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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은철 칼럼] 러스트 벨트, 트럼프의 ‘무덤’이 될까?

By | 2022년 10월 12일 | 국제, 미분류, 정치

낙태 이슈가 민주당에게 유리하게 작용하면서 미국 중간선거가 예년만큼 큰 관심을 끌지 못하고 있다. 그런데 상원선거에서 흥미로운 관전 포인트가 등장했다. ‘러스트 벨트’로 불리는 4개 주의 선거 결과가 트럼프 전 대통령의 재기 여부를 결정하게 될 가능성이 높아졌기 때문이다. 2016년 대선에서 트럼프가 당선될 때 러스트 벨트 4곳이 모두 공화당에 넘어간 반면, 2020년 대선에선 바이든 대통령이 박빙의 승부를 펼치면서 3개 주를 탈환했다. 대선 승리의 변곡점이었다. 이번 상원선거 결과는 다음 대선의 바로미터가 된다. 러스트 벨트의 공화당 후보들은 트럼프의 지지로 경선에서 승리했다. 이들이 이기지 못하면 트럼프도 재기가 어렵다. 이들에 맞선 민주당 후보들의 경력도 이채롭다. 미국 정치의 이면을 파헤치고 있는 신은철 필자가 러스트 벨트의 흥미로운 선거 양상을 소개한다. [편집자주]

✔ 한 달 앞으로 다가 온 미국 중간선거, 민주당의 하원 수성 유력
✔ 미시건, 오하이오, 펜실베이니아, 위스콘신, 러스트 벨트를 잡아라
✔ 절치부심의 민주당 펜실베이니아의 존 페터먼으로 승부
✔ 백인 노동자들의 친구같은 페터먼, 흑인 지지도 상승중
✔ 중도 보수 성향의 팀 라이언, 오하이오의 이변 일으키나?

민주당 하원 수성 유력

2022년 미국 중간선거가 한 달이 채 남지 않았다. 중간선거는 여당에 대한 견제 심리가 강해서 1934년 이래로 집권당이 하원(435석)에서 평균 28석을 상실했다. 그러나 이번에는 공화당이 1994년(+54석), 2010년(+63석)과 달리 압승하기 어려워 보인다. 낙태 이슈가 가장 큰 걸림돌이다.

9월의 <CBS> 뉴스 & 유고브(YouGov)의 여론조사 결과는 공화당이 223석을 얻을 것으로 예측했다. 이 수치는 7월 조사에 비해 7석 줄어든 것이며, <이코노미스트>(221.6석)와 <파이브서티에이트>(225석)의 전망도 비슷하다. <뉴욕타임스>의 수석 정치분석가 네이트 콘(Nate Cohn)은 10월3일치 기사에서, 민주당의 하원 수성 가능성을 점쳤다.

<관련 기사>
2022년 9월 22일 CBS 뉴스 보도
이코노미스트 기사
뉴욕타임즈 2022년 10월 3일자 

상원 선거는 차기 대선의 예고편

하원 선거에서는 의회 다수당이 어디냐가 초점이라면, 상원 선거는 다음 대선의 판도를 예측하는 잣대가 된다. 상원 선거에서 최대 격전지는 곧 다음 대선의 승패를 결정지을 지역이기 때문이다. 특히 미시건, 오하이오, 펜실베이니아, 위스콘신이 주목받는다. 이 지역들은 중서부 공업지대(Industrial Midwest), 곧 러스트 벨트(Rust Belt)다.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은 자신이 지지하는 후보들을 오하이오와 펜실베이니아 상원 선거에 차출했다. 여기서 승리한다면 다음 대선에서 트럼프의 전망도 밝다. 만약 이 후보들이 패배한다면 트럼프의 재기는 쉽지 않을 수 있다.

민주당도 이번에는 러스트 벨트를 쉽게 빼앗기지 않을 생각이다. 지난 대선에서도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미시간(50.62% vs 47.84%, 16표), 펜실베이니아(50.01% vs 48.84%, 20표), 위스콘신(49.45% vs 48.82%, 10표)을 가까스로 탈환했다. 그러나 오하이오에서는 힐러리 클린턴이 나섰을 때와 마찬가지로 8%p 이상의 차이로 패배했다(45.24% vs 53.27%, 18표). 절치부심한 민주당은 백인 블루칼라 노동자를 설득하고 결집시킬 인재들을 차출했다. 

펜실베이니아의 존 페터먼, 극빈층에서 하버드까지

펜실베이니아의 민주당 상원 후보 존 페터먼(John Karl Fetterman)은 현재 펜실베이니아 부지사(민주당·초선)로 브래독(Braddock) 시에서 4선 시장을 지냈다. 브래독은 피츠버그를 관할하는 앨러게니 카운티에 위치하며, 카네기 철강제국의 일원으로서 화려한 전성기를 누리면서 1920년대에 벌써 인구 2만 명을 돌파했다. 하지만 1960년에는 1만2000명까지 감소하더니, 지금은 2000명 미만이다. 철강산업 사양화로 직격탄을 맞은 러스트 벨트의 대표적 사례다. <월스트리트저널>에 따르면, 피츠버그는 1980년대 이래로 10만 개 이상의 철강 및 제조업 부문 일자리를 잃었다.

이 지역에서 4선 시장을 지낸 페터먼 후보의 인생 역정은 흥미롭다. 그의 부모는 19살에 결혼했고, 페터먼이 태어났을 때는 복지 급여로 생계를 이어갈 정도로 극빈층이었다. 아버지가 보험 판매원으로 성공을 거두면서 살림이 나아졌다. 페터먼은 리버럴 아트 칼리지(Liberal Arts College) 중 하나인 올브라이트(Albright) 대학을 졸업하고, 흔히 퍼블릭 아이비리그(public ivy: 아이비 리그 수준의 명문 주립 대학)학교중 하나라 불리는 코네티컷(Connecticut) 대학에서 MBA를, 또 하버드 대학 케네디 공공정책대학원에서 석사학위를 취득했다. 그리고 아버지를 따라 자신도 보험회사에서 성공을 거뒀다.

부모가 보수적인 공화당 지지자였기 때문에, 그가 민주당에서 정치를 시작한 것은 뜻밖이었다. 계기는 절친한 친구가 교통사고로 사망한 일과 관련이 있다. 페터먼이 친구의 남겨진 가족을 돌보기로 하면서 불우아동 돌봄 단체와 인연을 맺게 되었고, 몇 년 뒤에는 관련 단체에서 중요한 직책을 맡기 시작한 것이다. 그는 브래독에서 청소년을 위한 비영리기구에서 일하면서, 정치에 점차 가까워졌다.

<관련기사>
2018년 5월 16일자 Vox 기사

백인들의 친구인 민주당 후보가 등장하다

페터먼이 유명세를 갖게 된 것에는 비주얼과 옷차림새가 한몫을 했다. 흔한 엘리트 정치인과 달라도 너무 다르다. 미국식으로 말해 ‘배드애스’(badass: 사전적으로는 거친, 공격적인, 이런 뜻이지만 구어에서 젊은이들이 우리말의 ‘개멋짐’ 정도로 쓰는 표현)하다. 203cm의 거구에, 대머리이고 염소수염(goatee)을 길렀다. 브래독의 우편번호인 15104를 왼팔에 문신으로 새겼고, 오른팔에는 브래독 시장 재임 기간 당시에 발생한 살인 사건의 날짜를 하나하나 새겼다. 

옷차림도 유별나다. 블루칼라 노동자와 힙스터가 애용하는 브랜드인 칼하트(Carhartt)와 디키즈(Dickies)의 후드 티와 반바지를 즐겨 입는다. 부지사 취임식이나 토론회 때 정장을 착용하긴 했지만, 올해 백악관 부활절 행사에 후드 티를 입고 참석했을 정도로 자신의 스타일을 공식 석상에서도 고수한다. 백인 노동자들은 그들과 같은 옷을 입는 페터먼에게 애착을 느끼고 있다. 진정성(authenticity)을 인정받고 있는 것이다.

펜실베이니아의 주류 정치인들은 대도시와 시골을 모두 아우를 정도로 중도적이면서 모호한 것이 특징이지만, 페터먼의 정치관은 오히려 분명한 편이다. 페터먼은 민주당 소속이지만 총기 소유주로서 수정헌법 제2조에 찬성한다. 또 브래독이 미국 최대의 셰일가스 매장지인 마르셀러스 분지(Marcellus Shale)에 있기 때문에, 지하수 오염 우려를 받고 있는 셰일가스 추출법인 ‘수압파쇄법(fracking)’의 금지에도 반대한다(2016년 대선 당시 트럼프는 천연자원을 적극 개발해서 일자리를 늘리겠다며, 민주당을 노동 계층의 고충을 알지 못하는 환경원리주의 정당으로 몰아간 바가 있다). 

하지만 다른 사회정책에서는 당내 좌파보다 덜 선명하지만 중도 성향 주류보다는 분명하게 진보적이다. 2016년 민주당 경선에서는 버니 샌더스를 지지했고, 메디케어 포 올(Medicare for All), 최저임금 인상, 사법개혁, 마리화나 합법화, 성소수자 인권 보장 등을 지지한다. 낙태 이슈도 적극적으로 언급하고 있다.

<관련기사>
2021년 4월 16일자 폴리티코 기사
2022년 5월 26일 뉴욕타임즈 기사
2022년 10월 10일 파이브써티파이브 기사
2022년 5월 14일 뉴욕타임즈 기사

백인과 흑인 노동자 모두 페터먼의 친구

이런 성향 때문에 중도 성향 민주당 주류는 페터먼의 잠재력을 별로 신뢰하지 못했다. 그러나 공화당이 페터먼을 극좌 후보로 몰아 공격하는 것은 더 어렵다. 페터먼은 ‘블루칼라 진보주의(blue-collar progressivism)’를 표방하면서 백인 노동 계급의 거주지인 시골과 소도시를 집중적으로 공략하고 있다. 많은 백인 노동자들은 점잔을 빼기는커녕 자신들과 같은 옷을 입고 유세를 벌이는 페터먼을 보면서 호감과 유대감을 느끼고 있다. 그들이 보기에 페터먼은 모호한 공화당 정치인과도 다르고, 민주당 주류나 좌파와 다르게 진정성을 보여주는 정치인이다.

페터먼의 지지층은 백인에 머물지 않는다. 그는 민주당 경선 당시와 다르게 필라델피아와 피츠버그를 꾸준하게 방문하기 시작했는데, <워싱턴포스트>에 따르면 필라델피아의 흑인 노동자들 역시 페터먼을 자신들의 편으로 여기고 있다. 공화당으로서는 부정적인 이미지를 어떻게든 페터먼에게 덧씌워야만 하는 상황이지만 쉽지 않다. 여기에 낙태 이슈까지 부각되면서 백인 여성 유권자까지 등을 돌리는 모양새다.

<관련기사>
2022년 9월 24일 워싱턴포스트 기사

페터먼의 승리는 트럼프의 패배

힐러리 클린턴 전 국무장관은 시골과 소도시 유세를 소홀히 했다가 러스트 벨트에서 크게 패했다. 그래서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2020년 대선 당시에 펜실베이니아 서부의 석탄 지대를 방문하면서 지지층을 결집하는 효과를 봤다. 대표적인 곳이 웨스트모어랜드 카운티(Westmorland county)다. 

이곳이 펜실베이니아 선거의 향방을 결정지을 핵심 카운티 중 하나로 꼽히는 지역이라는 것은 공화당도 알고 있다. 트럼프도 자주 방문해서 카운티의 주요도시인 옛 철강도시 모네센(Monessen) 등 소도시에 많은 공을 들였다. 그러나 바이든은 지난 대선에서 웨스트모어랜드 카운티에서 힐러리가 얻은 59,669표보다 많은 72,192표를 받으면서 득표율 35%를 돌파했다. ‘샤이 바이든’이 표로 나타난 것이다. 이것이 펜실베이니아 승리의 기반이 되었다.

페터먼은 더욱 힘을 내고 있다. 요크 카운티 득표율을 불과 6년 사이에 64p%나 끌어올려서 81%까지 높였다. 비슷하게 13% 수준이었던 아담스 카운티와 레바논 카운티의 득표율도 81%와 80%까지 상승했다. 더그 마스트리아노 공화당 주지사 후보의 고향인 프랭클린 카운티에서도 64%p를 늘려 79%를 기록했다. 최근에는 공화당의 텃밭인 인디애나 카운티를 존 F. 케네디 전 미국 대통령 이래로 민주당 후보 중에선 처음으로 방문했다. 바이든과 페터먼은 백인 노동자 거주지인 시골과 소도시에서 격차를 좁혀야만 승산을 높일 수 있다는 것을 직접 증명해 보이고 있는 셈이다. 지난 두 차례의 대선 결과를 보면, 펜실베이니아의 상황은 확실히 달라지고 있다.

<펜실베이니아 주요 카운티 지난 2번의 대선 결과>



 

 

 

 

물론 대도시의 표는 많다. 그래서 페터먼은 지난해에 펜실베이니아 개표 결과 불복론에 대해서 공화당을 강하게 비판하고, 최근에는 낙태 이슈를 적극 언급하고 있다. 시골 지역에서는 친근함으로, 대도시에는 정책을 통해 접근한다. 단 한 표도 놓치지 않고 싶은 것이다. 

과연 페터먼은 펜실베이니아에서 승리할 수 있을까? ‘백인 노동자의 친구이자 흑인에게도 지지를 받는 민주당 후보’가 미국 선거의 패러다임을 바꿀 수 있을지, 많은 미국 정치 전문가들이 관심을 집중하고 있다.

오하이오에서 이변이 일어날 것인가

오하이오의 민주당 상원의원 후보인 팀 라이언(Timothy John Ryan, 오하이오 하원의원, 제13구·10선)은 페터먼과 다른 방식으로 러스트 벨트를 공략하고 있다. 그는 중국을 규탄하고 중도 보수에 가까운 노선을 표방하면서 백인 노동자들을 결집시킨다. 

오하이오의 북부에 위치한 영스타운(Youngstown)시는 ‘스틸 벨리’(Steel Valley), ‘중서부의 맨해튼’이라고 불리며 화려한 전성기를 구가했으나, ‘블랙 먼데이’(Black Monday ; 1977년 9월 영스타운의 철강공장이 문을 닫으며 하루만에 5000명이 실직한 사건)로 몰락한 러스트 벨트의 상징적인 도시다. 

또 다른 오하이오 북부 도시 애크런(Akron) 또한 한때 미국 고무 산업의 수도라 불렸지만, 공장의 해외 이전 때문에 몰락했다. 게다가 오하이오 남동부는 석탄 지대다. 오하이오는 미국의 산업 전환의 타격을 고스란히 받았다. <벨트 매거진>은 오하이오 전 지역을 쇠락한 공업지대로 분류했다.

 <관련기사>
2013년 12월 9일자 벨트 매거진 기사

팀 라이언은 그런 현실을 누구보다 잘 안다. 그는 영스타운 광역권에 해당하는 트럼불 카운티(Trumbull County)의 노동자 집안에서 태어났다. 그의 정치적 캐릭터에 가장 많은 영향을 준 사람은 민주당 9선 의원을 지낸 제임스 트래피컨트(James Anthony Traficant Jr., 2014년 사망) 전 하원의원이었다. 팀 라이언은 영스타운 한복판에 지역구가 있는 트래피컨트의 보좌관으로 정계에 입문했다.

소탈한 민주당 의원, 트래피컨트의 계승자

트래피컨트는 역시 퍼블릭 아이비라 불리는 명문 피츠버그 대학을 졸업했음에도 불구하고 지역의 백인 노동자들과 친숙했다. 트럭 운전수였던 아버지를 자랑스럽게 여겼고, 싸구려 부분 가발을 착용하는 것을 아무렇지도 않게 생각했다. 

사진: Tim Ryan for President 사이트

트래피컨트는 정치인으로 지내는 동안 지역 노동 계층의 존경과 사랑을 내내 받으며 기득권이 아니라 보통사람들의 목소리를 대변한다는 평판을 들었다. 영스타운의 마이너리그 야구팀이 2002년에 ‘싸구려 가발을 착용하고 트럭 운전사의 자녀’임을 자처한 팬들을 무료로 입장시켰을 정도다. 트래피컨트는 중국을 강하게 비판하고 보호무역을 주장했으며, 낙태와 이민자 수용에 반대하고 엘리트를 비판한 정치인이었다. 

라이언은 트래피컨트와 달리 정치인으로서 처음부터 존재감을 보여주지는 못했다. 하지만 2002년에 북미자유무역협정(NAFTA) 찬성파 현역을 낙선시키고 트래피컨트의 지역구를 승계하면서 보호무역을 일관되게 지지해오고 있다. 2015년에야 낙태에 찬성했을 정도로 낙태 이슈에 대해서도 보수적이다. 지금도 낙태 이슈를 적극적으로 언급하지 않는다. 물론 승리가 쉽지는 않다. 트럼프가 연거푸 8%p 넘는 격차로 압승했고, 주의회도 공화당이 장악하고 있다. 그러나 팀 라이언은 보호무역과 보수적인 면모를 골고루 활용해서 역전승을 꿈꾸고 있다.

격전의 오하이오, ‘힐빌리의 노래’ 저자  J.D. 밴스 Vs 팀 라이언

오하이오가 주목받는 또 다른 이유는 이 지역의 공화당 후보가 <힐빌리의 노래>의 저자인 제임스 도널드 밴스(James Donald Vance)이기 때문이다. 이 책은 예일대 로스쿨을 졸업하고 성공을 거둔 밴스가 어린 시절 겪었던 미국 중부지역의 가난한 백인들의 삶을 그려낸 회고록으로, 2017년 미국에서 베스트셀러가 된 책이다. 영화로도 성공을 거둔 이 스토리의 주인공인 밴스는 마약중독자인 엄마와 가정폭력, 학대가 만연한 저소득 백인 빈곤층의 현실을 적나라하게 보여주었다. 이 책은 왜 민주당 지지자였던 중부의 백인들이 트럼프 지지자가 되었는지를 설명하는 교과서였다.

2022년 9월 17일 오하이오 영스타운에서 열린 유세에서 연설중인 <힐빌리의 노래>저자 J.D. 밴스.

밴스는 책의 성공에 힘입어 정계에 진출했는데, 초기에는 트럼프를 ‘미국의 히틀러’라고 부르면서 ‘바보’, ‘부끄러운 사람’이라고 칭했다. 그러나 올해 3월, 상원의원 후보 경선에서 3등에 그치던 그를 구원한 사람이 트럼프였다. 트럼프가 밴스 지지를 선언하자 곧바로 1위로 뛰어올랐고, 밴스는 트럼프가 ‘내 생애 최고의 대통령’이며 ‘지난 대선을 도둑 맞았다’는 데 동의한다고 밝혔다. 그런데 트럼프와 트럼프의 최대 후원자인 억만장자 피터 티엘(Peter Thiel)의 지원을 받아 경선에서 승리한 밴스가, 정작 이긴 뒤에는 모금과 광고를 소홀히 하며 공화당 내부를 곤혹스럽게 하고 있다. 

팀 라이언은 이 틈을 타서 광고를 최대한 송출하며 주목도를 높였고, 여론조사 추이에 나오듯이 계속해서 밴스와 접전을 펼치고 있다. 팀 라이언은 바이든 행정부와 거리를 두면서 공화당의 공세를 막아내기 위해서 노력 중이다. 친 보수 성향인 <월스트리트저널>은 라이언을 주시하면서, 그가 러스트 벨트 출신 민주당 정치인들에게 모범 답안을 제시할 지도 모른다고 경고하고 있다.

<관련기사>
2022년 10월 1일자 월스트리트저널 기사

2020년 민주당 대선 경선에서 5위를 기록한 피트 부티지지(Pete Buttigieg) 교통부 장관. (사진:셔터스톡)

미국 정치의 화두는 여전히 ‘러스트 벨트’

민주당 후보의 면면과 전략만 살펴봐도, 러스트 벨트의 정치 지형이 이전과 달라졌다는 것을 알 수 있다. 트럼프 등장 이후 민주당 정치인들은 백인 노동 계층의 마음을 되돌리기 위해서 동분서주하고 있다. 바이든 행정부 역시 1조2000억 달러 규모의 ‘인프라법’과 2800억 달러 규모의 ‘반도체법’을 통과시키는 등 미국 제조업을 살려내려는 노력을 보여주고 있다.

여기에 더해, 다음 선거에서는 아예 러스트 벨트 출신 후보를 내세워 세대교체까지 시도할 가능성도 있다. 인디애나주 사우스벤드 시장을 두 차례 지내고 2020년 민주당 대선 경선에서 5위를 기록한 1982년생인 피트 부티지지(Pete Buttigieg) 교통부 장관이 미시간으로 이사했다. 

미시간에는 내년에 50살 생일을 맞이하는 그레첸 휘트머(Gretchen Esther Whitmer) 주지사도 있다. 휘트머는 미시간에서 29살에 처음 하원의원에 당선된 이래로 하원의원 3선, 상원의원 2선, 첫 여성 민주당 원내대표를 지낸 화려한 이력의 소유자다. 부티지지와 휘트머가 미시간을 지킨다면 러스트 벨트의 한 축이 견고해진다.

공화당 주자들 역시 트럼프를 배경 삼아 러스트 벨트를 수성하기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다. 공화당이야말로 ‘백인 노동자들의 정당’이라는 확신을 심기 위해 다양한 전술을 구사하는 중이다. 무엇보다 트럼프가 그들의 마음을 얼마나 움직일 수 있을지 주목된다. 이제 트럼프의 재기 여부는 러스트 벨트 상원의원 선거 결과에 달렸다.


글쓴이 신은철은
프리랜서 칼럼리스트이다. 영어영문학과 출신으로, 2012년 미국 대선을 지켜보면서 미국 정치에 관심을 갖게 되었다. 미국의 주요 일간지와 주간지는 물론, 주요 정치 사이트, 블로그, 주와 카운티 단위의 지방 언론까지 수년 간 섭렵하면서, 미국 정치에 대해 더 많은 것을 알아가고 있다. 미국 정치에 대해 정리된 생각들을 2016년부터 써서 SNS 등을 통해 올리고 있고, 지난해 8월부터는 본격적으로 칼럼을 쓰고 외부 강연을 하고 있다. 미국 유권자층의 변화, 그리고 이에 대한 정치권의 대응을 미시적 수준까지 추적해 이해하려고 애쓰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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