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이 4월 26일 미국을 방문한다. ‘자라 보고 놀란 가슴 솥뚜껑 보고 놀란다’고 윤 대통령의 방미를 앞두고 걱정의 목소리가 높다. 한일 정상회담에서 보여준 일방적 ‘퍼주기’가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과의 회담에서도 되풀이될 가능성이 큰 탓이다. 한미 정상회담의 테이블에는 한반도 긴장 완화를 비롯해 미-중 기술 패권 전쟁, 우크라이나 전쟁, 한미일 협력 관계 등 굵직굵직한 의제들이 놓일 예정이다.이 가운데 경제 이슈와 관련해선 단연 ‘반도체’가 관심사다. 미-중 패권 전쟁으로 글로벌 반도체 산업의 질서가 대전환을 맞는 상황에서, 한국 반도체 산업의 이익을 지키고 헤게모니를 확장하는 계기로 만들어야 할 자리이기 때문이다. 권석준 필자는 미 반도체법의 제약을 완화하는 것이 ‘발등의 불’이긴 하나, 좀 더 긴 안목에서 미국에게 요구해야 할 것들 또한 중요하다고 강조한다. 윤 대통령은 미국에게 무엇을 이야기해야 하나. [편집자 주]

✔ 글로벌 반도체 산업 지형을 자국 중심으로 바꾸려는 미국✔ 지배력 보존을 위해 다음 팹 투자 배분을 어떻게 해야 하나✔ 팹의 재배치, 답은 이미 나와 있어… 10개가 넘는 메가 팹✔ 레버리지 효과를 주장할 근거 있는 한국, 거점 확보에 유리✔ 수동적 후수를 두기보다 능동적 선수를 둘 타이밍 잡아야

2022년 11월 한미 정상회담 당시 윤석열 대통령과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 (사진: 연합뉴스)

미국 반도체법의 가드레일 조항

글로벌 반도체 산업의 지형을 자국 중심으로 바꾸기 위해 미국은 반도체법을 필두로 다양한 정책을 하루가 다르게 구체화하고 있다. 미 상무부의 반도체법(CHIPS & Science ACT 2022) 홈페이지(https://www.chips.gov)에는 주기적으로 법안의 디테일, 예를 들어 최근 한국에서 관심이 집중되고 있는 가드레일 조항 등이 공개된다. 공개된 조항은 그 즉시 효력이 발휘되는 것은 아니며, 60일간의 공청(public comments submission in 60 days)을 거쳐 필요할 경우 수정된 내용으로 완비된다.

최근에 공개되고 있는 미 반도체법의 세부 사항 중에서 한국 반도체 산업 입장에서 가장 고민이 되는 부분은 한국 반도체 회사들이 보유한 반도체 팹의 향후 운명에 대한 조항이다. 이는 한국에서 운영 중이거나 신규 건설이 계획된 팹, 중국에서 운영 중인 팹, 그리고 미국에서 운영 중이거나 운영 예정인 팹에 대한 영향으로 나눠서 생각할 수 있다. 팹의 현황과 앞으로의 변화는 현재의 반도체 산업 전환기 속에서 한국 반도체 산업이 고민해야 하는 변환 전략과도 맞물리기 때문에 이에 대한 대응 전략을 설계하고 상황에 맞게 만들어가는 것은 매우 중요하다.

한국 국내의 메모리반도체 팹 현황

현재 한국의 반도체 산업은 메모리반도체에 초점이 맞춰져 산업 생태계와 주요 정책이 구성되어 있음은 주지의 사실이다. 따라서 메모리반도체 팹을 먼저 살펴볼 필요가 있다. DRAM의 경우 글로벌 시장에서 40.6%의 점유율을 가지고 있는 삼성전자와 24.8%의 점유율을 가지고 있는 SK하이닉스가 전체 시장의 3/4를 과점하는 구도인데, 이 가운데 양사가 국내에서 생산하는 비중은 삼성전자 40.6%(화성 13, 15, 16, 17라인, 평택 P1, P2라인)와 하이닉스 12.4%(이천 M14, M16라인)다. 따라서 한국 국내 생산만 놓고 본다면 한국의 글로벌 DRAM 시장 점유율은 53.0%가 되므로 절반 이상을 점유하게 된다. 이는 이론적으로 한국 생산만으로 전체 DRAM 시장 자체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레버리지 효과가 있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두 회사는 이 DRAM 팹들을 앞으로 확장하거나 업그레이드하고, 다른 지역에 추가로 건설하는 방식을 통해 DRAM 시장에서의 점유율과 지배력을 유지하는 전략을 입안하고 있다. 예를 들어 삼성전자는 평택에 P3~P6 라인을 만들고, 하이닉스는 이천과 청주, 그리고 여주 인근에 신규로 팹을 조성해 DRAM 증산 및 차세대 DRAM으로의 업그레이드를 이어가려는 계획을 세우고 있다.

이러한 계획들이 그대로 실현될 경우, 양사의 DRAM 시장 글로벌 점유율은 최대 80%까지도 높아질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되며, 특히 한국 국내 생산의 비중은 60% 이상으로 확장될 것으로 예상된다. 양사에 이어 3위의 점유율을 보이고 있는 경쟁사인 미국 마이크론의 경우, 미국에서 운영하는 팹에서 생산하는 DRAM의 글로벌 점유율은 1.5%밖에 안 되며, 대만과 일본에서 운영하는 팹에서 나머지 20% 정도의 점유율이 나온다. 마이크론도 글로벌 DRAM 시장의 성장세에 맞춰 미국 국내 팹의 확장과 일본의 일부 기업 인수 등을 획책하고 있으나, 그 규모는 한국의 두 회사에 비하면 제한적이다. 또한 대부분의 팹이 해외에 있으므로 국내법이 아닌 현지법의 영향을 더 많이 받는다. 즉, 마이크론과 비교하면 한국의 메모리반도체 팹은 앞으로도 대부분의 DRAM 생산이 한국에서 이루어질 것이고, 그것은 한국이 주도하는 홈그라운드에서의 영향을 활용할 수 있는 방향일 것임을 예상할 수 있다.

메모리반도체의 다른 한 축인 낸드 플래시(NAND Flash) 역시 비슷한 상황이다. 글로벌 시장에서 각각 36.2%, 16.9%를 차지하고 있는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합산하여 53.1%의 점유율로 전체 시장의 절반 이상을 과점하고 있다. 다만 3개 회사가 사실상 독점하고 있는 DRAM 시장과는 달리, 낸드 플래시 시장의 나머지 절반은 마이크론(미국), 난야(대만), 키옥시아(일본), YMTC(중국) 등의 회사가 각각 10% 내외의 점유율을 기록하며 치열한 경쟁을 벌이는 구도로 짜인다. 국내 양사의 낸드 플래시 점유율 중, 국내에서 생산하는 비중만 본다면 삼성전자 21.8%(화성 12라인, 평택 P1, P2라인), 하이닉스 11.7%(청주 M11, M12, M15, 이천 M14라인)다. 따라서 두 회사의 한국 국내 생산만 따지면 한국의 낸드 플래시 점유율은 33.5%로, 글로벌 시장의 1/3 수준에 그치게 된다. 이는 낸드 플래시의 경우, 한국 국내 생산만으로 가져갈 수 있는 레버리지 효과가 DRAM에 비해서는 상대적으로 약할 것임을 의미한다.

사실 지난 30여 년 동안의 글로벌 반도체 산업의 분업화 구조 속에서는 특정 국가 안에서 특정 품목을 독점 생산하는 것은 경제적 관점에서는 유리함과 거리가 멀었다. 한국의 메모리반도체 양사가 2000년대 초중반부터 중국 현지에서 메모리 팹을 새로 만들고 규모를 확장하고 지속적으로 업그레이드하는 투자를 해 온 것은 급속도로 성장하는 중국 시장에 대응한다는 목적과 더불어, 인건비 등의 생산 비용 절감, 공급망 효율 개선 같은 경제적 요인에 대한 종합적인 고려가 있었기 때문이다. 실제로 양사가 중국에 투자한 반도체 팹은 매년 수백~수천억 원 단위의 시설 투자, 팹(클린룸) 확장, 장비 업그레이드 등을 통해 각각 수십조 원 규모의 자산 가치를 갖는 대형 팹으로 성장했다. 그리고 그러한 투자는 지난 20년간 수백 배로 성장한 중국의 반도체 산업 시장에 훌륭하게 대응하면서 한국 메모리반도체의 글로벌 시장 지배력 강화에도 큰 도움이 되었던 것이 사실이다.

수익률만 놓고 본다면 한 국가 내부에서의 생산 과점은 특수한 목적을 제외하면 큰 효용가치가 없다. 오히려 대만이나 일본같이 지진이 자주 발생하는 나라의 경우는, 한 국가 내에 팹을 집중하는 것이 위험 분산이라는 측면에서 좋지 않은 전략이기도 하다. 그렇지만 이러한 판단은 글로벌 분업 체제와 자유무역주의가 상식처럼 작동할 때 유효하다는 사실을 생각해야 한다.

중국에 있는 한국 기업 팹의 운명

대부분의 글로벌 반도체 업체들은 미-중 두 나라의 반도체 첨단기술 패권 경쟁이 5년째 이어지는 것을 관찰해 오고 있기 때문에, 이 경쟁이 일회성 국제정치 이벤트로 끝난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이는 각 회사들의 중장기 투자 계획에 직접적으로 영향을 미친다. 그리고 반도체 제조업체에 있어 그 투자 계획은 팹을 어떻게 할 것이냐에 집중된다. 특히 미국의 반도체법 보조금 수혜 여부에 따라 중국 현지의 팹을 업그레이드할 수 있느냐가 결정된다. 삼성전자와 하이닉스 양사의 고민도 여기에 있다. ‘메모리반도체 업계에서의 지배력을 보존하기 위해 다음 팹 투자의 배분을 어떻게 진행해야 하는가?’가 그 핵심에 놓여 있다.

2023년 상반기 현재, 중국 현지의 한국 메모리반도체 팹은 삼성전자의 시안 팹(X1, X2 라인)과 하이닉스의 우시 팹(C2, C2F 라인), 그리고 하이닉스의 다렌 팹(인텔의 Solidigm 라인)이다. 삼성전자의 시안 팹은 낸드 플래시 전용으로서 글로벌 점유율 14.3%를 차지한다. 삼성이 생산하는 낸드 플래시의 40%에 달하는 비중이다. 하이닉스의 우시 팹은 DRAM 전용으로서 글로벌 점유율 1/8을 차지하는데, 패터닝 세대는 1znm급으로서 하이닉스 DRAM의 절반을 조금 넘는 비중이다. 하이닉스의 다렌 팹은 2020년 인텔의 팹을 인수한 것으로, 3D 낸드 플래시 메모리팹 전용이고 글로벌 점유율 5.3%에 해당한다. 2022년 기준, 하이닉스 낸드 플래시의 1/3 정도(31.2%)다. 양사가 생산하는 메모리반도체 비중 데이터를 놓고 보면, 중국에서 운영하는 팹은 양사에 있어 영향력이 막대하다. 중국 반도체 시장의 급성장에 대응하여 지난 15년 넘게 끊임없는 시설 투자를 집중해 왔고, 그 결과가 한국 국내 생산에 근접하는 비중으로 나타나게 된 셈이다. 문제는 이 팹이 중국에 있다는 것이다.

잘 알려져 있다시피, 미국의 대중 반도체 제재는 중국에서 생산되는 반도체의 기술 수준, 세대, 수출 채널 등에 대해 제한을 두는 것이다. 메모리반도체의 경우, 낸드 플래시는 3차원 적층 단수(word-line)의 제한(128단 이하), DRAM은 FINFET(트랜지스터)의 물리적 선폭 제한(트랜지스터의 gate oxide 선폭 half-pitch 기준으로 16nm 이상)으로 기술 수준에 제한이 설정되었으며, 칩 생산을 위한 장비 수입 역시 특정 세대 이후는 금지되었다. 이는 중국 업체들뿐만 아니라, 한국 업체들에게도 해당한다. 2023년 10월 중순까지는 한국 업체들에 대해 이러한 제한 조치가 유예되었으나, 유예기간 연장은 현재로서는 불확실하며, 연장된다고 해도 그다음 세대의 메모리반도체 생산은 금지될 것임이 확실하다. 중국 입장에서 반도체 자급을 위해 가장 약한 고리 중 하나가 메모리반도체이기 때문이다.

DRAM 분야 중국의 선두 주자는 CXMT인데, 글로벌 시장 점유율은 1% 미만이며, 그나마도 하이닉스나 삼성전자에 비해 기술 세대 수준은 2.5~3세대 벌어져 있다. 예를 들어 중국의 DRAM 선두 업체인 CXMT가 생산하는 DRAM의 기술 수준은 1xnm(17~18nm)급인데 반해, 삼성전자나 하이닉스가 생산하는 DRAM은 최소한 1znm(15nm)급이며, 조만간 극자외선(EUV) 노광 공정 기반의 선단 공정을 이용한 1anm(14nm)급의 방향으로 진보가 예정되어 있다. 낸드플래시 분야에서의 중국의 선두 주자는 YMTC인데, 글로벌 시장 점유율은 2% 미만이며, 삼성전자나 하이닉스에 비견된다고 주장하는 3차원 적층 단수로 대변되는 기술 수준과는 별개로, 수율과 수익성은 매우 안 좋은 상황이기 때문에 확장성이 약하다. 중국에서 향후 수요가 더 급증할 차세대 메모리반도체를 중국 내에서 생산할 수 있는 시설은 사실상 삼성전자와 하이닉스 팹밖에 없는 상황이므로, 미국이 대중 제재 조치를 한국 메모리 팹에 대해 점차 전방위로 적용할 것임은 충분히 예견되는 일이다.

YMTC는 중국 낸드플래시 분야 선두 주자이다. (사진: 셔터스톡)

유예기간이 연장되지 않고, 기술 제재 조치가 더 강력해지며, 시설 투자에 제한이 지속적으로 적용되는 시나리오가 현실이 되면 중국에 있는 한국 메모리반도체 팹은 장기적으로 한국 기업들에게 적자를 야기하는 주범이 될 수 있다. 미국 반도체법의 보조금을 받는 경우에는 조금 더 규제가 완화(적어도 현상 유지는 가능)되기는 하나, 여전히 중국 현지의 팹을 다음 세대로 업그레이드하기는 어렵다. 왜냐하면 낸드플래시는 200단 이하로, DRAM은 half pitch 13nm 이상으로만 만들어야 하기 때문이다. 즉, 보조금을 받으나 안 받으나 중국에서 운영 중인 한국의 메모리반도체 팹은 현 기술 수준에서 그다음 단계로 업그레이드하기가 매우 어려워졌다. 현 기술 수준이라고 해도, 반도체법의 보조금을 받는 기업은 중국에서의 생산 규모 역시 10% 미만으로만 확장이 허용되기 때문에, 생산량을 늘림으로써 수익률을 높이는 방식에도 한계가 생긴다. 이러한 상황에 대해 한국은 어떠한 대응 전략을 마련해야 하는가?

불확실성의 시대, 최적화된 연착륙 전략 설계

삼성전자나 하이닉스는 메모리반도체 사업의 업력이 30~40년 이상 된 글로벌 업체로서 다양한 비즈니스 경험이 있다. 그 경험에는 팹의 전환 전략과 경험도 포함된다. 반도체 업계는 2000년 전후 표준의 변화를 겪었다. 1990년대까지 업계의 표준은 8인치 웨이퍼였고, 장비와 제조, 설계 모두 8인치를 상정하여 이루어졌다. 그렇지만 업계의 공통적 목표는 수익성 강화를 위한 웨이퍼 크기의 확장이었고, 글로벌 표준은 2000년 이후 8인치에서 12인치로 이동하게 되었다. 삼성전자는 화성에 있던 8인치 전용 DRAM 팹이었던 11, 13라인을 폐기하지 않고 재활용했다. 다만 8인치 웨이퍼로 DRAM을 생산하는 것은 수익성이 떨어지므로 DRAM 대신 CMOS 이미지 센서 팹으로 팹을 전용했다. 팹 전용 과정에서 클린룸의 기반 시설과 일부 장비는 그대로 활용할 수 있고, 필요 없는 장비는 중고로 거래할 수 있으며, 레거시 팹에 해당하는 공정이므로 신규 장비 도입 비용도 크지 않기 때문에 이러한 전환은 팹의 기능을 보존하면서도 수익에 대한 방어와 표준 전환에 대응할 수 있는 전략이 될 수 있었다.

하이닉스 역시 이천에 있던 8인치 전용 DRAM 팹인 M10 라인을 2015년 이후 전환했다. 한때 월 30만 장 규모로 DRAM 웨이퍼를 대량 생산하던 M10 라인은 2016년부터는 마이크로 LED, CMOS 이미지 센서, 그리고 20나노 이상급의 레거시 파운드리 팹으로 변신하기 시작했다. DRAM 웨이퍼 생산은 시간이 지남에 따라 점차 줄어들었는데, 2020년 월 5만 장을 거쳐 2022년에는 월 1만 장 수준까지 크게 줄어들었다. 이와 동시에, 해당 팹의 나머지 생산 능력은 레거시 반도체칩 생산으로 바뀌었다. 팹을 전용하는 과정에서 재활용이 안 되는 장비는 후발주자나 연구기관 등에 중고로 처분이 가능하며, 장비 재활용률이 너무 낮아 사실상 수익성 있는 제품 생산으로의 전용이 어려울 경우, 차라리 선행 공정의 기술 테스트 전용 팹으로도 활용할 수 있다.

삼성전자나 하이닉스는 이러한 팹 전용 전략을 중국의 메모리반도체 팹에도 그대로 적용할 수 있다. 이미 해왔던 방식처럼 CMOS 이미지 센서로 활용하는 것도 가능하지만, 앞으로의 수요 변화를 고려한다면 20나노 이상급의 레거시 파운드리, 1xnm급의 DRAM, 차량용 반도체(MCU), 전력 반도체, 심지어 아날로그나 디스크리트(discrete) 반도체 등으로의 다양한 전용도 가능하다. 이 경우 클린룸 시설은 그대로 활용할 수 있으며, 세대가 지난 장비도 일부는 계속 활용할 수 있고, 그러한 장비는 미국의 대중 수출 규제나 반도체법의 가드레일 조항도 피해 갈 수 있기 때문에 부품 수급과 유지보수 측면에서도 불확실성이 줄어든다. 또한 중국에서 계속 수요가 급증할 레거시 파운드리와 전기자동차용 반도체 시장에도 탄력적으로 대응할 수 있기 때문에 기존의 메모리반도체만큼은 아니더라도 수익을 보존하며 시간을 벌 수 있다. 그렇다면 중국에서 생산하던 메모리반도체의 생산은 어떻게 대체하는 것이 좋을까?

메가 팹의 신설을 둘러싼 기정학 전략 게임

삼성전자의 시안 팹은 X1, X2의 두 라인을 합쳐서 대략 3.5만 평의 클린룸, 하이닉스의 우시 팹은 두 라인 합쳐서 대략 2만 평의 클린룸, 하이닉스가 인수한 다렌의 인텔 팹은 대략 1만 평 정도의 클린룸을 가지고 있다. 클린룸 규모만 놓고 보면 비교적 작은 규모이지만, 이 라인들의 메모리반도체 생산량이 많은 것은 증산의 우선순위에서 상위에 있다는 점, 그리고 상대적으로 테스트에 필요한 라인 비율이 적기 때문에 생산에 모두 투입할 수 있다는 특징 때문이다. 이는 선행 공정 R&D가 한국 국내 팹에서 이뤄지고, 개발된 양산 기술은 다른 팹으로 분산시키는 방식, 즉, Mother-Chid fab 방식으로 인해 생기는 특징이다. 그렇지만 메모리반도체의 생산 캐파는 대략 클린룸의 면적에 비례한다는 원칙에는 변함이 없다. 범용 반도체(commodity semiconductor)로 분류되는 메모리반도체의 글로벌 시장 특성을 고려할 때, 중국 현지의 메모리반도체 팹에서 생산 규모를 갑자기 줄이기는 어렵다. 글로벌 메모리반도체 수요-공급 사이클에 불확실성을 만들 수 있기 때문이다.

대신 하이닉스가 이천 M10 라인의 전용 과정에서 보여준 시차를 둔 연착륙 방식은 참고할 수 있다. 매년 30만 장/월(2015), 20만~25만 장/월(2016), 15만~18만 장/월(2017), 10만~12만 장/월(2018), 7만~8만 장/월(2019), 3만~5만 장/월(2020), 1.5만~2만 장/월(2021), 1만 장/월(2022) 같은 속도로 서서히 생산 규모를 5~6년 내외의 기간에 걸쳐 조절하는 것이 바로 그러한 전략이다. 즉, 메모리반도체 생산 면에서의 이른바 ‘탈중국 연착륙’ 방식이 불가능한 것은 아니다. 왜냐하면 그것을 대체할 수 있는 신규 팹의 건설에는 보통 5년 정도가 필요하고, 주요 생산장비의 감가상각 기간도 그와 비슷하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한국은 중국의 메모리반도체 팹의 감산을 이어받아 시장의 변동을 최소화하면서도 수익의 밸런스를 맞출 수 있는 팹을 앞으로 5~6년 이내에 신규 건설할 필요가 있다는 결론에 도달하게 된다. 특히 하이닉스의 다렌 팹에서 생산되는 낸드플래시는 낸드플래시 기술 방식에서는 다소 구세대 방식인 FG 방식(floating-gate)이라서 어차피 장기적으로는 기술 경쟁력과 수익성 면에서 불리해지게 되므로, 팹의 전환은 필요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참고로 삼성전자 시안 팹의 낸드플래시는 기술적으로 보다 유리한 CTF(charge-trap flash) 방식으로 제조된다)

그러나 수만 평에 달하는 클린룸, 그리고 그 안에 있는 장비의 재배치는 결코 말처럼 쉬운 작업은 아니다. 정교한 장비 이전-재배치 계획과 더불어 정부의 안정적인 정책적 지원, 그리고 간접 시설의 확보가 필요한 입체적 작업이다. 팹의 재배치가 필요하다면, 그 후보지는 어디가 될 수 있는가?

사실 그 답은 이미 나와 있다. 삼성전자는 평택에 P1(4.1만 평), P2 라인(4.5만 평)을 완공하여 가동 중이고, P3, P4 라인(각각 5.5만 평)은 향후 1~2년 내로 완공된다. 이를 이어받아 P5, P6 라인(각각 5.5만 평)도 향후 5년 내외로 완공이 계획되어 있다. 이 가운데 일부는 3나노급 차세대 파운드리에 할당되겠지만, 절대다수는 여전히 DRAM과 낸드플래시 증산에 할당된다. 클린룸 규모만 놓고 본다면 삼성전자가 중국의 시안 팹에서 생산하는 낸드플래시 물량은 이론적으로는 평택에 있는 라인 한 개로도 충분히 대체 가능하다. 즉, 평택의 팹은 이른바 메가 팹(Mega fab)이라고 할 수 있다. 여기에 더해 올해 3월에 발표된 계획에 따라 용인시 남사읍에 신규 건설이 예정된 거대 반도체 클러스터도 그다음 메가 팹 후보군이 될 가능성이 매우 높다. 용인 클러스터에 삼성전자는 최소 10개 이상, 하이닉스는 4개 이상의 메가 팹(팹 당 5만 평 이상의 클린룸)을 새로 건설할 것으로 예상되는데, 이는 장기적으로는 10나노 이하급의 파운드리 증산은 물론, 국내에서 생산되는 메모리반도체 비중을 장기적으로 더 높여가는 기반이 될 것이다.

삼성전자 평택캠퍼스 항공 사진 (사진: 삼성 뉴스룸)

하이닉스 역시 이미 이천에 있는 M14 라인(1.6만 평), M16 라인(1.7만 평)의 클린룸 규모가 상당하며, 청주에는 M11, M12(각 1.6만 평), M15(2만 평) 라인과 더불어, 앞으로 M15X 라인(1.8만 평), M17 라인(4만 평)에 더해, 용인-이천-여주 등지에 적어도 4-~5개 이상의 메가 팹을 신규 건설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 때문에 하이닉스가 운영 중인 우시와 다렌 팹에서의 DRAM과 낸드플래시 감산을 충분히 희석할 수 있는 기반이 갖춰질 것임은 확실하다. 관건은 중국 현지 팹의 전환과 감산에 맞춰 이러한 팹이 안정적으로 완공되고 높은 수율로 증산에 돌입할 수 있는 타이밍을 제때 맞출 수 있느냐는 것이다.

이 과정에서 한국은 메모리반도체를 포함한 글로벌 반도체 협상 전략의 근거를 확보할 수 있다. 앞서 언급했듯, 한국 메모리반도체는 국내 생산만으로 DRAM은 레버리지 효과를 주도적으로 노릴 수 있고, 낸드플래시도 1/3 이상의 점유율을 바탕으로 시장에 영향을 줄 수 있다. 여기에 국내 여러 클러스터에 집중적으로 신규 건설될 팹의 일부가 메모리반도체에 합류하면서 국내 생산 점유율은 더 높아질 것이기 때문에 이 효과는 더욱 커진다. 메모리반도체든 파운드리든, 반도체 제조업의 초기 투자의 가장 큰 비중은 CAPEX이고, 이는 부지 확보 및 수도, 전기, 폐수와 가스 처리 시설 등의 기반 시설 확보 비용을 제외하면 대부분 신규 장비 도입 비용에 해당한다. 중국으로의 수출이 제한된 미국(Applied Mater, LAM Research, KLA-Tencor)과 일본(TEL), 네덜란드(ASML)의 주요 장비업체들 입장에서는 이제 중국이 아닌 한국과 대만이 가장 큰 손이 되며, 특히 한국에 확장될 10개가 넘는 신규 메가 팹은 이들 장비업체 입장에서는 앞으로 더더욱 중요한 시장이 된다.

한국은 이 상황을 한국의 반도체 협상 이점으로 가져갈 수 있다. 주요 장비업체들의 유치 즉, 이들 업체가 신규로 조성되는 수도권 이남의 대형 반도체 클러스터에 고용 인원 수백~수천 명 규모의 R&D 센터 및 안정적 부품 수급을 위한 생산 기지를 건설하는 것 등을 통제하는 방식을 통해 한국은 당근과 채찍을 동시에 확보할 수 있다.

미국에 건설할 한국 반도체 메가 팹의 함의와 전략적 가치

메모리반도체 생산 자체만 놓고 봐도, 한국의 대미 협상 전략의 이점은 또 있다. 삼성전자는 미국 텍사스주 오스틴에 1996년부터 지금까지 2개의 팹을 가동 중이고, 향후 오스틴에 2개, 인근 테일러에 9개의 팹을 추가로 신규 건설한다는 계획을 가지고 있다. 이를 위해 각각 245억 달러, 1676억 달러를 투입하여 2034년부터 2044년까지 연간 1개꼴로 완공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각 팹 역시 최대 5만 평에 달하는 클린룸을 갖출 것으로 예상되는데, 클린룸 면적만 놓고 본다면 신규로 건설될 11개의 팹은 삼성의 평택 팹과 맞먹는 수준이다. 삼성전자가 신규 투자하려는 미 텍사스주의 팹은 미국이 획책하고 있는 반도체 제조업 부흥 전략의 관점에서도 가장 중요한 계획 중 하나이다. 특히 메모리반도체와 더불어, 미국이 가장 민감하게 생각하는 5나노 이하급 첨단 파운드리 산업에서는 더더욱 핵심적인 역할을 할 것이기 때문에 투자 계획 입안 과정에서 투자 시점, 규모, 기술 수준, 최혜 대우, 제도 개선, NSTC(National Semiconductor Technology Center) 등의 공동 표준 기구나 산학 협력 플랫폼 참여 대우 등의 다양한 조건을 요구할 수 있다. 범용 반도체로서의 메모리반도체 특징을 고려하면, 삼성전자가 미국에 신규 건설할 팹 중, 메모리반도체 생산 팹은 선행 공정 R&D 라인을 제외한 순수한 양산 전용 라인이 될 것이며, 비용의 증가를 최소화하기 위해 최선단 공정이 아닌 바로 이전 세대의 공정으로 생산되는 DRAM이나 낸드 플래시가 될 것이다.

특히 인공지능 반도체 분야로의 영향력 확장을 주도하는 미국의 주요 팹리스에 대응할 수 있는 메모리반도체로서 고성능 HBM-PIM용 DRAM 생산이 유리할 것으로 전망되는데, 이는 미국이 전략적 기술로 설정한 인공지능 기술의 실현을 위해서도 가장 중요한 하드웨어 기술이 될 것이므로 미국에 신규 건설할 DRAM 팹은 전략적 가치가 매우 높아진다. 예를 들어 삼성전자의 테일러 팹의 일부는 초미세 패터닝 기반 시스템 파운드리로, 일부는 HBM 전용 DRAM 팹으로 구성할 경우, 테일러의 삼성전자 팹은 가장 효율적으로 인공지능 전용 반도체 칩을 제조할 수 있는 시설이 될 수 있다. HBM3를 필두로 엔비디아와 연합하여 거대한 규모의 파라미터로 이루어진 인공신경망 기반 인공지능 가속기를 개발하고 있는 하이닉스 역시, 미국에 신규로 팹을 건설한다면 결국 HBM3급 이상의 DRAM 팹이 주종이 될 가능성이 높다.

이와는 대조적으로 대만이나 일본은 미국에 삼성전자나 하이닉스만큼의 신규 메모리반도체와 파운드리 팹을 건설할 수 있는 계획이 없거나 약하다. TSMC는 미국 애리조나주 피닉스에 3나노급 파운드리 팹을 신규 건설하고 있지만 팹의 규모는 삼성전자에 미치지 못한다. 또한 파운드리 전용 팹이기 때문에 미국 내에서의 메모리반도체 생산 능력 확보 면에서는 전혀 영향을 줄 수 없다. 마이크론 같은 미국 메모리반도체 회사가 TSMC의 피닉스 파운드리를 이용할 수도 있겠으나, 피닉스 파운드리는 3나노 공정급으로 계획되어 추진되고 있기 때문에 공정이 맞지 않는다. 애초에 DRAM 전문인 마이크론 역시 미국에서의 생산이 비용면에서 불리하기 때문에 해외 팹의 생산 비중이 높은 현실을 고려하면 마이크론이 보조금을 받으면서 미국 현지에서의 메모리반도체 생산 팹의 규모를 늘리는 결정을 할 가능성은 높지 않다.

일본은 이른바 ‘래피더스 프로젝트’를 미국과 추진하면서 2나노급 파운드리를 기반으로 하는 첨단 반도체 제조업에 뛰어드는 것을 준비 중이지만, 초기 자본 투자 집행 면에서 1조 원에도 미치지 못하는 자본 동원력의 한계 때문에 최소 연간 수십조 원의 CAPEX 투자가 필요한 3나노급 파운드리 생산에서는 규모의 경제를 이룰 수 있는 여력이 제한적이다. 그나마도 일본 국내(홋카이도 예정)에서 팹을 신규로 건설할 것이므로 미국에 팹을 지을 가능성이 없어 대미 반도체 협상용으로서의 근거는 매우 약하다. 즉, 대만과 일본에 비해 한국은 반도체 제조업의 레버리지 효과를 확실하게 주장할 근거가 있으며, 미국이 재편하는 글로벌 반도체 공급망에서 매우 중요한 거점을 미리 확보할 수 있다.

래피더스는 도요타·소니·키옥시아·NTT·소프트뱅크·NEC·덴소·미쓰비시UFJ은행 등 8개 기업이 출자한 일본의 첨단 반도체 기업이다. 회사명 래피더스(Rapidus)는 라틴어로 '빠르다'는 의미이다. (사진: Rapidus 홈페이지)

무엇을 준비해야 하는가?

미국이 반도체법을 통해 제일 우선순위로 달성하고자 하는 것은 결국 반도체 제조 능력의 일부 확보, 혹은 리더십 탈환이라는 점은 확실하다. 그 이면에는 미국의 경제안보적 전략 판단이 있다. 미 상무부 지나 레이몬도 장관의 연설에서 드러난 바처럼, 반도체 생태계의 A부터 Z까지 모두 미국에 유치할 수 있는지 여부, 모든 생산 능력에서 선두를 탈환할 수 있는지 여부와는 별개로, 그 규모가 얼마가 될지는 결국 투자하는 주체, 즉, 기업의 결정에 달려 있다. 그 결정 과정에서 한국의 기업은 상세한 생산 규모와 타이밍에 대한 정보를 기반으로 한국에게 유리한 협상을 이끌 수 있을 것이다. 한국의 반도체 업체들이 미국에 신규 팹을 건설하면, 그 반대급부로 미국의 반도체 장비 업체들은 한국의 신규 클러스터에 그에 대응하는 투자를 해야 하는 상황을 조성할 수 있다. 이것은 미국이 획책하는 글로벌 반도체 공급망의 안정화 즉, 공급 채널의 다변화를 통한 공급망 불확실성 축소라는 목표와도 일치하는 정책이므로 설득력을 갖출 수 있다. 물론 이 과정에서는 한국의 반도체 기업뿐만 아니라 정부의 역할이 중요하다. 외국 반도체 장비 업체들의 신규 투자를 이끌어낼 만한 제도적 체계가 갖춰져야 하기 때문이다.

한국이 더 공격적으로 요구해야 하는 것이 있다. 미국이 주도할 것이라고 선언한 차세대 반도체 소재, 소자, 아키텍처, 공정 등의 각 분야 기술 표준 선도에 핵심 이해관계자로서 같이 참여하는 자격이 바로 그것이다. 미 반도체법으로 권한이 더 명확하게 부여될 NSTC와 NIST(National Institute of Standards & Technology)에 한국의 반도체 산업 관련 주요 연구기관(KIST, ETRI, KRISS 등의 관련 분야 정부 출연연구소 포함), 연구중심대학, 그리고 반도체 제조, 소재, 부품, 장비 업체들이 참여할 수 있는 협상 창구와 수단을 안정적으로 확보하고, 이를 위해 한미반도체협의체가 더 전략적으로 더 확장된 규모로 구성되어야 한다. 기존의 반도체 생산국 정부 간 연례 회의(Government Authorities Meeting on Semiconductor, GAMS)나 한미 SPD(반도체 파트너십 대화), 한미 SCCD(장관급 공급망 및 산업 대화 채널) 등의 채널을 더욱 확장하고 회의 빈도를 높이며 정보 교환 및 로드맵 상호 확인의 창구로 활용하는 등의 방식을 통해 이러한 전략적 협의체는 구성이 가능하다. 한국은 이러한 협상 과정에서 역으로 이른바 ‘NSTC Korea’를 수도권 이남의 메가 클러스터로 유치하는 것을 제안할 수 있어야 하며, 그 근거가 무엇인지 이야기할 수 있어야 한다.

또한 미국 연구중심대학과 연구기관들이 한국 반도체 업체들과 공동으로 차세대 반도체 기술 개발 프로젝트에서 산학협력을 할 수 있는 경로를 더 많이 확보해야 한다. 한국 대기업들이 미국 대학에 투자하고 현지의 인력을 더 많이 확보할 수 있는 경로를 미국 반도체법(예를 들어 반도체법에는 연 3000명 수준의 인력 양성을 보조한다는 패키지가 포함되어 있음)으로 보장받고, 그 기술 실시권을 미 상무부 산하 산업안보국(BIS)으로부터 명시적으로 보장받을 수 있어야 한다. 미국이 향후 더더욱 주도권을 놓지 않으려 하고 있는 전략기술 분야인 양자컴퓨터 분야에 대해서도, 양자정보통신 분야가 차세대 반도체 산업과 결국 언젠가는 연결될 수밖에 없다는 기술적 맥락을 고려하여, 더 적극적인 R&D 프로젝트 투자와 양자정보기술 국제 표준 협의체에서의 지분 확보를 추진해야 한다.

한국 반도체 산업은 미 반도체법의 보조 조항과 가드레일 조항에 너무 신경을 쓰다가 이러한 큰 그림을 놓칠 수 있다는 사실을 명심할 필요성이 크다. 대미 협상 과정에서 더욱 적극적인 목소리를 내야 하고, 특히 팹의 건설과 운영, 투자 집행의 타이밍과 범위, 기술 수준의 설정이라는 정보를 손에 카드로 쥐고 협상 테이블에 앉아야 한다.

글로벌 반도체 산업의 전환기는 한국 반도체의 헤게모니 확장 기회

2022년 한국 수출의 18.8%를 차지할 정도로 이미 국가 기간산업으로 자리 잡은 반도체 산업은 앞으로는 메모리반도체 일변도의 전략에서 벗어나는 경로를 취할 것이다. 그렇지만, 그렇다고 해서 메모리반도체에서의 헤게모니를 놓을 필요는 없다. 안정적인 기반을 범용 반도체인 메모리반도체에서 확보하되, 메모리반도체 자체에서도 향후 더욱 큰 중요성을 갖게 될 HBM3급 고성능 DRAM이나 HBM-PIM 같은 인공지능 반도체로의 전용을 고려하여 혁신의 동력을 찾으며 시장 지배력을 놓치지 않는 전략이 설계되어야 한다. 시장점유율, 수익점유율, 기술 선도와 신규 시장 창출은 앞으로 더욱 급변할 가능성이 높은 글로벌 반도체 산업 환경에서 안정적인 지지대 역할을 할 것이다. 그 지지대의 범위와 깊이를 지금 더 확장해야 하고, 현재로서는 최대의 불확실 요소인 미-중 반도체 패권 경쟁 국면 속에서 수동적 후수를 두는 것이 아닌 능동적 선수를 둘 수 있는 타이밍을 잡아야 한다. 전환기의 반도체 산업은 변환 전략을 위한 의제 설정과 구체적인 실행 방안 마련부터 시작되어야 한다.


글쓴이 권석준은서울대 화학생물공학부에서 학사, 석사 과정을 마치고 MIT 화학공학과에서 박사학위를 받았다. 한국과학기술연구원(KIST) 첨단소재기술연구본부 책임연구원을 지냈고 차세대 반도체 소재 및 광(光) 컴퓨터, 양자 컴퓨터 등의 차세대 IT소자 원천 기술 등을 연구 중이다. 현재 성균관대 화학공학과 교수로 재직 중이며, 지금까지 60여 편의 논문을 해외 저명 학술지에 게재했다. 최근에 한·중·일 반도체 산업에 관한 저서 <반도체 삼국지>를 출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