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운명의 시간’ 10월을 앞두고 국내 반도체 업계의 고민이 깊어지고 있다. 미국이 1년 동안 ‘유예’해준 대중국 반도체 규제 조치가 예정대로 10월 이후 시행되면 중국에서의 반도체 제조 사업은 뿌리째 흔들리기 때문이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등은 중국 현지 공장 철수 등을 포함해 사업 전반에 대한 전면적인 재검토가 불가피한 상황이다.

유예 조치가 끝나면 국내 반도체 업계는 중국 제조 공장의 필수 장비는 물론이고 차세대 신규 장비의 교체 및 설치가 불가능해진다. 현지에 파견된 핵심 인력은 철수해야 하며, 현지 지사나 협력업체의 필수 부품 생산도 중단된다. 한마디로 정상적인 제조 활동은 ‘끝’이라는 얘기다.

반도체 전문가인 권석준 필자는 미-중 패권 전쟁의 양상으로 볼 때 유예 조치가 연장될 가능성은 낮다고 분석한다. 달리 말해, 지금부터 치밀하게 10월을 대비해야 한다는 뜻이다. 무엇을 해야 하나. [편집자 주]

✔ 중국 공장 폐쇄하고 생산 시설 처분하는 현대자동차✔ 미국, 반도체법 가드레일 조항으로 중국 견제에 나서✔ 삼성전자와 하이닉스, 중국 현지 생산 접어야 할 수도✔ 한국 기업의 장비·노하우, 중국에 넘어갈 수 있어✔ 메모리반도체 분야, 기술과 점유율 경쟁 이어질 것

사진: 연합뉴스

현대자동차 그룹은 지난 20여 년 동안 글로벌 판매 순위가 10위(2000년)에서 4위(2021년)로 급등했다. 이러한 순위 급등에는 2002년부터 본격적으로 중국에 진출해 판매고를 높여나간 것이 도움이 되었다. 그렇지만 2010년대 중반부터 현대차 그룹의 중국 현지 판매량과 점유율은 지속적으로 감소하고 있다. 2016년에 최대치인 179만 대 판매로 정점을 기록한 후, 판매량은 2020년 55만 대, 2022년 40만 대 수준으로 급감하였다. 중국 완성차 시장에서의 점유율 역시 2012년 10%에서 2020년에는 4% 수준으로 내려앉았다.

거대 제조업의 해외 생산 생태계

결국 현대차 그룹은 중국 내 공장의 폐쇄와 생산 시설 처분에 나서고 있다. 문제는 완성차 사업에서는 현대차 같은 대기업이 혼자서만 사업을 영위하는 것이 아니라는 데 있다. 국내에서도 마찬가지지만 해외에서는 협력사들과 같이 사업을 하는 것이 더더욱 중요하다. 베이징에 위치한 현대차 공장 주변에는 1차 협력사가 150곳에 달하며 2차, 3차 그리고 물류 관련 기업까지 합치면 현대차 생태계에 속한 협력사는 대략 3,000곳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베이징 현대차 공장 주변으로만 따져도 주요 1차 협력사들의 공장은 300여 곳에 달할 정도다. 그렇지만 현대차가 지속적인 매출 부진 끝에 중국 사업을 정리하는 수순에 나서면서 이들 협력사들 역시 공장을 폐쇄하거나 처분할 수밖에 없는 처지에 놓여 있다.

대기업과는 달리 협력 업체들은 쉽게 생산 기지를 옮기거나 자산을 처분하기 어렵다. 가능하다면 현대차의 생산 기지 이전에 같이 발을 맞춰 이전하는 방식이 제일 좋지만, 중국에서 합자회사 형태로 사업을 영위할 경우, 부동산은 물론이고 생산 시설 같은 자산의 해외 이전이나 처분은 쉬운 일이 아니다. 현대차 대신 중국 완성차 업체 생태계로 편입되는 차선책을 생각할 수도 있겠으나, 중국 자동차 산업은 점점 전기차 위주로 재편되고 있기 때문에 그 역시 사업성이 밝지 않다. 결국 위기에 몰리게 되는 대부분의 협력사들은 헐값에 공장 시설을 처분할 수밖에 없게 된다. 그나마 자산 처분 과정에서 감가상각이 되는 시설에 비해, 제조 기술력에 관련된 기술 자산을 보유했을 경우, 중국 자본에 인수되는 가격이 높게 형성될 수 있다.

중국에 진출한 한국 반도체 업계의 위기감

그렇지만 어떤 경우에도 시설은 헐값에 매각되고 고유한 보유 기술은 중국으로 넘어가게 된다. 해외 이전이 어려운 중소 규모의 협력사 입장에서는 안전한 사업 철수를 위해서라도 이렇게 현지에서 자산을 처분하는 과정을 피할 수 없는데, 조금이라도 높은 가격을 받을 수 있다면 그것을 마다할 이유가 없을 것이다. 이에 더해 협력사에서 일하던 엔지니어들 역시 해외로의 이직이 어려울 경우, 중국 회사로 옮겨갈 가능성이 커진다. 이 과정에서 지식재산권으로 담겨 있지 않은 많은 노하우도 같이 넘어갈 수 있다. 이와 비슷한 일이 중국 현지에서 사업을 영위하는 한국 반도체 업계에서 몇 년 안으로 재현될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2022년에 통과된 미국의 반도체법(Chips and Science Act 2022)의 주요 골자는 미국 내에서 반도체 제조 생태계를 구축하는 것이다. 법안에 따르면 미국 업체들뿐만 아니라 해외 반도체 업체들도 주요 지원 대상이 될 수 있다. 다만 이 법에는 이른바 '가드레일' 조항이 있다. 이 조항에는 반도체법에 의해 보조금과 법인세 공제 혜택을 받는 기업은 향후 10년간 ‘미국의 국익과 안보에 위협이 되는 국가’에 직접적인 투자를 할 수 없다는 내용이 담겨 있다. 법안에 ‘위협이 되는 국가’가 중국이라고 명시된 것은 아니나, 현재 벌어지고 있는 미-중 사이의 반도체 기술 패권 경쟁을 고려할 때 이 가드레일 조항이 타깃으로 삼고 있는 국가가 중국임은 분명하다. 다시 말해 삼성전자나 SK하이닉스가 미국 현지에 파운드리 팹이나 메모리 팹을 새로 건설하여 미국 반도체법의 지원을 받아 운영할 경우, 중국에 신규 공장을 건설하기 위한 투자를 집행하기 어려워짐을 의미한다. 또한 이미 중국 현지에서 가동 중인 팹에 대해서도 신규 장비 설치를 위한 직접투자 역시 어려워짐을 뜻한다.

이러한 가드레일 조항과 더불어, 한국의 반도체 업계가 마주한 실질적인 불안 요소는 또 있다. 2022년 10월, 미국 정부는 중국 반도체 산업을 견제하기 위해 대중국 수출 규제의 일환으로 주요 반도체 공정 장비 수출 금지 조치를 시행했다. 여기에는 Applied Materials, LAM Research 같은 미국의 글로벌 반도체 장비 업체들뿐만 아니라, ASML 같은 네덜란드 장비 업체들도 포함된다. 이로 인해 반도체 제조에 필수적인 에칭 장비, 도포 장비, 패터닝 장비, 클리닝 장비, 검사 장비 같은 다양한 장비들, 특히 차세대 스펙으로 업그레이드되는 신규 장비들의 수입이 불허된다.

출처: CHIPS and Science Act of 2022 Section-by-Section Summary

미국 ‘가드레일’ 조항과 ‘1년 유예’의 공포

여기에 더해 이미 납품 계약된 장비나 운용되고 있는 장비들에 대해서도 이 조치가 소급 적용된다. 다만 조치를 바로 적용하기는 어렵기 때문에 일부 해외 반도체 업체들에 대해서는 유예기간을 1년 부여하였다. 예를 들어 메모리칩 제조 공장에서 활용되는 Applied Materials 플라스마 에칭 장비의 유지, 보수를 위해 파견된 본사 엔지니어들은 이 조치에 따라 2023년 10월 전에는 철수해야 한다. LAM Research의 반도체 품질 검사 장비를 위한 전용 소프트웨어 역시 2023년 10월 이후로는 업데이트되거나 추가 라이브러리를 설치할 수 없게 된다. 장비의 유지, 보수를 위한 필수 부품을 생산하는 현지 지사 혹은 협력사 역시 부품 생산이 중단되며, 그에 활용될 수 있는 지식재산권 활용도 10월 이후엔 더 이상 허용되지 않는다.

8개월 앞으로 다가온 이 유예기간은 시시각각 중국 현지에서 반도체 칩을 제조하고 있는 삼성전자와 하이닉스의 사업 불확실성을 증폭시키고 있다. 물론 이 유예 조치가 일부 외국계 기업에게만 다시 1년 혹은 그 이상으로 연장되어 숨통이 트이는 시나리오도 생각할 수 있겠지만, 현재로서는 유예 조치가 특정 기업에게만 혜택을 주는 방향으로 연장될 가능성은 작아 보인다.

지금대로라면 10월 이후 삼성전자, 하이닉스에 무슨 일이?

만약 2023년 10월 이후, 정말 미국 정부의 유예기간이 연장되지 않는다면 어떤 일이 벌어질 것인가? 삼성전자나 하이닉스가 중국에서 운영하는 공장에 필요한 장비들의 수급은 물론 유지, 보수가 거의 불가능하게 된다. 일반적으로 메모리반도체 팹 라인 한 개에 필요한 장비는 1,000개에서 1,500개 정도로 알려져 있다. 장비마다 운용 엔지니어가 있지만, 이와 별도로 장비가 고장 날 경우 이에 바로 대응하기 위한 장비 회사 엔지니어들도 필요하다. 당연히 그런 엔지니어들이 장비 회사 본사에서 이동하기보다는 팹 주변에 배치되어 있는 것이 훨씬 효율적이므로, 큰 팹 주변에는 글로벌 장비 회사들도 같이 현지 R&D 센터나 대응팀을 운영하고 있다. 이들 장비 회사의 인력들은 사실상 같이 반도체 제조 공정에 참여한다. 그런데 유예기간 이후에는 이들 장비 유지, 보수 인력이 철수한다. 이 경우 이들을 당장 대체할 인력도 필요하다.

그렇지만 장비 회사 본사가 주기적으로 업데이트하는 매뉴얼, 전용 소프트웨어와 라이브러리, 그리고 무엇보다도 핵심 소모재와 부품이 수급되지 않는다면 대체 인력 확보만으로는 이에 대처하기 어렵다. 중국 정부는 이러한 잠재적 문제에 대응하여 해외 장비 업체들의 제품과 호환될 수 있는 중국산 부품이나 소모재, 그리고 운영 노하우를 갖춘 SMEE나 베이징허창 같은 중국 반도체 장비 기업들을 지원하는 것에 재원을 아끼고 있지 않다.

그러나 이들 중국 반도체 장비 기업의 장비/부품 생산 규모와 종류, 지원되는 기술 수준은 아직 글로벌 회사 수준에 미치지 못한다. 부품 호환성 역시 장담할 수 없으며, 설사 호환 가능하다고 해도 고가의 장비에 적용하기에는 장비 자체가 망가질 위험이 뒤따르기 때문에 적용 범위도 한정된다. 반도체칩 생산에 있어 장비의 안정성과 정밀도, 그리고 신뢰도는 그대로 생산 품질과 수율, 생산 규모, 생산 스케줄과 연계되기 때문에 제조 업체들은 함부로 장비 업체나 장비 운용 방식, 그리고 유지 보수 기준을 바꾸기 어렵다. 결국 유예기간 이후 삼성전자와 하이닉스는 팹에 설치한 장비의 유지, 보수 과정에서 난항을 겪을 가능성이 크고, 이는 품질의 저하와 생산 차질로 이어질 것이다.

이에 더해 차세대 메모리반도체 생산을 위한 신규 장비 수입이 어려워진다는 것도 문제가 된다. 파운드리 분야만큼은 아니지만 메모리반도체 역시 점점 초미세패터닝이 중요한 세대로 기술이 발전하고 있다. 이를 위해서는 EUV 리소그래피 장비는 물론, 다른 선단공정 장비와 후공정 장비들도 업그레이드되어야 한다. 문제는 이러한 신규 장비 공급이 중국 현지의 공장으로는 이제 불가능해진다는 것, 그리고 그러한 장비를 중국에서 자체적으로 만들기는 거의 불가능하다는 것이다.

중국의 안간힘, 하지만 여전한 기술 격차

중국은 2010년대 중반 이후 미국, 한국, 대만을 제치고 세계 1위의 반도체 장비 시장이 되었지만 여전히 중국산 장비 자급률은 5% 이하에 머물고 있다. 앞서 언급한 몇몇 중국 반도체 장비 업체들이 글로벌 업체들과의 기술 격차를 좁히기 위해 많은 연구개발을 거듭하고 있으나 여전히 기술 수준은 장비마다 대략 많게는 10년에서 적게는 3년 이상 차이가 난다. 평균 5년을 잡는다고 가정해도 이는 메모리반도체 세대로 따졌을 때 적어도 2~3세대 뒤처지는 수준이다. 예를 들어 DRAM의 경우 한 세대 차이는 대략 2~2.5년인데, 5년의 차이는 2.5세대 이상의 차이에 해당한다. 중국 현지에서 장비를 수급한다고 해도 앞으로 한 세대 후의 DRAM은 물론, 현세대 기준 1~2세대 이전 수준의 DRAM을 제조하기도 버겁다는 뜻이다. 당연히 글로벌 1, 2위를 다투는 삼성전자나 하이닉스 입장에서는 이러한 기술 격차를 감내할 이유가 없으며, 그럴 여유도 없다.

문제는 1년도 안 남은 유예기간 종료 전후로 세대교체를 할 시점이 찾아온다는 것이다. 즉, 유예기간이 끝나고 나면 그다음 세대의 메모리반도체를 생산할 기술적 지원이 불가능해진다는 뜻이다. 차세대 메모리반도체 생산을 위한 장비의 자급이 안 된다면 글로벌 메모리반도체 시장 점유율도 하락하게 되므로, 삼성전자와 하이닉스 입장에서는 현대차처럼 중국 현지에서의 생산을 접어야 할 수도 있다. 현대차와의 차이점이라면 삼성전자와 하이닉스는 점유율 하락이 아닌 미-중 간의 기술 패권 전쟁이라는 외생적 요인으로 인해 그러한 결정을 내려야 할지도 모른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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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전자, 하이닉스에 중국 생산 시설은 중요하지만

삼성전자는 현재 중국 시안 공장(낸드플래시)에서 자사의 낸드플래시 생산량의 40%를 생산한다. 하이닉스는 중국 우시 공장(DRAM)에서 자사의 DRAM 생산량의 50%를, 인텔로부터 인수한 다롄 공장에서는 자사의 낸드플래시 생산량의 33%를 생산한다. 이들 공장에서 생산되는 양사의 메모리칩은 중국 현지에서 판매되는 양이 가장 많으며, 중국의 IT 산업 급성장 및 수요 다변화에 따라 차세대 메모리칩 생산에 대한 수요 역시 강해질 전망이다. 중국에서의 점유율 확보는 양사의 글로벌 메모리반도체 점유율(2022년 낸드플래시 기준, 글로벌 점유율 삼성전자 33%, 하이닉스 20%) 수성에도 핵심 요소이므로 중국에서의 생산은 그만큼 중요하다.

그렇지만 유예기간 이후의 불확실성은 양사의 메모리반도체 생산에 있어 점점 부담스러운 요인이 될 것이며, 그 부담이 더 커지기 전에 양사는 현지의 생산 시설 이전을 계획할 수도 있다. 이미 삼성전자는 비록 반도체와 직접 연관된 공장은 아니지만 선전의 통신장비 공장(2018), 톈진의 스마트폰 공장(2018), 후이저우의 스마트폰 공장(2019), 쑤저우의 PC 공장(2020)이 철수하여 인도나 베트남 등으로 이전한 전례가 있다. SK하이닉스는 아직 뚜렷한 철수 움직임을 보이고 있지 않으나 이미 중국 현지에서의 매출 규모는 줄어들고 있는 상황이기 때문에 협력 업체들에게도 영향이 가고 있다.

양사가 중국 현지에서의 생산을 줄이거나 철수하는 과정에서 현대차의 협력 업체들이 겪고 있는 문제를 양사의 반도체 생산 클러스터에 포진한 협력 업체들도 동일하게 겪을 수 있다. 즉, 협력업체들의 생산 시설, 장비, 지식재산권, 그리고 기술 노하우가 중국 업체에 인수되는 형식으로 넘어갈 가능성이 커지는 것이다. 특히 중국은 메모리반도체 중에서도 DRAM 부분에 대한 취약점이 가장 크기 때문에 이를 집중적으로 노릴 가능성이 있다.

중국이 노리는 DRAM 제조 생태계

현재 중국의 DRAM 선두업체인 창신메모리테크놀로지(CXMT)는 삼성전자, SK하이닉스와의 기술 격차가 대략 5년 정도 나는 것으로 평가된다. 2022년 하반기 기준으로 CXMT의 DRAM은 현재 10 나노급 2세대 공정 기반의 DRAM임인데 반해, 삼성전자와 하이닉스는 10 나노 5세대 공정 기반으로 제조되는 DRAM이기 때문이다. 기술 격차 외에도 CXMT의 DRAM 시장 점유율 격차 역시 크다. CXMT의 DRAM 시장 점유율은 1% 미만으로서 안정적 매출을 바탕으로 기술 개발에 투자하는 메모리 업계의 비즈니스 전략을 추진하기는 여전히 어려운 상황이다. 낸드플래시에서는 상대적으로 YMTC가 삼성전자, 하이닉스, 마이크론 같은 선두권 업체들과의 기술 격차를 반년 수준까지 줄여가면서 시장점유율도 3% 이상으로 확장하고 있는 것에 반해, DRAM은 여전히 어려운 상황임을 알 수 있다.

이런 상황에서 중국 정부와 CXMT는 하이닉스의 우시 DRAM 공장 주변의 생태계를 중국 DRAM 생산을 위한 전진기지로서 전략적으로 노릴 수 있다. 즉, SK하이닉스의 빈자리를 CXMT가 채우면서 하이닉스의 협력사를 자본력을 앞세워 인수합병을 통해 자사의 협력사로 만드는 것은 어렵지 않을 것이며, 하이닉스가 협력사들과 공유하고 있던 노하우 역시 그 과정에서 CXMT로 넘어갈 가능성이 있다. 또한 중국이 확보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는 DRAM 생산 장비, 부품 등도 같이 확보할 수 있을 것이며, 기술 격차를 줄이고 글로벌 DRAM 점유율을 확장할 수도 있을 것이다. 전문 인력 역시 중국이 그동안 첨단 산업 분야의 인력을 확보하기 위해 적용해 온 방식대로 현재 연봉의 2~3배를 제안하며 확보할 가능성이 있다.

국내 반도체 업계와 정부, 지자체의 할 일

이제 얼마 남지 않은 유예기간 동안 삼성전자, 하이닉스는 물론, 정부는 중국에서의 반도체 생산이 점차 어려워질 수 있다는 것을 기정사실로 간주하여 양사의 안정적인 이전은 물론, 그 협력 업체들의 생산 기지 이전 과정을 정책적으로 지원하는 방안을 모색할 필요가 있다. 특히 중국과의 외교적 마찰을 피하면서도 DRAM 제조 공정 노하우의 유출을 최대한 방지하는 방향에서 이러한 정책이 세밀하게 설계될 필요가 있다. 이미 Applied Materials, LAM Research, ASML, TEL 같은 주요 글로벌 반도체 장비 업체들은 중국에서의 반도체 생산의 불확실성을 벗어나기 위해 한국과 대만 등으로 거점을 옮기거나 확장하고 있다.

한국은 이러한 트렌드에 발맞춰 한국의 주요 반도체 제조 클러스터를 확장하면서 중국 현지에서 이전하려는 한국 협력업체들에게 선택할 수 있는 옵션을 제공할 필요가 있다. 이 과정에서 산업정책의 세밀한 준비가 필요하며 특히 4대 글로벌 반도체 장비업체들이 자리잡게 될 화성, 평택, 이천, 안성, 수원 등을 중심으로 한 경기 남부권 클러스터를 조성하고 관리하려는 경기도 같은 지자체들은 지금의 상황에 보다 적극적으로 대응할 필요가 있다. 미국의 대 중국 반도체 기술 견제는 당분간 지속될 것이며 세대교체를 앞둔 메모리반도체 분야에 있어 그 기간은 기술 경쟁과 점유율 싸움에서 방심할 수 없는 시간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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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쓴이 권석준은서울대 화학생물공학부에서 학사, 석사 과정을 마치고 MIT 화학공학과에서 박사학위를 받았다. 한국과학기술연구원(KIST) 첨단소재기술연구본부 책임연구원을 지냈고 차세대 반도체 소재 및 광(光) 컴퓨터, 양자 컴퓨터 등의 차세대 IT소자 원천 기술 등을 연구 중이다. 현재 성균관대 화학공학과 교수로 재직 중이며, 지금까지 60여 편의 논문을 해외 저명 학술지에 게재했다. 최근에 한·중·일 반도체 산업에 관한 저서 <반도체 삼국지>를 출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