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bpx
최근 편집 2022. 12.07. 00:00

[신은철 칼럼] ‘Z웨이브’, 미국 민주당 운명 가른다

By | 2022년 11월 4일 | 국제, 미분류, 정치

11월8일로 눈앞에 닥친 미국 중간선거는 원래 집권당의 무덤으로 불린다. 민주당이 집권당일 때 더욱 그렇다. 그런데 이번에는 양상이 사뭇 다르다. 낙태 이슈로 50대 백인 여성이 흔들리더니, 이제 민주주의와 기후위기 이슈까지 더해지면서 MZ세대의 친민주당 성향이 막판 변수로 떠올랐다. 특히 선거의 최대 격전지인 선벨트의 MZ세대는 이전 세대와 달리 인종적으로 다양하고, 상대적으로 높은 교육을 받았다. 이들이 대거 투표장으로 가면, 트럼프의 재기는 불가능해질 가능성이 높다. 이들이 주목받는 또 다른 이유는 2024년 이후 이 세대가 미국 인구에서 가장 많은 비중을 차지하기 때문이다. 미국 정치에서 일대 전환점이 될지 모르는 순간이 다가오고 있다. [편집자 주]

공화당의 ‘레드 웨이브’가 없는 이상한 중간 선거
레드 웨이브를 막은 젊은 세력 ‘Z 웨이브’
젊은층의 투표율과 민주당 지지율은 동반 확장세
미국 정치의 전환점이 될지 모를 선벨트의 MZ 세대

사진:셔터스톡

공화당의 ‘레드 웨이브’가 없는 이상한 중간선거

2022년 미국 중간선거는 11월8일(현지시각) 실시된다. 10월의 <CBS> 뉴스 & 유고브(YouGov)는 하원 의석 총 435석 중에서 공화당이 228석(+15석)을 확보할 것이라고 예측했다. <이코노미스트>는 선거 1만 회를 시뮬레이션한 결과, 공화당이 224석을 얻을 것이라고 예상했다. 지난 7월에 비해 각각 2석과 1석이 줄어든 수치다. 

또 <CBS> 뉴스 & 유고브가 공화당의 2%포인트 우세를 예견하는 것과 달리, <이코노미스트>는 민주당이 49%의 지지를 받아 공화당을 4%포인트 차이로 앞설 것이라고 내다봤다. 일단 공화당의 압승(‘레드 웨이브’)이 날아간 것은 확실해 보인다.

https://www.cbsnews.com/news/poll-republicans-lead-house-2022-10-30/

https://www.economist.com/interactive/us-midterms-2022/forecast/house

공화당은 하원 선거, 특히 중간선거에서 오랫동안 우위를 점해왔다. 공화당은 1994년 일명 ‘깅리치 혁명’을 통해 하원 다수당을 40년 만에 되찾은 후, 지난 30년 가까이 하원 선거에서 꾸준히 승리했다. 2년 주기의 하원 선거에서 민주당은 단 4번(2006, 2008, 2018, 2020년)을 제외하고 모두 패했고, 중간선거에서는 특히 약했다. 빌 클린턴과 버락 오바마가 현직 대통령이었던 1994년(-54석)과 2010년(-63석) 하원 선거에서는 참패를 했다.(1934년 이래 집권당은 하원에서 평균 28석을 잃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공화당은 이번 중간선거에서 압도적인 우위를 점하지 못하고 있다. 막대한 자금을 선거 막바지에 투입하고, 텔레비전 광고를 통해 인플레이션과 범죄 이슈를 부각시키고 있지만, 230석 미만에 그칠 것이라는 예측이 나오고 있다. 의원들이 당 지도부의 지시보다는 각자의 이해관계에 따라 움직이는 미국 정치의 특성상, 230석도 얻지 못하면 공화당의 입지는 매우 좁아진다.

https://www.presidency.ucsb.edu/analyses/the-2022-midterm-elections-what-the-historical-data-suggest

https://www.history.com/this-day-in-history/the-republican-revolution

사진:셔터스톡

레드 웨이브를 막은 ‘Z웨이브’

공화당은 왜 고전하고 있는가? 미국 하버드 대학교 케네디스쿨 산하의 ‘하버드 정치연구소’는 그 이유로 MZ세대를 지목했다. 18~29세 유권자 대상 여론조사를 20년 넘게 실시하고 있는 하버드의 조사를 통해 확인된 바에 따르면, 밀레니얼(M) 세대(1980~95년생)와 Z세대(1996~2012년생)의 표심은 민주당에게 고무적이다. 

응답자 중에서 39%만이 조 바이든 대통령의 직무수행을 긍정 평가했지만, 하원 선거에서는 57%가 민주당을 지지한다고 밝혔다. 특히 여성과 대학생이 민주당으로 결집했고, 올봄에 21%포인트였던 양당 간 지지율 격차는 26%포인트까지 벌어졌다. 여성에서는 지지율 차이가 35%포인트로 나타났고(+9%포인트), 16%포인트였던 대학생 지지율 차이는 무려 41%포인트로 늘어났다.

https://iop.harvard.edu/fall-2022-harvard-youth-poll

민주당 지지층은 낙태와 민주주의의 수호를 중간선거의 최대 이슈라고 답했다(각각 20%). 기후변화(16%) 또한 인플레이션(19%)보다는 아래에 있지만 중대한 이슈이다. <워싱턴포스트>는 Z세대가 홍수, 이상 고온, 더 강력해지는 허리케인 등을 경험하면서 환경정책을 중시하게 되었기 때문에, 이 세대에게는 기후변화가 낙태나 민주주의 못지않게 중요한 이슈라고 지적했다.

심지어 보수 성향의 환경단체인 ‘미국보전연합(American Conservation Coalition)’의 벤지 베이커 회장조차 “기후변화를 부정하거나 이에 대한 정책을 마련하지 못한 정당은 젊은 세대의 지지를 받지 못할 것”이라고 강조했을 정도다. 기후 위기에 대해 젊은 층에서는 진보·보수가 따로 없다는 뜻이다. 그런데 공화당은 의회 다수당이 되면 기후변화에 대한 투자를 골자로 하는 ‘인플레이션 감축법’(3690억 달러 규모)을 폐지하겠다고 공언하고 있다.

https://www.washingtonpost.com/politics/2022/10/31/gen-z-voters-combating-climate-change-is-top-mind/

사진:셔터스톡

MZ세대 투표율과 민주당 지지세가 동시에 확장 중

문제는 투표율이다. <워싱턴포스트> 기사는 Z세대의 결집 여부를 낙관할 수는 없다고 봤다. 그러나 최근 들어 MZ세대 투표율은 확실히 상승하고 있다. 인구조사국(Census Bureau)에 따르면, 2018년 중간선거의 18~29세 투표율은 36%였다. 이는 2014년 중간선거에 비해 16%포인트나 상승한 수치다. 그렇다면 이들 세대의 정당 선호도는 어떻게 나타나고 있을까? 확연히 민주당에 유리해 보인다.

MZ 세대의 정당선호도

https://www.washingtonpost.com/politics/2019/04/23/young-people-actually-rocked-vote-new-census-data-find/

연령별 투표율에서는 언제나 가장 낮았지만, 젊은 세대의 결집은 민주당 지지율을 높이며 승리를 견인했다. 그 결과는 2020년 대선에서도 나타났다. 인구조사국(Census Bureau) 자료를 보면, MZ세대 중에서 53%가 투표해 역대 최고 기록을 경신했다. 인구조사국이 1988년 집계를 시작한 이래 처음으로 50%를 돌파한 것이었다. 

민주당 지지율 또한 유의미하게 상승했다. 에디슨리서치 출구조사 결과를 보면, 2016년 대선에서는 MZ세대 중에서 56%가 힐러리 클린턴 전 국무장관을 지지했는데, 2020년 <AP> 뉴스의 출구조사 결과(VoteCast 2020) 바이든 지지율은 61%를 기록했다.

https://www.washingtonpost.com/politics/interactive/2022/gen-z-five-questions/

https://www.washingtonpost.com/politics/2021/05/13/what-we-know-about-high-broad-turnout-2020-election/?itid=lk_inline_manual_7&itid=lk_inline_manual_9

https://www.npr.org/2020/11/03/929478378/understanding-the-2020-electorate-ap-votecast-survey

MZ세대 투표율이 선벨트의 결과를 가른다

이런 추세라면 이번 중간선거에서는 젊은 세대 투표율이 2018년 중간선거 투표율을 추월할 수도 있다. 실제로 18~29세 투표율은 2018년과 2020년에 거듭해서 상승했는데, 이것은 이전 세대들이 같은 나이에 투표했던 것보다 높은 수치다. 그래서 10월10일치 <워싱턴포스트>는 여성과 히스패닉이라는 전통적 민주당 지지층 외에 ‘Z세대’를 핵심 유권자 그룹으로 꼽았다. 

‘선벨트’(Sun Belt : 미국의 북위 36도 이남에 있는 따뜻한 지역을 부르는 말)의 MZ세대는 이전과 달리 인종적으로 다양하고, 중등교육(second education) 이상의 교육을 받았으며, 종교에 얽매이지 않는다. 이 MZ세대가 선벨트의 상원 선거 결과를 좌우할 가능성이 높다. 이번에 선벨트에서 출마한 민주당 소속 초선 상원의원인 마크 켈리(애리조나), 라파엘 워녹(조지아), 캐서린 코르테즈 매스토(네바다)의 재선 여부가 이들의 손에 달려있다.

사진:셔터스톡

MZ세대 소수인종이 늘어난 선벨트에 오바마를 투입하다

여기에 더해 애리조나, 조지아, 네바다주의 상원 선거 역시 치열하다. 조지아의 45세 이하 인구 중에서는 절반이 흑인을 포함한 소수인종이다. 애리조나의 경우 히스패닉을 중심으로 한 소수인종이 30세 이하 애리조나 인구 중에서 60% 정도나 된다. 네바다 유권자 중에서는 라틴계가 전체 유권자의 20% 정도를 차지한다. 그래서 민주당은 선벨트인 애리조나와 네바다에 버락 오바마를 투입했다. 오바마는 2012년 대선에서 라틴계 유권자 71%의 지지를 받았다. 

텍사스주의 사정도 크게 다르지 않다. 선거인단이 캘리포니아(55명) 다음으로 많은 40명까지 늘어났을 정도로 텍사스는 인구가 커졌는데, 추세를 보면 히스패닉 인구 비율이 40.2%까지 상승해 비히스패닉 백인(39.4%)을 아슬아슬하게 제쳤다.

https://www.nevadacurrent.com/blog/nearly-1-in-5-midterm-voters-in-nv-will-be-latino-report-says/

https://www.texastribune.org/2022/09/15/texas-demographics-census-2021/

대학도시에서 민주당의 반란이 일어날까

하버드 여론조사 결과를 보면, 경합 주에서 30세 이하 투표 의향은 45%로, 33%의 공화당 우위 지역이나 40%의 민주당 우세지역보다 높다. 대졸자의 투표 의향은 55%로, 44%의 대학생은 물론, 4년제 대학에 입학하지 못했거나 학위를 취득하지 못한 세대의 32%를 앞섰다. 

바로 이들 MZ세대가 ‘러스트 벨트’에서 대학도시를 중심으로 민주당의 반란을 일으킬 것인지 주목된다. 예를 들어, 펜실베이니아 대학교는 펜실베이니아주의 최대 대도시인 필라델피아에 위치하고 있고, 위스콘신 대학교는 위스콘신주의 주도(state capital)인 매디슨에 소재한다. 이 지역에서 18~29세 유권자가 투표에 적극적으로 참여한다면, 민주당 상원 후보인 존 페터먼(펜실베이니아)과 만델라 반스(위스콘신)가 대도시에서 승리할 가능성이 있다.

https://www.latimes.com/politics/newsletter/2022-10-28/will-young-voters-save-democrats-in-the-midterm-elections-essential-politics

선벨트의 MZ세대는 미국 정치의 전환점 될 수도

선벨트의 MZ세대 투표는 비단 중간선거뿐 아니라, 다음 대선의 향방도 결정할 가능성이 있다. 만약 민주당이 MZ세대의 지지에 힘입어 선벨트에서 3명의 현역 상원의원을 모두 생환시키고 펜실베이니아 또는 오하이오 같은 지역에서 승리한다면, 상원에서 51석 이상을 확보할 수 있다. 그렇게 되면 모든 상원 상임위원회에서 다수당 지위를 확보해 하원의 공화당을 손쉽게 견제하는 것이 가능하다. 이렇게 해서, 안정적으로 입법과 정책을 추진하는 것이야말로 바이든과 민주당이 다음 대선을 이기는 가장 확실한 길이다.

이번 중간선거를 통해 MZ세대의 투표율과 지지 성향에서 확실한 추세가 나타난다면, 미국 정치의 흐름이 장기적인 맥락에서 변화할 가능성도 있다. 무엇보다 2024년에는 MZ세대가 다른 세대를 제치고 ‘최다인구 세대’가 되기 때문이다. MZ세대가 미국 중간선거의 확실한 관전 포인트로 등장했다.


글쓴이 신은철은
프리랜서 칼럼리스트이다. 영어영문학과 출신으로, 2012년 미국 대선을 지켜보면서 미국 정치에 관심을 갖게 되었다. 미국의 주요 일간지와 주간지는 물론, 주요 정치 사이트, 블로그, 주와 카운티 단위의 지방 언론까지 수년 간 섭렵하면서, 미국 정치에 대해 더 많은 것을 알아가고 있다. 미국 정치에 대해 정리된 생각들을 2016년부터 써서 SNS 등을 통해 올리고 있고, 지난해 8월부터는 본격적으로 칼럼을 쓰고 외부 강연을 하고 있다. 미국 유권자층의 변화, 그리고 이에 대한 정치권의 대응을 미시적 수준까지 추적해 이해하려고 애쓰고 있다.

최신기사 링크

[정재권의 사람] 조형근, “86세대, 상위 10%에 대한 ‘증세’ 운동 벌였으면”

2022년이 숨가쁘게 지나간다. 한 해의 끝자락에 서면, 우선 ‘한 해 살이’가 어땠는지 반성하게 된다. 나와 가족, 이웃, 그리고 사회에 어떤 일이 벌어졌고, 나는 무엇을 했는가? 그 성찰의 크기만큼 우리네 삶은 앞으로 나아갈 게다. 한 해를 차분하게 되돌아보는 계기가 되길 기대하며 ‘동네 사회학자’ 조형근 박사를 만났다. 그는 2019년 대학의 정규직 교수로 1년 남짓 근무한 뒤 스스로 걸어 나와 ‘동네’에 근거지를 마련하고 ‘아래로부터의’ 연구와 저술, 실천 활동에...

[문일현 칼럼] 김대중-장쩌민, ‘화양연화’의 시대는 어떻게 가능했나

한국과 중국의 사이가 가장 좋았던 때는 언제였을까? 한·중 관계에 밝은 이라면 우선 김대중 대통령과 장쩌민 중국 국가주석의 시대를 떠올릴 듯하다. 당시 두 나라는 순탄한 미·중 관계의 토대 위에서 서로를 존중하며 상호이익을 추구했다. 미·중 패권 대결의 격화 속에서 한·중 관계가 살얼음판인 요즘과 견주면 격세지감이 느껴질 정도다. 그 ‘화양연화’ 시대의 한 축이었던 장쩌민 전 국가주석이 세상을 떠났다. 중국 전문가인 문일현 필자(중국정법대 교수)는 장쩌민의 시대를 돌이켜보며,...

[이상민 칼럼] ‘윤석열·이재명 예산’ 버리고, ‘국민 예산’ 지켜야

639조원 규모의 2023년도 예산협상이 막바지다. 국내 최고의 재정 전문가인 이상민 필자는 여야가 ‘윤석열 예산’, ‘이재명 예산’을 지키려다 보니 법정 처리기한을 어겼다고 봤다. 언론들은 둘 중에서 뭐가 이기는지를 주요 관전 포인트로 삼을 것이다. 그럼 국민들도 내키는 대로 편을 들고 있으면 될까? 아니다! 이상민 필자는 진짜 지켜야 할 ‘국민 예산’은 따로 있다고 말한다. 바로 ‘법인세’다. 국민들은 이걸 누가 어떻게 하는지 봐야 한다. 국민들이 제대로 된 판정자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