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은 문재인 전 대통령의 강력한 반발에도 서훈 전 국가안보실장을 서둘러 구속기소했다. 문 전 대통령은 “서훈처럼 오랜 연륜과 경험을 갖춘 신뢰의 자산은 다시 찾기 어렵다. 그런 자산을 꺾어버리다니 너무나 안타깝다”고 통탄했다. 결국 문 전 대통령에까지 조사의 손길이 뻗칠 것인가?

되풀이되는 정치보복 풍랑에 세밑 정국이 몹시도 뒤숭숭하다. ‘박지원의 식탁’의 네 번째 메뉴는 ‘대통령과 전직 대통령’이다. 준비되지 않은 정권의 무능을 감추고, 낮은 지지도를 전 정권을 제물 삼아 돌파하려는 관행을 깨고 미래로 나아가는 길을 모색해보자는 것이다. [편집자 주] 

✔ 숙명적 라이벌 DJ-YS, 치열하게 싸우면서도 도와주고 공생✔ 정권 바뀌면 으레 전직 대통령에 정치보복, DJ만 예외✔ 전 정권 임명했다고 국정원 간부 대거 대기발령 하다니✔ 역대 정권에서 없던 일로 엄청난 국가적 안보적 손실✔ 공직 사회 손 놓고 복지부동, 어설픈 칼춤에 나라 멍들어  

김유정 : 박지원의 식탁 일주일 만에 다시 돌아왔습니다. 전직 대통령 하면, 이건 여쭤보나 마나 한 질문이긴 한데요. 저는 김대중 대통령님 그리고 제가 돌아가셨을 때 서거 성명을 냈던 노무현 대통령님 두 분이 떠오르거든요. 실장님은 어떠세요?

박지원 : 뭐 똑같죠. 요즘 제가 초청 강연을 많이 다니는데, 윤석열 대통령의 정책과 DJ의 정책을 비교하면 굉장히 반응이 좋아요.

이관후 : 윤 대통령이 월드컵 대표 선수들을 불러서 식사를 하고.

윤 대통령, 월드컵 대표 선수들과 만찬 잘했다

박지원 : 제가 몇 번 얘기했어요. 윤 대통령이 붉은악마 옷 입고 치맥 시켜서 김건희 여사랑 수석, 비서관, 행정관들 하고 “대한민국~” 이렇게 응원하라고 했는데 한 번도 안 하더니 16강 되니까 숟가락 얹는 거죠. 이런 환영 만찬은 100번이라도 해야죠. 그렇지만 158명의 이태원 참사 희생자들은 어떻게 되는 거예요?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하고도 관저 만찬을 했더라고요. 그래서 나는 거듭 말씀드리지만, 대통령이 지지도가 올랐다고 굉장히 좋아하신다는데, 사실 성공해야 돼요. 그러기 위해서는 관저 2호 포옹 대상으로 이재명 대표(와 관저 만찬을 해서) 국민이 협치한다(고 인식하게 하고요). 두 번째로 MBC 대통령실 출입 기자의 등 때리면서 잘 좀 도와줘요(이렇게 하고). 세 번째 이상민 장관 해임하고 유가족들 얘기 한 번 들어주면 아마 지지도가 훨씬 많이 올라갈 거예요. 문제는 잘 돼야 하는데 왜 그것을 못하는지 모르겠어요.

김유정 : 저도 이해가 잘 안 됩니다. 굉장히 쉽게 대통령이 된 분인데 마음만 먹으면 얼마든지 잘할 수 있을텐데, 그 엄중한 자리에서 왜 이렇게 국민을 갈라치기하고 제대로 못하는지 날마다 회의감이 들고 답답합니다. 그런데 최근에 국정원 인사를 보면 직전 국정원장님으로서 기가 막히시죠.

박지원 : 이제 그건 좀 잊고 싶어요.

김유정 : 직전 정권에서 일했던 국정원 직원들이 무슨 죄가 있습니까? 지난번에 1급 대기발령하고 전원 거의 퇴직시켰고, 이번에는 2, 3급 100여 명에 대해 전원 대기발령 상태라고 하는데, 정말 역대 정권에서 없던 일 같거든요.

윤석열 대통령이 8일 청와대 영빈관에서 열린 축구 국가대표팀 환영 만찬에서 카타르월드컵 영상을 시청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국정원 2, 3급 직원 대기발령, 무슨 잘못이 있나

박지원 : 없었죠. 혹자는 김대중 문재인 정부일 때도 있었지 않냐(하는데), 있었어요. 그것은 김대중 대통령 때는 정치 사찰을 중단시키면서 현저하게 옳지 않은 행동을 한 사람들은, 최초로 정권교체를 했기 때문에 (해임 등의 조치가) 있었고 문재인 대통령은 당시 서훈 원장이 부임해서 국내 정보 수집 분석하지 마라, 그래서 수집 분석 2개 국을 없앴어요. 정치 사찰 담당 파트도 없앴는데 이분들을 서훈 전 원장은 교육을 시켜서 새로운 부서에 다 보직을 줬어요.

물론 과거 청산(을 위한 국정원) 개혁위원회에서 관계됐던 사람들은 감옥도 갔고, 또 해직도 당하고 그랬죠. 그렇지만 이렇게 어떤 비리도 없이, 또 국정원의 1급이 27명이라는 것은 그 자체가 비밀이에요. 그런데 이게 5~6개 월 전에 탄로가 났고, 그분들은 직위 해제해서 집으로 보내고 일부는 직위 해제된 상태에서 있는 거예요. 거기다가 이번에 2, 3급들이 다 대기발령 받았는데 이건 있을 수 없는 거예요.

김유정 : 국가적으로도 엄청난 손실 아닌가요.

박지원 : 엄청난 안보 공백이죠. 제가 구체적으로 얘기를 하면 저는 진짜 개혁된 국정원을 존경하고, 애국심과 헌신을 가지고 있는 질 높은 우리 국정원 직원들을 사랑합니다. 그런데 지금 4급 인사를 해야 돼요, 이 사람들 (나중에) 또 보복당할 거 아니에요? 특히 국정원은 아주 상명하복이 분명한데, 그런 의미에서 제가 만약 이번 검찰 조사를 받아서 부당한 지시를 했다고 하면 제가 책임지겠어요.

그리고 제 눈에도 굉장히 유능한데 왜 한직에 있느냐고 물어보면 ‘과거 박근혜 정권 때 국내 파트에서 이렇게 잘 나갔고 저것에 관계됐다’ (이러는 겁니다), 그래서 그게 무슨 소리냐 이제 같은 직원인데, 그리고는 내가 좋은 자리로 좋은 보직으로 다 옮겼어요. 그 사람들을 만약에 내가 발탁을 안 했으면 좀 괄시받고 살았기 때문에 윤석열 정권에서 훨씬 좋은 자리로 갈 거 아니에요? 이 사람들이 내가 발탁했기 때문에 지금 다 집으로 가버리는 거예요.

무고한 공무원을 대상으로 한 정치 보복

김유정 : 이거야말로 그냥 무고한 공무원들 대상으로 정치 보복하는 거 아니에요, 그렇죠.

박지원 : 한 가지만 더 말씀드리면 당시 언론에 많이 보도됐어요. 국정원에서 데이비드슨 작전, 소위 김대중 김홍업(김대중 전 대통령 차남) 박지원이 막대한 외화 도피를 해서 미국에 부동산을 가지고 있다, 외교 행낭으로 몇 백만 달러씩 미국으로 보냈다, 이렇게 모략을 하더라고요.

그런데 그걸 국정원 전 원장이 카운터 파트인 미국의 CIA, FBI에 수사 의뢰를 했고, 또 국정원이 국세청에 국정원 예산을 지원해서 미국의 국세청 IRS에 (조사 의뢰를)했는데, 없잖아요. 없으니까 무혐의가 된 거예요.

김유정 : 어떻게 그런 일을.

박지원 : 그런데 제가 국정원장으로 부임하니까 저한테 보고를 하는 (겁니다). 그래서 제가 덮어라(고 했죠), 여기 책임자들은 개혁위원회의 과거사 청산 차원에서 감옥도 갔고 면직도 됐는데, 왜 보고를 하느냐 (그랬더니), 실무자들이 있다는 겁니다.

그때 김대중 대통령과 만델라 대통령이 생각나더라고요. 왜 이분들이 존경받는가? 용서하고 통합으로 갔기 때문이다, 제가 그랬어요. 김대중 대통령이 용서하고 통합으로 갔는데 비서실장이 와 가지고 이걸 까봐서 그 실무자들을 어떻게 하란 말이냐, 덮어라, 보고하지 마라, 라고 오히려 무색을 줬어요. 그랬더니 (소문이) 국정원에 쫙 퍼지더라고요. 이야, 우리 원장 멋있다 해서 잘 단결이 됐어요. 이렇게 역사를 정리하고 가야 돼요.

국정원 60년 역사는 DJ 탄압사였다

제가 그 얘기도 했어요. 국정원이 지난해에 설립 60주년이 됐어요.

“국정원 60년사는 김대중 탄압사다. 박정희 김종필의 중앙정보부가 김대중을 토막 살인을 하려고 했고, 현해탄에 빠뜨려 죽이려고 했고, 전두환 노태우의 안기부가 사형 선고를 했고, 망명을 보냈다. 이명박 박근혜의 국정원이 가장 나쁜 외화 도피를 했다고 해서 그렇게 치열하게 (조사)했지 않느냐, 그러나 없으니까 오히려 명예 회복이 된 거다. 그래서 우리 국정원은 30년간 김영삼 김대중 노무현 이명박 박근혜 문재인 (정부의) 개혁 대상이 됐고 개혁의 주체가 못 됐다. 이제 완전히 개혁했기 때문에 국내 정보 수집 분석 안 하고 정치 개입하지 않고 했기 때문에 우리가 당당하게 나가자.”

그래서 과학으로 나간 거 아니에요. 그래서 오늘의 국정원이 됐는데 이게 무슨 비리가 있다든지 박지원과 문재인 정부에서 인사했다고 해서 이렇게 무자비하게 보복을 해버리면. 이 사람들 전부 특수직입니다. 다음에 어떻게 하겠어요?

김유정 : 그러니 누가 충성을 다해서 일을 할 마음이 날까요. 2, 3급 직원에 대해서까지 이렇게 하는 거는 정말 상상 못했던 일이고요.박지원 : 비리가 있으면 해야죠.김유정 : 물론 그렇죠. 하지만 100여 명이 전부 대기발령을 받을 만한 그런 비리가 어디 있는지.

박지원 : 그보다 조금 많아요. 더 많을 거요. 왜냐하면 5~6개 월 전에 1급 부서장 27명을 대기발령으로 축출하면서 그때 주요 보직 자리는 다 직위 해제해서 대기하고 있거든요.

이관후 : 이렇게 많이 보직 대기가 되면 지금 정보기관으로서 국정원이 제대로 역할을 (할 수 있습니까), 지금 작동이 안 되는 거 아닙니까?

박지원 : 그렇기 때문에 지금 2, 3급 자리에 4급들이 승진해서 있는 사람도 있고, 4급으로 직무 대행을 하는 사람도 있다고 그러는데, 그 사람들이 잘하겠죠. 하지만 공무원이 이사관, 부이사관 되려면 거의 25년, 30년이 걸립니다. 1급은 30년 이상. 그런 인재들이 단지 박지원과 문재인 정부에서 발탁됐다고 해서, 더구나 제가 개인적으로 발탁한 것도 아니고. 이건 아니죠. 윤석열 대통령이 50년, 500년 대통령 하나요.

이관후 : 다른 공직 사회도 이렇게 하면 좀 무리가 될 것 같은데, 정보기관 아닙니까? 말 그대로 국가의 비밀을 다루는.

공무원 복지부동 계기 될까 우려

박지원 : 나는 이것이 어떤 신호탄이 됐다, 공무원들이 복지부동하고 일하지 않는 그런 계기를 만들어준 것 아닐까, 그렇게 생각해요. 보세요. 감사원에 사무총장이 새로 와 가지고 계엄군 사령관이나 마찬가지야. 감사원이 바로 안 서잖아요.

김유정 : 그렇지 않아도 공무원들이 지금 움직이지 않는다, 이런 얘기들이 종종 들리거든요. 그러니까 사실은 부처에서 1년 농사 중에 제일 중요한 게 대통령 업무보고잖아요. 그런데 그 업무보고에 간부들을 배석도 안 시키고 장관하고 독대해 가지고 그냥 대통령이 다 말씀하시고, 그렇게 내려간 것도 제대로 안 되고 있고.

대체로 실국장급들은 1년에 한 번 대통령 가까이서 뵙고 또 그 부처의 주요 정책들을 논쟁도 하고 보고도 하고 이런 기회잖아요. 굉장히 좋은 기회고 중요한 기회인데 그것마저도 제대로 안 되고 있다는 거에 대해 실망이 크고. 뭐 알아서 하세요, 이런 느낌이 있다는 거예요.

그런 데다가 업무보고 양상을 보면, 바로 당일에 취소를 하고 연기도 하고, 대통령실에서 그 업무보고의 중요성에 대해서 전혀 인지하지 못하고 있다는 생각이 들어서. 그러니 공무원들이 복지부동하죠. (게다가) 정권 바뀌면 이렇게 보복까지 당하니. 직권남용 이런 얘기 해가면서. 그러니까 공무원들이 일을 하고 싶은 맛이 안 날 것 같아요, 요즘.

박지원 : 국회에서 장관 답변하러 왔는데, 언론에서 ‘직원들 많이 따라왔다, 국정감사 때 수십 명이 동원됐다’ 이렇게 지적하는데요. 저는 장관하면서 또 정부에서 일하면서 그 공무원들한테 “이것이 교육이다, 국회가 어떻게 일을 하는가, 답변은 어떻게 하는가, 이런 게 교육이니 열심히 해야 한다”라고 했어요.

그리고 대통령의 새해 업무보고는 실국장이 대통령과 대화할 수 있는, 소통할 수 있는 좋은 기회이고, 또 자기들의 업무에 계획을 세울 수 있는 좋은 기회인데 (제대로 못하고 있으니). 그리고 사실 그렇잖아요. 우리가 식탁에 앉아서 밥 먹는 게 왜 중요해요? 서로 얼굴 보고 얘기하는 게 중요하지요. 그 실국장들은 그때 대통령 안 보면 못 봐요. 볼 기회가 없어요.

이관후 : 과거에 부처에서 실장들이 업무보고에 같이 갔다가 구체적인 정책에 대해서 물어보면 실장이 직접 대답을 하고, 또 대통령이 물어보신 얘기에 대해서 가끔은 토론도 하고, 토론까지 벌어져서 나중에는 대통령이 그 실장을 기억하고, 그리고 발탁도 하고 그랬다고 들었습니다. 그래서 공무원들도굉장히 열심히 공부를 해 가는 거죠. 대통령이 직접 물어보면 답변을 해야 하니까.

박지원 : 당연히 그렇죠. 나도 장관을 해 봤지만, 그 부처 출신의 장관 같으면 업무를 잘 알죠. 그렇지만 대개 장관들 중에서 그 부처 출신은 한두 명밖에 없거든요. 그러면 업무를 몰라요. 대통령한테 보고하는 것은 실국장들, 실무자들이 써준 걸 가지고 하는데, 핵심 포인트를 대통령이 파악하려면 실국장들 의견을 들어봐야 돼요.

김유정 : 그래서 정말 그 부처의 어떤 핵심적인 역할들을 실국장이 사실상 하는 거잖아요. 장관이 다 할 수 없으니까. 그런데 그런 공적 인사들의, 공무원들의 소중함에 대해서 잘 모르고 있는 게 아닌가. 그 역할이나 이게 얼마나 중요하다는 거, 뼈대들을 이루고 있는 건데 사실은 국정 운영에 그걸 모르고 있다는 생각이 들어서 앞으로 이 나라의 운명이 어찌 될지 걱정도 되는데요.

국정원 직원뿐만 아니라 지금 서해 공무원 사건 관련해서도 서훈 실장이 최종 책임자였다, 뭐 이런 식으로 검찰 수사 결론을 내렸다고는 하지만, 기자들이 문재인 전 대통령에 대해 물어보니까 ‘법률을 초월하는 통치 행위는 없다’, 뭐 이런 말을 한동훈 법무부 장관이 했어요. 그러면 결국에는 문 대통령에게도 가겠다는 것인지, 최종 목표에 대해 여러 가지 추측들이 지금 나오고 있는데 실장님 어떻게 보세요.

10월 27일 오전 국회 의원회관에서 더불어민주당 윤석열정권정치탄압대책위원회 주최로 열린 서해 공무원 피격 사건 및 흉악범죄자 추방 사건 관련 기자회견에 참석한 서훈 전 국가안보실장 (사진:연합뉴스)

 

서훈은 남북관계의 ‘국보’

박지원 : 제가 2000년 육로로 6·15 남북 정상회담의 특사로 서훈 단장하고, 김보현 국장하고 셋이 다녔어요. 회담하고 와서 김대중 대통령께 제가 보고를 하면서 “이 두 사람은 국보입니다. 서훈은 국보입니다”라고 말했습니다.

어떻게 북한 특사가 나한테 질문할 걸, 답변할 걸 다 담았더라고요. 그리고 회담 중간이나 끝난 뒤 두 사람이 나한테 뭐 장관님이 이거 어쩌고 이제 평가를 하잖아요. 내가 “당신들 간첩 아니냐. 나는 아무것도 모른다고, 허수아비 만들어서 저쪽하고 다 짜서 하지 않느냐”(고 했을 정도였습니다). 김영삼 정부 때 북한에 파견돼 그곳에서 한 3년 살았어요. 그리고 그 후 모든 남북관계에 서훈의 발길과 손길이 다 간 것입니다. 전문가예요. 경험이 있어요. 실무적이에요. 그분은 정치인 아니에요. 오직 남북 평화를 위해서 남북대화를 위해서 일하시는 분이죠.

윤석열 대통령도 지금 담대한 구상으로 공격을 하면서도 대화하자는 것 아니에요? 외교적으로 풀자는 것 아니에요? 문재인 대통령도 평양 2018년이죠, 회담하면서 저를 두 번 불러가지고 제 경험도 듣더라고요. 그러니까 윤 대통령도 북한과 회담을 위해서는 서훈 전 실장의 그 30년 축적된 노하우가 반드시 필요한 것 아니냐(는 것이죠).

정보기관으로서 중요한 인적 네트워크가 북한에도 있지만 미국, 일본, 중국, 프랑스, 영국 전 세계에 있는 거예요. 남북관계는 서훈 실장이 지구상에서 제일 전문가고 실무적으로 네트워크도 많다고 하는데 저런 보배 같은 국보 같은 인적 자산을 그런 일로 구속한다, 이것은 저는 있을 수 없다고 생각하고, 사람을 키우지 않는 나라의 미래는 없다, 저는 그렇게 생각해요.

김유정 : 공정과 상식이 모토인 정권에서 이 정도 상식도 통하지 않는다는 (반증이죠).

박지원 : 우리 김옥두(DJ 가신 측근, 새천년민주당 사무총장 역임) 총장님 계시잖아요. 제가 전화를 하면 박 실장 다 잘하는데 자랑하지 마라, 하시는데, 사실 왜 제가 정치 9단 소리를 듣습니까?

김유정 : 아니 DJ가 10단이셨으니까 9단 적어도 9단은 하시는 거지요.

박지원 : 이게 단순하게 대통령께서 비교되는 게 아니에요. 우리가 지금 말씀하신 전직 대통령들은 어땠다, 거기에서 우리가 귀감을 찾자 이거죠. 김대중 대통령은 토론을 중시하잖아요. 노무현 대통령은 장관할 때 같이 일해 봤지만 (토론은) 안 했어요.

노무현 대통령이 대통령 나왔을 때 기업인들이 굉장히 걱정했어요. 이 양반이 친노동적이고 기업을 좀 경시한다고. 그분이 해수부 장관을 할 때 우리나라가 IMF 이후라 모든 기업들의 부채 비율을 200%로 낮추라고 했습니다. 낮추라고 했는데 청와대로 저한테 두 번인가 세 번을 찾아왔어요. 해운업은 배를 사는 게 아니라 용선, 혹은 사더라도 해외 금융 지원을 받아서 배를 사요. 그러니까 부채 비율이 굉장히 높아지고, 해외 선박으로 운임을 달러로 벌어 오기 때문에 달러 박스다, 그런데 이걸 200%로 하라고 하면 어떻게 해운업이 존재하느냐(고 해요).

난 무조건 안 됩니다(고 했지요). 내가 그때는 실세였으니까. 그렇지만 노대통령이 그렇게 찾아와서 얘기를 해서 결국 제가 김대중 대통령께 설명해 가지고 500%로 해운업을 해준 적이 있어요. 그래서 이런 합리적인 토론을 중시하고, 또 노무현 해수부 장관은 해운업자 편에서 얘기를 해줘야 되는 거예요.

지금 화물연대 파업에서 원희룡 국토교통부 장관은 강하게 얘기할 수 있어요. 산업 편에서. 그러나 노동부 장관이나 김문수 경사노위 위원장은 노동자 편을 들어줘야 되는 거예요. 그래야 타결되는 거예요.

화물연대 파업, 정부 누군가는 노동자 편들어야

김대중 대통령이 OECD인지 WTO인지 가입을 할 때 이제 우리 농어촌이 굉장한 타격을 입는다 하니까 ‘농어촌 대통령’이라고 별명이 붙은 김영진 의원이 제네바에 가서 데모를 하고 혼자 1인 시위를 하고 일본에 가서 왕궁 앞에서도 하는 거예요. 그러니까 국제적으로 좀 망신스럽더라고요. 그래서 제가 김대중 대통령한테 “김영진 의원을 좀 야단을 치겠습니다. 지금 들어오도록 하겠습니다”라고 했더니, 김대중 대통령께서 “그냥 둬, 그 갈 곳 없는 의지할 곳 없는 농업인들이 얼마나 지금 걱정을 하느냐. 그러면 정부 누군가 민주당 누군가는 당신들 편이다, 해서 싸워주는 모습에서 위안을 찾는다. 그러니까 나중에 하자”라고 하신 적이 있어요.

지금 윤석열 대통령이 저렇게 화물연대에 대해서 강하면 안 돼요. 그런데 재미있는 것은 제일 강하신 김문수 경사노위 위원장이 옳은 말도 하시데요. 뭐라고 하냐면 윤석열 대통령이 화물연대 노동조합 사람들은 북한의 미사일보다 더 나쁘다, 그런 식으로 얘기를 하니까 “그건 너무 심합니다”(라고 해요). 그 사람이 정신이 드나 봐요.

김대중 대통령이 집권을 했어요. 노동자들이 제일 많이 구속됐습니다. 사실은 김대중 대통령이 민주노총 전교조를 호적에 올려줬어요. 합법화시켰단 말이에요. 그런데 그 두 단체가 김대중 정권 퇴진 운동을 맨 먼저 시작했고요. 노벨 평화상을 받는다고 하니까 민주노총에서는요, 노르웨이 오슬로까지 가서 데모하면서 노벨 평화상 주지 말라고.

그럼에도 김대중 대통령은 그렇게 소통하면서 했고, 그때 당시 ILO(국제노동기구)하고 제네바 국제인권기구에서 ‘어떻게 인권, 노동운동을 지지한 김대중 대통령이 그렇게 노동자를 제일 많이 구속하냐’ 해가지고 여기 조사단이 나왔어요. 제가 만났었는데 그때 이무영 경찰청장, 얼마 전까지 적십자사 총재를 하신 박경서 인권대사가 있었는데, 이제 그분들이 다 했어요. 그래서 보여줬어요. 우리는 합법적인 노동권은 보장하지만 불법 폭력 시위는 반대한다 했더니 ILO 대표단 대표가, 비보도를 전제로 민주노총한테 불법 폭력 시위는 하지 마라, 이렇게 간 거예요.

그래서 저는 윤석열 대통령이 어떤 경우에도 합법적인 노동권을 인정하고 계속 대화 협상을 통해서 지하철 노조처럼 철도노조처럼 조선노조처럼 타결하는 것이 좋지, ‘강 대 강’이 결코 최선은 아니다, 그리고 어떻게 아무리 미워도 화물연대 민주노총을 향해서 북한 미사일 쏜 놈하고 똑같다, 하면 그게 되겠어요.

김유정 : 대통령이 노동자를 향해서 할 수 있는 언어는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생존권 투쟁이잖아요, 사실은. 정말 목숨을 건 투쟁인데.

박지원 : 민주노총이나 한국노총이나 공히 국민의 지지를 받는, 국민 속에서 함께 해야지, 산업 발전을 저해하거나 국민 불편을 주면 국민 지지를 못 받아요. 국민 지지를 받지 않는 대통령도 정부도 노조도 성공할 수 없다는 것을 알아야 돼요.

김유정 : 대통령이 국민을 사랑하는 마음, 애민 정신을 가지고 노동자 입장에서 얘기를 해가야 하는 거 아니겠습니까?

백성이 하늘이다, 국민이 먼저다

박지원 : 철학적으로 안 돼요. 김대중 대통령은 ‘백성이 하늘이다’, 문재인 대통령은 ‘국민이 먼저다’ (했는데), 윤석열 대통령은 윤핵관이 먼저라서요. 그게 안 돼요.

김유정 : 그렇게 큰 기대도 아닌 것 같은데 이게 상식적인 생각 아닙니까? 공정과 상식이 모토인 정권에서 이 정도 상식이 통하지 않는다면.

박지원 : 임기 초에 영국 <이코노미스트>가 뭐라고 했어요. 윤석열 대통령은 기본이 안 되어 있다, 어떻게 외신에서, <이코노미스트>는 그렇게 정확하게 보았을까, 그것도 경탄스러워요.

제가 예측했잖아요. (윤 대통령 국정) 지지도 올라간다. 왜? 문재인 용공, 이재명 비리 이렇게 해서, 특히 문재인 서훈 박지원을 잡아넣으면 극우 보수는 뭉쳐서. 화물연대 같은 거 저렇게 강경하게 하면은 또 뭉쳐요. 그래서 올라간다고요, 제가 가장 염려하는 것은.

민주당, 3분의 2 의석으로 개혁을 주도해야

윤석열 대통령이 소위 5대 개혁하겠다는 것 중에서 정치, 연금, 노동개혁 이건 설득력이 있잖아요. 그러니까 민주당이 먼저 3분의 2 의석을 가지고 있으니까 TF(태스크 포스)를 구성해서 개혁을 주도해라. 라고 했죠. 저는 왜 그랬냐, 이걸 내다 본 거예요. 화물노조 같이 이렇게 강경으로 하면 올라간다니까요. 그래서 윤석열 대통령은 민주노총을 박살 내기로 (한 것 같아요).

여기에다가 주 52시간 노동제, 최저임금 노동제를 흔드는 거예요. 그러면요, 대기업 중소기업 자영업자 영세상인, 저 목포 골목에서 장사하는 식당 주인도 최저임금, 주 52시간제 (흔드는 것) 찬성을 합니다. 그리고 일부 노동자들도 ‘내가 주 52시간 더 일해서 배로 받으면 내 수입도 는다’라며 장사하는 사람이 있어요.

그래서 내가 민주당이 특위를 만들어서 사용자 중소상인 영세상인 학계 언론계 다 TF를 만들어서 거기에서 앞으로 노동은 어떻게 해야 될 것인가(를 논의하자고 했지요). 최저임금, 주 52시간제 이걸 흔들면은요 (대통령) 지지도 올라갑니다. 그런데 민주당이 아무것도 하지 않고 있으니까.

김유정 : YS와 DJ의 숙명적인 라이벌 관계라고 해야 될까요. 과거 에피소드도 많이 아시고, 곁에서 지켜보시기도 하셨고. 박지원 : 두 분은 서로 정치 9단들 아니예요? 그러니까 치고받고 도와주고 공생을 하죠. DJ와 그렇게 앙숙이면서도 이회창 김대중 후보 때 사실상 YS가 DJ 당선을 도운 거예요. 그런 정치력을 가지신 분인데 IMF라는 외환위기가 와서 완전히 실패한 대통령이 되었잖아요,

김유정 : 당시에 청와대 직원들이 YS 정권 말기에 택시 타고 '청와대 갑시다’ 그러면 기사분들이 그렇게 욕을 하셔서 택시 타기도 힘들었다고 그러더라고요.

박지원 : 그때는 뭐 말도 아니었죠. 그런데 YS가 (DJ)임기 5년 내내 명예 회복을 하고 싶어하는 거예요. 내가 IMF 외환위기를 일으킨 게 아니다(라는 거죠). DJ가 “내가 대통령이 돼서 경제를 해보니까 대통령 혼자 하는 게 아니더라”(고 했는데) 김영삼 대통령도 “그게 아니다” 하는 얘기를 해달라고 저한테 사람을 계속 보내요. 김혁규 당시 경남지사도 저하고 뉴욕에서 같이 있던 친구니까 몇 번 보내고. 그런데 그걸 안 했어요. 안 해서 두 분 사이에는 앙숙 관계가 있으면서도 공생하고, 공존하고, 금도를 지키더라(구요).

이관후 : 사실 민주화 이후에 대통령 되신 분들이 다 이전 정권 또는 전직 대통령에 대해 정치보복, 아니면 잘못 들추기 이런 것들을 거의 다 했는데 딱 한 분 김대중 대통령만 안 하셨어요.

YS와 DJ는 평생에 걸쳐 싸워 온 라이벌이지만 서로 돕기도 하며 공생해 왔다. (사진:연합뉴스)

DJ “어떤 경우에도 YS 조사는 없다”

박지원 : DJ가 그랬죠. 어떤 경우에도 YS를 조사하는 것은 없다고. 지금 윤석열 대통령이 주적을 북한으로 하는 것은 나는 이해가 돼요. 주적을 문재인 대통령으로 하면 되겠어요?  윤석열 대통령은 당선인 때 (청와대에) 가셨잖아요. 문재인 대통령과 (만나고) 했잖아요. 그러면 취임하셨으면 전직 대통령 내외를 한번 초청했어야 돼요. 그렇죠? 그런데 이제 청와대로 입주 안 하고 아크로비스타 자기 아파트에 있었으니까 못하셨다고 하더라도 지금은 하셔야지요. 관저로 들어갔으면 지금은 해야 하는데 주적을 문재인 삼아 가지고 조사를 하느니 어쩌느니 하고 있으니, 이렇게 정치를 해서 되겠느냐 이거예요.

맨 처음에 취임해서 전직 대통령들 초청해서 식사를 하잖아요. (김대중 대통령 취임 직후 전직 대통령을 청와대로 초청했을 때) 대통령은 저기에 서 계시고, 김중권 비서실장하고 정무수석, 홍보수석인 제가 오시는 분들 안내해서 모시고 가는 거예요.

DJ가 청와대로 초청한 최규하, 전두환, 노태우, YS

순서대로 하는데, 하필 제가 전두환 전 대통령을 담당하게 됩니다. 바로 직전에 김영삼 전 대통령이 오셔서 차에서 내리시더니 “청와대 참 잘 지었다”고 저한테 말씀하신 뒤에 정문에서 본관에 들어가서 김대중 대통령과 악수를 하고 말씀을 하는 거에요. (그 때) 전두환 전 대통령이 “김대중 대통령이 최고야. 다른 대통령(YS 지칭)은 (대통령 할 때 전임 대통령을) 부르지도 않고. 안 부른 사람이 무슨 낯짝으로 여기를 왔노”라고 소리를 하는 거예요.

내가 얼마나 민망해요. “진정하십시오”(라고 했는데, 전 전 대통령이) 가시더니, 그때까지 김대중 대통령하고 김영삼 전 대통령이 손을 잡고 말씀을 하고 있으니까 내밀어버려요. 그리고는 (김대중 대통령과) 얘기를 하시더라고요. 그리고 일반적으로 보면 최규하 대통령이 굉장히 과묵한 대통령으로 알려졌잖아요. 말씀 잘하시더라고요. 그분이 포문을 열어요.

김유정 : 뜻밖입니다.

박지원 : YS를 조지는 거야. 경제를 모르는 사람이 대통령이 돼 가지고 IMF를 가져왔는데 김대중 대통령이 지금 살려내고 있다고. 이어서 노태우 전 대통령이 “나도 김대중 대통령이 경제를 모르는 줄 알았다. 아무것도 모르는 사람이 대통령 돼 가지고 그 좋은 경제를 망쳤는데, 역시 김대중 대통령이 경제를 살려나간다”며 “진짜 잘하셔서 좋습니다”라고 해요. 그러니까 최규하 전 대통령이 대포를 쐈다하면 노태우 대통령이 미사일을 쏘는 거고, 전두환 전 대통령은 ICBM을 쏴버립디다. 엄청나게 조져버리더라고요.

(그런데) 김영삼 대통령이 아무 말씀 안 하셔요. 호스트를 한 김대중 대통령은 입장이 난처하잖아요. 그리고 나서 이제 식탁으로 가셨는데요. 거기에서도 이 세 분이 YS가 앉아 있는데 조져버려요. 그러니까 김대중 대통령이 청와대 새로 지은 게 노태우 대통령 (때)라 그걸로 말씀을 돌리고. 최규하 전 대통령께서 “내가 5·18 때 헬리콥터 타고 무안, 신안, 목포 이쪽을 한번 봤더니 굉장이 좋더라고 풍광이”라고 하니, 노태우 대통령은 그 소나무 적송을 그렇게 전국에서 (구해와 심었다는) 얘기를 하시는데, 김영삼 대통령은 그때까지 아무 말씀 안 하시다가 한마디 했어요. “거제도도 좋습니다.” 딱 한 마디 그거였어요.

그런데 이제 만찬이 끝났잖아요. 만찬이 끝나니까 기자들에게 전직 대통령이 하신 말씀들을 한 마디씩 해줘야 되잖아요. 그런데 세 분이 김영삼 대통령 조진 얘기는 할 수 없잖아요. 그래도 좋은 말씀이 있으니까, 김대중 대통령한테 덕담한 이런 것을 한마디 하는데 김영삼 대통령은 거제도 풍광 좋다는 얘기를 할 수도 없잖아요. 그래서 내가 만들어 가지고 발표를 했다니까요. 그래도 아무 소리 안 하대요.

김유정 : 좋은 말씀만 해주셨으니까요.

박지원 : 그때부터 김영삼 대통령은 5·18 군부 독재자들하고는 자리를 할 수 없다, 며 안 오셨어요. 월드컵 개막식 할 때만 제가 가서 모셔 왔는데, 와서도 악수는 안하더라고요. 그 양반은 그런 면에서는 독종이야, 그냥 싫으면 안 해버려요.

월드컵 때도, 와서 대통령 환담실로 가신다고 안 하고 VIP룸 당신 자리에 있었어요. 전두환, 노태우 두 전직 분도 VIP룸 석에 현직 대통령이 입장하면 일어서잖아요. YS는 안 일어서더라고요. 그래도 DJ가 와서 악수하니까 일어서서 악수하더라고요. 전두환, 노태우 전 대통령과는 눈도 안 맞춰요. 그런 전직 대통령도 계셨어요.

김유정 : 대단하십니다.

박지원 : 내가 상도동(YS 자택) 가잖아요. 이분이 딱 봤어요. 나하고 50분 가량 (비서실장이) 얘기를 했어요. 이런저런 얘기 하다가 일어섰는데, YS가 (나를) 구석으로 데리고 가는 겁니다. 뭐 중요한 말을 할 줄 알았더니 “DJ 빨갱이다이”(라고 해요). 제가 “각하 왜 그러십니까, 두 분이 잘 지내야지요”라고 하자, “내 중요한 거 가르쳐줬다”고 합니다.

그런데 나올 때는 꼭 그분은 문밖까지 걸어 나와서 배웅을 하십니다. 김대중 대통령은 보행이 불편하시니까 못 하시잖아요. 난 그게 부러운 겁니다. 제가 인사를 하고 돌아서 가는데 기자들이 전화가 와요. YS가 “박 실장한테 중대한 것 하나 가르쳐 줬다. DJ가 빨갱이다”라고 하셨다는 거예요. 그래서 내가 “전혀 그런 말씀 없었다. 어떻게 일국의 대통령을 하신 분이 현직 대통령 비서실장한테 그런 얘기를 하겠냐”고 딱 끊어버렸어요. 그러니까 기사화하지 못하지.

김유정 : 지금 전직 대통령을 초청한다고 하면, 특사로 풀려날 경우에 이명박, 박근혜, 문재인 세 분이잖아요. 우리가 한 테이블에서 만찬하는 걸 기대할 수 있을까요.

박지원 : 그 두 분들은 전직 대통령 예우를 안 받아요. 그렇지만 어떻게 됐든 하셔야죠. 그리고 직전 대통령은 별도로 했다니까요.

김유정 : 그런데 지금 그러기는커녕.

박지원 : 내가 대통령이었으면 벌써 해버렸을 건데.

김유정 : 김대중 대통령 그다음에 김영삼 대통령이 굉장히 존경하는 인물이라고 윤석열 대통령이 누누히 얘기를 해왔거든요. 후보 시절에도 그렇고 또 최근에도 그랬었는데. 그런데 그분들의 정치력이나 리더십은 절대로 배우지 않고 있는데, 뭘 존경하고.

박지원 : 대통령 처음 해보는 거여서.

김유정 : 역사로부터 뭔가 교훈을 얻지 못하면 그 정권은 늘 실패하는 것 같아요. 그런 점에서 지금 윤석열 정권도 과거에 훌륭한 리더십을 보였던 대통령들로부터 많은 것을 배우고 생각도 하고 이랬으면 좋겠다, 이런 마음인데요. 전 정권과 현 정권의 관계, 역사를 되돌아보면서 한 말씀 해주십시오.

과거를 끊고 미래로 가야 한다

박지원 : 국민은 과거지향적인 것보다 미래로 가자고 합니다. 만약 문재인 대통령이 처음에 저희들하고 얘기한 대로 연정을 했다고 한다면 (어땠을까요). 그래서 노회찬 정의당 의원이 그때 당시에는 노동부 장관으로 간다고 했고, 안철수 당(국민의당)에서는 두 개(장관직) 그 정도로 왔다 갔다 했는데 안 됐어요. 만약에 연정을 했다고 하면 저는 문재인 대통령한테 이렇게 건의하려고 그랬어요. 과거는 촛불로 다 태우고 미래로 갑시다, 다 한번 용서합시다, 근데 그걸 못했어요.

만약에 문재인 대통령이 개혁도 좋지만 불행한 우리 정치사의 한 단면을 과거로 보내고 미래를 봤다고 하면 진짜 나는 성공한다, 성공 평가를 받았을 것이다, 이렇게 생각하고요.

저는 윤석열 대통령이 당선되니까 그걸 기대했어요. 윤석열 대통령은 일생 동안 검사로 검찰총장으로 죄 지은 놈들만 잡아다가 족치고 처벌해 봤잖아요. 내가 했다, 우리가 얼마나 많은 잘못이 있었느냐, 이제 과거를 끊자, 그리고 미래로 가자, 했으면 참 좋았을 건데 역사는 되풀이된다는 거죠.

자꾸 과거로 가서 정치보복을 하고 야당 탄압을 하고 모든 것을 전직 대통령의 책임으로 돌린다고 한다면 우리 국민이 우리 대한민국이 얼마나 불행한가, 그래서 나는 지금이라도 이태원 참사 희생자들을 위해서 이상민 장관 해임하고, 좀 미래로 갔으면 좋겠어요.

거듭 말씀드리지만 대통령 관저 2호 포옹 상대는 이재명 민주당 대표가 되어야 하고, MBC 출입기자 등을 때리며 “잘 부탁해” 이 한 마디, 또 이상민 장관을 해임하고 유족들을 보듬어 주는 이런 대통령의 모습을 보면 국민들이 박수칠 겁니다. 저는 그 길로 가야 된다, 지금부터라도 윤석열 대통령이 그런 세 가지를 하면 우리 국민들이 굉장히 행복할 것이다, 이런 생각을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