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권력을 정의가 아닌 사적 이익을 위해 남용하는 검찰 정권✔ 시민의 투쟁으로 확보한 검찰권, 정의에 기초해 사용되어야✔ 성직자는 정치적이면 안 된다? 예수도 '불의한 권력자' 질타✔ 회개 없는 일본 껴안은 윤 대통령, 안중근 의사가 꾸짖을 것✔ 윤석열 대통령은 우리 시대의 십자가, 5년간 짊어지고 가야

<박지원의 식탁> 시즌 2 5화 방송 바로 보기

1970년대 이래 독재 정권에 맞섰던 민주화 원로들이 다시 한번 뭉쳤다. 그들은 지난 3월 1일, 3·1운동 104돌을 맞아 기미독립선언문이 낭독됐던 서울 종로 탑골공원에서 ‘대한국민 주권선언’을 선포했다. 훼손되고 있는 국민 주권을 회복해야 한다는 것이다. 선포 주체는 ‘검찰 독재와 민생 파탄, 전쟁 위기를 막기 위한 비상시국회의’. 결성을 주도한 함세웅 신부는 윤석열 정부를 향해 “시민이 검찰을 바로 세워줬더니 그 권력을 공공의 이익이 아닌 사익을 위해 쓰고 있다”고 비판한다. 이들은 왜 다시 거리로 나섰을까? ‘박지원의 식탁’ 시즌 2 5회에서는 함세웅 신부를 모시고, 비상시국회의와 정의구현사제단이 왜 윤석열 대통령 퇴진을 촉구하고 있는지 들어봤다.

도청한 미국은 인정하는데, 한국 정부는 부인하는 아이러니

김보협: 시즌 2부터 새롭게 선보이는 ‘이주의 짤’. 주인공은 김태효 국가안보실 1차장입니다.

박지원: 제가 제일 안 좋아하는 사람입니다. MB정부의 외교와 대북 정책을 망쳐서 쫓겨났던 사람입니다. 아크로비스타에서 윤석열 대통령과 함께 산다는 이유로 다시 발탁돼, 지금 우리나라 외교·대북 정책을 전부 '강 대 강' 구도로 몰아가는 사람입니다.

김보협: 이 사진은 어제 미국 워싱턴에 도착해 현지 특파원들과 질의응답하는 장면입니다. 미국 CIA 도청 의혹과 관련해 “악의적 정황은 없는 것으로 보인다”는 말을 해 뭇매를 맞고 있어요.

박지원: 도청이 불법인데, 어떻게 선의가 있습니까?

김보협: 그러니까요. 동맹국이 도청을 하면 악의가 아닌 건가요?

박지원: 그리고 김태효 차장이 기자가 질문을 하니 “왜 똑같은 질문합니까? 저 가겠습니다”라고 했다면서요. 오만한 사람은 반드시 실패하는데, 대통령에게 배워서 그런 것 같아요. 윤석열 대통령이 <MBC>의 ‘비속어 논란’ 보도를 갖고 MBC 기자에게 “전용기 타지 마!” 했던 일과 똑같잖아요.

김보협: 특파원 중 한 분과 연락해 분위기가 어떠냐 물어보니, 김태효 차장이 일정 마치고 특파원들에게 사과하는 시간을 갖겠다고 말을 했나 봐요.

박지원: 그건 윤석열 대통령보다 훨씬 훌륭하네요. 사과도 하고. 윤 대통령 특징은 반성과 사과를 하지 않는다는 거예요. 이태원 압사 사고로 159명의 목숨이 국가의 잘못으로 스러졌는데, 사과하지 않죠. 상대적으로 그리스를 보세요. 47명이 철도 사고로 사망하니까 바로 교통부 장관이 사표를 내고 총리가 나서서 대국민 사과를 하며 수습을 하자고 말하잖아요.

김보협: 이번 미국 도청 의혹 사건에 대해 우리 정부의 입장이 왔다 갔다 하고 있습니다. 정리가 되십니까?

박지원: 오스틴 미 국방장관이 (도청을) 사실상 인정했잖아요. 심각하게 보고 있고, 한국 고위급과 논의하고 있다고 말했죠. 10일 파텔 미 국무부 부대변인도 유감을 표명하면서 한국 정부 고위급과 대화하고 있다고 했죠. 도청한 미국은 인정하고 있는데, 당한 우리는 안 당했다? 우리 국민을 뭐로 보는 거예요?

도청 문제, 미국과의 회담에서 지렛대로 활용해야

김보협: 이번 사안에 대해 우리 대통령실 설명이 말이 안 되는 거 같아 미국 쪽 입장을 원문으로 봤습니다. 존 커비 국가안전보장회의 전략소통관이 기자들 앞에서 브리핑한 자료를 보면요. “There is no excuse for these kinds of documents to be in the public domain.” 즉, 이런 문서들이 공개된 영역에 노출된다는 것에는 변명의 여지가 없다는 뜻입니다. 그런데도 우리는 아직도 도청당했는지 아닌지 흐리멍덩하게 설명하니까.

박지원: 물론 미국 정부에서 부인한다면 우리도 부인해줘야 돼요. 한미 동맹의 근간을 헤치는 것은 옳지 않습니다. 그렇지만 우리가 주권 국가로서 강력한 재발 방지를 요구하는 것이 당연합니다. 윤 대통령이 한일 정상회담에서 “위안부 끝, 독도는 일본 땅” 기시다 총리의 이야기를 꿀 먹은 벙어리처럼 듣고 오니까 외교청서에서 그렇게 표시하잖아요. 그리고 후쿠시마 수산물 수입 문제를 국민들 상대로 설득하겠다? 이게 불신을 초래하는 거예요.

미국에 가서 윤석열 대통령은 이번 사안을 지렛대로 활용해서 '미국에서 원하는 우크라이나 무기를 절대 지원할 수 없다. 우리 국민 감정이 굉장히 심각하다'고 이야기해야 합니다. 그런 외교를 해야지. 비판하니 “가짜뉴스다. 반국가단체다” 운운하는 것은 대통령이 하실 말씀이 아닙니다. 또 당하는 겁니다.

김보협: 한미 정상회담이 2주 정도 남았잖아요. 회담에서 이 사안에 대해 이야기가 나오기는 하겠죠. 그때 윤 대통령이 “아니, 하문하시면 다 알려드릴텐데 뭘 수고스럽게 엿듣고 그러십니까?” 이럴까 봐 걱정이 돼요.

박지원: 국빈 방문한다는 이야기가 올해 초에 나올 때부터 제가 수차례 “미국에는 공짜 점심이 없다는 표현을 많이 쓰는데, 이번에 윤석열 대통령이 엄청나게 비싼 점심 값을 치르고 올 것 같다”고 말했어요. 현재 문제가 되는 전기차, 반도체, 배터리 문제도 중요하지만, 우크라이나 무기를 지원하는 것은 한러 관계를 또 박살내는 일이기 때문에 절대로 무기를 지원해서는 안 된다, 차라리 현금이나 인도적 지원을 하는 것이 옳다, 고도 말했습니다. 그런데 이번 도청 공개로 우크라이나 무기 지원 논의가 사실이 됐잖아요. 저는 지원할 것 같아요. 윤석열 대통령이 바이든 대통령에게 “기왕 공개돼 얻어맞았는데 그냥 하겠습니다”라고 하는 건 아닐지.

김보협: 오히려 이걸 지렛대 삼아서 ‘그거는 절대 안 됩니다. 참아주세요. 저 돌아가면 죽습니다.’ 이런 식으로 사정을 해서라도 막아야 되는데.

박지원: 야당과 언론의 비판을 지렛대로 삼아서 활용해야 되는데, 굴복의 방법으로 사용한다면 우리나라 외교가 어떻게 될는지. 아무튼 현재 경제가 이 모양인데, 우리 경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정치, 외교를 풀어내야 하는데, 둘 다 망치고 있잖아요.

오늘 일어난 코미디도 있죠. 홍준표 대구시장을 국민의힘 상임고문에서 해촉하고, 전광훈 목사를 역시 껴안더라고요. 제가 이야기했듯이 국민의힘 당내 서열 1위는 윤석열 총재, 2위는 전광훈 부총재, 3위는 김기현 대표다. 딱 증명하는 사건이에요. 진짜 윤석열 대통령은 무서운 분이에요. 전당대회 때도 이준석, 유승민, 나경원, 안철수 다 쳐냈잖아요. 홍 시장을 해촉하면서 내세운 명분이 ‘국민의힘은 현직 단체장한테는 상임고문을 주지 않는다’였다고 들었어요. 그러면 지금까지는 왜 유지됐던 거예요?

박지원 전 국정원장

검찰 독재·민생 파탄 막기 위해 나서다

김보협: 몸풀기는 이 정도로 하고요. 오늘 정말 모시기 힘든 분을 모셨습니다. 함세웅 신부님입니다. 1970년대 박정희 정권 때부터 독재와 싸우셨거든요. 50년이 넘은 거잖아요. 주임신부직 내려놓으신 지도 10년이 넘었으니 이제 좀 쉬셔도 되는데, 세상이 이 모양이다 보니 신부님을 다시 거리에 나오게 만들어 죄송했습니다. 오늘 그 얘기를 자세히 듣고 싶어서 모셨어요. 검찰 독재에 맞서 싸워야 한다면서 올 초에 ‘검찰 독재와 민생 파탄·전쟁 위기를 막기 위한 비상시국회의’를 만드셨잖아요. 그 말씀을 듣고 싶습니다.

함세웅: 윤석열 정부에 처음에는 그래도 기대를 했어요. 검사 시절에 나름대로 하신 일이 있으니까. 그러다 이태원에서 청년들이 희생됐는데, 일 처리하는 것을 보고 '이분에게는 공공성이 없구나. 모든 일을 사적으로 처리하는구나'라는 걸 확인했습니다. 또 검사 시절에 세월호 관련 내용을 처리했던 경험을 역으로 이용해 어떻게 하면 법망에 걸리지 않을까, 어떻게 하면 책임을 면할 수 있을까,를 가장 먼저 고민하는 것으로 보이더라고요. 은폐가 목적인 거예요. 이를 목격하며 윤 대통령은 위험한 사람이구나, 이런 분이 공적 책무를 맡으면 안 되겠다 생각하고 있었습니다.

그러던 중 저, 박석무 다산연구소 이사장, 이부영 전 자유언론실천재단 이사장, 임헌영 민족문제연구소장까지 4명이 지난해 가을에 내장사를 둘러보고, 선운사에서 함께 잠을 자게 됐습니다. 잠자기 전에 대화를 나누며 “불당에 와서 민족사와 함께 무언가 해야 하지 않겠나. 우리의 체험을 기초로 후학들에게 무언가 메시지를 전하자”라고 의견을 모았습니다. 그러자 후배 되는 분들께서 “아래에서부터 올라오는 민중의 뜻을 받는 유형의 운동을 펼쳐야 한다”고 하더라고요. 그래서 3월 1일 독립선언일 기점으로 3~4개월 준비하며 전국적으로 많은 분이 함께할 수 있는 토대를 마련하기로 했어요.

1월에 저희 세대 각 분야 언론인, 문인, 법조인, 종교인 등 80여 명이 모여 비상시국회의를 만들어 검찰 독재, 민생 파탄, 남북전쟁 위기를 막자고 제안했습니다. 이게 비상시국회의를 형성하게 된 계기입니다. 오는 5월 9일 윤석열 취임 1주년을 기해서 공식 발족을 목적으로 진행하고 있습니다.

검찰 독재 타파 넘어 국민주권 회복해야

김보협: 올해 104돌을 맞은 3·1절에는 기미독립선언서 낭독이 있었던 서울 종로 탑골공원에서 ‘대한국민 주권선언 선포식’을 열었는데요. 제목에는 '우리 국민의 주권이 심하게 훼손되고 있다'는 의미가 담겨 있는 거죠?

함세웅:  예. 행사를 준비한 주체가 국민주권연구원 실무자였어요. 그분들이 주제를 검찰 독재 타파를 넘어 국민주권 확인을 강하게 주장했으면 좋겠다고 해, 그 의견을 들어 일곱 가지를 정리했어요. △국민주권 실현 △언론주권 확립 △경제주권 확장 △노동주권 보장 △민생주권 확보 △민족주권·평화주권 확립 △생명주권 존중까지 여러 분야에서 우리 국민이 주체가 되는 공동체를 형성해야 된다는 거죠.

대통령을 비롯한 모든 공직자는 공복, 심부름꾼, 일꾼들이에요. 일꾼들의 한계를 깨닫도록 해야겠다는 뜻을 모아서 김상근 목사가 역사적 관점에서 걸어온 길을 펼쳐 말씀해주셨습니다. 저는 개인적으로 3·1 독립선언 당시 선열들의 삶을 현재화시키자, 과거를 단순히 기억하는 것이 아니라 그분들의 가르침과 삶을 현실에서 재현하고 더 아름다운 미래를 이끌어내자는 측면에서 말씀을 드렸습니다.

한 가지 여담입니다만, 대통령이 서울대 법대에서 공부할 때 상법을 가르친 양승규 서울대 교수님께 직접 전화를 드렸어요. “교수님. 3·1절을 맞아 대통령께 하고 싶으신 말씀 해주세요"라고 했더니 잠시 생각하다 “정직해라. 어린 시절에 법학도로서 배웠을 순수한 정신을 항상 생각하고, 정직해야 한다.” 이렇게 말씀하신 거예요.

김보협: 그러니까 신부님을 통해서 간접적으로 옛 제자였던 윤 대통령에게 경고를 한 거네요.

함세웅: 대통령이 정직하지는 않잖아요. 그 부분이 마음이 아픕니다. 현재 국민주권연구원에 있는 분들이 전국 20여 곳 도시에서 조직을 하고 있습니다. 각자 도시와 지역 (형편)에 맞게 지역민 중심으로 조직하고, 사제들은 잘 일할 수 있도록 뒤에서 기도해 드리고 구심점이 될 수 있도록 돕고 있습니다.

함세웅 신부

검찰권 확보는 민주주의 결과물… 정의에 기초해 사용돼야

김보협: 비상시국회의 결성 때였나요? 신부님이 독재에 부역했던 우리나라 검찰의 역사를 쭉 말씀하시면서 “지금은 개가 주인을 무는 격”이라고 하신 게 인상적이었습니다.

함세웅: 조금 거친 표현이기는 한데, 제가 만든 말은 아닙니다. 저도 역사 공부를 하면서 깨달은 것이, 역사 공부는 기도예요. 성경 자체가 구원의 역사거든요. 혹자는 우리 보고 정치한다고 하는데 사실 성경에서 정치를 빼면 남는 게 없어요. 하느님의 정치에요. 인간을 구원하기 위한 역사입니다. 제가 역사 공부를 하면서 깨달은 게 자유당 이승만 시절에는 경찰들이 대체로 나이가 많고 유능했어요. 반면 검찰은 세대가 좀 어려요. 경찰이 어른들이고 검사는 직책만 위일 뿐이지. 경찰의 하수인 역할을 했던 거예요.

김보협: 그래서 제헌헌법에 검찰의 권력을 더 많이 준거죠.

함세웅: 사실 그 뒤에도 검찰은 박정희 유신 시절에는 중앙정보부를 통해서 완전히 통제했기 때문에 중앙정보부의 하수인, 또 전두환 정부 시절에는 군인들의 하수인이었죠. 1987년 6월 항쟁 이후에 저희들이 부분적이지만 민주주의를 실현하면서 검찰권이 확보됐죠. 김영삼 대통령 시절에 전두환, 노태우 전직 두 분 대통령 조사를 하니까 처음에는 검찰이 “성공한 쿠데타는 처벌할 수 없다”며 '공소권 없음' 처분을 했어요. 참 기가 막힌 논리인데, 김영삼 대통령이 당시에 ‘역사 바로 세우기’를 내세우며 구속시키라고 하니, 검찰이 구속을 시키는 거예요. 기자들이 질문하니 당시 검찰 간부가 “우리는 개입니다. 주인이 물라 하면 물고, 물지 말라 하면 안 뭅니다” 그런 이야기를 했었죠.

김보협: 자조적으로 그런 이야기를 했었죠.

함세웅: 권력의 개였고, 국민의 종이어야 할 검찰이 검찰권을 확보한 거예요. 검찰권 확보는 민주주의의 결과물이거든요. 청년, 학생, 노동자 등 시민들의 노력으로 민주주의가 이뤄졌는데, 이렇게 확보한 검찰권을 정의에 기초해 잘 써야 되는데 사적으로 남용하는 거예요. 그래서 “이 개가 주인을 무는 꼴이 된 세상 슬프다. 검찰 회개하라” 이런 취지로 이런 말씀을 전했죠.

박지원: 저는 현실 정치에 있기 때문에 요즘은 가깝게 하지 않지만, 비상시국회의 이부영 의장이나 박석무 위원장 다 제 친구들입니다. 개별적으로는 만나요. “잘 좀 해라. 똑똑히 좀 하지 뭘 그렇게 못하나”하면 후배들이 자꾸 “정치권하고 일정한 거리를 둬야 한다”라고 말한다고 해요. 이런 갈등이 있는 것 같아요. 그런데 신부님도 정치를 떠난 종교는 없다고 했는데, 정치권하고 같이 해줘야 힘이 붙는 거 아니에요?

함세웅: 물론이죠. 인간 존재 자체가 정치적이에요. 우리들의 언어, 표현 자체 또 “정치하지 말라”는 의견 표명 자체가 정치잖아요. 그런 의미에서 저는 며칠 전에 신학토론회에서도 말했는데, 예수님도 아무 말씀 안 하고 침묵하셨으면 돌아가시지 않으셨을 거예요. 그런데 그 당시 불의한 율법학자들, 권력자들을 질타하셨거든요. 종교적으로, 정치적으로 이중으로 죄인으로 몰려 십자가에 못 박혀 돌아가셨거든요. 그런 예수님 삶의 의미를 깨달아야 되는데, 오늘의 많은 언론인은 물론이고, 종교인들 스스로도 예수님 구원의 의미를 제대로 파악하지 못하는 것 같아요. 안타깝죠.

정의구현사제단, 첫 시국미사 열어... 비상시국회의도 5월 출범

김보협: 1974년이죠? 벌써 50년 전이네요. 신부님이 정의구현사제단 만드는 데 앞장서셨잖아요. 최근에는 정의구현사제단 신부님을 중심으로 해서 4월 10일부터 ‘윤석열 퇴진 시국미사’를 열기 시작했어요. 사제단이 신부님께 자문을 구하기도 하나요?

10일 서울시청 앞에서 정의구현전국사제단 비상대책위원회 관계자 등이 정부 규탄 월요 시국 기도회를 하고 있다. (사진: 연합뉴스)

함세웅: 각 지역 대표 신부님들이 몇 분 계세요. 그분들이 한 달에 한 번 모여 전국을 순회하며 계획을 세우는 데에 저희도 가끔 함께합니다. 저희가 선배들이니까… 운영위원회에서 다들 결정합니다. 저희도 함께할 때는 의견 개진하고 의견을 물을 때도 있죠. 그런데 신부님들이 스스로 잘하세요. 저희는 옛날 체험만 들려드리고 기도로 함께하고 있습니다.

김보협: 아까 비상시국회의가 5월 9일 윤 대통령 취임 1주년을 맞아 무언가 하시겠다고 했는데 앞으로 활동 계획에 대해 말씀해주세요.

함세웅: 큰 계획만 설정했어요. 현재 전국에서 비상시국회의 형성된 곳은 20여 곳입니다. 조금 더 확대해서 윤석열 대통령 취임 1주년을 맞아 시작 선언을 하며 적극적으로 윤석열 정부의 부족한 점을 꾸짖을 예정입니다.

지난 토요일 행사에 젊은이들이 많이 나왔어요. 우리 세대는 남북 화해를 주장했는데, 후배들에게서 나온 구호가 ‘밀정’이었어요. 깜짝 놀랐어요. 그런 단어가 적합하냐, 안 적합하냐 이야기할 수 있겠지만 윤석열 대통령을 비롯한 당사자들은 왜 젊은이들이 이런 단어를 나에게 쓰고 있나 하는 점을 깊이 반성해야 될 것 같아요. 윤 대통령이 실제로 밀정과 비슷한 일을 했거든요. 참 가슴이 아픕니다.

박지원: 정의구현사제단 첫 집회에서 사회를 보신 총무 신부님이 윤석열 대통령을 “썩을 X”이라고 표현하더라고요. 저건 너무하시는데? 저는 그렇게 생각했는데…

김보협: 혹시나 너무 세게 나갔다가 공격받을까 봐 걱정하시는 거죠?

박지원: 절대 구실을 줘서는 안 됩니다. 최소한 국가원수, 대통령에 대한 금도는 지켜주는 것이 좋겠다는 생각을 합니다.

함세웅: 알겠습니다. 그 말씀 꼭 전하겠습니다.

늘어나는 윤 대통령 탄핵 여론… 조심히 접근해야

김보협: 신부님이나 정의구현사제단에서 현재는 윤 대통령이 스스로 퇴진하는 용단을 내리라는 거잖아요. 그런데 스스로 내려올 가능성은 낮아 보입니다. 그렇다면 정의구현사제단이나 비상시국회의에서 요구하는 수준이 높아질 수도 있는 건가요?

박지원: 제가 2월부터 전국 초청강연을 다니고 있는데요. 3월까지만 하더라도, 제 강연에 오시는 분들 중 '탄핵해라', '끌어내려라' 이런 이야기 하시는 분들이 5~10%였어요. 그런데 최근에는 20~30%가 그 이야기를 해요. 저는 그때마다 “어떤 경우에도 헌정을 중단시키는 불행한 일이 있어서는 안 된다”라고 말합니다. 아무래도 저는 원로이기 때문에 그걸 강조하는데, 아무튼 탄핵 요구가 굉장히 많아지는 것 같아요.

함세웅: 참 조심스러운 부분이죠. 그런데 한일 회담이나 방미를 앞두고 보도되는 여러 가지 사안을 보면 정말 걱정이 많이 돼요. “나라가 정말 망하겠다.” 이런 말씀들을 하십니다. 그래서 저희도 지난 3월 26일, 안중근 의사 순국 114주기 때 그런 말씀을 나눴습니다. 안중근 의사가 윤 대통령을 보며 어떤 생각을 하실까? 그래서 안중근 의사께서 대통령 윤석열에게 보내는 편지를 제가 써서 발표했습니다.

마틴 루터 킹 목사의 1960년대 글을 보고 암시를 받았어요. 제가 그 당시 학생으로 공부하고 있었는데 루터 킹 목사님이 쓰신 사도 바오로가 현대 미국인에게 보낸 편지가 있는데요. 미국 그리스도인들, 목사·사제의 위선적 자세를 무섭게 꾸짖는 거예요.

그 서한을 떠올리며 안중근 의사께서 하늘나라에서 윤 대통령에게 뭐라고 말씀하실까 기도하며 생각했더니 “강도한테 악수하면 되냐. 강도가 먼저 뉘우치고 회개해야지. 독도까지 제 땅이라고 하는 강도한테 가서 무조건 악수를 해? 피해자에게 참으라 하고 우리가 돈 준다고? 이건 매국노적 발상이다. 내가 왜 항일투쟁을 했는지 내가 왜 감옥에서 재판받으며 항의했는지 이걸 너는 알아야 한다.” 이런 식으로 5가지 내용을 열거했어요.

저도 윤 대통령께 호소하고 싶은 것은 자신의 부인, 장모 조사를 안 해요. 이런 불법이 어딨어요? 그러면서 어떻게 공정과 정의를 이야기하느냐는 거죠. 아니, 다른 사람은 샅샅이 뒤지면서 자기 가족들의 범죄는 은폐를 해? 이런 위선자가 어디 있어요. 성서의 이름으로 지적해야 되겠죠. 회개를 촉구하는 겁니다.

거친 표현 지양하고, 인간의 가치와 시대정신 앞세워 대항해야

김보협: 실장님, 4월 8일이었죠? 대전에서 당원 대상으로 시국강연을 하시면서 “대통령 탄핵은 국가적으로 불행한 일이다, 있어서는 안 된다”고 말씀하셨습니다. 말씀의 진의가 그런 일은 절대 있어서는 안 된다는 건지, 아니면 아직 때가 무르익지 않았다는 말씀인지요?

김보협 진행자

박지원: 세속적인 답변을 드릴게요. 어찌됐든 현실 정치인으로서 헌정 중단의 불행한 역사가 있어서는 안 된다. 평화적 정권 교체, 선거를 통해 모든 것이 이뤄져야 한다는 생각입니다. 이번 재보궐 선거에서도 민심이 반영되잖아요. 김기현 국민의힘 대표의 울산, 소위 국민의힘 안방에서 민주당과 일 대 일로 붙었는데도 국민의힘이 패배하고 민주당이 승리하잖아요. 이런 걸 보면 국민이 현명하다. 내년 총선, 그리고 향후 대선에서 국민이 표로 심판해야지 탄핵 이야기는 표출해서는 안 된다는 원론적인 말입니다.

함세웅: 저는 성서적으로 말할게요. 여론은 바람과 같아서, 여론을 넘어설 수 있는 아름다운 가치, 신앙적 가치, 진리에 대한 가치를 지녀야 한다는 생각을 늘 하고 있어요. 예를 들어 지난 주일이 부활절이었는데, 예수님이 예루살렘에 들어가셨을 때 군중들이 왕으로 모시자고 겉옷을 깔고 나뭇가지를 흔들고 환영했어요. 그런데 그 군중이 선동을 당했을 때, 대사제와 바리새인에게 선동당했을 때, “예수님을 못 박아라” 외쳤어요. 성서적 의미에서 여론과 백성들의 함성을 신앙적으로 역사적으로 지혜로운 관점에서 종합해서 해석할 필요가 있다 생각합니다.

독재 시대 때는 반공국민대회 하며 야당을 성토하고 그러지 않았습니까? 그런데 지금은 그런 식으로 못하니까 이 사람들이 묘하게 법으로 사람을 괴롭히는 거예요. 그런데 법보다 더 중요한 건 인간의 가치거든요. 예수님도 “사람이 안식을 위해서 있느냐. 안식일이 사람을 위해서 있지”라고 말씀하셨습니다. 인간 중심이 가장 중요한 것이거든요. 이런 측면에서 저는 늘 법과 공정을 이야기하는 법학도들에게 법보다 양심이, 인간의 가치가 우선이라는 것을 강조하고 싶습니다. 우리 국민들도 양심과 시대정신, 선조들의 가르침을 앞세웠으면 좋겠다는 생각으로 기도하고 있습니다.

김보협: 신부님, 오늘 방송에서 꼭 해야 하는데 못하신 말씀 있으면 자유롭게 해주시죠.

함세웅: 지난 목요일에 시청 앞에서 미사를 했는데 사회 보셨던 신부님께서 “부활절인데 부활의 기쁨이 없습니다.” 이런 이야기를 하더라고요. 제가 그 말을 음미하면서 ‘기쁨도 우리가 만들어야겠구나’ 생각했어요. 부활이 뭐냐 물었을 때, 어렸을 때는 죽은 사람이 살아나는 환생의 의미로 생각했었어요. 와 닿지 않더라고요. 그런데 톨스토이가 쓴 마지막 작품 <부활>을 보면, 결론에서 마태복음 6장 33절의 말씀을 인용하며 ‘부활은 하나님의 나라와 정의를 구하면 저절로 다 된다. 모든 게 덤으로 된다’고 합니다. 그런데 사람들은 먼저 구해야 할 하나님 나라와 정의는 구하지 않고, 덤으로 주시겠다는 그걸 먼저 가지려고 야단법석이라는 거죠.

대만의 해방신학자 송천성 목사님은 “부활은 고통의 수락이다. 십자가를 껴안는 게 부활이다”라고 설명했어요. 제가 세미나 때 신학생과 그 대목을 묵상하며 '아, 그렇구나. 부활은 우리가 있는 현실을 그대로 껴안는 것이구나. 민족사, 개인사, 가정사 모두…'라고 깨달았어요. 그래서 제가 청년들 앞에서 대화할 때 “윤석열 대통령은 우리 시대의 십자가다. 우리 손으로 뽑았는데 5년간 짊어지고 가자. 골고다를 넘어 부활로 가자”고 외쳤더니 청년들이 조금은 깨닫더라고요.

그런 측면에서 박 원장님 말씀대로 거친 표현을 통해서가 아니라 우리가 할 일은 제대로 하면서 도덕적으로, 정신적으로, 역사적으로, 신앙적으로 윤석열을 능가하는 가치를 보여주는 것이 구원의 삶이고 신앙의 삶이지 않을까 생각하면서 기도합니다.

톨스토이가 쓴 소설 <부활>의 삽화. (사진: 셔터스톡)

박지원: 제가 “어떤 경우에도 헌정 중단이 있어서는 안 된다. 선거는 치열하게 하더라도 당선된 대통령의 성공을 위해 협력할 것은 해야 한다. 그것이 김대중의 행동하는 양심, 노무현의 깨어있는 시민 정신이다”라고 이야기를 하는데, 거기다 첨언하겠습니다. 함세웅 신부님도 “윤석열 대통령이 우리의 십자가니까 메고 가자.” 절대 헌정 중단을 해서는 안 된다는 의미로 말씀하신다. 그렇게 이해해도 되겠죠?

함세웅: 좋습니다.

김보협: <박지원의 식탁>에 처음 출연하신 소감은요?

함세웅: '식탁'이라는 단어가 좋았어요. 그런데 이 식탁은 비어 있어요. 식탁의 자리가 미사의 자리, 기도의 자리거든요. 이름을 잘 지었다 생각했습니다. 그러니 음식을 많이 주십시오(웃음).

김보협: 다음에도 모실 테니 귀한 말씀 들려주세요. 오늘은 다시 거리에 선 원로 사제 함세웅 신부님을 모시고 어떤 이유로 비상시국회의를 만드셨는지, 정의구현사제단 신부님들이 왜 윤석열 대통령 퇴진을 촉구하는 활동을 하는지 그 배경에 대해 짚어봤습니다. 감사합니다.

※ 본 텍스트는 <박지원의 식탁> 방송 내용을 읽기 쉽게 정리한 것으로, 출연자의 실제 발언과 차이가 있을 수 있습니다. 보다 정확한 내용은 유튜브를 통해 확인하실 수 있습니다.


초대손님 함세웅은가톨릭 원로 사제. 1974년 정의구현사제단을 창립하였으며, 민주화 운동에 헌신하였다. 민주화운동기념사업회 이사장을 지냈으며, 안중근의사기념사업회, 민족문제연구소 이사장을 맡고 있다. 저서로는 <함세웅의 붓으로 쓰는 역사기도>, <이 땅에 정의를>, <악마 기자 정의 사제> 등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