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새 대통령 선거를 치른 지 1년(3.9)이 지났다. 그 1년 동안 많은 변화가 있었다. 정치와 정책 전반에서 윤석열 대통령이 주도하는 ‘문재인 정부 지우기’가 일사천리로 진행되고 있다. 정치와 정책을 결정하는 주요 포스트(자리)는 검찰 출신 인사들로 대거 채워졌고, 검찰 수사가 연일 여론의 중심 이슈로 등장하고 있다.여당에서는 우여곡절 끝에 당 대표가 바뀌었다. 당내 비주류 정치인들은 모두 큰 정치적 타격을 입었다. 친윤 세력이 당을 장악하기는 했지만, 그렇다고 내년 총선까지 순항할 수 있을까? 야당에선 검찰과의 대결이 제1 화두다. 이재명 민주당 대표의 국회 체포동의안 부결 뒤 후폭풍도 만만치 않다.정국방담을 통해 윤석열 정부 1년을 되돌아 보고, 내년 총선까지의 정국 상황도 전망해 본다. [편집자 주]

✔ 윤 대통령, 지난해 말 이후 자신감 회복한 듯✔ 윤 정부, 검찰이 끌고 우파 언론이 밀고✔ 외교 '한미일 대 북중러' 구도로 걸어 들어가✔ 여당 총선 승리 시, 비주류 4인 생존 어려워✔ 이 대표, 죄가 있는지 없는지 자신이 잘 안다

사진: 연합뉴스

가오리 : 윤석열 대통령이 당선된 지 1년이 지났다. 윤 정부 1년의 성격에 대해 평가한다면.

윤석열 정부는 ‘반문재인, 반민주당’ 정권

들국화 : 윤석열 정부는 반문재인, 반민주당 정권이다. 윤석열 대통령을 당선시킨 주도 세력은 자본 기득권 세력과 분단 기득권 세력이 결합한 이른바 보수다. 국민의힘 정치인들, 당원들, 지지자들, 그리고 보수 신문 논객들이 주요 구성원이다.

이들은 문재인 대통령과 민주당이 한 일은 모두 잘못된 것, 나쁜 것, 이념적이고 정치적인 것이라고 본다. 2016년과 2017년 박근혜 대통령 탄핵과 촛불집회로 탄생한 문재인 정권의 비통합적·비타협적 노선, 미숙한 국정 운영과 실패한 부동산 정책이 반문재인, 반민주당 세력의 대대적인 결집을 불러왔다.

2022년 국민의힘 대통령 후보 경선에서 국민의힘 당원들은 윤석열과 홍준표 가운데 윤석열을 선택했다. 이유는 두 가지다. 첫째, 문재인 대통령과 민주당 정부에 가장 뼈아픈 패배를 안겨주기 위해 그들의 일원이었던 윤석열을 선택했다. 둘째, 홍준표로는 대선 승리가 확실하지 않다고 봤기 때문이다.

지금 윤석열 대통령은 자신을 대통령으로 만들어준 이른바 보수 세력과 국민의힘 당원들의 요구를 매우 충직하게 잘 따르고 있다. 자본의 이익을 극대화하기 위한 규제 개혁, 법인세 인하, 해외 시장 확대, 노조 약화 정책이 그런 것이다. 분단의 이익을 극대화하기 위한 반북한, 반중국, 친미국, 친일본 노선이 그런 것이다. 2024년 4·10 총선에서 승리해 정권교체를 완성해야 한다고 주장하는 이유도 그런 것이다.

변방지기 : 윤 정부는 전임 문재인 정부의 각종 정부철학과 정책에 반발하는 생각을 처음부터 가진 듯하다. 지난 정부의 친북, 탈미, 친중, 반일 등의 외교·국방 정책 흐름과, 박근혜 정권을 붕괴시킨 공로를 지닌 시민사회, 노동 분야의 강대한 영향력에 대해 선을 긋는 것으로 보였다.

지금 윤 정부는 자유민주주의 깃발 아래 노동, 연금, 교육과 정치 분야의 개혁이란 이름의 국가 정상화를 이야기하고 있다. 윤 정부 스스로의 입장에선 전임 정권에 의해 비정상화된 대한민국을 바로 잡기 위한 지사적 선택을 한 것으로 보인다.

윤 정부의 ‘국가 정상화’, 실용적이고 국민친화적으로 비쳐

그리고 이 선택이 묘하게도 매우 실용주의적이고 국민친화적으로 보인다. 정치 형태나 철학적 구분을 위한 학문적 규명 없이도 윤 정부는 거의 모든 면에서 ‘반문재인 정부’적이다. 그것은 자유주의의 부활, 국가 경쟁력 중심주의, 블럭시대로 회귀한 국제질서에 대한 주도적 편성 등으로 요약될 수 있다.

물론 이것을 전임 문 정부 측에서 바라보면 신자유주의로의 복귀, 냉전 회귀, 민주주의의 위기라는 지적도 할 수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윤 정부의 선택은 매우 현실적인 면이 많아서인지 다수 국민에 의해 수용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밀덕 : 반문재인 정권이기도 하지만, 내용적으로 검사에 의한, 검사를 위한, 검사의 정부다. 두 가지 측면에서 그렇다. 정권 핵심부에 등용하는 인물이 전부 검사다. 동시에 통치를 위한 권력 수단이 검사(+감사원)다. 그래서 윤 정부의 정치 작동이 보여주는 가장 큰 특징은 사법의 정치화다.

윤 정부의 정치적 특징은 ‘사법의 정치화’

밀덕 : 이전까지는 정치의 사법화가 문제였다. 툭하면 정치적 사안을 검찰에 고발하고 법정으로 끌고 가는 식으로 정치했다. 정치권 스스로 정치를 사법화시킨 나머지, 이젠 정치에 맛들인 사법이 정치의 영역으로 넘어 들어왔다. 자업자득이다.

그 결과 야당은 말할 것도 없고, 여당조차도 정치적으로 무력해졌다. 아무 정치적 기반이 없는 윤 대통령이 자기 기반을 만들기 위해 여당을 개조하려 한다. 당권을 장악했고 이제 윤의 사람들로 공천할 것이다. 이렇게 해서 총선에서 성공하면 윤 정권은 반정치적 정치를 본격화할 것이다. ‘검사+관료+우파 언론’ 연합 정권으로 자신을 정립하려 할 것이다.

바나나 : 명실상부한 검찰공화국이라는 생각이다. 대통령실과 정부 요소에 검사 출신들이 70명 넘게 포진했다. 한때 보수에서 민주당계 정부를 좌파 정권, 운동권 정권이라고 비판한 적이 있는데, 지금 윤석열 정부는 그 이상의 검찰정부다.

핵심은 검사들이 민주주의에서 정치를 잘 할 수 있느냐의 문제인 것 같다. 검사들은 법적 판단, 그중에서도 수사와 기소를 전문으로 하는 독특한 성격의 공무원이고, 상명하복이 중요한 대단히 권위주의적인 집단이다. 법적 정의는 갖추고 있을지 몰라도 민주주의와는 거리가 멀다. 검사들은 민주주의 사회에서 불가피한 칼의 역할을 하는 것이지, 그 조직이나 직종의 성격이 민주주의와는 본질적으로 다른 것이다. 특히 대화, 타협, 조정, 공감, 연대와 같은 민주주의 가치는 검찰 조직과 대단히 거리가 멀다.

들국화 : 윤석열 대통령은 거래와 협상이라는 정치의 가장 기본적인 규칙을 모르는 사람이다. 정치 경험이 없기 때문이다. 검사 시절에도 그는 피의자와 거래를 하지 않는 독특한 검사였다. 우리나라 특수부의 많은 검사들은 피의자의 혐의 가운데 몇 가지를 눈감아주는 대가로 주요 범죄에 대한 피의자의 유죄 인정을 끌어내는 사실상의 플리바게닝 기법으로 수사를 했다.

그런데 윤석열 검사와 이른바 ‘윤석열 사단’ 검사들은 피의자와 그런 거래를 하지 않는 검사들이었다. 일단 탈탈 털어서 10개의 혐의가 있으면 10개 혐의 다 기소했다고 한다. 나중에 법원에서 무죄가 나와도 괘념치 않았다는 것이다.

그런 집단이 권력을 독점하고 있는데, 이 권력 집단에 대한 견제가 어렵다. 견제가 들어오면, 여아 막론하고 정치권이든, 언론이든 시민단체든, 노동 세력이든 거칠게 칼로 제압한다. 반면 어떤 외교나 국내 정치에 대해서는 책임감이나 신중함이 부족하다. 칼잡이로는 프로지만, 정치에서는 미숙한 부분이 많다.

변방지기 : 일부에서 검찰 독재를 이야기하지만 대부분의 국민들에게는 크게 관계가 없는 상황이다. 공부 잘해서 좋은 대학 나오고 출세한 엘리트들의 권력 독점과 그에 따른 폐해가 있다 하더라도 일과성 비판 대상 정도 수준으로 보인다. 검찰 독재를 일반 국민이 체험하고 느끼는 순간이 거의 없다. 검찰 독재에 대한 우려는 정치인, 기업인 등 힘이 있는 사람과 범죄인들이 주로 가지는 정서로 보인다.

윤 정부가 초반에는 미숙한 부분이 있었다. 특히 대통령 취임 직후 ‘청와대 용산 이전’이라는 이슈로 인해서 국정 주도권 장악에 실기했다. 연이어 출근길 도어스테핑에서 과감한 자신감과 지나치게 솔직한 직설적 화법에 의해 지지율이 더욱 떨어졌다.

그런데 이태원 참사를 맞으면서 불안전한 윤 정부가 심각한 위기를 맞는 듯했으나, 원칙적 자세로 임하면서 이를 극복했다. 야권의 속내 보이는 정략적 대응과 세월호를 통해 국가 분열을 경험한 국민의 건강한 대승적 판단이 어울린 결과다. 이후의 상황을 보면, 민심은 윤 정부의 편으로 정리된 듯 보인다.

윤 정부는 이태원 참사를 터닝포인트로 국정 운영에 자신감을 회복한 듯하다. 이후 노동, 연금, 교육 개혁과 정치개혁을 천명하고. 민간, 시민사회단체에 대한 국고 지원금의 회계 투명성 등을 거론했다. 이로 인해서 좌우나 보수 진보의 어느 진영에도 속하지 않는 중도적 국민으로부터 지지세가 조금씩 넓혀져 가는 것으로 보인다.

윤 정부, 이태원 참사 이후 중도층 지지세 넓혀지는 양상

바나나 : 확실히 그런 흐름이 있다. 윤 정권이 지난 1년 사이에 좀 변했다. 변곡점은 작년 하반기 대통령실 인적 교체가 시작되면서부터다. 그전까지는 사실 아무것도 없었다. 국정 비전도 정책도, 정치적 목표나 목표를 이룰 방법도 없었다. 그런데 10·29 이태원 참사 이후로는 좀 변했다. 계획이 있고, 집행도 일관되어 있다.

참사 직후부터 사정정국의 일정을 앞당긴 게 느껴진다. 야당 공세의 강도를 확 높였다. 화물연대 파업도 강경 대응으로 보수 지지자들을 만족시켰다. 보수와 중도를 잡을 3대 개혁도 천명했다. 보수 신문들이 쓸 내용이 생겼다. 내용도 검찰 정부가 잘할 수 있는 것들이다. 문제를 제기하고, 압수수색하고, 수사하고, 잡아들이고, 검사 출신을 보내서 조직을 장악하고. 총선 때까지 죽 그렇게 갈 것 같다.

변방지기 : 유달리 큰 야당복을 지닌 윤석열 정부의 자신감 있는 행보는 지난 연말과 올해 초 이후 더욱 강화되는 듯하다. 여당에 대한 전당대회 개입 논란과 잡음에도 불구하고 이번 국민의힘 전당대회를 통해서 윤 대통령은 역대 보수정권 이래 아주 오래간만에 단일 체제를 갖추었다.

여소야대를 극복하기 위한 3당통합을 이룬 노태우 정부 이래 김영삼, 이명박, 박근혜 등 보수정부는 내부의 정치적 경쟁자의 존재로 인해서 국정 운영에 많은 어려움을 겪어왔었다. 윤 정부가 정치권과 언론, 시민사회 단체 등의 우려와 비난에도 불구하고, 결과적으로 전당대회에 개입하여 성공을 거둔 것으로 보인다.

역대 보수정권들의 경험을 토대로 다소간 무리를 하더라도 이를 극복하겠다는 윤 대통령의 의지가 있었던 것 같다. 역대 대통령 비서실은 장막 뒤에서 소리 없는 조정을 하곤 했으나 이번 정부의 대통령 비서실은 정치든, 경제든 대통령실의 입장을 공개적으로 전한다. 즉 대통령의 생각을 말하고 있다.

윤 대통령은 당을 장악하면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고 생각

들국화 : 확실히 윤 대통령은 당을 장악하면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고 생각하는 것 같다. 윤 대통령은 1월 2일 치 <조선일보> 인터뷰에서 “총선에서도 여당이 다수당이 돼야 공약했던 정책을 차질 없이 할 수 있고, 그러지 못하면 거의 식물 대통령이 될 것이다”라고 말했다.

그런데 국민의힘이 총선에서 1당이 돼도, 지금 민주당처럼 170석 안팎의 의석을 차지해도, 윤석열 대통령이 공약했던 정책을 차질 없이 추진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국회선진화법이 갑자기 사라지는 게 아니기 때문이다. 원 구성 협상에서 법사위원장을 민주당에 내줘야 한다. 어차피 야당과 대화와 타협을 하지 않으면 국정을 이끌어 갈 수 없다. 문재인 대통령이 2020년 총선 대승 이후에도 국정을 마음대로 이끌어 갈 수 없었던 것과 마찬가지다. 하지만 윤 대통령은 이러한 정치 현실을 잘 모르는 것 같다. 국회의원에 당선돼서 출세하려고 하는 국민의힘 정치인들의 감언이설에 넘어간 것 같다.

가오리 : 향후 국정 운영은 지난 1년과 어떻게 달라질 것으로 보는지. 특히 내년 총선 때까지.

내년 총선까지 윤 대통령의 국정 운영 전혀 달라지지 않을 것

들국화 : 2024년 총선 때까지 윤석열 대통령의 국정 운영은 지난 1년과 전혀 달라지지 않을 것이다. 윤 대통령은 지난 1년 동안 자신의 무능과 실수를 “국회 다수 의석을 가진 민주당의 비협조로 국정을 제대로 이끌어 갈 수 없다”는 ‘야당의 발목잡기 프레임’으로 방어했다. 앞으로 달라질 이유가 없고, 필요도 없다고 생각할 것이다.

변방지기 : 그렇게 할 수 있는 건 역시 야당 복 때문이다. 어느 중견 언론인의 말처럼 윤 정부 입장에선 기가 막히게 야당 복이 있는 정권이란 평을 들을 만큼 ‘무능한 야당’의 엄청난 존재감이 있다.

사실 많은 국민들이 희망이 없다시피 한 야당을 포기하고 있다. 그래서 여야 모두 외연 확장을 사실상 포기하고 자기편 중심주의 정치를 펴는 요즘에, 중도적 국민 다수는 정치를 포기한 듯 보여주는 가운데 윤 대통령의 국정에 조금씩 힘을 보태는 것처럼 보이는 게 현재 각종 여론조사의 경향이다.

밀덕 : 사실 윤 정권은 그리 강력한 정치적 자산을 갖지 못한 정권으로 출발했다. 그러나 한국이 워낙 양극화가 심화한 정치 지형이라 정치 고관여자 절반이 자동으로 지지층이 되어줬다. 당 대표의 사법 처리를 막는 데 급급한 나머지 야당이 무기력해졌다. 덕분에 윤 정권이 순항하고 있다.

거기다 박근혜 정부를 무너뜨리는 데 일조했던 언론들이 자해를 후회하며 단단히 학습효과를 얻었다. 이제 웬만해선 대통령을 공격하지 않는다. 지금 윤 대통령의 가장 강력한 원군은 언론이다. 관료들은 정권 초반이라 바짝 엎드려 있다. 시민사회나 노동운동, 진보정당은 그동안 국민의 신뢰를 많이 잃었다. 대통령과 그 가족, 측근들의 권력형 비리가 터져 나오지 않는 한, 총선까지 대통령의 시간이 열렸다.

국정 운영의 기조는 ‘야당의 범죄자화, 여당의 윤핵관화’

야당과 진보 진영에 대해서는 해오던 대로 끈질기게 사법 처리를 시도할 것이다. 한편으론 여당을 자기 사람들로 채우려 할 것이다. 야당의 범죄자화, 여당의 윤핵관화, 이 두 가지가 국정 운영 기조다. 그러면서 보수진영이 추구하는 의제를 계속 밀어붙일 것이다. 그것이 지지율 제고로 이어지기도 할 것이다. 진보(자유주의)진영의 해체와 보수진영의 집결, 거기에 집중할 뿐 중도를 향한 구애 따위는 없을 것이다.

변방지기 : 이 부분은 단순히 정략적인 것이 아니라 확실히 정책과 이념의 일관성을 지키는 문제다. 외교와 경제는 물론이고 각종 분야에서 자유주의적 견지의 정책이 강화되어 나올 것이다. 좌고우면하지 않고 앞뒤 눈치 보는 것 없이 앞만 보고 달릴 것으로 보인다. 특히 외교와 노동 분야에서의 개혁은 더욱 그러할 것이라고 판단된다. 그 이유는 국민이 박수를 치기 때문이기도 하다. 그래서인지 최근 KBS 시청료 문제도 새롭게 들고 나왔다.

대통령실은 국민제안 누리집에 ‘TV 수신료 징수방식 개선’과 관련한 글을 올려 이를 공개 토론에 부쳤다. (사진: 국민제안 누리집)

가오리 : 실제로 윤 정부 들어 문재인 정부와 외교·안보 분야에서 큰 변화가 감지된다. 어떤 결과가 예상되는지.

변방지기 : 문 정부와 비교할 때 가장 눈에 크게 띄는 분야는 아무래도 외교 분야이다. 친북, 탈미, 대중국 저자세, 극렬한 반일로 상징되던 문재인 정부의 외교 노선이 명백하고 분명하게 변화를 보이고 있다.

세계는 미국과 중국 중심의 새로운 냉전시대로 재편되고 있다. 냉전 종주국이 자기 진영에 속한 추종국에 모든 것을 일방적으로 지원하여 주던 구 냉전 시대와는 달리 새로운 냉전시대는 종주국이 자신들의 편에 속한 국가들에게도 역할을 강조한다.

첨예한 국익의 무한 추구를 위해 미국과 중국이 모든 것을 걷어붙이고 있다. 미국은 자신의 편에 선 국가들에게도 좀 더 많은 희생적인 편들기를 요구하고 있다. 종주국이 무조건 퍼주던 옛날의 냉전 체제와는 다르다. 어느 편에 서는 것이 우리나라의 국익에 더 부합하느냐의 기준으로 우리는 미국이나 중국의 한 편에 서야 한다.

경제적 신냉전의 시대적 환경은 보수에게 유리하게 작용

밀덕 : 분명히 경제적 신냉전의 시대가 왔다. 미-중 간 (경제적) 패권 경쟁이 전쟁 수준에 이르고 있다. 시대적 환경이 보수에게 유리하다. 러-우크라 전쟁이나 중-대만 간 긴장 고조 등에 따라 러-중-북 vs 미-일-한의 대결 구도에 쉽게 의지하도록 상황이 돌아가는 게 우리 한국에게 안 좋게 작용하고 있다. 미국의 ‘반도체 지원법’은 수출에서 반도체 비중이 큰 한국에게 최악이다. 그 안에 들어가도 언젠간 털리고, 안 들어가도 결국 마찬가지다. 결국 미국의 하위 파트너로 주저앉으라는 건데, 여기에 윤 정부는 제 발로 걸어 들어갈 것이다.

국가적 차원에서는 안 좋은 일이지만, 대통령이 경제정책에 대한 이해가 깊지 않아 시장 원리를 무시하거나 역행하는 조짐이 곳곳에서 보이기 시작한다. 예컨대 은행에 대한 창구 지도를 노골적으로 하고 있는데 미국 금리는 빅 스텝으로 올라갈 공산이 크다. 그때 자금의 해외 유출을 무슨 수로 막겠는가? 노동, 여성, 청년 등의 정책에서도 마찬가지다. 아마추어 정권의 무리한 정책 드라이브가 항상 위기 요인으로 전화될 수 있다.

변방지기 : 양자 간 줄타기를 하는 것이 외교 능력이라는 말도 있지만, 지금은 불가능한 구조다. 자기편에 속한 국가에게도 사실상 보호비를 요구하는 것이 새로운 냉전 체제인 것이다. 사실 옛날 냉전 체제에서도 어느 한 편에 속하지 않는 국가는 국제 경쟁관계에서 제대로 생존하기 힘들었던 것이 역사적 경험이다.

구 냉전 체제에서도 중립주의란 사실상 없었다는 것이 역사적 교훈이다. 그래서 영국, 독일, 프랑스, 오스트레일리아, 일본 등이 지금 미국의 편에 서 있는 이유이기도 하고, 결과가 예상되어서인지 중국 편에 선 주요 국가가 사실상 거의 없는 것이 지난 과거의 냉전으로부터의 교훈이기도 하다.

미국과 경쟁하는 중국도 미국의 많은 분야, 즉 경제, 금융, 기술 분야에 여전히 종속적이다. 유럽과 일본 등 세계 유수 국가도 그러하다. 우리의 경우는 더욱 그러하다. 우리나라의 경우 중국이 대북 억제력을 발휘해서 핵을 폐기시키거나 개혁개방을 이끌어내서 남북이 평화 공존하는 데 기여하거나 그럴 힘이 있다면 실질적 문제에 대한 고민이 있더라도 미국과 중국 사이에서 갈등을 할 수밖에 없었을 것이다. 거기다 우리나라 국민 정서는 명백히 반중적이다. 국민이 잘 몰라서 그렇다고 하는 식의 대응은 매우 곤란한 관점이다.

윤 대통령, ‘한미일 대 북중러’ 구도로 성큼성큼 걸어 들어가

들국화 : 한미 군사동맹을 한미일 군사안보동맹으로 확대 개편해 한반도 정세를 ‘한미일 대 북중러’로 재편하려는 게 미국과 일본, 그리고 우리나라 분단 기득권 세력의 기본적인 구상이다. 윤석열 대통령은 이러한 구도에 성큼성큼 걸어 들어가고 있다. 과거 이명박 대통령이나 박근혜 대통령도 이러한 미국과 일본의 구상을 맹목적으로 따르지 않았다.

우리나라의 대외관계는 지금 중대한 기로에 서 있다. 단기적으로는 중국과의 마찰로 인한 경제적 피해가 있을 수 있다. 중장기적으로는 중국과 대만의 전쟁에 휘말리거나 남북 무력 충돌로 치달을 수 있다. 매우 위험한 상황이다.

변방지기 : 북한의 핵에 대응하기 위한 사드 배치 등 우리나라의 자위 조치에 대한 중국의 강압적인 정책은 많은 우리 국민을 화나게 했다. 중국의 반한류 정책으로 우리의 한류가 세계화되는 기대 이상의 망외 소득을 올린 것은 사실이나, 야권과 진보 진영의 중국에 대한 ‘공손주의’는 국민을 더욱 화나게 할 뿐이다. 미국이 우리를 기쁘게 하지 않아도 중국을 택할 수 없는 것이 국제질서의 역사적 경험과 남북이 대치하고 있는 우리의 현실적인 선택인 것이다.

가오리 : 남북 관계나 일본과의 외교 정책 변화는 어떻게 평가할 수 있을까.

바나나 : 결과적으로 보면 문재인 정부의 한반도 정책은 실패한 것으로 보인다. 마음이 좀 앞섰다. 혹은 낙관주의에 너무 치우쳤다고 할까. 가슴 벅찬 순간들, 깜짝 놀랄만한 순간들이 없지 않았지만, 결과적으로 물거품이 됐다. 화해와 평화의 경험도 쌓았지만, 그것이 얼마나 누란지위에 있는지도 보여주었다.

특히 문 정부가 평창올림픽 때 여자 아이스하키팀에 보여준 태도는 많은 젊은 세대에게 ‘남북 화해나 통일이 꼭 좋지 않구나, 나에게 손해가 될 수 있겠구나’ 하는 생각을 갖게 했다. 공정이나 정의의 차원에서도 섣부르고 낭만주의적이었다.

변방지기 : 북한 국민의 삶과 인권 수준이 아프리카 개발도상국가만도 못하다고 하는 것이 사실인데 이러한 나라가 핵을 개발하여 미국과 경쟁하고 우리나라와 국민을 겁박하고 있다. 그래서 우리 국민 다수가 핵무장론을 지지하고 있다. 이것이 바람직하냐의 문제와 다른 관점에서 우리 국민의 북한에 대한 분명한 입장을 보여주는 것이다.

국내 인사들 중 시대착오적인 김일성주의자와 종북주의자들을 두려워하거나 고려할 필요는 없다. 그러나, 북한을 달래는 것이 우리의 국익에 맞다고 하는 일부 주장은 큰 문제다. 북한을 무엇으로 달랠 것인가? 달랬다고 하는 문재인 정부에서 북한은 핵을 포기하고 남북 간 평화공존 시대를 열어 주었는가? 진보 진영의 정권에서 돈을 주고서라도 북한 최고 지도자와 소위 정상회담도 했었다. 그러나 그 결과가 대한민국과 국민에게 분명히 보이지 않는다.

북한이 진정으로 우리와 공존을 원한다면 핵 폐기와 북한 최고지도자의 남한 방문이 이루어져야 한다고 많은 국민은 상식적으로 생각한다.

바나나 : 북한에 대한 강경 일변도의 정책이 일리가 없는 것은 아니다. 그런데 이런 윤 정부의 남북관계에 대한 정책은 이명박 정부 때와 크게 달라 보이지 않는다. 문제는 이명박 정부가 어떤 성과도 내지 못했다는 것이다.

일본과의 관계도 문 정부에서 아쉬운 점이 있지만, 그렇다고 윤 정부가 더 잘하고 있다고 말하기 어렵다. 문 정부의 경우 남북 관계를 풀어나가는 데서 미국 내 강경파와 일본의 역할을 간과한 것, 집권 후반기에야 일본과의 대화를 시도한 것은 현실을 무시한 낙관주의가 처한 상황을 잘 보여준 것이다. 방해자가 있을 수 있다. 그러나 그에 대한 대책을 세우고 있었어야지, ‘그런 방해자는 항상 있습니다. 돌파해야 합니다’라는 식으로 접근한 것은 문제가 있었다. 일본이라는 행위자의 문제를 우회할 수 없었다.

그렇다고, 지금처럼 사전 협의도 제대로 하지 않은 채 일본에 모든 것을 먼저 내주고 응답을 바라는 자세가 더 나은 대책이라고 생각되지 않는다. 외교에 이런 외교가 있나? 대통령의 미국 방문을 앞두고 일본에 무조건 항복을 하는 태도로밖에 보이지 않는다. 일본이 응답하지 않으면 어떻게 할 것인가? 그때는 정말 대안이 없다. 오히려 더 안 좋은 상황을 만들었다. 많은 전문가들이 일본은 화답하지 않을 것이고, 우리는 남은 카드가 없다고 말한다.

변방지기 : 해방 이후 한동안은 일본과 완전 단절시대를 보냈다. 그러다가 박정희 정부에서 한-일 협정이 맺어지고 국가 간 관계가 정상화되었다. 한-일 협정 당시 굴욕 외교, 매국 외교 논란으로 온 나라가 매우 떠들썩하고 혼란스러웠다. 그러나 민족 감정과는 별개로 양국의 관계는 큰 문제가 없었다.

그때도 독도 문제가 매우 예민해서 신문 지면의 대부분이 일본 성토문이었던 적도 많았다. 일본의 후안무치한 역사의식이 늘 문제가 되었다. 한일 축구, 야구, 권투 경기에서 민족 자존심을 걸고 전쟁하듯이 임했다. 그러나 양국 관계는 정상적이었다.

그런데 문재인 정부 들어서 갑자기 일본 문제가 모든 것에 우선해서 급부상했다. 일본군 위안부 문제로 모든 한-일 관계가 올스톱되었다. 한-일 관계는 당연히 파탄이 났다. 문 정부 시절 외교관계 단절을 하지 않는 것이 이상하게 보일 정도로 일본을 악 그 자체로 몰아갔다. 사실 문재인 정부의 극단적인 반일 카드가 순수하게 보이지 않는 점도 있다. 일본이 문제가 있는 것과 일본을 모두 배척하는 것은 다른 것이다.

문재인 정부 이전처럼, 우리 국민은 종군 위안부 문제뿐 아니라 독도 문제, 일본 신사의 전범 위패 존치 문제, 욱일기 관련 사항 등에 대해서 분노하고 싸워야 한다. 스포츠에서도 한-일전을 할 때. 더욱 격렬히 응원을 보내야 한다. 그러나 일본과의 국가 관계는 정상화되어야 한다. 정치에 외교관계를 이용해서는 안 된다.

지금 이재명 대표와 민주당은 외교 문제로 싸움을 시작하려고 하는 것 같다. 윤 정부의 대일 관계 정상화 조치의 첫 번째 단계인 3자 배상 문제에 모든 것을 걸고 투쟁하려 한다. 하지만 다수 국민은 이 문제의 시시비비에 대한 자신의 견해와 관계없이, 촛불투쟁처럼 모든 것을 걸고 모든 국민이 투쟁해야 할 문제는 아니라고 본다. 이것이 현실적인 판단이다.

정치투쟁은 자기의 희생을 바탕으로 할 때 의미 있는 결과를 갖는다. 그런데 정치적 이해관계가 보이는 상황에서 투쟁 정국으로 가는 길은 국민이 쉽게 납득할 것처럼 보이지는 않는다. 국민은 이재명 방탄에 반일 문제가 활용된다고 생각할 수도 있다.

윤석열의, 윤석열에 의한, 윤석열을 위한 전당대회

가오리 : 여당으로 눈을 돌려보자. 이번 전당대회 결과를 어떻게 보는가.

들국화 : 윤석열의, 윤석열에 의한, 윤석열을 위한 전당대회였다. 김기현 대표와 김재원, 김병민, 조수진, 태영호, 장예찬 최고위원은 정치적으로 아무런 존재감이 없는 사람들이다. 국민의힘 책임당원들이 이들을 찍은 것은 이들의 정치적 역량을 평가했기 때문이 아니라 그냥 윤석열 대통령에게 힘을 실어주기 위해서였다.

변방지기 : 지금까지 통례적으로 총선에서 여당은 대통령이 뒤로 빠지고 당 대표가 진두지휘했다. 통상적으로 야권과 언론 등이 총선을 정부에 대한 심판 혹은 중간평가로 몰아갔기 때문에 대통령이 나서지는 않았다.

이번 전당대회에서 윤 대통령은 지명도와 지지도가 높은 대선주자급들에 대해 논란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사실상 거부하고 김기현 대표를 지지했다. 이것은 총선에 패배할 경우 어차피 대통령이 사실상 레임덕을 맞는 현실을 고려하여 자신의 책임 아래 국정을 놓고 총선을 이기겠다는 배수진을 친 것으로 보인다.

밀덕 : 국민의힘이나 민주당이나 여당에서는 대통령의 의중을 우선시할 수밖에 없다. 정권 초반 전대에서 당원이나 열성 지지층의 투표 행태로 봤을 때 국민의힘 전대도 처음부터 뻔한 결과였다. 그런데 그걸 못 믿고 대통령실이 너무 무리하게 밀어붙이면서 힘 조절에 실패했다. 왜 그렇게 초조했을까? 아마도 초반에 유승민이나 나경원, 안철수가 여론조사에서 앞서는 걸로 나온 게 위기의식을 부른 듯하다. 이런 식으로 정무적 판단력이 약하고 그 집행은 조악하다는 게 윤 정권의 진짜 문제다.

실무진으로 당에서 또는 이명박이나 박근혜 정권 경험자들이 얼마나 들어가 있는지와 무관하게 상층이 문제다. 그들은 윤 대통령과 비슷한 정서와 감각을 지닌 이들이 대부분임이 틀림없다. 그래서 계속 과도하거나, 반대로 방심하는 상황이 교차한다. 앞으로도 계속 그럴 것이다. 본질적으로 윤 정권 핵심부는 ‘반정치의 정치’를 구사할 것이기 때문이다.

바나나 : 확실히 힘 조절에 실패했다. 용산이 전당대회에 무리하게 개입했다는 점이 두고두고 문제가 될 것으로 보인다. 향후 정국은 물론 총선에 대해서도 무한책임을 져야 한다. 설사 총선 결과가 좋더라도, 용산이 당을 좌지우지하지는 못한다. 역대 그런 정권이 없었다. 임기 중 유일한 총선까지 치렀는데, 당과 국회의원들이 대통령 말을 들어야 할 이유가 없다.

차기 주자들도 마찬가지다. 윤 대통령이 공적이 아주 많고 실정이 거의 없는 대통령이라면 모를까, 차기 주자들이 윤 대통령을 공격하지 않을 이유가 있을까? 검찰도 일사불란하지는 않을 것이다. 검찰은 늘 새로운 주인을 찾았다. 설사 그 주인이 한동훈 법무부 장관이라도 윤 대통령의 권력은 무사하지 않을 것이다. 오히려 레임덕이 더 빨리 올 수도 있다. 김기현 대표의 용도는 내년 총선 때까지다.

국민의힘 김기현 신임 당 대표 (사진: 연합뉴스)

가오리 : 김기현 대표 체제가 내년 총선을 잘 준비할 수 있을까?

밀덕 : 김기현은 ‘바지 사장’이다. 총선은 윤핵관과 윤 대통령의 의중을 중심으로 치른다고 봐야 한다. 총선 준비는 결국 공천과 의제 관리가 관건이다. 공천은 윤 대통령이 확실히 장악할 것이다. 문제는 의제 관리를 ‘용와대’가 할 수 있을지 의심스럽다. 그건 아마 김기현 대표와 여당이 맡을 수밖에 없을 것이다.

여기에 모순이 있다. 당은 선거에 불리하게 작용할 변수를 최소화하자고 하겠으나, 대통령은 보수 결집을 내세워 여론 악화에 신경 쓰지 말고 밀어붙이라고 할 것이다. 윤 대통령은 임기 이후 자신의 안전 보장을 자신의 수하로 채운 당과 자신이 점지한 후보에게 맡겨야 한다는 계산을 끝낸 것으로 보인다. 결국 총선은 김기현 대표의 당이 아니라, 용와대가 치른다고 봐야 한다.

윤 대통령, 검사 출신과 용산 참모들 영남에 대거 공천할 듯

들국화 : 김기현 대표 체제가 독자적으로 활동할 수 있는 정치적 공간은 없다고 봐야 한다. 용산 대통령실의 여의도 출장소 역할에 충실할 것이다. 윤석열 대통령은 2024년 4·10 총선에서 검사 출신 법조인들과 대통령실 참모들을 영남 지역에 대거 공천할 것이다. 김기현 대표 체제는 윤 대통령의 이런 지침을 충실히 따를 것이다.

변방지기 : 김기현 대표의 무게감은 크게 중요하지 않아 보인다. 윤 대통령과 이재명 대표, 두 사람을 중심으로 국회의원 선거가 치러진다면 윤 대통령이 매우 큰 선물을 받을 것으로 예상된다.

가오리 : 전당대회 과정에서 안철수, 이준석, 유승민, 나경원 등이 피해를 봤다. 여당이 갈등을 봉합하고 단합될 수 있을까?

변방지기 : 윤 대통령의 지금의 자세를 보면 당내 이견을 가진 정치인의 존재는 불용할 것 같다. 따라서 몇몇은 결국 공천 탈락 전에 딴 살림을 차릴 것으로 보인다. 문제는 이것이 큰 분당으로 갈 가능성은 보이지 않다는 것이다. 다소 불만이 있더라도 국민의힘 핵심 지지층 대부분이 윤 대통령을 중심으로 보수진영을 유지하는 것이 좋다고 생각하고 있다.

대통령과 경쟁할 수 있는 간판이 없는 여권 내 신당은 사실상 난파될 것으로 보인다. 총선 낙선자들의 모임 같은 신당 형태로 갈 가능성은 높다. 물론 다음 총선에서 윤 대통령의 측근들 중 일부가 정치권에 입성하고 그들 중 일부는 그 이후의 정치에 일정한 파급력을 가질 것이다.

이준석, 안철수 등은 비주류 세력으로 국민의힘 잔류할 것

들국화 : 이준석, 유승민, 나경원, 안철수는 국민의힘 안에서 힘없는 비주류 세력으로 잔류할 것이다. 윤석열 대통령이 주도하는 2024년 총선 결과 국민의힘이 승리하면 이들에게는 정치적 생존 공간이 사라진다. 반대로 국민의힘이 패배하면 이들이 세를 규합해 개혁적 보수, 합리적 보수의 기치를 내걸고 재기를 도모해 볼 수 있을 것이다. 분당 가능성은 없다고 본다.

밀덕 : 동의한다. 분당은 쉽지 않다. 분당이 되려면 유력한 대통령 후보감과 자금, 그리고 20여 명 안팎의 의원이 있어야 가능하다. 안철수, 이준석, 유승민, 나경원 중에 그 정도 되는 인물은 없다. 이들은 대개 총선 이후 윤 대통령의 몰락을 기대하며 은인자중(?) 모드를 취할 것이다.

바나나 : 가능성이 아예 없지는 않다고 본다. 선거제도가 어떻게 되느냐가 일단 중요하고, 그 다음은 검사 출신들이 얼마나 공천되느냐의 문제다. 최근 보수 언론에서 총선에서 검사들을 대거 차출하려는 용산의 의중에 대해 경고하는 글을 계속 실었다. 용와대가 검사들을 공천하려고 한다면, 현역들이 상당수 물러나야 한다. 그렇다면 변수는 저 4명(이준석, 유승민, 안철수, 나경원)과 그 의원들이 연대를 할 수 있느냐가 될 것이다.

가오리 : 야당 이야기를 해보자. 이재명 민주당 대표에 대한 체포동의안 표결이 있었다. 결과를 어떻게 해석해야 하는가?

들국화 : 비이재명 성향 의원들의 개별적 판단이 모여서 이탈표가 많이 나온 결과다. 조직적인 움직임은 없었던 것 같다. 체포동의안에 찬성하거나 기권한 의원들이 이 정도 존재하는 것은 정상이다. 잘못된 것은 사전 의원총회에서 체포동의안에 찬성하는 의원들이 아무도 발언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비겁하다는 비판은 피하기 어렵다.

밀덕 : 찬성표가 총선에서 공천받지 못할 것 같은 의원에게서만 나왔다고 보면 안 된다. 더 심각한 게 있다. 공천을 받아서 나가도 이렇게 가다간 본선에서 질 것 같다는 위기의식을 느끼는 의원이 점점 늘어나고 있다는 신호다.

이재명 말고 대안이 없다는 현실에 입을 다무는 의원과 대안은 만들어 나가면 된다는 의원으로 나뉜 듯하다. 그런데 아무래도 후자가 점점 늘어날 것이다. 당 지지율이 지금보다 더 빠진다고 봐야 한다. 그러면 불안해하는 의원들이 급속도로 늘어날 수 있다. 지금부터 총선 6개월 전인 정기국회 전까지가 이재명 대표에게 가장 위기다. 6개월 후면 공심위와 선대위 체제로 넘어가기 시작한다. 그때부터는 의원들은 각자도생의 길을 찾는 수밖에 없다.

변방지기 : 이재명 대표의 체포동의안의 결과는 민주당 내부 반란의 현주소를 확실히 인식하는 결과를 초래했다. 이번 체포동의안까지는 일단 부결시켜 민주당이 대외적으로 일사불란함을 유지할 것으로 보였던 기존 예상이 완전히 깨진 것이다. 사실상 이재명 대표에 대한 정치적 사망 신고가 내려진 것이다.

문제는 이재명 대표 개인의 정치적 사망에만 그치지 않고 한국 정당사의 민주주의 본류의 적자인 민주당이란 거대한 정치문화 유산도 함께 붕괴할 위기에 처했다는 것이다. 이 대표 본인이 살고자 민주당의 명줄을 함께 잡고 있는데, 이 대표가 살아남기 힘들어 보인다. 이 대표의 생각은 분명한 것 같다. 시간을 끌고 가다 보면 사법 문제는 작게 보이는 정치적인 큰 이슈나 전기점이 생긴다고 믿는 듯하다.

가오리 : 표결 이후에 소위 ‘수박을 색출하자’는 움직임이 있었다. 현역의원들이 충동질하는 모양새도 있었는데.

민주당 정치팬덤의 영향력은 얼마나 일까

들국화 : 체포동의안 이후 벌어지는 이재명 대표 열성 지지층의 반이낙연, 반박지현 청원은 그렇게 심각한 현상이 아니다. 화풀이 대상을 찾아서 이리저리 몰려다니는 열성 당원들일 뿐이다. 이들의 움직임은 반민주당 보수 성향 언론에 의해 실제보다 훨씬 증폭되어 보도되고 있다.

이들이 2024년 총선 후보 경선에서 비이재명, 반이재명 후보들을 떨어뜨릴 수 있다는 예측도 잘못된 것이다. 2020년 총선 후보 경선을 앞두고 문재인 대통령 열성 지지층이 반문재인, 비문재인 후보들을 떨어뜨리겠다고 위협했지만 실제로 떨어진 후보들은 거의 없었다. 민주당 정치팬덤은 부정적 효과보다 긍정적 효과가 훨씬 더 많은 집단이다.

2016년과 2017년 박근혜 대통령 탄핵에 반대했던 태극기 부대가 2020년 총선을 앞두고 ‘탄핵 5인방’ 낙천·낙선 운동을 펼쳤지만 성공하지 못했다. 김무성, 유승민, 김성태 의원은 불출마했고, 홍준표, 권성동 의원은 무소속으로 당선돼 복당했다.

바나나 : 문제는 당내 갈등이 대표의 사법 리스크와 겹쳐 있다는 것이다. 이재명 대표 체제가 계속 유지된다면 오히려 이런 갈등은 잠잠해지겠지만, 만약 추후에 체포동의안이 가결되거나 이 대표가 대표직을 내려놓는 상황이 생긴다면, 이 팬덤의 폭발력이 엄청나게 세질 것이다. 그러면 어디서도 이들 세력의 통제가 불가능해진다. 민주당 내부의 중도층 세력까지 공격할 것이다. 이 당내 팬덤 자체가 변화를 만들지는 못하겠지만, 다른 곳에서 만들어진 사건이 도화선이 되어서 폭발시킬 가능성이 있다.

가오리 : 검찰의 지속적인 영장 재청구 대응이 이어질 것이라는 예측이 많다.

검찰은 이재명 대표를 ‘살아 있는 시체’로 계속 묶으려 들 것

밀덕 : 지금 검찰은 정치인을 죽이는 방법에 도가 텄다. 영장 재청구든, 피의 사실 공표든, 별건 수사 혹은 추가 기소든 모든 방법을 다 구사해 계속 이재명을 살아 있는 시체로 묶으려 들 것이다. 그리고 그에 성공하면 정치적으로 승리할 수 있다. 그 가능성이 점점 커지고 있다.

바나나 : 여기서 포기할 검찰이 아니다. 게다가 꽃놀이패다. 체포동의안 표결에서 부결이 나왔다고 검찰이나 용산이 입은 피해가 있는가? 없다. 계속 영장 재청구를 해도 큰 부담이 없다. 새로운 혐의점이나 증거 가능성을 흘리면서 의혹을 증폭시킬 것이다. 현재 진행 중인 김용, 유동규 재판에서도 돌발적인 상황이 나올 수 있다. 게다가 서두를 이유도 없다. 총선 때까지 상황을 끌고 가려고 할 것이다.

변방지기 : 검찰이 다시 체포동의안을 재청구한다면 민주당의 당내 위기는 더욱 고조될 것으로 보인다. 민주당 지도부가 이재명 대표에 반대하는 세력을 다잡기 위한 적극적인 움직임을 보일 것이고, 이 과정에서 야권에게 매우 난감한 상황이 발생할 가능성이 커 보인다.

가오리 : 그럼 이재명 대표는 어떻게 대응할 것으로 보이나? 어떻게 대응하는 게 맞을까?

밀덕 : 이 대표는 스스로 비대위 체제를 꾸리고 당 운영의 전권을 넘겨야 한다. 그것도 남들 예상보다 한발 빨리. 그래야 당원들이 미안하고 고마워서라도 이재명을 지켜준다. 그러면서 친명계로 하여금 당이 자신을 버리지 못하도록 어떤 안전장치를 만들게 해야 한다. 공천에서 친명계가 불이익을 받지 않을 보장책을 만들도록 해야 하고.

비대위의 위원장과 위원을 누구로 어떻게 구성할지가 관건이다. 그 판단은 자신이 해야 한다. 사법 처리를 당할지, 아니면 재판 가서 결국 무죄를 받을지 자신이 제일 잘 아는 만큼 어느 경우냐를 먼저 판단해야 한다. 그리고 그에 따라 비대위 구성을 달리할 수 있다. 너무 늦으면 비대위 구성권조차 행사하지 못하고 쫓겨나듯 내쳐질 수 있다.

바나나 : 이재명 대표가 마음만 먹으면 끝까지 자리를 지킬 수는 있을 것 같다. 지금 당내 상황을 보면 그것이 가능해 보인다. 구심력이 원심력보다 강하다. 의원들의 숫자에 비해서 당내에서 영향력 있는 구심점이 없어 보인다. 이상민, 김종민, 조응천 등 몇 명을 제외하면, 이재명 대표의 거취에 대해 발언을 하는 의원도 찾기 어렵다.

들국화 : 검찰의 영장 재청구나 기소, 재판 등 여러 차례 계기가 올 것이다. 여론조사에서 나타나는 민주당 정당 지지도가 중요하다. 시간이 지날수록 민주당 지지도가 떨어지거나, 국민의힘을 넘어서지 못하면 이재명 대표 스스로 물러날 것으로 본다.

이재명 대표는 정치를 시작한 이후 지금까지 민주당에서 한 번도 벗어난 적이 없는 ‘민주당 사람’이다. 민주당의 총선 승리를 위해 자신이 어떻게 처신해야 하는지 잘 아는 정치인이라고 본다.

죄가 있는지, 없는지 이 대표 자신이 가장 잘 안다

밀덕 : 이 대표는 죽으나 사나 버티려고 할 것이다. 이 대표에게서 대의 혹은 당을 위해 자신을 희생한다는 식의 사고는 애초에 기대하기 어렵다. 자신이 없으면 세상도 없다는, <삼국지>의 조조 같은 사고의 소유자이기 때문이다. 그리고 실제로도 그렇다. 당 대표를 내놓는 순간, 국민은 이재명이 유죄일 것으로 판단할 것이다.

자신을 던져 자신을 살리는 묘책은 간단하다. 검찰과 대판 싸우면 된다. 지금은 재판 가서 한 방에 검찰의 공소사실을 탄핵하겠다는 전략 같은데, 그게 지금 사법적, 정치적으로 악수 아닌가 싶다. 당장 지금부터 싸워야 한다. 당 대표를 내놓고 비대위를 구성하는 동시에 자신은 ‘검사독재철폐위원회’ 위원장 같은 걸 맡아 검찰 정권에 앞장서 싸우면 된다.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가 ‘윤석열 검찰정권 폭정저지' 손피켓을 들어 보이고 있다. (사진: 연합뉴스)

그런데 왠지 조금씩 검찰 눈치를 보는 듯하다. 대개의 피의자가 검찰 앞에 가면 취하는 자세인 ‘순진하고 억울한 양(羊)’ 코스프레가 일정하게 보인다. 그런데 그런 식으로 우선 자기방어만 하다간 자기는 살아도 당을 죽이는, 그래서 당원과 지지층의 ‘극혐’ 대상이 될 우려를 해야 한다. 즉 대선 후보가 못 될 수 있다.

지금 잘 판단해야 한다. 자기에게 죄가 있는지 없는지, 이대로 가면 재판에서 이길지, 질지 제일 잘 아는 게 바로 자기 자신이다. 그래서 지금 처신을 어찌해야 사법적으로, 정치적으로 살지 제일 잘 아는 것도 바로 자기다. 지금 이재명 대표는 자기 확신을 보여주지 못하고 있는 게 가장 큰 위기 요인이다.

그 다음 위기를 부르는 요인은 정치적 무비전과 정책적 무능력이다. 사법 대응 외에 지난 1년 동안 보여준 게 없다. 정신을 온통 검찰 대응에만 쏟기 때문으로 보인다. 자신이 못하면 좋은 참모나 브레인에게라도 맡겨야 할 텐데 그조차 주변에 없는 듯하다. 그러면서 대통령을 하겠다니 국민이 볼 때 ‘아, 이건 아닌데...’ 싶은 것이다.

가오리 : 야당은 이재명 대표 체제로 내년 총선을 치를 수 있을까? 분당 가능성도 제기되는데.

변방지기 : 이재명 대표 지키기에 대해 민주당 당내의 반발만 있는 게 아니라는 것이 더 큰 문제다. 이 대표를 지키기 위해서, 윤 정부에 대항하는 진보 진영 전체가 흔들리고 있다고 생각하는 당외 인사도 많다.

그럼에도 이 대표가 당 대표직을 내려놓지 않는다면 민주당은 분당이 불가피하게 보인다. 최근 주변의 연이은 사망 사건에 대해 이 대표가 보여준 자세에서 자기희생이란 명제는 없는 것으로 보인다. 이 대표가 사실상 윤 정부와의 투쟁을 무력화시키는 핵심이란 생각에 동조하는 사람의 수가 적지 않고 그 생각이 점차 세를 넓혀갈 것이다. 따라서 야권 내 신당의 총선 전 출범은 불가피할 것으로 생각된다.

‘이재명 악마론’ 대 ‘집권당 견제론’, 어느 쪽이 우세할까

밀덕 : 지금 두 당은 상대 당의 실수나 과오가 빚은 반사이익으로 선거에서 이길 생각을 하고 있다. 여당은 ‘이재명 악마론’으로, 야당은 ‘집권당 견제론’으로 치르려는 의도가 어느 선거 때보다도 심하게 나타난다.

어느 당의 전략이 더 잘 먹힐까? 이재명 악마론이 집권당 견제론을 집어삼킬 공산이 더 크다. 술자리에서 각 당 지지층이 논쟁을 벌인다고 상상해 보면 된다. 집권당 견제론은 너무 뻔하다. 그리고 대통령과 여당이 뭘 잘못했는지 일일이 열거하다 보면 논리가 복잡해진다.

하지만 ‘이재명 악마론’은 직관적인데다, 정면 반박하기 쉽지 않다. 흔히 이재명은 노무현이나 문재인과는 다르다고 말한다. 이는 ‘인지 호감도’의 차이를 의미한다. 이재명이란 캐릭터는 알수록 지지도가 올라가는 정치인이 아니다. 우리 편이기 때문에 그냥저냥 지지하는 사람이다. 중도 무당층을 끌어들일 수 없다. 반면 집권당 견제론은 ‘언제 제대로 일을 할 수 있게 해줬냐? 과반수 줘보고 못하면 그때 심판하라’고 하면 대충 반박할 수 있다.

즉, 이재명 당 대표 (내지 차기 후보)는 그 자체로 선거 전략상 불리한 프레임이다. 사법 리스크를 극복할 개인기를 보여주든가, 깔끔하게 털며 검찰과 야무지게 싸우는 모습을 보여주지 않고 이대로 가서는 본인은 살지 몰라도, 당은 위험하다.

들국화 : 민주당의 총선 패배가 예측되는 상황에서도 이재명 대표가 사퇴를 거부하면 민주당 당원들이나 의원들이 나서서 이재명 대표를 사퇴시킬 수 있다고 본다.

그럼에도 분당 가능성은 크지 않다고 생각한다. 두 가지 이유에서다. 첫째, 분당에 필요한 중심 인물이 없다. 둘째, 민주당의 주인은 당원과 지지자들이다. 문재인 전 대통령이나 이해찬 전 대표나 이낙연 전 대표나 이재명 대표나 지나가는 사람들일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