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시 선거는 끝나봐야 안다. 집권당의 무덤이라는 미국 중간선거에서 공화당이 사실상 참패하면서, 트럼프가 궁지에 몰렸다. 바이든은 ‘첫 중간선거에서 상원을 지켜낸 민주당 대통령’이 되며 웃음을 되찾았다.그리고 또 한 사람, 슬며시 미소를 짓는 이가 있다. 드산티스 플로리다 주지사다. 트럼프 외에는 ‘무풍지대’ 같았던 공화당 내부에서 그는 강력한 차기 대선 후보로 부상했다. 드산티스가 공화당 대선 후보 조사에서 46%의 지지율로 트럼프를 7%p나 제친 여론조사도 있다. 드산티스는 트럼프의 대안이 될 수 있을까?중간선거의 향배를 정확하게 예측했던 신은철 필자는, 이번엔 드산티스의 경쟁력에 의문을 표시했다. 그의 행보가 중도층을 끌어들이기 어렵다는 이유에서다. 트럼프의 대안이 되기보다 ‘플로리다의 트럼프’가 될 가능성이 크다고 봤다. 왜 그런지, 자세한 이야기를 들어보자. [편집자 주]

레드 웨이브는 간 데 없이 중간 선거에서 참패한 공화당중간 선거 패배와 함께 트럼프는 몰락하고 드산티스 부상하다뚜렷한 보수 색채의 드산티스, 중도층의 지지를 얻을 수 있을까드산티스는 트럼프의 대안보다는 '플로리다의 트럼프'에 가까워

 

공화당 소속의 론 드산티스 플로리다 주지사 (사진:셔터스톡)

 

공화당은 중간선거를 어떻게 준비했나?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의 목표는 당연히 상원을 탈환하는 것이었다. 그 선봉에는 블레이크 마스터스(애리조나)나 아담 랙설트(네바다) 같은 부정선거론자를 내세웠다. 케빈 매카시 공화당 하원 원내대표(캘리포니아 제23구·9선)도 트럼프를 지지하는 핵심 지지층에게 적극적으로 어필하는 전략을 펼쳤다. 그 중 하나는 리즈 체니(와이오밍 광역구·3선)와 아담 킨징어(일리노이 제16구·6선) 의원에 대한 징계였다.

리즈 체니는 대표적인 반트럼프 공화당 하원으로, 전직 부통령 딕 체니의 딸이다. 그녀는 네오콘을 혐오하는 트럼프 지지층에게 인정을 받지 못했다. 이에 대해 트럼프는 2021년 1월 의사당 난입 폭동 직전에 ‘우리는 리즈 체니와 같은 허약하고 쓸모없는 사람들을 제거해야 한다’고 발언했고, 국회의사당 휴게실에서 쉬고 있던 리즈는 트럼프 연설을 듣고 있던 아버지 딕 체니의 전화를 받고 겨우 피신하여 목숨을 건졌다. 

후에 리즈 체니는 민주당의 낸시 펠로시 하원의장으로부터 이 폭동에 대한 특별위원회 조사위원직을 받아들였다. 아담 킨징어 역시 체니와 마찬가지로 트럼프 탄핵을 지지했으며 ‘점거 폭동 진상조사위’에 합류해서 트럼프 지지층의 공분을 샀다.

그러자 공화당 전국위원회(RNC)는 올해 2월 이들을 징계했는데, 매카시는 RNC의 결정을 옹호하면서 ‘1·6 의사당 점거폭동’을 ‘합법적인 정치 담론’이라고 규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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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와 매카시는 조 바이든 행정부의 실정을 부각하기도 했지만, 핵심적인 선거전략으로는 이른바 ‘트럼피즘’과 ‘2020년 대선에 대한 불복’을 내세웠다. 여전히 높은 인플레이션 수치(CPI)와 ‘범죄 척결 공약 재부상’ 등이 민주당의 발목을 붙잡았기 때문에, 트럼프와 매카시의 전략이 성공할 것처럼 보였다. 올해 하반기로 오면서 낙태 이슈가 점차 힘을 잃은 데다가 블루 스테이트(민주당 표밭)인 뉴욕의 판세마저 심상치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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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화당 소속이지만 트럼프 탄핵을 지지하여 트럼프 지지층의 분노를 산 아담 칸징어 (사진:셔터스톡)

 

‘레드 웨이브’는 없었다. 참패한 공화당

하지만 ‘레드 웨이브’는 없었다. 공화당은 2022년 미국 중간선거에서 참패했다. 최대 222석을 확보해서 하원 다수당을 탈환하긴 했지만, 집권당의 무덤이라고 불린 중간선거로 보면 ‘레드 웨이브’에는 한참 부족하고, 사실상 대패나 다름없다. 222석이라면 소속 하원의원 5명만 이탈해도 법안을 단독으로 가결하지 못한다. 

하원의장이라는 매카시의 꿈도 쉽지 않게 됐다. 공화당의 우경화를 지지하지 않는 동북부 온건파와 트럼프를 지지하는 강경파를 동시에 포섭해야만 꿈에 그리던 하원의장에 취임할 수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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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화당은 특히 상원 다수당을 되찾지도 못했다. 선벨트에서 민주당 마크 켈리(애리조나·재선)와 캐서린 코테즈 매스토(네바다·재선)가 승리했을 뿐 아니라, 존 페터먼이 펜실베이니아 상원 선거에서 이긴 덕분에, 민주당이 절반인 50석을 확보해서 상원 다수당을 수성했다. 법안 또는 임명안 표결 결과가 50:50이면 카멀라 해리스 부통령이 캐스팅 보트를 행사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 덕분에 바이든 대통령은 빌 클린턴과 다르게 ‘상원을 첫 중간선거에서 지켜낸 민주당 대통령’이라는 기록을 보유하게 되었다.(오바마는 상원을 2010년에 수성했지만 6석을 상실했다. 민주당은 당시에 59석을 점유 중이었다)

민주당은 집권당으로는 1986년 이래로 처음으로 중간선거에서 주지사 숫자를 늘렸다. 스티븐 시설랙 네바다 주지사(초선)가 패했지만, 로라 켈리(캔자스), 토니 에버스(위스콘신) 주지사는 재선에 성공했다. J. B. 프리츠커(일리노이), 캐시 호컬(뉴욕), 케이티 홉스(애리조나), 웨스 무어(메릴랜드), 마우라 힐리(매사추세츠)도 이겼다. 이렇게 해서 민주당 소속의 주지사 숫자는 24명(+2)까지 늘어났다.

이번 중간선거에서는 주지사뿐 아니라 선거 관련 업무를 일임하는 주 국무장관 선거도 관심의 초점이었다. 공화당이 지난 대선에 대한 부정선거론자들을 대거 주 국무장관 후보로 차출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애리조나, 콜로라도, 미시간, 미네소타 등 경합 주의 주 국무장관(Secretary of State) 선거에서도 민주당은 모두 승리했다. 

트럼프의 몰락과 드산티스의 부상

트럼프와 매카시는 중간선거의 최대 패자다. 그의 3연속 대권 도전 선언은 중간선거 ‘패배자’가 확실해진 상황에서 이뤄졌다. 이로써 그는 재선에 실패한 후에 또 출마한 역대 5번째 미국 대통령이 되었다.

중간선거 직후 ‘트럼프 책임론’이 떠오르자 론 드산티스 플로리다 주지사(공화당·재선)가 새로운 보수의 아이콘으로 주목받기 시작했다. <이코노미스트> & 유고브(YouGov)는 차기 공화당 대통령 경선 여론조사 결과에서 ‘드산티스가 46%의 지지를 받아 트럼프를 7%P 차이로 앞섰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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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 진영은 실제로 드산티스를 강하게 경계하고 있다. 트럼프는 드산티스의 대선 출마를 ‘공화당에 이롭지 않은 결단’으로 묘사하면서 위협했고, 위선을 뜻하는 영어 단어를 그의 이름에 붙여서 ‘론 디생크터모니어스’(Ron DeSanctimonious)라는 별명을 만들었다. 그러나 미국 민심이 이번 중간선거에서 트럼프의 선거불복론에 대한 반대 의사를 확실하게 표현했기 때문에, 드산티스는 차기 대권 주자로 이목을 끌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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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산티스는 자신의 선거를 자평하면서 “도시 교외와 시골에서 모두 격차를 크게 벌려서 압승했다”고 말했다. 이것은 자신의 전략에 대한 홍보이자 동시에 ‘교외와 시골의 정치 성향은 다르며, 시골을 더 적극적으로 공략해야 한다’로 요약되는 트럼프식 선거전략에 대한 반박이다. 특히 드산티스는 교외 거주민(suburbanites)을 언급하면서 자신의 승리를 홍보했는데, 대체로 고학력인 이들은 미국 선거의 캐스팅 보터로 주목받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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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산티스는 중도층의 지지를 받을 수 있나?

드산티스는 무엇보다 공화당 온건파에게 ‘중도층의 지지까지 받을 수 있는 후보’의 가능성을 보여주고 있다. 실제로 공화당은 존 매케인(2008), 밋 롬니(2012)의 경우처럼 온건파를 대선 후보로 차출한 경험이 있기 때문에, 당내 반 트럼프 후보가 무당층을 끌어들일 수 있는지를 주목하고 있다. 

 

그러나 드산티스는 ‘문화전쟁’(culture wars)을 벌이며 차세대 대선 주자로 주가를 높여왔다. 문화전쟁은 낙태와 동성애, 다문화주의, 인종주의 등을 둘러싼 미국의 이념 갈등을 말한다. 드산티스는 이 ‘전쟁’에서 뚜렷한 보수 색채를 드러냈기 때문에, 무당층을 끌어들일 가능성은 크지 않아 보인다. 

일례로 그는 올해 3월에 ‘동성애자 입막음 법’(Don’t Say Gay)에 서명했다. 정식 명칭이 ‘교육에 관한 보호자 권리법’이지만, 공립학교 또는 제3자가 학교에서 유치원생~3학년 학생에게 성적 지향과 성 정체성을 가르치는 것을 금지해서 ‘동성애자 입막음 법’이라고 불리게 되었다. 

게다가 드산티스는 올해 4월, 대학의 커리큘럼과 학생들이 배울 수 있는 내용을 제한하려고 일명 ‘깨어 있는 이념 금지법’(Stop WOKE act)에도 서명했다. 무당층이 이런 법안에 서명한 드산티스를 지지할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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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문화전쟁’은 공화당에게 유리하지 않다. 올해 초 보수파 클래런스 토머스 연방대법관이 동성혼 합법화 판결을 뒤집으려 하자, 민주당은 낙태 판결까지 상기시키며 지지층을 결집시키려고 노력했다. 미국 하원은 지난 7월 19일, 267명의 찬성표와 157명의 반대표로 ‘결혼존중법’(Respect for Marriage Act)을 통과시켰다. 이는 연방정부 차원에서 동성 결혼의 효력을 인정해야 하며, 그 누구도 인종이나 성별 등을 이유로 결혼의 효력을 부정해서는 안 된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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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원에서는 공화당이 필리버스터를 시도했지만, 민주당 의원 50명 전원과 공화당 의원 12명이 합심해서 필리버스터를 중단시켰다. 초당파 의원 모임이 종교의 자유와 다양한 신념을 보호하기로 합의했기 때문에 결혼존중법은 상원에서도 무난히 통과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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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셔터스톡

 

“플로리다의 트럼프”

이런 행보를 보면, 드산티스는 트럼프의 대안이라기보다는 ‘플로리다의 트럼프’에 가깝다. 트럼프가 플로리다에 소재한 자택 겸 별장 마라라고를 대통령 시절에 공식 거주지로 선택하고서 플로리다에 공을 들였다면, 드산티스는 주지사 직무를 수행하면서 트럼피즘을 정책으로 추진하면서 트럼프 지지층을 포섭하고 있다. 사회주의를 혐오하는 쿠바계, 니카라과계, 베네수엘라계 등이 플로리다에 정착했기 때문에, 이런 강경 보수론은 플로리다 히스패닉에게도 소구력을 가진다.

강성 이미지는 드산티스의 강점이자 약점이다. 도시 교외에 정착한 대졸자와 기업들은 다양성을 중요하게 여긴다. 일례로 월마트의 경영진은 지난해에 에이사 허친슨 아칸소 주지사(공화당·재선)를 만나 직원 다양성을 트랜스젠더 권리 제한 조치 때문에 확립하지 못할 수도 있다며 우려를 전달했다. 허친슨 역시 그 조치에 반대했다. 

레드 스테이트(공화당 표밭)인 아칸소의 현실이 이렇다면 백인 고학력자가 많은 도시 교외지역은 어떨까? 에디슨 리서치의 중간선거 출구조사 결과를 보면, 대졸 백인 여성 중에서 56%가 민주당을 지지했다. 백인 대졸자 지지율 또한 3%p 차로 민주당 우세였다.(50: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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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기 대선 구도는 아직 오리무중

드산티스가 중간선거 결과 덕분에 기세를 높이고 있지만, 트럼프의 당내 위상은 아직 견고하다. 그는 의사당 점거폭동으로 큰 타격을 입고도 공화당 내에서는 핵심 지지층을 결집시킬 수 있음을 직접 증명한 바 있다. 온건파인 더그 듀시 애리조나 주지사(재선), 래리 호건 메릴랜드 주지사(재선), 크리스 스누누 뉴햄프셔 주지사(4선), 필 스콧 버몬트 주지사(4선) 등은 공화당 상원 지도부 출마를 포기했다. 모닝컨설트(Morning Consult) & <폴리티코> 조사에서는 트럼프(47%)가 드산티스를 14%p 차이로 크게 앞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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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론 드산티스의 저력을 완전히 무시할 수는 없다. 그는 예상 가능했던 트럼프의 독설에 차분하게 대응하고 있다. 트럼프와 달리 선거 패배론으로부터 자유롭기도 하다. 다만 유권자로 등록하면서 공화당을 선택한 유권자들이 경선의 주축이며, 온건파가 공화당 경선에 참여하지 않을 수도 있다는 변수 또한 존재한다.

아직은 ‘트럼프의 몰락, 드산티스의 본선 진출’로 결론을 내리기에 이르다. 변수가 현실화되기 위해서는 드산티스가 토론회에 대통령 예비후보로서 참가한 후까지 기다려야 한다.

민주당과 바이든 행정부도 우선은 트럼프와의 재대결에 집중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80번째 생일을 맞이한 바이든은 존 매케인 전 공화당 상원의원으로부터 ‘정치를 그만두지 말라’는 얘기를 들었기 때문인지, 트럼프와의 재대결에 대해서 강한 의지를 드러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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플로리다 탬파에서 연설하는 론 드산티스와 이를 보는 트럼프. (사진:셔터스톡)

 

 


글쓴이 신은철은프리랜서 칼럼리스트이다. 영어영문학과 출신으로, 2012년 미국 대선을 지켜보면서 미국 정치에 관심을 갖게 되었다. 미국의 주요 일간지와 주간지는 물론, 주요 정치 사이트, 블로그, 주와 카운티 단위의 지방 언론까지 수년 간 섭렵하면서, 미국 정치에 대해 더 많은 것을 알아가고 있다. 미국 정치에 대해 정리된 생각들을 2016년부터 써서 SNS 등을 통해 올리고 있고, 지난해 8월부터는 본격적으로 칼럼을 쓰고 외부 강연을 하고 있다. 미국 유권자층의 변화, 그리고 이에 대한 정치권의 대응을 미시적 수준까지 추적해 이해하려고 애쓰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