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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민 칼럼]’2023년 예산안’의 거짓과 진실

By | 2022년 10월 24일 | 미분류, 정책, 정치

자가 ‘2023년 예산안 총량 분석’을 통해 그 실체를 규명한다. 지난 정부가 5년 내내 ‘슈퍼예산’을 쓰면서 ‘확장재정’을 했다는 주장은 사실일까? 내년도 예산 증가율 5.2%는 어떤 의미일까? 내년 국세 수입이 16% 증가한다는 정부의 주장은 사실일까? 그렇지 않다면 실제 수입 증가율은 얼마일까? 세제개편을 통해 줄어드는 세수는 얼마일까? 이상민 필자가 이 물음들에 답을 내놓았다. 예결위의 국회의원들은 물론이고, 언론과 국민도 꼭 알아야 할 예산안의 진짜 모습이다. [편집자 주]

사진:셔터스톡

윤석열 정부의 진짜 국정운영 기조, 예산안에 숨어 있다

국회의원들이 열심히 하는 세 가지가 있다. 첫째는 선거다. 두 번째는 국정감사다. 선거 때와 마찬가지로 밤새워 일한다. 그러나 국감이 끝나도 일부는 쉬지 못한다. 국감이 끝나면 바로 내년 예산안 심의가 시작되기 때문이다.

300명 의원 중, 50명으로 구성되는 예산결산특별위원회(예결특위) 소속 의원은 올해  국감이 끝나자마자, 2023년도 예산안 639조원을 놓고 줄다리기를 시작한다. 고작(?) 345억원을 놓고 줄다리기를 했던 <오징어 게임>과는 스케일이 다르다.

2023년도 예산안은 윤석열 정부의 첫 번째 본예산이다. 새 정부의 정책 기조를 가장 잘 알 수 있는 것이 바로 이 예산안이다. 내년도 예산안에 대해 윤 정부는 “지난 정부의 확장 일변도였던 재정운용 기조를 건전성 강화로 전환하려는 조치”라고 주장한다.

이에 대해 건전재정을 중시하는 사람은 긍정적으로 평가하고, 국가의 적극적 역할을 기대하는 사람은 부정적으로 평가한다. 현 정부에 긍정적인 측은 방만했던 전 정부의 공공기관, 일자리 사업 등을 바로잡는 효율적 예산안이라고 말한다. 마찬가지로 현 정부에 부정적인 측은 일자리가 줄어들고 복지사업이 축소되고 있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이렇게 단순하게 내년도 예산안을 해석하면 많은 부분 오해의 여지가 있다. 진영논리에 따른 확증편향만 더해질 뿐이다. 이에 내년도 예산안의 오해와 진실을 하나하나 따져 보도록 하자.

확장재정에서 긴축재정으로 전환했다고?

일단, 지난 정부가 5년 내내 확장재정을 펼쳤다는 말은 사실일까? 아니다. 문재인 정부는 2017년(추경편성)과  2018년 모두 긴축재정을 했다. 결산 기준 총지출 증가율은 17년(5.6%), 18년(6.8%) 모두 총수입 증가율(17년 7.2%, 18년 8.1%)보다 낮았다.

통합재정수지도 2017년 24조원, 2018년 31.2조원의 역대급 흑자를 달성했다. 결과적으로 일반정부 부채비율(D2)도 2016년 말41.2%에서 2017년 40.1%, 2018년 40.0%로 지속해서 떨어졌다.

긴축재정 또는 확장재정을 평가하는 재정충격지수(FI, Fiscal impulse indicator)도 2017년(-0.22)과  2018년(-0.31) 모두 긴축을 의미하는 음수값을 가진다. 2017년 및 2018년의 어떤 재정지표를 보더라도  ‘재정확장’이라고 평가할 수 있는 근거를 찾기 어렵다.

그런데 2017년, 2018년 당시는 물론 아직도 17년과 18년을 확장재정 또는 슈퍼예산이라고 평가하곤 한다. 문재인 정부도 당시‘재정의 적극적 역할을 강조한 예산’이라고 홍보했다. 정부가 스스로 ‘확장재정’이라고 홍보하니 언론도 이를 그대로 받아썼고, 그 결과 국민이 확장재정이라고 이해했다. 그러나 사실이 아니다. 게다가 정상적(normal) 범위조차 벗어난 ‘슈퍼예산’이라는 표현은 과한 부분이 있다.

코로나 사태로 강요된 확장재정도 큰 규모가 아니었다

2019년부터는 문재인 정부도 확장재정을 펼쳤다. 그리고 2020년, 2021년에는 코로나19 사태로 인해 ‘강요된 확장재정’을 펼쳤다. 다만, 중앙정부와 지방정부까지 포함한 IMF의 재정수지를 보면 우리나라는 코로나19 시절에도 다른 선진국보다 훨씬 ‘건전하게’ 재정을 운용했다는 사실을 알 수 있다.

IMF Fiscal Monitor Oct. 2022. 가공, 2021년 잠정치, 2022년, 2023년 예측치

그럼 2023년 정부 지출 규모는 어떻게 될까? 총수입은 2.8% 증가하고, 총지출은 5.2% 증가한다. 총지출 증가율 5.2%만 보면, 2019년 이후 재정 규모 확대 기조에서 좀 브레이크가 걸리는 모양새다. 다만, 총수입 증가율까지 고려해 보면 긴축이라고 말하기는 좀 애매하다. 총수입 증가보다는 총지출 증가가 훨씬 두드러지기 때문이다.

총지출 증가율은 본예산 대비 예산안 증가율, 총수입 증가율은 결산 또는 최종예산 기준 증가율

총지출 5.2% 증가는 물가 상승률 정도 수준

이제 정리해보자. 문재인 정부도 초기에는 긴축재정을 했다. 하지만 2019년도 이후 특히, 코로나 상황 이후에는 팬데믹이 강요한 확장재정을 펼쳤다. 그리고 윤석열 정부도 2022년도에 대규모의 손실보상금이 포함된 2차 추경을 통해서 재정 규모를 더욱 확대했다.

그런데 2023년도에는 사회적 거리두기가 사실상 없어지면서 코로나19 관련 일시적 재정 지출을 거의 중단했다. 즉, 2023년도 총지출 증가율이 5.2%로 수그러든 이유는 코로나19 관련 일시적 지출 중단이 가장 중요하다. 또한, 불과 2.8% 증가한 총수입 규모, 특히 1% 증가에 그친 국세 수입 규모를 고려해 보면 5.2% 증대를 ‘긴축재정’이라고 까지 부르는 것은 적절치 않아 보인다.

올해 물가 상승률이 5%를 넘을 것이라는 관측을 고려하면, 5.2% 상승은 물가 인상률 정도에 머무는 규모다. 총지출 증가 규모가 물가 인상률과 비슷하다는 것은 국가의 실질적 재정 역할이 증가하지 않는다는 사실을 의미한다.

사회적 수요를 쫓아가지 못하는사회적 긴축

특히 내년도엔 65세 이상 노인인구가 5.7% 증가한다. 우리나라 복지 지출의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사업은 국민연금, 공무원연금, 기초연금 등 노인 및 공적연금 사업이다. 이런 노인 및 공적연금 사업은 물가 상승률과 노인인구 증가율을 고려해 보면, 10% 이상 늘어도 사실상 제자리걸음이란 의미다. 물가 상승률과 노인인구 증가율 같은 사회적 요인을 고려해보면, 5.2% 총지출 증가 규모는 긴축으로 까지 느껴진다.

다만, 사회적 수요를 쫓아가지 못하는 ‘사회적 긴축’이다. 총수입 증대를 고려해 보면 재정적으로는 긴축이라고 부르기 어렵다. 국세 수입 증가율(1%)이 물가 상승보다도 한참 못 미치는 상황에서 지출을 더욱 확대하면 재정건전성이 훼손될 수 있다.

결국, 2023년 예산안은 재정적으로는 확장(재정 수입 대비), 사회적으로는 긴축 예산(사회적 수요 대비)이라고 부르면 되겠다. 쓸 곳은 많지만 재정건전성을 유지하고자 하니 어쩔 수 없이 물가 상승률 정도로만 지출 규모를 늘린 예산안이다.

그렇다면 왜 내년도 국세 수입은 불과 1%밖에 증가하지 않을까? 물론 1차적으로는 경제성장률이 둔화되기 때문이다. 그러나 국세수입은 경기가 좋아도 증가하지만, 물가만 상승해도 증가하는 법이다. 물가는 상승했는데 세수입은 정체되는 이유가 무엇일까?

내년 국세 수입이 16.6% 증가한다는 정부 주장은 거짓. 실제는 1% 증가

“따뜻한 나라, 역동적 경제, 건전한 재정”이라는 제목의 정부의 2023년 예산안에 따르면 놀랍게도 내년도 국세 수입은 16.6% 증가한다고 한다.

내년도 국세수입이 “세입기반 확충에 따라” 16.6% 증가한다고 밝힌 정부 보도자료

국세 수입이 불과 1년 만에 16.6% 증가한다면 엄청난 증가다. 정부 보도자료에 따르면 국세 수입 규모는 57.7조원 증가해16.6% 증대한다고 한다. 그러나 이는 사실이 아니다.

정부는 2022년 올해 본예산 국세수입을 지나치게 과소 추계했다. 올해 본예산 국세수입 추계에 큰 오류가 발생했다는 의미다. 그래서 정부는 올해 2차 추경 때, 국세 수입 규모를 343조에서 397조원으로 수정했다. 정부는 본예산 국세 수입 규모를 잘못 추산한 것에 대해 사과도 했다.

그런데 사과까지 하며 국세 수입 규모를 수정한 상황에서 구태여 수정되기 전, 과소 추산한 본예산 국세 수입 규모를 끌고 왔다. 수정 전보다 16.6% 증대한다고 보도자료에서 주장했다. 그리고 내년도 국세 수입이 이렇게 괄목상대할 수 있게 된 원동력은 바로 “주요 세목 세입기반 확충”이라는 정부의 노력이 존재했기 때문이라고 자랑까지 한다.

그러나 본예산 대비 16.6% 증대의 원동력은 주요 세목 세입기반 확충이 아니다. 본예산을 지나치게 과소 추계했기 때문이다. 그래서 이미 수정된 올해 국세 수입 기준(추경 기준)으로는 내년도 국세 수입은 단지 1%(3.9조원) 증대에 그친다. 물가 상승률에도 턱없이 못 미치는 규모다.

내년도 국세 수입 증대는 16.6%가 아니라 1%라는 사실은 알겠다. 그런데 물가만 상승해도 늘어나는 국세 수입이 왜 물가 상승률에도 미치지 못할까? 그것은 바로 감세에 따른 결과다.

정부 감세 규모는 5년간 -13조원이 아니라 5년간 -60조원 이상

정부는 2022년 7월 세제개편안을 발표했다. 지난 문재인 정부가 지나치게 증세를 했기 때문에 감세가 필요하다고 한다. 그러나 문재인 정부도 2017년 소위 ‘핀셋 증세’ 이후 매년 지속적으로 감세 조치를 취했다. 결국 17년 핀셋 증세 효과는 현재는 거의 사라졌다. 문재인 정부의 증세를 되돌리는 감세가 아니라, 윤석열 정부에서 추가된 새로운 감세라는 의미다.

2022년 세제개편안 정부 보도자료를 보면 5년간 세수 효과는 -13조원이라고 한다. 그러나 정부의 세제개편안을 통해 올해보다 향후 5년간 감소되는 세수는 13조원이 아니라 60조원이다.

기획재정부 2022년 세법개정안 보도자료. 전년대비 기준(순액법)

정부는 세수 규모를 발표할 때는 국민이 이해할 수 있는 방식으로 발표해야 한다. 5년간 13조원이 줄어든다는 정부의 발표는 일반 국민이 직관적으로 이해하기 어려운 ‘순액법’이다. 순액법이란 “미래의 특정 시점을 기준으로 그 다음 년도 세수 증감 규모를5년 동안 합산한 방식”이다. 이해가 가는가? 이러한 개념을 직관적으로 이해할 수 있는 일반 국민은 거의 없다.

이를 국민이 이해할 수 있는 방식인 누적법으로 전환하여 계산할 수 있다. 각 연도에서 새롭게 발생하는 것처럼 보이는 세수 감소분을 2022년도 기준으로 고정시키면 국민이 이해하기 편한 누적법 계산치가 나온다. 누적법을 통한 결론은 ‘올해보다 향후 5년간 줄어드는 세수는 60조원’이다. 이렇게 쉽게 이해할 수 있는 ‘누적법’을 사용하지 않고, 전문가가 아니면 도저히 이해할 수 없는 방식인 ‘순액법’으로 감세 규모를 발표하면 안 된다.

실질 감세 규모는 정부 발표보다 훨씬 크다

내년도 국세 수입이 불과 1% 증대에 그치는 이유는(물가 상승률을 고려하면 사실상 감소하는 이유는) 상당 부분 정부의 감세정책 때문이다.정부의 감세 조치에 따라 향후 5년간 60조원, 2023년도만 6.4조원 세수가 줄어든다고 한다.

그런데 실질 감세 규모는 이보다 더 크다. 예를 들어 이미 2020년도에 국회에서 법이 통과하여 내년(2023년)부터 시행하기로 확정한 ‘금융투자 소득과세’를 2년간 유예한다고 한다. 원래는 내년부터 시행되어야 할 주식, 채권, 펀드, 파생상품 등의 금융투자 소득세를 2년간 유예해서 2025년부터 시행한다는 것이다.

그러나 정부의 국세 수입 규모 계산에 따르면, 내년도에 세수가 감소한다고 하지 않는다. 대신 2025년부터 세수가 증대한다고 한다. 정확하게 얘기하자. 2025년에 세수가 늘어나는 것이 아니라, 정부의 감세 정책에 따라 2023년, 2024년 세수가 줄어든다고 해석하는 것이 경제적 실질에 맞다.

사진:셔터스톡

재정의 트릴레마를 부정하는 것은 국민을 속이는 것이다

내년도 재정 규모를 보면 두 가지 딜레마 상황에서 고민한 흔적이 보인다. 물가가 5% 이상 상승하고 사회적 재정 수요가 늘어나는 상황에서 재정을 늘려야 된다는 요구가 있다. 또한, 국세 수입이 불과 1%만 상승하는 상황에서 재정건전성을 지켜야 한다는요구도 있다. 두 요구는 상반된다. 이러한 상황에서 딱 물가 상승률 정도만 재정 지출 규모를 늘렸다. 이쪽으로 떨어지면 사회적 재정 수요를 감내할 수 없고, 저쪽으로 떨어지면 재정건전성이 악화되는 ‘위험한 줄타기’다.

그러나 재정은 이중모순인 딜레마가 아니다. 삼중모순을 뜻하는 트릴레마로 이해해야 한다. 재정의 트릴레마는 재정 지출을 확대하고, 부채비율을 줄이면서 감세할 수 없다는 삼중 모순을 뜻한다. 2023년 재정 규모 산출이 ‘위험한 줄타기’에 내몰린 이유는 감세라는 정책이 상수로 존재하기 때문이다.

5년간 60조원이 줄어드는 상황이 상수인 처지에서는 어느 누구도 재정건전성을 유지하면서 물가 인상 및 저출생고령화 시대에대응할 수 있는 충분한 규모의 예산 편성을 할 수 없다. 재정 규모 확대, 국채 감소, 조세부담 감소라는 세 마리 토끼를 잡을 수는 없기 때문이다. 재정의 트릴레마를 모두 해결할 수 있는 묘책은 없는데, 이것이 가능하다고 주장하는 것은 국민을 속이는 것이다.

예산은 정치, 국민 동의가 없는 예산은 예산이 아니다

솔직해져야 한다. 위의 세 가지 트릴레마 중에서 어떤 가치를 조금 희생하고 어떤 가치를 추구할지 국민의 동의를 통해 정해야 한다. 예산은 정치다. 정치적 합의와 설득 과정이 필요하다. 합의와 설득을 위한, 무엇보다 국민의 동의를 구하고 설득을 하기 위한 전제 조건은 투명한 정보의 공개다.

감세를 했을 때 세수가 얼마나 줄어드는지, 결과적으로 국세 수입에 얼마나 변동이 생기는지 등의 정보를 국민에게 정확하게 제공하지 않고 국민적 합의를 도출할 수는 없다. 정확한 재정 정보를 제공하지 않으면, 국민적 동의가 빠진 예산이 된다. 국민의 동의가 빠진 예산은 예산이 아니다.


글쓴이 이상민은
분석하는 게 일이다. 중앙정부와 지방정부의 예산서, 결산서, 집행내역을 매일 업데이트하고 분석한다. 참여연대 간사, 국회의원 보좌관을 거쳐 현재는 나라살림연구소 수석연구위원으로 일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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