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튜브는 서점일까, 신문사일까?’ 조금 난데없지만, 미국 사회를 달구는 핫 이슈 하나를 이렇게 비유할 수 있을 것 같다. 인터넷 플랫폼이 추천 알고리즘을 통해 해로운 콘텐츠를 내보냈을 경우, 언론사처럼 책임을 물을 수 있느냐를 놓고 연방대법원에서 치열한 변론이 시작됐기 때문이다. 서점은 매장에서 판매하는 책이 유해하더라도 책임을 지지 않는데, 유튜브는 왜?유튜브나 트위터, 페이스북 등이 무차별적으로 보내오는 콘텐츠에서 자유로울 수 없는 시대인 만큼, 이 연방대법원 변론을 두고 ‘인터넷의 미래를 결정할 수도 있는 사건’이라는 말까지 나온다. 이 변론은 왜 시작됐는지, 쟁점이 되는 법 조항은 무엇인지, 연방대법원은 어떤 판결을 내릴지 유정훈 변호사의 설명과 전망을 들어보자. [편집자 주]

✔ 알고리즘으로 노출된 IS 콘텐츠, 테러방지법 위반일까✔ 플랫폼 기업의 책임 면제 명시한 통신품위법 제230조✔ 230조의 문제점, 정치권 공감하지만 이유는 전혀 달라✔ 막대해진 규모와 영향력에 걸맞은 책임을 지고 있을까✔ 플랫폼 기업 책임 범위 인정에 관해 한국도 고민해야

 

파리 테러 공격으로 사망한 노에미 곤잘레스의 유족이 미 연방대법원 앞에서 인터뷰하는 모습 (사진: 연합뉴스)

 

미국 연방대법원에서는 지난 2월 21일과 22일 이틀 연속 인터넷 및 플랫폼 규제에 관해 중요한 사건의 변론이 진행되었다. 미국 언론도 ‘인터넷을 바꾸어 놓을 수 있는 사건’이라고 평가하며 큰 관심을 보이고 있다.

인터넷을 바꾸어 놓을 수 있는 사건?

먼저 21일에 변론을 한 ‘곤잘레스 대 구글’(Gonzalez v. Google) 사건의 원고는 교환학생으로 프랑스 파리에 체류하던 중 2015년 11월 이슬람국가(IS) 단원들의 총격으로 사망한 노에미 곤잘레스의 유족이다. 유튜브가 알고리즘을 통해 IS 신병 모집 동영상 콘텐츠를 계속 노출하여 테러리스트 모집 수단으로 기능했고, 이는 미국의 테러방지법 위반이므로 노에미의 죽음에 관해 법적 책임을 져야 한다는 것이다.

다음날인 22일 변론이 열린 ‘트위터 대 탬네’(Twitter v. Taamneh) 사건은 2017년 튀르키예 이스탄불의 나이트클럽에서 역시 IS의 총기 난사로 사망한 나우라스 알라샤프의 유족이 제기한 소송이다. 이 사건에서도 유족 측은 트위터가 테러 집단이 올리는 콘텐츠를 용인하고 방치하여 이들을 지원 및 방조한 것에 대한 책임을 묻고 있다.

플랫폼 기업의 방패, 통신품위법 제230

이에 맞서는 플랫폼 기업의 방패는 이들이 창업하기도 전인 1996년에 입법된 통신품위법 제230조(Communications Decency Act Section 230)다. 문제의 조항은 제230조 (C)항 (1)호인데, 다음과 같은 간단한 내용이지만, ‘지금과 같은 인터넷 세상을 만들어낸 26단어’라는 평가를 받을 만큼 중요한 의미를 가진다.

“No provider or user of an interactive computer service shall be treated as the publisher or speaker of any information provided by another information content provider.” (쌍방향 컴퓨터 서비스의 제공자 또는 사용자는 다른 콘텐츠 공급자가 게시한 정보의 발행인 또는 발화자로 간주되지 아니한다.)

인터넷 기업은 플랫폼을 제공했을 뿐이므로 그 플랫폼에 사용자가 올린 게시물의 내용에 관해 법적 책임을 지지 않는다는 면책 조항이다. 그 논리는 우체국을 생각하면 간단하다. 우체국의 우편물 서비스를 통해 누가 마약이나 흉기를 보냈다 해서 우체국이나 우체부에게 법적 책임을 물으면 곤란하다. 그런 일에 법적 책임을 지우면, 우체국으로서는 우편 서비스 자체를 접든지 아니면 모든 우편물을 열어서 검사하는 것 외에는 선택지가 없게 된다. 마찬가지로 페이스북 같은 플랫폼에 누가 이상한 내용을 올리면 그 사람에게 책임을 물어야지 메타 혹은 마크 저커버그에게 책임지라는 것은 합당하지도 않고 바람직하지도 않다는 논리다.

지금 우리가 사용하는 인터넷 플랫폼은 통신품위법 제230조라는 면책 조항을 기반으로 이루어졌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용자가 플랫폼에 올린 게시물로 인해 플랫폼 기업이 법적 리스크에 노출되면 이들의 사업 모델 자체가 지속될 수 없다.

나아가 이는 플랫폼 기업이 레거시 미디어에 대해 우위를 점하는 계기가 되었다. 기존 언론사는 발행인으로서 법적 책임을 부담하는 반면, 플랫폼은 각종 선동적 발언과 자극적 영상을 통해 방문자를 끌어모으면서도 게시물 내용에 관해 면책을 인정하는 제230조의 방어막 아래에서 막대한 광고 수익을 올릴 수 있었다.

 

사진: 셔터스톡

 

연방대법원은 어떤 판결을 할까

연방대법원 소송 얘기로 돌아가면, 이들 사건에서 원고 주장의 핵심은 통신품위법 제230조의 적용 대상은 콘텐츠 그 자체이지 콘텐츠를 추천하는 알고리즘은 아니라는 논리다. 플랫폼 사업자의 알고리즘에 따라 노출되는 게시물에 관해서도 제230조에 근거해 책임을 면제하면 유해한 콘텐츠의 유통을 조장하게 된다는 것이다. 테러리즘 같은 콘텐츠를 추천한 알고리즘에 문제가 있다면 이를 만들고 운영한 플랫폼 기업이 책임을 져야 한다고 주장한다.

대법원 변론에서 오간 공방을 보면, 제230조를 공격하는 원고 또는 법적 방어막을 지키려는 플랫폼 기업 중 어느 한 편이 일방적으로 승리하는 결과가 나오지는 않을 것 같다. 일단 대법관들은 제230조의 전면 무력화에는 반대하는 것처럼 보이고, 보수⸱진보 성향을 불문하고 양측의 입장이 모두 극단적이라는 취지의 질문을 많이 했다.

플랫폼 기업의 면책이라는 중대한 법적 이슈를 다루는 연방대법원 사건이지만, 법원의 판결은 기본적으로 개별 사건에 관한 해결이다. 변론에서는 플랫폼 기업에 대한 면책과 표현의 자유 같은 거시적 쟁점 외에도 플랫폼 사업자의 알고리즘을 제안(suggestion)으로 볼 것인지 아니면 추천(recommendation)으로 볼 것인지 같은 미시적 쟁점도 논의되었다. 테러방지법 위반 책임이 문제가 된 사건이기 때문에, 테러리즘이라는 맥락에만 적용되는 좁은 범위의 판결이 나오는 것도 가능하다.

따라서, 이들 사건이 중요한 의미를 가지는 것은 분명하지만, 이를 통해 통신품위법 제230조 문제의 해결까지 기대하기는 어렵다. 오히려, 소셜미디어를 제대로 경험해 보지 않았을 것이 분명한 대법관들이 현실과 동떨어진 판결을 하는 것은 아닐지, 신기술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하는 대법원에 의해 빅테크가 부정적 영향을 받지는 않을지 우려하는 목소리가 설득력 있게 들리기도 한다.

의회와 정치권의 움직임, 동상이몽

통신품위법 제230조 문제는 결국 의회로 돌아갈 수밖에 없다. 플랫폼 기업의 면책과 개별 피해자의 권리, 표현의 자유와 혐오 표현 등의 규제 필요성이라는 충돌하는 법익을 어떻게 조화할 것인지는 결국 정치의 몫이다. 미국 정치권 역시 이 문제를 무시하지 않고 있으며, 통신품위법 제230조는 미국 의회나 선거에서 뜨거운 이슈다. 바이든 대통령도 2020년 대선 과정에서 제230조 개정 필요성을 인정했고, 트럼프 전 대통령은 제230조 폐지를 공언하기도 했다.

의회에서 민주당 및 공화당 모두 제230조의 개정 필요성을 강조하고 나섰지만 각각 생각하는 바는 전혀 다르다. 민주당은 제230조로 인해 혐오 표현, 가짜뉴스에 대한 플랫폼 사업자의 책임이 부당하게 면제된다는 점을 지적하지만, 공화당은 편향된 플랫폼 사업자들이 보수 성향 콘텐츠를 차별적으로 취급하는 것이 문제라서 제230조를 폐지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여기서 공화당의 논리에 대해 의문이 들 수 있다. 면책 조항인 제230조를 없애면 플랫폼 기업은 자신의 플랫폼에 올라오는 콘텐츠로 인한 소송의 위협에 노출되고, 이런 리스크를 관리하려면 혐오 표현이나 가짜뉴스를 적극적으로 단속할 수밖에 없다. 이런 콘텐츠를 만들어 내는 것은 주로 극우파나 트럼프 지지자들이니, 제230조 폐지는 보수진영 입장에서 제 발등을 찍는 것 아니냐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그런데 통신품위법 제230조에는 게시물 내용에 관한 면책 조항만 있는 것은 아니다. 제230조 (C)항 (2)호는 인터넷 사업자가 합리적 판단에 따라 부적절한 콘텐츠를 제거하거나 이에 대한 접근을 차단하는 행위에 대해서도 책임을 지지 않는다고 규정한다. 즉 플랫폼 사업자는 이용자가 올린 게시물 내용에 대해서도 책임을 지지 않을 뿐만 아니라, 필요하다고 판단하는 경우 게시물 내용을 이유로 이용자에게 제재를 해도 면책된다. 공화당과 트럼프 지지자들은 진보 성향에 치우친 플랫폼이 보수 콘텐츠 노출을 인위적으로 억제한다는 피해의식을 가지고 있는데, 제230조 개정을 빌미로 플랫폼 기업들이 자신들의 게시물을 제재하는 것에 대해 법적으로 다투는 방법을 확보하겠다는 생각이다.

이처럼 제230조의 문제점 자체에 대해서는 민주⸱공화 양당이 공감하면서도 그 이유가 전혀 다르기 때문에, 의회에서 이 조항이 단시일 내에 개정될 가능성은 크지 않다. 최근 몇 년 사이 상원 상무위원회, 상원 법사위원회, 하원 에너지 및 상무위원회 등이 여러 차례 페이스북, 트위터 등 주요 플랫폼 기업의 CEO를 직접 출석시켜 제230조를 주제로 청문회를 열었지만, 이 조항을 어떻게 할지 아직 구체적 방향은 잡히지 않은 것이 현실이다.

 

페이스북 최고경영자(CEO) 마크 저커버그가 미국 상원 상무위원회가 화상으로 진행한 청문회에 출석해 발언하는 모습 (사진: 연합뉴스)

 

플랫폼 기업 책임의 최적 지점은 어디인가

통신품위법 제230조가 문제가 되는 이유는 플랫폼 기업이 그 법이 입법될 당시에는 누구도 예상하지 못했을 만큼 규모가 커지고 영향력을 가지게 되었지만, 막강한 힘에 따라오는 막중한 책임을 다하고 있는지 의문이 들기 때문이다. 통신품위법 제230조의 존치 혹은 폐지만이 답은 아니고, 중간 어느 지점에서 해법을 찾을 수밖에 없다.

제230조를 비판하는 측은 플랫폼 기업을 언론의 발행인 혹은 이에 준하는 지위로 보아 책임을 물리려는 것인데, 이는 플랫폼의 본질에도 맞지 않는다. 또 면책 조항을 없애면 이들이 논란의 여지가 있는 콘텐츠를 더 많이 살펴보고 더 적극적으로 삭제할 가능성이 커 표현의 자유에 악영향을 끼칠 수 있다.

반면 플랫폼 사업자라 해서 유통되는 내용에 관해 전혀 책임을 지지 않도록 하는 것이 자연스럽거나 당연한 것 역시 아니다. 예컨대, 금융업의 경우에도 기본적으로 금융회사가 자금의 용도에 관해 들여다볼 필요도 없고 그렇게 해서도 안 되지만, 자금세탁 방지나 범죄수익 환수 등의 특정 목적을 위해 일정 기준을 정하여 합리적 의심이 드는 자금 이동을 정부 당국에 신고하도록 규제하는 것은 가능하다.

플랫폼 기업이 유통되는 콘텐츠를 통제하는 것 역시 업의 본질이다. 비정상적 콘텐츠가 넘쳐나는 플랫폼은 결국 사람들이 떠나게 된다. 예컨대, 일론 머스크가 트위터를 인수하며 검열 반대를 내세워 트럼프 계정을 복구하는 등의 조치를 했는데, 그런 식으로 극단적 콘텐츠를 방치하는 행태는 이용자와 광고주를 떠나게 만들 뿐이다.

통신품위법 제230조가 이용자가 올린 게시물 내용뿐만 아니라 게시물 내용을 이유로 이용자에게 제재를 하는 행위에 대해서도 플랫폼 사업자의 면책을 인정한 것은, 빌 클린턴 정부 당시 성장을 시작한 인터넷 비즈니스에 보호막을 부여하여 육성하려는 것 외에도 콘텐츠 조정 기능을 기대했기 때문이다. 사용자들이 올린 콘텐츠에 관해 플랫폼 기업이 법적 책임을 지면 일방적 삭제 및 차단 외에는 해결책이 없어 오히려 콘텐츠를 조정할 인센티브를 상실하므로, 콘텐츠 내용 및 삭제 모두에 대해 법적 책임을 면제함으로써 콘텐츠를 적절하게 조정하도록 유도하는 것이 입법 목적이다.

그런 콘텐츠 조정 기능이 최적 지점에 도달하지 못했다는 것이 대부분 사람들의 현실 인식이기 때문에 의회 등에서 해결책을 모색하고 있지만, 구체적으로 이를 달성하는 방법은 단순하거나 단일하지 않을 것이기 때문에 앞으로 더 많은 논의를 거쳐야 할 것으로 보인다.

 

사진: 셔터스톡

 

한국의 사정은

마지막으로 간략하게 언급하면, 한국의 상황은 인터넷 산업 초기부터 면책 조항 제230조가 입법된 미국과는 근본적으로 다르다고 할 수 있다. 정보통신망법은 정보통신 서비스 제공자에게 사생활 침해 또는 명예훼손 등 타인의 권리를 침해하는 정보가 유통되지 않도록 노력할 의무를 부과하며, 대법원 역시 2009. 4. 16. 선고 2008다53812 전원합의체 판결을 통해 포털 사이트는 사용자가 올린 불법성이 명백한 명예훼손적 게시물을 삭제하고 향후 유사한 게시물이 게시되지 않도록 차단할 의무가 있다고 판단했다.

다만, 플랫폼 기업의 책임을 어느 범위에서 인정할지에 관해 고려할 내용은 미국과 다르지 않고, 이 문제에 관한 보수(플랫폼이 보수 콘텐츠를 부당하게 제약한다는 생각)와 진보(플랫폼은 언론 발행인과 마찬가지로 책임을 물어야 한다는 생각)의 인식 또한 유사하며, 전 세계를 대상으로 사업을 하는 플랫폼에 대해 한국만 갈라파고스처럼 동떨어진 대처를 하기도 쉽지 않다. 따라서, 미국 대법원이나 의회에서 논의되는 내용들은 한국의 플랫폼 규제에 대하여도 여러 시사점을 던져줄 것이다.

 


 

글쓴이 유정훈은변호사(한국 및 미국 뉴욕 주)이다. 2011년 버락 오바마에 맞설 공화당 대선후보 경선이 한창이던 시점에 미국 연수를 하며 미국 정치·선거에 본격적으로 관심을 갖게 됐다. 이후 페이스북에서 꾸준히 미국 정치와 법에 관한 ‘덕질’을 계속하고 있다. 메디치미디어가 출간한 <상 차리는 남자? 상남자!>의 공저자이기도 하다. 각종 언론 매체의 칼럼니스트로도 활동 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