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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문정인 “북한은 ‘실질적인’ 핵무기 보유국, 현실주의가 절실”

By | 2022년 12월 14일 | 국제, 미분류, 정책, 한반도

‘북한 핵 문제를 해결하려면 5가지 교훈을 새겨야 한다.’ 지난 30여 년간 남한의 대북 정책에 깊이 관여했고, ‘햇볕 정책’의 설계자 가운데 한 사람으로 통하는 문정인 연세대 명예교수의 충고다. 문 교수는 미국평화연구소(USIP) 프랭크 엄 선임연구원과의 최근 인터뷰에서, 남한과 미국이 지녀야 할 5가지 교훈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그 교훈이란, 북한을 있는 그대로 볼 것, 빅딜이 아닌 단계적 방안을 모색할 것, 범죄에 대한 처벌식 접근을 지양할 것 등이다.
그는 특히 북한을 실질적인 핵무기 보유국이라 평가하고, 진정한 ‘현실주의’가 절실하다고 말한다. 북한과의 대화의 전제조건으로 ‘완전하고 검증가능한 불가역적인 비핵화’를 설정해선 곤란하다는 것이다. USIP 홈페이지에 실린 문 교수의 인터뷰를 전재한다. [편집자 주]

✔ 북한은 실질적 핵무기 보유국, 과소평가하지 말아야
✔ 미국과 한국은 북핵 문제가 더 이상 정치화되지 않도록 노력
✔ 제재의 유연한 활용이 북한 인권을 개선에 도움될 것
✔ 최선의 방법은 외교 복원과 갈등의 평화적 해결

판문점 북측 사무소 앞 (사진:셔터스톡)

많은 사람들이 북한이 역사상 7번째이자 2017년 이후 첫 번째 핵실험을 계획하고 있다고 예측하면서, 한반도에 긴장이 고조되고 있다. 이에 대해 윤석열 대통령은 “전례 없는 공동 대응”을 할 것이라고 경고하면서, 북한의 가장 가까운 동맹국인 중국이 북한의 핵실험 강행을 만류할 것을 촉구하고 있다.

북한, 2017년 이후 첫 핵실험 실행할까?

이런 문제에 봉착한 지정학적 환경 속에서, 미국평화연구소(USIP)의 프랭크 엄(Frank Aum) 선임연구원이 연세대학교의 문정인 교수와 한반도 평화에 대해 인터뷰를 했다. 문 교수는 한국에서 세 명의 전직 대통령에게 대북 정책을 조언했고, 1990년대 ‘햇볕 정책’의 설계자 중 한 사람이다. 문 교수는 북한과의 광범위한 접촉을 했던 경험을 바탕으로, 과거의 노력에서 무엇이 부족했는지, 그리고 미국과 한국의 지도자들이 점진적인 비핵화에 초점을 맞춘 대북 접근법을 어떻게 재고할 수 있는지에 대해 밝혔다.

프랭크 엄 : 문 교수님은 지난 30년 동안 남한이 북한과 직접 교섭하려는 노력의 과정에 관여했다. 이런 경험을 바탕으로 볼 때, 미국과 북한, 남한이 서로의 관계를 개선하고 긴장을 줄이기 위해 무엇을 할 수 있을지에 대한 핵심적인 교훈은 무엇일까요? 또 현재 세 나라의 정부들이 이러한 교훈으로부터 뭔가를 배우고 있는 건가요?

북한은 ‘실질적인’ 핵무기 보유국

문정인 : 첫 번째 교훈은, 세 나라 모두 오랜 세월 동안 서로를 과대평가, 과소평가, 때로는 무시하는 실수를 저질렀다는 것이다. 윌리엄 페리(William Perry) 전 국방장관이 ‘페리 프로세스’ 이후에 밝혔듯이, 한국과 미국은 북한을 “우리가 바라는 대로가 아니라, 있는 그대로” 볼 필요가 있다.

예를 들어, 오늘날 북한은 실질적인 핵무기 보유국이다. 그런데 미국, 한국, 일본은 북한에 대해 ‘완전하고 검증가능하며 돌이킬 수 없는 비핵화’를 타협 불가능한 목표로 간주하고 있다. 이런 접근방식은 비현실적이고 객관적인 현실과 동떨어진 것으로 보인다.

두 번째 교훈은 전략적 공감의 중요성이다. 북한을 대할 때는, 북한에 대한 일종의 주관적 이해가 필요하다. 북한 사람들은 한국과 미국이 자기들에 하는 훈련에 대해서는 자위적 행위라고 하면서 북한이 하면 무력도발이라고 하는 것은 이중적인 잣대가 아니냐고 지속적으로 불만을 표시해 왔다.

한국과 미국의 많은 사람들은 북한의 군사훈련, 특히 미사일 시험을 공격적이고 도발적인 것으로 보는 반면, 자신들의 전략자산 전진 배치와 합동 군사훈련, 훈련의 빈도와 강도의 증가는 방어 목적으로 정당화한다.

또 다른 사례는, 북한이 미국의 ‘적대 정책’을 종식시켜 달라고 오랫동안 요구했다는 사실이다. 북한은 이 적대 정책이 북한 체제의 생존을 위협하고 북한 인민들이 발전할 권리를 저해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물론 북한에 대한 어떤 적대적 의도는 없다는 게 미국의 주장이다. 이런 전략적 공감의 결핍과 일방주의는 북한에 대한 정책 실패의 주요 원인이자 북한을 악마화함으로써 치르는 비싼 대가다.

세 번째 교훈은 점진주의의 미덕이다. 원래 북한은 미국의 적대적 정책을 제거하고 정상화하는 대가로 비핵화와 같은 ‘빅딜’을 선호했다. 그런데 2019년 하노이 정상회담에서 김정은이 먼저 ‘점진적(단계적) 딜’을 제안했다. 민간 경제 제재와 관련해 2016년 이후 유엔 안전보장이사회가 결의한 5개 사항을 해제하는 대가로 영변의 모든 핵시설을 완전하고 영구적으로 폐기하자는 것이었다. 트럼프 행정부는 당시 이 제안을 거부했는데, 작은 성공을 통해 신뢰를 구축함으로써 추후에 빅딜로 이어질 수 있는 절호의 기회를 놓치고 말았던 것이다. 문재인 정부도 비슷한 실수를 저질렀는데, 한꺼번에 너무 많은 진전을 추구하려다 너무 많은 약속을 한 것이다. 그 약속들은 결국 추진되지 못했고, 북한의 불신만 깊어지는 결과를 낳았다.

네 번째 교훈은 범죄에 대한 처벌식 접근의 한계이다. 미국과 한국 정부에서 어떤 사람들은 북한이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결의를 위반하는 범죄를 저질렀기 때문에 처벌받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반면, 북한은 어떠한 국제법도 어기지 않았고 처벌은 부당하다고 주장한다. 이러한 차이가 해소되지 않는다면, 어떤 진전도 기대할 수 없다.

사진:셔터스톡

‘긍정적 강화’의 기술을 배워야

여기서, 우리는 미국의 저명한 심리학자 B.F. 스키너가 말한 ‘긍정적 강화(positive reinforcement)’의 기술을 배울 필요가 있다. 트럼프 행정부 시절에 북한이 보여준 긍정적인 행동들은 제대로 보상받지 못했던 반면, 2018년 8월부터 2020년 3월까지 북한은 25건의 추가 제재를 받았다. 하지만 압박과 부정적인 강화 전략은 비효율적이고 심지어 역효과를 내는 것으로 입증되었다.

마지막으로 모든 관련 당사자들, 특히 미국과 한국은 북핵 문제가 더 이상 정치화되지 않도록 모든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

프랭크 엄 : 어떤 사람들은 북한의 비핵화를 위한 평화 우선의 접근법을 주장하기도 한다. 그러나 북한의 1차 핵실험이 있기 10년 전인 1996년에 미국이 평화회담을 제의했지만, 그 이후 과정은 흐지부지됐다. 왜 그 당시에는 평화 중심의 접근법이 효과가 없었는지, 또 이러한 유형의 접근방식이 현재의 환경에 맞게 조정되려면 어떻게 변화되어야 할지?

문정인 : 1991년에 미국 정부가 한국에서 전술핵을 철수하고 팀스피리트 훈련을 중단하기로 결정했을 때, 북한은 ‘한반도 비핵화 공동선언’과 ‘상호 불가침과 화해 교류협력 기본합의’, ‘원자력 안전보장 협정’을 체결하는 등 근본적으로 다른 접근법을 보여주었다.

그러나 1993년 딕 체니(Dick Cheney) 당시 미국 국방장관이 팀스피리트 훈련을 재개하자, 북한은 기본합의를 파기하고 핵확산금지조약(NPT)에서 탈퇴하겠다고 위협하면서 한반도에서 첫 번째 핵 위기를 촉발시켰다. 이 위기는 1994년 6월에 지미 카터 전 대통령이 평양을 방문하고 1994년 10월에 ‘제네바 기본합의서’가 체결되면서 겨우 모면하게 되었다.

1996년 4월, 클린턴 대통령의 방한 직전에 북한은 비무장지대 인근에서 군사적 도발을 강화했다. 이 긴장을 완화하기 위해, 클린턴과 김영삼 대통령은 미국, 북한, 한국, 중국이 참여하는 4자회담을 추진하기로 합의했다. 1997년부터 1999년까지 계속된 4자회담은 북한과 한미 사이의 극복할 수 없는 이견 때문에 성공하지 못했다.

북한의 요구에는 ‘북-미 평화협정(남한 제외)’과 북미 외교 정상화, 주한미군 철수, 한미 워게임 중단, 전략무기의 한국 배치 불가 등이 포함되어 있었다. 한국은 미국과 중국이 보증하는 ‘남북 양자 평화협정’을 맺기를 원했다. 미국은 북한의 군사적 도발을 막고, 군사적 긴장을 완화하며, 북한의 정전협정 무효화 시도에 반대하면서 현상 유지에만 관심이 있었다.

1996년 클린턴-김영삼 평화 구상은 북한의 근본적인 불만(즉, 미국의 적대 정책의 종식)을 해결하지 못했기 때문에 실패했다. 페리 프로세스는 2000년 6월 남북 정상회담으로 이어지는 대화와 외교의 동력을 어느 정도 되살리는 데에는 성공했지만, 부시 행정부의 강경책이 등장하자 2002년 2차 북핵 위기가 촉발되었다.

대북 ‘적대 정책’ 철회 조처와 점진적 비핵화 조처의 연계

현재의 외교적 교착 상태가 갖는 함의는 분명하다. 한미 양국은 북한의 핵심 요구, 즉 비핵화의 대가로 상응하는 적대적 정책을 제거해야 한다. 북한이 적대적 정책의 종료로 간주하는 것들은 한미 연합 군사훈련 중단, 전략무기의 철수, 종전선언 채택, 정전협정 평화협정으로의 전환, 북미 국교 정상화, 제재의 해체 등이 있다. 물론 이러한 조치들은 북한의 점진적인 비핵화 수준과 연계되어야 한다.

프랭크 엄 : 인권 문제는 북한 안보와 관련된 대화에서 분리되어 있었는데, 어떤 사람들은 이 문제를 다루는 것이 비핵화에 대한 진전을 복잡하게 하고 지연시킬 것이라고 믿고 있다. 인권 옹호자들을 만족시키면서도 북한이 회담을 기피하지 않도록 하는 방식으로 이 주제를 꺼낼 수 있는 효과적인 방법이 있을까?

문정인 : 나는 그런 마법 같은 해결책을 찾지는 못하겠다. 북한에게 인권 문제는 체제의 안전보장과 직결되는 실존적 문제다. 그들에게 인권에 대한 노골적인 요구는 국가 안보와 동일시되는 정권 안보에 직접적인 위협을 가하는 것과 같다. 북한의 수령체제는 수령을 당, 국가, 인민, 군대와 동일시하는 ‘사회적 유기체’ 이론에 기초하고 있다.

북한 인권에 대한 공식적인 비판은 핵 문제에 대한 협상을 방해하거나 논점 이탈을 가져올 것이다. 따라서 미국과 한국의 인권 옹호자들을 만족시키는 것은 매우 어려운 일이다.

제재의 유연한 활용이 북한 인권 개선에 도움

인권의 옹호자들은 ‘메가폰 외교’(낙인찍기와 수치심을 주는 전술)에 크게 의존하고 있는데, 탈북자들이 운영하는 일부 한국 단체의 경우에는 국내외로부터 재정적 지원을 확보하는 데 초점을 맞추고 있기 때문에 더욱 그렇다. 안보와 핵 협상을 인권 문제와 분리하고, 북한 당국자들과 신뢰를 쌓고 자발적으로 인권에 대한 양보를 하도록 설득하는 것이 최선의 방법이라고 생각한다. 그래야 김정은의 체면을 세울 수 있다. 이런 식의 조용한 외교는 2000년 6월 평양 정상회담 이후 실제로 효과가 있었다.

궁극적으로 개방과 개혁을 이끌어낼 수 있는 시장과 시민사회가 성장하지 않고서는 북한의 인권상황은 결코 개선되지 않을 것이다. 아이러니하게도 제재를 유연하게 활용하는 것이 북한 인권을 개선하는 최선의 방법인 것 같다. 내가 보기에 인권은 외부에서 강요될 수 없다. 북한 주민들이 스스로 자신들의 권리를 향상시키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

프랭크 엄 : 대부분의 전문가들은 북한이 장기적으로 핵무기를 포기하지 않을 것이라는 데 동의한다. 그러나 미국이 북한을 핵무기 보유국으로 ‘인정’할 가능성은 매우 낮다. 이러한 딜레마를 고려할 때, 두 나라가 평화롭게 공존할 수 있는 방법이 있을까?

이미지:셔터스톡

외교 복원과 갈등의 평화적 해결이 최선책이다

문정인 : 2018년 9월에 평양에서 겪은 나의 개인적인 경험(남북 정상회담)으로 볼 때, 김정은과 북한의 엘리트들은 조건이 맞으면 핵무기를 포기할 용의가 있었다. 그러나 북한은 2022년 9월 8일, 핵무기 보유를 공식적이고 합법적으로 보장하는 ‘원자력법’을 제정했다.

(제재를 통한) 억제력과 위기 안정화는 유용한 수단이지만, 지속적인 안보 딜레마를 전제로 하고 있기 때문에, 북핵 문제에 대한 역설적인 해결책에 해당한다. 외교를 복원하고 갈등을 평화적으로 해결하는 것이 최선의 방법이다. 물론 우리 모두 이것이 쉽지 않다는 것을 안다. 그러나 북한에 대한 우리의 사고방식이 근본적으로 변화한다면 새로운 지평을 열 수 있다. 북한을 공식적인 핵보유국으로 인정할 수는 없지만, 북한의 핵무기 능력을 인정하고 그런 이해를 바탕으로 북한과 협상을 해야 한다.

그런 점에서 진정한 현실주의가 절실하다. 북한을 핵무기 보유국으로 인정하지 않더라도 북한과의 교전에서 북한의 핵무기 능력을 고려하는 것은 당연하다. 이것은 우리가 어떤 식으로든 대화의 전제조건으로 ‘완전하고 검증가능한 불가역적인 비핵화’를 설정할 수 없다는 것을 의미한다.

우리의 불가역성 요구 때문에, 김정은이 북한의 핵무기 보유는 불가역적이라는 입장을 표명하게 되었다는 점을 명심해야 한다. 완전한 비핵화는 여전히 최종적인 목표로 남아 있게 될 것이다. 그러나 협력을 통한 위협의 감소와 모종의 핵무기 통제 회담을 통해서, 미국의 적대 정책 제거, 제재 축소 및 포괄적 에너지 지원 제공의 대가로 북한의 핵 능력 동결, 롤백 및 폐기로 이끌어갈 수 있을지에 대한 현실적인 접근법을 모색해야 한다. 이것은 원자력의 평화적 사용도 포함할 것이다.


문정인은
연세대 명예교수이자 세종연구원 이사장이다. 문재인 대통령의 외교안보특보(2017~2021)를 역임했고, 현재 ‘아태 핵 비확산 군축 리더십 네트워크’(APLN) 부의장과 영문 계간지 <글로벌 아시아>(Global Asia)의 편집장을 맡고 있다.


프랭크 엄은
미국평화연구소(USIP)의 선임연구원이다. 동북아의 긴장을 완화하고 한반도 평화와 안정을 증진하기 위한 외교의 강화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2010~17년 미국 국방부에서 장관실 대북정책 수석보좌관 등으로 근무했다. UCLA에서 법학박사 학위를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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