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부동산 시장에 일대 하락이 올 거라고 몇 년 전부터 ‘예언’해 온 이광수 애널리스트가 회사를 관뒀다. 미래에셋증권 수석 애널리스트라는 간판 대신 5월부터 독립 전문가의 삶을 시작했다. ‘광수네 복덕방’이라는 이름으로 부동산 전망 보고서 발행에 본격적으로 나선다.그가 메디치tv에 나와 사회적 관심사로 급부상한 전세 문제를 다뤘다. 그는 지금의 상황은 2021년에 정점이었던 전세가 떨어지면서 나타나는 자연스러운 현상이라고 말한다. 전세는 기본적으로 가격이 계속 올라야 버티는 외발자전거 제도인데, 전제가 무너졌다는 것.그럼에도 정부의 직간접 개입이 필요하다고 촉구했다. 정부가 공공주택으로 사들여 임대를 놓거나 세입자의 인수 자금을 지원하는 방안 등이 그것이다. 그가 2021년부터 제안해 온 이 방안들은 점차 현실화하고 있다. 그는 이번 인터뷰에서 ‘집 살 타이밍은 거래량이 추세로 증가할 때’, ‘부동산 PF 위기 시 채권 투자도 폭망 가능성 있다’, ‘(현상 변경의) 이유는 항상 바뀐다’ 등 평범하지만 곱씹어 볼 투자 조언도 많이 들려줬다. [편집자 주]

✔ 전세? 정말 목돈 마련하는 길일까, No✔ ‘사적 모기지’ 시장은 ‘상호 대출’… 집주인 의무 강화할 때✔ 전세 제도 있는 한 부동산 투기 사라지지 않을 것✔ 질 좋은 공공임대 절실… 집값 주춤하는 지금이 제도 정립 적기✔ 빚내서 집 사? 아직 아니다… “때와 자신의 조건 봐야”✔ 아파트 분양 불패 시절 부동산 PF, ‘내 통장’ 위협할 리스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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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디치미디어X광수네 복덕방> 영상 바로가기

사적 모기지 대출로 쌓아 올린 전세 왕국

신혜선: 전세, 무엇이 문제인가부터 다뤄보겠습니다. 우선, 우리나라는 왜 전세가 가장 보편적인 방식이 됐을까요?

이광수: 해외에선 집을 살 때 모기지를 이용해요. 은행에서 그 집을 담보로 대출을 받아 매입한 뒤 임대하거나 직접 거주합니다. 우리나라 부동산 시장에서 모기지가 활성화된 건 겨우 1990년대 후반부터예요. 이전에는 집을 살 때 내 돈 주고 사는 경우가 많았죠. 은행에서 돈을 쉽게 안 빌려줬어요. 과거 우리나라는 개인의 근로소득이 투명하지 않았죠. 부모 세대는 현금이 담긴 노란 봉투를 월급으로 받으셨죠. 은행에서 돈을 빌려주고 싶어도 ‘뭘 믿고 빌려주지?’ 이렇게 되는 거예요. 그러다 보니까 돈을 모아서 집을 사는 상황이었죠. 여기서 중요한 변화가 생기기 시작해요. 집값이 오르니까 정부에서 집을 엄청나게 지어요. 신도시도 만들기 시작하죠. 개인이 돈으로 살 수 있는 한계를 넘다 보니 빈 집이 늘어나고, 늘어난 공급을 어떻게 흡수할 건가의 차원에서 전세가 더욱 활성화된 거죠.

신혜선: 전세를 끼고 집을 산다, 전세자금을 이용해 집을 산다는 거죠?

이광수: 맞아요. 사적 모기지 시장이 만들어지는 거죠. 은행을 기반으로 시장에서 형성된 모기지 시장이 아니라 사적인 주택 담보대출을 전세를 통해서 받은 셈이죠. 전세를 살아야 목돈을 마련한다는 인식도 커졌고. 흥미로운 건 예전에 월세가 금리보다도 훨씬 낮았다는 거예요. 예를 들어 전세자금을 집주인한테 다 안 맡겨 놓고 월세를 내면서 은행에다 예금하면 20% 이자를 받을 수 있었어요. 임차인 중에서 직관적으로는 매월 나가는 돈이 없으니까 좋은 제도라고 생각하셨는지 모르겠지만 진짜 좋았을까요?

신혜선: 전세 사기를 짚어보죠. 지금 벌어지는 사기 형태와 규모는 누구라도 당할 수밖에 없는 구조로 보여요.

이광수: 2021년에 계약된 전세의 절대 금액이 가장 높았어요. 그 금액이 떨어지는 상황에 있으니 훨씬 더 낮은 가격으로 재계약이 되면서 충격이 온 거죠. 코로나 사태 동안 저금리가 지속되고 유동성이 확대되면서 부동산 가격이 오르니까 사람들이 부동산 시장에 대해 두려움을 느꼈다고 봅니다. 가격이 계속 오를 거 같은 두려움이죠. 임대사업자도 마찬가지입니다. 더 오르기 전에 집을 더 많이 사놓자. 두 번째는 그 안에서 제도의 맹점이에요. 한국의 임대차 시장은 굉장히 열악합니다. 내가 거금의 전세금을 맡기는데 집주인의 신용도, 집의 안정성도 담보하지 않고 중개기관의 보증도 없어요. 위험에 완전히 노출된 거죠.

신혜선: 문제가 벌어졌을 때 전세금을 집주인으로부터 받을 수 있는 장치가 있어야 하는데 그게 없습니다.

이광수: 과거에는 내가 1억 원에 살다가 누군가 새로 들어올 때는 1억2000만 원에 들어오거든요. 전세금 돌려받는 데에 문제가 없었죠. 집주인도 한 번도 전세를 돌려준다는 생각은 안 해봤어요. 새로운 세입자에게 받아서 주는 거지, 내 돈을 준다는 생각은 안 하는 거죠. 지금 임대인들은 집을 임대하는 목적도 다릅니다. 국내 대부분 임대인은 집 가격이 오르기를 원합니다. 가격을 올리기 위한 가장 좋은 방법은 전세를 높게 받는 거예요.

신혜선: 전세금을 올리는 이유가 집 가격에 대한 또 다른 계산을 깔고 있는 거군요.

이광수: 그렇죠. 집값 상승을 목적으로 하니까 전세를 약탈적으로 올리려고 하는 겁니다. 일방적으로 전세를 올렸을 때 나에게 뭔가 손해가 난다면 쉽게 올리지 못하죠.

한 명의 절망을 해결하기 위해 100명이 손을 보태는 사회여야

신혜선: 어떤 대책이 나와야 한다고 보시나요?

이광수: 주무 부처인 건설교통부의 장관이 “개인이 사기를 당한 건데 정부에서 다 돌려줄 수 있느냐”라고 했어요. 두 가지 문제가 있어요. 그분들이 사기를 당한 게 구조적인 문제라는 것. 이건 분명히 정부라든지 정치의 책임을 물어야 하는 겁니다. 두 번째는 이런 상황을 정량적으로 판단해서는 안 된다는 거예요. 누군가 한 명의 아픔이 누군가 100명의 약간의 손해보다 훨씬 클 수 있잖아요. 근데 우리는 한 명과 100명을 비교하고 있어요. 한 명의 진짜 아픔을 돌볼 수 있는 사회와 자본주의 시스템이 훨씬 더 발전하고 성장할 수 있다고 전 믿어요.

전세사기·깡통전세 해결을 촉구하는 시민사회대책위 (사진: 연합뉴스)

신혜선: 정책적 대안은 어떻습니까?

이광수: 지금 정부의 전세 사기 대책은 두 가지예요. 하나는 경매나 공매에 들어간다는 거죠. 임차인들한테 우선 매수권을 줄 테니 그 집을 사라는 것. 근데 집 살 돈이 없잖아요. 대출을 또 해주겠다는 거예요. 임시방편이지 근본적인 문제 해결은 아니죠. 두 번째는 LH에서 매수하게 해주고 정부에서 장기임대를 해주겠다는 거예요. 근데 임차인들의 요구는 자기의 전 재산인 임차 보증금을 온전히 보전해 달라는 것이거든요. 그나마 집값이 올라야 온전한 반환 가능성이 생기는데 빌라 형태가 많아 집값이 오르기도 쉽지 않습니다.

일부 야당에서는 전세 보증금을 기초자산으로 채권을 발행하여 정부가 매입한 다음 우선적으로 임차인들에게 전세금을 돌려주는 방법을 제시했는데 좋은 방안이라고 생각합니다. 일단 목적은 선의의 피해자가 임대 보증금을 온전히 돌려받을 수 있는 제도가 필요하다는 거예요.

신혜선: 정부가 문제의 부동산을 인수해서 다른 사람에게 분양할 수 있겠네요.

이광수: 어쨌든 공공임대주택은 필요하니까. 그런 주택을 정부가 활용해서 주거 취약층에 저리로 월세를 낮춰서 임대하면 됩니다. 우리나라 부동산 시장의 가장 큰 문제는 청년이나 주거 취약층이 안전하게 삶을 영유할 수 있는 주택은 현저히 부족하고, 주택 가격이 올라서 빨리 팔아 제치고 많이 가지려는 임대사업자들이 너무 많다는 겁니다. 장기적으로는 민간(임대)의 비중을 줄이면서 공공임대 시장을 늘리고 공공주택을 많이 확보해야 됩니다.

사진: 연합뉴스

질 좋은 공공주택 늘리고 혜택만큼 책임 지워

신혜선: 공공주택은 필요성에도 불구하고 늘 논란거리였어요. 질적인 문제라든가.

이광수: 완전히 해결은 안 되지만 문제를 크게 만들 가능성을 줄여가는 길이라고 봅니다. 특히 전세 제도 특성상 많은 사람이 집값 상승 목적으로 집을 매매하기 때문에 오히려 공공임대를 늘려가면서 주거의 안정성을 꾀하는 정책이 필요해요.

단기적으로 필요한 정책도 있어요. 전세는 집주인이나 세입자나 사적 대출입니다. 나는 집주인에게 대출을 해주고 이자를 안 받는 대신에 그 집에 거주하는 거죠. 집주인은 세입자에게 전세금을 받지만 임대료를 안 받잖아요. 상호 장점이 발생하는데 지금은 집주인들의 혜택만 너무 커요. 집주인도 혜택만큼 의무를 져야 합니다. 집값이 과도하게 올랐을 때 임대인의 사적 사용을 제한하는 거죠. 예를 들면 10억 원짜리 집의 전세금이 5억 원이면 전세 비율이 50%잖아요. 근데 전세금이 갑자기 7억 원으로 오르면 평균 2억 원을 더 받은 셈이죠. 그 돈을 개인적인 용도로 못 쓰게 하는 겁니다. 국공채 금리만큼만 제공하고 개인적으로 활용하지 못하게 강제적으로 신탁해 놓는 거죠.

신혜선: 집 가진 사람들이 많이 반발할 것 같은데요.

이광수: 그렇게 큰돈을 맡으면 책임을 져야죠. 보험도 임대인들이 들게 해야 해요. 지금 개인 임대를 하는 분들은 보험을 임차인들이 들어요. 최근에 좀 바뀌긴 했지만, 집주인이 허락 안 해주면 대출도 못 받았어요. 이익에 상응하는 책임과 의무가 필요하다는 차원에서 신탁과 임대인 보험을 활성화할 필요가 있어 보입니다. 사회안전망 차원에서 전세 보증금을 온전하게 돌려드리는 보조 장치가 강력하게 필요합니다.

신혜선: 전세 급락은 언제까지 이어질 것으로 보시나요.

이광수: 사용 가치라는 게 있으니 기본적으로 계속 빠질 수는 없어요. 시점에 대한 논란은 있는데 향후 전세가 안정될 가능성은 있습니다. 다만, 올해 좀 더 큰 폭으로 떨어졌다가 이렇게 하락한 상황이 계속 유지될 가능성이 있죠.

신혜선: 알겠습니다. 서민을 위한 현실성 있는 대책과 논의가 이뤄지기를 바라면서 부동산 전망으로 이어가 보겠습니다. 그런데 부동산 전망이라는 게 가능한 겁니까?

이광수: 실수요 측면에서 접근하면 불가능하지만, 투자로 보면 전망할 수 있습니다. 맞느냐 틀리느냐는 다른 문제지만 투자화돼 있는 시장은 가능합니다. 일단 2022년부터 시작된 하락 추세가 당분간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고 봅니다.

그런데 집값 하락이란 게 가격의 하락도 있지만 규모의 하락도 있어요. 한 마디로 ‘(가격이) 많이 떨어졌는데 (숫자로) 많이 떨어지지 않았다’는 거죠. 무슨 얘기냐면 가격이 하락한 아파트는 하락 폭이 되게 커요. 심지어 강남의 일부 아파트는 30~40% 빠진 데도 있어요. 하지만 거래가 별로 안 되면서 많은 아파트가 빠지지는 않았어요. 저는 앞으로 많은 수의 아파트 가격이 내릴 것으로 전망합니다. 그래서 전반적으로 많이 빠진 아파트의 규모가 증가하는 상황이 올 거예요.

사진: 연합뉴스

집값, 숫자보다 규모로 폭넓게 하락할 듯

이광수: 이는 무주택자분들이 집을 마련하기 좋은 상황이 된다는 겁니다. 내가 거주하고 싶고 내가 구매할 수 있는 아파트들의 가격이 하락하고 거기에서 고민이 시작되는 거죠. 집을 살까 말까, 내 집 마련할까 말까, 그런 고민하는 시기가 2024년까진 이어지지 않을까 보고 있습니다.

신혜선: 일본의 장기불황처럼 한국도 부동산으로 돈 벌던 시절은 끝났다는 얘기가 계기적으로 나오는데 지금 시점이 그런가요?

이광수: 지금대로라면 대한민국의 집값이 일본처럼 될 가능성은 현저히 낮습니다. 인구가 줄어도 투자로 구매하는 사람이 많으면 집값은 당연히 오르죠. 일본 집값이 장기불황에 빠진 건 투자하는 사람들이 없어졌기 때문이에요. 일본은 집값이 떨어지면 (대출 원금을) 못 받을까 봐 은행에서 주택담보대출을 안 해줬어요. 우리나라는 은행에서 대출 안 해줘도 돼요. 왜냐? 전세가 있으니까.

신혜선: ‘기-승-전-전세’로군요. 이번 특별기획은 ‘대출 규제 완화되자 2030이 아파트 시장에 눈 돌린다’는 류의 기사 때문이었어요. 어떻습니까? 정말 사도 되는 때인가요?

이광수: 1분기에만 전국적으로 3만 채 정도의 아파트가 거래됐는데 그중에서 20, 30대는 1만 채를 샀어요. 40대까지 합치면 약 1만7000채 그러니까 60% 정도를 20~40대가 삽니다. 그 안을 들여다보면 투자자가 아니라 실수요자가 많아요. 특히 이번 1분기에 ‘특례보금자리론’이라고 해서 무주택자들한테 저리로 돈을 빌려줬는데, 그렇게 싼 가격으로 사지 못했어요. 올려 사거나 아니면 떨어지지 않은 가격에 산 거예요.

가격 차이가 클 수 있으니 충분히 떨어지면 사시라, 지금은 좀 빠르다는 게 제 생각입니다. 부동산에 있어서 늘 ‘언제’에 대한 고민을 하셔야 돼요. 뭘 사야 되는가도 물론 중요하겠지만 ‘언제’에 대한 고민을 늘 하셔야 하고, 저는 그 ‘언제’가 지금은 아니라는 겁니다.

이광수 애널리스트

추세적으로 거래량 오르는 를 기다릴 것

신혜선: 그 ‘언제’를 어떻게 알 수 있나요?

이광수: 부동산은 주식과 달리 쉽게 사고팔 수 없으니 ‘언제’가 매우 중요해요. 집 사는 시점까지 기다릴 줄 알아야 해요. 이 시점의 중요한 특징이 거래량이 회복하면서 증가합니다. 집값이 떨어지는데 거래량이 추세적으로 증가한다면 내 집 마련할 때예요. 예를 들어볼게요. 거래량이 1월, 2월, 3월에 증가했어요. 그래서 사람들이 여기저기서 얘기를 합니다. 저한테도 많이 물어봐요. ‘거래량이 증가하는 거냐’고. 그래서 제가 전제조건을 드렸죠. ‘추세적이어야 된다, 최소한 4~5개월 이상 증가해야 지표가 된다’고.

4월의 거래량이 줄었습니다. 이러면 일시적인 거죠. 향후 이런 기간이 분명히 와요. 증가했다가 저점을 계속 높여가면서 거래량을 회복하고 증가하는 구간이 나옵니다. 그때는 집을 살 때예요. 부동산 시장을 보는 핵심 중 또 하나는 ‘나’의 시점도 필요해요. 집을 살 내 능력의 시점이죠. 그런데 내가 그 집을 살 능력이 안 된다면 거래량이 증가할 때 나의 수준을 좀 낮추거나, 넘친다면 눈을 높여보거나 이런 것들의 조절이 필요한데 이 두 가지 시점이 여러분한테 분명히 옵니다.

신혜선: 정보를 잘 알아야 할 텐데 개인은 미디어에 의존할 수밖에 없잖아요.

이광수: 투자를 잘하고 내 집을 마련하기 위해서는 첫 번째, 현상을 받아들일 수 있는 용기가 필요해요. 두 번째는 깊은 정보보다 다양한 정보가 중요해요. 언론에서 집값이 빠진다고 할 때 오히려 오른다고 주장하는 사람들 얘기도 들어볼 필요도 있고요. 요즘 집값 오른다, 바닥 찍었다는 얘기가 나오죠. 그러면 왜 계속 빠진다는 거지 등등 다양한 의견들을 들어야 하죠.

거래량이 회복하고 증가할 때가 중요한 변곡점이라고 아까 말씀드렸는데 앞으로 거래량이 증가하게 되고 시장이 회복하게 될 거예요. 그래도 선뜻 투자가 안 되는 분들이 많을 겁니다. 과거 금리가 급락하면서 부동산 거래가 증가했기 때문에 ‘금리가 떨어지면 거래량이 증가한다’고 도식화돼 있거든요. 근데 이젠 거래량이 증가하는데 금리는 높은 상황이에요. 사람들은 ‘아닐 거야, 일시적일 거야’라고 생각하죠. 추세적으로 계속 증가하고 있음에도 결정을 못 하는 거예요. 그런데 투자 시장에서는 이유가 항상 바뀌어요. 그때는 금리 인하가 거래량 증가의 원인이었다면 향후 거래량 증가는 다른 원인일 겁니다. 그래서 현상을 그대로 받아들이는 유연성이 필요합니다.

신혜선: 흔히, 부동산 정책은 여야가 상반된 정책을 내놓는다고 알고 있어요.

이광수: 아주 단순하게만 보면, 한국에는 가구 수로만 보면 집이 있는 가구 수가 집이 없는 가구보다 많아요. 제가 정치인이라면 표를 많이 받기 위해서는 당연히 집이 있는 사람들에게 혜택을 줘야겠죠. 법률이나 정책을 통해서요. 그러다 보니 문재인 정부도 규제책도 많이 나왔지만 결국 집 있는 사람들 도와준 거 아니냐는 비난을 받은 거죠. 단순히 정량적으로는 그렇게 표현되니까요. 그런데 저는 향후에는 완전히 달라질 수 있다고 봅니다.

무주택자가 행복한 나라 만들어져야

신혜선: 어떻게요?

이광수: 엄밀히 따져서 인구수로만 보면 집 없는 사람들이 훨씬 더 많아요. 한 가구를 예로 들면 집이 있는 사람은 부부이고, 자녀들은 집이 없을 거 아닙니까? 값이 계속 오르면 집을 보유한 부모는 좋겠지만 자식에 좋을 일이 없어요. 집값 안정을 원하고 집값이 떨어져서 우리 아이들이 결혼해서 안정적으로 삶을 영위하는 걸 원하시는 분들이 많아지고 있다고 봅니다.

이 지점이 무척 중요합니다. 정치인이나 정책을 만드는 분들이 고려하실 게, 앞으로 집값 안정을 원하시는 분들이 훨씬 더 많아질 거라는 점입니다. 후대가 살아갈 세상이 계속 이렇게 갭 투자하고 집값 오르고 그래서 집 없는 서민들이 훨씬 많아지는 세상을 원하는 건 아닐 테니까요. 집값을 안정시킬 수 있는 정책이 지지를 많이 받을 거예요. (정책당국이) 용기를 가질 필요가 있습니다. 숫자만 볼 때는 집 있는 사람 위한 정책들이 나와야 표를 많이 받을 것 같지만 천만의 말씀이에요. 저는 그런 믿음을 가져요. 안타까운 건 여당이나 야당이나 선거 막판에 가면 전부 다 보유세 완화 같은, 집 가진 사람들을 위한 정책들의 교집합을 만들어 내요. 두려운 거죠.

신혜선: 새로운 관점이네요. 대한민국에는 숫자로는 집이 있는 사람이 많지만 사실 한 번만 더 안을 들여다보면 집 없는 사람이 훨씬 더 많다는 거.

이광수: 투자에서도 세상을 ‘스톡’으로 보지 말고 ‘플로우’로 보는 게 중요해요. 지금이 중요한 게 아니라 향후 어떻게 될 건가가 가장 중요한 관점이거든요. 그러면 지금은 집 있는 사람이 훨씬 많지만 지날수록 집이 없는 사람들이 많아질 거예요.

신혜선: 정책당국이 이 애널리스트의 관점을 곱씹어 보시면 좋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장기적으로 봤을 때 부동산 정책 이것만은 좀 해결해 가자는 얘기를 해주신다면요?

이광수: 지금 거래되고 있는 부동산 가격을 자유자재로 올리거나 떨어지게 하는 건 불가능합니다. 지금까지의 정책을 통해 우리는 너무나 잘 알고 있어요. 그래서 그렇게 안 되는 일에 정책을 집중하는 것보다 정책적으로 두 가지 중요한 방향성이 있습니다.

하나는 주거 취약층을 위한 주거복지 정책이에요. 안정적으로 공공임대를 확충하고 공공주택을 확보하는 정책이 필요합니다. 두 번째는 자본주의에선 집값을 통제할 수 없는 대신 진폭을 줄일 수 있어요. 대출 정책 같은 것을 매번 바꾸지만 말고 안정적으로 유지해야죠. 이런 정책을 원활하게 할 수 있는 가장 좋은 시점은 지금처럼 부동산 가격이 떨어질 때예요.

신혜선: 이제 세 번째 주제로 넘어가 보겠습니다. 부동산 PF입니다. 단기간 내 위기가 온다는 말이 나오고 있습니다.

신혜선 진행자

무분별한 부동산 개발 PF 참사 필연

이광수: 여러분이 (부동산 PF에) 관심을 가져야 하는 이유는 개인의 삶에 영향을 미칠 수 있기 때문입니다. 부동산 PF가 그동안은 중요하지 않았다가 왜 지금 문제가 되냐면 한국 금융 시스템의 시스템 리스크로 전이될 가능성이 있어서예요. 당장 예⸱적금과 금리에 영향을 미칠 수 있고 시장의 시스템 리스크로 작용하기 때문이죠.

PF는 ‘프로젝트 파이낸싱(Project Financing)’의 약자에요. 어떤 프로젝트에 돈을 대주는 거죠. 보통 대출은 직장인이라면 신용 상태, 사업자라면 업장의 규모 같은 일종의 상태에 돈을 대주는 거잖아요. 그런데 프로젝트 파이낸싱은 액션에 돈을 빌려주는 거예요. 프로젝트 파이낸싱이 처음으로 활성화된 건 미국에서 오일 가스를 발견할 때였어요. 가스가 있을지 없을지는 모르지만 탐사하는 데 돈이 많이 필요하죠. 거기서부터 돈을 대주는 거예요. 출발은 그때부터 시작됐어요.

신혜선: 쉽게 말해 아파트 지을 때 처음부터 투자하는 개념이죠.

이광수: 그렇죠. 분양이 잘 될지 안 될지 알 수 없는 상태에서 땅을 사는 행위부터 투자가 들어가는 거죠. 여기에 특이점이 있어요. 기름을 시추할 때는 대출해주는 사람도 굉장히 까다롭게 조사하죠. 텍사스에, 사우디에 기름이 나온다면, 실제 그런지 꼼꼼하게 조사하고 신뢰를 기반으로 투자합니다.

그런데 한국 부동산 PF는 그런 고민 없이 합니다. 두 가지 이유 때문이죠. 집값은 계속 오를 거라는, 분양은 무조건 될 거라는 맹신이 있었죠. 그런데 안 팔린 적이 있어요. 2007년 서브프라임 사태 때예요. 전국의 미분양이 16만5000가구였고, 2007~2010년 우리나라 10대 건설사 가운데 20~30%가 워크아웃과 법정관리에 들어갑니다.

신혜선: 2007년에 위기를 겪었으면 지금 PF 시장은 달라져 있어야 하는 거 아닌가요?

이광수: 몇 가지 제도는 만들어졌어요. 하지만, 무엇보다 주체가 달라졌죠. 경험 없는 캐피탈 회사들이라든가 증권사들이 돈을 벌 수 있다고 생각해서 새로운 주체가 됐어요. 그 결과 부동산 PF가 (금융권의) 시스템 리스크가 된 겁니다. 예전에 건설사만 있을 때는 그냥 건설사를 망하게 뒀어요. 금융권은 아까처럼 개인의 삶하고도 연결이 돼 있으니 그냥 볼 수 없지요. 문제가 생기면 안 되니까 금융정책 기관들이 달려들고 있는 거고요.

금융시장 마비시킨 레고랜드 PF’ 충격파

신혜선: 부동산 PF의 가장 큰 위험 요소는 뭔가요.

이광수: 일단 규모가 너무 크다는 겁니다. 증권사의 부동산 PF 규모만 해도 최근 6~7년간 두 배 이상 증가했거든요. 저축은행은 세 배, 캐피탈사는 거의 다섯 배이기 때문에 리스크의 규모가 무척 커졌다는 거죠. 예를 들어 부동산 PF를 할 때 처음에 땅을 사잖아요. 그런데, 분양을 못 하면 그냥 묶이는 거죠. 어찌어찌 분양은 했는데 미분양이 많아요. 그래도 돈이 필요하니까 계속 지을 수밖에 없잖아요. 그런데 안 팔리죠. 다 지었는데 안 팔려서, 만기가 돌아오는데 못 갚는 경우까지 단계별로 가는 거예요.

마지막 단계를 준공 후 미분양이라고 하는데, 준공 후 미분양이 증가할수록 부동산 PF 문제는 현실화될 겁니다. 지어지는 동안에는 만기를 연장해 주고 금융권들이 도와줄 수 있어요. 그런데 끝까지 가서도 안 팔렸는데 어떻게 누가 책임집니까?

신혜선: 시한폭탄이네요.

이광수: 만기 연장을 계속해 주면서 내년 상반기부터 준공이 된다 해도 새로운 문제들이 내년 상반기부터 시작되겠죠. 부동산 PF 시장에서는 외국인 투자자가 없어요. 외국인 투자자들이 이 구조를 이해하지 못해요.

신혜선: 춘천의 ‘레고랜드’도 부동산 PF에 해당하나요?

이광수: 그렇죠. 강원도가 지급보증을 했고, 만기를 연장해 주는 상황이기 때문에 조금씩 해결 국면에 있긴 하지만. 레고랜드가 2000억 원이 좀 넘었어요. 규모가 그런데도 한국의 금융시장을 마비시켰거든요. 아주 짧은 기간에 마비됐기 때문에 ‘시스템 리스크’라고 하는 겁니다. 금융 리스크는 이럴 수 있어요. 왜냐하면 신용을 기반으로 하기에 그렇죠. 신용이라는 건 재밌습니다. 내가 지금 믿었다고 하더라도 조그마한 잘못 때문에 신용 전체가 흔들릴 수 있잖아요. 그래서 금융이 무서운 거예요.

춘천 레고랜드 (사진: 연합뉴스)

신혜선: 액수가 크건 작건 내 소중한 자산이 어떻게 배분돼 있는지 여러모로 살펴봐야겠네요.

이광수: 투자에서 가장 중요한 건 불확실성을 제거하는 거예요. 여러분이 갖고 계신 아주 작은 예금이라고 해도 불확실성이 없는지 다시 점검해 보실 필요는 있습니다. 최근에 채권에 투자하는 분들이 많죠. 기준금리가 더 이상 안 오를 거고 채권 가격이 오를 거라고 예상해서죠. 그런데 한국에 만약 금융 시스템 리스크가 있어서 시중 금리가 확 올라가면 안전할 것으로 믿었던 채권 가격이 엄청 빠져요. 그러면 내 퇴직연금도 큰 손실을 볼 수 있다는 거예요. 개별 서민의 삶과 다 연관이 돼 있어요. 그래서 무서운 겁니다.

※ 본 텍스트는 <메디치미디어X광수네 복덕방> 방송 내용을 읽기 쉽게 정리한 것으로, 출연자의 실제 발언과 차이가 있을 수 있습니다. 보다 정확한 내용은 영상(메디치미디어 유튜브)을 통해 확인하실 수 있습니다.


만난 사람 이광수는애널리스트. 부동산 시장과 건설산업 그리고 경제를 분석한다. '광수네 복덕방' 레포트를 통해 부동산과 투자 그리고 경제에 관해서 많은 사람들과 소통하고 있다. 국내 애널리스트로는 처음으로 레피니티브(Refinitiv, 구 톰슨로이터) ‘Analyst Awards 아시아 최고 애널리스트(Overall Top Stock Picker)’를 수상했다. 지은 책으로 <집이 온다>, <흔들리지 않는 부동산 투자의 법칙>, <2020 리츠가 온다>, <코로나 투자 전쟁>(공저), <골든 크로스>(공저) 등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