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국방담’을 시작한 이래로 이렇게 치열하게 의견이 맞부딪친 적은 처음인 것 같다. 방담 참여자들은 정치지향에서 차이가 있지만, 그래도 문제를 해결해 나가는 대안의 방향에 대해서는 그동안 의견의 일치를 본 경우가 많았다. 이번에는 아니었다. 바로 이런 상황이 현재의 한국 정치, 그리고 ‘이태원 참사’의 원인과 후속 대응에 대한 정치권과 우리 국민들의 인식차를 여실히 보여주는 것처럼 보인다.

참사의 원인을 놓고는 윤석열 정부의 무능과 무책임이냐, 아니면 오래된 시스템의 문제냐로 의견이 갈렸다. 향후 정국에서는 갈등이 증폭될 것이라는 의견이 지배적이었다. 사정 정국은 계속되고, 이재명 민주당 대표에 대한 체포동의안이 최대분기점이 될 것으로 전망됐다.

30% 안팎의 낮은 지지율로 국정 운영 동력이 가뜩이나 취약한 윤석열 대통령은 ‘이태원 참사’로 취임 이후 가장 커다란 시험대에 올랐다. 대통령의 유감 표명은 사과보다는 경찰에 대한 공개적 책임 추궁의 시발점처럼 보인다. 세월호 참사 이후 박근혜 대통령의 해경 해체 발언도 연상된다. 대통령의 선택은 어떤 평가를 받게될까? [편집자 주]

✔ 막강한 권한을 쥐고도 집행할 의지 없던 행안부, 위기관리능력 제로✔ 이태원 참사는 누적된 병폐와 안전의식과 제도 미비의 종합판✔ 비극에 대한 국민 애도를 정치적으로 활용하려 들면 오히려 역풍 예상✔ 지금은 대통령이 국정 운영의 안정감과 능력을 보여줘야 할 때✔ 여당이 헤매는 사안에 대안을 내놓는 의연한 모습만이 이재명이 살아남는 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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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태원 참사, “위기 관리 능력 제로”

가오리: ‘이태원 참사’로 윤석열 정부의 통치 능력에 대한 의문이 커졌다. 이번 참사를 어떻게 봐야 하나?

밀덕 : 150여 명의 사망자가 난 대형 참사다. 현대 국가에서 안전 문제는 책임 소재나 공사 영역에 구속되지 않는다. 과거와 달리 현대로 올수록 국가에 더 많은 권한을 위임해주고 있기 때문이다.

지금 한국의 안전은 행정안전부에 권한이 집중되어 있다. 3000여 명 행안부 인력의 절반이 ‘재난안전관리본부’다. 차관(본부장)이 수장이다. 외청으로는 경찰청과 소방청을 거느린다. 거기다 예산권과 인사권을 통해 전국의 광역·기초 자치단체를 동원할 수 있다. 행안부 장관의 권한이 막강하다.

그런 부처의 장관이 “경력을 미리 배치했어도 막을 수 없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건 권한을 줘도 집행할 의지가 없다는 소리다. 인파가 몰리면 위험하다는 건 상식이다. 전형적인 사회재난 발생 가능성을 무시했다. 위기관리 능력이 ‘제로’다.

“어떤 국가도 모든 국민 완벽히 보호는 못해”

변방지기 : 어떤 국가도 사고로부터 자유로울 수는 없다. 그 어떤 국가도 모든 국민을 완벽히 보호하지는 못한다. 이번 이태원 사고는 누적된 병폐와 안전의식과 제도 미비의 종합판이다.

세월호 때도 우리나라의 많은 전문가들 중에서 곧 침몰하는 배이니 구조를 시급히 서둘러야 한다고 사고 중에 말한 사람은 없었다. 

들국화 : 불가항력인 자연재해의 책임을 정부에 물을 수는 없다. 그러나 대형 참사는 대부분 천재(天災)가 아니라 인재(人災)다. 사람이나 사람이 만든 시스템의 잘못으로 벌어진다. 이태원 참사에서 윤석열 정부는 재난을 예방하고 피해를 줄이기 위해 노력해야 하는 의무를 이행하지 않았다. 법적, 정치적 책임을 물어야 한다.

변방지기 : 대형 사고가 날 때마다 진상규명도 되기 전에 책임자를 찾아내고자 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그렇게 되면 앞으로도 불가피하게 언젠가는 일어날 재난과 사고를 방지하기보다는, 오히려 책임 있는 자리에 있는 사람들조차 책임을 회피하려 들게 되고 시스템으로서 구축해야 할 사회적 안전은 더욱 멀어진다.

정부의 위기관리 능력은 앞서 일어난 사건 사고를 경험한 정부와 국민의 축적된 역량의 결과다. 슈퍼 선진국인 미국의 경우, 대형 총기 사고가 잊혀질 시간 없이 끊임없이 발생한다. 이를 두고 총기 소유에 관한 논쟁은 있지만 정쟁으로 치닫지는 않는다. 9·11 테러를 당했을 때도 미국 사회는 책임 문제보다 테러에 대한 대응을 통해 사회적 비극에 대한 미국민의 사고방식을 세계에 보여준 바 있다.

사진:셔터스톡

“국민의 보호는 국가의 ‘헌법적 의무’”

가오리 : 그렇다면 이번 참사에서 책임은 어디에 있는가?

들국화 : 우리 헌법 34조 6항은 ‘국가는 재해를 예방하고 그 위험으로부터 국민을 보호하기 위하여 노력하여야 한다’라고 규정하고 있다. 

재난 및 안전관리 기본법 4조 1항은 ‘국가와 지방자치단체는 재난이나 그 밖의 각종 사고로부터 국민의 생명·신체 및 재산을 보호할 책무를 지고, 재난이나 그 밖의 각종 사고를 예방하고 피해를 줄이기 위하여 노력하여야 하며, 발생한 피해를 신속히 대응·복구하기 위한 계획을 수립·시행하여야 한다’라고 되어 있다. 중앙정부든 지방정부든 정부는 재난으로부터 국민을 보호하기 위하여 노력할 의무가 있다. 

참사가 터지면 정부의 잘못을 선제적으로 인정하고 선제적으로 사과해야 한다. 철저한 진상규명과 문책을 약속해야 한다.

“문정부에서 작동했던 위기관리 시스템, 한순간에 망가져”

가오리 : 윤정부의 위기관리 능력에 문제가 있었다는 것인가?

들국화 : 정부의 위기관리 능력은 두 가지다. 첫째, 대형 참사가 벌어지지 않도록 사람과 시스템을 잘 관리하는 능력이다. 안전 관리 예산을 확보하고 전문가들을 배치해 대형 참사를 예방해야 한다. 둘째, 대형 참사가 벌어진 뒤에는 정부에 대한 국민의 신뢰를 유지하고 사회가 분열하지 않도록 통합하는 능력이다. 

그런데 윤석열 정부는 두 가지 능력이 다 결여된 것으로 드러났다. 첫째, 대형 참사 예방 시스템이 갑자기 망가졌다. 문재인 정부에서는 제대로 작동했던 위기관리 시스템이다. 대통령실 용산 이전과 긴밀한 관련이 있는 것 같다. 대통령실 이전에 따라 용산 일대의 경찰 인력 배치 우선순위가 달라졌다. 구체적으로 무엇이 잘못됐는지는 언론의 취재, 경찰 수사, 국정조사, 특검 등을 통해 차례차례 밝혀질 것이다.

둘째, 참사가 벌어진 직후에 윤석열 대통령, 한덕수 국무총리,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 박희영 용산구청장, 윤희근 경찰청장이 보인 모습은 정말 실망스러웠다. 책임을 회피하는 비겁한 사람들이라는 인상을 강하게 줬다.

“예고된 사고는 없다. 이전 정부의 책임이 더 크다”

변방지기 : 예고된 사고는 없다. 이태원 참사 발생 전 TV 뉴스에서는 이태원의 축제 보도를 하면서 사건이 일어날 가능성을 말한 기자는 없었다. 그러나 사건이 일어나면 언론은 예고된 사건인데 모든 게 문제라고 말하곤 한다.

경찰의 문제를 방치한 정부의 책임도 피할 수 없겠지만, 주로 경찰의 문제로 압축되고 있다. ‘검수완박’으로 상징되는 야권의 경찰 힘 실어주기도 문제가 있어서, 국민이 특정 정파에 힘을 실어주는 태도를 보여주기 어려울 것 같다. 어느 순간 사고 책임 당사자인 경찰이 그 한계를 드러내면 검찰 중심의 책임 소재 가리기가 후속 이슈로 부상할 수도 있다고 본다.

가오리 : 경찰의 책임으로 마무리 될 수 있을까?

변방지기 : 사고가 발생했다는 것은 어떤 의미에서 사고 이전의 정부의 책임이 더 크다는 것을 말한다. 사고는 우리 사회가 아직 구축하지 못한 안전 시스템의 미비에서 발생한다. 이번 사고를 통해 국지성과 일회적 대응이 아닌 제도와 시스템을 통한 안전 사회의 초석을 닦는 데 모든 노력을 경주해야 한다.

“보행자 흐름을 통제하기만 했어도...”

가오리 : 하지만 대규모 인명이 희생되었다는 점에서 세월호 참사가 연상되지 않을 수 없는데.

들국화 : 세월호 참사와 이태원 참사는 시스템의 실패로 인한 후진국형 재난이다. 세월호 참사는 배가 기울기 시작했을 때 승객들에게 구명조끼를 입고 갑판 위로 올라오도록 조처했으면 큰 피해를 막을 수 있었다. 이태원 참사는 인파와 보행자 흐름을 통제하기만 했어도 막을 수 있었다. 희생자 대부분이 젊은 사람들이라는 공통점도 있다. 젊은 사람들의 집단적인 죽음은 사회 전체에 깊은 상처를 남긴다.

“사고는 당적을 보고 발생하지 않아”

변방지기 : 세월호 사건도 있었지만, 경기도 분당의 환풍구 붕괴사고 때는 대통령과 당적이 다른 현직 시장이 현장에 있는 상황에서 사고가 발생했다. 사건 사고가 당적을 보고 발생하지 않는다. 사건이 일어난 후에는 모든 것을 자기들은 알고 있었는데 정부만 몰랐다는 후견지명 편향에 기대어 책임 문제와 책임을 질 책임자 물색에만 몰두한다.

큰 사고로 무고한 희생자가 발생했을 때마다 국정 최고책임자로 향하는 책임 공방은 기실 참사를 극복하고 책임 소재를 밝혀 처벌과 응징을 하고 대응체계를 구축하는데 가장 큰 장애 요소가 된다. 다른 정권이었다면 사고가 나지 않았을 것이라는 말은 일종의 저주적인 소리침일 뿐이다. 

“국민의 안전을 지켜주지 못하는 국가는 필요 없다”

밀덕 : 세월호와 이태원의 차이점도 있지만, 세월호 이전과 이후의 차이점이 중요하다. 세월호 이전엔 안전을 개인적인 일로, 재난을 어쩔 수 없는 일로 보았다. 국가 책임이라고 보지 않았다. 그러나 세월호를 계기로 완전히 달라졌다. 국민의 안전을 지켜주지 못하는 국가는 필요 없다는 판단을 내렸다. 결국 정권이 무너졌다.

그 이후 문재인 정부는 안전 문제에 적극적으로 대응했다. 행안부 장관은 사망자 6명 이상이면 바로 사고 현장으로 달려갔다. 총리나 대통령은 즉각 중대본 회의를 소집, 주재했다. 그런데 현 정부는 책임 추궁을 방어하고 회피하는 기술만 부렸다.

변방지기 : 두 사건은 많은 젊은이들이 제대로 보호받지 못한 상태에서 억울한 죽음을 당한 큰 비극이고, 전쟁이 아닌 평시와 일상의 한순간에 맞이한 참극이다. 또한 인명을 보호하고 구조하는 과정에서 관계기관의 부실과 무능, 책임 회피가 있다는 점에서 같다.

세월호 참사 희생자가 안산과 단원고란 단일 성격이 강한 것에 비해, 이태원 참사 피해자들의 연령이나 출신지 등이 다양해서 장례 절차도 비교적 정상적으로 진행되는 등 세월호 유가족들과는 다른 대응 방식이 나타날지도 주목된다.

“세월호 참사가 정쟁으로 비화한 것은 불행한 일”

가오리 : 정부와 대통령에게 책임을 묻기 어렵다는 것인가?

변방지기 : 세월호 당시는 모든 공세를 박근혜 대통령에게 맞추었다. 7시간 동안 대통령의 일정이 모호할 뿐 아니라 야릇한 상상력까지 동원된 총공세를 통하여 대통령은 국민의 외면을 당했다. 세월호 당시 대통령에게로 향했던 책임 공방, 그리고 이어진 정국의 경직과 대통령 탄핵 탓인지, 윤석열 대통령의 당일 일정 공개와 희생자 조문, 애도 기간 선정 등으로 대통령에 향하는 직격 비난은 많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세월호 참사 이후 정쟁으로 비화된 불행을 체험한 국민의 아픈 경험이 이태원 참사에 대한 애도 중심의 태도로 나타나고, 합리적이고 상식적인 책임 규명이 이루어지길 바라는 것으로 보인다. 우리 사회의 큰 비극에 대한 국민의 애도를 정치적으로 활용하려 한다면 오히려 역풍이 예상된다.

들국화 : 문재인 대통령 임기 중에도 수십 명의 사망자가 나온 재난이 많이 있었다. 문 대통령은 사과를 하지는 않았지만, 과도할 정도로 지시를 내리고 발언을 많이 했다. 윤 대통령은 그런 모습이 없다.

“일반 국민은 아직 대통령에 대한 공세 생각 없어”

변방지기 : 국민이 대통령에게 직접 책임을 묻지는 않지만, 책임 있는 공직자들과 관계기관의 부실과 안이함, 때론 거짓이 연일 드러나면서 대통령의 책임자 처벌과 수위가 오히려 국민의 대통령에 대한 평가를 가름할 주요한 분기점이 될 것으로 보인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세월호 당시 나타난 국민의 대통령 통치권에 대한 불신과, 파국적 상황은 아닌 것으로 보인다. 참사 직후 야당 인사의 부적절한 문제 야기와 이재명 당 대표의 성남시장 시절 사건의 오버랩 등을 우려한 민주당의 어정쩡한 태도도 일조한 바 있다. 

이태원 참사에 대해 일반 국민은 아직 애도 분위기가 중심이지 대통령에 대한 전방위적 공세 동참 수준과는 거리가 있는 것으로 보인다.

사진:연합뉴스

“국민들 마음 속엔 차곡차곡 쌓일 것”

가오리 : 대통령 지지율이 떨어지지 않고 있는 것도 그 때문일까?

밀덕 : 당장은 선거가 없기 때문에 참사 이슈가 그리 오래 가진 않을 것이다. 당분간 대통령과 여당의 지지율은 계속 30%대 언저리에서 횡보할 것이다. 당장 선거가 있다면 몰라도, 여론조사 지지율 외에 정권이 국민 눈치 볼 일이 없다.

그러나 국민 마음속에 차곡차곡 쌓이는 게 있다. 이 정부가 서툴고 무능하면서도 뻔뻔하다는 인식이다. 여당은 조금씩 불안해지겠지만, 대통령 주변에서 여론 걱정하는 정무적 감각을 지닌 참모는 없다고 봐야 한다. 당장 무슨 일이 벌어지지는 않겠지만, 분명히 국민의 인식에는 누적되는 게 있을 것이다.

“전당대회에서 ‘윤심’을 두고 여당 갈등 표출될 것”

가오리 : 그렇다면 여당은 나름 고민이 깊어지지 않을까?

밀덕 : 이후 다가올 첫 번째 정치적 모멘텀은 여당의 전당대회다. 둘로 갈라질 것이다. ‘윤심’ 운운하며 이대로 가면서 보강하자는 파와, 이대로 가다간 동반 타살당하니 독자 노선을 걷자는 파가 나올 가능성이 크다. 세력은 둘 다 팽팽하지 않을까 싶다. 

변방지기 : 여권은 이태원 참사에서 대통령으로 향하는 직접적인 국민 비난에 대한 걱정과 우려는 일정 부분 줄였지만, 대통령이 아니더라도 대참사 사건에 대한 책임자 규명과 처벌에는 목소리를 높일 수밖에 없다. 책임자에 대한 처벌과 방향에 따라서, 얼마 남지 않은 총선에 모든 것을 걸 수밖에 없는 여권 인사들의 정치적 운명이 판가름 날 가능성이 크다. 이것이 대통령에 대한 압력으로 작용할 수 있다. 

한편 야권은 대통령에 대한 공세를 강화해서 국민적 동의를 이끌어내지 못하고 경찰이나 장관 수준에서 책임을 묻는 선에서 이태원 참사에 대한 결과물이 주어진다고 하면, 여권에 사실상 큰 타격을 주지 못했다고 보일 것이다. 책임 문제가 구체화하면서 국민적인 지지를 얼마만큼 끌어내느냐가 여야가 직면한 문제로 보인다. 

‘책임자 문책 안하면, 대통령이 비난 받을 것’

가오리 : 대통령은 어떤 선택을 할까?

들국화 : 윤석열 대통령의 선택은 예측할 수 없다. 그는 정치인이 아니기 때문이다. 김영삼, 김대중, 노무현, 이명박, 박근혜, 문재인 대통령의 선택은 예측할 수 있었다. 정치인이었기 때문이다.

윤 대통령이 매일 합동분향소를 찾아가 조문하고 종교계의 추모 행사를 통해 사과하는 것으로 미루어 대국민 공식 사과와 최소한의 문책 인사는 할 것으로 보인다. 혹시라도 공식 사과와 문책 인사를 하지 않으면 국정 지지율이 더 떨어지고 정권 퇴진 압력에 직면할 것이다.

변방지기 : 많은 젊은이들이 희생당한 뒤 대한민국뿐 아니라 세계인의 눈이 우리나라를 주시하고 있다. 우리의 대응, 특히 책임 규명과 안전대책 강구로 이어지는 과정을 보면서 대한민국의 국격과 이미지를 판단할 것이다. 

대통령은 지금까지 가능한 참모를 보호하려 할 것이나, 자칫 국민의 눈에는 사건 책임자를 보호하려 한다고 비칠 수 있다. 다수 국민은 책임져야 할 사람은 형사책임이나 정치적 책임 등을 확실히 지게 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밀덕 : 대통령은 두 마음이 들 것이다. 하나는 투쟁심, 한편으론 귀찮음. 지금도 권력 핵심부의 인재풀이 좁다. 한동훈, 이상민 정도가 대통령의 마음을 읽고 거침없이 행동할 수 있는 오른팔, 왼팔 아닌가 싶다. 그런데 이 중 이상민 팔이 도마에 먼저 올랐다. 자를까? 못 자른다. 경찰청장까지 자르면 잘 자른 거다. 그리고 수사 결과를 보자고 할 것이다. 즉 한동훈한테 뒷처리를 맡기면서 슬슬 김 빼는 식으로 갈 것이다.

동시에 슬슬 염증이 나기도 할 것이다. 대통령은 진짜 피곤한 자리다. 그러나 윤 대통령은 일하는 것 자체를 별로 안 좋아한다. 어떨 땐 아마 밑에서 보고 하려 들면 짜증부터 내지 않을까 싶다. 그럼 밑에서 알아서 하는 수밖에 없다. 그러나 그러다 보면 일이 엉클어지게 되어 있고 대통령은 또 짜증부터 낼 것이다. 국정이 표류하기 시작한다. 이명박 정권부터 박근혜 정부까지 10년 동안 일어난 일이 윤 대통령 5년 동안 그대로 압축 반복되는 정권이 될 수 있다. 

‘사정 정국은 끝까지 간다’

가오리 : 그동안은 검찰 주도의 사정 정국이었다. 계속될까? 이재명 대표에 대한 수사는 어떻게 될까? 체포동의안이 발부될까?

밀덕 : 수사는 이 정권 끝날 때까지 무조건 계속 간다고 봐야 한다. 검찰이 대통령과 운명공동체가 됐는데 이제 와 호랑이 등에서 뛰어내린다? 그럴 수 없다. 검찰은 한동훈을 후계자로 굳히려 할 것이다. 윤석열 갖고도 했는데, 똘똘한 한동훈 갖고 못 할 것 없다고 생각한다.

검찰은 지금 위에서 아래까지 한마음일 거다. 이재명을 대통령 만들어주는 건 나라 망하게 하는 짓이라는 확신을 품고 있을 것이다.사람은 어려울수록 자기 장기로 상황을 타개하려 한다. 대통령은 처음부터 끝까지 검찰을 통치 수단으로 쓸 것이다. 

변방지기 : 검찰은 이 사건과 관계없이 수사를 집행할 것이다. 외려 이태원 참사에 노출된 경찰의 민낯을 보게 된 국민은 검찰의 능력에 기대를 하게 될 것으로 보인다. 수사가 계속된다면 한동훈으로 상징되는 검찰과 관계기관은 체포동의안을 제출할 수밖에 없다. 

“‘이재명 체포동의안’이 핵심 이슈로 부상할 것”

가오리 : 이태원 참사를 덮으려는 시도로 보이지는 않을까?

들국화 : 지금 벌어지는 사정 정국은 총괄 기획자가 없다는 것이 특징이다. 검찰은 본능에 따라 기계적으로 수사, 체포, 구속, 기소를 할 뿐이다. 윤석열 대통령과 가까운 인사들을 검찰 요직에 포진할 때부터 예상된 장면이다. 

검찰은 체포영장을 청구하면서 내년도 예산안 국회 의결 일정 등 정무적 판단은 하지 않을 것이다. 지금 검찰 요직에 앉은 간부들은 그런 정치적 고려나 정무적 판단을 하지 않는 것이 자신들의 덕목이라고 생각하는 오만한 사람들이다.

검찰은 이재명 대표 체포영장을 청구하고, 법원은 체포영장을 발부하고, 한동훈 법무부 장관과 윤석열 대통령은 체포영장을 국회로 보낼 것이다. 하지만 국회에서 체포동의안이 가결될 가능성은 크지 않아 보인다. 민심은 이재명 대표에 대한 검찰의 수사를 윤 대통령과 검찰의 야당 탄압이라고 보는 것 같다.

변방지기 : 이태원 참사에 대한 정치적 고려가 더해질수록 체포동의안 제출과 그 파장은 확대되고 큰 여파가 예상된다. 물론 절대다수 의석을 보유한 민주당이 체포동의안을 가결할 수는 없지만, 체포동의안은 결국 이태원 참사를 이은 정국의 핵심 이슈로 부상할 것이다. 

민주당은 당 대표를 보호하는데 당력을 걸 수밖에 없고, 이 과정에서 이태원 참사에 대한 국민적 분노를 이끌어내 체포동의안 이후의 정치적 어려움에서 벗어나고자 할 것이다. 그러나 이재명 대표에 대한 사법적 의혹과 재판이 진행되고 있는 상황에서 이태원 참사를 방어막으로 삼는 것은 매우 난제가 될 것이다.

밀덕 : 야당은 며칠 전까지만 해도 방어 모드였다. 그러나 이태원 참사를 계기로 공세로 전환하려 들 것이다. 그럴수록 정권은 수사망을 좁혀올 테고, 그러니 국민이 보기에 굉장히 무의미하고 피곤한 정쟁 국면이 계속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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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야당’

가오리 : 야당은 어떻게 해야 할까?

밀덕 : 검찰이 문재인 전 대통령을 수사 대상으로 올리고 소환 가능성을 흘리기 시작하면 문재인 지지층은 이재명과 손을 잡을지 말지 고민할 수밖에 없다. 칼자루는 결국 윤 대통령이 쥐고 있다. 

지금까지 윤 대통령의 기세로는 문 전 대통령을 직접 타깃으로 삼을 가능성이 컸다. 하지만 지지율이 계속 답보 상태이고 국정 난맥상이 드러나면서 아무래도 점점 망설일 수밖에 없다. 

야당은 ‘이재명으로 정권 교체파’와 ‘이재명 불가파’로 내홍이 계속될 수 있다. 둘 다 말이 되기 때문에 어느 쪽으로든 결론이 안 날 것이다. 그러면서 계속 검찰의 수사에 끌려다닐 공산이 크다.

변방지기 : 다수 국민은 민주당과 ‘개딸’들의 외침에도 불구하고, 민주당이 이태원 참사와 이 대표 문제의 공동대응 체제를 가동하게끔 하지는 않을 것이다. 국민이 이미 그 속내를 다 알만큼 대장동과 관련된 이 대표의 어려움은 상당히 노출돼 있기 때문이다.

들국화 : 민주당과 문재인 정부 인사들은 현재 단단히 결합돼 있는 상태다. 윤석열 정부의 검찰이 이재명 대표는 부패 혐의로, 문재인 전 대통령은 친북 혐의로 한꺼번에 공격하면서 나타나는 현상이다. 이재명 대표가 돈을 받았다는 정도의 결정적 사실이 드러나지 않는 한 이재명과 문재인의 결합은 앞으로 해체되지 않을 것이다.

‘국정조사는 필수, 야권연대는 글쎄’

가오리 : 이태원 참사 국정조사를 위한 야권연대는 이뤄질까?

들국화 : 이태원 참사 국정조사는 야권 연대와 상관없이 당연히 하게 될 것이다. 윤석열 대통령과 국민의힘이 버틸 수 없을 것으로 본다. 

밀덕 : 국정조사를 거부하면 시민사회 쪽에서는 촛불 시위를 확대하려 할 것이다. 정부 여당이 그 누구에게도 책임을 안 지우겠다고 버티는 순간, 실제 확대될 가능성이 크다. 그렇게 되면 시민사회에서는 야당에게도 투쟁 노선을 요구할 것이다.

변방지기 : 이태원 참사에 대한 진상규명은 매우 필요하고 피할 수 없는 국회의 책무이다. 국정조사로 갈 수밖에 없다.

가오리 : 국정조사를 계기로 범야권 연대가 형성되는 것인가?

들국화 : 정의당은 이태원 참사 국정조사와 특검 등을 요구하며 민주당을 압박하고 있다. 이태원 참사를 계기로 당분간 민주당과 정의당의 제휴는 자연스럽게 이뤄질 것으로 보인다.

밀덕 : 어떡하든 민주당과 다른 노선을 걸어야 한다는 강박관념이 있는 정의당은 범야권 연대를 피하고 싶을 것이다. 민주당도 선거법이 바뀌지 않는 한, 정의당을 걱정할 필요가 없다. 정의당은 선거법 재개정을 국민의힘과 민주당 양쪽에 조건으로 내걸고 딜을 시도할 것이다. 시대정신 조정훈 대표는 이미 국민의힘 쪽을 기웃거리는 듯하다.

요컨대 범야권 연대는 쉽지 않을 것이다. 민주당과 시민사회 간의 연대도 쉽지 않다. 민주당에게 시민사회와의 연대는 곧 장외투쟁을 의미하기 때문이다. 

“장외투쟁 하기엔, 아직 ‘윤석열의 최순실’ 보이지 않아”

가오리 : 민주당이 장외투쟁을 할 가능성이 없다는 뜻인가?

밀덕 : 장외투쟁 안 할 거다. 한다면 총선 승리 이후에나 하지, 지금 곧바로 대통령 퇴진이나 탄핵을 걸고 행동하기가 몹시 주저될 것이다. 탄핵은 무책임이나 무능 저 너머에서 가능하다. 박근혜에게 있어 최순실이 그 너머다. 그런데 아직 윤 대통령에게 최순실은 안 보이는 상태다. 그게 있어야 언론까지 돌아선다.

이럴 때 섣불리 장외투쟁이나 탄핵을 운운하다간 오히려 국정 혼란 세력으로 몰릴 수 있다. 언론도 기다렸다는 듯이 ‘민주당 너 그럴 줄 알았다. 아주 탄핵에 재미 붙였지?’ 하면서 총구를 반대로 돌릴 것이다. 그 걱정을 민주당 전략통들은 할 것이다. 

들국화 : 장외투쟁과 거리를 둘 것으로 본다. 시민사회의 윤석열 정권 퇴진 운동은 당장 성공하기 어렵다. 대통령 취임 6개월도 되지 않은 정권에 대해 퇴진을 요구하는 것은 명분이 부족하다. 

민주당도 이를 잘 알기 때문에 당 차원에서 장외투쟁에 나서 윤석열 정권 퇴진 집회에 참여하지는 않을 것이다. 민주당의 노련한 원로 정치인들은 이재명 대표에게 “국회에서 강하게 싸우는 것이 가장 효과적”이라고 조언하고 있다.

변방지기 : 아니다. 민주당은 어쩔 수 없이 장외투쟁으로 나갈 것이다. 이재명 대표의 정치적 운명이 총선과 장외투쟁을 함께할 수밖에 없는 입장이다. 더하여 ‘개딸’로 상징되는 팬덤에 의해 당의 의사 결정 권력이 이동되어 있다. 이것이 윤석열 정부 퇴진으로 이어지려면 윤 대통령의 분명한 실책과 이에 대한 국민적 공감대를 얻어야 할 것이다. 

그러나 민주당의 급한 사정과 범진보 세력의 동병상련으로 일단 장외투쟁과 ‘윤 대통령 퇴진’ 밑밥을 던지며 투쟁 노선을 총선까지 유지하려 할 것이다. 따라서 범야권의 인사들은 윤 대통령 정부 퇴진을 위해 유튜브와 SNS, 방송 등 모든 수단을 동원해 윤 정부 비판에 매진할 것으로 보인다. 

국민의힘 정진석 비상대책위원장과 비대위원들이 30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이태원 사고 관련 긴급 비상대책위원회의에서 윤석열 대통령의 '이태원 압사 참사' 관련 긴급 대국민담화 발표 방송을 시청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여당의 움직임은 대통령 지지율에 달려’

가오리 : 이런 상황이 되면 여당은 어떻게 움직일까? 

변방지기 : 총선을 앞둔 여당의 입장은 대통령의 입장과 매우 다를 수밖에 없다. 이번 참사에 대해 국민이 납득할 수준의 책임자 처벌은 매우 다급하고 필요한 일이라고 생각할 것이다. 경찰의 문제는 이미 노출된 만큼 대통령도 어쩔 수 없이 관계자를 문책할 것이다.

문제는 이상민 장관인데, 대통령이 보호하려 할수록 대통령에 대한 책임이 커 질 수밖에 없는 구조다. 읍참마속의 고사를 빌지 않더라도 해임은 불가피해 보인다. 이 과정에서 대통령이 끝까지 이 장관을 두둔한다면 여당의 대통령에 대한 디커플링(연계 제거)은 예견되는 상황으로 봐야 한다. 전당대회 등 정치적 이벤트가 아니더라도 그 이전에 여권 내부에서 총선 생존을 위한 자발적 모임 등이 생겨날 가능성이 크다. 

들국화 : 여당의 움직임은 윤석열 대통령의 국정 지지율에 달렸다. 윤 대통령 국정 지지율이 회복되지 못하면 2024년 4월 국회의원 총선을 앞둔 국민의힘 의원들은 윤 대통령, 윤석열 정부와 거리를 두려고 할 것이다. 국정 지지율이 더 추락하면 여당 의원들이 대통령 탈당 및 중립내각 구성을 요구할 수도 있다.

‘한동훈이 총선 간판으로 나올 수도’

가오리 : 그렇다면 여당발 정계 개편 가능성은?

들국화 : 일각에서는 윤석열 대통령을 중심으로 한 신당 창당 및 정계 개편 가능성을 말하는 사람들이 있지만, 현실화할 가능성은 0%다. 윤 대통령은 그런 정치적 상상력과 역량이 없다. 검찰 수사로 의원들을 압박할 것이라는 주장도 있지만, 지금은 검찰 수사로 의원들을 압박해 탈당시킬 수 있는 시대가 아니다. 검찰이 그렇게 움직이지도 않을 것이다. 

밀덕 : 이처럼 2023년에 있을 전대가 기존 의원들과 ‘윤심’을 팔며 도전할 검찰 출신들 간의 전초전이 될 수 있다. 여당 내부 갈등이 조기에 터져 나올 수 있다. 

대통령의 지지율이 낮을 때 여당의 거리 두기 움직임은 필연적이다. 총선이 다가올수록 더 그렇다. 우선 내년 초 전당대회 때 한동훈 장관을 총선 간판으로 내세우면서 대통령이 공천권을 행사하려 한다는 조짐이 보이느냐 마느냐, 그게 관건이다.

원래 여당은 ‘율사당’이라 할 정도다. 검찰 고위직 입장에선 윤석열 대통령이 정권을 잡은 지금만큼 정계 진출에 절호의 기회가 없다. 거기다 여야 관계가 역대 최악이다. 국회의원 배지는 성능 좋은 방탄조끼다. 야당에 칼질한 적 있는 검사 중에선, 잘 되면 한동훈 대통령 밑에서 잘나가고 못돼도 국회의원 하면 안전하다고 생각하는 이가 적지 않을 것이다. 그러니 배지 수요가 넘쳐날 것이다. 대통령의 공천권 행사 가능성은 그래서 충분하다.

31일 서울광장에 마련된 이태원 사고 사망자 합동분향소를 방문해 조문하는 한동훈 법무부 장관. (사진: 연합뉴스)

‘윤정부, 강성이지만 실력은 부족, 검사출신의 한계’

가오리 : 이제 윤석열 정부 출범 6개월이다. 총평을 한다면?

밀덕 : 예상대로 강성인데, 또 생각보다 훨씬 약체 정부다. 국정이 뭔지 잘 모른다. 반면 적에 대한 공격 본능은 강하다. 실력으로 보면 언론이 감싸주지 않으면 6개월도 버티기 어려울 것이다. 

들국화 : 예측한 그대로다. 정치 경험이 전혀 없는 검사 출신 대통령의 한계를 고스란히 드러내 보이고 있다. 앞으로도 개선되지 않을 것이다. 양자역학에 ‘슈뢰딩거의 고양이’라는 것이 있다. 치명적인 가스와 함께 상자에 담은 고양이는 상자를 열어볼 때까지는 산 것도 아니고 죽은 것도 아닌 상태로 존재한다는 것이다. 

윤석열 대통령과 국민의힘은 앞으로 상당 기간 예측할 수 없는 행보를 보일 것이다. 정치의 주체인 윤 대통령이 어떻게 움직이고 어떤 선택을 할지 대통령 자신도 모르기 때문이다. 2022년 5월 이후 대한민국 정치는 예측이 불가능한 시대로 들어섰다.

변방지기 : 윤석열 정부는 시작의 단추가 국정이 아닌 대통령실 이사 문제로 꼬이면서 초기 동력이 상실되었다. 이로 인해 국정에 적잖은 난맥상으로 보일 요인들도 있었으나 점차 정상화를 되찾는 과정이 있었다. 이 과정에서 세월호 참사에 버금가는 이태원 참사를 맞았다. 이를 해결하고 극복하는 과정을 통해 국민의 평가를 기대해야 할 것이다. 

‘대통령, 여야협의하고 당출신 중용해야’

가오리 : 대통령과 여당은 앞으로 어떤 모습을 보여야 할까? 

들국화 : 국회 여소야대 지형에서 윤석열 대통령과 국민의힘이 국정 성과를 낼 수 있는 방도는 없다. 우리나라 권력구조의 한계다. 대통령은 절반의 권한을 가졌지만, 무한의 책임을 지는 사람이다. 과거 노태우 대통령이 4당 체제에서 한계를 넘지 못하고 3당 합당을 했다. 김대중 대통령은 집권 직후 야당 의원들을 여당으로 끌어왔다. 다 이유가 있어서 그렇게 한 것이다.

윤석열 대통령은 어떻게 할까? 알 수 없다. 자신이 처한 정치적 환경을 아예 인식하지 못하고 있는 것 같기도 하다. 당위론 차원에서 조언한다면 윤 대통령은 야당과 대화해야 한다.

첫째, 이재명 대표를 만나야 한다. 이재명 대표를 형사피의자로 여기면 안 된다. 필요하다면 검찰에 수사 속도 조절을 주문해야 한다. 

둘째, 여야정 정책협의체를 가동해야 한다. 정치는 여야에 맡기고 자신은 정치에서 초월한 국가의 원수가 되고 싶겠지만, 그런 희망은 비현실적이다. 대통령이 나서지 않으면 여당은 움직이지 않는다. 대통령이 나서지 않으면 야당도 움직이지 않는다.

밀덕 : 대통령은 내각 개편을 통해 여권 정치인들을 더 많이 포진시켜야 한다. 노회한 정치인을 대리인으로 삼고, 대중 정치에 익숙한 다선 의원들을 핵심 공직에 앉혀야 한다. 지금처럼 넋 놓고 있으면 모두한테 버림받을 수 있다.

여당은 윤 대통령에게 공천권을 넘겨줄지, 차기를 세워 당의 구심으로 삼고 스스로 살길을 찾을지 결심해야 할 시기가 다가오고 있다. 지금은 야당과 날을 세워 잘 싸운다고 지지율이 올라갈 시기가 아니다. 국정 운영의 안정감과 능력을 보여줘야 할 때다. 이제 대통령에게 더 기대하기는 어렵지 않나 싶다. 따라서 보강할 건지, 대체할 건지 빨리 결정해야 한다. 

‘여당은 총선에서 당의 간판이 중요’

가오리 : 사실 총선도 이제 얼마 남지 않았다. 

변방지기 : 선거에서 판세는 선거의 리더와 얼굴에 의해서 결정되곤 했다. 지금처럼 여야 모두 국민에게 기대감과 비전을 제시하지 못하는 정국 상황에서 총선의 얼굴에 의해 선거 결과가 큰 영향을 받을 것으로 보인다.

대선은 대통령 후보가 주인공이자 선거의 얼굴이라면 총선, 즉 국회의원 선거는 당 대표가 선거의 리더이며 얼굴이다. 여권에서 차기 당 대표로 거론되는 인물 중에 이재명 대표의 무게감에 대응하는 인물은 없는 것으로 보인다. 그렇다면 예상치 못한 새 인물로서 승부를 봐야 하는데, 지금까지 여당의 인사를 보면 민주당의 이재명 대표를 상대할 수준의 인물이 당 대표가 되기란 만만치 않을 것이다.

그러나 총선에 대한 여권의 위기감이 커진다면 오히려 총선의 큰 승리도 이끌어낼 수 있는 의외의 인물이 총선을 지휘할 수도 있다. 여권은 야권에 비해서 한 가지 강점이 있는데, 이재명 대표와 같은 상수가 없다는 점이 큰 장점으로 작용할 수 있다. 위기감을 느끼는 대통령과 여당의 괴리가 작을수록 총선 승리의 가능성은 크고, 그 반대의 경우라면 총선에서 패배할 가능성이 크다. 

“'이재명의 민주당’에 아직 신뢰 없어”

가오리 : 야당이 된 민주당에게는 어떤 성적표를 줄 수 있을까?

밀덕 : 이재명다운 모습이 아직 안 보인다. 민생에 올인하는 모습을 더 자주 보여야 한다. 검찰이 칼로 찔러대도, 아랑곳하지 않고 경제를 말하고 현장을 누벼야 한다. 정책 능력을 발휘해야 한다. 정부 여당이 헤매는 사안에 재깍재깍 대안을 내놓는 의연한 모습만이 살아남는 길이다.

여당이 헤매니 다음 총선에서 야당이 반사이익은 누리겠지만, 그렇다고 대선까지 이긴다는 보장은 없다. 이재명 대표에 대한 의구심이 이재명을 찍은 유권자 사이에도 넓고 깊게 존재한다. 그 점을 잊으면 이 대표도 한 방에 가는 수가 있다. 

‘민주당, 장기적으로 새로운 대선 예비주자 필요’

변방지기 : 민주당은 자기 성적표가 없는 학생처럼 보인다. 윤석열 정부에 대한 평가가 높지 않은 상황에서도 대안으로서 위치를 과시하지 못했다. 민주당은 이재명 당 대표 지키기로 이미지가 고착화하면서 성적표가 있는 정부 여당에 비해서 평가할 부분이 거의 없다.

이번 총선에서 현재의 정치 상황이 지속된다면, 중도적 국민의 정치 참여, 즉 선거 참여는 매우 낮을 것이며, 여야는 전통적 ‘집토끼’를 동원해 선거를 치를 수밖에 없다. 그러면 총선 구도상 민주당에 일견 유리할 수도 있다. 수도권의 전통적 표심 구조가 민주당에 유리하기 때문이다.

이러면 선거 승패가 정부, 여당의 선택에 대한 평가로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 정부 여당이 예상 밖의 인물, 지금까지 당선 가능성이 크지 않거나 당 대표로 거론되지 않은 새 인물이 나서면 중간 지대의 유권자들이 움직여 정부 여당이 승리할 가능성이 있다. 지난번 지방선거의 결과를 기준으로 볼 수 있다.

민주당에서는 이재명 당 대표로는 전통적인 표심 대표성을 뛰어넘기가 어려운데다, 대장동 재판이 본격화하면 그 어려움은 더 가중될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대안부재의 민주당은 상수화된 이 대표와 함께 총선까지는 갈 것으로 보인다. 

들국화 : 정치는 상대적이다. 윤석열 대통령이 지금과 같은 상태로 총선을 치른다면 민주당이 2024년 총선에서 반사이익으로 승리할 것이다. 그러나 2026년 지방선거, 2027년 대선에서 이길 수 있을지는 알 수 없다. 새로 형성된 유권자층을 민주당 지지로 끌어들일 수 있는 대선 예비주자들을 양성하지 못하면 민주당의 미래는 어둡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