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의 언어로 우리 앞에 등장한 챗GPT. 새롭고 강력한 기술이 등장할 때마다 인류는 저항과 타협, 경고와 희망의 목소리를 높여왔다. <피렌체의 식탁>은 ‘태풍의 눈’이 된 챗GPT에 대한 올바른 이해를 위해 5월 8일 ‘챗GPT의 급습: AI 기술 발전과 산업의 미래’를 주제로 유료 강연을 개최했다.이 행사에서 강연자로 나선 김덕진 미래사회IT연구소 소장과 김병관 전 국회의원(20대)의 기조 대담을 소개한다. [편집자 주]

✔ MS, 오픈AI에 13조 원 투자...오픈AI “130조 원 더 필요”✔ 규제보다 시장 형성, 투자의 관점으로 산업 목소리 들어야✔ 국내 기업의 파운드리 기반 AI LLM 시장 가능성 주목✔ 독자적 검색 엔진 보유한 한국, ‘한국형 AI’ 경쟁력 있어✔ ‘멘붕’ 겪고 ‘현타’ 경험한 뒤 “어떻게 써먹을지” 궁리 필요

<챗GPT의 급습> 유료 보고서 다운로드

1. 인류와 AI, 공생의 역사가 본격화하다

김덕진: 오랫동안 이 분야를 연구해 오신 분들도 과거엔 사기꾼 소리를 들으면서 AI를 하셨다고 해요. 게임만 해도 스타크래프트, 리니지를 거쳐서 PC방 컴퓨터들이 크게 업그레이드가 됐던 게 온라인게임 뮤 때문이었거든요. 그래픽 성능이 너무 좋아서 기존 제품을 전부 교체해야 했죠. 의원님께서 개발자이자 IT 사업을 하시던 시절에 그런 변화의 변곡점들을 많이 보셨잖아요. 과금제 형태에서 모바일로 옮겨갔다가 정계에 진출하신 2016년에 알파고가 터졌죠.

김병관: (갑작스러운 챗GPT의 등장에) ‘AI는 알파고’란 과거의 말을 떠올린 분은 거의 없으실 거예요. 당시 알파고는 이세돌을 이겼네, 하면서 한두 달쯤 반짝 뜨고 사라졌어요. 알파고도 기술적으로 엄청나게 발전했어요. 제가 국회에 있던 당시에는 산업적으로나 정부 정책 면에서 거의 모든 예산안에 다 ‘AI’라는 용어가 들어갔습니다. 가끔은 말이 안 되는 예산안이 올라오기도 했죠. 지금의 챗GPT도 그렇지만 기술적으로 매우 빨리 변하고 있어요. 지속해서 AI에 대해 좀 더 관심을 많이 기울이셨으면 좋겠다는 말씀을 드리고 싶어요.

김덕진: 개발자로 회사를 운영하실 때, AI와 관련해 특별히 준비한 건 없으셨나요?

김병관: 원래 게임 안에는 AI 모듈이 많이 들어가 있어요. 알고리즘 면으로도 그렇고 챗GPT를 포함해서 트랜스포머(transformer) 모델이 폭발적으로 성공할 수 있었던 계기 중 하나가 GPU(Graphic Processing Unit)죠. 게임업계도 크게 다르지 않았던 것 같아요.

GPT 대화에 놀란 인간들회원 1억 명 돌파에 불과 두 달

김덕진: 챗GPT에 사람들이 놀란 건 역시 대화를 하기 때문인 것 같아요. 그 놀라움은 회원 수를 보면 알 수 있는데, 100만 명을 모으는 데 딱 5일 걸렸어요. 두 달 반 걸린 인스타그램의 최단 기록을 단숨에 갈아치웠죠. 게다가 1억 명 돌파하는데 딱 두 달이 걸렸어요. 지금 전 세계에서 가장 돈을 잘 번다는 틱톡의 9개월 기록을 가뿐히 깼는데요. 의원님은 이 성공 요인이 어디에 있다고 보세요?

'챗GPT의 급습: AI 기술 발전과 산업의 미래' 보고서 갈무리 (그래픽: 조주희)

김병관: 재밌잖아요. ‘컴퓨터가 말을 하네?’ 같은 느낌이요. 단답형 질문에 대답이 지나치게 장황하다는 느낌도 있었지만, 사람처럼 말을 한다는 데에 저도 놀랐고 그게 성공 요인이지 않나 싶어요. 알파고 얘기를 했었는데 당시 특이점 또는 싱귤래리티(singularity)*라는 용어를 한참 많이 썼어요. 결국 AI가 사람의 지능을 넘어설 수 있느냐 없느냐, ‘스트롱 AI’다 이런 얘기를 한참 했는데, 특이점이 빨리 올 수도 있겠구나 싶어요. 기술이나 서비스에는 국가 간의 장벽이 없는 게, 챗GPT를 가장 많이 쓰는 나라가 미국 다음에 인도예요. 인도는 기술적으로나 IT 인프라나 그 정도는 아닌 것 같지만 AI 사용자 수로 세계 2위를 기록 중입니다.

  • 특이점(싱귤래리티, singularity): 인공지능이 비약적으로 발전해 인간의 지능을 뛰어넘는 지점
김덕진: 그렇죠. 인도에는 세계적으로 대형 콜센터들이 많아요. 영어로 대화할 수 있는데 아웃소싱을 할 수 있는 나라가 인도이다 보니 가능한 것 같아요. 또 우리가 아는 빅테크 기업들의 CEO가 인도계 혹은 인도계 미국인이 많습니다. 그들이 생성형 AI 시장에서 선두를 달리는 회사의 오너라는 것도 관련이 있지 않나 싶습니다. 이렇게 챗GPT에 집중적으로 이목이 쏠리는 건 과거 IT 역사에서 어느 수준에 비교해 볼 수 있을까요?

PC 등장으로 일자리 없어진다? 결과는 컴퓨터 노예가 된 사람 세상, AI 시대는?

김병관: 1980~1990년대 초반에 각 사무실에 PC가 보급되기 시작했던 때랑 비슷하지 않나 싶어요. 그때 1인당 한 대씩 컴퓨터가 보급되면 일자리가 다 없어진다 했어요. 우리는 컴퓨터의 노예가 돼버렸죠. 1인당 두 대씩 깔려 있고 일은 오히려 그때보다 많아졌지 줄지 않았잖아요. 많은 산업에서 AI가 쓰일 텐데 그걸로 인해서 사람은 더 피곤해지고 할 일은 많아지고, 일 마감 시간은 빨라지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듭니다.

GPT의 환각 효과생성형 AI = 책임지기 어려운 인턴

김덕진: 저는 ‘생성형 AI는 인턴사원’이라는 표현을 많이 쓰거든요. 근데 인턴에서 정직원은 못 될 것 같아요. 첫 번째는 이 친구는 틀릴 수밖에 없어요. 생성형 언어 모델이 갖는 특징 때문이죠. 두 번째는 책임을 지지 않아요. 저는 이게 크다고 봐요. 인턴을 잘 다룰 수 있는 사람은 분명히 좋은 기회이고 그렇지 못하는 사람은 수많은 인턴사원을 공짜로 쓸 기회를 놓치게 되지 않을까요?

'챗GPT의 급습: AI 기술 발전과 산업의 미래' 보고서 갈무리 (그래픽: 조주희)

김병관: 지식이라는 게 뭘까, AI의 지능이라는 게 도대체 뭘까 생각해보면 보통 지식이라고 하면 정답이 있다고 생각하잖아요. 그런데 우리가 알고 있는 대부분은 정답이 아닌 경우가 많거든요. 내가 정답이라고 알고 있는 것을 그게 왜 정답이냐고 묻는다면 저도 어디선가 그것이 정답이라고 들었기 때문인 경우가 많죠.

그런데, 우리는 사람이 얘기하는 지식은 신뢰성을 갖고 AI가 얘기하면 신뢰성을 부여하지 않죠. 특히 요즘 챗GPT의 ‘환각 효과(hallucination)’*에 대한 비판이 많습니다만, 사람도 얘기하다 보면 상식과 지식이 잘못됐을 경우가 허다한데 왜 사람이 얘기하는 건 신뢰성이 있고 AI가 얘기하는 건 신뢰도가 떨어진다고 얘기할까요? 우리가 그동안 컴퓨터나 AI에 정답만을 추구하는 검색을 해왔기 때문이라고 봐요. 이제는 그런 생각이 바뀌지 않을까 싶습니다.

회사에서 브레인스토밍할 때 말도 안 되는 거라도 의견을 내는 사람이 필요하죠. 저는 그런 역할들을 지금 챗GPT가 잘하고 있다고 봅니다. AI가 사람을 대체할 수는 없다고 생각해요. 하지만 AI를 잘 쓰는 사람이 당신을 대체할 수도 있다, 효용의 장단점을 잘 활용하면 개인이나 회사의 경쟁력이 될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 환각 효과(hallucination): AI 언어 모델에서 주어진 데이터 또는 맥락에 근거하지 않은 잘못된 정보를 생성하는 것
2. 챗GPT 시대, 천문학적 투자에 나서는 IT 주자들

김덕진: 챗GPT는 철저한 문과생이에요. 왜냐하면 모든 걸 글로 배웠거든요. 말을 잘하지만 헛소리도 잘하는 오류도 생깁니다. 헛소리를 고쳐주면서 써야 하는 거죠. 요즘 얘기하는 ‘파인 튜닝(fine-tuning)’*이나 ‘퓨샷 러닝(few-shot learning)’*이라고 보시면 됩니다.

  • 파인 튜닝(fine-tuning): 전이 학습. 기존에 비슷한 학습 모델이 있는 경우 기존 모델에 소량의 학습 데이터를 이용해 망을 미세하게 튜닝
  • 퓨샷 러닝(few-shot learning): 대량의 학습 데이터가 없는 상태에서 소량의 데이터만으로 효과적으로 학습하는데 주안점을 둔 학습 방식
김병관: 언어 학습 메커니즘을 보면 저희 어렸을 때 언어 습득하는 거랑 비슷해요. 처음에 엄마 아빠를 발음하고 주변으로 학습 영역이 확대되잖아요. 과거 AI가 언어를 배우는 방식은 그렇지 않았어요. 말, 즉 단어를 모두 자른 다음 문법적으로 접근했죠. 명사와 조사 붙이고 동사와 형용사 이런 식으로 형태소를 잘라서 말을 만들고 어떤 명사와 조사가 있는지 문법적으로 정의를 한 다음 컴퓨터가 이 문법에 맞는지를 계속 체크했었죠. 지금의 생성형 AI 모델에서는 그냥 문장을 주죠. 물론 여기서도 토큰*이라는 걸로 나누긴 하지만 과거처럼 형태를 분석해서 문법적으로 접근하지 않아요.
  • 토큰: 시스템이나 소프트웨어에서 특정한 기능이나 데이터에 접근하는 대상에게 적용되는 단위. 언어별로 프랑스어와 스페인어, 이탈리아어가 각각 30%, 31%, 34%의 토큰이 더 필요했으며 동유럽 70~ 170%, 러시아 118%였으며 한국과 일본, 중국은 347%, 416%, 523%로 나타났다.
제가 이 말씀을 왜 드리냐면 예전에는 언어의 구성, 즉 언어학이 매우 중요했습니다. 한국어 말하기를 훈련하려면 한국 사람이 해야 하고, 영어를 훈련하려면 문법적으로 영어를 잘 알아야 했으니까요. 그런데 지금은 그게 다 의미가 없어졌습니다. 그냥 컴퓨터에 넣어서 돌리면 됩니다. 과거처럼 문과와 이과 영역을 분하는 게 의미가 없어지는 거죠. 한국은 공부 잘하면 다 의대 가는데 미국 같은 경우는 공부 잘하는 학생 상당수는 컴퓨터 사이언스 분야로 몰립니다. 좀 유명한 학교는 신입생의 절반이 컴퓨터 사이언스를 택해요.

세상이 계속 변해가고 있는데 한국은 계속 과거의 틀에 갇혀 있는 게 아닌가 이런 생각도 합니다. 챗GPT로 촉발된 AI 분야에 엄청나게 많은 사람이 필요해지고 있는데, 한국에서 이런 사람들을 구하기가 되게 어렵다고 합니다. 우리나라는 유행이 잠깐 지나고 나면 금세 까먹거든요. 챗GPT를 계기로 우리나라의 교육 시스템도 좀 바뀌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입니다.

AI 언어학습 방식이 달라졌다문법 아닌 어린아이의 언어 터득 과정

김덕진: AI 연구자들의 관점을 바꿔놓은 계기가 2020년 GPT3가 나오면서부터였습니다. 의원님 말씀처럼 문법을 나누고 사전적 정의를 해줘야만 가능했던 데이터들이 어느 순간부터 세세하게 알려줬을 때보다 월등한 질의 답을 내놓더라는 겁니다. 우리나라에 초거대 AI라는 신조어도 이때 나오기 시작합니다. 정확한 용어는 ‘거대언어모델’ 약어로 ‘LLM’*이죠. 이 똑똑한 AI를 길들이기 위해 실제 돈과 인력이 투입됐고, 매끈한 대답을 내놓는 챗GPT4가 탄생한 거죠.

  • LLM(Large Language Model): 방대한 텍스트를 기반으로 훈련하는 모델
'챗GPT의 급습: AI 기술 발전과 산업의 미래' 보고서 갈무리 (그래픽: 조주희)

지난 2월 미국 시사주간지 <타임>은 기자가 챗GPT에게 ‘AI 암스 레이스(arms race, 군비경쟁)’를 주제로 기사를 주문하는 대화 내용이 표지를 장식했는데 내용 일부가 <타임>의 제호를 가리고 있죠. 저에게는 챗GPT가 우리가 하는 일의 일부를 가릴 수 있다는 방증처럼 보였어요.

냉전 시대에 미국과 소련의 군비경쟁처럼 현재 AI 시장에 군비 경쟁에 버금가는 막대한 자본의 유입이 이뤄지고 있습니다. 빅테크는 두 달 만에 엄청난 인력을 해고했고, 그 돈을 AI 개발에 투자했어요. 세계적으로 투자 냉한기라고 하지만 생성형 AI 업계에는 이른바 유니콘 기업들이 계속 나오는 상황이죠. 의원님은 이 엄청난 머니 게임을 어떻게 보시나요?

포브스 선정 2023 유망 AI 기업 50 (출처: Forbes)

김병관: 최근 카카오 실적 발표 컨퍼런스에서 올해 선도적으로 투자하는 사업인 뉴이니셔티브(AI, 클라우드, 헬스케어)에서만 올해 총 3000억 원 정도의 적자가 날 전망인데, 그중 80%가 AI 클라우드 사업이라고 했죠. 카카오가 AI 클라우드를 위해 올해 2400억 원의 적자를 감수하겠다는 거거든요. 한국 상황에서 그 정도의 대규모 자본을 투자해 이쪽 사업을 하겠다는 거고 네이버나 다른 회사들도 비슷하게 하겠죠.

그런데, 세계적으로 그 정도 돈을 투자할 수 있는 회사가 몇 군데나 있을까요. 저희는 계속 빙챗, 구글, 람다 같은 미국 회사 얘기만을 주로 듣고 있잖아요. 일본 회사 중에 LLM으로 서비스를 하겠다는 회사 못 들어보셨을 거예요. 스테이블 디퓨전(stable diffusion) 같은 이미지 생성 모델을 가진 독일이나 영국 등 LLM을 가진 나라가 거의 손에 꼽을 정도인데 그중에 한국이 들어 있어요. 현재 기준으로 아무리 못해도 5등 안에 들어가죠. 저는 AI, 특히 LLM에 있어서는 미국 다음으로 한국과 중국이 톱3의 선두 국가가 될 거로 생각하기 때문에, 지금 상황이 한국한테 꼭 나쁘지만은 않다고 봅니다.

김덕진: 숫자의 규모가 어마어마하죠. MS는 이미 오픈AI에 13조 원 이상을 투자했는데 그 돈도 모자라서 오픈AI 쪽에서 130조 원을 더 투자해 달라고 하고 있어요. 챗GPT 운영비로만 하루 10억 원 가까이 쓰고 있는 걸로 알고 있습니다.

김병관: 1년에 1조 원 정도를 시스템 운영비로 쓴다고 하죠.

3. ‘한국형 AI’에 주목해야 하는 이유

김덕진: 이런 상황에서 ‘우리나라가 쩐의 전쟁에서 이길 수 있을까?’ 하는 의문은 듭니다. 알파고가 처음 나왔을 때 한국형 알파고를 만들자고 했지만 못 만들었죠. 유튜브 나왔을 때 한국형 유튜브 얘기를 엄청 많이 했죠. 하지만 살아남은 자들은 플랫폼이 되려는 자가 아니라 플랫폼에 탑승한 자들이었단 말이에요. 그런 관점으로 볼 때 투자 규모가 수백조 원까지 가는 이 시장에서 과연 우리 기업들이 어디까지, 어떤 방식으로 해야 할까요?

김병관: 이쪽에 돈을 많이 쓰고 있는 국내 기업은 네이버, 카카오, LG, KT, SK 같은 곳들이죠. 한국이 가진 긍정적인 측면은 세계적으로 경쟁력 있는 인터넷 포털 서비스, 즉 검색 엔진이 있다는 점입니다. 이건 한국에게 엄청나게 큰 기회일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전 세계에 현존하는 검색 엔진이 뭐가 있는지 혹시 아시나요? 구글? 세계에서 자국만의 포털과 검색 엔진, 자국의 인터넷 서비스가 잘 갖춰진 나라는 중국(바이두), 러시아(얀덱스), 그리고 한국(네이버)이 다예요.

한국의 검색포털 기술 그리고 반도체주권으로 AI 전략 고민 필요

김덕진: 주권의 싸움이라고도 생각해요. 언어 모델 자체의 힘 때문이죠. 챗GPT를 만든 오픈AI(OpenAI)사를 두고 지금은 ‘Closed AI’라는 비판이 나오고 있습니다. 그전 버전까지는 스펙을 모두 공개해 오던 이 회사가, 최근 버전인 챗GPT4를 만들면서 기술적 내용을 공개하지 않았어요. 비영리 단체로 시작해서 모두를 위해 열어놓고 시작했던 오픈AI가 일부 영리 법인으로 바뀌면서 그 자체로 힘이 됐고, 그 힘이 기업이나 국가의 패권을 갖는 수준이 된 거죠.

유럽은 빅테크 회사나 자체 기술력이 작거든요. 미국이나 IT 강대국이 자기네 돈을 뽑아가기만 하니까 유럽은 벌금이든 규제든 세금이든 해서 돈을 벌겠다는 구조고, 우리나라는 두 가지가 같이 있는 거죠. 지금은 규제보다는 주권 의식을 갖고 좀 더 드라이브를 걸어 줘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김병관: 아까 보여주신 구글 트렌드 자료에서 보듯이 2월 데이터에서 챗GPT가 확 치고 올라왔잖아요. 지난주에 현재 시점으로 데이터를 봤더니 해외에서는 거의 정체기에 들어가 있고 한국은 이미 빠지고 있습니다. 우리는 유행의 정점을 지나서 서서히 감소하는 상황이에요. 유행이라고 여기지 말고 미리 대비해야 하는데 말이죠.

'챗GPT의 급습: AI 기술 발전과 산업의 미래' 보고서 갈무리 (그래픽: 조주희)

유행을 지나 형성되는 진짜 시장생성형 모델 준비할 때

김병관: 저는 네이버와 카카오라는 대형 포털 두 곳과 IT 기업들이 AI에 투자하는 것을 긍정적으로 보고 있어요. 삼성전자와 하이닉스라는 걸출한 2개의 반도체 회사의 역할 또한 무척 크죠. 대부분 트랜스포머 모델을 활용한 AI는 거의 엔비디아*가 독주하고 있는 상황에서 오픈AI사가 B2C 사업을 시작했잖아요. 저는 이게 오래가기는 쉽지 않다고 봐요. 그러기에는 들어가는 비용이 너무 큽니다. 가장 최근 기록으로 2억여 명이 오픈AI사의 프로그램을 쓰고 있다고 하는데, 10억 명이 될 때 지금 같은 비즈니스 모델로는 회사가 그 비용을 감당하지 못할 거예요. 그걸 뛰어넘으려면 추론 단계, 실제 서비스 단계에서의 반도체가 별도로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그런 걸 가장 잘할 수 있는 곳은 우리나라 반도체 회사라고 보고 있고, 우리의 서비스 경험과 몇 기업이 매우 공을 들이고 있는 파운드리* 기술을 잘 결합하면 AI LLM에 있어서는 선도해 나갈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 엔비디아: 미국의 컴퓨터 GPU 설계 회사로 전 세계 외장 GPU 리테일 시장 점유율 압도적 1위 및 자율주행 자동차 부문 1위
  • 파운드리: 반도체산업에서 주로 설계만 전담하고 생산은 외주업체로부터 설계 디자인을 위탁받아 생산하는 기업
저는 국회에서도 주로 그런 관점에서 현상을 파악하곤 했는데요. 우리 정부와 국회가 그런 대응을 잘해야 한다는 겁니다. 단순히 규제하는 게 능사가 아니고 산·학계와 더불어 우리가 선도해 나갈 수 있는 분야가 어떤 부분일지에 대한 고민을 함께 해줬으면 좋겠어요. 최근에 인상 깊게 봤던 게 미국 국무부에서 구글, 오픈AI사 같은 회사의 주요 책임자들과 회동했더라고요. 한국은 왜 그런 거 안 할까 싶어요. 무슨 법을 만들겠다, 공청회 하겠다, 반도체 육성하겠다 이런 얘기는 하지만 관련된 많은 사람을 불러서 브레인스토밍해서 발전 방향을 고민해야 하는데.

김덕진: 기술 변화를 얘기할 때 하이프 사이클(hype cycle)*이라는 용어가 있어요. 모든 기술은 처음에 거품이 끼면서 치솟았다가 떨어지고 서서히 올라간 다음 일정한 수준을 유지하는 현상을 말하죠. 우리는 올라갈 때 매우 관심을 보였다가 떨어지기 시작하면서 ‘어? 별로네’ 이러거든요. 그런데 거품이 꺼진 다음부터 진짜 기업들이 시장에 나온단 말이에요.

챗GPT도 비슷한 것 같습니다. 빨리 사용해 보시고 ‘내 거 다 해주네?’ 하면서 ‘멘붕’도 겪어보시고 ‘현타’를 경험하세요. 그다음에 냉정하게 봐야 이 기능이 어디까지 해줄 수 있고 우리가 어떻게 써먹을 수 있는지 알 수 있어요. 직접 경험해서 나만의 생성형 AI 아이디어들을 빠르게 만드는 게 지금은 중요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듭니다.

  • 하이프 사이클(Hype Cycle): 하이프 사이클은 기술의 성장 패턴을 그래프로 표현한 것이다. ‘기술 태동 시기’, ‘관심의 거품 시기’, ‘거품 제거 시기’, ‘재조명 시기’, ‘기술 상용화의 안정 시기’ 등 5개의 단계로 이루어진다.
정리=안은영

※ 본 칼럼은 2023년 5월 8일 <피렌체의 식탁>이 주관한 ‘챗GPT의 급습: AI 기술 발전과 산업의 미래’ 유료 강연의 리포트를 요약·정리한 것입니다.

챗GPT 강연 요약 영상 바로 가기


강연자 김병관은게임업체 웹진의 대표이사로 재직하다 2016년 더불어민주당 후보로 경기도 성남시 분당갑 국회의원 선거에 출마해 당선됐다. 서울대 경영학과를 나와 카이스트에서 산업경영학 석사학위를 받았다. 벤처기업 ㈜솔루션홀딩스를 공동창업했으며, NHN 게임실장 등을 지냈다. 모바일 게임 ‘뮤 오리진’ 등을 만들었다.

강연자 김덕진은미래사회IT연구소장. 빅데이터 분석 전문가. 숭실대에서 IT정책경영학을 전공하고 세종사이버대 AI컴퓨터공학과 교수, 경희대 미디어커뮤니케이션 대학원 겸임교수, 한국인사이트연구소 및 체인파트너스 이사로 재직 중이다. 대중에게 어렵거나 복잡할 수 있는 다양한 IT 지식을 쉽고 재미있게 전달하는 IT 커뮤니케이터로 활동 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