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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도훈 칼럼] 한국인이 불행한 이유: 불행한 사회에서 행복을 경쟁하다

By | 2022년 12월 21일 | 미래, 미분류, 사람

2022년이 딱 열흘 남았다. 올해도 모두 부지런히 땀을 흘렸는데, ‘행복하다’고 느끼는 이들은 많지 않다. 예전보다 나라는 경제적으로 풍요로워졌지만, 제각각은 나름대로 ‘불행하다’. 어디서, 무엇이 잘못된 것일까?
김도훈 필자는 행복한 나라로 알려진 북유럽 국가들과 한국 사람들의 행복에 대한 인식을 빅데이터 분석으로 비교한 뒤, 북유럽 국가 국민은 ‘나의 행복을 위해 타인의 행복을 중시한다’고 특징짓는다. 반면에 한국 국민은 ‘고립된 개인들이 생존 경쟁을 벌이는 사회에서 행복 쟁취를 위해 고군분투한다’고 정리한다. 한국에서 행복이란 모든 개인이 누려야 할 사회정서적 환경이라기보다 개별적 성취의 대상이자 경쟁적 과업이라는 것이다. 한국인의 행복 의식 속에 ‘행복을 위한 사회’가 존재하지 않는다는 얘기인데, 그렇다면 우리는 무엇을 해야 할까? [편집자 주]

✔ 행복에 대한 인식을 빅데이터 분석을 통해 비교한 자료
✔ 경제적 부와 사회적 성취를 행복의 핵심적 조건으로 인식
✔ 삭막하고 살벌한 사회에서 관계 유지에 많은 감정 비용 소모
✔ 한국사회에서 행복을 막는 두 요소, 교육과 근로 환경

사진:셔터스톡

풍요 속의 불행을 겪고 있는 한국인 

행복한 사회는 그 모습이 비슷하지만, 불행한 사회는 저마다 나름의 이유로 불행했다. UN 산하기관이 발간한 <2022 글로벌행복리포트>에서 행복의 수위권은 핀란드, 덴마크, 네덜란드 등 북유럽 국가들이 차지했다. 한국은 이보다 한참 못 미친 59위를 기록했다. 글로벌 행복순위 10위권의 국가들과 한국의 행복지수 요인 그래프를 비교([그림 1])해 보면, 몇 가지 눈에 띄는 특징들이 보인다. 일단, 행복의 요인 중 1인당 GDP와 건강한 삶의 기대수명은 한국과 여타 국가들이 대등한 수준이다. 그러나, 사회적 지원에 대한 기대와 자기 삶을 선택할 자유는 한국이 비교 대상 국가들보다 현저하게 낮다. 한국인들이 경제적으론 풍요로워졌지만, 불행한 나름의 이유다.

[그림 1] <글로벌행복리포트 2022>의 국가별 행복 순위 및 요인(출처: UN지속가능발전솔루션네트워크, 2022)

2022년 하반기에 아르스 프락시아는 <머니투데이>(MTN)와 함께 ‘무엇이 행복인가?’[1]를 주제로 행복한 삶을 영위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는 국가들을 기획 취재하고, 관련 데이터를 분석했다. ‘행복한 나라’로 알려진 덴마크, 네덜란드 등 북유럽 국가 사람들과 한국 사람들의 행복에 대한 인식을 빅데이터 분석을 통해 비교했다. 북유럽 국가들은 행복 관련 기관 종사자, 활동가, 일반 학생 157명에 대한 녹취록 텍스트를 분석했고, 한국은 온라인 블로그 <브런치>에서 ‘행복’을 검색어로 적용한 본문과 댓글 4만여 건을 수집한 후 의미망 분석을 했다.

기획취재와 데이터 분석은 각 나라의 행복과 불행의 내밀한 모습들을 객관적으로 비교할 기회를 주었다. 기존 연구의 상당수가 서베이에 의존하거나, 전문가들의 논의가 주로 복지제도, 사회안전망, 경제적 불평등이나 양극화에 초점이 맞춰졌다면, 비정형데이터(텍스트) 분석을 통해 사람들이 자유롭게 기술한 행복에 대한 인식이 서로 어떻게 같고 다른지를 새로운 관점에서 비교할 수 있었다. 각 국가의 시민들이 인지하는 행복과 불행의 원인은 객관적인 것일까, 주관적인 것일까?
[1] <왓 이즈 해피니스?> 영상 

행복한 사회의 데이터는 무엇을 보여주는가

먼저 ‘행복한 사회’ 덴마크, 네덜란드 인터뷰이들의 응답을 분석해 보았다. [그림 2]는 사람들이 응답한 키워드의 감성 맥락을 인공지능(머신러닝)을 통해 인식하고 계량화한 결과이다. 긍정(positive)에 속한 키워드들은 전체 맥락이 긍정적으로 표현된 문장에 많이 포함된 키워드이고, 부정(negative)에 속한 키워드들은 그 반대라고 이해할 수 있다. 유럽인들의 경우 ‘I’와 ‘people’이 긍정적인 맥락에서 쓰인 비율이 압도적으로 높았다. 원문 검색을 해보면, 자신(I)이 선택한 인생 과정에 대한 긍정적인 표현이 자주 등장했고, 내가 행복하기 위해선 다른 사람들이 행복해야 한다는 전제 아래서 다른 사람들(people)에 대한 언급도 긍정적인 맥락인 경우가 많았다.

[그림 2] 덴마크, 네덜란드 인터뷰이들의 긍정,부정 워드클라우드

[그림 3]은 각 키워드가 연결된 의미망으로, 서로의 인식을 연결하는 일종의 ‘멘탈 맵’(mental map)이라고 생각할 수 있다. 연결 맥락 속에서 긍정적 의미가 강화된 키워드는 파란색으로, 부정적 의미가 강화된 키워드는 붉은색으로 도출되었다. 의미망을 살펴보면, ‘people’과 연결된 대표적인 긍정어(파란색)들이 ‘삶’(life), ‘행복’(happiness), ‘시간’(time), ‘지식’(knowledge), ‘프로그램’(program)이다. 프로그램은 대표적으로 ‘학생’(student), ‘교육’(education)과 연결되어 있고, ‘교육’은 ‘직업’(job)과, 다시 직업은 ‘자존감’(self-esteem)과 두드러지게 연결된다. 반면에 ‘불평등’(inequality), ‘소비’(spending)은 부정 키워드(붉은색)로 도출되었다(보론으로 ‘엄마’, ‘아이’, ‘과학’, ‘한국인’, ‘일본인’ 등이 부정 맥락으로 도출된 이유는 한국, 일본 등 아시아 국가에서 엄마의 아이에 대한 집착이 과도해 보이고, 정신 상담이나 치료에 사회적 낙인(stigma)이 심하다는 언급들이 있기 때문이다).

[그림 3] 덴마크, 네덜란드 인터뷰이들의 긍정, 부정 키워드 의미망

요컨대, ‘행복한’ 유럽 국가들의 경우 내가 행복하기 위해 타인의 행복도 가능한 사회 환경이 중요하다. 그 제도적 조건으로서 불평등을 줄이고, 자신의 인생 선택에 대해 확신을 가질 수 있도록 돕는 교육 시스템이 중요하게 도출되었다. 현재의 한국처럼 사회적 지위나 지대를 확보하기 위한 경쟁이 아닌, 초×중×고 시절부터 다양한 직업 경험과 기회를 연결하는 교육의 사회적 기능이 정립될 필요성을 환기시킨다.

데이터가 드러내는 한국인이 불행한 이유

한국인들의 행복 인식에 대해 최근 3년간 ‘행복’과 관련된 주제를 다룬 브런치의 글들을 수집해서 같은 방식으로 분석했다. [그림 4]의 감성 분석 결과에선 ‘사랑’과 ‘감사’가 긍정 맥락을 가장 많이 가진 키워드로 도출되었다. ‘기쁨’, ‘희망’, ‘가슴’, ‘미소’, ‘내면’ 등의 대표적 긍정어들은 공통적으로 행복의 문제를 개인의 감정과 내면의 정서로 이해하고 있음을 내비친다. 흥미로운 긍정 키워드로 ‘눈물’과 ‘위로’가 있었는데, 불행하거나 힘든 상황에서 눈물을 쏟고 자기 위로의 카타르시스를 하면서 스스로 버텨내고자 하는 의지가 머신러닝 텍스트 분석에서 긍정적인 맥락으로 인식되었다.

[그림 4] 한국 브런치 작가들의 긍정, 부정 워드클라우드

[그림 5]는 브런치 작가들의 키워드가 모인 의미망으로, 네트워크의 한가운데에 ‘행복’, ‘희망’과 함께 ‘성과’, ‘부자’가 긍정어로, 부정어로는 ‘고생’과 ‘가난’이 함께 자리잡고 있다. 인접한 긍정어 군집(①번)으로 ‘인생’, ‘생존’, ‘필요’가 있고, 그 아래(②번)에는 ‘관계’, ‘자녀’, ‘아이’, ‘자식’, ‘사랑’, ‘엄마’, ‘감사’, ‘존중’이 있다. 특히 ‘아이’는 긍정 감성 수치가 가장 높은 단어였다. 그러나, ‘아이’가 연결되어 있는 ‘교육’, ‘학원’, ‘시험’(③번) 등은 가장 부정 감성 수치가 높은 단어였다. 같은 단어 군집에서 ‘병원’, ‘출근’도 대표적인 부정어로 검출되었다. 의미망 상단(④번)에는 ‘코로나’, ‘경쟁’, ‘사회’, ‘구조’, ‘소비’ 등이 대표적인 부정어 군집을 이루었다. 그 심리적인 결과로, 화자들의 정서 표현(⑤번)에는 ‘위로’, ‘기쁨’, ‘슬픔’, ‘걱정’, ‘우울’, ‘두려움’, ‘불안’, ‘분노’가 혼재되어 있다.

요컨대, 한국인 화자들은 고립된 개인들이 생존 경쟁을 벌이는 사회에서 행복을 쟁취하기 위해 고군분투하고 있다. 경제적 부와 사회적 성취를 행복의 핵심적 조건으로 인식하고 있고, 삭막하고 살벌한 사회에서 관계 유지에 많은 감정 비용을 소모하고 있다. 이 와중에 가족, 특히 ‘아이’는 정서적 몰입의 대상이지만, ‘임신’과 ‘육아’에는 부정적이고 ‘학원’과 ‘시험’으로 점철된 ‘교육’은 부담스런 삶의 짐(‘비용’)이 된다. 직장 동료와의 관계 역시 대체로 부정적인 연결관계를 갖고, 소비생활에서 향유하는 ‘제품’과 ‘서비스’ 역시 공급자나 수요자로서 스트레스의 원인이 된다. 이 나라에서 행복은 모든 개인이 누려야 할 사회정서적 환경이라기보단, 개별적 성취의 대상이자 경쟁적 과업이다. 한국인의 행복 의식 속에, 행복을 위한 사회는 존재하지 않는다. 때때로 찾아오는 감정적 좌절 속에, 개개인이 자기 카타르시스를 하면서 ‘존버’를 할 뿐이다. 데이터 분석 결과는 한국인이 행복할 수 없는 구조적 이유를 직관적으로 그려낸다.

[그림 5] 한국 브런치 작가들의 긍정,부정 키워드 의미망

행복을 위한 사회구조의 변혁이 필요하다

오픈서베이의 <2022년 Z세대 트렌드 리포트>는 한국의 Z세대(1990년대 중반~2010년대 초반 태생)가 행복을 위한 필수요소로 소득과 재산을 가장 중시하고 있다고 한다. 2021년 퓨 리서치센터가 선진 17개 국에서 보다 광범위한 연령 집단을 대상으로 수행한 설문조사 결과 역시 비슷한 경향을 드러낸다.

‘삶을 의미 있게 만드는 것은?’이라는 질문에 14개 국 국민이 ‘가족’을 1순위로 꼽았는데, 한국은 조사 대상국가 중 유일하게 ‘물질적 풍요’를 1순위로 꼽았다. 이러한 서베이 조사들과 빅데이터 분석 결과를 종합해 봤을 때, 아이에게 몰입하는 한국인에게는 가족 역시 항구적인 위로나 삶의 피난처가 되기 어려워 보인다. 사회적 생존을 위한 경쟁의 연장선상에서 자녀에게 과도한 물질적×감정적 비용을 투여하고 있고, 그네들 자녀 역시 ‘돈’을 추구하며 투쟁하고 있기 때문이다.

‘한국인이 왜 이토록 유별난가?’라는 질문에 앞서, “그래서 행복한가?”라고 묻는 것이 보다 효과적일 듯하다. 대부분의 구성원이 행복하지 않고, 구조적으로 그러할 수 없다면 행복한 자아와 사회를 상상하는 의식의 틀부터 바뀌어야 한다. 이런 면에서 ‘행복한 나라’의 구성원이 보여주는 사고방식의 차이는 우리에게 시사하는 바가 적지 않아 보인다. 이기적 가족주의의 연장선상에서 부와 지위를 위한 경쟁을 하기보단, 나와 타자의 공동 행복을 위한 사회 시스템의 핵심이 무엇인지, 현재 우리에게 가장 큰 병목이 무엇인지 숙고할 필요가 있다.

이번에 수행한 아르스 프락시아와 <머니투데이>의 행복 탐사 취재는 행복을 가로막는 한국사회의 가장 큰 병목이 교육과 노동 환경임을 직관적으로 드러낸다. 북유럽 국가의 교육 시스템은 학습자의 직업 경험과 커리어를 연계하는 보편적 사회복지가 주된 기능이자 존립의 근거이고, 그 사회적 기능이 구성원의 행복에 중요한 기여를 하고 있다. 피상적인 학과 시험을 통한 경쟁과 서열에 경도된 한국 교육이 놓치고 있는 부분이다. 브런치에서 관찰되는 바, 다분히 위계적이고 상식의 이행수준이 낮은 노동환경은 출근하기 싫고, 만나기 싫은 직장의 관계를 배태하고 있다.

그러니 더 이상 개인에게 ‘소확행’을 속삭이지 말기를. 혼자 카타르시스의 눈물도 그만 흘리자. 아이를 붙잡고 한풀이도 그만. 당신의 잘못이 아니다. 바뀌어야 하는 것은 사회다. 불행한 사회에서 행복하려면, 불행의 원인을 제거해야 한다. 한국 사회에서 교육의 기능과 노동(일)의 합리성을 제고하기 위한 사회운동이 필요하다. 나의 ‘존버’가 아닌, ‘사회’의 운동이.


글쓴이 김도훈은
사회학을 공부한 학자이자 데이터 전문가이다. 데이터를 분석하지만 그는 숫자와 도표 안에서 시민을 읽는다. 데이터 분석 자체를 사람을 이해하는 실용적인 예술이라는 생각에 회사 이름도 라틴어로 이를 뜻하는 ‘아르스 프락시아’라 지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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