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챗GPT다. 이번에는 챗GPT 자체가 아니라, 챗GPT로 촉발된 빅테크들의 총성 없는 기술 전쟁, 패권 경쟁 이야기다.

테크 세계는 한번 주도권을 뺏기고 나면 되찾아 오기가 쉽지 않은 전쟁터다. 오랜 시간 와신상담하며 내부에서 확실한 무기를 갈고 닦아야 한다. 이미 거대한 제국을 완성한 기업들이 좀처럼 허점을 보이지 않는 까닭에 적절한 타이밍에, 내가 유리한 고지로 상대를 끌어들여야 한다.

지금 챗GPT에 전 세계가 열광하고 있다. 도안구 필자는 이 열기가 단순한 거품일지 아니면 새로운 미래 10년을 이끌 변화가 지금 우리 곁에 다가와 있는 것인지 모든 촉수를 동원해 더듬거리고 대응해야 한다고 말한다. [편집자 주]

✔ 챗GPT는 빅테크 간의 뜨거운 대결을 가져올 것✔ 콘텐츠 창작마저 가능한 생성형 인공지능 챗GPT✔ 챗GPT가 촉발한 마이크로소프트와 구글의 대전쟁✔ 국내업계는 AI 전쟁에서 어떻게 살아남을 것인가

 

사진:셔터스톡

 

“마이크로소프트와 오픈AI가 챗GPT를 공개하고 구글이 조만간 맞대응할 게 뻔한 상황을 보면 무척 흥미로운 10년이 펼쳐질 것 같다.”

국내외 클라우드 서비스 공급업체들과 협력해 관련 서비스를 제공하는 이한주 베스핀글로벌 대표가 최근 자사 신제품 발표장에서 한 말이다. 이 대표의 말처럼 요즘 테크 분야에선 챗GPT가 단연 화제의 중심이다.

챗GPT를 서비스하는 오픈AI와 협력하는 마이크로소프트의 사티아 나델라 CEO는 앞서 2023년 2분기 실적 발표에서 “인공지능의 시대가 다가오고 있다. 마이크로소프트는 인공지능에 엄청난 역량을 쏟고 있다”고 밝힌 바 있다. 특히 그는 마이크로소프트 AI 제품군들의 경우 매출 기준으로 5분기 연속 100%씩 증가하고 있다며, 인공지능이 마이크로소프트의 장기적인 성장 엔진이라는 걸 분명히 했다.

마이크로소프트 실적 발표 관련 기사

생성형 AI의 가능성

대중들과 미디어가 너무 과민하게 반응하고 있다는 인공지능 분야 석학들의 지적도 있지만, 2022년 11월 말에 등장한 챗GPT에 대한 열기는 그 전례를 찾아보기 힘들다. 뭔가 임계점을 넘어선 듯한 모습이다. 챗GPT는 그동안 주목받아온 ’생성형 AI‘(Generative AI)의 한 영역이라는 점에서 2023년을 기점으로 이 분야는 대중과 시장의 더 큰 관심을 사기에 충분해 보인다.

 

[그림 1] 생성형 AI 기술의 예(이미지 출처 : https://www.visualcapitalist.com/generative-ai-explained-by-ai/)

생성형 AI는 인공지능을 통해 글쓰기, 그림 그리기, 영상, 음악 등 다양한 콘텐츠를 만들어 낼 수 있다. 인간의 고유물처럼 여겼던 창작 영역에서 인간들이 쓰고, 그리고, 만든 콘텐츠를 학습시켰더니, 인간이 창작했다고 해도 믿을 만하거나 오히려 더 뛰어난 콘텐츠를 생산해냈다. 그래서 누구는 이를 적극 활용하기도 하고 또 누군가는 두려움과 공포를 느끼기도 한다.

유명 벤처캐피탈인 세콰이어캐피탈이 간단하게 정리한 자료를 통해 생성형 AI에 대해 좀 더 알아보자. 아래 [그림 2]에서 살펴볼 수 있듯이 텍스트, 프로그래밍 코드, 이미지, 검색, 비디오, 3D 등으로 이미 다양한 앱들이 고객과 만나고 있다.

 

[그림 2] 세콰이어캐피털이 공개한 생성형 AI 애플리케이션 랜드스케이프

구글이나 마이크로소프트, 메타, 구글이 인수한 딥마인드, 마이크로소프트와 손잡은 오픈AI, 중국의 알리바바와 러시아의 얀덱스, 엔비디아 등은 모델 영역에서 경쟁과 협력을 이어 나가고 있다.

이 기업들은 관련 기술들을 내부에 확보한 후 이를 외부 기업들과 개인들이 활용할 수 있도록 제공하면서 그 사용료를 받거나, 소프트웨어 소스를 공개하면서 우군을 확보하는 방식으로 사업을 벌이고 있다. [그림 3]은 대표적인 기업들이 공개했거나 내부에서 제공하는 서비스들이다.

 

[그림 3] 모델들은 프라이빗 형태와 오픈소스 형태로 접근(출처 : https://www.bvp.com/atlas/is-ai-generation-the-next-platform-shift)

지난 30년간 정보통신 분야에서 가장 주목할 이슈는 인터넷의 등장, 애플 아이폰과 이에 대응한 구글 안드로이드, 삼성전자 연합군의 경쟁으로 이어진 모바일 분야의 혁명적인 변화들이다. 챗GPT는 모바일 시대를 열었던 것만큼 뜨거운 열광의 도가니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2016년 이세돌과 구글 알파고의 대결이 인공지능에 대한 관심을 끌었다면 이번 챗GPT는 산업으로서의 새로운 패러다임 변화와 빅테크 간 한판 대결을 예고하고 있다.

 

[그림 4] 챗GPT 온라인 사용자 100만 명 달성 시간

챗GPT는 온라인 사용자 100만 명이 4일 만에 가입할 정도로 인기를 끌고 있다.([그림 4]) 또 40일 만에 1,000만 명이 가입했다. <야후 파이낸스>에 따르면 월간 사용자 1억 명을 돌파하는 데 두 달이 걸린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그림 5]) 마이크로소프트가 AI를 통해 오피스 제품군 개선, 클라우드 인프라 활용, 거대한 AI 생태계 확보라는 힘을 얻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림 5] 월간 활성 사용자 1억 명 돌파까지 걸린 시간

마이크로소프트와 오픈AI의 협력

챗GPT로 촉발된 ’기업 전쟁‘에서 단연 관심을 끄는 회사는 오픈AI에 대규모 투자를 한 마이크로소프트다. 두 회사의 협력은 현재까지 크게 세 번 이뤄졌다. 2016년 11월 마이크로소프트는 비영리 인공지능 연구기관인 오픈AI와 파트너십을 체결했다. 인공지능을 연구하기 위해서는 대규모 컴퓨팅 인프라가 필요한데 세계 2위 클라우드 서비스 사업자인 마이크로소프트가 오픈AI에게 자사의 컴퓨팅 인프라를 제공하는 협력을 단행했다. 두 회사가 손을 잡기 전까지 오픈AI는 구글 클라우드를 활용해 왔다.

그 후 2019년 7월 마이크로소프트는 오픈AI에 1조 원을 투자했다. 두 회사는 ’범용 인공지능‘ 개발에 협력한다고 밝혔다. 범용 인공지능은 인간 수준의 인공지능으로 외부의 환경 변화에 대응할 수 있는 걸 말한다. 당시 협력에서도 마이크로소프트 클라우드 컴퓨팅 서비스인 ‘애저’(Azure) 기반의 새로운 AI 슈퍼컴퓨팅 기술 개발이 거론되었다.

가장 최근인 2023년 1월 23일 마이크로소프트는 100억 달러(12조5,000억 원) 규모의 세 번째 투자 계획을 발표했다. 연구에 필요한 대규모 컴퓨팅 자원과 외부 서비스를 위한 협력, 그리고 관련 서비스는 마이크로소프트 애저 위에서만 제공된다는 게 핵심이다.

대규모 슈퍼컴퓨팅 – 마이크로소프트는 오픈AI의 획기적인 독립적 AI 연구를 가속화하기 위해 특수한 슈퍼컴퓨팅 시스템의 개발과 배포에 대한 투자를 늘린다. 또한 고객이 글로벌 규모로 AI 애플리케이션을 구축하고 배포할 수 있도록 애저의 선도적인 AI 인프라를 계속 구축한다.

새로운 AI 기반 경험 – 마이크로소프트는 소비자와 엔터프라이즈 제품에 오픈AI 모델을 배포하고 오픈AI 기술을 기반으로 구축된 새로운 범주의 디지털 경험을 소개한다. 여기에는 개발자가 애저의 신뢰할 수 있는 엔터프라이즈급 기능과 AI 최적화 인프라 및 도구로 지원되는 오픈AI 모델에 직접 접속해 최첨단 AI 애플리케이션을 구축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마이크로소프트의 애저 오픈AI 서비스가 포함된다.

독점 클라우드 공급자 – 애저는 오픈AI의 독점 클라우드 공급자로서 연구, 제품 및 API 서비스 전반에 걸쳐 모든 오픈AI 워크로드를 지원한다.

클라우드 사업자들은 자신이 대규모 컴퓨팅 인프라에 투자를 해 놓고 이를 외부 기업들이 사용한 만큼 비용을 지불하도록 과금 체계를 만들어 두고 수익을 올린다. 마이크로소프트가 오픈AI에 투자를 하지만 대부분 인공지능 학습이나 추론을 위해 사용하는 클라우드 사용 비용으로 다시 되돌려 받게 된다. 또 대규모 AI 인프라를 애저에 어떻게 구축해 운영할지 협력을 통해 노하우를 획득하면서 새로운 기술에 투자도 단행할 수 있다.

현재 월 활성 사용자 1억 명이 사용하는 챗GPT는 마이크로소프트 클라우드 인프라인 애저 위에서 서비스되고 있다. 무료로 사용자를 모은 후 이를 유료화하는 방식은 아주 전통적인 사업 모델이다. 오픈AI도 이를 따르고 있다. 최근 오픈AI는 월 20달러 구독 방식으로 ‘챗GPT 플러스’ 유료 서비스 도입 계획을 발표했다. 미국 거주자 먼저 이 유료 서비스에 가입해 사용할 수 있다. 또 마이크로소프트는 최근 ‘애저 오픈AI 서비스’를 선보이면서 외부 기업들이 두 회사의 협력 성과물을 활용할 수 있도록 움직이고 있다.

마이크로소프트는 또 자사가 보유한 내부 솔루션과 서비스에도 두 회사의 성과들을 적용하고 있다. 협업 서비스인 ‘팀즈 프리미엄’을 선보이면서 월 10달러의 비용으로 더 많은 고급 기능을 사용토록 했다. 이미 코딩 분야에서는 ‘깃허브 코파일럿’을 선보였다. 기존 코드 맥락을 이해하고 추가적인 코드와 기능을 제안한다. 또 개발자가 자연어로 설명해 코드를 추가할 수 있다.

지난 2023 회계 연도 2분기 실적 발표에서 마이크로소프트는 클라우드 부문에서 18% 성장했다. 이와 별개로 이미 마이크로소프트의 오피스 제품군에도 관련 기술들이 적용되고 있다. 또 개발자를 구하기 힘든 세상에서 내부 실무팀들이 데이터를 활용해 스스로 프로그래밍을 할 수 있도록 파워 플랫폼을 제공하고 있다. 엑셀을 잘 활용하는 이들이 조금 더 데이터를 활용해 전문 개발자의 지원 없이 간단한 내부용 프로그램을 만들 수 있도록 돕는데 관련 기술들을 적용하고 있다.

구글의 반격은 얼마나 강력할까

챗GPT에 놀란 건 대중과 미디어뿐만이 아니다. 인공지능하면 구글로 인식될 정도로 이 분야에서 최고의 기업으로 평가받고 있는 구글이 ‘코드 레드’를 발령했다는 소식이 전해졌다. 세르게이 브린과 래리 페이지 두 창업자는 2019년 구글의 지주회사인 알파벳의 최고경영자와 사장 자리를 각각 내려놓고 이사회 구성원으로 남았다. 순다 피차이 구글 CEO가 창업자들에게 자문을 구할 정도로 이번 챗GPT는 구글을 긴장시키고 있다.

구글 AI팀은 크게 미국 조직과 영국의 딥마인드가 서로 협력과 선의의 경쟁을 하는 구조다. 딥마인드는 이세돌 9단과 겨룬 알파고를 만든 당사자다. 이런 체제인 탓에 구글의 대응은 양방향이다. 딥마인드는 바둑을 잘 두기도 하지만 게임도 잘한다. 지난해에는 알파폴드라는 알고리즘을 발표해 인류에게 알려진 거의 모든 단백질의 3D 구조를 예측했다. 이를 통해 말라리아 백신 개발, 항생제 내성 퇴치, 플라스틱 오염 해결을 위해 노력하는 과학자들에게 도움을 주고 있다. 구글 내부에서는 대규모 전력 설비가 들어가는 데이터센터의 열 이슈를 처리하기도 했다.

이런 딥마인드가 챗GPT에 대응하기 위해 ‘스패로우’(Sparrow)라는 서비스를 올해 중 프라이빗 베타 버전으로 선보일지 고민하고 있다고 최근 <타임>과의 인터뷰에서 밝혔다. 스패로우는 딥마인드가 개발한 언어 모델 친칠라(ChinChilla)를 기반으로 한 인공지능 챗봇이다. 챗GPT와는 다르게 인터넷 검색도 사용해 답변한 내용에 대한 소스를 공개해 거짓 정보 관련 이슈를 최소화할 구상이라고 한다. 이 서비스가 나올 경우 챗GPT 학습에 쓰인 GPT-3는 매개변수가 1,750억 개인 데 반해 스패로우 친칠라는 매개변수가 700억 개이기 때문에 무조건 패러미터가 많아야 성능이 뛰어나다는 통념이 깨질지도 관전 포인트다.

딥마인드 CEO 데미스 하사비스의 <타임> 인터뷰

딥마인드 CEO는 AI가 인류에 상당한 피해를 줄 수 있다는 점을 지속적으로 강조해 왔다. 대응을 하지 않을 수 없는 상황이지만 잘못 사용될 때 위험도 분명히 준비하고 대응해야 한다는 뜻이다.

이런 대응 이외에 구글은 마이크로소프트가 오픈AI와 전략적 제휴를 단행한 후 그 성과들을 외부에 공개하는 것과 동일한 전략을 빠르게 펼치고 있다. 구글은 2023년 2월 오픈AI 출신들이 나가서 만든 앤스로픽(Anthropic)에 4억 달러를 투자한다고 밝혔다. 앤스로픽은 2021년 설립된 회사로, 챗GPT에 맞설 ‘클로드’라는 챗봇을 특정 사용자들만 사용할 수 있도록 테스트 버전을 공개했다. 투자금은 구글 클라우드 컴퓨팅 자원을 활용하는 비용으로 사용될 것으로 보인다.

앤스로픽은 자사 인공지능 성능 개선을 위해 구글 클라우드 인프라를 활용할 것으로 보인다. 구글은 딥마인드와 협업하면서 그래픽 카드 이외에 추론을 위한 별도 반도체를 설계해 공개했다. 바로 ‘TPU’(Tensor Processing Unit)다. 자연어 처리와 추천 시스템, 컴퓨터 비전과 같은 대규모 AI 모델을 구동할 때 사용한다. 지난해 버전 4를 선보였고 이는 구글 클라우드 고객들이 활용할 수 있다.

구글은 클라우드 분야에서는 후발주자다. 아마존 웹서비스와 마이크로소프트 애저에 비해 뒤처져 있다. 하지만 클라우드 사업에 힘을 쏟으면서 유튜브와 같은 매출 규모를 만들어 냈다. 구글 클라우드는 문서 처리를 위한 Doc AI, 콜센터 운영을 위한 컨택센터 AI, 동영상과 이미지 분석을 위한 ‘버텍스 비전 AI’, 100개 이상의 언어 번역을 위한 번역 허브와 같은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구글은 자사가 지속적으로 연구하고 발전시켜온 기술들을 자사의 서비스에 적용하면서 경쟁자들을 압도하는 전략을 구사하고 있다. 구글은 검색 서비스를 제공하면서 데이터 처리와 저장, 가공에 이르는 속칭 데이터 파이프 라인에 대한 기술을 모두 확보했다. 또 온라인 광고 시스템을 통해 확실한 수익원을 손에 거머쥐었다. 유튜브도 광고와 라이브 방송 때 시청자들이 원하는 만큼 기부를 할 수 있는 ‘슈퍼챗’을 통해 수익성을 확보했다.

구글이 제공하는 검색, 지도, 스마트폰인 ‘픽셀’, 구글 포토, 유튜브, 구글 어시스턴트, 지메일, 광고, 클라우드 등 구글이 제공하는 서비스엔 AI가 자연스럽게 내장되어 있다. (관련 기사 '우리가 상품에 인공지능을 활용하는 9가지 방법')

구글 지도의 AI는 데이터를 분석해 교통 상황과 지연에 대한 최신 정보를 제공하며 교통 체증을 피할 수 있도록 돕는다. 구글이 제공하는 픽셀 스마트폰의 경우 21개 언어를 바로 번역하고 통역 모드에서 6개 언어 간 음성 대화가 가능하게 돕는다. 국내외 많은 사용자를 보유한 어시스턴트로 “헤이 구글, 가장 가까운 공원이 어디야?”라고 물으면 바로 찾아서 알려준다. 유튜브에서는 동영상에 대한 캡션을 자동으로 생성해준다.

이렇게 강력한 서비스를 보유하고 있고 그 서비스 안에 인공지능이 들어가 있다 보니 다른 기업들이 구글 서비스를 넘어서기가 좀처럼 쉽지 않아 보인다. 구글 또한 검색과 온라인 광고 시장에서 주도적인 시장 지배력을 발휘하고 있는 상황에서 자사의 수익을 해칠 새로운 서비스를 먼저 내놓는 게 부담이 되어 시간을 늦췄다는 진단도 나오고 있다.

또 구글이나 메타의 경우 시장 지배적인 사업자라서 인종이나 성 관련 분야에서 차별적인 답변을 하면 사회적인 지탄을 받기 때문에 관련 서비스를 내놓는 데 주저하고 있다는 견해도 있다. 가뜩이나 구글은 미국 법무부로부터 제기된 온라인 광고 분야에 대한 독점 소송도 대응해야 하는 처지다. 구글의 가장 큰 수익원이 미 정부의 타깃이 되고 있기 때문에 그 어느 때보다 긴장하지 않을 수 없다.

 

사진:셔터스톡

 

네이버의 대응은

마이크로소프트와 구글의 AI 대전이 벌어지면서 두 회사는 자사가 보유한 기술을 외부에 공개하면서 수많은 인공지능 회사들이 자사 인프라를 활용해 서비스하도록 유도하고 있다. 이 시장은 모바일 앱 장터처럼 3:7의 비율은 없지만, 관련 인프라를 사용하다 보면 자연스럽게 비용을 내야 하기 때문에 수많은 기업들이 잘 되면 잘 될수록 인프라 회사는 앉아서 돈을 버는 구조다. 특히 두 회사는 각자 자사가 가진 다양한 내부 서비스에도 이를 적용하면서 AI 투자 비용을 내외부에서 충당하고 있다.

이런 상황 속에서 두 거대 공룡이 벌이는 사활적인 경쟁은 한국 기업들에게 어떤 영향을 미칠까? 국내 대표기업 네이버는 어떤 대응책을 마련하고 있을까?

네이버는 지난해 말 인공지능 관련 조직을 네이버 클라우드 소속으로 바꿨다. 국내 스타트업 전문 미디어인 <피쿨>(Pickool)에 따르면 네이버는 최근 2022년 4분기 실적 발표장에서 챗GPT와 관련해 별도의 베타 서비스를 공개하고 결과물의 신뢰성과 실시간 반영 등을 갖춰 나가는 게 중요하다고 밝혔다.

네이버의 실적을 보면 2022년 클라우드의 경우 전년 대비 5.3% 성장한 4,029억 원을 기록했다. 이번 AI와 B2B 사업조직들을 네이버 클라우드로 통합, 하이퍼 스케일 AI 기반의 경쟁 우위를 확보해 엔터프라이즈와 금융 등으로 시장을 확장해 나가겠다는 방침이다. AI 조직은 네이버 클라우드 소속으로 바꾼 만큼 이제는 그 연구 성과들을 적극적으로 공개해 국내 스타트업 생태계를 키우고 대응할 수 있도록 하겠다는 행보다.

네이버가 이번에도 시장 대응에 성공하고 해외 기업들처럼 인공지능을 통해 자사 내부 서비스는 물론 외부 생태계 조성에서도 소기의 성과를 낼 수 있을지가 올해의 큰 관전 포인트 가운데 하나다.

이런 변화를 제대로 확인하는 방법은 관련 서비스를 직접 사용해 보는 것이다. 우선 열려 있는 챗GPT 베타 서비스 체험을 강력히 추천드린다.

사족

새로운 변화를 이야기하기 전에 잠시 2022년 한국과 미국 주식시장의 시가총액 상위 10위 기업들을 살펴보자.

삼성전자, LG에너지솔루션, SK하이닉스, 삼성바이오로직스, 삼성SDI, LG화학, 삼성전자(우), 현대자동차, 네이버, 카카오.

애플, 마이크로소프트, 알파벳(2), 아마존, 테슬라, 메타(페이스북), 엔비디아, 요크셔 해서웨이(2),

이 목록에 올라 있는 두 나라 기업들의 공통점은 대부분 정보통신과 과학기술을 활용하는 산업군이라는 점이다. 미국에는 투자회사가 하나 포함돼 있지만, 한국은 죄다 그렇다. 정보통신 관련 완제품을 만드는 회사거나 아니면 핵심 부품을 만드는 기업이다. 또 전자상거래나 소셜미디어와 메신저, 검색 등 온라인 서비스 관련 기업들도 눈에 띈다. 최소한 10년 안에 저 기업들을 제치고 등장하는 기업들이 있다고 해도 대부분 정보통신과 과학기술로 무장한 기업들일 수밖에 없다는 상황을 인식하는 게 중요하다. 부지불식간에 우리는 이미 정보통신과 과학기술을 활용한 기업들이 세상을 이끌고 있는 시대에 살고 있다.

 


 

글쓴이 도안구는‘유쾌한 기술 이야기’를 모토로 내건 <테크수다>의 대표 겸 편집장이다. 정보통신 분야 전문기자로 24년째 활동 중이다. <정보시대>를 거처 <블로터닷넷> 창간 멤버로 참여했고, 이후 국내 유일의 소프트웨어 개발 잡지인 <마이크로소프트웨어> 편집장을 거쳤다. 한국 기자로는 처음으로 페이스북 라이브 방송 기능을 활용해 라이브 인터뷰, 현장 중계를 국내외에서 진행해 왔다. eyeball@techsud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