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80세인 바이든 대통령이 재선에 도전할 예정이다. 미국 역사상 최고령 기록이다. 나이도 부담이지만 트럼프를 위시한 공화당의 반격도 만만치 않을 전망이다. 대법원에서 예상치 못한 낙태 이슈가 터지면서 지난해 중간선거는 선방했지만, 2년 가까이 남은 대선에서도 또다시 사회·문화 이슈로 승부를 보기는 어려울 것이다. 신은철 필자에 따르면, 바이든은 현명하게도 그 사실을 잘 알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그리고 러스트 벨트의 백인 노동자층을 겨냥한 일자리 정책을 차근차근 성취해나가고 있다. 바이든이 재선을 위해 누구를 타깃으로 어떤 전략을 펼치느냐는 한국 경제에도 큰 영향을 미친다. 우리가 미국 정부의 정책을 주목해야 하는 이유다. 바이든은 과연 이 전략으로 80대에 재선에 성공할 수 있을까? [편집자 주]

✔ 미국 최초의 80대 대통령 바이든, 곧 재선 도전 선언✔ 블루칼라 노동자를 내년 대선 공략 대상으로 삼아✔ 스스로를 '중산층 노동자의 친구'로 이미지 메이킹✔ 고졸 이하 성인 71%, 가장 중요한 정치 현안은 '경제'✔ 2024년 미국 대선, 백인 노동 계층 표심에 주목해야

 

사진: 셔터스톡

 

‘80대 대통령’이 겨냥하고 있는 유권자는?

콘라트 아데나워는 1949년 9월 15일에 초대 서독 총리에 취임해서, 1963년 10월 16일에 퇴임했다. 1960년에 태어난 서독 남성의 기대수명은 66세였는데, 1876년 1월 5일생이었던 아데나워는 73세에 집권했고 87세에 물러났다.

미국에도 고령 대통령이 있었다. 로널드 레이건 전 대통령은 1911년 2월 6일에 태어났는데, 68세에 취임했고 76세에 퇴임했다. 도널드 트럼프는 노무현 전 대통령과 같은 해에 태어나 70세에 취임했다. 트럼프의 후임인 조 바이든 대통령은 이 모든 기록을 경신하고 있다.

미국에서 2020년에 태어난 남성의 기대수명은 74.2세인데, 1942년에 태어난 바이든은 2021년 1월 20일, 78세에 대통령으로 취임해서 최고령 기록을 경신했고 지난해 11월 20일에는 80번째 생일을 맞이했다. 바이든은 올해 건강검진*을 받은 후에 기록을 공개했고, 4월에 재선 도전을 선언할 것으로 보인다.

* The president's personal physician has issued Biden a clean bill of health/NPR/February 17, 2023

러스트 벨트의 블루칼라에 집중하다

바이든이 내년 선거에서 타깃으로 삼고 있는 유권자층은 분명하다. 바이든은 지난 2월 7일 ‘신년 국정연설'(State of the Union)을 발표하면서 ‘미국을 재건할 블루칼라 청사진’에 철저하게 집중했다. 2월 8일에는 미국 선거의 최대 격전지이며 러스트 벨트인 위스콘신을 방문했다. 한국의 도청 소재지 격인 주도(state capital) 매디슨시 일대를 방문했고, 특히 중소도시 제인스빌(Janesville)을 언급했다. 제인스빌은 제너럴모터스 공장을 1919년부터 가동하면서 전성기를 구가했으나, 2008년 공장 폐쇄를 계기로 몰락한 도시다.

제인스빌을 관할하는 록 카운티(Rock county)는 백인 저학력층의 도시로, 원래 공화당 텃밭이었다. 미국 인구조사국(Census)에 따르면 제인스빌 시민 6만5942명 중에서 86.8%가 비(非)히스패닉 백인이며 25세 이상에서 대졸자 비율이 26% 정도밖에 되지 않는다. 1892년 처음 생긴 이래로 1984년까지 약 90년 동안, 록 카운티는 현직 대통령이자 후보였던 프랭클린 D. 루스벨트(1936)와 린든 B. 존슨(1964)만 줄곧 지지했다. 그랬던 것이 1988년부터 민주당 후보 지지로 바뀌었다. 버락 오바마 전 대통령은 2008년과 2012년에 압도적인 지지를 받아서 득표율 60%를 넘겼으며, 바이든은 2020년 대선 당시에 4만6658표(54.66%)를 득표해서 트럼프를 9520표(11.15%P) 차이로 꺾었다.

 

제인스빌 조립 공장 전경 (By Cliff from Arlington, Virginia, USA - Janesville GM Assembly Plant, CC BY 2.0, https://commons.wikimedia.org/w/index.php?curid=33916109)

 

저학력 백인 노동 계층이 선거를 좌우해왔다

12개 지역 연방준비은행 중 하나인 세인트루이스 연준은, 2019년 백인 노동 계층을 ‘대졸 이하 비(非)히스패닉 백인’으로 정의했다. 다른 기관들이나 언론도 똑같은 기준을 활용해서 고졸 백인을 노동 계층으로 분류한다.

예를 들어서 <뉴욕타임스>는 이 기준을 적용해, 지난해 11월 13일에 암스트롱 카운티(Armstrong county)를 언급하면서 백인 노동 계층 결집을 민주당 존 페터먼 상원의원(펜실베이니아·초선)의 승리 비결로 꼽았다. 암스트롱 카운티는 피츠버그 북단에 위치한 준교외(exurbs) 지역으로, 거주민 6만5093명 중 96.7%가 비(非)히스패닉 백인이고, 대졸자 비율이 18.5%에 불과하다.

록 카운티와 암스트롱 카운티는 모두 백인 노동 계층 거주지로 분류할 수 있는데, 정치적 지형은 정반대다. 후자는 전자와는 달리 강고한 공화당 텃밭이었다. 2004년 이래로 공화당 대통령 후보들이 60%를 상회하는 득표율을 기록하고 있으며, 트럼프는 더 압도적인 지지를 받아서 70%를 돌파했다.

반전은 2022년 중간선거에서 일어났다. 당시 페터먼은 8065표(28.38%)를 받았는데, 득표율로 보면 힐러리 클린턴 전 국무장관(22.53%)과 바이든(23.22%)을 추월했다. 아담스, 프랭클린, 인디애나, 레바논, 요크 카운티에서도 페터먼은 바이든보다 높은 득표율을 기록했다.

 

신은철 제공

 

과거에 바이든도 백인 노동 계층을 최대한 결집시켜서 2020년 대선에서 승리한 바 있다. <NBC> 뉴스의 2016년 대선 출구조사 결과에 따르면, 고졸 백인 중에서 29%가 클린턴을 지지했다. 주별 결과를 보면 미시간 고졸 백인 31%가 클린턴을 찍었고, 펜실베이니아(32%)와 위스콘신(34%)의 지지율도 매우 낮았다.

바이든은 달랐다. 에디슨 리서치의 2016년 대선 출구조사 결과와 <AP> 뉴스의 보트캐스트 2020을 참고해보면, 바이든은 고졸 백인 남성(34%)과 여성(39%) 지지율을 반등시켰다. 미시간(41%), 펜실베이니아(38%), 위스콘신(44%)의 고졸 백인 지지율 역시 클린턴보다 높았다. 펜실베이니아의 고졸 백인 지지율이 다소 낮아 보일 수도 있지만, 에디슨 리서치의 2022년 중간선거 출구조사 결과에 따르면 페터먼의 고졸 백인 지지율 또한 38%였다.

왜 백인 노동 계층이 공화당에 등을 돌렸을까

뉴욕타임스가 지적하듯이, 여전히 백인 노동 계층의 다수는 견고한 공화당 지지층이다. 그들은 젠더는 불변이고 출생 시에 정해지는 것으로 여기며, 국경장벽 건설을 포함해 이민통제 정책과 총기 소지 보장 등 보수적인 사회·문화 정책에 찬성한다.

트럼프는 2020년 대선 당시 낙태에 반대하는 백인 복음주의자에게 어필하거나 ‘BLM'(흑인의 목숨도 소중하다, Black Lives Matter) 시위대를 극좌 성향의 반정부 세력으로 몰아가며 압도적인 고졸 백인의 지지를 받았다. 론 드산티스 플로리다 주지사(공화당·재선) 역시 월트 디즈니에 대한 세금 혜택을 없애고 성수소자를 겨냥한 ‘문화 전쟁’을 벌이고 있다.

바이든의 정책적 입장만 놓고 보면, 백인 노동 계층이 지지할 이유는 많지 않아 보인다. 바이든은 델라웨어의 최대 도시이자 흑인 인구도 많은 윌밍턴(Wilmington)에 정착한 후에 흑인 사회와 소통하며 유대감을 쌓았다. 원래 낙태에 반대했으나 1990년대부터는 ‘로 대 웨이드’ 판결을 지지하면서 낙태권 보장에도 찬성했다. 그는 당시 상원 사법위원장이었는데, 1994년에 신원조회 규제를 강화하는 ‘브래디법’과 ‘공격용 무기 금지법’ 가결을 주도했다. 상원 소수당이었던 공화당에게는 ‘패배를 품위 있게 받아들일 것’을 권유했다.

지금도 미국총기협회(NRA)를 공개 비판하고 공격용무기금지법 재도입을 촉구하는 등, 선명한 총기 규제 스탠스를 취한다. 2012년 대선 당시에는 동성혼 합법화에 대한 찬성 의사를 밝혔고, 성소수자 인권 보장을 그때부터 일관되게 지지하고 있다. 즉, 사회·문화 이슈에 대한 바이든의 입장은 백인 노동 계층 다수와 일치하지 않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바이든은 클린턴과 다르게 백인 노동 계층 지지율을 반등시켰다.

페터먼은 자신의 노선을 ‘블루칼라 진보주의'(Blue-collar progressivism)로 지칭하며, 언론에서는 대체로 좌파로 분류된다. 총기 소유주로서 총기 소지를 지지하며 그린 뉴딜에 반대했으나, 낙태권 보장과 전국민 보험제도(Medicare for All) 등에는 찬성하기 때문이었다. 그러나 페터먼은 백인 노동 계층을 공화당의 철옹성에서도 최대한 결집시켰다.

오하이오 주는 2020년에도 트럼프를 압도적으로 지지했으며, 지난해에는 친트럼프로 전향한 J. D. 밴스를 상원의원으로 선출했다. 그런데 내년 상원 선거의 키맨인 민주당 소속의 셰러드 브라운 상원의원(오하이오·3선)은 연방 하원(7선)과 상원(3선) 선거에서 한 번도 패하지 않았다. 브라운 역시 진보 포퓰리스트로 분류된다. 그도 ‘모두를 위한 의료보험'(M4A)과 그린 뉴딜을 지지하지 않지만, 낙태와 이민 등 다른 이슈에 대해서는 진보적이다. 특히 반유대주의를 포함해서 인종을 차별하지 않는 노선을 진정한 포퓰리즘과 애국심으로 여긴다. 그는 2018년 상원 선거에서 트럼프의 지지를 받은 공화당 후보를 6.84%포인트 차로 제압했다.

비결은 지역 유대감 형성

바이든과 페터먼, 브라운의 정치 역정을 살펴보면 공통점이 있다. 지역의 블루칼라와 ‘진정성’ 있는 유대관계를 갖고 있다는 점이다. 브라운은 1993년에 초선 하원의원으로서 북미자유무역협정(NAFTA) 비준에 반대했다. 반 세계무역기구(WTO) 시위에 참여하고 저서를 직접 써서 자유무역을 비판하는 등, 보호무역 정책을 일관성 있게 지지했다. 또한 오하이오 노동자들이 만든 정장이나 자동차만을 구입한다. 카나리아(canary) 배지를 애용하기도 하는데, 이 배지는 1990년대에 ‘노동자 추모의 날'(Workers' Memorial Day) 행사 당시에 지역 철강 노동자로부터 받은 선물이다.

 

카나리아 핀을 패용한 셰러드 브라운 (사진: https://www.sherrodbrown.com/blog/2018/why-i-wear-a-canary-pin/)

 

바이든도 지역에 정치적 자산을 가지고 있다. 그는 아일랜드계 가톨릭이며 1942년에 펜실베이니아 북동부에 있는 석탄 도시 스크랜턴(Scranton)에서 태어났다. 1952년에 델라웨어에 정착했고 1972년 11월에는 델라웨어 주의 상원 선거에서 승리했지만, 스크랜턴에서 보낸 유년 시절을 수시로 언급한다. 그리고 상원의원 시절부터 펜실베이니아에 많은 관심을 보였다. 그 덕분에 바이든은 펜실베이니아의 '3번째 상원의원'이라고도 불렸다. 스크랜턴 시민들도 그를 동향인(hometown boy)으로 여기며 거리에 바이든 입간판도 세웠다. 바이든은 ‘이 지역 사람’인 것이다.

바이든의 학력도 다른 엘리트 정치인과 다르다. 바이든은 비(非) 아이비리그 출신이며, 시라큐스 대학교 법대를 1968년에 졸업한 후에 국선변호사로 아주 잠깐 일했다. 그리고 1970년 11월에 뉴캐슬 카운티 의원(군의원)에 선출되어 정계에 입문했으니, 변호사가 아니라 정치를 본업으로 삼은 셈이다. 그는 부통령 임기를 마칠 때까지 큰돈을 벌어보지 못했다. 그래서 바이든은 항상 가장 가난한 상원의원임을 수시로 강조했으며, 스스로를 ‘중산층 조'(Middle-Class Joe)라고 불렀다. 인생 스토리와 자신의 형편을 엮어서 ‘중산층 노동자의 친구’로 이미지 메이킹한 것이다.

유고브(YouGov)의 2016년 여론조사 결과는 그 이미지 메이킹이 성공했음을 보여준다. 백인 노동 계층 42%가 바이든을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호감도가 트럼프(57%)보다 낮았으나 오바마(33%)와 클린턴(29%)보다는 훨씬 높았다. 민주당원이거나 민주당을 지지하는 노동 계층 대상 조사에서 바이든의 호감도는 73%로 오바마와 동률을 이뤘으며, 클린턴의 호감도(64%)보다 높았다.

경제 이슈에서도 트럼프를 압도하다

트럼프는 민영화를 선호하는 공화당 주류와 다르게 국가 주도의 대규모 인프라 확충 공약을 발표했다. 관련 법안을 통과시키지는 못했으나, 대통령 재직 동안 투자 박람회인 ‘인프라 주간'(infrastructure week)을 서너 번 선포한 바도 있다. 공화당 주류와 달리 사회보장연금과 메디케어 혜택을 증진하겠다고 약속하기도 했다. 이렇게 트럼프는 사회·문화 보수주의와 친 노동자 경제·복지 정책을 적절하게 엮어서 백인 노동 계층을 결집시켰다.

그러나 그 이점은 이제 바이든이 누리게 되었다. 바이든의 정책 중에서 특히 인프라법, 반도체법, 인플레이션 감축법이 일자리 관련 프로젝트를 활성화하고 있다. 바이든은 1조2000억 달러 규모 인프라법, 527억 달러 규모 반도체과학법, 7370억 달러 규모의 인플레이션 감축법에 서명했다.

캘리포니아 출신 배터리 스타트업 스파크즈(Sparkz)는 연방정부 보조금을 활용해서 배터리 공장을 웨스트버지니아에 건립하기로 했다. 바이든 행정부가 일자리를 창출하면서 노조를 살려내려 하다 보니, 석탄 지대인 웨스트버지니아에서 영향력 있는 미국 석탄노조(UMWA)와 협력해서 실직한 광부의 취업을 독려하고 있기도 하다. 폼에너지(Form Energy)는 풍력이나 태양력으로 생산된 전력을 저장할 배터리를 강철을 활용해서 제조하는 기업인데, 그곳 역시 공장 하나를 웨스트버지니아의 오랜 철강도시인 웨이턴(Weirton)에 짓기로 결정했다.

웨스트버지니아는 석탄 광부의 모습을 주기(state flag)에 그려 넣을 정도로 석탄 산업에 대해서 큰 자부심을 가지고 있다. 그럴 만도 한 것이 석탄은 한때 미국의 핵심 전력 공급원이었으며 철강 제조 등 다양한 산업에 활용되었다. 즉, 석탄 광부들은 근면하게 일하면서 ‘강대한 미국을 우리 손으로 건설했다’라는 자부심을 가지고 있었다.

 

웨스트버지니아 주기 (By Militaryace, Denelson83 - Militaryace & Denelson83, some elements used are from the xrmap flag collection 2.7., Public Domain, https://commons.wikimedia.org/w/index.php?curid=530082)

 

역청탄 등 석탄을 개발하면서 전성기를 구가했을 당시에는 민주당과 뉴딜 정책을 지지했다. 1932년부터 1996년까지 실시된 역대 대선 결과를 보면, 공화당이 세 번만 승리했을 정도였다(1956, 1972, 1984). 그러나 민주당이 기후변화 대처와 친환경 제조업에 주력하자, 웨스트버지니아는 2000년 이래로 공화당 대통령 후보를 압도적으로 지지하고 있다. 특히 클린턴이 2016년 대선 당시에 ‘석탄 산업을 완전히 퇴출시키겠다’라고 공언해서 석탄 광부를 제대로 자극하고 말았다. 석탄 산업이 몰락하자, 그들은 좌절하고 두려워했으며 민주당을 불신하게 되었다. 웨스트버지니아는 트럼프를 압도적으로 지지했다.

그러나 이제 민주당과 바이든 행정부는 인플레이션 감축법 등을 추진하면서 친환경 제조업 육성의 실제 효과를 보여주려고 한다. 상원 민주당의 캐스팅 보트였던 조 맨친 민주당 상원의원(웨스트버지니아·3선)도 석탄 산업을 살릴 수 없음을 인정하고 인플레이션 감축법을 지지했다. 맨친 역시 내년 상원 선거의 키맨이라서 그런 치적을 적극 홍보할 것으로 보인다.

이런 전략이 통할 수도 있다. 비영리인 퓨리서치센터(Pew Research Center)의 2022년 1월 조사 결과에 따르면, 고졸 이하인 성인 중에서 71%가 경제를 제일 중요한 정치 현안으로 꼽았다.

바이든의 전략, ‘일자리를 창출하고 자긍심을 일깨우자

스파크즈와 폼에너지 외에도 많은 기업들이 신규 청정에너지 프로젝트를 속속 발표하고 추진 중이다. 비영리 친환경 단체인 ‘클라이밋 파워'(Climate Power)에 따르면 90건이 넘는 신규 청정에너지 프로젝트가 인플레이션 감축법 서명일(8.16)에서 올해 1월 말까지 31개 주에서 발표되었다. 일자리 창출 규모는 전기차 및 배터리 제조업 등을 포함해서 10만 개를 넘긴다고 한다. 반도체법도 착착 시행되고 있다. 반도체산업협회가 12월에 전한 바에 따르면, 40건을 초과하며 총예산 2000억 달러 정도인 반도체 생태계 프로젝트가 발표되었다. 바이든이 미국 시각으로 지난해 8월 9일에 반도체법에 서명했으니, 반도체 제조업 부흥 작업이 빠르게 진행되고 있다고 볼 수 있다. 또한 바이든이 뉴욕, 메릴랜드, 신시내티 일대(켄터키 & 오하이오)를 연초에 방문했듯이, 인프라법 역시 각종 프로젝트를 지원하고 있다.

노조들도 미국 전국 각지에서 대학 교육을 받지 못한 노동자의 취업을 지원하고 있다. 오하이오 주의 노조는 여성, 10대, 재향군인들의 반도체 일자리 취업을 독려하고 있다. 뉴욕 주 시라큐스(Syracuse) 소재 노조도 신규 반도체 노동자 수천 명을 취업하게 하려고 노력 중이다. 노조가 직업 훈련을 시켜서 취업한 고졸 노동자들은 노조와 기업이 합의한 임금을 보장받게 된다. 미국 노동 정책의 방향이 40년 만에 바뀌고 있는 것이다.

오하이오는 러스트 벨트이며, 시라큐스를 포괄하며 뉴욕시 외곽에 위치하는 업스테이트 뉴욕도 러스트 벨트이다. 공화당 득표율이 뉴욕시와 비교하면 훨씬 높다. 그러나 바이든은 그 장벽을 넘어서려고 한다. ‘고졸 노동자들’이 자신의 법안으로 혜택을 받게 될 것이라는 점을 강조하면서 말이다. ‘고졸 일자리 창출’이 바로 ‘미국을 재건할 블루칼라 청사진’의 핵심 포인트다.

 

국정연설을 하는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 (사진: 연합뉴스)

 

바이든은 올해 국정연설에서 노동 계층의 자긍심을 여러 번 언급했다. 또한 진보적 사회·문화 이슈는 언급하지 않았다. 사회·문화 이슈를 선점하려 했다가 경제 이슈를 놓치면 노동 계층의 지지를 받지 못한다고 생각하는 것이다. 모든 포커스는 백인 노동 계층에 맞춰져 있다. 그렇다면, 2024년 미국 대선이야말로 러스트 벨트의 향배를 판가름할 수 있는 시간이 될 것이다. 백인 노동 계층의 표심을 다시 한번 지켜보자.

 


 

글쓴이 신은철은프리랜서 칼럼니스트이다. 영어영문학과 출신으로, 2012년 미국 대선을 지켜보면서 미국 정치에 관심을 갖게 되었다. 미국의 주요 일간지와 주간지는 물론, 주요 정치 사이트, 블로그, 주와 카운티 단위의 지방 언론까지 수년 간 섭렵하면서, 미국 정치에 대해 더 많은 것을 알아가고 있다. 미국 정치에 대해 정리된 생각들을 2016년부터 SNS 등을 통해 알리고 있고, 지난해 8월부터는 본격적으로 칼럼을 쓰고 외부 강연을 하고 있다. 미국 유권자층의 변화, 그리고 이에 대한 정치권의 대응을 미시적 수준까지 추적해 이해하려고 애쓰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