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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광수 칼럼] ‘네옴시티’, 소고기일까? 돼지고기일까?

By | 2022년 12월 2일 | 국제, 미분류, 산업

네옴시티는 온통 ‘장밋빛 신세계’인가? 사우디아라비아 빈 살만 왕세자의 방한을 계기로 700조 원 가까운 초대형 프로젝트 네옴시티를 향한 열기가 뜨겁다. 사우디가 국운을 건 이 신도시 건설이 침체 상황인 한국 경제에 ‘희망봉’이 되리라는 기대감 때문이다. 1970년대의 ‘중동 붐’처럼.
하지만 이광수 애널리스트는 지금 우리에게 필요한 건 ‘열정’보다 ‘냉정’이라고 충고한다. 중동 건설 사업에 참여한 많은 국내 건설사들이 지난 10여 년 동안 중동에서 적자를 면치 못한 탓이다. 상대는 한국 건설사들의 의중을 냉정하게 간파하며 실속을 챙긴 반면, 우리 건설사들은 그저 ‘수주’에만 열을 올리며 정확한 셈을 하지 못했기 때문이란다. 네옴시티가 ‘빛좋은 개살구’가 될 수 있다는 경고. [편집자 주]

✔ 대가없는 호의란 없는 법. 빈 살만 왕세자는 한국에 무엇을 바라는가
✔ 원유 중심의 경제구조 탈피위해 추진중인 사우디의 프로젝트 네옴 시티
✔ 네옴시티 프로젝트의 성패는 글로벌 민간 투자에 달려 있어
✔ 다양한 분야에서 높은 경쟁력과 기술력을 보유한 제조강국 대한민국
✔ 수주 여부보다는 수주 이후 수익을 제대로 낼 수 있을지 냉철히 따져야

윤석열 대통령이 11월 17일 방한한 무함마드 빈 살만 사우디아라비아 왕세자 겸 총리와 회담을 마친 뒤 환담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소고기 사주는 사람을 조심하세요. 대가 없는 소고기는 없습니다. 순수한 마음은 돼지고기까지.’
분에 넘치는 호의는 대가가 뒤따른다. 최근 사우디아라비아 무함마드 빈 살만 왕세자가 방한했을 때 한 식당에 걸려있다던 명구(名句)가 떠올랐다. 생각해보면 세상살이에서 분에 넘치는 호의는 항상 대가를 바라는 경우가 많았다. 사우디아라비아 왕세자의 호화스러운 방문에도 한국의 버선발 마중에도 서로 바라는 무엇인가가 있었을 것이다.

대한민국이 바라는 것은 비교적 간단하다. 중동 ‘오일 머니’를 벌어보겠다는 것이다. 제2의 중동 붐을 기대한다는 기사에서는 제1 중동 붐을 통한 수출 확대의 과거도 소환된다. 그렇다면 사우디아라비아가 대한민국에 바라는 것은 무엇일까?

사우디 아라비아의 자급자족형 신도시를 꿈꾸는 네옴 시티가 들어설 지리적 환경. (이미지:셔터스톡)

네옴시티, 서울시 44배 크기의 자급자족형 신도시

우리나라와 사우디아라비아가 명시적으로 다루고 있는 프로젝트는 네옴시티(Neom City)다. 네옴시티는 사우디아라비아 서북부 사막에 건설될 신도시다. 규모는 서울시의 44배 크기로, 원유 중심의 경제구조를 탈바꿈하기 위해 추진하고 있는 자급자족형 신도시 프로젝트다. 2017년부터 계획을 세웠으나 구체적인 프로젝트는 올해 하반기부터 추진되고 있다. 총 사업비가 약 5000억 달러(686조원)로 추진되고 있는 네옴시티는 직선도시 ‘더 라인’, 첨단산업 단지 ‘옥사곤’, 친환경 관광단지 ‘트로제나’ 등으로 구성될 예정이다.

네옴시티를 통해서 우리는 사우디아라비아의 고민을 읽을 필요가 있다. 사우디아라비아는 오일, 가스 등 석유산업이 총 GDP(국내총생산)의 45%, 재정 수입의 80% 그리고 수출의 90%를 차지하고 있다. ‘미스터 에브리씽’ 빈 살만 왕세자의 ‘에브리씽’은 원유다.

반면, 사우디아라비아는 오일 머니를 기반으로 광범위한 복지제도를 운영한다. 국민들에게 복지급여를 주고 평생 고용 및 고액 보수가 보장되는 공공 일자리를 제공한다. 전체 근로자의 65%가 공공부문에서 일하고 있다. 심지어 공공부문 임금은 민간 일자리 임금보다 1.7배가 높다. 뿐만 아니다. GDP 4% 이상을 국민들에게 에너지와 물 보조금으로 지출한다. 에너지와 물을 많이 사용할수록 보조금은 증가한다. 반면, 사우디아라비아에서는 개인 소득세를 내지 않는다.

원유 수출이 감소하면 정치체제가 흔들린다

원유 수출을 통해 이루어지는 엄청난 복지는 사우디아라비아 왕족과 정치를 지탱하는 힘이다. 문제는 지속가능성이다. 가장 큰 문제는 장기적으로 원유 수출이 감소할 가능성이 점점 커지고 있다는 점이다. 신재생 에너지가 확대되고 있고, 2030년까지 글로벌 전기자동차 보급률은 30%에 달할 것으로 예상된다. 원유 수요가 줄어들면 사우디아라비아의 수출도 감소가 불가피하다. 원유 수출이 감소하면 정부 재정은 축소될 수밖에 없다. 그렇다면 선택은 정부 지출을 줄여야 한다. 정부 지출을 감소시킨다는 말은 복지를 줄인다는 의미다.

사우디아라비아 왕족들은 국민 복지를 줄여 나갈 수 있을까? 정부 지출을 줄이면 국민소득이 감소하고 실업자가 증가할 수 있다. 밥그릇에 문제가 생기면 어떤 일이 벌어질까? 아랍의 봄이라고 불리던 ‘재스민 혁명’(Jasmine Revolution)을 기억하는가? 재스민 혁명은 2010년 12월부터 2011년 1월까지 튀니지에서부터 시작된 중동 및 북아프리카의 민주화 혁명을 말한다. 재스민 혁명으로 튀니지 독재 정권은 무너졌고, 이집트와 리비아 등 다른 아랍국가에도 확대되어 정치 개혁을 이끌었다.

재스민 혁명에서 나온 가장 강력한 외침은 ‘일자리와 말할 자유, 존엄을 달라’였다. 재스민 혁명은 밥그릇에서부터 출발한 문제가 정치·사회적 변화 요구로 이어질 수 있음을 보여준다. 재스민 혁명 당시 사우디아라비아 국왕은 시위가 국내로 확산될 조짐을 보이자 15% 가량의 임금 인상, 학비와 실업자 지원책 그리고 대규모 투자 계획을 발표했다.

‘포스트 오일 시대’에 경제를 지탱할 네옴시티

사우디아라비아 왕족이 아랍 국가에서 가장 강력한 왕권을 유지하고 있는 결정적인 이유는 결국 돈이었다. 따라서, 원유 수출이 감소해서 복지를 줄인다는 계획은 실현될 수도 실현되어서도 안 된다는 것을 너무나 잘 알고 있다. 결국 사우디아라비아는 원유 수출이 감소하는 ‘포스트 오일 시대’를 대비한 경제와 산업의 다각화를 반드시 달성해야 한다. 빈 살만 왕세자가 네옴시티를 추진하는 근본적인 이유다.

성패는 글로벌 민간투자 유치에 달려

네옴시티를 통해 사우디아라비아는 원유에서 탈피해서 새로운 성장을 꿈꾸고 있다. 산업 기반이 없고 내수 시장이 작은 나라가 경제 성장을 하기 위한 가장 효율적인 방법은 외국인 투자 유치다. 외국인 투자를 유치하기 위해서는 부동산과 인프라 개발이 선행되어야 한다. 네옴시티에서 처음 추진되고 있는 프로젝트가 인프라와 주택분야인 이유다. 동시에 글로벌 민간기업의 투자 유치가 필수적이다.

사우디아라비아 입장에서 인프라와 주택분야 투자는 지출 영역이다. 따라서, 기존 방식대로 글로벌 건설회사들에게 공사를 발주하면 된다. 문제는 민간기업 투자 유치다. 글로벌 민간 기업이 내수 시장이 작고 검증되지 않은 국가에 막대한 투자를 할 가능성은 크지 않다. 여기서 사우디아라비아 정부는 묘수를 생각해낼 수 있다. 공사 지출과 투자 유치를 연계할 수 있다면, 즉 외국 기업들에게 공사를 해서 돈도 벌고 투자도 하게 한다면 서로 윈-윈(Win-Win)할 수 있는 전략이 될 수 있다.

빈 살만 사우디아라비아 왕세자가 11월 17일 서울 소공동 롯데호텔에서 국내 기업 총수와 만나 대화를 나누고 있다. 왼쪽부터 김동관 한화솔루션 부회장, 정의선 현대자동차 회장, 최태원 SK그룹 회장,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 (사진:연합뉴스)

사우디, 건설·외국인 투자에 한국이 절실

건설투자와 외국인 투자 유치의 연계는 사우디아라비아가 한국을 필요로 하는 강력한 이유다. 삼성그룹은 세계 최강 반도체와 스마트폰을 제조할 뿐만 아니라 건설회사도 보유하고 있다. 반면, 애플은 건설회사가 없다. 현대차 그룹은 현대건설이 있지만 테슬라는 신도시를 건설할 수 없다. 뿐만 아니라 대한민국은 제조 강국이다. 반도체, 자동차, 조선 산업과 함께 신재생 에너지, 바이오산업 등 다양한 분야에서 높은 경쟁력과 기술력을 보유하고 있다. 다양한 산업분야에서 투자를 필요로 하는 사우디아라비아 입장에서 한국은 충분히 매력적인 요소를 가지고 있다.

세상은 두 눈으로 봐야한다. 인간이나 국가나 욕망으로 움직인다. 두 눈으로 본다는 의미는 내 욕망의 눈과 상대 욕망의 눈을 읽어야 한다는 의미다. 상대, 사우디아라비아의 욕망을 읽어야 한다. 그래야, 우리가 원하는 것을 얻을 수 있다.

빈 살만 왕세자의 욕망은 읽었다. 그렇다면 우리는 무엇을 얻어내야 하는가? 건설공사를 수주하고 공장도 지어주고 운영도 해야 하는가? 여기서 문제가 있다.

한국 건설회사들, 중동에서 엄청난 적자를 기록

한국 건설회사들은 오랫동안 사우디아라비아를 중심으로 중동에서 수주했고 공사를 했다. 안타까운 사실은 중동 공사를 통해서 한국 건설회사는 엄청난 손실을 기록했다는 점이다. 2003년부터 2021년까지 한 대형 건설회사가 수행한 중동 사업의 누적 영업적자 규모를 조사하면 약 7000억 원에 달한다. 무려 19년 동안 중동 건설공사를 통해 달러를 벌어들이기는커녕 오히려 적자를 기록했다. 한해 영업적자가 1조 원 넘게 발생하기도 했다.

이런 적자는 한 회사만의 문제가 아니었다. 중동에서 건설 수주를 하고 공사를 한 대부분의 기업들이 최근 10년간 대규모 영업적자를 기록했다. 적자가 커지면서 일부 회사들은 중동 사업 자체를 포기한 상황이다. 대규모 인력 구조조정도 뒤따랐다. 쉽게 말해서 한국 건설회사들은 중동 국가들에게 공짜로 공장과 도로를 만들어 주었고 피해가 상상을 초월했다.

이러한 문제가 발생한 근본적인 원인은 우리의 욕망에만 집중했기 때문이다. 공사 수주에만 급급했기에 경쟁이 치열했고, 저가 수주가 불가피했다. 한국 건설회사들의 욕망을 정확히 읽은 중동 국가들은 경쟁을 부추기고 공사 금액을 낮췄다. 게다가 자국 건설회사의 협력 업체 선정과 자국민 의무 고용 등 지속적으로 불공정한 조건을 내걸었다. 심지어 적자가 난 상황인데도 법인세를 추징했다. 중동 공사에서 적자가 커지면서 한국 건설회사들은 흔들렸고, 대규모 유상증자와 구조조정을 통해 겨우 회생할 수 있었다.

우리는 과거의 실패 경험에서 배워야 한다. 그리고 사우디아라비아의 욕망을 읽어내야 한다. 사우디아라비아는 대한민국을 필요로 하고 있다. 그렇다면 우리는 과거 실패 경험을 밑거름 삼아 중동에서 높은 이익을 창출할 수 있다. 지금 우리에게 필요한 건 중동 수주 자체가 아니다. 사우디아라비아에서 돈을 벌 수 있느냐 하는 점이 더욱 중요하다.

사우디의 욕망을 읽어야 실패하지 않는다

사우디아라비아의 네옴시티 투자는 대한민국에게 절호의 기회가 될 수 있다. 그러나 기회는 주어지는 것이 아니라 만드는 것이다. 기회로 만들기 위해서는 자신과 타인의 욕망을 읽는 두 눈이 필요하다.

2012년 한국 건설회사들이 해외공사에서 엄청난 적자를 기록할 때 필자는 예측하지 못한 책임감으로 애널리스트를 그만두었다. 중동을 여러 차례 방문하고 현장을 분석했음에도 불구하고 대규모 적자를 미리 인지하지 못했다. 투자자들에게 위험을 미리 알렸어야 했는데 책임을 다하지 못했다. 10년이 넘게 지난 지금 다시 애널리스트로서 네옴시티 이야기가 반갑게만 들리지 않는다. 제2 중동 붐이라는 들썩거림이 왠지 불안해 보인다.

실패한 이후 가장 최악의 선택은 포기다. 실패를 매몰비용으로 만들지 않기 위해서는 도전을 지속해야 한다. 중동은 우리에게 분명 실패 경험이다. 그러나, 실패 경험을 이용해야 한다. 실패를 이용하여 성공하기 위해서는 가장 먼저 해야 할 것은 냉철한 현실 분석이다. 대한민국은 지금 사우디아라비아의 욕망을 정확하게 읽고 있는가? 그들의 현실을 잘 이해하고 있는가? 수백조 원에 흥분하지 말고 질문하고 답을 먼저 찾아야 할 때다. 소고기는 비싸고 맛있지만 대가가 있을 것이다.


글쓴이 이광수는
미래에셋대우 리서치센터에서 애널리스트로 일하고 있다. 리츠과 부동산 시장 그리고 건설기업을 분석한다. 투자자를 위해 근거 있고 선명한 리서치를 하려고 노력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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