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성한 실장, 김건희 여사 편들지 않아 새우 등 터졌나✔ “한반도 유사시 자위대 상륙” 김태효, 尹의 귀 독점했다✔ IRA 등 외교 문제 산적한데, 공연 문제로 안보실 휘청?✔ 대통령실, 한미 회담서 무엇 해결할지 직접 설명해야✔ 국빈 대접 받고 우크라 무기 공급 청구서 돌아올까 걱정✔ 갈라치기식 냉전적 사고 안 돼… 가치 지키며 실리 챙겨야

<박지원의 식탁> 시즌 2 3화 방송 바로 보기

김성한 대통령실 국가안보실장이 3월 29일 전격 사퇴했다. 한미 정상회담이 한 달도 남지 않은 시점에 핵심 참모가 사실상 경질되는 이례적인 일이 벌어진 것이다. 질 바이든 여사가 회담 기간 열릴 국빈 만찬 중 블랙핑크 공연을 요청했는데, 여러 차례 보고를 누락한 책임을 물었다고 한다. 정말 그게 경질 사유일까? 외교·안보 분야 전문가인 박지원 실장과 김준형 외교광장 이사장은 이번 사태 한복판에 김건희 여사가 있다고 본다. '안보실 실세' 김태효 1차장도 주목한다. 윤 대통령의 귀를 독점하고 있다는 것이다. '박지원의 식탁' 시즌2 3회에서는 한일 정상회담 결과보다 더 우려되는 한미 정상회담의 주요 쟁점도 짚었다.

김보협: 프로그램 이름을 '박지원의 식탁'이 아니라 '박지원의 촉'으로 바꿔야 할까 봐요. 이번 주 방송 무슨 주제로 할까 이야기 나눌 때 저는 다른 주제를 제안했는데, 실장님이 “안보실 쪽이 좀 이상하다 안보실 하자” 하셨잖아요. 어떻게 그런 걸 아셨어요?

박지원: 아는 게 아니라 흐름을 보는 거죠. 저는 학교 다닐 때 공부를 무지 못했어요. 그런데 아이큐는 학교에서 제일 높았거든요. 초등학교 3학년 때부터 고3까지 늑막염을 7번 앓았어요. 그러다 보니 공부할 기회를 놓쳤는데, 저는 굉장히 노력합니다.

헌재 판결 부정하는 한동훈 장관, 겸손해야

김보협: 우선 시즌2부터 새롭게 선보이는 ‘이주의 짤’ 주인공은 한동훈 법무부 장관입니다. 3월 27일, 한 장관이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에 출석해 민주당 의원들과 언쟁을 벌였는데요. 어떻게 보셨나요?

박지원: 저는 무엇보다도 겸손했으면 좋겠어요. 건방져. 국회에서 국민의 대표인 국회의원들이 질문하면 장관은 답변하는 거예요. 장관이 국회의원에게 질문하며 “왜 나는 못 하나?” 이런 건방진 사람이 어떻게 장관을 해요.

김보협: 헌법재판소 권한쟁의 심판 이후에 이런 일이 벌어진 거 아닙니까? 헌재 심판 이후 민주당에서는 한 장관이 책임져야 한다, 사퇴해야 한다, 그리고 윤 대통령이 경질해야 한다, 이런 이야기들이 나오기는 했어요. 그러지 않으면 탄핵해야 하는 것 아니냐, 이런 이야기까지 나오는데, 실장님은 탄핵에는 반대하셨잖아요.

박지원: 제가 볼 때는 탄핵까지는 과유불급이고, 조금 더 보자 이거죠.

김보협: 시기가 적절하지 않다?

박지원: 그렇죠. 조금 더 달궈야 해요. 대장장이도 달궜을 때 내리치는 지혜가 있단 말이에요. 지금 치면 너무 튀어요. (앞으로) 국민도 저항이 있을 거고, 어찌 됐든 한동훈 법무부 장관은 본인이 직접 헌재에 제소해 각하 됐잖아요. 쉽게 말해서 졌어요. 졌으면 겸손해야죠. 헌재의 판결을 존중한다, 거기까지 하지 왜 또 토를 달아요.

김보협: 괄호치고 말로만 존중한다.

박지원: 헌재고 대법원이고 최고 재판소에서는 국회 문제 재판에서 입법권을 항상 인정해줍니다. 그러니까 다소 절차상 하자가 있어도 국회 본회의에서 합법적으로 통과됐으니 존중한다는 거예요. 법무부 장관이 헌법재판소, 사법부의 최종 판결에 저렇게 토를 달고 저항한다면, 법 질서가 바로 서겠어요? 스스로가 법치의 모범을 보여야 합니다. “건방지게 나서지 마라”라고 말씀드립니다.

김보협: 법사위에서 언쟁이 벌어지고 나서, 친윤 출신이고 여의도연구원장을 꿰찬 박수영 국민의힘 의원이 라디오(CBS 김현정의 뉴스쇼, 3.27) 인터뷰에서 “탄핵 땡큐다. 지금 셀럽인데 히어로가 될 수 있다”라고 했는데 어떻게 보세요?

박지원: 그게 국민을 얕보는 오만함이에요. 대개 정권을 잡으면 오만해져 망해요. 민주당 입장에서는 한동훈 장관이 계속 튀고, 오만하고 겸손하지 못한 모습을 보여서 총선에 나가서 책임진다면 좋아요. 대통령 후보 되면 더 좋죠. (출마하면) 민주당 후보가 식은 죽 먹듯 승리할 겁니다.

김보협: 그렇게 될까요?

박지원: 국민은 굉장히 무섭습니다. 저도 국회의원 몇 번 해봤지만, 골프하고 선거는 고개 쳐들면 져요. (국민은) 하나하나 다 봐요.

김보협: “국민을 무서워할 줄 알아야 한다”는 말씀이군요. 한동훈 장관 총선 출마는 상수로 봐야 할까요?

박지원: 하겠죠. 윤석열 대통령이 (지역구) 좋은 데 보낼 거예요.

한미 회담 20여 일 앞두고 안보실장 경질

김보협: 오늘의 메인 요리로 들어가 볼까요? 윤석열 정부 외교·안보 라인에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는 건지, 윤 대통령의 귀를 붙잡고 있는 외교·안보 참모는 누구인지 등을 분석해보려 합니다. 시즌2 1회 방송을 빛내주셨던 김준형 외교광장 이사장 다시 모셨습니다.

두 분 모두 외교·안보에 관한 정책·조직 전문가이시죠. 그런데 세상에 이런 일이. 임기 1년도 되지 않은 정부에서 안보실장과 외교부 출신 비서관들이 전격 경질된 사례가 있었습니까?

박지원: 없어요. 하지만 김성한 안보실장은 잘 바꿨어요. 그분은 잘 못해요. 그리고 윤석열 대통령이 잘했어요. 후임을 검찰 출신으로 데려오지 않았으니 얼마나 잘했어요.

김준형: 그래도 외교·안보 라인은 ‘검찰 청정구역이다’ 이런 말이 있었습니다. 실장님 말씀하신 것처럼 다행이지만, 그 안에서도 친윤이냐 아니냐에 따라 완전히 달라지는 것 같거든요. 김성한 안보실장을 왜 잘랐을까, 사람들은 모르잖아요. 국빈 방문은 늦어도 1달 전에 준비 시작합니다. 이미 한미 간에 각급 라인에서 만나고 실제로 어젠다 정하고 공동선언문 준비도 시작했을텐데, 낙마하는 이유가 불분명하잖아요. 정말 블랙핑크 때문일까요? 참 신기한 일입니다. 이런 일을 본 적이 없습니다.

블랙핑크와 질 바이든 사이 빈칸, ‘아킬레스건희

박지원: 질 바이든 여사가 우리와 국빈 만찬에서 블랙핑크와 레이디 가가 합동공연을 하자고 제안했는데, 오늘 아침 <조선일보> 보도를 보면 그 내용을 7번이나 보고하지 않았다고 합니다.

블랙핑크 (사진: YG)

물론 김태효 안보실 1차장과 김성한 안보실장의 알력설, 김태효 1차장과 박진 외교부 장관의 갈등설 등은 있었죠. 그렇지만 질 바이든 여사의 파트너가 누구예요? ‘아킬레스건희’ 김건희 여사예요. 김건희 여사 측에서 굉장히 화를 냈다는 이야기가 나왔습니다.

김준형: 김태효 1차장 중심으로 인사부터 모든 일을 관장하고, 뒤에서 김성한 실장 본인은 김태효하고만 논의를 하는 스탠스를 취했거든요. 그렇게 보면 저는 김태효 1차장과 박진 장관 갈등은 들은 바도 있고 가능성도 있는데요. 김성한 실장은 좋게 이야기하면 균형 잡혀 있고, 나쁘게 이야기하면 기회주의적인 사람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누군가와 권력 투쟁할 사람이 아닙니다. 이번에도 오히려 외교부 파견 외교관하고 김태효, 그리고 김건희 여사와의 문제가 생긴 상황에서 중립적인 스탠스를 취하다 경질된 것이 아닌가 생각합니다.

김보협: 김건희 여사와 김태효 1차장 편을 들어야 하는데 우물쭈물하다 잘렸다?

김준형: (보고 누락이) 문제가 되면, 비서관을 잘못 다룬 책임은 실제로 차장이 져야 합니다. 두 차장이 실장 밑에 있지 않습니까? 비서관 직속 상사가 김태효 1차장인데, 왜 김태효를 경질하지 않고, 전체를 관장하는 김성한을 잘랐을까 의문입니다.

그리고 <조선일보>와 <동아일보> 보도를 맞춰보면 한 조각이 비어요. 저는 질 바이든 여사가 (합동공연을) 7번이나 요청했다는 사실 자체를 의심합니다. 한미 정상회담 만찬이 열리는 곳이 블레어하우스인데요. 거기는 아이돌 가수가 와서 공연하기에는 비좁습니다. 두 번째 의심은 초기에 해당 일정은 영부인 일정으로 나왔을 가능성이 높다는 겁니다. 미국 측이 아니라. 제가 보기엔 우리 쪽에서 제안을 했을 것이다.

김준형 외교광장 이사장

베테랑 외교 관료가 보고 누락? 정통 외교 관료들이 그럴 리가...

김보협: 질 바이든 여사의 파트너는 김건희 여사죠.

김준형: 그렇죠. 처음에 영부인 일정으로 논의가 됐을 겁니다. 왜냐하면 전체 대통령 일정에 안 맞아요. 그런데 나중에 문제가 생기니까 영부인 일정이라는 것이 드러나지 않도록 하기 위해 두 가지를 바꾼 겁니다. 미국이 먼저 제안했다. 대통령의 일정이었다고. (보고 누락이 사실이 아니라고) 의심하는 이유는 미국에서 7번이나 이야기한 것을 외교관 입장에서 뭉갤 이유가 없습니다. 먼저 요청하는데 왜 뭉갭니까. 외교관들에게 기회죠.

저는 오히려 한국에서 “(합동공연을) 제안하고 살펴봐라” 했는데, 외교부에서 몇 가지 우려점을 이야기한 것을 반대로 듣고 일이 커졌다고 봅니다. 실제 대통령실에서 (요청한 대상이) 질 바이든 여사라고 직접 이야기 안 했잖아요. 즉 저는 합동공연 제안이 미국 쪽에서 왔다면 외교 관료들이 보고를 안 했을 리가 없다고 봅니다.

김보협: 그렇다면 더 참담합니다. 외교 안보 정책 이견이나 견해 주도권 싸움에서 벌어진 경질이 아니라, 김건희 여사가 핵심 축에 있다면 더 우울해지지 않나.

박지원: 정통 외교관들은 절대 책임질 일을 하지 않습니다. 무리하지도 않고 잘해요. 이원경 전 외교부 장관이 주일대사도 했는데 이분이 은퇴할 때, “외교관이란 뭡니까”라고 기자가 질문하니 “뱀장어 머리에 참기름 발라 놓은 사람들”이라고 답했어요. 모든 일을 퍼펙트하게 하는 사람이라는 의미죠.

이번에 후임이 결정되는 것을 보고 외교 관료가 또 승리했구나 (느꼈어요). 안보실장에 조태용 전 주미대사, 주미대사는 조현동 외교부 1차관이 됐죠. 그럼 공석인 외교부 차관도 분명 정통관료(커리어)가 될 거예요. 앞으로는 큰 일도 못 하고 큰 사고도 안 치겠다 이런 생각을 했는데. (이번에 경질된) 의전비서관, 외교비서관 모두 외교부 정통 커리어들인데, 김성한 안보실장도 그래요. 그런 분들이 7번이나 보고를 누락했을까? 그거는 사실이 아닌 것 같아요.

김보협: 그것보다 더 큰 이유가 있지 않을까요?

박지원: 김건희 여사가 (공연을) 제안했는데, 미국에서도 여러 가지 이야기가 있었을 수 있어요. 이를 잘못 조정하지 않았을까, 저는 그렇게 봐요.

윤 대통령 아크로비스타 이웃사촌 김태효, 외교 우클릭에 영향

김준형: 결국 외교 관료의 승리라고 말씀하셨는데, 여기서 한 발 더 들어가면 신임 안보실장은 앞으로 어떻게 행동하겠습니까? 독배가 든 자리인 걸 알 겁니다. 그럼 자기가 어떻게 행동해야 하는지 너무 잘 알겠죠. 권력의 핵심에 순응해야겠다고 결심하고 들어왔겠죠.

박지원: 김건희 여사에게 잘 보이면 오래갈 수 있고, 박진 장관이 사퇴하고 총선으로 나갈 것이 불 보듯 뻔한데, 조태용 안보실장도 목표는 외교부 장관 아니에요? 그렇게 갈 거예요. 아무튼 이번에는 숨길 수 없어요. 옛날부터 우리 어머님이 그러시더라고요. ‘귀신이 지나가면 발자국도 안 남지만 사람이 지나가면 반드시 발자국이 남는다.’ 구중궁궐에서 일어났어도 참새들이 알아서 다 짹짹짹 해줍니다.

김보협: 하나 더 여쭙고 싶은데, 김태효 차장은 내부에서 얼마나 실세입니까?

김준형: 엄청 실세죠. (윤석열 정부의) 외교·안보 라인은 이명박 정부 인사로 구성됐습니다. 김성한 안보실장과 김태효 1차장 모두 이명박 정부 때 황태자니 실세니 하는 소리를 들었던 사람입니다. 기본적으로 이분들의 생각은 친일, 한미동맹으로 가야 한다는 것이고, 심지어 김태효 1차장은 자위대가 한반도 유사시에 상륙할 수도 있다는 논문을 성균관대 교수 시절에 썼어요.

대통령을 보면, 계속 우측으로 향하고 있어요. 세계를 선악으로 나눠 적과 아군으로 보고 있는데, 가장 사상적으로 영향을 끼치는 사람이 저는 김태효 1차장인 것 같아요. 김태효 1차장은 직설적입니다. 대통령하고 굉장히 친하다고도 들었고. 대통령과 같은 아파트 아크로비스타에 삽니다. 이번에 언론 보도를 보면, 김태효 1차장을 바로 실장으로 올리려고 했는데 본인이 부담이 크고 권력투쟁으로 비칠 수 있으니 한발 물러났다고 보는 게 합리적인 추측 같습니다.

박지원: 김태효 차장은 과거에 MB정부 대일·대미·대북 정책을 망쳐서 책임지고 물러간 사람이에요. 그런데 윤 대통령이 아크로비스타에 살아서 먼 친척보다 이웃사촌이 가깝다는 거 아니에요. 최고 실세인데, 권력의 메커니즘을 잘 아는 것 같아요. 이번에도 바로 실장으로 가지 않은 것은 권력 메커니즘을 알고 오래 하자(는 생각인 듯싶어요). 그러나 조태용 실장이 오더라도 실세는 김태효일 겁니다.

외교·안보 사령부 된 김태효 국가안보실’, 외교부는 욕받이’?

김보협: 김태효 1차장이면 직제상으로 차관급이잖아요. 실장은 장관급이고. 장관급이 차관급의 눈치를 봤다는 건데, 또 김태효 1차장이 공개석상에서 장관(박진)을 질책했다는 이야기도 들었어요. 그건 하극상 아닙니까? 아무리 대통령실에 있다 해도 공개석상에서 국무위원을 질책한다?

김준형: 사실 안보실은 조정기구입니다. 대통령실에서 모든 부서를 다 총괄할 수 없으니, 부서 사이에서 연락하고 조정하는 역할이 가장 큽니다. 그런데 지금은 사령부가 돼 있는 상황입니다. 확실히 안보실에 무게중심이 굉장히 가 있습니다. 또 이번에 안보실 실세가 누구냐가 판가름 났죠.

지난 1년간 이번 정부 외교는 두 마디로 정리됩니다. 첫째는 전부 ‘의전 문제’였습니다. 실제 어젠다가 아니었고요. 둘째 ‘내용으로는 미국과 일본밖에 없었어요.’ 이외에는 어떤 나라와도 심각한 외교를 한 적이 없습니다. 처음에 조문 외교와 유엔 외교 때 문제가 됐던 게 뭡니까? 사실 그 분위기에서는 정상적인 정상회담을 할 수 없다는 건 웬만한 외교 전문가는 압니다.

김보협: 조문 외교는 영국 여왕 조문 갔을 때, 실제로 조문하지 않았던 일이고, 유엔은 기시다 일본 총리 쫓아가서 잠깐 만난 거 말씀하시는?

김준형: 예. 그때 IRA(인플레이션 감축법)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대통령이 나서 정상회담을 하겠다는 이야기가 있었죠. 그런데 외교부 쪽에서 거기서 정상적인 외교를 하기는 힘들다고 꾸준히 의견을 개진했음에도 밀고 나갔거든요. (결과적으로) 욕은 외교부가 다 먹었습니다.

외교부의 전문 의견이 묵살됨에도 불구하고, 박진 장관은 외교부를 보호하고 목소리를 내기보다는 개인적인 정치적 이익에 훨씬 관심이 있었고요. 그러니까 외교부 관료들의 불만은 의견을 개진하면 묵살당하고 문제가 터지면 책임지게 만든다는 것이죠. 계속 반복되잖아요. 이번에도 그랬을 가능성이 크다는 겁니다.

김보협: 외교부 내부는 부글부글 끓겠군요.

김준형: 그렇죠. 이제 외교부는 둘로 갈리겠죠. 한쪽은 판을 파악해 실세에 붙고, 다른 한쪽은 경질되거나 떠나 버리는 거죠. 이렇게 되면 향후에 외교관들이 전문성을 발휘할 수 없도록 입을 막겠죠. 이러면 사고 날 가능성이 더 커지죠.

김보협: 말씀을 정리하면, 현재 대통령실 안보실의 실세는 김태효 차장이고, 김 차장이 외교를 잘 모르는 윤 대통령 귀를 잡고 좋지 않은 방향으로 끌고 가고 있는 것 같다는 거네요.

김태효 국가안보실 1차장 (사진: 연합뉴스)

산적한 외교·안보 문제, 마이너스 잔 받을까 우려

김준형: 저는 의전 문제나 공연 문제가 거론되면 대통령실에서 직접 이야기해야 한다고 생각해요. 실제 무엇 때문에 지금 한미 정상회담을 앞두고 이런 일들이 발생했는가에 대해서요. 오히려 지금은 반도체법 문제, IRA 문제 등 한미 정상회담에서 국익을 위해 뭘 하겠다는 건지 말해야 해요. 더 걱정되는 것은 미국 국빈 만찬·국빈 방문만 이벤트로 받고 오히려 우리가 많은 것을 내주고 올 수 있다는 겁니다. 한일 회담에서 한 것처럼 그냥 빈 잔으로 오거나 혹은 마이너스 잔이 될 수도 있다는.

박지원: 해결이 시급한 문제로 IRA, 전기자동차·반도체·배터리 문제, 미중 갈등, 대만과의 관계 등이 있죠. 대북 문제도 중요한데요. 북한이 만일 50cm 직경 전술핵탄두 개발을 완료했다면, 안보실은 우선 전쟁 억제를 위해 대북 문제, 미중 갈등에서 적절한 스탠스를 세워야 해요.

중국과의 관계도 설정해야 합니다. 배터리만 하더라도 중국의 CATL이 세계 시장 37%를 점유하고 있는데, 미국은 우리 기업에는 수출도 투자도 못 하게 하고 있어요. 이게 말이 되냐고요. 또 중국이 우리나라에서 가장 많은 수입을 했는데, 대만에 1위를 내줬어요. 1월에 127억 달러 수출 적자가 났는데, 그중 대중 무역적자가 40억 달러입니다. 굉장히 심각한 거예요.

이런 문제를 두고 안보실에서 미국과 다투다가 파투가 났다면 이해가 되는데, 블랙핑크 공연 문제로 우리나라 안보실이 흔들린다? 실장을 교체한 것은 잘했는데, 경제·대북·대만·미중 갈등 문제는 어디로 가나 (걱정입니다).

국빈 대접 받고 한미일 동맹·우크라 무기공급 청구서 돌아오나

김보협: 한미 정상회담을 두고 국민들이 걱정이 많을 겁니다. 한일 정상회담에서 저렇게 퍼줬는데, 바이든 대통령이 방한했을 때 우리 기업들이 수십조 원 미국에 투자하는 것을 약속하고 내줬는데, 이번에는 무엇을 얼마나 더 내줄까 걱정을 많이 하거든요. 그 문제는 어떻게 보십니까?

김준형: 이번 정부 외교 어젠다는 미국과 일본밖에 없는데, 이들 상대로 치열하게 국익을 찾아야죠. 무언가를 줄 때 우리도 전제조건을 달아야죠. 작년에 우리 대통령은 바이든을 만나 경제동맹·확장억제를 이야기할 때, 바이든 대통령은 기업 CEO를 만났죠. 그리고 실제로 원하는 걸 다 가져갔습니다. 우리나라 5대 기업으로부터 수십조 원 상당을 받았거든요.

바이든은 정부를 거치지 않고 바로 기업들을 상대해왔습니다. 기업이 미국 대통령과 바로 만날 때, 우리 정부는 중간에서 기업과 치밀하게 협상 조건을 만들어 대신 협상해줘야 합니다. 우리 정부는 (협상에서) 투자하는 대신, 예를 들어 배터리 공장 투자할 때 미국 국내에서 생산하는 것과 똑같이 취급해달라는 조건을 달았어야죠. 이걸 안 했다가 IRA로 뒤통수 맞았습니다. 실제로 멕시코와 캐나다는 미리 협상해서 예외 조항을 받았거든요.

우리 정부는 문제 해결하겠다고 말했는데, 못 바꾸고 있고 바꾸려는 노력도 안 하고 있거든요. 그러면 미국에서 국빈 환영 받고 또 무엇을 내줄까? 저는 우크라이나 무기 공급이나 한미일 동맹 수준으로 가라고 이야기할 거라고 봅니다. 지난 강제동원 합의했을 때 미국이 대환영 성명을 발표하지 않았습니까? 그러면 그다음 수순으로 나갈 거란 말이에요. 이러다 한미일 연합사령부가 생기는 거 아닌지 모르겠습니다.

박지원: “공짜 점심은 없다.” 미국 사람들이 주로 쓰는 말인데, 국빈 만찬에 너무 많은 대가를 지불하고 올 것 같아요. 전기차, 반도체, 배터리 문제도 해결되지 않는 걸 넘어 제가 볼 때는 우크라이나에 살상 무기 공급을 요구할 것 같아요. 지난 1월에 나토 사무총장과 오스틴 미 국방장관이 거의 동시에 와서 “우크라이나에 살상 무기 공급을 해달라” 이렇게 요구했잖아요.

문재인 정부 말에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이 발발했는데요. 그때도 무기 공급을 굉장히 원했습니다. 그래서 NSC에서 저는 정의용 장관하고 같이 “어떤 경우에도 살상 무기 공급은 안 되고 인도적 차원에서 군수품 지원하자”고 말했어요. 총 1억 달러 지원했는데요. 저는 “한 10억 달러 주자. 대신 절대 대량살상 무기는 안 줘야 한다”고 했었어요. 지금 사실상 우리나라 K-9 자주포 같은 것을 폴란드를 통해 흘러가고 있다는데, 푸틴이 경고했잖아요.

김보협: “한국이 혹시라도 살상 무기를 제공하면 한러 관계가 파탄 날 것이다.” 이런 이야기를 푸틴 대통령이 했죠.

김준형: 그리고 “러시아가 북한에 군사 지원을 하면 좋겠나” 이렇게 반문했었습니다.

박지원: 그렇죠. 우리가 만약에 국빈 만찬하고 와서 우크라이나에 무기를 공급하면 종전 이후에 푸틴이 과연 우리에게 석유, 천연가스 등을 제대로 주겠느냐. 결국 국익은 외교로 풀어야 해요. 이번 한일 회담에서 악수했는데 기시다 총리가 손 빼자마자 뒤통수를 때려버리잖아요. 윤석열 대통령이 잘해주기를 바라는데 잘 못할 것 같아요.

박지원 전 비서실장

국제무대서 스스로 배제당하는 윤석열식 외교

김준형: 오늘도 대통령께서 진영을 나누는 말씀을 했어요. “국제 질서를 정면으로 부인하는 세력이 있다.” 어디입니까? 중국, 러시아, 북한이잖아요. 대통령이 이야기하는 국가는 미국 중심으로 다 모아도 40개 정도밖에 안 돼요. UN 회원국이 193개국입니다. 그럼 153대 40이에요. 배제를 하는 것이 아니라 스스로 배제당하는 겁니다. 그들 국가와 가치를 공유하라는 것이 아니고, 우리 가치는 지키되, 그들 국가와는 무역과 교류를 해야죠.

김보협: 가치는 존중하되 실리는 챙기자는.

김준형: 가치를 버리자는 이야기가 아니잖아요. 우리는 당연히 자유와 민주주의와 인권을 중시하되, 그들 국가와 적이 되지 말자는 겁니다. 저는 (대통령실에) 누군가 신념을 갖고 세계를 선악으로 갈라치기 하는 사람이 있다. 이에 영향받은 대통령은 자꾸 진영을 나누고 냉전적 사고를 하는 방향으로 간다(고 봅니다).

박지원: 외교 수사라고 하잖아요. 애매모호한 이야기를 해서 국익을 챙겨야 하는데, 윤석열 대통령은 너무 노골적으로 까놓고 이야기해요. 위안부 문제, 강제징용 문제, 독도 문제. 일본 초등학교 교과서에 어떻게 나와요? 한일 회담에서 일본이 그렇게 나올 것을 몰랐다고 하면 대통령으로서 자질이 없는 것이 아닌가요? 자꾸 가치로 규정해 국내 정치하듯 갈등을 조장하고 분열하면 안 돼요. 검찰 총장 하듯 유죄, 무죄로 나눠 생각하는데, 중국 시장도 잃고 러시아 시장도 암울해지고, 뭐가 되나 싶습니다.

김보협: 4월 말 한미 정상회담이 열리는데, 한일 정상회담보다 더 큰 걱정이 된다, 이렇게 정리할 수 있겠네요. 여기까지 이야기하고요. 회담 즈음해서 다시 이야기 나누겠습니다.

김준형: 저희 예상이 틀렸으면 좋겠습니다.

박지원: 반드시 틀려야 합니다.

김보협: 마무리하겠습니다. 오늘은 윤석열 정부 외교·안보 라인에서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는지 살펴봤고요. 윤 대통령의 귀를 붙잡고 우리나라 외교를 망치고 있는 분이 누군가 이것도 짚어봤습니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