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년 집값이 어떻게 움직일까? 지난해 거래 절벽과 가격 급락으로 얼어붙었던 집값 동향에 어떤 변화가 올지 관심이 높다. 높은 금리와 글로벌 경제 위기, 미분양 리스크 등 가격 하락 요인은 상존하지만 정부의 공세적인 규제 완화 대책으로 하락세에 어느 정도 제동이 걸리는 듯한 양상이기 때문이다. 사려는 사람도, 팔려는 사람도 고민이 커지는 상황이다.경제 애널리스트인 이광수 필자는 무주택 실수요자들에게 ‘얼마나, 언제까지 빠질까’에 대한 막연한 추정이나 기대 대신 ‘거래량’을 잘 살피라고 권한다. 투자수요의 회복을 확인할 수 있는 중요한 신호인 까닭이다. 부동산 시장에 대한 원칙적이면서도 실질적인 가이드. [편집자 주]

✔ 높은 부동산 가격과 금리 인상으로 주택 투자수익률 감소✔ 현재 전세 가격은 집값보다 가파르게 하락 중✔ 시장 변동 원인을 찾고 적극적으로 내집 마련에 나서야✔ 투자자보다 실수요자의 소유가 늘어날수록 시장 안정 가능

사진:셔터스톡

미래는 일어나고 있다!

집값이 하락하고 있다. 사람들은 묻는다. “아파트 가격은 얼마나, 언제까지 떨어질까요?”

가장 중요하고 궁금한 질문이다. 그렇지만 집값 하락폭과 회복 시점을 이야기하기에 앞서 우선 현재 한국 부동산 시장 현황을 정확하게 파악하는 것이 중요하다. 보는 것을 그대로 보면 보이지 않았던 것이 눈에 보이게 된다. 미래 경영학자인 피터 드러커는 말했다. “미래는 이미 일어나고 있다.”(The futures that has already happened)

같은 맥락으로 가장 좋아하는 속담이 있다. “콩 심은 데 콩 나고, 팥 심은 데 팥 난다.” 지금 콩을 심으면 콩이 난다. 간단한 자연 섭리임에도 우리는 종종 콩을 심고 팥이 날 것이라고 예측하는 경우가 많다. 지금 무슨 일이 일어나고 과거에 무슨 일이 있었는지 정확하게 본다면 충분히 미래를 예측할 수 있다.

현재 한국 부동산 시장에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는지 보자. 전국 아파트 가격이 2022년 5월 이후 하락세를 지속하고 있다. 가격하락과 함께 하락폭도 커지고 있다. 검증이 가능한 2022년 12월 아파트 실거래가의 월간 변동률은 -1.7%에 달한다. 연간 환산으로 20%가 넘는 하락률이다. 가격이 떨어지고 거래량도 줄어들고 있다. 전국 기준 아파트 실거래 건수는 14,639건(22년 12월)으로 2021년 평균 약 5만 건과 비교하여 30% 수준으로 감소했다.

집을 사려는 사람이 줄어들고 있다

주택가격이 떨어지고 거래량이 감소하는 원인은 무엇일까? 재화 시장에서 거래량 감소와 주택가격 하락은 수요가 줄어들 때 일어나는 현상이다. 현재 한국 부동산 시장은 집을 사려는 사람이 줄어들고 있다. 그렇다면 주택 수요가 감소하고 있는 이유는 무엇일까?

주택시장에서 수요는 크게 두 가지로 나눌 수 있다. 집을 사용하려고 구매하는 실수요와 투자수요다. 투자수요는 주택을 통해 수익을 얻으려고 한다. 부동산 투기 수요라고 말할 수 있으나 투자와 투기를 정확하게 구분하기 어렵기 때문에 중립적인 단어인 투자라는 용어를 사용하겠다. 수요를 정확히 실수요와 투자로 구분하기는 힘들다.

그래픽:연합뉴스

높은 가격, 금리 인상으로 주택 투자수익률 감소

그러나, 분명한 건 시장 변동성을 확대시키는 것은 투자수요다. 투자수요는 갑자기 증가하기도 하고 빠르게 줄어들기도 한다. 반면 실수요는 투자수요보다 상대적으로 변동성이 적다. 그렇다면 최근 주택수요 감소는 투자수요가 줄어들고 있기 때문에 일어나는 현상으로 파악할 수 있다. 그런데 투자수요는 왜 줄어들고 있을까? 높은 가격과 금리 인상으로 주택을 통한 투자수익률이 크게 감소했기 때문이다. 부동산으로 돈을 벌 수 없겠다는 계산으로 투자수요가 감소하고 있다.

가격을 고려할 때 수요와 함께 공급도 중요하다. 최근 수요가 감소하는 상황에서 주택 공급은 어떤 상황인지 살펴볼 필요가 있다. 주택가격을 결정하는 공급은 건설회사가 짓는 아파트와 매도물량이다. 건설회사들이 아파트 건설을 크게 늘리면 주택가격은 하락할 수 있다. 반대로 크게 줄이면 가격 상승의 원인이 된다. 그러나, 아파트 건설에는 오랜 시간이 필요하기 때문에 단기적인 집값 변동에는 아파트 분양 등의 영향이 크지 않다. 또한 현재 서울과 수도권, 지방 대도시 등은 유휴토지가 부족해 아파트 총량을 늘리는데 물리적인 한계가 존재한다.

결국 단기 집값을 결정하는 공급은 매물의 양, 즉 집을 가지고 있는 사람들이 집을 팔려고 내놓는 양이다. 쉽게 말해서 집을 가지고 있는 사람들이 집을 판매하려고 내놓는 매물의 양이 감소하면 주택가격은 상승하고 반대로 매물량이 늘어나면 집값이 하락할 수 있다.

중요한 건 한국 주택시장에서 잠재적인 매물의 양이 많다는 점이다. 2021년 주거실태조사(국토교통부)에 따르면 한국 자가점유율은 전국 57.3%, 수도권 51.3%에 불과하다. 자가점유율은 자신(이 포함된 가구)의 명의로 보유한 집에서 거주하는 사람의 비율을 말한다. 자가점유율이 낮다는 말은 누군가 투자 목적으로 집을 많이 보유하고 있다는 의미로 해석할 수 있다. OECD(경제협력개발기구) 자료에 따르면 37개 국의 평균 자가점유율은 69.7%로 한국보다 12%p가 높다.

서울 자가점유율 43.5%에 불과

자신이 보유한 집에 직접 거주하고 있으면 주택가격이 상승하거나 하락하더라도 매도하기 어렵다. 가격 변동에 따라 내가 살고 있는 집을 갑자기 팔 수는 없기 때문이다. 그러나, 투자 목적으로 집을 가지고 있으면 언제나 매도가 가능하다. 자가점유율을 지역별로 살펴보면 서울은 43.5%에 불과하다. 서울 아파트가 가장 투자하기 좋기 때문에 자가점유율이 낮게 조사된다. 반면 자가점유율이 가장 높은 지역은 전남으로 71.1%에 달한다.

그렇다면 현재 매도물량은 어떤 상황인가? 2022년 집값 하락이 시작될 때 서울을 중심으로 아파트 매도물량이 갑자기 30% 이상 증가했다. 집값 하락 우려가 커지자 팔려는 사람들이 증가했다. 그러나, 정부가 부동산 규제와 대출 확대 정책을 적극적으로 펼치면서 2022년 하반기부터 매도물량이 감소하고 있다. 6만 건이 넘던 서울 아파트 매물이 5만 건으로 줄어들었다. 수요 감소에도 불구하고 매도물량이 줄어들면서 최근 들어 집값 하락폭이 축소되고 있는 상황이다.

대한민국 집값을 결정하는 건 투자수요와 매도물량이다. 향후 집값도 투자 목적으로 집을 사려는 사람들과 투자 목적으로 집을 보유하고 있는 사람들에 의해 결정될 것이다. “아파트 가격은 얼마나 언제까지 떨어질까요?”에 대한 답도 여기서 출발해야 한다.

투자수요는 감소 상태가 지속될 가능성이 크다. 가장 큰 이유는 전세가격 하락이다. 우리나라에서 주택 투자는 대부분 갭 투자 형태로 이루어진다. 즉, 전세자금을 활용하여 주택을 매입한다. 투자수요에서 전세가격이 중요한 이유다. 전세가격이 상승하면 일종의 투자자금이 낮아지는 효과를 낼 수 있다. 전세가격 상승이 투자수요 증가로 이어지는 이유다.

전세가격이 집값보다 가파르게 하락

주택가격이 급등한 2019년부터 2020년까지 서울에서 집값 상승률이 높았던 지역은 노원구였다. 해당 기간 노원구 갭 투자 현황을 보면 놀랍다. 2020년 6월 한 달간 300명이 넘는 갭 투자가 이루어졌다. 300명이 넘는 투자수요자들이 몰려들어 집을 사는데 집값이 안 오를 수가 없다.

그러나, 최근 전세가격이 하락하면서 갭 투자 수요는 월 3건 미만으로 줄어들었다. 투자수요가 빠르게 감소하고 있다. 이러한 추세는 지속될 가능성이 크다. 전세가격이 하락하고 있기 때문이다. 최근 전국 전세가격은 집값보다 더 가파르게 하락하고 있다. 하락률이 월간 2%에 이르고 있다. 전세가격 하락은 2023년에도 지속될 가능성이 크다. 아파트 입주 물량이 증가하기 때문이다.

전세가격에 가장 직접적으로 영향을 미치는 요인은 입주 물량이다. 입주 아파트가 많으면 전세가격은 하락한다. 반대로 아파트 입주 물량이 줄어들면 전세가격은 상승하게 된다. 그렇다면 아파트 입주 물량을 살펴볼 필요가 있다.

2023년 전국 아파트 입주 물량은 약 35만7천 호에 달한다. 서울과 수도권을 비롯하여 거의 모든 지역에서 아파트 입주 물량이 증가한다. 더욱 주목되는 건 입주 물량 추이다. 아파트 입주 물량에서 멸실주택을 제외한 순 입주 물량을 살펴보면 수도권 기준 약 18만5천 호에 달한다. 중요한 건 2017년 이후 수도권 아파트 입주 물량이 18만 호 이상씩 지속되었다는 점이다. 새 아파트가 쌓여가면서 임대료(전, 월세가격) 인하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누적 입주 물량 증가는 전세가격 하락의 원인이 된다. 2023년 입주 물량이 증가하면서 전세가격 하락은 불가피한 상황이다. 전세가격이 하락하면 갭 투자가 줄어들고 투자수요가 감소한다. 가격 하락 원인이다. 그렇다면 매물의 양은 어떻게 될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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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 규제 완화로 단기적으로 매물 감소 양상

수요가 줄어들고 있는 상황에서 집을 팔려는 사람이 늘어나면 집값 하락폭은 커질 수 있다. 최근 매물이 감소하고 있는 이유는 분명하다. 정부의 전방위적인 부동산 규제 완화책으로 주택가격 회복에 대한 기대감이 생겨나면서 사람들이 내놨던 매물을 거둬들이고 있다. 단기적으로 집값 하락폭이 적어질 수 있는 이유다. 그러나, 집을 팔 것인가 말 것인가는 가격에 대한 전망에 따라서 달라진다. 쉽게 말해서 매물을 거둬들였는데 사려는 사람이 없다면 가격 상승 기대감이 줄어들고 매물은 다시 증가할 수밖에 없다. 매물에도 투자수요가 영향을 미치는 이유다.

전세가격 하락 → 투자수요 감소 → 가격 상승 기대감 축소 → 매도물량 증가 → 주택가격 하락으로 이어지는 현상이 2023년부터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 가격은 얼마나 떨어지고 언제 회복될 것인가? 그 해답도 투자수요에 있다. 투자수요가 회복되기 시작하면 가격은 회복하고 상승을 시작할 것이다.

투자수요가 회복되는 신호는 거래량에서 찾을 수 있다. 거래량이 추세적으로 증가하기 시작하면 누군가 집을 사기 시작했다는 의미다. 집을 투자하려는 사람들은 언제 집을 사기 시작할까? 정책, 금리 등 변수도 중요하지만 중요한 건 투자 수익이다. 집을 사서 투자 수익이 예상될 때 아파트를 사기 시작할 것이다. 투자 수익은 집값이 충분히 떨어졌을 때 즉 매입가격이 낮아졌을 때 다시 증가할 수 있다. 즉, 집값이 충분히 떨어졌을 때 투자수요가 증가하고 그에 따라 거래량은 회복하게 될 것이다.

부동산 시장을 전망하는데 몇 프로 빠지고, 언제 그리고 몇 년은 중요하지 않다. 가격 하락 이후 거래량이 회복되는 시점이 충분히 빠진 가격이고 그 이후로 가격은 회복할 가능성이 크다.

“부동산 투기하는 놈들 다 잡아야 해!”는 공허한 말

대한민국 집은 부동산이 된 지 오래다. 많은 사람들은 살 집을 찾지만 누군가는 부동산을 자산으로 본다. 중요한 건 집값은 부동산을 자산과 투자로 보는 사람들이 움직인다는 점이다. 부동산 투자, 투기를 싫어한다고 부동산 시장의 변동 원인까지 외면해서는 안 된다. 집값이 급등할 때 무주택자들의 한숨을 기억한다. 그 깊은 한숨 앞에서 “부동산 투기하는 놈들은 다 잡아야 해!”라는 말은 공허할 뿐이다.

집값이 하락하고 있고 더 하락할 가능성이 크다. 무주택자들은 시장 변동 원인을 찾고 능력 안에서 적극적으로 내집 마련에 나서야 한다. 투자자들보다 무주택 실수요자들의 주택 소유가 늘어날수록 대한민국 부동산은 집으로 바뀔 것이고 시장은 안정될 가능성이 크다. 내가 산 집에 내가 거주하는 사람들이 많아질 수 있는 기회가 오고 있다. 희망을 걸어본다.


글쓴이 이광수는미래에셋대우 리서치센터에서 애널리스트로 일하고 있다. 리츠와 부동산 시장 그리고 건설기업을 분석한다. 투자자를 위해 근거 있고 선명한 리서치를 하려고 노력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