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사원은 공무원들에겐 검찰보다도 무서운 조직이다. 정부 전체에 대한 감시자 역할을 하는 만큼 철저한 독립성도 요구된다. 과거 정부에서는 감사원 때문에 대통령과 청와대가 고역을 치른 경우도 많다. 그런데 윤석열 정부 들어서는 감사원이 이상하다. 대통령실이나 정부와 한 몸이 된 듯하다. 감사원의 제 역할을 망각한 정도를 넘어, ‘권력의 시녀’ 노릇을 하고 있다는 비판이 나온다. 감사원은 행정의 절차적 공정성이나 투명성이 아니라 정책적 판단까지 감사 대상으로 삼으려고 한다. 이렇게 되면, 공무원들은 아무런 일도 할 수가 없다. 해결책은 무엇일까? 필명으로 글을 보내온 필자의 고뇌를 함께 따라가 보자. [편집자 주]

✔ 감사원의 감사 대상은 행정의 공정성과 투명성✔ 감사원의 존재 이유 잊은 듯한 최고위직의 행보✔ 정치감사와 정책감사는 분리될 수 있을까?✔ 개헌을 통해 감사원을 국회로 이관해야 

사진:연합뉴스

필자는 지난해 7월 29일 국회에서 열린 감사원의 법제사법위원회 업무보고에서 최재해 감사원장을 보고 아연실색하지 않을 수 없었다. 시대전환 조정훈 의원이 ‘감사원은 대통령의 국정운영을 지원하는 기관인가’라고 질문했는데, ‘그렇다’라고 답변했기 때문이다.

유병호 감사원 사무총장의 행태도 문제이긴 마찬가지다. 국무회의 규정상 국무회의 참석 대상이 아님에도 국무회의에 참석했을 뿐 아니라, 대통령실 정책기획수석에게 부적절한 문자 메시지를 보내 구설에 올랐다. 감사원의 최고위직인 두 사람 모두 감사원의 존재의의를 망각한 것이다.

사실 감사원은 권력과 긴장관계에 있었던 경우도 많았다. 과거 이회창 대법관이 김영삼 정부 시절 감사원장으로 임명되어 율곡사업 비리 등 과거 군사정부 사건에 대한 성역없는 감사로 유명세를 탔다. 이후 국무총리를 지내고 집권 여당의 대선후보까지 선출되기도 했다.

문재인 정부에서 임명한 최재형 감사원장은 어떠한가? ‘월성원전 1호기 경제성 조작 감사’에 대한 집권 여당·정부의 비판에 반기를 들고, 감사원장을 사임한 이래 국민의힘 대선후보의 반열에 올랐고, 결국 국민의힘 국회의원이 되었다.

최재해 감사원장 (사진:연합뉴스)

공무원들에게 ‘갑 중 갑’인 감사원

시민들이 생각하는 감사원은 어떠한 기관일까? 대부분 시민들은 감사원의 역할을 잘 모른다. 최근에 국민감사청구제도라든지 적극행정 면책제도 등으로 감사원에 대한 시민들의 이해의 폭이 넓어졌다고는 하겠으나, 본질적인 감사원의 기능, 즉 회계감사와 감찰 기능을 접하기는 어렵다. 하지만, 공무원들에 대한 영향력은 다른 권력기관(검찰, 경찰, 국정원)보다 훨씬 크다.

공무원들은 누구나 기본적으로 감사에 대한 두려움이 있다. 직무감찰에 따른 계산서 등 각종 서류제출이 의무사항이기 때문에 어떠한 형태로든 감사원의 요구를 거부할 수가 없다. 게다가 감사 사항과 관련하여 출석 및 답변의 요구(감사원법 제27조 제1항 1호), 각종 문서의 봉인(감사원법 제27조 제1항 3호)등의 권한은 기본이다. 어떠한 내용의 요구도 감사 사항이라고 하면 그만이다.

감사를 기피하면 감사의 강도를 더 높여 진행한다. 서류제출 요구가 불충분하다고 판단하면 직원을 피감부처에 파견해서 실지감사를 시행한다.(감사원법 제26조) 실지감사 기간 동안 피감부처는 거의 조직이 얼어붙는다.

필자의 경우에도 실지감사를 목격한 적이 있는데, 조사 대상이 지위고하를 막론한다. 감사원 주무관급 직원이 부처 실·국장을 부르는 일도 허다하다. 이러니, 감사원이 권력기관 중에 ‘갑 중 갑’이라 하지 않을까. 경찰, 검찰, 국정원도 감사 대상이기 때문이다.

그런데 왜 감사원과 권력 간의 유착 현상이 갑자기 문제가 되고 있을까? 우선 감사원 관계자들 스스로도 반성해야 할 일이겠지만, 헌법과 법률의 체계, 그간의 업무 관행, 시민들의 인식 수준을 살펴볼 필요가 있다.

임시 국무회의에 참석하는 유병호 감사원 사무총장 (사진:연합뉴스)

감사원의 독립성과 중립성을 보장해야 하는 이유

우리 헌법은 감사원을 대통령 소속 아래 두고 있다. 그리고, 감사원장은 국회의 동의를 얻어 대통령이 임명하도록 하고 있다. 국회의 동의를 얻어 대통령이 임명하도록 하는 직위는 대법원장, 대법관, 헌법재판소장 등 일정한 헌법기관으로의 성격을 가진 직위에 한해서이다. 이러한 고위 기관은 하나하나의 직위가 독립적인 의사결정을 해야만 한다.

하지만 인간의 본성상 그런 의사결정도 불완전할 수밖에 없기 때문에 합의제로 운영하면서 오류를 줄인다. 작게는 시민 한명 한명의 억울함에 대한 사법적 판단에서부터 국가의 정치적 의사결정에 대한 판단까지, 크고 작은 심판의 범위도 다양하다. 이런 이유로 헌법에 구체적인 기관의 명칭과 역할, 임명의 절차, 조직의 법정화를 명시하게 된 것이다.

감사원에 대해서는 왜 헌법기관의 성격을 부여한 것일까? 고도의 정치적 중립성 때문이다. 예를 들어, 대한민국의 모든 예산은 ①행정부의 예산 편성 → ②국회의 예산 심의·의결 → ③행정부의 예산 집행 → ④감사원의 결산검사 → ⑤국회의 결산 심의·의결이라는 연간 스케줄에 따라 수립·집행된다. 예산의 편성과 집행은 행정부의 역할이지만, 예산의 심의, 즉 증감액에 대한 판단은 국회의 몫이다.

이렇게 확정된 모든 예산은 정치적 의사결정이 결합된 산물이다. 이처럼 정치적 의사결정이 혼재된 상황에서 감사원이 예산의 타당성과 부당성을 심의할 수는 없다. 다만, 국가의 예산을 집행한 과정과 결과에 대해 감사할 뿐이다. 하지만, 역설적으로 정치적 의사결정이 이루어진 산물에 대해서 권위를 갖고 그 의사결정의 집행행위를 감독해야 할 의무를 갖기 때문에, 국회나 행정부와 대등한 헌법기관으로서의 성격을 부여한 것이다.

무엇을 할 수 있고, 하지 말아야 하는가?

예를 들어 신재생에너지 설비투자에 대한 예산액이나 원자력에너지 설비투자에 대한 예산액의 규모가 적정한지를 감사원이 판단할 권한은 없다. 다만, 원전에너지 설비투자의 예산액을 100억 원으로 합의했는데, 이 중 80억 원만 집행했을 때 왜 당신은 20억 원을 더 부풀렸는가(과다계상), 혹은 단가 산정에 문제는 없었는가는 판단을 해야 한다. 감사원은 이렇게 회계검사 및 이와 관련된 공무원들의 집행의 위법 여부 및 적정성까지도 판단은 할 수 있다.

하지만 신재생에너지와 원자력에너지에 대한 예산의 비중을 어떻게 할지는 정부와 국회의 정치적·정책적 판단에 따른 결과다. 이러한 국회와 정부의 의사결정 자체에 대해 감사원이 판단을 하게 되면 국가 정책에 큰 혼란이 올 수밖에 없다. 특히 정치적 이견이 있는 사안과 관련된 감사행위는 더더욱 신중해야만 한다.

따라서, 감사원은 현행 헌법상은 대통령 소속으로는 되어 있지만(헌법 제97조), 대통령이 속한 정부와 독립적인 업무도 수행할 수 있도록 규정하게 된 것이다.(감사원법 제2조) 감사원 소속의 공무원의 임용, 조직 및 예산 편성에서도 독립성을 존중받는다. 국가공무원법상 정치중립 의무는 말할 것도 없다.

감사원이 공무원에 대한 감찰 규정을 같이 가지고 있는 이유는 무엇일까? 국가 회계처리 과정에서 부정을 발견하게 되었으나, 오로지 문제점만 지적하고 끝난다면 회계 부정을 밝혀낼 수가 없게 될 것이다. 그래서, 감사원은 직무감찰을 통해, 공무원에 대한 징계의 요구, 시정 요구, 변상 판정 등의 기능을 수행하게 된다. 국가회계의 기율을 엄정하게 세우는 역할은 회계처리 감독에 대한 부수업무다.

딜레마 : 정치감사와 정책감사는 분리될 수 있는가?

감사원이 갖는 여러 위상과 역할을 고려할 때, 감사원의 중립성이 요구되는 것은 당연하다. 하지만, 지난해 감사원장의 발언, 감사원 사무총장의 행태는 이러한 감사원의 원칙과 부합하는 것이었을까?

문재인 정부 임기 말, 감사위원의 임명과 관련해서 마찰이 있었다. 2022년 3월 25일, 감사원은 대통령직 인수위원회 보고에서 ‘감사위원이 견지해야 할 고도의 정치적 중립성을 감안할 때, 원칙적으로 현시점처럼 정치적 중립성과 관련된 논란이나 의심이 있을 수 있는 상황에서는 제청권을 행사하는 것이 적절한지 의문’이라고 밝혔다.

정권교체기에 접어든 현 집권 여당에 대해 자신의 기관과 관련된 제청권의 행사에 대해 ‘고도의 정치적 중립성’을 요구하면서 거부를 했던 것이다. 그러나 정권이 교체되자마자 감사원장은 ‘대통령의 국정운영을 지원하는 기관이다’라는 발언을 했다. 모순도 이런 모순이 없다.

감사원의 역할은 자칫하면 무한정으로 그 범위가 확장될 수 있기 때문에, 감사의 대상은 엄격한 기준에 따라 정해져야 한다. 정권이 바뀔 때마다 과거의 정치적 의사결정 행위에 대해 감사의 칼날을 들이대면 살아남을 정권이 없다. 최근 과거에 이루어졌던 ‘서해 공무원 피살사건’이나 ‘월성원전 1호기 경제성평가 조작사건’에 대한 감사를 보면 이러한 성격이 두드러진다.

이미지:셔터스톡

‘감사사무처리규칙’의 문제점

왜 이러한 관행을 끊지 못하는 것일까? 감사원 ‘감사사무처리규칙’을 보면 답을 유추해 볼 수 있다. 규칙 제5조의 직무감찰과 관련된 사항을 보면, 직무감찰에서 제외하는 대상은 크게 4가지다.

1) 국무총리가 국가기밀에 속한다고 소명한 사항 및 국방부 장관이 군 기밀 또는 작전상 지장이 있다고 소명한 사항, 2) 국가정보원장이 국가 안전보장에 중대한 영향을 미치는 국가 기밀이라고 소명한 사항, 3) 정부의 중요 정책결정 및 정책 목적의 당부. 다만 정책 결정의 기초가 된 사실 판단, 자료·정보 등의 오류, 정책 목적 달성을 위한 수단의 적정 여부, 정책 결정과정에서의 적법성, 절차 준수 여부 등은 감찰대상으로 한다. 4) 준사법적 행위.

이에 따르면, 국가 기밀 또는 군 기밀과 관련해 국무총리나 국가정보원장이 ‘이것은 기밀입니다’라고 소명한 사항은 감사원의 직무감찰 대상으로 삼을 수 없다. 하지만, 정권이 교체되고 나서 전 정권이 행한 국가 기밀이나 군 기밀과 관련된 사항에 대해서 현 정권의 국무총리나 국가정보원장이 그것을 부인하면 상황이 달라진다.

서해 공무원 피살사건이 바로 이러한 경우이다. 정부는 감사원의 감찰을 적극적으로 허용했고, 그 결과 전 정부의 많은 국가안보 관계자들이 구속, 기소되는 사태에 이르렀다. 그 결과 극한적인 정치적 대립이 초래되었다.

월성원전 1호기 감찰은 어떠한가? 기후위기에 대응하기 위하여 에너지 믹스(Energy Mix)를 선진국에 걸맞게 신재생에너지 비중을 높이고, 원자력발전의 비중을 줄이는 정책을 문재인 정부는 단행했다. 이는 ‘2050 탄소중립정책’이나 ‘국가온실가스 감축목표(NDC)’에 근거한 것이었다.

하지만, 당시 최재형 감사원장은 일부 시민사회단체의 고발에 따라 월성원전 1호기 폐쇄 결정의 적부에 대해 감사를 실시했다. 이것이 정권과의 대립을 빚었던 것은 이미 익숙한 사실이다. 그렇다면 이것은, 정부의 중요 정책결정 및 정책 목적의 당부를 판단한 것일까? 아니면, 감사원 사무규칙상 정책결정 과정에서의 적법성에 관한 문제를 판단한 것일까?

현재까지 장관을 비롯하여 당시 청와대 관계자, 실무 공무원까지 재판을 받고 있어 쉽게 단정하기는 어렵다. 하지만, 적어도 이 감찰 이후에, 감사원장은 정치인으로 변신했고, 감찰을 했던 고위공무원은 사무총장이 되었다.

요컨대, 어떠한 군사안보적 결정이나, 중요한 정책 결정 과정에 대해서는 고도의 정치적 판단이 있을 수밖에 없다. 만약 이러한 정치적 판단에 수단의 적정성이나 사실 판단이나 자료·정보의 오류가 있었다면, 이것은 오히려 국회에서 국정감사나 조사를 통하여 검증되어야 할 사안일 것이다.

잘해야 여·야간의 정쟁의 소재나 되어야 할 대상이, 감찰로 넘어가 수사의 대상으로 바뀌는 것이 지금 대한민국의 현실이다. 무엇보다 국회의 감사 대상인 정책 결정의 당부 판단을 감사원이 하고 있다는 것이 비극이다. 따라서 최우선으로, 감사원 감사사무처리규칙부터 개정해야 한다.

사진:연합뉴스

감사원은 누가 감사하나요?

공무원 시절, ‘감사원은 누가 감사하나요?’라는 질문을 한 적이 있다. 사실 감사원을 감사할 수 있는 기관은 없다. 국회는 예산에 대해서 통제할 수 있을 뿐이고, 대통령비서실 정도 외에는 감사원의 잘잘못을 다루기조차 어렵다. 심지어 대통령비서실도 감사원의 감사 대상이니 딱히 감사원을 통제하고 있다고 보기 어렵다.

권력기관 개혁의 문제에서 가장 관심이 먼 기관이 감사원이지만, 지난 몇 년 동안 감사원 관계자들이 보인 행태에 비추어 보면, 감사원 역시 개혁의 대상이 되지 않을 수가 없다.

그렇다면 어떻게 해야 하는가? 결국 답은 ‘개헌’일 수밖에 없다.

헌법상 감사원이 가진 정치적 중립성과 독립성을 더욱 보장하기 위해서는 개헌을 단행하여 대통령 소속으로 되어 있는 감사원을 국회로 이관시킬 필요가 있다. 정책감사 논쟁을 벗어나기 위한 근본적인 해결책이다.

감사원이 국회로 이관되면?

감사원이 국회로 이관되면 여러 장점이 있다. 우선, 국회가 통상 국정감사와 국정조사, 청문회를 통해 행정부의 정책을 통제하는데, 감사원을 국회로 이관하게 되면 지금처럼 특정 시즌에 국정감사를 시행할 필요가 없다. 공무원들은 매년 8~10월까지 국정감사 준비와 국정감사 수감을 연례적인 행사로 생각하는데, 이에 소모되는 비용이 크다. 이를 상시감사로 대체할 수 있게 된다.

또한, 통상 국회의 국정감사를 통해 국회는 정책의 당부는 물론 행정부 공무원의 위법행위에 대한 징계 요구 등 시정조치를 요구할 수 있는데, 이를 국회에서 지체없이 처리할 수 있게 되어 국가행정의 통제원리에도 부합한다. 회계처리의 감독과 감사는 사실 결산심사의 본질과 부합한다. 현재 국회에서의 결산 기능은 형해화되어 있는 편인데, 이를 결합한다면 국회의 권한을 강화하는데 큰 도움이 될 수 있다. 또한, 정책의 당부에 대해서 이중의 심사를 거칠 필요가 없게 된다.

가장 큰 장점은 정치적인 감사의 논쟁에서 감사원을 벗어나게 할 수 있다는 점이다. 정책적 감사의 대상으로 여야가 국회에서 합의한 사안에 대해서 감사를 하면 된다. 이것을 정치적인 개입이라고 오해해서는 안 된다. 오히려 정쟁의 대상으로 삼지 말아야 할 중대한 국가안보·정책 결정 행위를 정치논리에 맞게 해결하는 방법인 셈이다. 이것이 정책감사를 빙자한 정치적 감사행위가 오히려 소모적인 논쟁으로 점철되는 것을 막기 위한 개혁이다.


글쓴이 조혁은‘조혁’은 필명이다. 현재 변호사이며, 공무원으로 일한 적이 있다. 한국 사회가 한 걸음 더 나아가기 위한 정책들에 관심이 많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