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기현 대표, 대통령실 여의도 출장소장인가✔ 한일 관계, 향후에는 기울어진 운동장 될 것✔ 외교의 흔적이 없는 윤 정부의 100 대 0 외교✔ 日, 전체로 퉁칠 땐 유감… 파고 들어가면 부인✔ 지정학적 처지나 국제 정치를 무시해선 안 돼

<박지원의 식탁> 시즌2 1회 방송 바로 보기

김보협: ‘박지원의 식탁’에 초대해 주셔서 고맙습니다. 시즌1 마지막 방송을 보니까 실장님이 제 이름을 공개하셔서 당황했습니다. 그런데 좀 섭섭한 게, 저는 실장님하고 좋은 기억밖에 없는데 제가 많이 조졌다고 말씀하셔서요.

박지원: 기자는 정치인을 만나면 늘 좋은 기사 쓴 것만 기억하고, 정치인은 기자가 100번을 잘 썼어도 한 번 쓴 나쁜 기사를 기억하는 거예요. 편의주의.

김보협: 알겠습니다. 어제는 잘 주무셨어요? 한일 정상회담 때문에 어떻게 주무셨는지.

박지원: 어떻게 대통령의 역사관, 개인 윤석열씨의 이념이 저 정도일까. 저건 우리 보통 국민 수준 이하다, 그렇게 생각했습니다.

사그라든 이재명 사퇴론

김보협: 알겠습니다. 실장님 근황을 보니까 지금 전국을 돌아다니면서 당원들 많이 만나실 텐데, 그분들은 최근 민주당 상황에 대해서 어떻게 생각하고 계시고, 어떤 우려를 하는지 간단하게 말씀해 주시겠어요?

박지원: 4월까지 전국 강연을 17개 광역단체별로 다 가고 있습니다. 우선 제가 만나는 민주당 당원들, 심지어 보수의 심장이라는 대구, 또 부산의 해운대에서 만났던 그 수많은 젊은 청년들이 윤석열 대통령에 대해 걱정을 하시더라고요. 그런데 민주당마저 ‘왜 그렇게 싸우냐’, ‘왜 그렇게 분열하냐’ 해서 윤석열 정권에 대한 실망과 이재명 대표에 대한 걱정이 교차되고 있더라구요.

그렇지만 거의 100%에 달하는 민주당 당원들은 이재명 대표를 중심으로 윤석열 정권의 야당 탄압 검찰의 표적 수사에 맞서서 싸워야 한다, 그래서 이기자, 하는 생각들을 하고 있었습니다.

김보협: 이재명 대표가 당내 여러 그룹 그리고 의원들을 만나서 두루 얘기를 하시던데, 당내에서는 이재명 책임론, 이재명 사퇴론 이게 좀 사그라드는 분위기죠?

박지원: 상당히 사그라들었죠. 그리고 그것이 대의는 아니에요. 물론 민주정당에서 건전한 당내 비판은 있어야 하지만, 현재로는 이재명 대표 체포동의안이 국회에서 부결된 건 사실이에요. 그렇지만 30여 명 민주당 의원들의 표를 부끄럽게 생각해야죠. 본인들도 그렇게 생각했기 때문에 내가 ‘가’표 던졌다고 커밍아웃을 못 하잖아요. 그런데 많이 사그라들었고 이재명 대표도 본격적으로 소통을 하고 있더라고요.

김보협: 어제 의원총회에서도 여러 해석의 여지가 남는 말씀을 하셨던데, ‘총선 승리를 위해서는 그 어떤 일도 할 수 있다’ 이런 얘기를 하셨더라고요.

박지원: 내년 총선에 만약 실패한다고 하면 윤석열 정부는 제가 볼 때는 거의 ‘박정희+전두환’ 이런 정권으로 갈 수 있습니다. 민주당이 총선에서 승리하지 못하면 이재명 대통령 후보가 순풍에 돛을 달겠어요? 어려워지는 거예요.

김보협: 그런데 여전히 이재명 대표 체제로 내년 총선을 치를 수 있을 것인가, 이재명 대표 책임하에 치를 경우 총선에 승리할 수 있을 것인가, 이런 우려를 하는 민주당 의원들이 있는 거 아닙니까?

박지원: 물론 사법 리스크에 대해서 선거법 위반으로 재판을 하고 있고, 미래를 당겨다가 대책을 세울 필요도 있지만, 걱정할 필요는 없다, 저는 그렇게 보고 있습니다. 현재까지 검찰 수사에서 증거는 없잖아요? 그래서 개인적으로도 얘기하는데, 김대중 비자금, 박지원 대북송금 특검 150억 원, 다 무죄가 됐어요. 왜? 증거가 없으니까. 사실이 아니기 때문에. 지금 증거는 없이 추상적인 얘기를 하고 있기 때문에 저는 이재명 대표 체제로 투쟁해서 이겨서 총선도 치러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김재원 최고위원, 대통령 공약도 무시?

김보협: 시즌2에 새로운 코너를 하나 만들었습니다. 이주에 가장 화제가 됐던 장면 하나. 제가 하나 준비한 게 있거든요. 이 사진입니다. 누군지 다 아시죠?

전광훈 목사, 신해식 대표 그리고 전당대회에서 이번에 가장 많은 득표를 한 최고위원 김재원. 이때 나왔던 말들이 실장님 속상하게 했겠습니다.

전광훈(왼쪽), 신해식(가운데), 김재원(오른쪽) (사진: 유튜브 너알아TV)

박지원: 김재원 최고위원만 얘기를 할게요. 지금 대통령께서 일본에 가셨는데 일본 극우 정치인들이 항상 자기의 재선, 정치적 입지 강화를 위해서 우리나라에 대해 극악무도한 발언을 하잖아요. 김재원 최고위원이 본래 경북 상주가 선거구였는데 실패하고 대구로 가서 실패하고 지금 홍준표 시장하고 앙숙이란 말이에요. 그러니까 대구에서 국회의원 되는 길이 그 길이다 해서 5·18 역사를 왜곡시키는 그런 망언을 했다고 저는 봅니다만, 윤석열 대통령도 공약으로 5·18을 헌법 전문에 포함시킨다 했는데, 그 공약도 무시해버리는 최고위원이라고 볼 수 있죠. 한편으로는 윤석열 대통령의 레임덕이 벌써 시작되나, 이런 생각도 들어요.

김보협: 처음에는 덕담이라고 했다가 결국 김기현 대표한테 경고받고 사과를 하고.

박지원: 저게 어떻게 덕담이에요? 저건 김재원 최고위원의 계산된 발언이에요. 그래도 홍준표 시장이 한 방 먹여버리잖아요. 그런 짓거리 하지 마라.

김보협: 김기현 대표가 새로 됐습니다. 내년 총선까지 국민의힘은 순항할 걸로 보세요?

박지원: 순항할 거예요. 왜냐하면 김기현 대표는 처음부터 집권 여당의 대표가 아니에요. 대통령실 여의도 출장소장으로서의 역할을 충분히 할 거예요. 이번에 보십시오. 제1 일이 뭡니까 뭐 용공 척결? 벌써 윤석열 대통령이 국정원을 과거로 돌려서 민주노총 간첩 색출하면서 공안정국으로 몰아가잖아요. 그래서 ‘야, 역시 그 밥에 그 나물, 그 아버지에 그 아들’이라고 하더니 대통령의 출장소장으로서 구미에 맞는 일을 어떻게 저렇게 척척 처음부터 해낼까, 하는 생각이 듭니다.

'기시다바리'

김보협: 오늘 메인 요리는 따끈따끈한 한일 정상회담 얘기입니다. 전문가로 문재인 정부 때 국립외교원장을 지내셨고 외교광장 이사장님인 김준형 이사장님 오셨습니다. 오늘은 전 원장님보다 이사장님이라고 불러야 하죠?

김준형: 외교광장은 다양한 연령대의 외교 전문가들, 특히 지역 전문가들, 최근 7~8년 같이 공부하던 사람들이 함께 만든 연구소입니다. 요새 윤석열 정부가 하도 외교를 망치니까 분도 풀고 건설적인 제안도 하려고 만들었습니다.

김보협: 두 분 책상 위에 패널이 놓여 있습니다. 영화 별점 주듯이 한일 정상회담에 점수를 주시죠. 그리고 한일 정상회담 총평을 한마디로 적어주세요.

김준형: 제가 먼저 할까요. 하나도 안 뗐습니다. 대신 뭐 하나 붙였습니다.

김보협: 마이너스입니다.

김준형: 그다음에 요즘에 제가 인터넷에서 봤는데, ‘기시다바리.’ 기시다 총리의 시다바리다.

외교광장 김준형 이사장

박지원: 저는 그래도 하나는 (줬어요).

김보협: 1점.

박지원: 왜냐하면 한일 관계는 개선시켜야 한다는 의지는 평가를 해서. 그리고 한마디로 얘기하면 ‘우리가 다 주고, 받은 건 없다.’

김보협: 많은 문제가 있지만 가장 심각한 문제는 뭐라고 생각하십니까?

향후 한미일 군사동맹으로 가는 시작점

김준형: ‘시작’이란 말로 하고 싶어요. 박진 외교부 장관이 자기들이 내놓은 해법이 문제가 될 걸 생각하잖아요. 당연히 알죠. 일방적인 데다 피해자들에 대한 입장을 제대로 이해 못 했으니까.

제가 마이너스라고 하는 이유가 강제동원 문제뿐만 아니라 향후에 한일 관계는 철저하게 기울어진 운동장이 될 것이기 때문입니다. 또 하나는 한미일이 향후에 군사동맹으로 가는 시작점이기 때문에 저는 오히려 판도라의 상자가 열렸다고 생각합니다.

김보협: 기시다의 시다바리가 돼버렸다, 그 말씀이시잖아요. 오늘 <한겨레>를 보면 기시다 총리가 ‘위안부 문제는 어떻게 할 건데?’ 라고도 얘기를 했고 일본 <NHK>에서는 독도 문제에 대해서도 질문이 나왔다, 이런 얘기까지 있었거든요. 그러니까 배상 문제뿐만이 아니라 우리의 가장 민감한 문제인 위안부 문제라든가 심지어 독도 문제까지도 ‘지옥의 문’이 열렸다, 이렇게 보신다는 거죠?

김준형: 일본은 자기들이 강제적으로 침투했던 모든 인권 침해를 부정하고 있거든요. 그런데 이걸 털고 가면서 한국이 인정해준 셈이 되잖아요. 그다음부터는 일본이 공세를 가할 겁니다. 그러면 윤 정권은 어떻게 할 거예요? 국민 반대를 무릅쓰고 정상화시켜 놨는데 일본의 웬만한 공세가 와도 자기가 한 일이 있기 때문에 깨지 못할 겁니다. 강력하게 대응하지 못하는 거예요.

김보협: 조금씩 조금씩 갉아 먹듯이 계속 들어온다는 거.

김준형: 왜냐하면 이미 주도권을 뺏겼기 때문이에요. 예를 들어서 독도 문제가 나오고 교과서 문제, 위안부 문제가 나오면 일단은 유감을 표명할 거예요. 그러나 제가 보기에는 위장 저항이 될 가능성이 있어요.

김보협: 실장님은 뭐가 제일 심각한 문제라고 생각하십니까?

박지원: 윤석열 대통령이 <요미우리신문> 인터뷰를 통해서 구상권은 없다고 하고, 하야시 일본 외상은 강제 동원이 없었다고 하고. 구상권을 행사하지 않겠다고 한 것은 어떤 의미에서 보면 강제징용, 위안부 문제에 대해서 털어버린 거예요. 우리 정부에서는 부인하고 있지만 <NHK> 보도에 의하면 ‘독도는 우리 땅이다’라고 했는데 윤 대통령이 아무런 말씀을 하지 않은 것은, 거듭 말씀드리지만, 윤 대통령의 역사관·철학에 아무리 생각해도 좀 분노가 일고요.

구상권 시효는 10, 남은 임기는 4?

김보협: 실장님 말씀하신 구상권 청구하지 않겠다는 얘기와 관련해서, 구상권의 시효는 10년 아닌가요?

박지원: 그렇다고 해요.

김보협: 윤석열 대통령은 임기가 앞으로 4년밖에 남지 않았잖아요. 그렇다면 그다음에도 정부를 이어가겠다, 이런 뜻일까요.

윤석열 대통령과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 (사진: 연합뉴스)

박지원: 어떻게 됐든 기본적으로 우리 피해자들이 그대로 있냐고요. 지금 일본에서 요구한 것을 윤석열 대통령이 합의해 준 것은 윤 대통령이 평상시에 말씀하시는 헌법 정신, 법조인으로서 우리 사법 체계도 부인한 거예요. 대법원 판결도 부정한 거죠. 이제 구상권을 행사하지 않겠다, 하면 윤석열 대통령 임기 4년 내에도 피해자들이 제소를 할 거란 말이죠. 그럼 사법부의 판결을 어떻게 한다는 거예요?

그래서 저는 박정희 대통령처럼 18년간 집권하려고 그러는가, 그래서 윤석열 대통령 하면 ‘박정희+ 전두환’ 이런 생각을 하게 되더라고요. 저는 김대중-오부치 선언이 새로운 한일 관계로 나가는 등대였다고 한다면, 윤석열-기시다 합의는 두 분은 행복했고 우리 대한민국 국민에겐 앞으로 분노할 불씨를 남겨줬다고 한마디로 얘기합니다.

김보협: 이사장님한테 여쭤보고 싶은데, 일본에선 ‘이렇게 합의를 해 놓고도 정권 바뀌면 당신네들 지키지 않을 거 아니냐’라는 얘기를 하지 않습니까. 정말 이 후과를 어떻게 수습할 수가 있습니까?

우리가 자초한 100 0 외교

김준형: 아마 많은 국민이 이렇게 생각할 거예요. 왜 저렇게 급하지? 왜 이렇게 무리를 하지? 누가 봐도 이거는 잔에 물이 반이 찬 게 아니라 100 대 0이고, 물이 하나도 없는 거죠. 외교의 흔적이 하나도 없습니다. 외교라는 건 주고받는 건데 100 대 0이잖아요. 원래 외교는 51 대 49의 예술이라고 합니다. 100 대 0이면 좋겠지만 그런 외교는 사실상 없거든요. 그런데 이건 100 대 0을 우리 자초한 거니까.

게다가 국내 정치적으로 생각해도요, 이 보수 정부를 흔든 게 바로 일본 문제거든요. 지금 안보실에 있는 1차장이 이명박 정부 때 지소미아를 밀실에서 추진하다가 파장이 일어 관둔 적이 있고, 정권 전체가 조금 흔들렸습니다. 그리고 박근혜 정부 때 위안부 합의라는 것이 박근혜 정부가 무너지는 데 큰 역할을 했단 말이에요. 그러면 이 사람들에게 트라우마죠. 그런데도 왜 그럴까? 제가 보기에는 이 사람들의 꿈이다, 우리 내부에 있는 극우 세력들의 꿈이고.

이번에는 돌파할 수 있으리라고 생각한 것 같아요. 왜냐하면 미국이 배후에 있으니. 또 하나는, 이거는 저는 동의하지 않습니다만, 엠지(MZ) 세대는 달라졌다, 일본을 좋아한다고. 그런데 엠지(MZ) 세대는 오히려 더 엄격합니다. 이런 인권 문제는. 그다음에 북한이 저렇게 도발을 해주니 이번에는 돌파할 수 있다고 생각한 것 같습니다.

김보협: 이 정부에서는 그렇다 치고, 이게 다음 정부에서 성격이 바뀐 이후에 다시 수습할 수 있는가? 이것도 좀 심각한 문제니까.

김준형: 이것도 꼼수가 들어 있습니다. 왜냐, 합의문이 없잖아요. 이번에도 공동성명이 없고요, 한국의 해법도 우리의 일방적 입장 발표입니다. 그 말은 뭐냐면 합의문이 없으니까 깰 것도 없다, 우리는 우리 거 발표하고 일본은 일본 거 발표하는 꼼수를 썼는데, 이것 자체는 오히려 내부에서는 뒤집어질 수 있죠.

김보협: 이번 공동 기자회견을 보면 ‘김대중-오부치 선언의 정신을 발전적으로 계승하고’라는 대목이 있거든요.

김준형: 기가 막히죠.

김대중-오부치 선언은 운운하지 말았으면

박지원: 왜 김대중-오부치 선언이 거기에서 나와요? 얘기를 하실 자격이 없어요. 김대중-오부치 선언에서는 오부치 총리께서 통렬한 반성과 진심 어린 마음으로 사과했어요. 즉, 반성과 사과가 전제돼서 김대중 대통령은 미래로 가자는 거야. 윤석열 대통령은 무조건 덮어버리고. 우리가 강제징용 문제에 대해서 어떻게 됐든 터줬다 하면 기시다 총리가 (한국에) 와야죠.

김대중 대통령과 오부치 게이조 일본 총리 (사진: 연합뉴스)

김보협: 거기에 대한 명시적인 약속도 없었어요.

박지원: 4월에 일본 지방선거가 있어요. 저는 그 전에는 절대 안 온다. 그렇게 보는데, 정치적으로 이용하는 거예요. 그래서 윤석열 대통령이 일본 자민당 지방선거 선거대책위원장으로서의 역할을 해줬다고 봅니다. 사실 김대중-오부치 선언은 제가 그 현장에 참여했고, 후속 조치도 있었습니다만 이번에 가신 것부터 좀 잘못된 것 같아요. 김대중 대통령 주변에는 역대 민정당 국민의힘의 일본 전문가들이 많아요. 정치인들도 양정규 의원님이나 이번에 국민의힘 선거대책위원장인 유흥수 의원님 등 야당의 일본 전문가들도 다 일본으로 함께 가셔서 초당적 외교를 했어요. 그러니까 일본에서도 우리의 진심을 알았죠. 윤석열 대통령이 김대중-오부치 선언은 운운 안 해줬으면 좋겠어요.

김보협: 기시다 일본 총리도 한 번도 얘기 안 했어요. 과거사에 대한 참회, 반성 이런 언급 전혀 없이 1998년 10월에 발표한 한일 공동선언, 이게 이제 김대중-오부치 선언이죠. 이 공동선언을 포함해서 역사 인식에 관한 역대 내각의 입장을 전체적으로 계승하고 있다고 말했죠.

박지원: 그렇다면 아베 내각의 역사 인식도 계승하나요?

김준형: 그러니까요.

박지원: 거기 역대 내각이면 아베 내각이 포함되는 거예요. 많은 내각들, 총리들이 한일 관계에 대해서 말한 것이 있는데, 기시다 총리가 김대중-오부치 선언을 계승해서 발전시킨다 이렇게 딱 박았다고 하면 이야기가 되는데.

김준형: 그런데 이게 일본의 계속된 방식이에요. 전체로 퉁칠 때는 뭔가 통절한 관계의 유감을 얘기하는데, 이슈로 들어가면 다 부인했습니다. 일본의 방식이 대체로 두루뭉술하게 얘기하고 이슈로 들어가면 다 부인을 하는 거거든. 왜 그럴 수밖에 없느냐 하면 아베-기시다 정부가 이거를 인정하는 순간에 국내 정치 기반이 무너지기 때문에 못 한단 말이에요.

김보협: 일부 국민의힘 의원들 중에는 일본에 대한 햇볕정책이다, 이런 식의 묘한 표현을 써요. 그건 어떻게 보십니까?

박지원: 공부 많이 한 사람들이니까 언어의 희롱이죠. 역사를 그렇게 편의적으로 해석하면 안 돼요. 일본의 우익 인사들은 일본 우리가 피해자다, 우리가 철도도 놔줬다, 이런 주장을 하고 있지 않습니까? 우리가 해방 후 친일 역사를 정리하지 못한 것이 오점으로 남아 있는데. 저는 윤석열 정권이 역사적으로 비판받는 정권이 될 것이고 대통령도 그걸 알리라고 봅니다.그런데 말씀들을 조심해야 해요. 저희 아버님이 독립지사입니다. 국립현충원에 누워 계시는데 그렇더라도 한일 관계는 좋아져야 한다고 생각해서 김대중-오부치 선언 때도 제가 참여를 했고, 그 후로 일본 대중문화 개방을 과감하게 해서 한일 관계가 정립됐어요.

김보협: 그때 걱정이 많았잖아요. 일본 문화 개방을 하면 일본 문화에 복속된다고.

박지원: 엄청나게 반대했죠. 여자 배우들이 삭발을 하고 모두가 다 반대했어요. 그래도 김대중 대통령께서 ‘경쟁할 때 발전했지 안방에서는 발전하지 못합니다’라고 하셨어요.

한국과 일본, 서로 가고 싶어 하는 나라

김보협: 잠깐 얘기가 한류로 빠졌습니다만, 김대중-오부치 선언은 실질적인 한일 문화 교류 등 긍정적인 변화로 이어졌는데.

박지원: 그러니까 진심으로 일본이 사과하고 반성하고 또 일본 측에서 니카이 도시히로 운수대신이 저랑 함께 일본 지방 공항을 다 연결시켜 줬어요. 그래서 인적 교류가 시작되고.

더 재밌는 것은 일본 국민 여론조사를 해보면 가장 나가고 싶은 외국이 그때는 하와이였어요. 그런데 이렇게 정상화되고 대중문화 개방되고 여론조사를 해보니까 한국이었어요. 이렇게 마음이 통했단 말이에요. 서로 협력했단 말이죠.

김보협: 지금도 그 얘기는 맞아요. 한국인이 많이 찾는 관광지가 일본이고 일본 사람들이 많이 오는 곳이 한국이고. 물론 그 숫자는 한국 사람들이 일본을 더 많이 간다고 해요. 잠깐 얘기가 나오기도 했지만 엠지(MZ) 세대가 일본 문화를 좋아하고 또 일본 여행 가는 걸 좋아하고 하는 것과 과거사 배상 문제는 전혀 별개인데 그걸 섞어서 얘기합니다.

김보협 진행자

김준형: 저도 일본 음식 좋아하고 일본 여행 정말 좋아합니다. 저는 오히려 거기에 힌트가 있다고 생각해요. 서로 가고 싶은 나라이고 좋아하는 나라란 말이에요. 그런데 지금 두 정부는 그런 것이 아니라 자기들의 정치적 이익을 위해, 자기들의 정치적 목적을 달성하는 데 사용한단 말이에요.

예를 들자면 이 정부가 출범하면서 문재인 정부는 친북, 친중, 반일, 반미 정부였다고 프레임을 짜잖아요. 그러면 자기들도 프레임이 씌워져요. 친일, 반중이 되는 거예요. 그리고 더 나아가서 뭐라 했냐면 ‘한일 관계를 망친 것은 문재인 정부다’라고 했어요. 이게 정말 결정적인 외교의 잘못된 출발이에요. 왜냐하면 일본 입장에서 ‘그래 맞아, 땡큐. 한국이 잘못했네. 문 정부가 아니라 한국이 잘못했네. 고쳐와’라고 할 수 있죠. 사실상 지난 5년 동안 일본은 한국한테 항복을 요구하면서 완전하게 항복하지 않으면 회담 안 한다는 것이었거든요.그런데 우리 정부 들어서면서 한국이 잘못되고 있다고 하니까 지금 전개 과정이, 다 우리(한국)가 잘못했으니까 우리가 일방적으로 완전히 항복문서에 서명한 거나 마찬가지 결과가 나온 거죠. 저는 이게 우리 전체 국가의 이익에서는 엄청난 잘못된 출발점이라고 생각합니다.

-일 정상회담, 내년 총선에 여파 미친다

김보협: 그러니까 어제 저녁 두 끼 먹은 것도 ‘고생했어, 밥이나 많이 먹고 가’ 이런 정도의 의미 밖에.

김준형: 맞아요. 아까 말씀하신 것처럼 (일본 총리가) 와야죠. 호응 조치라면 와야 되는데, 마치 선물 주듯이 ‘이제 와도 돼’라는 거였잖아요.

김보협: 실장님한테 이거 하나 여쭤볼게요. 이번 한일 정상회담이 내년 총선에도 영향을 많이 끼칠까요?

박지원: 어떻게 됐든 윤석열-기시다 합의는 역사 속에서 냉혹한 심판을 받고 우리 국민은 계속 위안부, 강제징용 피해자들과 함께 이의를 제기하는 그런 파동이 이어질 겁니다. 국내가 좀 시끄러워질 거라고 봅니다.

김보협: 이사장님께 마지막 질문. 아까 말씀 중에 합의문이 없다, 그것은 역설적으로 보면 좀 긍정적으로 생각할 수 있는 대목도 있지 않나요?

김준형: 그렇긴 하지만 아마도 이 정부는 장기 집권을 원하는 것 같아요. 그러면 이 부분은 오히려 우리도 일방적으로 하고, 일본도 자기식으로 해 가지고 아무 문제가 없는 것처럼 장기간 끌고 갈 수 있다, 라고 설계자는 생각한 것 같습니다. 그런데 이 부분을 우리가 치고 들어가야죠. 일방적으로 발표를 하고, 피해자를 설득시켰다지만 지금 피해자분들은 대부분 그 돈 안 받겠다는 거거든요.게다가 왜 우리 기업들이 돈을 냅니까? 이런 강압적 분위기는 제3자 뇌물죄도 될 수 있고, 배임죄도 될 수 있어요. 저는 여러 가지 문제에다, 거의 폭탄을 안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국제 정치는 조폭의 세계화

김준형: 저는 이 얘기는 꼭 하고 싶어요. 결국 미국에 대한 유감인데요. 찰스 틸리라는 굉장히 유명한 정치사회학자가 ‘국제 정치는 조폭의 세계화’라고 했어요. 제가 '기시다바리'라고 그랬잖아요. 그런데 일본도 중간 보스예요. 우리는 죄송한 말씀이지만 ‘시다바리’이고. 지금 정부가 하는 짓은. 그 위에 진짜 보스는 누구냐, 미국이거든요. 미국이 중국을 막는다는, 러시아를 견제한다는 명분으로 지금 한미일을 동맹으로 묶으려고 하고 있어요. 북한이 도발을 하면 옛날에는 한미 동맹이 억지력을 키워서 대처하겠다고 그랬는데, (지금은) 한미일이라고 얘기하고 있어요.

김보협: 일본은 동맹이 아니잖아요.

박지원: 동맹으로 이끌고 가는 거 아니에요?

김준형: 지금 동맹으로 끌고 가는 거죠. 그런데 이 동맹이라는 것은 한반도에 유사시 일본이 들어오는 것이고, 일본이 누구와 전쟁을 하면 우리가 가서 개입을 해야 된다는 엄청난 겁니다. 이 말을 쓰지 않을 뿐이지 계속 확대시키고 있거든요.

박지원: 일본이 개헌도 하지 않은 채 자위대가 우리에게 참전할 수 있는 길을 터준 거예요.

김준형: 그리고 아까 말씀드린 안보실에 있는 분은 과거 논문에서 ‘한반도 유사시 자위대가 들어오는 것을 생각해야 된다’라고 얘기했고, 대통령도 후보 시절에 토론 중에서 ‘가능하다’고 얘기까지 했어요.이게 단순한 제 과장이 아니고요. 작년 11월에 한미일 프놈펜 선언을 했잖아요. 그때는 기자도 안 데리고 갔어요. 그 안에서 무슨 합의가 됐는지 (모르지만), 그 이후에 나오는 것들이 준비되었다고 저는 생각해요. 합의문은 없을지 몰라도 공감대를 이뤘다고. 왜냐하면 바로 다음 달에 일본이 3대 안보 문서를 바꿨고, 선제타격 반격 능력이라고 했지만 선제 타격을 인정했고, 그다음에 지금 강제동원 해법이 나오고. 이런 일련의 과정을 보십시오.

일본 친구 하나가 만드는 두 명의 적

김준형: 그리고 4월 다음 달이 문제입니다. 이번에는 일본과 (관계를) 복원했다는 이미지만 만들었지만, 4월에 한미 정상회담이 있습니다. 국빈 방문을 하는데 도대체 뭘 갖다 줄 것인지.

사실 이전에 1980년대에 극우들의 조합이 있었습니다. 레이건이 주도를 했고 나카소네와 전두환이 참여한. 그게 첫 삼각 동맹의 시작이라고 얘기합니다. 두 번째로 아들 부시가 9·11 테러 이후에 고이즈미와 손잡고 노무현 대통령을 밀어붙였어요. 그때는 우리가 저항을 좀 했습니다. 지금 세 번째 시도입니다.

그런데 문제는 바이든 민주당 정부예요. 저는 이게 너무 충격적인데, 바이든이 오바마 대통령의 부통령으로 일했던 2015년 기억나시죠? 웬디 셔먼이 망언을 했잖아요. 그전까지는 민주당 정부가 가치나 인권 때문에 한국의 과거사에 대해서 상당히 우호적이었고, 일본의 잘못을 얘기했어요. 우리가 적어도 일본에 대해서는 외교적으로 도덕적 우위가 있었습니다.

그런데 그때가 미국이 돌아서는 계기였고, 당시에 오바마는 외교의 아마추어였기 때문에 바이든이 외교를 다 담당했습니다. 바이든이 지금 대통령이 돼서 그때 걸 지금 다시 하고 있는 거죠. 저는 그래서 국내 정치뿐 아니라, 한일 관계뿐 아니라, 한반도를 중심으로 냉전을 불러온다고 생각합니다.

일본을 친구로 하나 받아들이는데 적이 두 개가 더 생기는 겁니다. 북한만일 때는 한미 동맹이었는데, 일본을 끌어들이면 중국과 러시아까지 끌어들이는 겁니다. 이게 우리 국익을 위해서 올바른 결정인지 계속 걱정이 듭니다.

김보협: 지금 말씀은 이번 한일 정상회담의 결과를 시간적으로는 프놈펜으로부터 이어진 걸로 봐야 되고, 공간적으로는 한미일의 미국까지로 확장해서 봐야 된다는 뜻으로 정리를 하면 될 것 같습니다.

박지원: 한마디만 더 하자면 정세현 통일부 장관이 최근 상황을 보고 ‘미국이 결국 한국을 끌어다가 일본 밑으로 집어넣어 버렸다’고 했습니다. 저도 한미 동맹의 중요성은 충분히 인정하지만 이렇게까지 미국이 일본과 손잡고 인도태평양, 중국, 대만 문제를 위해 지정학적으로 그렇게 할 수 없는 대한민국을 갖다가 일본 밑으로 집어넣어 버리는 것은 너무 심하다고 생각해요.

그런데 윤석열 대통령마저도 우리의 지정학적 처지나 국제 정치를 무시하고 외교를 무시하고 이렇게까지.

김보협: 오늘 방송은 마치고, 공지 말씀드리겠습니다. 다음 방송은 23일 오후로 하루 당깁니다. 그리고 박지원 시즌2부터는 시청자들께서 댓글을 보내실 수 있고, 그 댓글에 저희가 소정의 상품을 보내드릴 예정입니다.

박지원: 구독, 좋아요도 고맙습니다.

김준형: 초대해 주셔서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