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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용훈 칼럼] 5년 만의 ‘강 대 강’, 김정은의 속내

By | 2022년 11월 14일 | 미분류, 정치, 한반도

한반도를 둘러싼 안보 정세가 심상치 않다. 북한은 올해에만 35차례 미사일을 발사했고, 동해에서는 한미일의 항공기 100기 이상이 참여한 대규모 군사훈련이 실시되었다. 과거 5년 동안 없었던 일이다. 한반도에서 무력 충돌이 벌어지지 않으리라고 장담할 수 없는 상황이다.
왜 이런 일이 벌어지는지에 대해 그동안 미중간의 갈등, 한국과 일본의 입장에 대한 분석은 많았다. 그런데 과연 김정은은 무슨 생각을 하고 있을까? 지금 북한에게 핵이란 무엇일까? 지금의 이 강대강 국면, 한반도의 겨울은 언제까지 계속될까? 이 질문들에 대해 김정은의 후계자 내정을 단독보도 했던, 북한 전문기자 장용훈 필자가 답한다. [편집자 주]

✔ 5년 만에 재개된 6.25~ 7.27 동안의 북한의 ‘반미투쟁월간’
✔ 남측 역시 5년 만에 20척 넘는 양국 함정 동원된 한미 합동 훈련
✔ “절대로 핵을 포기할 수 없다” 핵보유국 지위 이어간다는 김정은
✔ 인도나 사우디, 인니 등의 ‘중간지대’ 국가들과의 협력 모색할 것
✔ 좋든 싫든 앞으로의 3년은 길고 지루한 한반도의 겨울 예상해야

사진:셔터스톡

한반도 정세가 너무나 불안하다. 남북한이 서로의 경계 너머로 미사일과 포탄을 쏘아댄다. 정전(停戰)이라는 불안정한 평화는 남북의 무력 시위 속에서 현실의 위기감으로 다가오고 있다.

지금 한반도에 벌어지는 많은 일들은 대략 5년 만에 다시 찾아왔다. 위기에 대한 기억들이 ‘망각의 강’을 건널 즈음 다시 현실이 된 셈이다.

5년 만에 되살아난 위기의 기억

북한은 지난 3월24일 평양 순안비행장 일대에서 동해상으로 대륙간 탄도미사일(ICBM) 1발을 발사했다. 고도 970여㎞로 4500여㎞를 날아간 이 미사일은 일본 열도를 통과했는데, 2017년 이후 5년 만이었다. 이 미사일을 시작으로 북한은 올해에만 총 35차례에 걸쳐 동·서해상으로 미사일을 쐈다. 종류도 탄도미사일뿐 아니라 순항미사일, 지대지와 지대공, 지대함 미사일 등으로 다양하다.

북한은 6·25전쟁이 발발한 6월이 오면 해마다 ‘반미투쟁월간’으로 지정하고 정전협정이 체결된 7월27일까지 반미투쟁 의식을 고취시키는데, 이 역시 올해 5년 만에 재개됐다. 2018년 이후 사라졌던 기억이 북한 주민들 속에 다시 생겨난 셈이다. 또 10월에는 북한 상선이 북방한계선(NLL) 이남 3.3㎞까지 내려왔다가 해군의 경고사격을 받고 북상하는 일도 발생했다.

남쪽도 사정은 비슷하다. 많은 일들이 5년 만에 부활했다. 매년 8월 시행하던 ‘을지프리덤가디언’(UFG) 한미 합동군사연습이 5년 만에 ‘을지프리덤실드’(UFS)라는 이름으로 재개됐다. 내용적으로도 지휘소 훈련을 넘어 한미 두 나라 부대의 실기동 훈련이 치러졌다. 9월에는 미국 핵 추진 항공모함 로널드 레이건호(CVN-76·10만3000t급)이 부산항에 들어와 한미 해군이 동해상에서 해상 연합훈련을 했다. 미국의 항모를 포함해 20척이 넘는 양국 함정이 동원된 훈련은 5년 만이다.

또 한국·미국 해군과 일본 해상자위대가 동해 독도 인근 공해상에서 연합 대잠수함 훈련을 했는데, 이 역시 2017년 4월3일 이후 5년 만이다. 그리고 10월에는 한국 공군의 F-35A, F-15K, KF-16 전투기, KC-330 공중급유기 등 140여 대 항공기와 미군의 F-35B 전투기, EA-18 전자전기, U-2 고공정찰기, KC-135 공중급유기 등 100여 대 항공기가 대거 투입돼 ‘비질런트 스톰’ 훈련이 치러졌다. 그리고 한미 해병의 연합 상륙훈련인 ‘쌍룡훈련’도 5년 만에 재개됐다.

2018년 북한의 평창동계올림픽 참가와 남북정상회담 그리고 싱가포르에서 열린 사상 첫 북-미 정상회담으로 해빙의 봄기운이 무르익던 한반도에 5년 만에 다시 겨울이 찾아온 셈이다.

사진:셔터스톡

하노이 ‘노딜’ 이후 ‘동면’으로 들어간 북한

그 5년의 시간, 한반도에는 무슨 일이 있었나.

2019년 베트남 하노이 북-미 정상회담을 통해 비핵화와 북-미관계의 실질적인 진전을 이뤄내 평화를 ‘수확’하는 진정한 가을이 오길 기대했지만, 회담은 결국 ‘노딜’로 끝나고 말았다. 그리고 북한은 외부로 향하는 문을 굳게 걸어 잠그고 기나긴 ‘동면’의 시간에 들어갔다. 특히 이 시기에 터진 코로나19 사태는 북한 사회를 더욱 깊은 잠으로 몰아넣었다.

이 시간, 미국에서는 공화당의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민주당의 조 바이든 대통령으로 바뀌었고, 남한에서는 문재인 대통령이 윤석열 대통령으로 교체됐다. 정권이 바뀐 한미 두 나라의 ‘정치시계’는 2018년과는 완전히 다른 방향으로 흐를 수밖에 없다. 여기에다 시진핑 국가주석이 이끄는 중국은 미국과 갈등하며 대립각을 곧추세우고 있으며,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의 러시아는 우크라이나를 침공하며 미국이 주도하는 서방세계와 대결하고 있다.

합동참모본부에 따르면 11월 3일 오전 7시 40분께 평양 순안 일대에서 동해상으로 발사된 장거리 탄도미사일로 추정되는 1발, 8시 39분께부터 평안남도 개천 일대에서 동해상으로 발사된 단거리 탄도미사일로 추정되는 2발이 포착됐다. (사진:연합뉴스)

김정은 “절대로 핵을 포기할 수 없다”

이처럼 너무나 많은 것이 바뀌어 버린 5년의 시간 속에서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은 북한이라는 국가가 나아갈 방향을 결정한 것 같아 보인다. 지난 9월 김 위원장은 최고인민회의 제14기 제7차 회의 시정연설에서 “핵 적수국인 미국을 전망적으로 견제해야 할 우리로서는 절대로 핵을 포기할 수 없다”고 밝혔다.

이 회의는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 핵무력 정책에 대하여’라는 법령을 채택했는데, 국무위원장의 핵무기에 대한 결정권을 명시하고 북한에 대한 적국의 무력 사용 감행 또는 임박 시, 작전상 필요 등 사용조건도 규정했다. 우선 핵무기의 사용조건은 ‘핵무기 또는 기타 대량살륙무기(대량살상무기) 공격이 감행되였거나 임박하였다고 판단되는 경우’ ‘국가의 존립과 인민의 생명안전에 파국적인 위기를 초래하는 사태가 발생하여 핵무기로 대응할 수밖에 없는 불가피한 상황이 조성되는 경우’ 등으로 포괄적으로 규정했다.

이 법령은 또 ‘국가지도부와 국가핵무력지휘기구’에 대한 공격이나 공격 임박 징후 때도 핵무기를 사용할 수 있도록 한 것도 눈에 띈다. 예를 들어 김정은 국무위원장에 대한 ‘참수작전’ 임박 징후 상황에도 핵무기를 사용할 수 있다는 뜻이다.

사실상 이 법령은 핵무기를 단순히 방어를 위한 억제수단으로만 제한하지 않고 임박한 위기 상황에서 선제적으로 사용할 수도 있음을 명시한 것이다. 핵보유국으로서 지위를 보다 명확히 하겠다는 의미로 풀이된다. 법령은 핵무기 전파에 대한 국제사회의 우려를 염두에 두고 “핵무기를 다른 나라의 영토에 배비하거나 공유하지 않으며 핵무기와 관련 기술, 설비, 무기급핵물질을 이전하지 않는다”라고도 했다.

북한의 이런 결정과 조치에는 한반도와 국제사회 정세에 대한 김정은 위원장의 인식과 평가가 고스란히 담겨 있다. 김 위원장은 연설에서 “현 국제정세는 … 조선반도를 둘러싼 세력구도가 명백해지고 미국이 제창하는 일극세계로부터 다극세계로의 전환이 눈에 뜨이게 가속화되고 있음을 보여준다”고 말했다. 중국은 미국과 갈등·경쟁을 이어가며 대립하고 있고, 러시아는 우크라이나 침공으로 미국뿐 아니라 유럽 국가들과도 갈등하고 있다. 북한은 이런 흐름을 세계질서에서 새로운 냉전구도의 출현으로 인식하고 있는 것이다.

노동당 중앙간부학교에서 강의하는 김정은(사진:연합뉴스)

새로운 냉전구도 속에서 ‘비빌 언덕’ 찾는다

앞서 1990년대의 냉전 붕괴, 그리고 뒤이은 세계화 흐름 속에서 극도의 외교적·경제적 고립을 겪은 북한이었지만, 최근 국제정세 환경이 변화하면서 ‘비벼볼 언덕’이 생겼다고 판단하는 것으로 보인다. 실제로 최근 북한의 미사일 발사에 대한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의 대응 과정에서 중국과 러시아는 미국 책임론을 주장하면서 추가 제재에 반대했고, 결국 유엔 차원의 어떤 대북 조치도 성사되지 않았다.

그리고 북한은 이에 화답이라도 하듯 미-중 갈등과 미-러 갈등 속 다양한 현안에서 노골적으로 중국과 러시아 편을 들고 있다. 북한은 올해 3월 유엔총회에서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에 대한 규탄 결의안이 141개국의 압도적 찬성으로 통과됐을 때 반대표를 던졌고, 7월에는 우크라이나 내 친러 분리주의 세력인 도네츠크인민공화국(DPR)과 루한스크인민공화국(LPR)을 독립국으로 인정했다. 최근에는 북한이 러시아에 포탄을 은밀하게 제공해 우크라이나 전쟁을 지원했다는 설이 미국에서 나오기도 했다.

북한 노동당 중앙위원회는 지난 8월 낸시 펠로시 미국 하원의장의 대만 방문과 관련해 중국 공산당에 서한을 보내 “중국 공산당과 중국 정부가 미국의 전횡을 단호히 물리치고 국가의 영토 완정을 수호하며 중화민족의 통일 위업을 성취하기 위하여 취하고 있는 강력하고 정당하며 합법적인 모든 조치들에 대해 전적인 지지와 연대를 보낸다”고 밝혔다.

북한과 중국이 이처럼 외교적으로 밀접해지는 가운데 중국은 공산당 대회를 통해 시진핑 총서기의 3연임을 추인했다. 사실상 북한과 중국의 정치구조가 유사성을 더해가는 것으로, 이제 두 나라는 외교적 유대를 넘어 정치구조적 유대로까지 이어지고 있다.

이와 함께 북한은 인도나 사우디아라비아, 인도네시아 같은 ‘중간지대’ 국가들과의 협력을 위기 극복의 한 방편으로 구상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이 나라들은 최근 들어 미국이나 중국, 러시아 가운데 특정 국가를 일방적으로 편들지 않고, 사안별로 세 나라 사이를 오가며 국익을 극대화하는 외교 노선을 견지하고 있다. 냉전 시기의 ‘비동맹 외교’를 연상케 하는 움직임이다. 이와 관련해 김정은 위원장은 “우리나라를 존중하고 우호적으로 대하는 자본주의 나라들과도 다방면적인 교류와 협력을 발전시켜 나가기 위한 외교전”을 언급해, 중간지대 국가들과의 관계 증진을 시사했다.

김정은, ‘포스트 바이든’까지 고려하나

핵을 포기하지 않고 핵보유국 지위를 이어가겠다는 북한의 결정은 미국의 국내 정치 상황도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김정은 위원장은 시정연설에서 “시간이 과연 누구의 편이냐. 바쁘면 지금 적들이 바빠났지 우리는 바쁠 것이 하나도 없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우리 인민에게 들씌워지는 고통의 시간이 길어지는데 정비례하여 우리의 절대적 힘은 계속 가속적으로 강화되고 있으며 그들이 부닥치게 될 안보위협도 정비례하게 증대되고 있다”고 주장했다.

현재 미국의 여당인 민주당은 중간선거에서 ‘레드 웨이브’를 막아내며 상원을 지켜냈지만, 하원의 주도권은 근소한 차이로 공화당으로 넘어갈 가능성이 크다. 2년 뒤 치러질 대통령 선거를 장담하기는 여전히 불투명하다. 중간선거 이후 미국 정가는 급속히 차기 대통령 선거 국면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큰데, 북한은 이런 상황에서 ‘포스트 바이든’까지 염두에 두었을 가능성이 있다. 공화당의 유력 주자인 트럼프 전 대통령이 김 위원장과 인연을 맺고 있다는 점은 주목되는 대목이다.

사실 시간이라는 변수에서 남한도 예외는 아니다. 0.7%p라는 초박빙의 승리로 권력을 잡은 윤석열 정부는 대통령 선거에 이어진 지방선거에서 대승을 거뒀지만, 곧 2024년 총선이 다가온다. 내년 하반기부터는 본격적으로 선거정국이 펼쳐지는 것이다.

사진:셔터스톡

2026년까지 ‘강 대 강’의 남북 대립 구도 이어질 듯 

이런 정세 평가와 판단 속에서, 김정은 위원장은 앞으로 험난한 한반도 정세를 결심한 것으로 판단된다. 올 한해 남북이 주고받기식으로 군사훈련을 실시하고 미사일, 포탄을 쏜 것을 고려하면 앞으로도 이런 상황은 지속될 가능성이 크다. 김정은 위원장의 여동생인 김여정 당 부부장은 지난 8월 코로나19 방역 승리를 주장하는 회의 토론에서 “대적, 대남의식을 달리 가져야 할 때”라며 “동족대결에 환장이 된 저 남쪽의 혐오스러운 것들을 동족이라고 시대착오적인 생각을 가진다면 그보다 더 무서운 자멸행위는 없다”고 강조했다. 남북관계가 ‘강 대 강’의 대립 구도로 흐를 것임을 예상케 하는 대목이다.

2021년 김정은 위원장은 제8차 당대회를 통해 5년간의 국가 운영구상을 내놓은 바 있다. 2026년 제9차 당대회 때까지 북한의 국가정책은 급변하기 쉽지 않아 보인다. 결국 북한은 한·미의 정치변화를 지켜보며, 현재의 정책운용 방향을 유지한 채 앞으로 남은 3년을 보낼 것이다. 그 속에서 ‘한반도의 겨울’은 더 길고 지루할 것으로 예상된다.


글쓴이 장용훈은
김일성 북한 주석이 사망한 1994년 <내외통신>에서 기자 생활을 시작한 뒤 1999년부터 <연합뉴스>에서 북한 및 남북관계 전문기자로 일했다. 한반도부장을 거쳐 지금은 한반도콘텐츠기획부장을 맡고 있다. 2009년 김정은 위원장의 후계자 내정을 단독 보도한 공로로 한국기자대상을 수상했다. 북한을 정확하게 이해하고, 이를 토대로 한반도의 평화를 만들어 가는 데 관심이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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