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렌체의 식탁>이 ‘핵무장’ 논쟁을 이어간다. 이번에는 한국의 ‘독자적 핵무장’의 필요성을 지속적으로 강조해온 정성장 세종연구소 북한연구센터장의 글이다. 정 센터장은 12월 16~17일 세종연구소가 주최하는 ‘한미핵전략포럼 : 한반도 핵전쟁 가능성과 한미동맹의 과제’에서 ‘한국의 독자적 핵무장 옵션과 한미동맹’을 주제로 발표를 한다. 이 포럼에는 로버트 아인혼 전 국무부 비확산⸱군축 담당 특별보좌관, 브루스 클링너 헤리티지재단 아시아연구센터 선임연구원 등 북핵 문제에 대한 미국과 한국의 전문가들이 대거 참여해 확장억제 강화와 독자적 핵무장 등을 논의한다.

정 센터장은 이 발표를 통해 북한의 ‘완전한 비핵화’가 실현 가능하지 않다고 살피고, 북핵 위협을 관리하는 현실적인 방안으로 한국의 독자적 핵무장을 모색한다. 그리고 독자적 핵무장은 한미동맹을 훼손하지 않고 오히려 동맹을 강화하는 길이라고 주장한다. 그의 발표문을 전재한다. [편집자주]

✔ 대남 핵 위협이 노골화되고 있는 가운데 북한의 핵무기 보유량도 급속히 늘어날 것으로 예상✔ 실현 가능성 적은 북한의 ‘완전 비핵화’보다 북한 핵위협에 대한 확실한 억지력 확보에 집중✔ 북한이 7차, 8차 핵실험을 강행한다면 대한민국의 독자적 핵무장 지지 여론은 더욱 높아질 것✔ 시카고대 미어샤이머 교수는 한국이 자체 핵무장이나 전술핵 재배치 고려해야 한다고 주장✔ 한국이 핵을 보유하면 한미 동맹에 위협이 될 거라는 주장과 달리 오히려 더욱 탄탄하게 할 것

 

북한 신형 대륙간탄도미사일 화성-17형 (사진:연합통신)

 

Ⅰ. 문제의 제기

과거에 북한은 그들의 핵 개발 목적이 미국의 핵전쟁 위협에 대응하기 위한 것이지 동족인 남한을 겨냥한 것이 아니라고 주장했지만, 올해 들어서는 대남 핵 위협을 노골화하고 있다. 북한은 지난 4월 전술핵탄두를 신형전술유도무기에 탑재해 전방 부대에 실전 배치하겠다는 의도를 드러냈다. 그리고 9월 8일에는 핵무력정책 법령을 새로 채택해 남한에 대한 핵 선제 사용까지도 정당화했다. 이어서 9월 25일부터 10월 9일까지 ‘전술핵무기 운용부대들’을 동원해 남한의 주요 군사 지휘시설, 비행장들과 항구들에 대한 타격을 모의한 초대형 방사포와 전술탄도 미사일 타격 훈련을 진행했다.

이처럼 북한의 대남 핵 위협이 노골화되고 있는 가운데 북한의 핵무기 보유량도 급속도로 늘어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현재 북한은 핵무기 50기(또는 상응하는 핵분열물질) 정도를 보유하고 있는 것으로 추정되고 있는데, 매년 5기 이상을 추가로 생산해 2030년에는 100기 이상의 핵무기를 보유하게 될 전망이다. 게다가 북한은 2018년 5월에 폭파했던 함경북도 풍계리 핵실험장의 일부 갱도들을 복구해 조만간 제7차 핵실험도 강행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영변에서는 50㎿급 원자로 건설 재개 정황까지 나타나고 있어, 북한이 이 원자로 가동을 시작하면 핵무기용 플루토늄 생산량을 10배까지 늘릴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이런 상황 변화를 반영하여 미국의 일부 전문가들은 미국의 확장억제 계획에 한국의 참여를 강화하는 이른바 ‘3.5 옵션’을 제시하면서 “확장억제전략협의체(EDSCG)에서 하고 있는 대로 계획과 목표에 대해 더 대화하면서 한국을 안심시킬 수 있을 것”이라고 주장하고 있다(<연합뉴스> 2022. 11. 16). 이 같은 ‘3.5 옵션’은 한국이 자체 핵무기를 보유하지 못한 상황에서 단기적으로 불가피한 대응 방안이 되겠지만, 장기적으로도 최상의 해결책이 될 수 있을지는 의문이다.

미국의 일부 전문가는 한국에서 확장억제의 대안으로 논의되고 있는 미국의 전술핵 재배치, 핵 공유와 독자 핵무장 등 ‘3대 옵션’ 중 독자 핵무장이 최악의 옵션이라고 주장하고 있다(<뉴시스> 2022. 11. 16). 그런데 이 ‘3대 옵션’ 가운데 한국 국민들이 가장 선호하는 것은 독자 핵무장이다. 북한의 핵과 미사일 위협이 증대함에 따라 작년과 올해 실시된 각종 여론조사에서 한국 국민의 70% 이상이 독자적 핵무장을 지지하는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그러므로 미국의 한반도 전문가들은 한국 국민이 왜 ‘독자적 핵무장 옵션’을 가장 선호하는지 명확하게 이해할 필요가 있으며, 그것이 과연 미국과 한국에 ‘최악의 옵션’인지 냉정하게 들여다볼 필요가 있다.

한국의 독자적 핵무장 옵션은 비핵화 협상을 거부하고 핵과 미사일 능력의 고도화에 집중하고 있는 북한에 ‘강력한 경고’를 주는 동시에 북한의 ‘셈법’을 바꾸고, 일본과 대만으로의 핵확산을 우려하는 중국에 북한이 다시 비핵화 협상에 나오도록 북한을 압박하게 하는 매우 유용한 카드이다. 그러므로 미국의 일부 전문가들이 성급하게 이 옵션을 ‘최악의 옵션’으로 간주하는 것은 결코 이성적이지 않다. 북핵 문제는 미국이 대외관계에서 해결해야 할 수십 가지 골치 아픈 과제 중 하나라면 한국에게는 국가생존을 위협하는 가장 핵심적인 안보 문제이다. 그러므로 북핵 문제에 가장 큰 이해관계를 가지고 있는 한국이 독자적 핵 보유를 통해 북핵 문제를 직접 관리하고 해결하는 것이 한미 모두의 국가이익에 전적으로 부합한다.

이 같은 문제의식 아래 필자는 먼저 북한의 ‘완전한 비핵화’가 왜 거의 실현 불가능한 목표인지 고찰하고, 독자적 핵무장에 대한 한국 내 논의와 여론조사 결과를 소개하며, 한국의 독자적 핵무장을 통한 북핵 위협 관리 방안을 제시하고자 한다.

 

북한은 김정은이 ‘국가핵무력’을 완성함으로써 나라를 ‘전략국가’의 지위에 올려 놓았다고 선전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Ⅱ. 북한의 ‘완전한 비핵화’는 실현 가능한 목표인가?

북한 비핵화의 주요 장애 요인들로는 ① 북한의 자주국방 노선과 강력한 동맹의 부재 ② 북․미 관계 정상화 실패와 북한의 국제적 고립 지속 ③ 재래식 군사력 부문에서 북한의 대남 열세 ④ 핵과 미사일 능력 고도화가 북한에서 김정은 노동당 총비서 겸 국무위원장의 최대 업적으로 간주되고 있는 현실 ⑤ 한국의 정교한 대북 협상전략 부재 ⑥ 미국의 정교한 협상전략 부재와 미․북 간의 뿌리 깊은 불신 ⑦ 미․중 전략경쟁 격화와 북핵 문제에 대한 중국의 관망적․소극적 태도 ⑧ 핵을 포기한 우크라이나에 대한 러시아의 침공이 북한 지도부에 주는 시사점 ⑨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이후 북⸱러 밀착과 북한 비핵화에 대한 국제사회의 협력체계 붕괴 ⑩ 코로나19 팬데믹으로 인한 북한의 ‘셀프 봉쇄’ 등을 들 수 있다.

첫째로, 북한의 자주국방 노선과 강력한 동맹의 부재를 들 수 있다. 한국은 안보를 한미동맹에 크게 의존하고 있지만, 북한은 그들의 군사력 강화를 지원해줄 강력한 동맹이 없고 자주국방 노선에 의거해 국방력을 강화해왔기 때문에 중국조차도 북한에 대해 매우 제한적인 영향력을 가지고 있다. 북중 우호조약은 방어적 성격이 강하고, 북중 간에는 한미연합군사령부와 같은 긴밀한 군사 협력체제도 연합 군사훈련도 없다. 그러므로 핵을 포기하면, 북한은 핵을 가진 미국과 재래식 무기 분야에서 북한에 대해 압도적 우위를 가진 남한을 상대해야 하는 매우 열악한 상황에 놓이게 된다.

둘째로, 미⸱북 관계 정상화 실패와 북한의 외교적 고립 지속을 들 수 있다. 1992년 한⸱중 수교 전 김일성은 중국을 방문해 덩샤오핑에게 북미 수교가 이루어질 때까지 기다려 달라고 요청했으나 중국은 이를 무시했다. 그리고 한⸱중 수교 이후에도 북⸱미 수교가 이루어지지 못함으로써 북한과 한⸱미 간의 군사적 대결상태는 지속되고 북한은 국제사회에 편입되지 못했다. 북한은 이 같은 국제적 고립 상황에서 체제생존을 위해 핵 개발에 집착하지 않을 수 없게 되었다.

셋째로, 재래식 군사력 부문에서의 북한의 대남 열세를 들 수 있다. 미국의 군사력 평가기관 ‘글로벌파이어파워’(GFP)가 분석한 2022년 세계 군사력 순위를 보면, 핵무기를 제외한 재래식 전력 기준으로 한국은 6위를 차지한 반면, 북한은 30위를 차지했다. 게다가 북한은 외화 부족과 유엔 안보리의 대북 제재로 중국과 러시아로부터 첨단 재래식 무기를 구매할 수 없어 재래식 무기 부문에서 남한과 경쟁할 수 없는 상황이다. 그러나 북한은 핵무기를 보유하고 있기 때문에 남한군은 북한군의 상대가 되지 않는다고 판단하고 있다.

넷째로, 핵과 미사일 능력 고도화가 북한에서 김정은의 최대 업적으로 간주되고 있는 현실을 들 수 있다. 북한은 김정은이 ‘국가핵무력’을 완성함으로써 나라를 ‘전략국가’의 지위에 올려 놓았다고 선전하고 있다. ‘국가핵무력’ 완성이 북한에서 김정은에 대한 주민들의 충성심을 끌어내는 데 가장 중요한 수단으로 작용하고 있으므로 현실적으로 김정은의 핵 포기 결단을 기대하기 어렵다.

다섯째로, 한국 정부의 정교한 대북 협상전략 부재를 들 수 있다. 이명박 정부와 박근혜 정부는 북한이 수용할 가능성이 전무한 ‘선 비핵화’ 요구에 매달림으로써 전략 부재를 드러냈다. 문재인 대통령도 북한과 미국 모두 수용 가능한 정교한 비핵화 전략을 수립해 제시하지 못하고 트럼프 대통령과 김정은 위원장 간의 정상회담 성사에만 매달린 나머지 김정은으로부터 ‘오지랖 넓은 중재자’와 ‘촉진자’ 행세를 그만두라는 쓴소리를 들어야 했다.

여섯째로, 미국의 정교한 협상전략 부재와 미․북 간의 뿌리 깊은 불신을 들 수 있다. 2018년 7월의 미․북 고위급회담에서 폼페이오 미 국무장관은 북한에 처음부터 핵 리스트 제출을 요구했고 북한은 이에 대해 ‘강도적인 비핵화 요구’라고 비난하면서 강력하게 반발했다. 2019년 2월 하노이 북미 정상회담에서도 북한은 핵무기 문제는 논외로 하고 영변 핵시설 폐기에 대해서만 논의하겠다는 입장을 보였고, 미국은 ‘선 비핵화, 후 제재 완화 입장’을 고수하면서 북한의 생화학무기 포기까지 요구했다. 이처럼 미⸱북 간의 입장이 평행선을 달린 데다 트럼프 행정부 내에서도 대북 협상과 관련해 국무장관과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 간의 의견 불일치 등으로 많은 혼선이 빚어졌고 결과적으로 한미공조도 어렵게 되었다.

일곱째로, 북한의 미⸱중 전략경쟁 이용과 북핵 문제에 대한 중국의 관망적⸱소극적 태도를 들 수 있다. 북한은 2018년부터 미⸱중 간의 전략경쟁을 매우 능숙하게 활용하는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2018년 북한의 대미 접근이 본격화되자 김정은 집권 이후 6년간이나 정상회담을 거부했던 시진핑 중국공산당 총서기는 북미 정상회담을 전후해 다섯 차례나 김정은과의 정상회담에 응했다. 이후 중국은 대북 제재에 소극적인 태도로 바뀌었고 이는 북한에게 하노이 북미 정상회담 결렬 이후 다시 핵과 미사일 능력의 고도화로 나아갈 수 있게 했다. 미⸱중 전략경쟁의 격화로 현재 중국은 북한 비핵화 관련 미국의 협조 요구에 부정적 태도를 보이고 있다. 그래서 올해 중국은 북한의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시험발사 후 유엔 안보리에서의 대북 제재 채택에 반대했고, 오히려 대북 제재 완화를 요구하고 있는 실정이다.

여덟째로, 핵을 포기한 우크라이나에 대한 러시아의 침공이 북한 지도부에 주는 시사점을 들 수 있다. 우크라이나는 구소련의 해체로 독립할 때 핵탄두 1900개, ICBM 176기, 전략폭격기 44대 등을 보유했던 세계 3대 핵보유국이었다. 그런데 우크라이나는 1994년 미국과 러시아 등 유엔 상임이사국의 압력으로 부다페스트 양해각서를 체결해 1996년까지 러시아에 모든 핵무기를 반환하고 크림반도를 포함한 영토 보전과 주권 보장을 약속받았다. 그러나 러시아가 2014년에 크림반도를 합병했고, 2022년 2월 우크라이나를 전면 침공했지만 주권 보장을 약속한 미국은 물론 나토도 무기만 지원할 뿐 직접 개입을 꺼리고 있다. 따라서 북한 지도부는 핵을 포기하면 우크라이나처럼 미국에 의해 공격받을 수 있다고 판단할 가능성이 더욱 높아졌다.

아홉째로,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이후 북⸱러 밀착과 북한 비핵화에 대한 국제사회의 협력체계 붕괴를 들 수 있다. 유엔은 2022년 3월 2일 긴급 특별총회를 열어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을 규탄하고 즉각 철군을 요구하는 내용의 결의안을 채택했는데, 이때 중국과 인도, 이란 등은 기권했고, 북한은 벨라루스, 시리아 등과 함께 반대표를 던졌다. 이 같은 러시아와 북한의 밀착으로 인해 이후 북한이 올해 신형 ICBM을 시험 발사해도 러시아와 중국의 반대로 유엔 안보리에서 대북 제재는커녕 의장성명도 채택하지 못했다. 그 결과 북한은 대북 제재에 대한 두려움 없이 자유롭게 ICBM을 시험 발사하고, 핵실험도 할 수 있게 되었다.

열째로, 코로나19 팬데믹으로 인한 북한의 ‘셀프 봉쇄’를 들 수 있다.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보건의료 시스템이 취약한 북한은 중국의 신임 평양 주재 대사가 북한에 들어가는 것도 허용하지 않을 정도로 외부와의 접촉을 피하고 있어 앞으로도 한동안 북한의 대면 협상 참가는 기대하기 어려운 실정이다.

미국의 대표적인 현실주의 정치학자인 존 미어샤이머(John Mearsheimer) 시카고대 석좌교수가 2019년 3월 19일 조지타운대가 개최한 토론회에서 밝힌 것처럼, 북한은 핵을 절대로 포기하지 않을 것이고, 북한과의 비핵화 협상은 ‘엄청난 시간 낭비’(one giant waste of time)일 수 있다. 미어샤이머 교수는 당시 “(북한의 비핵화는) 희망이 없는 상황이다. 우리는 북한이 가까운 미래에 핵무기를 보유할 것이란 사실을 받아들여야 하며, 핵전쟁을 막을 수 있는 모든 것을 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위에서 언급한 것처럼 북한 비핵화를 어렵게 하는 장애 요인들이 너무 많기 때문에 한국과 미국은 실현 가능성이 희박한 북한의 ‘완전한 비핵화’보다 북한의 핵위협에 대한 확실한 억지력 확보에 집중하는 것이 현실적인 태도일 것이다.

 

우라늄 연료봉 (사진:셔터스톡)

 

Ⅲ. 독자적 핵무장에 대한 한국에서의 논의와 여론조사 결과

2022년 9월 16일 워싱턴에서 개최된 고위급 한미 확장억제전략협의체(EDSCG) 회의에서 미국은 공동성명을 통해 “핵, 재래식, 미사일 방어 및 진전된 비핵능력 등 모든 범주의 군사적 능력을 활용하여 대한민국에 확장억제를 제공한다는 미국의 철통같고 흔들림 없는 공약”을 재강조했다. 그리고 한미는 “북한의 어떠한 핵 공격도 (한미의) 압도적이며 결정적인 대응에 직면하게 될 것”이라고 북한에 경고했다. 그러나 한미는 북한의 핵 공격에 대한 ‘압도적이며 결정적인 대응’이 무엇인지 구체적으로 밝히지 못했다.

문제는 북한의 핵 공격에 대한 ‘압도적이며 결정적인 대응’이 과연 이행할 수 있고 바람직한가 하는 점이다. 남북한 간의 우발적 충돌 시 북한이 재래식 무기 분야에서의 열세를 만회하기 위해 전술핵무기를 사용할 경우 미국이 ‘압도적이며 결정적인 대응’ 차원에서 전략핵무기로 대응한다면, 북한도 전략핵무기로 서울과 도쿄, 워싱턴을 보복함으로써 한반도 전체가 사람이 살 수 없는 ‘지옥’이 되고 미 본토도 장기간 회복하기 어려운 심각한 인명 및 경제적 피해를 입게 될 것이다. 만약 한미의 ‘압도적인’ 대응이 북한의 전술핵무기 사용 시 압도적인 양의 재래식 무기로 보복하는 것을 의미한다면, 미국이 북한과의 핵전쟁을 피하기 위해 결국 북한의 핵위협에 굴복했다는 비난을 피하기 어려울 것이고, 한미동맹에 대한 한국 국민의 신뢰도 순식간에 무너질 것이다.

북한이 한국에 전술핵무기나 전략핵무기를 사용할 경우 미국은 ‘즉각적으로’ 상응하는 핵무기로 북한에 보복할 것이라는 약속을 대내외에 명확하게 천명해야 김정은의 핵무기 사용을 확실하게 억제할 수 있을 것이다. 만약 그렇지 못하면 한국 내에서 ‘미국이 워싱턴과 뉴욕이 희생되는 것을 감수하면서까지 서울을 지켜줄 것인가’라는 의문이 계속 확산될 수밖에 없다.

북한이 이미 2017년에 수소폭탄 개발에 성공하고 미 본토를 타격할 수 있는 ICBM 개발에도 상당한 진전을 보이고 있어 한국에서는 ‘미국의 핵우산과 확장억제에만 계속 전적으로 의존해야 하는가’라는 문제 제기들이 계속 나오고 있다. 2022년 10월 5일 개최된 세종국방포럼에서 공평원 연세대 항공우주전략연구원 안보전략센터장(전 합참 전략차장)은 “북한이 남한을 향해 핵무기를 사용하고 나서 ICBM을 준비해 놓고 ‘미국이 만약 북한에 핵 공격을 감행하면 시애틀이나 로스앤젤레스에 쏠 거야’라고 엄포를 놓으면 미 대통령이 핵을 사용하기 굉장히 어려울 것”이라고 평가했다. 공 센터장이 미국 학자들과 여러 차례 세미나를 개최하면서 이 같은 상황에서 미 대통령이 북한에 핵무기를 사용할 수 있을지 물어보니, 대부분의 학자들이 “미국 대통령은 핵 사용 결심을 하지 못할 것”이라고 답했다고 한다. 미국이 북한과의 핵전쟁을 피하기 위해 대북 핵 보복 공격 결심을 내리기 어렵다면, 미국이 전술핵무기를 한국에 재배치하거나 한미일이 핵을 공유하더라도 결국 핵 사용 결정은 미국 대통령이 내리게 되어 있기 때문에 상황이 크게 달라지지 않을 것이다.

지난 11월 3일 한국과 미국 국방부는 워싱턴에서 제54차 한미 안보협의회(SCM)를 개최하고, 고도화하는 북한의 핵·미사일 위협을 억제하고 대응하기 위한 동맹의 능력과 정보공유, 협의절차, 공동기획 및 실행 등을 더욱 강화하기로 합의했다. 이 회의에서 로이드 오스틴 미국 국방장관은 북한의 다양한 핵무기와 투발수단 개발 시도에 대해 우려를 표명하면서 핵, 재래식, 미사일 방어능력 및 진전된 비핵능력 등을 포함한 모든 범주의 군사능력을 운용하여 대한민국에 확장억제를 제공한다는 미국의 굳건한 공약을 재확인했다. 그리고 오스틴 장관은 미국이나 동맹국 및 우방국들에 대한 비전략핵(전술핵)을 포함한 어떠한 핵공격도 용납할 수 없으며, 이는 김정은 정권의 종말을 초래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또한 이 회의에서 양국 장관이 최근 북한의 핵전략과 능력 변화에 대응하기 위해 북한의 핵 사용 시나리오를 상정한 확장억제수단운용연습(DSC TTX, Table Top Exercise)을 연례적으로 개최하기로 한 것 등은 매우 의미 있는 성과이다. 그런데 북한이 남한을 핵무기로 공격할 경우 미국이 정말 핵전쟁을 감수하면서까지 대북 핵공격에 곧바로 나설 수 있을지에 대한 의문을 떨치기 어렵다는 데 문제가 있다.

올해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 한국 국민 다수는 한반도에서도 정치 지도자들의 오판에 의해 전쟁이 발발할 수 있다는 우려를 가지게 되었다. 그리고 한반도에서 무력 충돌 발생 시 재래식 무기 분야에서 남한에 대해 절대적 열세에 놓여 있는 북한이 전세를 역전시키기 위해 전술핵무기를 사용할 시나리오를 배제할 수 없게 되었다. 그 결과 과거에는 한국의 독자적 핵무장에 대해 반대했던 전문가들 상당수가 올해 들어와 한국의 독자적 핵무장 지지 입장을 표명하고 있다. 그리고 과거에는 미국의 전술핵무기 재배치를 주장했던 보수 성향의 정치인들 상당수가 올해에는 한국의 독자적 핵무장을 지지하는 등 전문가와 정치인 그룹에서 ‘지각변동’이 발생하고 있다.

여당인 국민의힘의 북핵위기대응특별위원회가 지난 11월 17일 정진석 비대위원장에게 전달한 특위 활동 중간보고서는 미국과 정상회담, 한미 안보협의회의(SCM) 등을 통해 합의한 미국의 확장억제 강화와 관련해 “아직은 강력한 확장억제 제공 의지 표명 이외에 확장억제 이행을 보장하는 실제적인 조치는 미흡한 것이 사실”이라고 평가하고 있다. 그리고 “핵무장 잠재력을 확보하기 위한 비밀 프로젝트를 기획해야 한다”며 “현 수준을 평가하고, 최적의 핵무장 경로를 검토하는 등 한⸱미 간 협정이나 핵확산금지조약(NPT)을 위배하지 않는 잠재력 증대 방안을 우선 추진해야 한다”고 지적했다(<중앙일보> 2022. 11. 24).

지난 9월 8일 북한의 핵무력정책 법령 채택 이후에는 한국의 독자적 핵무장을 지지하는 칼럼과 인터뷰가 거의 매일 다양한 언론에 게재되고 있는데 이는 전무후무한 현상이다. 보수 언론인 <조선일보>의 군사전문기자도 올해 들어서는 전술핵 재배치가 현실적으로 어렵다고 평가하면서, 핵무장 잠재력을 확보하는 ‘무궁화 계획’ 추진을 공개적으로 제안하고 있다.

한국은 민주주의 국가이기 때문에 국민의 요구와 염원을 무시할 수 없다. 우크라이나 전쟁 이전인 2021년 12월 시카고국제문제협의회(CCGA)가 한국 국민 1500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여론조사에서 71%가 핵무장을 지지했다. 이 조사에서 독자적 핵 개발과 미국의 핵무기 배치 중 어느 것을 선호하느냐는 물음에는 ‘자체 개발’이 67%로 미국 핵무기 배치‘(9%) 응답보다 압도적으로 많았다. 올해 아산정책연구원에서 발간한 보고서 <한국인의 한미관계 인식>에서도 한국 국민의 70.2%가 자체 핵무기 개발을 지지했다. 사단법인 SAND연구소가 지난 6월 발간한 <2022 국민 안보의식 조사 보고서>에서는 응답자의 74.9%가 한국의 독자적 핵무기 개발에 찬성했다.

그런데 만약 북한이 가까운 미래에 전술핵무기와 소형화된 수소탄을 가지고 제7차 및 제8차 핵실험을 강행한다면 한국에서 독자적 핵무장 지지 여론은 더욱 높아질 것이다. 그리고 한국 정부도 그 같은 여론을 계속 무시하기는 어려울 것이다.

Ⅳ. 한국의 독자적 핵무장을 통한 북핵 위협 관리 방안

과거에도 북한의 핵 위협에 효과적으로 대응하기 위해 한국이 핵무장을 해야 한다는 주장들이 있었는데, 올해에는 한국이 핵무장을 완료한 후 거기서 그치는 것이 아니라 북한과 핵 감축 협상을 진행해 북한의 핵무기 보유량을 10개 이하 정도로 줄여 사실상 ‘준(準)비핵화’를 달성하는 것을 현실적 목표로 설정해야 한다는 필자의 주장에 한국의 많은 전문가와 정치인들이 공감을 표명하고 있다. 처음부터 북한의 ‘완전한 비핵화’를 목표로 한다면 북한이 협상 테이블에 나오는 것조차 거부하겠지만, 북한이 체제생존에 필요하다고 판단되는 최소한의 핵무기 보유는 일단 인정하고 나머지 핵무기를 단계적으로 폐기하는 대신 그에 상응해 확실한 보상을 제공한다면 북한과의 협상 가능성은 더욱 커질 것이다.

물론 북한이 이 같은 새로운 접근법을 수용할지는 불확실하지만, 김정은은 체제생존을 위해 군부의 충성만을 중시하면서 인민 생활을 외면했던 그의 부친 김정일과는 다르게 인민 생활 향상도 매우 중시하고 있으므로 그도 2018년 미국과의 협상에서 주장했던 북한 핵의 단계적․점진적 감축과 상응하는 제재 완화 조치의 병행에 대해 관심을 보일 것으로 예상된다. 한미가 북한의 ‘완전한 비핵화’를 북한의 ‘준(準)비핵화’가 달성된 이후 그 다음 단계에서 실현할 장기적 목표로 설정한다면 대북 협상에서 지금보다 훨씬 큰 유연성을 발휘할 수 있을 것이다. 그리고 북한의 ‘준(準)비핵화’ 및 이후의 ‘완전한 비핵화’가 이루어질 때까지 남북한 간에 핵 균형이 유지된다면, 한국 국민은 북핵에 대한 공포에서 완전히 벗어날 수 있을 것이며, 북한도 미국을 핵무기로 위협하지 못하게 될 것이다.

필자가 제안하는 한국의 독자적 핵무장 및 북한과의 핵 감축 협상 방안은 ‘북한의 제7차 핵실험과 한국의 NPT 탈퇴를 연계하는 1단계’, ‘한국의 NPT 탈퇴 후 북한의 비핵화 협상 복귀를 압박하는 2단계’, ‘대미 설득 및 미국의 암묵적 동의 아래 한국이 핵무장을 추진하는 3단계’, ‘남북 핵 감축 협상을 통해 준(準)비핵화를 달성하고 미․북 및 남북 관계 개선을 이끌어내는 4단계’로 구분된다.

1단계 : 북한의 제7차 핵실험과 한국의 NPT 탈퇴 연계

일부 전문가들은 한국이 핵확산금지조약(NPT)에서 탈퇴하면 국제사회의 심각한 제재에 직면할 것이라고 주장하는데 이는 명백히 사실과 다르다. NPT 제10조 1항은 “각 당사국은 당사국의 주권을 행사함에 있어서 본 조약상의 문제에 관련되는 비상사태가 자국의 지상이익을 위태롭게 하고 있음을 결정하는 경우에는 본 조약으로부터 탈퇴할 수 있는 권리를 가진다. 각 당사국은 동 탈퇴 통고를 3개월 전에 모든 조약 당사국과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에 행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그러므로 북한이 제7차 핵실험을 강행하면 한국은 그것을 이유로 조약 탈퇴를 통고할 수 있다. 그리고 탈퇴가 발효되는 3개월 후에 미국과의 협의 결과를 토대로 핵무장 추진 여부를 결정하면 될 것이다. NPT 탈퇴는 한국이 핵무장의 방향으로 나아가기 위한 준비 단계에 불과하지 그것이 곧 핵무장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기 때문에 NPT 탈퇴에 대해 국제사회가 제재한다는 것은 NPT 조항의 10조 1항에도 배치되는 것이다.

그러므로 한국 정부는 만약 북한이 제7차 핵실험을 강행하면 한국은 생존과 안보를 위해 NPT를 탈퇴할 수밖에 없다고 선언할 필요가 있다. 만약 한국이 NPT에서 탈퇴한다면 한국은 4000개도 넘는 핵무기를 만들 수 있는 핵물질을 가지고 있으므로 북한은 긴장하지 않을 수 없을 것이다. 따라서 북한은 제7차 핵실험을 강행할 것인지 고민하게 될 것이다. 그리고 한국의 핵무장이 일본 및 대만의 핵무장으로 연결될 가능성을 우려하는 중국도 북한의 제7차 핵실험을 막기 위해 북한에 대해 압력을 행사할 것이다. 그러므로 한국이 NPT 탈퇴로 핵무장 가능성을 열어 놓는 것은 한국의 대외 협상력 증대를 가져올 것이다.

2단계 : 한국의 NPT 탈퇴 후 북한의 비핵화 협상 복귀 압박

만약 한국 정부의 경고에도 불구하고 북한이 제7차 핵실험을 강행하면 한국 정부는 즉각적으로 NPT 탈퇴를 NPT 당사국과 유엔 안보리에 통고해야 한다. 그리고 만약 ‘앞으로 6개월 이내에 북한이 남북한과 미⸱중의 비핵화 협상 테이블에 나오지 않으면 한국은 독자적 핵무장을 추진하지 않을 수 없다’고 선언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한국 정부가 이처럼 단호한 결기를 보인다면 북한은 한국의 핵무장을 막기 위해 비핵화 협상 참여를 심각하게 고민하지 않을 수 없을 것이다. 그리고 중국도 한국에 이어 일본과 대만까지 핵무장하는 최악의 시나리오를 막기 위해 북한이 다시 비핵화 협상에 나오도록 모든 영향력을 행사할 것이다. 한국이 비핵화 협상의 틀로 ‘남⸱북⸱미 3자회담’ 대신 ‘남⸱북⸱미⸱중의 4자회담’을 제안한다면 중국에게 북한의 비핵화 협상 복귀를 보다 적극적으로 설득할 수 있게 하는 명분과 인센티브를 제공할 수 있을 것이다. 그렇게 해서 만약 북한이 비핵화 협상에 나와 북한의 핵능력에 대한 단계적․지속적 감축이 이루어진다면 한국 정부는 굳이 핵무장 실행 단계로 넘어가지 않아도 될 것이다.

 

미국외교협회(CFR)와 세종연구소는 11월15일(현지시간) 워싱턴DC CFR에서 북한 문제 관련 포럼을 개최했다. (사진:연합뉴스)

 

3단계 : 미국의 암묵적 동의 아래 한국의 독자적 핵무기 보유

한국의 NPT 탈퇴 선언 후에도 북한이 6개월 안에 비핵화 협상 테이블에 나오지 않는다면 한국 정부는 미국과의 긴밀한 협의 및 암묵적 동의 아래 핵무장을 추진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핵무장의 방식으로는 이스라엘처럼 은밀하게 핵무장을 추진하면서 핵무장 여부에 대해 공식적으로는 긍정도 부정도 하지 않으면서 비공식적인 방식을 통해 핵무장 사실을 대내외에 인식하게 하는 방식과 핵무장 완료 후 ‘북한이 핵을 포기하면 한국도 핵을 포기할 것’이라는 ‘조건부 핵무장’ 입장을 천명하는 방식이 있을 수 있다.

첫 번째 방식은 한국의 핵무장에 대한 국제사회 일각의 반대를 완화시킬 수 있는 장점이 있지만, 이 같은 방식을 채택할 경우 북한과의 핵 감축 협상이 어려워질 것이다. 그러므로 미국과의 긴밀한 협의 아래 은밀하게 핵무장을 추진하고, 그것이 완료된 후 ‘북한이 핵을 포기하면 한국도 핵을 포기할 것’이라는 조건부 핵무장 입장 아래 북한과 핵감축 협상을 추진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한국 정부가 핵무장 완료 후 ‘조건부 핵무장’ 입장을 밝힌다면, ‘핵무기가 없는 남한군은 북한군의 상대가 되지 않는다’며 남한을 무시해온 북한은 남북 군사대화 및 핵감축 협상을 심각하게 고려하지 않을 수 없을 것이다.

미국의 일부 전문가는 만약 “한국이 핵무기를 갖기 위해 NPT를 탈퇴하고 핵실험을 하면 글렌수정안 발동을 포함한 실질적 대가를 치르게 될 것”이라고 위협하고 있다. 북한의 심각한 핵 위협에 직면해 있는 한국이 국가생존을 위해 핵무장을 하는 것에 대해 미국의 전문가가 경고를 보내는 것은 한미동맹의 정신을 훼손하는 것이며 결코 합리적인 태도가 아니다. 그것은 한국이 독자적 핵무장을 통해 남북 핵 균형을 이루지 못한다면 한국뿐만 아니라 미국 본토도 북한의 핵위협과 핵확산 위험에서 벗어나지 못할 것이기 때문이다. 그리고 한국은 굳이 핵실험을 하지 않더라도 과거에 미국이 히로시마와 나가사키에 투하한 원자폭탄 정도는 제조할 능력이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기 때문에 한국이 인도와 파키스탄, 북한의 핵무장 경로를 그대로 따를 것이라고 짐작하는 것도 적절치 않다.

4단계 : 남북 핵감축 협상을 통한 ‘준(準)비핵화’ 달성

만약 북한이 한국과의 핵 감축 협상을 거부하면 한국은 북한이 만들었을 것으로 추정되는 분량의 핵무기를 지속적으로 보유할 수밖에 없을 것이다. 그런데 한국은 4000개도 넘는 핵무기를 만들 수 있는 핵물질을 가지고 있으므로 북한이 한국과 무리하게 핵 군비경쟁을 계속할 수는 없다. 결국 북한이 그들의 한계를 자각할 때 남북한 핵 군비경쟁 중단 및 핵 감축을 위한 남북 군사대화가 시작될 수 있을 것이다.

재래식 무기 분야에서 한국에 대해 절대적 열세에 놓여 있는 북한이 적어도 가까운 미래에 ‘완전한 비핵화’를 수용할 가능성은 희박하다. 그러므로 한국 정부는 북한과의 핵감축 협상을 통해 남북 모두 핵무기 보유량을 10개 이하로까지 줄이는 사실상의 ‘준(準)비핵화’를 현실적인 목표로 설정하고, 미국과의 긴밀한 협의 아래 북한의 핵감축에 상응해 국제사회의 대북 제재를 단계적으로 완화하는 방안을 추진하는 것이 필요하다. 만약 북한의 핵무기 보유량이 ‘10개 이하’로 줄어든다면 북한이 외부로부터 공격을 받았을 때 그것을 방어용으로 사용할 수는 있어도 선제공격용으로 사용하기는 어려울 것이다. 그리고 그만큼 핵확산 가능성도 줄어들 것이다. 북한의 핵무기 보유량이 이 정도로 줄어든다면 북한의 핵 위협도 줄어들고 북한의 핵사용 문턱도 현저하게 높아져 한반도와 동북아 그리고 미국 본토는 그만큼 더욱 안전해질 것이다.

남북 핵 감축 협상으로 북한의 핵무기가 중국으로 반출되어 폐기되면 그 수준에 상응해 국제사회는 다음과 같은 조치를 고려할 수 있을 것이다. 북한 핵무기의 1/5 정도가 폐기되는 시점에 미국과 일본은 북한과 연락사무소를 설치하고, 유엔 안보리는 북한에 대한 정유제품 수출 제한 제재를 해제하며, 남북한은 금강산 관광을 재개하며 개성공단을 재가동한다. 북한 핵무기가 2/5 정도 폐기되는 시점에 미국과 일본은 북한과 영사급 관계를 수립하고, 유엔 안보리는 북한의 광물 수출에 대한 제재를 해제하며, 한국은 북한과 남북중 철도․도로 연결을 추진한다. 북한 핵무기가 3/5 정도 폐기되는 시점에 미국과 일본은 북한과 관계를 정상화하고, 유엔 안보리는 북한의 수산물 수출 등에 대한 제재를 해제하며, 한국은 북한의 경제특구에 투자한다. 북한 핵무기가 4/5 정도 폐기되는 시점에 남⸱북⸱미⸱중이 평화협정을 체결하고 유엔 안보리는 대북 제재의 4/5 정도를 해제한다.

남북 핵 감축 협상을 통해 이처럼 북한의 핵무기가 줄어들고 유엔 안보리의 대북 제재도 그만큼 완화되면 미⸱북 간의 적대관계도 완화되어 양국 간의 핵전쟁 가능성도 현저하게 줄어들 것이다. 그러므로 미국의 전문가들은 한국의 독자적 핵무장에 대해 편견과 선입견을 가지고 무조건 반대만 할 것이 아니라 오히려 한국의 독자적 핵무장을 적극적으로 지원함으로써 한국이 북한의 핵위협을 확고하게 관리하고 줄이는 방향으로 나아가게 해야 할 것이다.

 

<표> 독자적 핵무장 및 남북 핵 군축 협상 로드맵

 

Ⅴ. 한국의 독자적 핵무장은 한미동맹에 ‘최악의 옵션’인가?

한국과 미국 언론에는 한국의 독자적 핵무장을 반대하는 전문가들의 의견이 자주 소개되고 있지만, 미국에 정반대의 의견도 존재한다. 미국에서 한국이 독자적 핵무장 옵션을 고려해야 한다는 주장이 본격적으로 나오기 시작하는 것은 김정은 정권 출범 이후인 2013년 2월 12일 북한의 제3차 핵실험 직후부터이다. 현실주의 국제정치이론의 대가인 존 미어샤이머 미국 시카고대 교수는 같은 해 2월 23일자 <중앙일보>에 게재된 인터뷰에서 “3차 핵실험까지 성공적으로 마친 북한은 이제 의심할 여지없는 ‘핵무장국’(nuclear-armed state)”이라고 평가했다. 그리고 “미국의 생존이 위협받지 않는 상황에서 미 대통령이 핵전쟁의 위험을 무릅쓰고 한국이나 일본을 보호하기 위해 핵무기를 사용하는 결단을 내릴 수 있을까. 이런 의구심은 한국이나 일본이 자체 핵무장을 검토하는 강력한 유인이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어서 미어샤이머 교수는 한국이 자체 핵무장이나 전술핵 재배치를 옵션으로 유지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2015년 4월에는 찰스 퍼거슨 미 과학자협회 회장이 비확산 전문가 그룹에 비공개로 회람한 ‘한국이 어떻게 핵무기를 확보하고 배치할 수 있는가’라는 제목의 보고서에서 한국의 핵무장 가능성을 상세하게 분석했다. 이 보고서는 “현재 한국이 국제비확산체제의 강력한 수호자일 뿐만 아니라 미국으로부터 확장억지력을 제공받고 있어 핵무장에 나서지 않을 것이라는 견해가 지배적이지만, 동북아 정세의 변화 속에서 국가안보가 중대한 위협에 직면할 경우 핵무장의 길에 나설 가능성이 있다”고 지적했다. 그리고 월성 원전에 비축되어 있는 사용후 핵연료는 2만6천㎏(2014년 말 기준)가량의 원자로급, 무기급 플루토늄을 제공할 수 있는데, 이는 약 4330개의 핵폭탄을 제조할 수 있는 분량이라고 평가했다. 퍼거슨 보고서는 “동북아 지역 안보환경 전개 상황에 따라 미국은 비밀리에 일본과 한국의 핵무기 개발을 환영할 수도 있다. 이러한 태도는 미국의 핵비확산 정책에 후폭풍을 불러일으킬 수 있음에도 불구하고, 북한이 핵무력을 발전시키고 주요한 동맹 세력인 한국과 일본이 위험에 노출될 경우 미국의 선택지는 몹시 제한적일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리고 주요 국제교역국인 한국이 핵무장에 나설 경우 국제적 제재로 경제가 어려워질 수 있지만, 1998년 핵실험을 강행한 인도의 사례를 보면 제재가 오래가지 않는다고 평가했다. 또한 한국의 NPT 탈퇴가 국제제재로 이어질 수 있지만, 원자력산업 분야에서 한국과 합작 중인 미국, 프랑스, 일본 등의 국가들이 손해를 감수하면서 심각한 수준의 제재를 가하지는 않을 것으로 전망했다.

북한의 제4차 핵실험 이후인 2016년부터는 미국의 정치권에서도 한국의 핵무장을 긍정적으로 고려하기 시작했다. 당시 도널드 트럼프 미국 공화당 대선 후보는 한국과 일본이 북한과 중국으로부터 보호받기 위해 미국의 핵우산에 의존하는 대신 스스로 핵을 개발하도록 허용할 것이라면서 현재와 같은 미국의 나약함이 계속된다면 결국 일본과 한국은 핵무기를 보유하고자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리고 한국과 같은 동맹국들이 주한미군 주둔비용을 100% 부담하지 않으면 자체 핵 개발을 통해 안보문제를 스스로 책임져야 한다고 주장했다.

미국 하원 외교위원회 소속으로 한반도 문제를 다루는 동아태소위원회 공화당 간사인 스티브 차보트 의원도 2021년 3월 16일 <워싱턴타임스>와 세계평화국회의원연합(IAPP)이 공동 주최한 동북아 관련 온라인 세미나에서 “중국이 밤에 깨어 있도록 겁을 줄 수 있는 것은 핵을 가진 일본이나 핵을 가진 한국이다. 이를 진지하게 논의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그리고 “우리가 그들의 핵무장을 도와야 한다는 것은 아니지만, 두 나라와 진지하게 대화하는 것은 우리가 해야 하는 일이라 생각한다”고 강조했다. 차보트 의원은 올해 9월 15일 미국을 방문한 태영호 국민의힘 의원을 만난 자리에서도 “중국이 북한을 비핵화 협상 테이블로 나가도록 먼저 압박하게 하는 것이 중요하고, 이러한 수단의 하나로 미국이 한국, 일본과 핵무장을 논의하는 모습을 보여주는 것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그리고 “지금처럼 북한의 핵무장을 묵인하거나 심지어 군사경제 원조와 같은 지원을 계속하는 상황에서 북한이 비핵화 협상장에 나올 가능성은 없다”면서 “북한이 핵무기를 가지고 한국을 계속 위협하고 있는 상황에서 한국과 일본은 스스로 핵무장을 고려할 권리가 있다”고 강조했다.

작년과 올해에는 미국에서도 한국 정부가 독자적 핵무장을 결정하면 미 행정부는 그것을 수용해야 한다는 전문가들의 기고문이 <Washington Post>, <Foreign Policy>, <The Diplomat>, <The National Interest> 같은 언론과 전문학술지 등에 계속 게재되고 있다. 이처럼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 하원 외교위원회 동아태소위원회 공화당 간사 그리고 미국의 권위 있는 학자들과 다수의 전문가들이 한국의 핵무장에 대해 열린 입장을 보이고 있으므로 미국이 한국의 핵무장을 ‘절대로’ 용납하지 않을 것이라는 일부 전문가들의 주장은 타당하지 않다.

미국의 일부 전문가들은 한국이 핵무기를 보유하게 되면 한미동맹이 약화될 것이라고 주장하지만, 한국에서의 여론조사 결과를 보면 이 같은 주장은 전혀 근거가 없다. 서울대 통일평화연구원이 올해 9월 22일 공개한 ‘2022 통일의식조사’에 따르면 ‘어느 나라를 가장 가깝게 느끼느냐’는 질문에 80.6%는 미국을 꼽았고, 이어 북한 9.7%, 일본 5.1%, 중국 3.9%, 러시아 0.5% 순이었다. 미국을 가장 가까운 나라로 느낀다는 응답자가 무려 한국 국민 전체의 80%가 넘고, 중국을 가장 가까운 나라로 느낀다는 응답자는 한국 국민 전체의 4%도 되지 않을 정도로 매우 낮게 나타나고 있다. 그러므로 한국이 핵무장을 하더라도 한국 국민들은 한미동맹의 지속을 원할 것이며 한국이 중국에 경사되는 일은 결코 발생하지 않을 것이다.

한국과 미국에 대한 북한의 핵․미사일 위협이 계속 매우 심각한 수준으로 올라가고 있어 현재 한미 양국은 ‘북한과의 핵전쟁’이라는 최악의 시나리오에 대해 대비하지 않으면 안 되는 상황에 직면하고 있다. 만약 한국이 핵무기를 보유하지 않은 상태에서 북한이 전술핵무기로 한국을 공격할 경우 미국이 북한의 핵 보복에 대한 우려 때문에 북한에 핵무기를 사용하지 않거나 사용하는 것을 꺼린다면 한미동맹에 대한 한국 국민들의 신뢰는 순식간에 무너지고 말 것이다. 그러나 한국이 핵을 보유하게 되면 북한의 핵 공격에 한국이 자체 핵무기로 대응하면 되므로 미국이 한국을 지키기 위해 핵무기를 사용할 것인지 고민하지 않아도 된다. 그러므로 한미동맹이 시험대에 오르는 것을 피할 수 있고, 미국은 한국을 지키기 위해 북한과 핵전쟁을 치르는 최악의 상황을 피할 수 있다. 결과적으로 북한의 핵무기에 의해 미 본토와 국민의 생명이 위협받는 일도 발생하지 않을 것이고 한미동맹은 영구히 지속가능한 동맹으로 존속할 수 있을 것이다.

한국이 핵무기를 보유하고 있으면 북한은 멀리 있는 미국의 핵이 아니라 가까이에 있는 한국의 핵을 더 의식하지 않을 수 없게 되기 때문에 미국은 더욱 안전해지게 된다. 그리고 북한은 핵무기 사용에 더욱 신중한 태도를 취할 수 밖에 없으므로 북한의 핵무기 사용 문턱도 그만큼 높아질 것이다. 또한 북한은 더는 남한의 군사력이 북한군의 상대가 되지 않는다며 한국군을 무시하지 못하게 될 것이며, 우발적 핵 사용을 막기 위해 남북 군비통제와 대화에 나서지 않을 수 없게 될 것이다. 따라서 한국의 독자적 핵 보유는 미국과 한미동맹의 ‘최악의 옵션’이 아니라 ‘최선의 옵션’임에 틀림없다.

한국이 독자적 핵무기를 보유하게 되면 한미동맹이 필요 없게 되어 해체될 것이라는 일부 전문가들의 주장은 명백히 사실과 다르다. 한국은 중국과 러시아, 일본과 같은 초강대국들에 둘러싸여 있기 때문에 만약 한미동맹이 해체된다면 북한뿐만 아니라 이들 초강대국들을 대상으로 안보 전략을 새로 수립해야 하는 매우 어려운 상황에 놓이게 될 것이다. 그러므로 한국이 동북아에서 지구의 다른 지역으로 옮겨갈 수 없는 조건에서 한국 정부는 한미동맹의 유지에 사활적 이해관계를 가지고 있다. 그런데 미국에게도 핵을 가진 한국이 그렇지 못한 한국보다 동북아에서 더욱 믿음직하고 강력한 동맹이 될 것이다.

 

미국 국무부 비확산군축 담당 특별보좌관을 지낸 로버트 아인혼 브루킹스 연구소 수석연구원 (사진:연합뉴스)

 

Ⅵ. 맺음말

한국의 독자적 핵무장 옵션은 북한이 핵 위협을 자제하게 하고, 중국이 북핵 문제에 더욱 나서게 하는 효과가 있으므로 한⸱미가 이 같은 옵션을 진지하게 고려하지 않는 것은 매우 비합리적인 태도이다. 한국이 핵무기를 개발하더라도 핵 강대국이 되는 것을 목표로 하지는 않을 것이며, 오직 북핵에 대해 확실한 억지력을 확보할 수 있을 정도의 핵무기 보유만을 추구할 것이다. 그리고 한국이 핵무기를 개발하면 영국이나 프랑스처럼 핵무기를 안정적으로 관리할 수 있으며, 동맹인 미국에 대해서는 고도의 투명성을 제공할 수 있을 것이다.

과거 미국은 인도가 1998년 5회에 걸쳐 지하핵실험을 했다고 발표한 후 인도에 대해 경제 제재를 실시했으나 제재가 오래 지속되지 않았다. 더 나아가 2005년 3월에는 부시 대통령이 인도를 방문해 핵 협력에 관한 협정을 체결했다. 미국은 당시 중국을 견제하는 차원에서 인도의 핵 개발을 용인했다. 비핵확산 원칙에 예외를 인정하고 NPT 체제를 무력화시키는 이 같은 조치에 대해 니컬러스 번스 당시 미 국무차관은 “인도는 북한이나 이란과는 달리 민주주의 신념이 있고 국제사찰을 확실히 다짐한 나라여서 미국의 특별 대접을 받았다”고 정당화했다. 그런데 카스트 제도가 여전히 남아 있는 인도보다 한국은 훨씬 민주주의적인 국가이며 인도가 약속한 정도의 국제사찰도 수용할 수 있을 것이다.

2022년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 미⸱러 관계가 극도로 악화되면서 올해부터는 북한이 ICBM을 시험발사해도 유엔 안보리에서 대북 제재가 채택되지 않았고, 앞으로 제7차 핵실험을 강행해도 대북 제재가 채택될 가능성은 희박하다. 이처럼 우크라이나 전쟁 이전과 이후 핵 보유국들의 비확산 공조체제에는 심각한 균열이 발생했다. 러시아와 중국이 북한의 ICBM 시험발사에 대한 유엔 안보리 차원에서의 대북 추가 제재 채택을 거부하고 있는 상황에서 한국이 북한의 핵 위협에 대한 불안감을 극복하기 위해 핵무장하는 것에 대해 미국이 유엔 안보리에서 제재 채택을 추진하거나 독자 제재를 추진한다는 것은 상상할 수 없는 일이다.

미국은 중국과 매우 가까운 거리에 있는 평택에 세계 최대 규모의 해외 미군기지를 두고 있어 미⸱중 전략경쟁이 첨예해질수록 한국의 전략적 가치도 더욱 커지고 있다. 그리고 미국은 반도체 분야에서 한국, 대만, 일본과의 협력을 매우 중시하고 있다. 그러므로 한국이 핵무장을 추진하면 미국이 제재로 한국 경제를 파탄낼 것이라는 일부 전문가들의 주장은 현실성이 전혀 없고, 그런 주장은 한미동맹의 정신을 훼손하는 것이다. 북핵에 대한 두려움 때문에 한국이 핵무장을 추진하는 것을 미국이 반대해 한국 경제를 파탄낸다면 그렇지 않아도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 침체된 세계 경제에 더욱 큰 타격을 줄 것이며, 이를 가장 환영할 국가는 다름 아닌 북한일 것이다. 따라서 필자는 미국이 자국과 서방세계의 국익에 반하는 그런 비합리적인 최악의 선택을 할 가능성은 현실적으로 제로라고 본다.

1945년 일본 제국주의로부터 해방되었을 때 세계의 최빈국 중 하나였던 한국은 세계 10위의 경제대국으로 성장했으며, 1987년의 외환 위기로 인한 IMF의 관리도 전 국민들이 ‘금모으기 운동’과 같은 단합된 노력으로 조기에 벗어났다. 2016년 사드 배치에 대한 중국의 보복도 한국 경제 전반에 큰 타격을 주지 못했고, 코로나19 방역에 대해서도 전 국민이 적극적으로 협력해 다른 국가들에 비해 상대적으로 적은 인적⸱경제적 피해를 입었다. 이처럼 한국 국민은 위기에 맞서 강력한 단합력을 보여왔으므로 미국의 일부 전문가들이 제재로 한국 국민의 의지를 굴복시킬 수 있을 것이라고 본다면 이는 매우 심각한 오판이 될 것이다.

북한의 핵무기는 한국의 군사분계선 가까이에 있지만, 미국의 핵무기는 멀리에 있고, 북⸱중⸱러 3국은 모두 핵무기를 가지고 있는데 한⸱미⸱일 3국 중 핵무기를 보유한 국가는 미국뿐이다. 게다가 중국의 핵탄두 보유량도 2035년에는 지금보다 4배 더 많은 1500개 정도가 될 전망이다(<동아일보> 2022. 12. 1). 물론 이는 미국이나 러시아의 핵탄두 보유량에는 크게 못 미치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동북아의 운동장은 한⸱미⸱일보다 북⸱중⸱러에 유리하게 기울어질 전망이다.

이 같은 상황에서 한국이 핵무기를 보유하게 되면 북한의 핵무기를 확실하게 견제할 수 있게 되고, 일본이 핵무기를 보유하게 되면 미국이 중국의 핵무기를 견제하는 데 큰 도움이 될 것이다. 물론 한국이 자체 핵무기 보유를 추진하더라도 일본의 경우에는 국민의 반핵 정서가 워낙 커서 곧바로 핵무장의 방향으로 나아가기는 어려울 것이다. 그러나 중국의 군사적 팽창이 계속되면 일본도 핵무장의 필요성을 더욱 절실하게 느끼게 될 것이다.

최근에 북한은 이동식 발사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중 세계에서 가장 큰 것으로 평가되는 ‘괴물 ICBM’을 성공적으로 시험발사했지만 유엔 안보리에서 그 어떤 추가 제재도 채택되지 못했다. 따라서 미국의 안보 전략가들은 이처럼 무기력한 NPT 체제에 집착하면서 북한과 중국의 핵 능력 고도화를 지켜만 보고 있을 것인지 한국 또는 한일의 자체 핵무기 보유 용인을 통해 북핵과 중국핵을 보다 확고하게 견제할 것인지 심각하게 고민해야 할 것이다.

미국의 일부 전문가들은 한국이 자체 핵무장을 추진하면 NPT, 핵공급그룹(NSG) 탈퇴 등에 따른 제재에 직면할 것이라고 경고하고 있는데, 국익을 위해 인도와 파키스탄의 핵무기 보유를 용인했던 미국이 장기적으로 한미 모두의 국가이익에 부합하는 한국의 핵 보유를 수용하지 못한다는 것은 납득하기 어렵다. 미국이 인도와 파키스탄의 핵 보유를 용인한 후 ‘사실상 핵보유국’이 특별히 늘어나지 않은 것처럼, 미국이 심각한 북핵 위협에 직면하고 있는 한국의 핵 보유를 용인해도 핵보유국이 크게 늘어나지는 않을 것이다.

현재 중국과 러시아는 북한의 핵 보유를 사실상 용인하면서 오히려 국제사회의 대북 제재 완화까지 주장하고 있는데, 미국만 한국의 핵 보유를 용인하지 못하겠다는 태도를 취하는 것은 북⸱중⸱러 대 한⸱미⸱일의 동북아 대립 구도에서 북⸱중⸱러를 이롭게 하는 것이다. 따라서 미국의 전문가들은 한국이 독자적 핵 보유를 추구하면 미국과 국제사회의 제재로 인해 한국 경제가 큰 타격을 입을 것이라고 위협할 것이 아니라 중국과 러시아가 북핵을 계속 용인하면 미국도 한국의 핵 보유를 용인할 수밖에 없다고 주장해야 할 것이다. 미국이 이처럼 한국의 입장을 이해하고 적극적으로 옹호할 때 한국 국민은 미국을 더욱 신뢰하게 될 것이며 한미동맹은 더욱 공고해질 것이다.

 


 

글쓴이 정성장은세종연구소 북한연구센터장이다. 파리 낭떼르대학교에서 정치학 박사학위를 받았고 청와대 국가안보실, 통일부, 국방부, 한미연합군사령부의 정책자문위원과 외교부의 자체평가위원 등을 역임했다. 현재 민주평화통일자문회의 상임위원과 민화협 정책위원 등을 맡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