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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정훈 칼럼] 미국 대통령의 ‘저승사자’, 특검?

By | 2023년 1월 20일 | 국제, 미분류, 정치

‘토요일 밤의 대학살'(Saturday Night Massacre). ‘워터게이트 사건’으로 궁지에 몰린 리처드 닉슨 미국 대통령이 온갖 꼼수를 동원해 1973년 10월 20일 저녁 특별검사를 해임하자, 미국 사회는 닉슨의 행동을 이렇게 불렀다. 그리고 그 ‘학살’은 부메랑이 돼, 결국 닉슨 자신의 사임으로 이어졌다.
닉슨 이후, 미국의 대통령들은 자신과 주변 인사들에 대한 특검으로 정치적 어려움을 겪었다. 현직인 조 바이든 대통령 역시 기밀문서 유출이 언론에 보도되자마자 특검이 임명됐다. 워터게이트 특검이 임명된 뒤 50년이 흐른 지금까지 특검에 시달리지 않았던 대통령은 버락 오바마가 유일하다고 한다.
미국 대통령과 그 주변에 대한 특검은 왜 신속하고 빈번하게 이뤄지는 것일까? 그 특검의 역사가 우리에게 주는 시사점은 뭘까? 그 궁금증들을 유정훈 필자가 풀어준다. [편집자 주]

✔ 부통령 시절 기밀문서 유출로 특검 조사를 받게 되는 바이든 대통령
✔ 특별 검사제를 적극적으로 도입한 계기는 1973년 워터게이트 스캔들
✔ 닉슨 이래로 대통령도 피해갈 수 없는 법치주의 원칙의 상징 특별 검사
✔ 친트럼프 계열의 제프 세션즈, 법무장관으로서의 이해상충 원칙 지켜
✔ 전·현직 대통령의 기밀문서 유출 사건 모두에 특검 임명한  갈랜드 장관

부통령 시절 기밀문서 유출로 특검 조사를 받게 된 바이든 미 대통령. (사진:연합뉴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특별검사의 수사를 받는다. 지난 1월 9일 <CBS>는 바이든이 부통령 퇴임 후 이용한 개인 사무실에서 기밀문서가 발견된 사실을 전했고(CBS 뉴스 링크), 여러 언론의 후속 보도가 이어졌다. 메릭 갈랜드 법무장관은 사건이 알려진 후 3일 만인 1월 12일, 현직 대통령이 관여된 사건의 조사를 위해 특별검사(special counsel)를 임명했다.(관련 NYT 기사) 한국계 미국인인 로버트 허가 특별검사로 임명되며 한국 언론에도 자세히 보도되었다.

트럼프, 바이든 모두 ‘기밀문서 유출’로 특검 수사 신세

지난해에 불거진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의 기밀문서 유출 사건에 관해, FBI(연방수사국)는 전직 대통령 사저에 대한 압수수색까지 벌였고, 법무부는 특별검사 잭 스미스를 임명하여 수사를 해 왔다. 이런 상황에서, 현직 대통령이 기밀문서 반출로 인해 수사 대상이 되며 바이든 개인이나 민주당은 곤혹스런 처지에 놓였고, 전·현직 대통령에 대한 특검을 진행하는 법무부의 행보 역시 주목받지 않을 수 없게 되었다.

현직 대통령이 이처럼 신속하게 특별검사의 수사 대상이 된 까닭에 미국의 특별검사 제도에 대한 관심도 높아지고 있다.

미국에서 연방 범죄의 수사 및 기소는 법무장관, 차관 및 형사국의 지휘·감독 하에 94개의 관할구역으로 나뉘어 직무를 담당하는 연방 검사장에 의해 이루어진다. 미국법에서 특별검사는 이해상충 등의 이유로 통상적인 체계에 따른 수사 및 기소가 적절하지 않은 특정 사건에 관해 지명되어 독립적으로 수사 및 기소를 담당한다. 다만, 그 명칭이나 법적 근거, 임명 절차, 지위 등은 변화를 거듭해 왔다.

이전에도 특정 사건에 특별검사가 임명되었다는 기록이 없는 것은 아니지만, 미국에서 특별검사의 시초는 역시 리처드 닉슨 대통령의 ‘워터게이트 사건’이다.

델라웨어 주 윌밍턴에 있는 조 바이든 대통령 사저 입구. (사진:연합뉴스)

닉슨, 워터게이트, ‘토요일 밤의 대학살’

닉슨 대통령은 1972년 실시된 대선에서 압승했지만, 재선 임기를 시작하는 1973년 초부터 워터게이트 사건은 이미 그를 심각하게 위협하고 있었다.

당시 법무장관으로 지명된 엘리엇 리처드슨은 인준 권한을 가진 상원의 요구에 따라 청문회에서부터 워터게이트 사건 특별검사(special prosecutor) 임명을 약속했고, 1973년 5월 아치볼드 콕스를 특별검사로 임명했다. 다만, 이는 정치적 상황을 고려하여 리처드슨 법무장관이 결단하고 닉슨 대통령이 불가피하게 용인하여 이루어진 일회성 특검이었고, 의회가 만든 법률 혹은 행정부 규정에 의해 제도로 확립된 것은 아니다.

어쨌든 본격적인 첫 특검은 수사 주체나 대상 모두에게 좋은 결과로 끝나지 못했다. 특검 수사를 견디다 못한 닉슨 대통령은 법무장관에게 특별검사 해임을 명령했으나, 장관 리처드슨에 이어 차관 윌리엄 러켈스하우스까지 이를 거부하고 사임했다. 닉슨은 결국 법무부 송무차관 로버트 보크를 장관 대행으로 임명하여 특별검사를 해임했다. 1973년 10월 20일 토요일 저녁에 벌어진 이 초유의 사건은 ‘토요일 밤의 대학살’(Saturday Night Massacre)로 불린다. 이 사건이 분수령이 되어 의회의 탄핵 절차가 개시되고 탄핵 위기에 몰린 닉슨은 결국 사임한다.

닉슨이 대통령직에서 물러나게 된 도청 사건의 현장인 워싱턴 D.C.의 워터게이트 호텔. (사진:셔터스톡)

1978년 정부윤리법에 따른 특별검사 제도

이후 의회는 대통령의 권한 남용을 방지하기 위해 1978년 정부윤리법을 제정하는데, 여기에 포함된 주요 내용이 특별검사 제도였다. 다만, 일정한 유효기간을 두고 의회 승인으로 갱신하는 일몰제가 적용되었고, 특별검사의 명칭은 처음에는 ‘special prosecutor’라고 했다가 1983년부터 ‘independent counsel’로 불렸다. 이 특별검사 제도는 연장과 일몰을 반복하며 1999년까지 유지된다.

정부윤리법에 근거하여 대통령 혹은 정부 고위층이 연루된 사건에 대해 약 20건의 특검이 이루어졌다. 대표적 사례는 레이건 대통령 때 미국 정부가 적성국가인 이란에 몰래 무기를 판매한 대금으로 니카라과 우익 성향 콘트라 반군을 지원한 소위 ‘이란-콘트라 사건’ 특검, 클린턴 부부의 아칸소 주지사 시절 화이트워터 부동산 개발회사 투자 의혹에 대한 케네스 스타 특검이다.

하지만 정부윤리법이 규정한 특검은, 상원 및 하원 법사위가 특검을 요구하면, 법무장관이 특검 수용 여부를 결정하고, 법무장관이 특검을 수용하면 특별검사는 연방항소법원 법관으로 구성된 특별재판부가 임명하는 기형적 제도였다. 의회, 정부, 법원이 모두 관여하여 중립과 독립성을 유지하는 것처럼 보이지만, 법리적으로는 위헌 논란이 있었고, 실무적으로는 누구도 필요한 지휘·감독을 하거나 책임지지 않아 일단 특검이 출범하면 조사 기간이나 예산이 특검의 재량으로 무한정 늘어나는 문제점이 있었다. 클린턴 대통령을 조사한 케네스 스타 특검의 경우, 1994년 8월 출범하여 클린턴 임기 종료 때까지 계속되고 최초 수사 목적인 화이트워터 사건 외에 전혀 무관한 ‘르윈스키 스캔들’까지 수사 범위를 확대하며 극한의 정쟁을 불러 일으키는 부정적 영향을 노출했다.

결국 정부윤리법의 특별검사 제도는 1999년 기한이 연장되지 않아 일몰로 폐지된다.

법무부 규정에 의한 현행 특별검사 제도

정부윤리법의 특별검사 제도 일몰에도 불구하고, 당시 클린턴 정부의 법무장관 재닛 리노는 법무부 규정[Code of Federal Regulations, Title 28, Part 600(28 CFR §600)]으로 특별검사 제도 자체는 존속시켰다. 이전과 달리 명칭은 ‘special counsel’이라 불렀다.

특별검사 임명 사유는, (i) 법무부가 사건을 수사 및 기소하는 것이 이해상충에 해당하거나 기타 특별한 사정이 있는 경우 및 (ii) 특별검사가 해당 업무를 진행하는 것이 공공의 이익에 부합하는 경우로 규정되어 있다. 대통령, 법무장관 및 연방 검사장은 지휘 계통에 있기 때문에, 현직 대통령의 범죄 의혹에 대한 수사는 전형적인 이해상충으로서 특별검사 임명 사유에 해당한다는 점에는 의문의 여지가 없다. 실제로 대부분의 특별검사는 그 사유를 근거로 시행되었다.

이전의 특별검사 제도와 결정적으로 다른 부분은 특검 진행 여부, 특검 선정 및 임명을 법무장관의 단독 권한으로 했다는 점이다. 특검을 법무장관의 지휘·감독 하에 두어 위헌성 문제를 해결하고 권한 남용을 방지하는 동시에 직무 수행의 독립성은 보장했다. 대표적으로, 법무장관이 특별검사를 해임하거나 그 결정을 뒤집으려면 엄격한 정당한 사유가 필요하다.

미국의 특별검사 제도가 확립되고 실제 운용된 역사를 살펴보면, 우선 대통령 혹은 측근에 대한 특별검사는 합당한 사유가 있으면 발동되고, 특검 수사 자체가 극히 이례적이거나 언제나 정치적으로 큰 함의를 가지지는 않는다는 점을 알 수 있다.

2017년 상원 청문회에 출두하여 선서하고 준비된 답변서를 읽는 제프 세션스 법무장관 후보자.(사진:셔터스톡)

닉슨 대통령 이후 20여 건에 특검 임명돼

닉슨 대통령 이후로 특별검사가 임명된 건만 해도 20여 건이 넘고, 특검 수사 대상이 아니었던 경우는 오바마 대통령이 유일하다. 이란-콘트라 사건, 화이트워터 사건 또는 마라라고 기밀문서 반출 사건처럼 대통령 본인의 직접 관여 여부가 문제가 되고 정치적 파장이 큰 사건도 있지만, 그렇지 않은 경우도 많았다. 특별검사 건수가 각 7건으로 가장 많았던 레이건 정부와 클린턴 정부의 경우 상당수는 대통령 측근의 로비 혹은 윤리규정 위반 여부가 쟁점이었고, 별다른 혐의가 밝혀지지 않아 기소되지 않은 사례도 많다.

다음으로, 제도 자체도 중요하지만 특별검사의 성패는 이를 운영하는 공직자에 달려 있다는 점을 알 수 있다. 워터게이트 사건 당시 리처드슨 법무장관은 특별검사가 아직 제도로서 확립되기 전임에도, 임명권자인 현직 대통령의 범죄 수사를 위한 특별검사 임명을 결정하고, 특검으로 케네디 정부에서 법무부 송무차관을 맡았던 민주당 인사 아치볼드 콕스를 선택했다. 그리고 대통령이 부당하게 특검 해임을 지시하자 이를 거부하며 사표를 던졌다.

트럼프 대통령의 러시아 연관 의혹을 규명하기 위한 특검 역시 유사한 면이 있다. 2017년 3월 제프 세션스 법무장관은 트럼프 캠프에 참여했던 자신 역시 러시아 의혹의 조사 대상일 수 있다는 이유로 관련 직무에서 회피하고 해당 사건에 대한 지휘·감독권을 차관에게 넘겼고, 법무부는 2017년 5월 전직 FBI 국장 로버트 멀러를 특검으로 임명했다. 그는 부시 정부와 오바마 정부에서 모두 FBI 국장으로 임명되었던 인물로 중립성이나 능력 면에서 의심의 여지가 없었다. 하지만 트럼프는 이를 불복종으로 간주했고, 세션스는 트럼프의 무시와 조롱을 견디다 2018년 중간선거 직후 결국 사임했다. 그는 트럼프를 최초로 지지한 상원의원이었고 이전 행적에도 인종차별 등의 논란이 있는 사람이지만, 법무장관으로서는 이해상충에 관한 원칙을 지켰다.

바이든 기밀문서 사건을 수사하게 된 특검 로버트 허. (사진:연합뉴스)

바이든 수사할 로버트 허는 공화당 측 인사

바이든 정부의 갈랜드 법무장관도 바이든 기밀문서 사건에 관해 지체 없이 특검을 임명했고, 특검으로 선택된 로버트 허는 트럼프 정부 당시 연방검사로 임명된 공화당 측 인사다. 전·현직 대통령의 기밀문서 유출 사건을 동시에 조사하는 곤란한 상황에 처했지만, 갈랜드 장관은 현직 대통령과 지난 대선에서 대결했고 다음 대선에 재출마할 가능성이 높은 전직 대통령에 대해서도 특별검사를, 현직 대통령에 대해서도 특별검사를 임명함으로써, 이해상충 우려를 회피하는 원칙을 지키고 있다.

시스템으로 국정을 운영한다 해도 결국 최종 결정은 개인 누군가가 할 수밖에 없다. 정당한 절차에 따라 선출 또는 임명된 공직자가 최종 결정 권한을 가지고 그에 대한 법적·정치적 책임을 지는 것 자체가 시스템의 일부다. 미국에서 이해상충이 발생할 때 특별검사 임명을 결정하는 것은 법무장관이다. 임명권자인 대통령의 이해관계가 아니라 원칙에 따라 특검을 시행하고, 특검 역시 중립성 면에서 흠잡을 수 없는 인물 심지어 명백하게 반대 정당 측 인사를 임명하는 법무장관들의 선택이, 미국의 특별검사 제도를 돌아가게 하고 있다.


글쓴이 유정훈은
변호사(한국 및 미국 뉴욕 주)이다. 2011년 버락 오바마에 맞설 공화당 대선후보 경선이 한창이던 시점에 미국 연수를 하며 미국 정치·선거에 본격적으로 관심을 갖게 됐다. 이후 페이스북에서 꾸준히 미국 정치와 법에 관한 ‘덕질’을 계속하고 있다. 메디치미디어가 출간한 <상 차리는 남자? 상남자!>의 공저자이기도 하다. 각종 언론 매체의 칼럼니스트로도 활동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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