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년 들어 아파트 거래가 크게 늘어나고 있다. 특히 2월 이후 상승세가 뚜렷하다. 누가, 왜 아파트 매수에 적극 나선 것일까? 그리고 이 매수세는 앞으로 어떤 양상을 보이게 될까?부동산 애널리스트인 이광수 필자가 여러 통계자료를 분석해보니, 아파트 매수의 주축은 30대로 나타났다. 이들은 특례보금자리론 대출 등을 통해 자금을 확보한 뒤 9억 원 이하 아파트를 실거주 목적으로 산 것으로 분석됐다. 필자는 이를 두고 ‘지금 아파트 시장은 사용가치가 투자가치보다 주목받는 시장’이라고 규정한다. 사용가치가 더 중시되는 시장이라면 매수 증가세가 지속될 수 있을까? 필자의 분석과 전망을 들어보자. [편집자 주]

✔ 부동산 목적이 투자면 수요자, 거주면 공급자가 가격 결정✔ 특례보금자리론 대출자 중 30~40대의 비율이 70% 달해✔ 대출로 9억 이하 주택 사고 가격 하락 큰 지역 아파트 매수✔ 아파트 가격 오르면 실수요 줄고, 실수요 줄면 거래량 감소✔ 최근 시장 변화는 일시적… 매수 증가세 지속되기는 어려워

사진: 셔터스톡

아파트, 누가 샀는가?

상품가격은 누가 결정할까요? 마트에 가면 상품에 가격표가 붙어 있습니다. 일반적인 경우 상품가격은 생산자나 공급자가 결정합니다. 안 팔리면 가격을 내리는 것도 공급자입니다. 반면, 투자시장에서는 누가 가격을 결정할까요? 투자로 움직이는 주식시장을 볼까요? 주가는 대부분의 경우 매수가 움직입니다. 좋은 뉴스가 나오면 주식을 사는 사람들이 많아지면서 주가가 상승합니다. 사는 사람이 없는데 매도자가 가격을 결정하는 경우는 거의 없습니다. 투자시장에서 수요가 중요한 이유입니다.

일반적인 상품시장은 공급이 가격을 결정하고 투자시장은 수요가 가격을 결정합니다. 그렇다면 부동산 시장은 어떨까요? 아파트 가격은 누가 결정할까요?

부동산은 독특한 성격을 가지고 있습니다. 우선 일반적인 상품과 부동산을 비교하면 투자 성격을 가진다는 점이 다릅니다. 상품을 투자 목적으로 사는 경우는 없습니다. 초코파이를 투자로 사는 사람은 없습니다. 그러나, 부동산은 투자 목적으로 사고 팝니다.

그렇다면 부동산과 주식(투자상품)이 다른 점은 무엇일까요? 부동산이 투자상품과 다른 점은 바로 사용가치입니다. 삼성전자 주식은 절대 사용하지 못합니다. 그러나, 강남 아파트는 거주하고 사용할 수 있습니다.

사용가치뿐만 아니라 투자가치가 있는 상품은 부동산이 거의 유일합니다. 이러한 독특한 특성 때문에 부동산 시장을 분석하기가 어렵습니다. 그때 그때마다 상품의 성격이 바뀌기 때문입니다. 투자 성격이 더 강한 시장 상황 오면 수요분석이 중요합니다. 반면, 사용가치가 더 부각되는 시장이면 공급(매물)자 분석이 중요합니다. 좀 어렵나요?

이해가 안 되면 그냥 외우는 것도 좋은 방법입니다. ‘부동산 시장이 투자 성격으로 강하게 변할 때는 수요자가 가격을 결정한다. 반면, 부동산 시장이 거주 성격으로 바뀔 때는 공급자가 가격을 결정한다.’

예를 들어 보겠습니다. 코로나19가 와서 금리가 내려가고 유동성이 크게 확대되자 너도나도 부동산을 투자 목적으로 사기 시작했습니다. 부동산이 투자상품으로 바뀌었습니다. 이때 시장을 움직이는 것은 뭐다? 바로 수요입니다.

반대로 집값이 계속 빠지고 투자로 부동산을 사는 사람이 없을 때는 시장 가격을 결정하는 것은 뭐다? 바로 공급입니다. 여기서 부동산 공급은 건설회사가 짓는 아파트 양이 아니라 집을 가지고 있는 사람들이 팔려고 시장에 내놓는 매물 양을 뜻합니다.

조금 이해가 되셨죠? 그렇다면 부동산 시장을 예측할 때 지금 부동산은 어떤 시장인가를 판단하는 것이 매우 중요합니다. 지금 집을 누가 사는지 파악해야 하는 이유입니다. 누가 사고 있는지 알아야 거주 성격 시장인지 혹은 투자시장인지 구별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자 출발합니다. 천천히 가 보시죠. 어렵지 않습니다.

최근 시장 상황을 면밀히 분석해 보겠습니다. 2022년 1월부터 아파트 거래량이 회복됐습니다, 특히, 2023년 2월부터 아파트 거래량이 큰 폭으로 증가했습니다. 실거래 건수 기준으로 2월 전국 아파트 거래량은 3만 1천 건으로 1월에 비해 76% 늘어났습니다. 3월에는 거래량이 3만 8900건으로 2월보다 더 증가했습니다.

월 3만 9천 건에 이르는 아파트 거래량은 2021년 11월 이후 최대 수치입니다. 의미 있는 변화입니다. 거래량이 증가한 이유는 무엇일까요?

일반적으로 재화의 거래량이 증가하는 경우는 수요가 많아지거나 공급이 증가할 때 발생합니다. 그렇다면 우선 수요를 살펴보겠습니다. 수요를 알아보기 위해서 최근 아파트를 누가 샀는지 조사해보겠습니다.

아파트 매입자를 연령대별로 구분한 자료를 보면 2023년 최근 아파트를 가장 많이 산 연령대는 30대였습니다. 30대는 전국에서 2023년 2월과 3월에 1만 9081건의 아파트를 매수했습니다. 2022년 12월과 2023년 1월에 비해 123% 증가하여 연령대 중에서 가장 높은 증가율을 보였습니다. 높은 증가율과 함께 비중도 가장 큽니다. 아파트를 매수한 사람들 중에서 27%가 30대였습니다.

30대 다음으로 40대 증가율이 높았습니다. 40대는 2023년 2월과 3월 전국 아파트를 1만 8201건 매수했습니다. 2022년 12월과 2023년 1월에 견줘 106% 증가한 규모입니다. 반면, 50대 이상의 아파트 매수 증가율은 30대와 40대와 비교해 낮았습니다.

정리해보겠습니다. “최근 아파트 매수가 증가했다. 아파트 매수 중에서 30대가 많이 샀다. 다음으로 40대가 많이 샀다.”

그렇다면 다음 질문은 “30대는 왜 아파트를 샀을까?”입니다.

최근 30대가 아파트를 매수한 이유 중 하나는 대출 확대에 있습니다. 그중에서도 특례보금자리론을 주목합니다. 특례보금자리론은 1월 말에 출시된 이후 4월 기준으로 13만 7천 건, 금액으로는 30조 9천억 원이 신청되었습니다. 특례보금자리론 대출이 증가한 이유는 소득과 상관없이 대출을 받을 수 있고 금리가 시중보다 낮았기 때문입니다. 9억 원 이하 주택인 경우 5억 원 한도에서 연간 4%의 고정금리 대출을 받을 수 있었습니다.

그렇다면 특례보금자리론 대출을 누가 가장 많이 받았을까요? 특례보금자리론 대출의 연령대별 분포를 보면 건수 기준으로 30대 대출 비중이 40.1%에 달했습니다. 40대는 29.1%입니다. 특례보금자리론 대출자 중 30~40대가 차지한 비율이 70%에 근접했습니다. 자금 용도별 신청분포를 감안하면 약 4만 4천에 이르는 특례보금자리론 대출은 30~40대의 신규 주택매입에 사용된 것으로 추정됩니다. 4월까지 30~40대가 특례보금자리론을 받아서 4만 채에 이르는 주택을 매입했다는 의미입니다.

30대와 40대가 대출을 받아서 주택을 매입했다는 가정이 가능합니다. 그렇다면 검증을 해보겠습니다. 특례보금자리론 조건상 9억 원 이하의 주택 매입만 가능합니다. 따라서, 가정이 확인되기 위해서는 9억 원 이하 주택의 거래가 증가했어야 합니다.

위 그래프를 봐주세요. 어때 보이십니까? 막대그래프가 낮을수록 아파트 매매가격이 낮은 지역입니다. 평균 가격이 가장 높은 지역은 역시 강남구입니다. 9억 원을 기준으로 한번 보겠습니다. 9억 원 이하인 지역은 중구를 기준으로 왼쪽에 위치하고 있습니다. 신기합니다. 중구가 기준이네요.

9억 원 이하인 지역의 거래량 증가율이 상대적으로 높은 위치에 있습니다. 평균 가격이 낮을수록 2023년 2월과 3월에 거래량 증가가 컸다는 것을 보여줍니다. 특례보금자리론 대출이 증가하면서 30대를 중심으로 9억 원 이하의 아파트를 매수했습니다. 30대가 집을 매수한 첫 번째 이유는 대출 확대였습니다.

또 다른 이유는 없을까요? 30대의 아파트 매수를 좀 더 세밀하게 살펴보겠습니다. 이번에는 증가율이 아니라 숫자로 보겠습니다. 시장을 분석할 때 증가율과 함께 절대 숫자를 보는 연습은 매우 중요합니다. 증가율은 왜곡되고 과장되기 쉽기 때문입니다.

거래량이 100% 증가했다는 이야기를 들으면 ‘와, 많이 증가했다’고 생각할 수 있습니다. 그런데, 숫자를 보니 1건에서 2건으로 증가한 것이라면 똑같이 ‘와, 많이 증가했다’고 생각하실 수 있습니까? 증가율과 함께 숫자를 봐야 하는 이유입니다.

30대의 서울 아파트 매수 건수를 비교(2022년 12월~2023년 1월 vs 2023년 2~3월)해보면 가장 많이 증가한 지역은 송파구였습니다. 송파구는 두 달 거래량이 53건이었다가 159건으로 106건 증가했습니다. 다음으로는 강서구 103건, 강동구 85건, 성북구 84건, 강남구 82건, 영등포구 73건이었습니다.

거래 증가 건수와 가격 변동률을 같이 보겠습니다. 의미가 있는 상관관계를 찾아보시기 바랍니다. 가격 변동률은 아파트 가격 하락이 시작된 2022년 4월부터 2023년 3월까지 누적 수치입니다.

어떤 관계가 보이시나요? 우선 30대가 아파트를 가장 많이 산 송파구를 보시죠. 2022년 4월부터 2023년 3월까지 아파트 가격 변동률이 -11%입니다, 강남 3구 중에서 하락률이 가장 컸습니다. 다음으로 거래가 많이 된 강서구는 아파트 가격 변동률이 -13%입니다. 수치가 일관성은 없지만 상대적으로 가격 하락폭이 클수록 거래도 증가했습니다.

이렇게 정리할 수 있습니다. ‘30~40대를 중심으로 한 수요자들은 대출을 받아 9억 원 이하의 주택을 사고 또한 가격 하락이 큰 지역 아파트를 매수했습니다.’

지속가능한가?

그렇다면 30~40대의 수요는 계속될까요? 지속성을 가늠하기 위해 30~40대를 조금 더 면밀하게 살펴볼 필요가 있습니다. 30~40대가 주택시장에서 어떤 특성을 가지고 있는지 주택소유통계를 통해서 살펴보겠습니다. 우리나라에서 주택을 보유하고 있는 세대수는 1206만 세대입니다. 주택소유 가구를 세대주의 연령대로 구분해 보겠습니다.

집을 가장 많이 보유한 세대주 연령은 50~59세로 약 308만 가구가 주택을 보유하고 있습니다. 다음으로는 가구주 연령 60~69세인 276만 가구가 주택을 가지고 있습니다. 40대는 253만 가구, 30대는 125만 가구가 주택을 소유하고 있습니다. 그렇다면 단순하게만 보면 30대와 40대는 집을 지속적으로 사는 세대라고 판단할 수 있습니다. 반면, 60대 이후로는 주택을 매도한다고 볼 수 있습니다. 그런데, 그렇게 단순하게 봐도 될까요? 가구 수가 중요한 이유입니다.

예를 들어 주택을 가장 많이 보유한 50대 세대가 가구 수도 많다면 다른 연령대에 비해 보유한 주택 수가 많은 것은 당연합니다. 따라서, 단순하게 주택을 소유한 가구 수를 파악하기보다 세대 수와 비교한 수치를 살펴보면 더 정확하게 30~40대의 특성을 분석할 수 있습니다.

아래 그래프는 2021년 기준으로 세대주 연령별로 보유한 주택 수를 전체 가구 수로 나눈 수치입니다. 주택 소유율로 생각하시면 됩니다. 예를 들어 70대 주택 소유율은 70%에 달하는 데 이는 세대주 나이가 70대인 가구 중에서 70% 이상이 주택을 가지고 있다는 의미입니다. 연령대별로 살펴보겠습니다. 30대는 40%, 40대는 60%, 50대는 64%, 70대는 70%, 80세 이상은 61%입니다. 전체 주택 소유율 56%와 비교하면 30대는 주택 소유율이 가장 낮고, 60세 이상은 높은 수치를 보여줍니다.

좀 더 명확한 분석이 가능합니다. 주택 소유율이 가장 낮은 연령대는 30대였고, 40대도 높지 않은 수치입니다. 반면, 60대 이상은 주택 소유율이 전체비율보다 높았습니다. 그렇다면 30대가 집을 샀다면 어떤 추정이 가능할까요?

30대는 상대적으로 주택 소유율이 낮고 주택 소유율 자체도 50% 미만입니다. 따라서, 30대가 집을 샀다는 의미는 무주택자가 주택을 매입했다는 의미와 가깝습니다. 40대 주택 매수자 또한 무주택자일 가능성이 높습니다.(40대는 주택 소유율이 50대보다 낮습니다. 따라서, 40대 무주택자는 나이가 들수록 주택을 보유하게 된다는 의미로 해석할 수 있습니다)

반면, 70대가 주택을 샀을 경우는 어떻게 해석할 수 있을까요? 70대 주택 소유율은 전체보다 높고 80대부터 감소합니다. 따라서, 70대가 주택을 매수했다면 이미 주택을 보유한 세대가 투자목적으로 추가로 한 채를 더 매수했을 가능성이 큽니다.

연령대별 주택 소유율을 통해 우리는 30대와 70대가 주택을 매입하는 성격을 파악할 수 있었습니다. 30대가 주택을 매입했다면 무주택자가 유주택자로 변하였을 가능성이 크고 주택을 매입한 70대는 거주보다 투자목적으로 매입했을 가능성이 높습니다. 조금 더 단순화하면 30대의 주택매수는 실거주 목적이고 70대의 주택매수는 투자목적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그렇다면 답을 하나 찾았습니다. 30대가 집을 많이 사기 시작하면 부동산이 사용 목적의 상품시장이 되어가고 있다고 판단할 수 있습니다. 반면, 70대가 아파트를 사는 비중이 증가하면 부동산이 투자상품화 되어가고 있다고 볼 수 있습니다. 이해하셨죠? 제발.

부동산에서 주거목적의 수요자들은 어떤 특성을 가지게 될까요? 일반적인 재화시장에서 가격이 상승하면 수요는 감소하고 가격이 하락하면 수요가 늘어납니다. 부동산 시장에서도 똑같은 현상이 나타납니다. 아파트 가격이 하락하면 주거목적 주택수요는 증가하고 반대로 아파트 가격이 상승하면 주거목적의 수요는 줄어들게 됩니다.

최근에 가격이 하락하자 30대의 주택매수가 증가한 이유를 알아냈습니다. 바로 거주목적의 수요이기 때문입니다. 가격이 하락하면 실수요는 증가합니다. 이렇게 판단하면 지속성에 대해서도 판단할 수 있습니다. 거주목적의 수요자들은 가격이 하락하면 수요를 증가시키지만 다시 가격이 상승하면 수요가 감소합니다. 따라서, 최근 수요 증가는 일시적일 가능성이 높습니다. 실수요는 가격이 상승하면 다시 수요가 줄어들기 때문입니다.

30대의 수요 측면에서 2020년과 2021년에 부동산 시장에서 일어난 특이한 현상을 이해하실 필요가 있습니다. 실거주 목적의 대표 수요층인 30대와 투자수요의 대표인 70대의 서울 아파트 소유 증감을 살펴보면 흥미로운 점이 발견됩니다. 아래 그래프에서 2020년과 2021년을 주목해서 보십시오. 2020년과 2021년은 저금리와 유동성 확대로 주택가격이 폭등했던 기간입니다. 지금에서 돌이켜보면 주택가격이 가장 고점인 상황이었죠.

주택가격이 크게 상승하자 70대의 서울 아파트 소유 세대수 증가 수가 줄어들기 시작합니다. 고령화를 감안하면 70대가 보유한 서울 아파트 절대 수가 감소한 것으로 추정됩니다. 쉽게 이야기해서 가격이 상승하자 70대는 아파트를 팔았습니다. 그런데, 30대는 어떻습니까? 가격이 상승하자 오히려 서울 아파트를 소유한 사람들이 증가합니다.

30대의 주택매수 행동이 상반되게 나타납니다. 최근 모습은 가격이 하락하자 매수가 증가했습니다. 반면, 2020년과 2021년에는 가격상승과 함께 매수가 증가합니다. 왜 이러한 현상이 나타나는지 30대 거주목적 수요자들의 행동 패턴을 살펴보겠습니다.

‘FOMO(Fear Of Missing Out)’라는 현상이 있습니다. 사람들은 누구나 혼자 제외되는 것에 대한 두려움을 가지고 있습니다. 운동장에서 아이들이 모여서 노는데 나만 떨어져 있는 모습을 그려보십시오. 그런데, 두려움을 넘어 행동으로 이어질 때 포모(FOMO)라는 말을 사용합니다. 특히, 투자에서 포모 현상은 두드러지게 나타납니다. 자산 가격이 상승할 때 수익성 있는 투자 기회를 놓칠 수 있다는 강박적인 우려가 심화될 수 있습니다. 자산을 보유하고 있지 않은 경우에 포모는 더욱 심화됩니다. 우려가 커지면서 무리한 행동으로 이어지게 됩니다. ‘이번에 놓치면 어떻게 하지?’라는 걱정이 커지면서 과잉 행동으로 표출됩니다.

부동산 시장에서는 어떨까요? 여러분을 스스로 한번 돌이켜 보시기 바랍니다. 부동산은 어떤 자산보다 심리적인 반응이 크게 나타납니다. 왜냐하면 투자 규모가 클 뿐만 아니라 거주와 연결되기 때문에 심리적으로 큰 영향을 받게 됩니다. 주식보다 부동산으로 부부싸움을 더 많이 하는 이유입니다.

그렇다면 역지사지를 한번 해보겠습니다. 30대는 무주택자일 가능성이 높습니다. 무주택자는 어떨까요? 집값이 크게 상승하면 무주택자는 더 오를까 봐 심리적으로 크게 위축됩니다. 막차를 놓쳐서는 안 된다는 생각이 커지게 됩니다. 가격이 오를수록 마음은 급해지고 포모가 극심해지면서 아파트 매수에 적극적으로 나서게 됩니다. 2020년과 2021년에 우리나라 주택시장에서 30대 주택매수가 크게 증가한 이유입니다. 중요한 건 포모는 지속될 수 없고 일시적이라는 현상이라는 점입니다.

반면, 계속 상승하던 아파트 가격이 하락세로 전환된 후 다시 상승하면 어떻게 될까요? 또 다른 포모 현상이 일어납니다. ‘이번이 막차가 아닐까’라는 조바심이 다시 커집니다. 하락 기간에도 실수요 증가가 일어나 가격 반등이 일어나고 일시적으로 시장의 변화를 일으키는 원인입니다.

실제로 볼까요? 아래 그래프는 은마아파트 실거래가격입니다. 길게 보면 2007년부터 2014년까지 실거래가격은 하락하는 모습입니다. 그런데, 단기로 보면 어떤 일이 벌어지나요? 급격하게 상승했다가 다시 하락하는 모습을 반복합니다. 결론적으로 보면 2013년과 2014년에 집값은 바닥이었고 그 이후 지속적인 상승세를 보입니다.

2009년으로 돌아가 볼까요? 높은 가격과 글로벌 금융위기 여파로 2008년 아파트 가격이 하락합니다. 빠르게 떨어진 집값은 2009년 일시적인 회복세를 보입니다. 은마아파트 거래가격을 보면 7억 원대로 하락한 집값이 2009년에 10억 원 이상으로 상승합니다. 당시 기사 제목을 보시죠. ‘아파트값, 전고점 넘어섰거나 다가섰다.’ 그러나, 향후 집값은 더 이상 오르지 못하고 2014년까지 7억 원대로 거래됩니다.

2009년과 2015년을 비교해 보겠습니다. 두 기간 모두 가격이 상승하는 시기였습니다. 그런데, 다른 점이 있었습니다. 바로 거래 흐름입니다. 아래 그래프는 2009년과 2015년 월별 거래량을 비교한 것입니다. 가격은 똑같이 지속적으로 상승했습니다. 그러나, 거래량은 다르게 나타납니다.

2009년을 보시죠. 가격상승이 지속되면서 거래량은 7월부터 줄어들기 시작합니다. 가격상승과 거래량 감소 흐름입니다. 반면, 2015년은 어떻습니까? 같은 가격상승 조건에서도 거래량은 들쑥날쑥입니다. 이것이 바로 실수요와 투자수요의 차이입니다. 가격이 상승하면 실수요는 줄어듭니다. 실수요가 줄어들면 다시 거래량은 감소합니다. 2009년의 모습입니다. 투자수요는 가격이 상승해도 지속 증가할 수 있습니다. 2015년에 나타난 현상입니다. 가격이 올라도 거래량은 줄지 않고 오히려 늘어납니다.

정리해보겠습니다. 혹시나 지금까지 이해를 잘 못하셨어도 괜찮습니다. 정리사항만 잘 이해하시면 됩니다.

1번, 부동산은 거주(사용)할 수도 있고 투자할 수도 있습니다.

2번, 시장 상황에 따라서 부동산의 특성 중 사용가치가 주목받기도 하고 투자가치가 중요하기도 합니다.

3번, 투자가치가 중요한 시점에는 수요가 시장가격을 움직입니다.

4번, 사용가치가 중요한 기간에는 공급(매도물량)이 시장가격을 변동시킵니다.

그렇다면, 현재 상황이 투자가치가 주목받는 시장인지 사용가치가 중요한 시장인지 구별해야 합니다. 구별하는 여러 가지 방법이 있는데 그중에서 30대가 아파트를 매입하는 비중이 크면 상대적으로 사용가치가 주목받는 시장이라고 판단할 수 있습니다. 최근 시장 변화가 일시적일 가능성이 높은 이유입니다. 결국, 최근 매수 증가세는 지속될 수 있는가에 대한 답은 'NO'입니다.

*이 글은 이광수 애널리스트가 발행하는 <광수네 복덕방> 5호의 내용을 부분 발췌한 것입니다. <광수네 복덕방>은 정확한 부동산 정보 제공을 위해 이 애널리스트가 한 달에 2회 발행하는 리서치 보고서입니다. 무료로 제공되는 이 보고서를 받고 싶은 분은 이메일(korea.analyst@gmail.com)로 신청하시면 됩니다.


글쓴이 이광수는애널리스트다. 부동산 시장과 건설산업 그리고 경제를 분석한다. ‘광수네 복덕방’ 리포트를 통해 부동산과 투자 그리고 경제에 관해서 많은 사람들과 소통하고 있다. 국내 애널리스트로는 처음으로 레피니티브(Refinitiv, 구 톰슨로이터) ‘Analyst Awards 아시아 최고 애널리스트(Overall Top Stock Picker)’를 수상했다. 지은 책으로 <집이 온다>, <흔들리지 않는 부동산 투자의 법칙>, <2020 리츠가 온다>, <코로나 투자 전쟁>(공저), <골든 크로스>(공저) 등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