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미 회담, 경제 성과 ‘0점’·안보는 낙제 면한 수준✔ IRA·반도체법 논의 흔적 없고, 도청 문제 활용 못 해✔ 우크라·대만 언급 수위 낮지만 지원 가능성 열어놔✔ 미국의 소박한 투자 약속, 성과로 내세우긴 민망해✔ 시스템은 붕괴하고, 김태효·김건희 양대 체제 되나

<박지원의 식탁> 시즌 2 7화 방송 바로 보기

윤석열 대통령이 27일,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과 정상회담을 마치고 ‘한미 동맹 70주년 기념 한미 정상 공동성명’을 발표했다. 김준형 외교광장 이사장은 한미 회담에 대해 “안보는 최악은 피했으나 여전히 불씨가 남아 있고, 경제는 0점”이라고 평가했다. 특히 두 정상이 합의한 ‘글로벌 포괄적 전략동맹’을 거론하며 “미국이 개입하는 전쟁에 무기를 지원하거나 파병 가능성을 열어 놓은 것”이라고 우려했다. 박지원 전 청와대 비서실장 역시 “도청 문제 등을 지렛대 삼아 경제 분야 실익을 거두길 기대했으나 빈 잔이었다”라고 비판했다. ‘박지원의 식탁’ 시즌 2 7회는 미국 백악관에서 열린 한미 정상회담 결과를 평가했다.

윤 대통령, 한미 회담 전부터 대형 사고주어가 없다시즌 2

김보협: 시즌 2부터 새롭게 선보인 ‘이 주의 짤’은 이 만평입니다. 4월 26일 <한겨레> 권범철 화백이 그린 만평인데요. 윤석열 대통령이 <워싱턴포스트>와 인터뷰에서 한 "100년 전 일로 무릎 꿇으라는 거는 받아들일 수 없다"는 발언과 국민의힘의 "생략된 주어는 일본일 것"이라는 논평을 둘러싼 논란을 한 장에 담아 비판한 수작입니다.

박지원: 윤 대통령이 재미있는 정치를 하더라고요. <로이터통신>과 인터뷰를 해서 러시아와 중국을 자극해서 미국 '푸들' 노릇을 해줬잖아요. 그리고 <워싱턴포스트>와는 100년 전 이야기를 하는데, 재밌게도 국민의힘에서 주어가 없다고 반응했죠. ‘주어가 없다’ 원조는 나경원 전 대표예요. 고민정 민주당 최고위원이 ‘날리면’ 논란 때는 국민 청력 테스트를 하더니, 이번에는 읽기 능력 테스트한다고 이야기했더라고요. 대통령이 저러니 여당 참모들이 저런 말을 하죠.

김보협: 용산 대통령실에서 처음 녹취록을 낼 때 ‘저는’이라는 표현이 없었다고 해명했고, 논란 끝에 결국 인터뷰했던 기자가 ‘저는’이라는 주어가 있다고 공개했죠. <조선일보>도 재밌어요. 이번 건 도저히 방어를 해줄 수 없었던지 사설에서 “윤 대통령은 말이 너무 많아 실언이 잦을 수밖에 없다, 말은 줄이고 실천을 늘리라”고 조언을 하더라고요.

박지원: 언행일치만 해도 좋은데, 윤석열 대통령은 ‘59분’이라는 별명을 갖고 있잖아요. 1시간 대화하면 59분을 혼자 말씀하신다고…

김보협: 그런데 그게 실언일까요? 진짜 속마음이 툭툭 튀어나오는 게 아닐까 싶은데…

박지원: 실언은 아니고, <로이터통신> <워싱턴포스트> 인터뷰는 미리 계산해서 정상회담 전에 깔아버린 거라고 봐요.

김보협: 순방만 가면 사고를 쳤는데 요새는 순방 전에 외신과의 인터뷰로 큰 사고를 미리 치고 가는 게 하나의 패턴이 돼버렸어요.

박지원: 사실 정상 외교는 경제 문제와 안보 문제가 가장 크게 대두되는데, 경제 문제에 도저히 자신이 없기 때문에 안보 문제에 면역주사를 놓고 가는 것 아닌가 생각이 들었어요. 윤석열 대통령의 정치적 계산 능력이 숙달돼 가고 있어요. 그런데 왜 나쁜 방향으로 가나 아쉽습니다.

한미 회담 총평: 또 빈 잔, 그러나 최악은 피했다

김보협: 메인 이슈로 넘어가 볼까요? 오늘 우리 시각으로 4월 27일 새벽에 진행된 한미 정상회담 결과를 분석하고자 <박지원의 식탁> 준 고정 출연자 김준형 외교광장 이사장님 모셨습니다. 한미가 워싱턴 선언이라는 걸 내놨는데, 4월 27일은 5년 전 판문점 선언이 나온 날로 기억하거든요. 이번 한미 정상회담 결과를 한마디로 평가하신다면?

김준형: 또 빈 잔, 그러나 최악은 피했다. 왜냐하면 일단 우리가 얻고자 했던 현안인 IRA법안, 반도체법안에서 우리가 당장 해결해야 할 문제는 해결하지 못했을 뿐만 아니라 시도도 안 했습니다. 흔적도 없습니다.

제가 계속 미국 쪽에서 듣는 이야기가 '이 정부는 아는 단어가 확장 억제밖에 없냐'입니다. 6번째 만나는데 계속 확장 억제 노래를 불렀는데, 핵 공유 등을 얻었나? 못 얻었습니다. 미국이 자물쇠로 잠가버렸습니다. 핵 보유나 핵 공유 이야기하지 못하게 NPT(핵확산금지조약)를 준수한다고 말해서, 지금 핵 보유 주장하는 보수 세력이 엄청 부글부글할 거로 생각합니다.

김보협: 실장님도 이번 외교의 가장 중요한 두 기둥이 경제와 안보인데, 안보로 변죽을 울렸다고 말씀하셨잖아요.

박지원: 그렇죠. 제가 볼 때는 경제 문제는 완전히 0점이고, 안보 문제는 그래도 낙제점은 면했다. 확장 억제, 핵우산은 한다는 거 아니에요? 그런데 이것이 조금 더 강화된 수준이에요. 또 과거에는 늘 강화를 하면서도 북한의 비핵화, 전쟁 방지 등 대화로 외교로 한다는 이야기가 있었는데 완전히 빠져버렸어요. 그래서 오히려 전쟁의 위기가 더 강화됐다 봅니다. 저는 가장 큰 소득은 보수 세력이 핵무장을 요구해왔는데, 미국이 “NPT 준수” 이러면서 막아버린 거예요. 저는 소득이 있기 때문에 60점은 된다고 봐요.

박지원 전 국정원장

도청 문제, 미국 입장 변호한 윤 대통령한일 회담과 판박이

김준형: 결과적으로 다행인데요. 다만 늘 우리는 주고 저쪽의 선의에 기대는, 한일 회담과 똑같은 방식으로 외교를 하고 있거든요. 오죽하면 미국 기자들이 답답해서 두 번이나 도청 문제를 언급했죠. 한국에 해가 되는 거 아니냐고 질문을 했는데도 우리가 오히려 미국의 변호사가 되고, 바이든은 그냥 아무 말 없이 가버렸죠.

박지원: 한일 정상회담에서 기시다 총리가 위안부는 끝났다, 독도는 일본의 고유 영토다, 라고 했는데, 묵묵부답했다는 거 아니에요? 똑같습니다.

김준형: 그렇죠. 도청 문제 어떻게 논의했냐 물으니 “논의했다. 상호 공유하고 있다”, 이렇게 답변했잖아요. 우리 입장은 하나도 이야기 안 한 거예요. 저는 도청 문제는 미국 당사자가 이야기하도록 넘겼어야 했고 봐요. 당사자가 이야기하게 만들면 해명이라도 할 거 아니에요. 그런데 자기가 앞장서서 방패 역할을 하고 있어요.

박지원: 미국 <NBC> 기자가 친구 간에 도청하느냐고 물으니까 윤 대통령이 “한미 신뢰는 돈독하다”라고 답했어요. 우리 국민이, 미국 국민이 다 보고 있는데, 주권 국가 대통령으로서 “굉장히 유감스럽다. 앞으로 절대 하지 말아야 한다” 정도는 말했어야죠.

김준형: 사실은 도청 건으로 미국이 우리에게 빚을 진 거잖아요. 미국은 시인했으니 이를 지렛대로 삼아 다른 걸 받아낼 생각을 해야 하는데, 이걸 다 버렸어요. 제가 보기에 윤 대통령은 미국의 변호사, 일본의 변호사입니다.

글로벌 포괄적 전략동맹? 유사시 국군 파병 가능성 열려

김보협: 대통령실이 한미 정상회담 성과라며 내놓은 자료를 보면 ‘굳건한 군사·안보 협력을 바탕으로, 지역·글로벌 차원에서 한미 간 포괄적 분야의 전략적 협력을 본격 강화하기로 합의했다’는데, 이게 무슨 말인가요?

김준형: 이 내용은 조금 심각합니다. 최악은 면했지만, 여전히 불씨가 살아 있다고 생각하는 부분이 그 부분입니다. ‘글로벌 포괄적 전략동맹’이라는 주제어가 나옵니다. 이명박 정부 때 처음 나온 표현인데요. 노무현 정부의 ‘전략적 유연성’을 거부하는 차원에서 나온 이야기입니다. 노무현 정부 당시 주한미군이 다른 지역에 동원되면 한반도가 주한미군의 기지가 돼 우리도 미국 전쟁에 연루될 수 있다고 해서 끝까지 반대했고, 마지막에 우리의 동의를 얻어야 한다는 조건을 붙여서 겨우 통과합니다.

이 논의를 깡그리 무시하는 것이 바로 글로벌 포괄적 전략동맹입니다. 한국이 이제는 미국의 보호를 받는 동맹이 아니라, 미국의 전략에 참여하는 동맹이 된다는 이야기죠. 듣기는 그럴싸한데, 이는 우리가 미국의 세계 개입에 동원되고 심하게 말해 용병이 될 수 있는 길이 열리는 겁니다. 한국군의 동원 가능성을 열어 놓은 겁니다. 박근혜 정부 때도 강조됐고, 작년 바이든 방문 때도 강조됐고, 이번에는 구체화해서 올라왔습니다. 이번 회담에서 한미일, 우크라이나, 대만 문제를 언급했어요. 한국이 앞으로 미국을 위해 이들 문제를 다루겠다고 이야기했기 때문에 당장은 우크라이나 무기 지원이나 대만 문제 발언 수위가 낮아져서 최악은 면했지만, 불씨는 남아 있다고 봅니다.

박지원: 저는 현재는 경제 0점, 안보 60점 정도 되는데, 디테일이 나오면 보통 문제가 아닐 겁니다.

김보협: 정리하면 '글로벌 포괄적 전략동맹 + 우크라이나 + 대만' 하면 한미일이 무기 지원을 할 수 있고, 최악의 경우 파병도 할 수 있다?

김준형: 더 큰 문제는, 미국이 핵은 우리가 못 건드리게 했잖아요. 그런데 재래식 무기를 동원하는 명령 체계를 다 일치시키는 것도 문제입니다. 그러니까 한미일 명령 체계를 일치시키면 전체가 한 몸처럼 움직이게 됩니다. 결국 우리가 개입될 수밖에 없는 거죠. 최근 미국의 퇴역 장성이나 고위 관료들이 “대만 유사시에 한국이나 일본이 투입될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자꾸 던집니다. 이와 연결했을 때 대만이나 우크라이나 문제로 한러·한중 관계가 망가지는 건 물론이고, 미국의 압박도 계속 경험할 겁니다.

박지원: 한반도에 강화된 전략자산을 정기 출격한다는 내용도 있는데, 우리가 요구해서 진행하면 비용은 우리가 대는 거죠?

김준형: 미국이 자기 스케줄대로 파견하면 미국이 대는데, 이게 정기화되면 미국이 우리에게 돈 받고 훈련하는 겁니다. 더 안 좋은 것은 미 전략자산이 동해를 왔다 갔다 해보십시오. 동북아 긴장도가 상승합니다. 북한뿐만 아니라 중국과 러시아도 반응할 겁니다. 한반도 디스카운트는 커지는 거예요.

김준형 외교광장 이사장

보수, 핵 보유 집착에서 벗어나야나토 핵 공유도 결정권은 미국에

김보협: 한반도를 포함한 동북아시아가 화약고가 될 수 있겠네요. 알겠습니다. 핵과 관련해서도 차관급에서 장관급 2+2로 격상해 공동으로 운용하고 연습한다는데요. 나토에 준하는 협의체를 만든다는 이야기인가요?

김준형: 김태효 안보실 1차장 등은 미국의 핵을 한국이 공동 운영해야 한다는 야망이 컸습니다. 거기에는 전제가 있죠. 북한이 핵을 사용했을 때, 우리도 공격을 할 수 있도록 하자는 거죠. 왜 이런 이야기가 나왔냐면 보수 내부에서 한미 동맹을 못 믿는 겁니다. 북한이 남한을 핵으로 공격했을 때, 미국은 본토를 공격받을까 무서워 개입을 안 할 것이라는 의심이 생긴 거죠. 따라서 우리도 핵을 가져야 한다는 ‘핵 보유론’을 계속 띄웠습니다.

김보협: 자체 핵을 보유하거나 아니면 미국의 전술핵을 받아놔야 한다?

김준형: 예. 공유·배치·개발 3종 세트인데, 최소한 공유는 받아내야 한다는 게 이들의 목적이었어요. 그런데 미국은 안 된다고 하거든요. 그런데 지난주에도 김태효 1차장이 나토보다 더 강력한 핵 운영을 제도화시키겠다며 군불을 땠습니다. 하지만 미국이 해줄 리가 없죠. 기구 자체가 유럽은 'P'고 우리는 'C'입니다.

김보협: 안 그래도 여쭤보려 했어요. 나토는 NPG(Nuclear Planning Group)이고, 우리와 만들겠다는 건 NCG(Nuclear Consultative Group) 이더라고요.

김준형: 'Consultative'는 자문, 참조라고 생각하시면 돼요. 이게 나토보다 강하다는 건 말이 안 되는데 처음에 그렇게 과장해 띄웠어요. 하지만 미국은 NPT 언급했고, NCG도 사실상 자문그룹에 불과합니다. 그리고 사실 유럽도 핵 결정권이 미국에 있어요. 여기에 집착하는 것 자체가 편집증적이라고 생각합니다.

박지원: 나토에 현재 핵이 5개 나라에 있죠? 그런데 결정권은 미국 대통령에게 있어요. 나토가 핵을 갖고 있는 게 아닙니다. 핵 공유를 하더라도 별로 의미가 없습니다. 다만 미국이 핵 보유 안 된다고 선을 그어준 건 차라리 잘된 거죠.

김보협: 이 결과를 보고 한국의 핵무장을 주장하는 보수 세력들은 몹시 실망하겠죠.

우크라 무기 지원? 한러 관계 넘어 북핵 리스크 커질 우려 있어

김보협: 우크라이나 무기 지원 관련해서는 아직 가능성이 있다고 보시나요?

박지원: 제가 볼 때는 확실하게 지원한다, 이걸 약속한 거예요. 성명에는 빠졌지만 지원하기로 된 거예요.

김준형: 말씀하신 것처럼 쪼잔하게 뒤에 붙여놨습니다. 안보 항목에 들어가 있습니다. 자극적인 문장만 뺀 거죠. 우크라이나 무기 지원 불씨 살아 있습니다.

박지원: 저는 가장 큰 문제가 우크라이나에 지금도 간접 지원하고 있지만, 직접 무기를 지원했을 때는 푸틴 말대로 참전과 똑같다는 겁니다. 그렇다면 한러 관계는 끝나는 거 아니에요? 사실 우리나라가 노태우 정부 당시 재래식 무기 현대화 사업을 할 때, 러시아가 북한은 지원하지 않고 우리를 지원해서 우리의 무기가 북한보다 앞섰어요. 그게 '불곰 사업'이에요. 저는 우리가 우크라이나에 무기를 지원하면 푸틴이 북한의 미진한 핵 개발을 도울까 걱정이에요.

김준형: 말씀하신 것처럼 북한 핵 완성도가 95% 수준이라고 이야기합니다. 마지막 5%가 재진입 같은 마지막 난관인데요. 러시아에서 핵 과학자 5명만 보내면 다 해결해 줄 수 있습니다. 만약 우리가 우크라이나에 무기 지원을 하면 러시아가 북한이 핵 개발의 마지막 난관을 쉽게 넘을 수 있도록 도울 겁니다.

김보협: 한미일 너희끼리 노니까 러시아가 나도 북에 핵기술 개발 지원하겠다, 해버린다는?

김준형: 푸틴이 경고를 했는데도 하잖아요. 그럼 러시아의 행동이 정당화되잖아요. 왜 우리가 빌미를 줍니까?

대만 문제 갈등 불씨도 남아… 대중 무역 적자 커질 것

김보협: 대만 문제는요? 일단 공동성명에는 ‘대만 해협의 평화와 안정을 바란다, 인도태평양 지역 무력에 의한 현상 변경에는 반대한다’ 정도로 나왔어요.

김준형: 여기도 꼼수가 포함돼 있어요. 2021년 5월 25일에 문재인-바이든 마지막 공동성명이 있었습니다. 많은 사람이 그때 공동성명이 최고의 공동성명이라고 하죠. 미국이 그때도 계속 우리에게 남중국해에 대한 중국 문제를 적시하라고 압박했어요. 그런데 우리가 한중 관계 망친다고 거절했거든요. 미국이 그러면 우리는 판문점 선언, 싱가포르 선언 추인 안 한다고 대응했어요. 그래서 우리가 타협해 ‘대만 해협의 평화와 안정을 바란다’는 내용을 집어넣었던 겁니다.

중국 역시 대한반도 3원칙 가운데 첫 번째가 ‘한반도의 평화와 안정’입니다. 반발하기 어렵죠. 그렇게 막아낸 겁니다. 그런데 거기에 더해 이번엔 뒤에 인도태평양 지역의 무력에 의한 현상 변경이라고 붙여 놨어요. 이것 역시 불씨가 살아있는 거예요.

박지원: 대만 문제를 건드려 중국을 자극한 것은 경제적으로 엄청난 타격이 올 겁니다. 지금 공급망에서 타격이 오고 있어요. 금년 1분기 무역적자가 224억 달러입니다. 그 중 대중 무역 달러 적자가 78억8000만 달러입니다. 또 4월 20일까지 20일 사이에 266억 달러로 적자가 42억 달러가 더 늘었더라고요. 4월 말에는 300억 달러 적자가 나는데, 우리의 가장 큰 흑자 대상국 중국이 적자로 바뀌어버렸단 말이에요. 그러니까 우리는 경제적으로 엄청난 부담을 져야 하는 거죠.

김보협: 안보 분야 정리하고 넘어가겠습니다. 일단 미국이 한국은 핵 보유나 자체 개발할 생각하지 말라고 선을 분명하게 그었다는 점에서는 긍정적이다, 하지만 우크라이나, 대만 문제가 아직 남아 있어서 앞으로 꼼꼼히 살펴봐야 된다는 말씀이었습니다.

김보협 진행자

투자 약속보다 중요한 경제성과는 IRA법안 문제 해결

김보협: 경제로 넘어가면요. 대통령실이 넷플릭스 포함해 59억 달러, 우리 돈 약 7조 원대 투자를 약속받았다고 자랑했어요. 근데 작년 바이든 대통령이 왔을 때, 우리 4대 기업이 미국에 투자한 액수가 1000억 달러, 우리 돈으로 133조 원이거든요. 미국 기업들로부터 소박한 투자 약속을 받아 놓고, 그걸 성과로 내세우는 건 좀 민망하지 않나요?

김준형: 미국은 우리 팔을 비틀어서 투자를 가져간 거고, 넷플릭스와 코닝사는 그들이 원해서 투자하겠다고 찾아온 걸 우리가 발표한 것뿐입니다. 넷플릭스야 K-콘텐츠로 가장 돈벌이를 잘하고 있는 곳이 한국인데 당연히 그 정도는 하죠. 액수 차이 뿐만 아니라 근본적으로 다른 성격의 투자입니다. 사실 미국과 협상해서 IRA법안이나 배터리 문제에 대해 한국 예외 조항을 얻어내는 것이 진짜 경제적 성과죠.

박지원: 방미 하루 만에 7개 미국 기업에서 44억 달러 투자 유치했다, 어제는 보니 코닝까지 해서 59억 달러를 유치했다 하더라고요. 반면, 이번에 우리나라 기업이 얼마나 투자하고 오는지는 아직 발표가 안 됐어요. 저는 우리나라 기업도 투자하는 건 좋다고 봐요. 그런데 투자를 하더라도 미국이 “우리 못 팔면 너희도 팔지 마” 이런 건 안 했으면 좋겠다, 이 말이죠.

김보협: 한미 두 정상에게 한국과 미국 기자 모두 IRA법이나 반도체법이 동맹국에 너무 손해 끼치는 거 아니냐? 라고 질문했죠. 바이든 대통령은 “미국의 반도체 점유율을 높여야 한다. 그리고 한국이 손해 보는 일은 없을 것이다. 윈-윈이다” 이렇게 이야기하는데, 그건 윈-윈이 아니잖아요.

김준형: 제가 대통령과 방미하는 기자들과 방미 전에 식사를 했어요. 무슨 질문을 했으면 좋겠느냐 묻기에 질문을 줬습니다. 미국이 중국의 반칙 행위 때문에 공급망에서 대중국 보호주의를 하는 것은 정당하다, 그런데 왜 진영 내에서 미국은 보호주의를 하는가? 미국이 우리의 도움을 받는데 같은 편한테 보호주의 하는 게 맞는가? 이런 질문을 줬더니 하겠다고 했거든요.

즉, 미국도 한국의 도움이 필요한데 한국의 손해가 되는 법을 왜 안 고치느냐 이거죠. 사실 윤 대통령이 직접 따지고 예외조항을 받아와야 했어요. 한국 기업이 미국에 투자하는 대신 손해 보는 일은 없어야 된다고 했어야죠.

박지원: 기업에서 주장하기에는 한계가 있어요. 그러니 정부가 나서줘야 하는 거예요. 윤 대통령이 주권 국가 국가원수로서 문제 해결하기 위해 갔지, 폼 잡으러 간 건 아니잖아요?

미국 따라 돌격 앞으로하면 뒤에 아무도 없어

김보협: 두 분 모두 도청 문제, 투자 등 우리가 유리한 문제를 지렛대로 삼아서 얻을 건 얻어야 했다고 말씀하시는데, 윤 대통령은 아무 말을 안 해요.

박지원: 트럼프 대통령이 '아메리카 퍼스트' 정책을 펼칠 때, 저는 줄기차게 국회에서 '코리안 퍼스트' 정책을 언급하라고 했어요. 우리는 자동차 등 사실상 조립 품목을 미국에 수출해서 먹고 사는데요. 미국으로부터 우리가 막대한 무기를 사 오는 것은 무역고에 안 잡혀요.

김준형: 맞습니다. 대미 무역 흑자라는데 실제로 무기 합치면 적자입니다.

박지원: 그래서 우리가 매년 미국으로부터 사 오는 무기 수입액을 밝혀 미국 정부에 제시하면서 ‘우리는 조립품 팔고, 너희 알짜배기 사 오지 않느냐?’라고 주장하라고 했는데 못 하더라고요. 보세요. 시진핑은 바이든이 저러고 있는 사이에 세계 외교 다 하고 있잖아요. 프랑스가 에어버스를 못 파니까 2012년도에 와서 300대를 팔았죠, 이번에도 마크롱이 160대를 팔아먹더라고요.

김보협: 마크롱 대통령은 “중국과 관계 단절은 없다. 우리는 경제적으로 이득은 취해야 한다”고 말했죠.

박지원: 논두렁 걷는 소가 미국 풀도 먹고 중국 풀도 먹자 이건데, 미국은 미국 풀만 먹으라고 압박하고 있죠. 그럼 우리나라는 영양실조 걸려서 못 산다니까요? 최근 미국이 G7 국가에 러시아와 무역 거래 중지하라고 제안했는데, 일본과 EU가 반발했다는 보도가 나왔습니다. 만약 이를 제안하려면 미국도 무역 안 해야 할 거 아니에요? 그런데 작년 미중 갈등 속에서도 미중 무역고가 역대 최고였어요. 중국도 대만과 싸우면서도 우리나라에 수출하던 것을 지금 대만에 다 팔고 있더라고요. 그런데 우리는 뭐하냐? 이겁니다. 대한민국 '영업사원 1호'가 정말 해야 할 일을 하고 있느냐는 거죠.

김준형: 지금 대만에서도 미국이 대만 문제를 자꾸 언급하니까 이를 ‘워싱턴 리스크’라고 부릅니다. 대만은 지금 워싱턴 리스크가 커지는 게 달갑지 않다고 하잖아요. 그런데 우리는 불 속으로 앞장서 들어가고 있어요. 미국이 가라 해서 “돌격 앞으로!” 했는데, 뒤돌아보면 미국도 없어요. 우리만 혼자 달리고 있고요.

김보협: 그밖에 공개적인 일정 가운데 눈길을 끈 장면은 없었나요?

박지원: 대통령실이 넷플릭스 투자 관련 내용을 김건희 여사에게 보고했다는데, 이건 국정 개입이에요. 제2의 최순실 사태가 떠올랐어요. 영부인이 문화예술 계통에 있었으니까 말씀드릴 수 있어요. 그런데 왜 그러한 내용을 국민에게 발표하나요? 대통령실 수준 이하입니다.

김준형: 제가 최근에 안보실 난맥상이나 의전 문제 등을 보면서 내린 결론이 이겁니다. 친미·친일 콘텐츠 담당하는 건 김태효 안보실 1차장이고, 그 외 모든 의전 등 다른 문제는 영부인의 사람들이 하고 있다… 김 여사가 계속 카메라 센터에 위치한다던가, 넷플릭스 투자 관련 보고를 받는다는 것은 실제로 그 사람들이 장악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봅니다. 시스템이 다 붕괴되고 콘텐츠는 김태효 1차장에 의해 독주하고, 형식은 영부인 쪽에서 독주하고 있다. 이렇게 봅니다.

자기 자랑에 한국 이용한 바이든 대통령

김보협: 마지막으로 저는 그게 정말 이상했어요. 존 커비 백악관 NSC 전략소통조정관이 우리 기자들 있는 프레스센터 와서 정상회담 관련 브리핑을 했잖아요. 제가 문재인 정부 청와대 출입기자를 하며 여러 나라 순방을 가봤지만 그 나라 고위 인사가 와서 브리핑한 전례가 없거든요? 국빈 초청에 따른 배려라고 해야 하나요? 아니면 속국 같은 동맹 언론인에게는 당연히 그래도 된다고 봤을까요?

박지원: 저도 김대중 대통령 때 국빈 방문 몇 번 수행해봤는데, 그런 적은 없었던 것 같은데…

김준형: 저도 못 본 것 같습니다.

김보협: 그리고 또 해프닝 중 하나는 백악관이 정상회담이 열리지도 않았는데, 주요 내용을 언론에 먼저 공개해 버렸거든요. 보통은 양국 기자들이 동일한 시간에 기사 쓸 수 있게 엠바고를 설정하는데 이것도 전략이었을까요?

김준형: 저는 전략으로 보입니다. 왜냐하면 일단 포장했잖아요. 국빈이니까 예우 차원에서 직접 소통한다, 이거는 겉으로 내세운 거고, 언론에 쓰는 방향에 대한 암묵적 가이드 라인을 제시했다 봅니다.

박지원: 김준형 이사장 해석에 동의합니다. 미국 입장에서 브리핑해서 기사화되게끔 한 거 아닌가, 저도 그렇게 봅니다.

김보협: 또 존 커비 조정관이 이 얘기는 꼭 얘기해야겠다면서 “한일 관계 개선에 나서줘서 윤 대통령 정말 고맙다, 앞으로도 잘해 달라”고 했잖아요?

박지원: 그런 이야기도 얼마든지 할 수 있어요. 그런데 한일 관계를 위해 바이든이 역할을 했다, 이런 이야기를 덧붙였더라고요. 시키는 대로 잘해줘서 고맙다는 뉘앙스인가요? 뭐예요, 도대체?

김보협: 미국이 짜 놓은 판에서 윤 대통령이 잘 해줬다는 거죠? 이제 남은 일정은 만찬과 하버드 대학 강연 및 대담, 미국 상·하원 의회 연설 등이네요. 오늘은 27일 새벽에 끝난 한미 정상회담 긴급하게 분석해봤습니다. 아직 공개되지 않은 내용들, 뒷얘기 등이 더 나오지 않을까 싶어서 다음 주에 한 차례 더 분석하고 전망하는 자리를 만들어야 하지 않을까 싶습니다. 오늘 이야기 감사합니다.

※ 본 텍스트는 <박지원의 식탁> 방송 내용을 읽기 쉽게 정리한 것으로, 출연자의 실제 발언과 차이가 있을 수 있습니다. 보다 정확한 내용은 영상(메디치미디어 유튜브)을 통해 확인하실 수 있습니다.


초대손님 김준형은외교광장 이사장이자 한동대학교 국제어문학부 국제정치학 교수. 2019년부터 2년간 국립외교원 원장을 지냈다. 주요 관심 및 연구 분야는 한미, 미중 관계를 비롯한 동북아 국제 정치 분야이며, <영원한 동맹이라는 역설>, <코로나19 X 미국 대선, 그 이후의 세계> 등을 집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