법 있다. 호남 출신이 아니더라도. 더구나 유시민 이사장이 유력해진다면 노무현-문재인에 이어 ‘친노친문’ 패밀리가 연 세 번 하느냐 하는 부정적인 ‘독점’ 프레임이 작동될 가능성이 크다.”

10여 년 전 조선일보 양상훈 논설위원이 칼럼에서 삼성과 현대차를 빗대 ‘이 나라가 이 씨와 정 씨의 나라냐’고 일갈해 보수와 진보를 막론하고 호응을 받았던 게 기억난다. 국민은 절대 강자의 연속 집권을 싫어할 수 있다.

“문재인 대통령도 바로 대통령된 게 아니잖은가. 한번 씻김굿을 했다. 2012년 패배한 뒤 당 안에서 갖은 고생을 하고, 독자적 생존능력을 검증받아 2017년 당선됐다. 단순히 유산을 상속받은 상속자가 아니라고 사람들이 인정을 해준 거다.”

듣다보니 ‘비노’나 민주당내 중간 지대에 있는 사람들을 눈여겨보아야 한다는 얘기 같은데. 야권은 어떻게 보나?

“결국 홍준표 전 대표가 다 물리치고 이겨내지 않을까 싶다. 개인기, 권력의지, 네트웍 등 측면에서 현재 거명되는 사람이나 물밑에 있는 사람들 중에 그를 대적할만한 사람이 잘 안 보인다. 홍 전 대표만큼 학습돼 있는 사람이 없다.”

인터뷰 / 김현종 발행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