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미 회담, 확장 억제 외치다 빈손 외교... 한반도 긴장도 높아져✔ 윤 대통령 앞장서 중국 연일 비판... 외교는 회색지대에 있어야✔ 한미일 안보 동맹, 북중러 밀착 불러... 신냉전 구도로 재편 우려✔ 한일 회담서 日 과거사 사과-韓 후쿠시마 오염수 방류 동의 빅딜?✔ 후쿠시마 방류는 제2의 ‘광우병 사태’... 회담 의제 올리지 말아야

<박지원의 식탁> 시즌 2 8화 방송 바로 가기

4월 말 한미 정상회담을 마친 윤석열 정부는 5월 7일부터 한일 정상회담을 열 예정이다. 정부·여당은 한미 회담으로 “역대급 성과”를 거뒀고, 12년 만에 한일 정상 간 셔틀 외교가 복원됐다고 자평하고 있다. 하지만 김준형 외교광장 이사장은 “한미 회담에서 핵 공유에 실패했고, 북한 리스크만 커졌다”고 비판한다. 박지원 전 청와대 비서실장 역시 “대중 관계 악화로 경제 문제가 커질 것”이라고 우려한다. 또한 이들은 곧 열릴 한일 회담에서 ‘후쿠시마 원전 오염수 방류’ 문제가 의제로 다뤄질 것이라며, 방류에 덜컥 합의해 줬다가는 제2의 광우병 사태를 맞을 수 있다고 경고한다. ‘박지원의 식탁’ 시즌2 8화는 한미 정상회담의 결과와 후폭풍, 임박한 한일 회담을 전망했다.

김보협: 실장님, 용산 대통령실에서 한 방 때렸던데요? “국익을 훼손한 반국가적 작태를 일삼는다”라는 비난을 들으셨어요. 전직 국가정보원장으로서 소감이 어떠신지?

박지원: 글쎄요. 반국가적이라는 말을 거기에 써야 했는가 싶은데... 사실 제가 이야기한 건 백악관에서 먼저 대통령실에 윤 대통령이 좋아하는 노래가 뭐냐 배경음악으로 틀겠다고 물어 '아메리칸 파이'라고 답했다고 해요.

그래서 바이든 대통령도 '아메리칸 파이' 작곡가 기타를 준비한 거예요. 그런 대화를 했으면 대통령실에서 윤석열 대통령이 한 소절 불렀잖아요? 그다음 소절은 조 바이든 주니어, 큰아들이 개사해서 불러왔다고 하니 바이든 대통령이 듀엣으로 나와서 부르도록 했으면 세계적 그림이 될 뻔했다는 거죠.

김보협: 그러면 그림이 더 좋잖아요.

박지원: 그렇죠. 근데 이걸 대통령실이 활용 못하고 끝내버렸단 거죠. 저한테 이야기해 준 분이 '3선급 비서실 같으면 그렇게 했을 것'이라고 하더라고요. 제가 했어도 그랬을 거예요. 저는 대통령을 비난한 게 아니라 “대통령실이 좀 잘해라 바보야”라고 한 건데 매도당했습니다.

김보협: 저는 이해가 안 가요. 뭐에 발끈한 걸까요? 대통령실은 마치 우연히 즉흥적으로 이뤄진 이벤트인 것처럼 브리핑했는데 사실은 미리 조율된 거라고 해서 화가 난 건지, 아니면 대통령실은 바보라고 쓴 표현 때문에 화가 났는지 모르겠어요.

미국 의회를 꽉 채운 이들은 누굴까

김보협: 시즌2부터 새롭게 선보인 ‘이주의 짤’은 이 장면입니다.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달 27일 상·하원 합동회의 연설 때 장면인데요. 사진을 보다가 공간을 채운 분들이 누굴까 궁금해서 공부를 좀 해봤어요. 미 의회의사당 하우스 챔버(House Chamber)라는 곳인데, 실장님도 가보셨죠? 김대중 대통령도 여기서 연설하셨잖아요.

박지원: 김대중 대통령도 클린턴 행정부 당시 국빈 방문 때 저곳에서 상·하원 합동회의 연설을 했죠.

김보협: 김대중 대통령은 무척 훌륭한 분이지만, 영어 발음은 예전 분 스타일이세요.

박지원: 발음은 안 좋죠. 그런데 이번에 윤석열 대통령은 영어도 유창하고, 심지어 유머도 섞어가면서 연설 잘하더라고요. 잘한 건 잘한 거예요.

김보협: 우리 국회는 지정석이잖아요. 좌석 앞 테이블에 명패가 다 놓여 있죠. 그런데 여기 하우스 챔버는 주로 하원의원들이 쓰는 곳인데 자유석이더라고요. 그런데 하원의원이 453명인데 좌석은 448개밖에 없더라고요. 제가 궁금한 건 하원의원 453명과 상원의원 100명이면 총 553명이잖아요? 이미지 상단 부분을 확대해 보면 우리 대통령 수행단들이 한쪽을 차지하고 있어요. 그렇다면 미국 상·하원 의원 중에 상당수는 저기 못 들어왔을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자리가 없어서, 혹은 바빠서요. 혹시 실장님도 그런 얘기 들어보셨어요?

박지원: 정확하게는 모릅니다. 그런데 김대중 대통령 연설할 때도 빽빽이 차 있더라고요. 사실 우리나라도 그렇지만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국회의원들은 잘 안 모여요. 당시에도 김대중 대통령이 오셔서 '상·하원 의원들이 다 왔구나' 하고 흥분해서 물어봤더니 아니래요. 들어보니 타국 국가원수 등 특별한 손님이 와서 연설할 때는 의회 직원 등에게도 공간을 개방한다고 하더라고요. 그때 제가 들은 이야기는 그렇습니다.

그런데 이번에 윤석열 대통령께서 방미했을 때 미국 언론이 어느 정도 비중으로 보도했는지 모르겠어요. 김대중 대통령 방미 당시는 <뉴욕타임스>, <워싱턴포스트> 등 세계적 신문들이 전부 1면 톱으로 “영웅이 돌아왔다”고 보도했거든요. 미국에서 망명했던 것을 자랑스럽게 생각한 거죠. 당시 <ABC>, <NBC>, <CBS>, <CNN> 방송사 등에서도 즉석 인터뷰를 했고요. 반면 이번에 윤 대통령은 미국 언론들이 그렇게 보도했는지 잘 모르겠어요.

김보협: 윤 대통령도 사전 인터뷰도 하고, <NBC>와 인터뷰를 하기는 했었죠. 제가 외신을 쭉 보니 방미 당시 바이든 대통령이 재선 도전 선언을 했잖아요. 그게 훨씬 보도 비중이 높고, 윤 대통령 소식은 인터뷰 외에는 좀 가려지는 것 같더라고요.

박지원: 그럴 수밖에 없었을 거예요. 사실 우리나라 대통령이 미국 방문해도 보도가 잘 안 나오긴 해요. 전두환 대통령이 미국 갔을 때도 '한국 독재자가 왔다'라고 조그맣게 났더라고요.

자화자찬 정상회담, 얻은 것 없이 고마워하는 정부

김보협: 몸풀기는 이 정도로 하고 메인 이슈로 넘어가죠. 지난주에 이어 한미 정상회담 평가와 분석, 두 번째 시간을 함께 할 김준형 외교광장 이사장 모셨습니다. 윤 대통령이 어제 생중계된 국무회의 모두발언에서 한미 정상회담 관련 자화자찬을 한 바탕 풀어놨습니다.

박지원: 자화자찬은 당신이 제일 잘하는데, 참모들한테 1년 평가를 자화자찬하지 말아야 한다고 하더라고요.

김준형: 저도 이상하게 생각했습니다. 분명히 자화자찬하지 말라 했는데 사실 했고요. 또 고마우면 고맙다고 이야기해야 한다고 했는데, 미국이 우리한테 고마워해야죠. 왜 우리가 다 빼앗기고 와서 고마워해야 합니까?

박지원: 김대중 대통령도 미국에 엄청 고맙게 생각했어요. “미국은 우리의 과거였고, 현재고, 미래다”라며 한미 동맹을 매우 강조했죠. 그런데 윤석열 대통령은 고마워하기만 하잖아요?

보협: 그러니까 '고마운 게 있으면 고마워할 줄 알아야 한다, 이것이 인간의 도리고 염치다' 이런 취지로 이야기한 것 같은데, 그러면 같은 이치로 유감을 표할 건 표할 줄 알아야 하잖아요?

김준형: 외교는 51 대 49의 예술입니다. 아무리 잘해도 51%를 가져오는 것이고, 아무리 못해도 49%를 가져와야 한다. 그런데 이번 정상회담을 돌아보면 전혀 작동하지 않았던 것 같습니다. 100 대 0입니다.

김준형 외교광장 이사장

확장 억제 외치다 빈손 외교, “핵개발 안 돼족쇄만 찼다

김보협: 윤 대통령 말씀 중에 나토 NPG(Nuclear Planning Group)보다 우리와 미국의 NCG(Nuclear Consultative Group)가 훨씬 실효적이라고 이야기했는데, 이건 지난번 우리 방송 평가와 완전히 배치되는 주장이잖아요.

박지원: 근본적으로 미국의 외교에서 나토가 더 중요한가요? 한국이 중요한가요?

김준형: 당연히 나토가 중요하죠. 우리 외교는 처음부터 방향을 잘못 잡았습니다. 이번 한미 정상회담에서 핵 공유를 가져오겠다고 올인 한 것 같아요. 그런데 미국은 생각보다 완강했고, 핵 공유는 전혀 아니거든요. 오히려 NPT(핵확산금지조약)라는 족쇄를 걸어 버렸는데요. 와서 보니 냉가슴 앓는 지지자와 보수언론을 상대로 포장해야 하니까 핵 공유는 아니라고 미국이 선을 그었음에도, “사실상의 핵 공유처럼 느끼게 될 것”이라고 이야기하더라고요. 시쳇말로 ‘실패각’이었는데 처음부터 성공할 것이라고 생각한 자체부터 틀렸어요.

김보협: 또 압도적인 힘에 의한 평화로 미래 세대들이 안심하고 살 수 있는 튼튼한 안보를 구축했다고도 평가했는데요. 한국형 확장 억제나 미 전략핵잠수함이 자주 오면 북한은 더 이상 핵미사일 개발 안 하고 우리 국민들은 이제 안심하고 살 수 있겠구나 하게 되나요?

김준형: 아니죠. 방향이 잘못됐는데요. 우리 국민이 안심하려면 힘을 기르는 것도 방법이지만, 리스크를 줄여야죠. 북한 리스크를 줄여 한반도 긴장을 완화해야 국민이 안심하죠. 확장 억제는 한미 동맹의 핵심입니다. 한미 동맹이 한반도 유사시 개입해 헌신한다는 것이 한미 동맹의 근본인데, 어느 순간부터 이를 의심하기 시작한 거잖아요. 그러다 보니 확장 억제에 매달리고 있는데, 우리 국민이 안심하기 위해서는 두 가지가 필요합니다. 하나는 한미 간 신뢰입니다. 전쟁이 나면 우크라이나와 달리 우리는 인적 개입을 한다는 것이죠. 그게 동맹의 가장 기본이에요. 신뢰만 있으면 되거든요. 두 번째는 북한이 무서워해야 합니다. 북한이 그 한미 신뢰를 보고 한국 상대로 전쟁을 일으키면 안 된다고 생각해야 한다는 것인데... 그런데 지금은 오히려 북한을 더 자극하고 도발하게 만들고 핵전력 강화하도록 유도하고 있어요.

김보협: 그러니까 한 국가가 군사력을 기르려고 하면 반대쪽에서도 똑같이 힘을 키워서 결과적으로 안보가 위태로워지잖아요. 안보의 역설이라고 하지요?

김준형: 네. 지금 그 방향으로 계속 가고 있습니다. 뿐만 아니라 한미일을 묶으면 묶을수록 북한은 러시아, 중국과의 협력을 더욱 강화하겠죠. 그럼 한반도는 보나 마나 긴장과 군비경쟁의 장이 되겠죠.

그리고 미국이 전략자산을 수시로 보내는 것도 두 가지 문제점이 있습니다. 하나는 미국이 자기 스케줄대로 오면 경비를 내겠지만 우리가 필요해서 부르면 우리가 경비를 대야 하는 문제가 있고요. 두 번째, 전략자산은 원래 소리소문없이 와야 하는데 정기적으로 오면 북한이 알게 됩니다. 아는 전략자산은 북한이 덜 무서워합니다.

박지원: 김준형 이사장이 중요한 지적을 하셨는데요. 사실 이승만 대통령께서 우리가 군사적 침범을 당할 때, 미군이 자동적으로 참전한다는 한미 상호방위조약을 맺었죠. 한미 군사동맹을 잘 만들어 놓은 거예요. 그렇기 때문에 전략자산이 우리나라에 오지 않더라도 우리가 핵 공격을 받으면 미국은 자동으로 참전하게 돼 있어요. 그래서 저는 이승만 외교는 높이 평가하지만, 이번에는 사실 내놓을 게 하나도 없잖아요? 워싱턴선언이다, NCG다 용어만 많이 탄생했을 뿐, 속 빈 강정 아니에요?

윤 대통령 나 홀로 중국 압박? 대북 제재 전선도 깰까 우려

김보협: 미국은 워싱턴 선언에 대해 중국에 사전 설명도 하고 최근에도 '이건 북한용이지 중국과 러시아를 향한 것이 아니다'라는 식으로 설명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윤 대통령은 어제 취임 1주년 출입 기자들과 약식간담회를 하면서 중국을 더 자극하는 거 같아요. “당신들이 대북 제재 안 하니 우리가 선택의 여지가 없는 것 아니냐?”라고 했어요.

김준형: 자꾸 카드를 빼는 건데요. 지금 수위의 대북 제재안을 UN 역사상 통과시킨 일이 없습니다. 왜냐면 안보리 상임이사국 거부권 때문이죠. 그런데 중국과 러시아가 미국의 대북 제재안에 거부권을 사용하지 않고 제재를 계속 높여온 것은 대단한 협력이거든요. 중국은 북한 반발을 무릅쓰고 대북 제재 관련 입장을 이어왔는데 거꾸로 중국이 한 게 없다고 이야기하면, 중국 입장에서는 “오케이, 대북 제재 무시해도 상관없지?” 이런 태도로 갈 수 있습니다. 실제로 지금 중러 관계와 미중 관계가 좋지 않으니까 유엔은 계속 휴업상태예요. 유엔은 북한이 ICBM 미사일 날려도 미팅도 못 가지는 상황입니다. 중국을 자극하면 북한과 협상하거나 설득할 수 있는 카드를 다 던져버리는 거죠. 중국이 공식 석상에서 북한의 핵무기 보유를 반대한다고 얼마나 자주 이야기해왔습니까? 그리고 대북 제재도 미국이 원하는 수준은 아니지만, 준수해 오긴 했습니다.

박지원: 사실 북한의 핵 보유를 가장 반대하는 나라는 중국이에요. 중국은 북한이 핵을 보유하게 되면 한국, 일본, 대만이 핵을 보유하고자 해서 핵창고가 된다고 반대하고 있죠. 지금 한미 정상회담의 중요한 내용을 미국이 중국에 통보했다고 하는데요, 북한도 과거 핵실험 할 때 우리에게도 연락했지만 그럴 경우 중국에는 통보했습니다. 그러면 중국이 미국에 전해주고, 우리가 미국으로부터 전달받아 우리도 핵실험 사실을 알게 되고 그랬어요. 그런데 지금은 완전히 단절돼 있습니다.

전쟁 명령하듯 던지는 윤 대통령, 외교적 계산 못하게 해

김보협: 실장님, 윤 대통령은 이런 민감한 얘기를 왜 직접 할까요? 예를 들어 한미 정상회담 이후 쓸데없는 늙은이니 비난해도 북은 김여정이 나서고 중국과 러시아를 봐도 시진핑, 푸틴이 직접 나서서 언급하지는 않잖아요?

박지원: 그러니까 윤 대통령께서 만기친람하는데, 국가원수로서 노골적으로 말하는 것은 안 좋아요. 대통령은 모호성을 유지하고, 강경한 이야기는 국방장관, 외교장관 등이 하도록 해야죠. 대통령이 다 질러 놓으면 수습할 길이 없어요.

김보협: 왜 윤 대통령이 이럴까 생각해 봤는데요. 개인의 성향도 있긴 하겠지만 이번 한미 정상회담의 후과 중의 하나가 아닐까, 자기의 세계관을 이야기했는데 박수 쳐주고 하니 어깨에 뽕이 찬 거죠. 자유, 자유 이야기하니까 나는 세계에서 인정받는 지도자가 됐다, 중국·러시아 정상을 상대로도 거침없이 이야기한다는 이런 게 생기지 않았을까요?

김준형: 외교는 51 대 49이기도 하고, 회색지대에서 벌어지는 것이거든요. 과장되게 표현하면 윤 대통령은 외교를 하는 게 아니라 전쟁을 하고 있습니다. 본인을 통수권자라고 생각하고 마지막 최종 명령을 분명하게 던지고 있습니다. 보통 국방장관은 다소 강경한 발언을 하고, 외교부 장관은 상대적으로 온건한 발언을 해서 상대국의 반응을 보고 이걸 계산해 결론을 내려주는 게 대통령입니다. 그런데 대통령이 전쟁명령처럼 던져버리면 후유증이 너무 크거든요. 대통령이 늘 최종 명령을 바로 해버리잖아요. 굉장히 위험한 겁니다.

김보협: 외교에서는 오로지 대통령과 김태효 1차장, 김건희 여사만 보이는 것 같아요.

김보협 진행자

잘한 미 의회 연설, 한국 언론·국민 앞에서도 정성 기울였으면

박지원: 이번에 한미 정상회담도 그렇잖아요. 윤 대통령이 유창한 영어로 한 미 의회 연설, '아메리칸 파이' 노래, 그리고 김건희 여사의 ‘대통령 배우자 김건희’ 방명록, 이 3가지가 성과 아닌가요?

김준형: 저도 연설을 봤는데요. 말씀하신 대로 영어 발음도 좋고 또 미국 사람들이 좋아하는 요소 요소 단어, 개념, 에피소드, 역사적 유래까지 너무 잘 담았어요. 흠잡을 데가 없어요. 윤 대통령이 모든 일정을 관둬가면서 열심히 준비하신 것 같아요.

그런데 저는 잘할수록 기분이 나빴던 것이 저런 노력을 왜 우리 국민에게는 기울이지 않는가... 며칠 밤을 새워서 준비해 국민들이 이해하기 좋게 말할 수 없을까요? 특히 한국 언론이나 국민에게 이야기할 때 노력과 정성을 들인 게 없다는 게 오히려 화나더라고요.

김보협: 기자들 만난 것만 해도 외신들과는 그렇게 인터뷰하면서 대통령으로서 항상 하는 새해 기자회견, 취임 1주년 기자회견도 안 할 것 같아요. 새해 기자회견도 <조선일보>와만 했잖아요?

박지원: 윤석열 대통령께서 사전 준비를 해서 성공적으로 의회 연설을 한 것은 좋지만, 그런 노력을 우리 국민을 위해서도 해줬으면 합니다. 또 기자회견 같은 경우 윤 대통령이 “도어 스테핑을 안 하니 요즘 살쪘다”고 하시더라고요. 기자들은 '1호 국민'이기 때문에 기자를 통해 국민과 소통하는 그런 취임 1년이 됐으면 좋겠습니다.

이익 없고 북중러와 문제 커지는 한미일 공조 강화... 경제 타격 온다

김보협: 미국 하버드대에서 강연과 대담이 있었는데 짚어볼 만한 대목은 없었나요? 윤 대통령과 대담한 조셉 나이 교수가 계속 한미일 협력, 한미일 안보동맹을 강조하더라고요.

김준형: 미국 내에서 한미일을 묶으면 미국의 이익이 된다는 건 대합의 수준인 것 같아요. 사실 바이든 대통령도, 조셉 나이 교수도 그런 입장이 아니었는데 “한미일을 묶어 중국을 견제하는 게 미국의 이익에 부합한다”고 말하잖아요? 그렇게 보면 미국도 과거보다 훨씬 여유가 없는 상황이죠.

사실 한미일 동맹이 완성되면 미국에는 어마어마한 이익입니다. 일본에도 어느 정도 이익이 됩니다. 그런데 우리는 이익이 없어요. 따라서 이를 완성하는 데 가장 걸림돌이 될 수 있는 게 한국이죠. 한국은 한미일 동맹으로 가면 북중러와 사이가 나빠져야 하니까요. 그런데 변수인 한국이 미국과 일본보다 더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으니 얼마나 좋을까요?

박지원: 경제적으로도 미국과 일본은 막대한 이익이 있지만, 우리나라는 아니잖아요?

김준형: 맞습니다. 사실 윤석열 대통령이 등장했을 때 중국은 내부적으로 전화위복이 될 수도 있다고 지켜봤습니다. 그런데 지금 결론적으로 러시아보다 중국이 훨씬 더 발끈하잖아요. 러시아는 공동성명에 우크라이나 무기 지원이 안 들어가서인지 한미 정상회담 이후에 잠잠합니다. 중국은 계속 반발하고 있고요. 중국 내에서 이참에 대한국 정책을 근본적으로 바꿔야지 않느냐는 움직임이 일까 우려가 됩니다. 이것이 가시화되면 제일 먼저 경제에 타격이 올 것이고, 중국과 북한은 훨씬 가까워질 겁니다.

정부가 출범하자마자 최상목 대통령실 경제수석이 “이제 중국의 활황에 기대는 시대는 끝났다”라고 했죠. 그 말이 맞는다고 해도 뱉으면 안 되는 말이거든요. 그날 주식이 폭락했습니다. 한중 관계가 나빠지면서 무역적자가 계속 쌓이고 있는데, 중국의 대한 정책이 바뀌어서 현실화되면 큰 위기가 올 수 있습니다.

박지원: 지금 중국은 사실 G2 국가로서 미국과 맞짱 뜨려고 하는 것 같아요. 룰라 브라질 대통령 불러서 “거래할 때 위안화 쓰자”고 했고, 중동 사우디 등에서도 영향력을 확대하고 있죠. 게다가 중국이 최근 경제 통계를 외국에 공유 않겠다고 했어요. 이제 깜깜이가 됩니다. 미국에서도 굉장히 걱정하더라고요. 미국과 중국이 양대 축인데 경제 통계를 공유하지 않으면 세계 경제가 어디로 떨어질지 모르게 됩니다. 아무튼 우리는 먹고사는 문제 신경 써야 합니다.

한일 회담 최대 쟁점은 후쿠시마 원전 오염수 방류?

김보협: 한미 정상회담은 저희가 사전에 우려했던 데서 한 치의 어긋남 없이 끝이 났고, 이제 남은 외교 일정들이 있잖아요. 5월 7~8일 한일 정상회담이 있고, 5월 17~21일에 일본 히로시마에서 G7 정상회의가 열리는데 이때 한미일 정상회담도 예정되어 있다고 합니다. 지난번에 김준형 이사장님이 이게 하나의 흐름이라고 했어요. 지난해 11월 프놈펜 성명부터 시작된 한미일 정상의 신냉전 재편 작업이 다음 주 한일 정상회담, 그리고 G7 회의 때 열릴 한미일 정상회담으로 완성되겠죠?

김준형: 실제 11월 프놈펜선언이 우리한테는 대외 정책의 큰 분기점이 됐습니다. 당시 한미일 안보 협력, 한미일 실시간 정보 교환 등이 부각됐는데 바로 그다음 달에 일본에서 안보법이 개정됐고, 군국화로 가는 장애물을 다 없앴습니다. 3개월 후에는 한일 강제동원 합의가 나왔어요. 이번에는 미국이 배후에 있다는 점에서 의미가 다릅니다. 결국 한일 관계가 그간 한미일 동맹의 장애물이었는데 이걸 치운 겁니다.

강제동원 합의 이후 바로 윤석열 정부가 갑작스럽게 일본으로 갔거든요. 우리가 필요해서 간 겁니다. 일본이 뭘 안겨주지 않더라도 한일 관계 복원했다는 모습을 보이기 위해서요. 이번에는 원래 G7 정상회의 다음에 한일 회담이었는데 일정을 앞당겼습니다. 지난번엔 우리가 필요했던 것처럼 이번에는 일본이 필요한 게 있습니다. 바로 후쿠시마 원전 오염수 방류 문제 해결입니다. 일본 입장에서 G7에서 이에 대해 어느 정도 설득해야 하는데, 가장 가까이 있는 한국의 이해를 구하면, 이 내용을 갖고 G7에서 다른 국가를 설득할 수 있다고 생각하는 겁니다. 반면, 우리 입장에서는 지금 정부 스타일을 감안하면 최대한 얻어낼 수 있는 건 매우 애매모호한 사과나 유감 표명을 받고 교환하거나, 일본은 아무것도 주는 것 없이 원하는 것을 가져갈 수 있다고 봅니다. 그렇게 되면 또 폭망입니다.

박지원: 한일 회담에서 윤 대통령은 김대중-오부치 선언 수준의 반성과 사과 표명을 강하게 요구해야 합니다. 일본에서 어느 정도 들어주지 않을까 그런 생각을 하고 있습니다.

김보협: 사과를 요구하면 일본은 “역대 내각의 인식을 계승한다” 이 정도 선에서 퉁치지 않을까요?

박지원: 일본이 그 정도 수준 사과하면서 후쿠시마 방류를 요구하지는 않을 것이라고 봅니다. 만약 그 정도를 받았다가는 윤석열 대통령 지지율 폭락할 겁니다.

김준형: 일본으로부터 사과를 받아냈다고 해도 후쿠시마 방류 문제를 우리가 적극적으로 동의해주잖아요? 국민들이 매우 반대하고 논란이 일 것 같아요. 안전 문제이기 때문에요.

박지원: 우려가 굉장하죠. 전국 강연을 다니는데 제주도, 전남 목포·해남·완도·진도, 부산 모두 그 문제에 예민하더라고요. 또 해산물을 먹는 전체 국민 모두 민감할 수밖에 없죠.

박지원 전 국정원장

후쿠시마 방류 동의 땐 거센 국민적 저항 직면할 것

김보협: 결국 이번 한일 정상회담에서는 후쿠시마 오염수 방류에 대해 한국이 어떤 입장을 취할 것인가가 핵심 쟁점이 될 것이라는 거네요.

김준형: 이명박 정부 때 미국산 소고기 수입 문제로 정권이 무너질 뻔하지 않았습니까? 가만 보면 보수 진영은 데자뷔가 굉장히 많아요. 이 문제는 국민에게는 역린이거든요. 사실 강제동원보다 훨씬 폭발력을 갖고 있기 때문에 정부가 대처를 잘해야 할 겁니다.

김보협: 후쿠시마 오염수 방류는 일본이 5월 정도로 계획했다가 지금 7월로 미뤄졌다고 하고요. 그리고 바닷속 수로는 이미 완공돼 방류할 준비는 다 돼 있다고 하죠?

김준형: 네. 이제는 국제적 인증을 받기 위해 G7이 중요하고요. 적극 지지는 아니어도, 일본을 애매모호하게 내버려 두는 방식으로 해주는 나라가 있으면 좋은 상황인데, 한국이 선제적으로 무언가를 해주면 일본은 더할 나위 없이 좋죠. 우리는 일본 바로 옆에 있는 나라잖아요. 우리가 내놓을 메시지는 다른 국가에게 의미가 있을 겁니다.

제가 정부를 반대하기 위해서가 아니라, 이 문제는 안 하시는 게 맞다, 이거는 절대로 합의해주면 안 된다고 강조하고 싶습니다. 만약 우리가 방류 문제 합의 안 해주면 일본도 우리에게 주는 게 없이 실제 논의는 공개되지 않은 상태에서 끝날 가능성도 있을 것 같습니다.

김보협: 일본이 기후·에너지·환경 장관회의에서 공동성명에 “일본의 투명한 노력을 환영한다”라는 문구를 넣으려다 당시에 독일 환경장관이 “우리는 합의한 적 없다”라고 항의해서 빠졌잖아요. 이번에도 일본은 아마 모호한 표현으로라도 “한국은 일본의 노력을 존중한다” 이런 식으로 넣으려고 하지 않을까 걱정됩니다. 두 분 마지막으로 하시고 싶은 말씀이 있나요?

김준형: 일본과 미국을 열심히 만났으니까, 이제는 다른 나라를 만나는 외교를 했으면 좋겠습니다.

박지원: 저는 윤석열 대통령이 야당하고도 대화했으면 좋겠습니다. 이번에 대통령실이 박광온 민주당 원내대표에게 여야 원내대표 면담을 제안했어요. 이재명 대표를 배제한 꼼수 제안이기는 하지만, 윤 대통령이 모처럼 협치의 길을 가겠다니 이 대표가 박 원내대표가 회동에 응하도록 길을 터줘 대화가 됐으면 좋겠어요. 그러면 국민들도 좀 안심할 수 있을 것이고, 야당이 사전에 한일 정상회담 우려 사항을 전달하는 계기가 될 수 있을 겁니다.

김보협: 최근 박지원의 식탁은 외교안보 이슈를 많이 다루게 됩니다. 이것이 한반도의 평화와 국민의 생명, 안전과 직결되는 문제여서 아무래도 더욱 집중하게 되는데요. 식탁 메뉴를 좀 더 풍성하게 하는 방법도 같이 고민하겠습니다. 고맙습니다.

※ 본 텍스트는 <박지원의 식탁> 방송 내용을 읽기 쉽게 정리한 것으로, 출연자의 실제 발언과 차이가 있을 수 있습니다. 보다 정확한 내용은 영상(메디치미디어 유튜브)을 통해 확인하실 수 있습니다.


초대손님 김준형은외교광장 이사장이자 한동대학교 국제어문학부 국제정치학 교수. 2019년부터 2년간 국립외교원 원장을 지냈다. 주요 관심 및 연구 분야는 한미, 미중 관계를 비롯한 동북아 국제 정치 분야이며, <영원한 동맹이라는 역설>, <코로나19 X 미국 대선, 그 이후의 세계> 등을 집필했다.

윤석열 정부 1년, 대한민국의 외교안보전략은 전무? 1부 우이독경 《아무도 행복하지 않은 나라》 영상 바로 가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