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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미옥 칼럼] 시스템의 알람이 왜 울리지 않았을까?

By | 2022년 11월 8일 | 미분류, 정책, 정치

‘꼬리 자르기’의 시작인가? 국가 애도기간이 끝나자마자 경찰이 이태원 참사 수사에 본격 돌입했지만, 국민의 시선은 그다지 곱지 않다. 수사의 칼끝이 용산경찰서와 용산구청 등 일선 현장의 책임자 수준에서 그칠 것이라는 흐름이 벌써부터 감지되기 때문이다. 무엇보다, 경질 여론이 비등한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 등에 대한 여권의 태도는 ‘감싸기’에서 요지부동이다.

이번 참사는 정말로 경찰이나 지방자치단체의 잘못으로 발생한 것일까? 국민의 생명과 안전을 보호하는 포괄적 책임과 역할을 맡은 대통령실과 주무 부처 등은 법적·정치적 책임에서 자유로운가?

30년 넘는 일선 현장 경력을 통해 ‘여경(女警)의 전설’로 불리는 박미옥 전 경정은 이태원 참사의 근본 원인을 위기관리 조직과 시스템에서 찾는다. 우리 사회는 끊임없는 대형참사를 겪으며 위기관리 시스템을 고도화해 왔는데도, 이번 참사에선 그 조직과 시스템이 제대로 경고음을 내지 않았다는 것이다. 왜 그랬을까? 박 전 경정은 이 시스템의 ‘무작동’ 혹은 ‘오작동’을 총체적으로 점검하지 않으면 대형참사는 되풀이될 것이라고 우려한다. [편집자주]

✔ 혼잡 경비는 경찰 업무의 기본이자 일상
✔ 10.29 18:34 신고후 경찰 조직과 시스템은 어디에?
✔ 현장은 생물, 주도적이지 않으면 대응 어려워
✔ 시스템과 조직이 위험신호에 대응 못 한 점 반성 필요
✔ 사람을 중히 여기는 이들이 현장을 지켜야 한다

사진:셔터스톡

말하고 싶다

‘이태원 참사’의 원인과 진실을 놓고 의견이 쏟아지고 있다. 그 가운데 중요한 것 하나가 ‘사망자, 희생자, 피해자’라는 언어적 개념, 정의를 둘러싼 논란이다. 왜일까? 개념이 중요하다는 것을 알기 때문이다. 그것은 누구에게 어떤 책임이 있는지와 직결된다.

그리고 국민을 보호할 포괄적 책임과 총체적 역할을 해야 하는 정부에서 구체적 책임을 맡고 있는 주무 부처가 논점 없이 침묵하고 있는 것에 심각한 우려를 표하고 싶다. 그나마 다행인 점은, 우르르 ‘사고’라고 말하려던 이들에게 젊음을 보호하지 못하고 새로운 문화적 흐름을 인정하지 못한 사회적 ‘참사’임을 명백하게 일깨워준 우리의 집단지성에 조금이나마 위로받는다는 사실이다.

그럼에도 그 ‘위로’만으로는 부족해 말하고 싶다. 국민의 한 사람으로서 화가 나고, 책임져 주지 않는 사회 시스템에 불안이 생기고, 개인적으로도 너무나 슬프지만, 위기관리는 경찰의 숙명이라고 생각하고 그 현장을 대비하고 대응했던 한 사람으로서 억울하다고 말하고 싶다. 매번 사회적 대형사고, 참사가 날 때마다 현장에 책임이 있다고 정리하고, 시간이 지나고 묻혀가고 잊혀 가다가 다시 비슷한 참사가 발생하면 또 현장에서만 원인을 찾을 것인지 묻고 싶다. 그렇다면 왜 조직이 있고, 시스템이 필요했는지 묻고 싶다. 아직 우리나라는 그 조직과 시스템이 없는 나라인지 묻고 싶다.

개인보다 집단이 똑똑하다는 말이 있다. 개인이 지닌 한계를 조직이 지원하고 시스템이 함께해야 위험과 변수가 대비될 수 있다는 뜻일 것이다. 조직은 있었으나 시스템이 부재했던 시절, 사람이 문제를 해결하기도 했다. 하지만 이미 우리 사회는 필요한 조직을 만들었고, 그 역할도 구체화하면서 시스템을 구축했다. 끊임없이 역동적인 사회 변화와 함께 고도화된 조직이고 시스템이다.

그런데 도의적인 무한 책임과 구체적인 역할의 부재를 인정해도 모자랄 판에 정부와 지방자치단체가 법령과 조례를 따지고 있다. 관리, 통제, 책임의 주체를 놓고 법을 해석하고 있다. 이것은 법 이전에 사람에 대한 문제이다. 법학개론 첫 시간에 법은 적용보다 해석의 문제라고 배웠다. 사람을 위해 법을 만들었고 그 법의 질서를 위해, 한계를 분명히 하기 위해 절차법을 만들었는데, 현장에서 절차만 따지고 있다면, 법이 없다고 말한다면 사람들은 어디로 가야 하는가. 조직과 시스템의 존재 지향점, 직무 철학이 사람을 가장 우선하지 않는다면, 문제 해결의 방향이나 대책도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 

현장은 생물이다

경찰 현장의 일상 가운데 하나가 혼잡경비다. 정보 파트나 관할 파출소에서 다중이 운집해 위험할 수 있는 상황이나 요소가 있어 보고가 되면, 이를 기반으로 실무 기능이 모여 회의하고 상부에도 보고를 한다. 그리고 경찰청과 시・도 경찰청이, 시・도 경찰청과 경찰서가, 세부적으로 부서별 기능이 유기적으로 의논한다. 대표적으로 경비와 교통이, 상황에 따라 수사와 형사가, 어느 기능이 주관할 상황인지와 그에 따른 인력 운영 및 지원 요소를 결정한다. 

범죄 진압 이전에 안전이 우선하고 위기관리가 기본적으로 요구된다. 그것이 경찰의 현장이고, 그 현장은 사람과 인권의 중요성이 강조된다. 그런데 이번에는 왜 그 사전 판단도 사전 대비도 없었는지, 할 수 없었는지 진심으로 의문이다.

경찰의 역할은 사람이 가진 수많은 현상과 현장을 경계하고 살피는 것이다. 그 현장은 ‘생물’이어서, 스스로 일할 줄 아는 조직이 잘 대응해도 어쩌면 ‘잘해야 본전’일 가능성이 크다. 생물이란 생명을 가지고 스스로 생활 현상을 유지해 나가는 물체이고, 특히나 사람은 다양한 복잡성과 역동성을 가진 존재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그 이상의 것을 살펴야 하는 것이 경찰의 현장이다. 능동적이고 주도적이지 않은 경찰은 생물인 현장을 최선을 다해 대응하기 어렵다. 

어느 신임 서장이 부임한 뒤 기능별 첫 업무 보고 자리에서 이렇게 얘기했다. 자신도 경력이 있는데 경찰 각 부서의 일이나 구조, 그 어려움을 모르겠는가, 그러하니 통상적인 업무 보고를 떠나서 관내에서 지난 5년 동안 있었던 각 기능의 중요사안과 대형사고를 분석하고 살펴서 알려 주고, 대비해야 할 점을 기능별로 유기적으로 의논하자고.

그렇다. 현장을 잘 알지 못해도 좋다. 현장에서 듣고 싶은 한마디, 생각하지 못한 것을 말하게 하는 분위기를 조성하고 경청하고 알아채는 힘이 있으면 된다. 그렇게 하면 모르는 현장도, 겪어 보지 못한 사고도, 두렵고 불안한 상황도 변수를 예견하고 대응하고 해결할 수 있다는 것을 현장에서 배웠다.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오른쪽)과 윤희근 경찰청장(왼쪽). (사진:연합뉴스)

2005년 경북 상주 공연장 압사 사고나 2014년 세월호 사건으로 국민적 재난에 대한 엄청난 경각심과 구체적 안전 관리 요구가 있었다. 그와 별개로라도 경찰은 기본적으로 시민의 안전에 대한 일상의 책임이 있다. 그래서 지금껏 수많은 경우와 상황들로부터 질책받으며 배웠고, 대비했다. 전년 대비나 전년 대책 보고를 기준으로 상황을 대비한다면, 이미 그 대응에는 안일함이 있다. 시대적으로 상황적으로 현장은 다르게 나타나고 요구되는 것이 다르다. 이를 사전에 대비하는 것은 분명 경찰의 역할이다. 

촛불집회 때 강력 형사이면서 동원된 적이 있다. 우리가 맡은 역할은 진보와 보수가 맞물리는 집회 동선, 그 경계에서 의견이 다른 시민들이 서로 다투지 않도록, 폭력이 발생하여 112신고가 떨어지지 않도록 사전에 살피고 경계하는 일이었다. 국민이 평화집회를 하고 싶어 하는 장소에서 필요한 질서 유지라는 지침에 따른 것이었다. 그 외에도 강력 형사 당직팀이 112신고 초동 조치에 지역 경찰과 함께 위기관리를 해야 할 상황들은 무수히 많다. 대표적인 것이 2012년 ‘오원춘 사건’이 준 교훈이다. 범죄 혐의 징후가 없다고 안일하게 대응했던 미귀가자 사건은 중요한 강력 사건이 되어 경찰을 끝없이 예민하게 만들었고, 이유 없이 미귀가한 대상자는 안전이 확인될 때까지 대응하는 실종팀이 생긴 지도 10여 년이 넘는다. 

그뿐인가. 조현병 환자에 의한 강력범죄 발생을 예방하기 위한 긴급입원 조치는 경찰의 일인지 구분하기 어렵지만, 위기관리라는 숙명 앞에서 능동적으로 움직이고 있다. 그렇게 경찰은 매번 질책과 함께 문제의식을 느끼고 상황에 대한 통찰과 함께 자세하고, 구체적인 대책을 배우고 마련했다.

그런데도 이태원에선 참사 예고 신호나 다름없었던 10월29일 오후 6시34분의 “압사당할 것 같다”는 112신고 접수 직후부터 경찰의 알람이, 위험신호가 왜 울리지 않았을까? 설마 아직도 개념 정립이 되지 않아서일까, 갑자기 폭주한 집회 시위에 대응하느라 우선순위가 바뀌어서 알람이 울려야 할 시점을 잊어버린 것일까? 그때 조직과 시스템은 무엇을 하고, 어디에 있었을까?

몰랐으면 몰랐다고 인정하자. 인식이 없었다면 인식이 없었다고 인정하자. 아니 인식은 있었으나 우선순위가 다른 곳에 있었다면 그것을 인정하자. 그래야만 같은 사고, 같은 참사를 되풀이하지 않고 현장이 다른 기능과 다른 부처와 함께 능동적이고 유기적으로 움직인다. 그래도 최선이기 어려운 곳이 현장이기 때문에 더욱 솔직해져야 한다. 

시스템과 매뉴얼은 있다

다중운집 행사 안전 관리 매뉴얼의 존재 여부나 ‘재난 및 안전관리 기본법’과 공연법 등이 지역 축제 안전 관리 매뉴얼을 반영하고 시대적 상황에 맞게 개정되었는지는 물론 중요하다. 그리고 그 시스템과 매뉴얼이 존재했는데도 제대로 운영되지 못하고 대비하지 못했다면 그 이유를 구체적으로 살펴야 한다.

얼마 전 경찰대 특강에서 이렇게 말했다. 이제 강력범죄에 대한 인식을 달리해야 한다고. 사회적 이슈가 될 수 있거나 사회적 이슈인 사건 중에서 타인의 문제만이 아니라 나의 안전 문제와도 직결된다고 생각돼 국민적 파장이 큰 사건은 강력범죄로 생각하고 대응해야 한다고. 그리고 사건이 잘 해결되었을지라도 먼저 생각해야 할 일은 피해자와 그 가족에게 제대로 지켜드리지 못한 죄송함과 위로를 함께 드릴 수 있는 감성과 태도여야 한다고.

그런데 그 책임과 역할이 경찰에게만 있을까? 한 지역, 한 사회, 한 국가의 일이 어느 한 기능에만 명시되어 있겠는가. 각 부처가 상호 유기적으로 국민에 대한 위기관리를 하는 것이 상식이고 기본이다. 그러니 법이 있고 조례가 있다고 해도 무슨 소용이 있을까. 그것을 제대로 인식하고 능동적으로 해석하고 활용할 공무원과 기관장이 없다면 말이다. 

각자의 역할이 있고 책임이 있는 시스템과 조직이 국민의 생명과 직결된 위험신호를 사전에 읽고 대비하지 못했다면 우리는 반성해야 한다. 대책본부조차 어디에 설치해야 하는지 모른다면, 총체적 난국이다. 누가 무엇을 통제하고 관리해야 할지 모른다면, 내일의 사고는 누가 예방하고 대비할 것인지 걱정된다. 그래서 각 부처는 더 이상 현장 뒤에, 경찰 뒤에 숨지 말고 각자의 위치에서, 자신의 역할을 다하지 않은 것을 반성하고 그 책임을 인정해야 한다. 그래야 다음을 대비하고 오늘과 같은 눈물을 흘리지 않을 수 있다. 

사진:셔터스톡

사람을 중히 여기는 사람이 현장을 지켜야 한다

사람에게 믿음을 얻고 안심을 시키는 것이 얼마나 힘든 일인지 모르는 사람은 잠시 멈추고 생각해야 한다. 개인의 경험이나 가치관, 신념, 일상의 업무 그 이전에 내 역할이 사람에게 맞닿아 있다는 것을 중히 여기는 사람이 그 시스템을 활용하여야 한다. 그때 우리는 진심으로 보호받고 있다는 느낌이 들 것이라 생각한다.

신뢰와 위로는 진정 사람을 사랑하는 마음에서 나오고 오랫동안 축적된 삶의 방식, 철학에서 우러나온다는 것을 우리는 잘 알고 있다. 권력보다 사람을 중시하고 상사의 부족한 지시를 채워줄 수 있는 사람이 현장을 지켜 주길 바란다. 주도적으로 스스로 일할 줄 아는 조직과 시스템이 존재하기를 희망한다.


글쓴이 박미옥은
경북 영덕에서 태어나 순경 공채 시험으로 경찰 생활을 시작했다. 1991년 서울지방경찰청에서 여자 형사기동대를 창설할 때 지원하여 선발되었고, 이후 강력계 형사로 자리잡았다. 양천경찰서 마약범죄수사팀장, 강남경찰서 강력계장 등을 맡았고, 2021년 서귀포경찰서 형사과장을 끝으로 명예퇴직했다. 퇴직 당시 언론은 그를 ‘여경(女警)의 전설’이라 칭했다. 지금은 제주에서 자연스러운 자유인을 꿈꾸며 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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